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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랑 - 3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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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작성일 20-12-07 15:32 조회 48,77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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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고함소리에 거실에서 누워있던 민기는 서둘러 그 소리를 쫓아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곧바로 날아온 곽티슈에
예상도 못했기에 머리를 정확히 얻어맞게 된다.


" 무..뭐야?!!" 

" ....변태!!!"

" 으응??"

" 나쁜 놈!! 씨!!.. 어리다고 놀렸으면서 술 먹이고... 씨!!!!"

" ......뭔 소리야."

" 이게 뭐야!... 어엉!~~~"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아리의 모습에 황당해하는 민기였고, 이불로 온몸을 감싸 안고 있는 아리의 모습에 그제야 무슨 오해를 한지 알게 된 민기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한다. 


" 난 또.. 깜짝 놀랐잖아... 에이씨..." 


'휘익~~~...퍽!!'

" 이게 왜 이래!!" 

" 뭐? 놀라?!! 나 이제 시집 어떻게 가라고.....믿었는데.. 믿었는데 기억도 없는 날.... 어엉엉엉!~~~"

" 야!! 뭔 소리야!! 무슨 생각을 하는데?!"

" 사람이 어쩜 이래요? 수지 언니는? 수지 언니 없다고.. 어쩜 동생한테...."

" 참나.. 진짜 가지가지 한다..."

" 뭐라고요?!! 사람이 죄짓고 어쩜 그리 뻔뻔해요?!"

" 죄라니!! 야!! 너 하나도 기억 안나?!"

" 엉엉엉~~~~"

" .....아씨!! 울지 말고 찬찬히 기억해보라고!"

" ...나쁜 놈!!!"

" 나쁜 놈??! 너 어제 내 방 들어와서 오줌 쌌다고!! 오줌!!!"

" ......."

" 갑자기 오줌 싸는데.. 그거 닦느라고 내가... 에이씨.. 말을 말자 말을..."

" 훌쩍...훌...쩍......"


아리가 민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불속을 내려 훔쳐본다. 

자신의 몸을 검사하듯 하반신에 어떠한 고통이 있는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밑을 보는데.. 팬티도 없는 모습에 다시 이불을
감싸며 다시 민기를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 훌쩍~.... 거짓말....." 

" 뭔 소리야!.. 팬티 빨아났으니까 확인해보던가!"

" ....말도 안 돼.. 내가 여기서 오..줌......"

" .....참나... 너 가관이었어!.. 갑자기 내 방에 들어가더니....얼마 마시지도 않았으면서 뭘 그렇게 많이 싸냐?!! 그리고 뭐?
 사람 있어요?"

" ....."

" 내참.. 어린 게 할 짓이 없어서 주정에 노상방뇨까지 하냐!"

" 누..누가 알고 했나..."

" 차마.. 남사스러워서 옷은 못 입히겠더라!.. 내가 살다 살다.....에휴...."

" 그러니까!.... 왜 나한테 술을 먹여요....."

" 내가 먹였냐?! 지가 처먹어놓고는...."

" 씨!~~ 말렸어야죠.. 미성년자가 술 먹는 거 지켜만 보고 있었어요? 한 잔이면 모를까....."

" 야!!!!!!"

" ........치~."

" ...아후~.. 빨랑 안 나와?!! 맨바닥에서 잤더니 허리가 다 아프구만.."

" ...."


아리가 창피한지 이불을 돌돌 마른 상태로 종종걸음을 치며 자신의 방으로 도망가듯 민기의 옆을 고개 숙여 지나갔다. 

기가찬 민기였지만 이내 아리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풀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머리를 쥐어박기 시작했고, 곧 나온 아리는
어제의 흔적들을 살피듯 거실의 음식들을 치우며 민기의 방을 훔쳐보길 연신 반복했다. 침대에 누운 민기는 그런 아리의
모습에 입을 다시 연다.


" 뭐?!" 

" ...진짜에요?"

" 뭐가?"

" 내가.. 정말로 거기서 오...... 쌌어요?"

" .....넌 앞으로 오줌싸개야!! 알았어?!!!!"

" 씨!~~~ 누구한테 말하기만 해봐!!"

" 어라? 지금 화낸 거야?"

" ...누..누가 화를 냈다고.."

" 야! 오줌싸개!"

" ...."

" 나 목마르니까... 물 좀 떠와.."

" .....씨~"

" 열 받으면 확!!! 동네방네 소문낼까보다.."

" 아..알았어요!.. 물 떠오면 되잖아요..."

" ....크크."


아리가 치우다 말고 물 잔에 물을 떠와서는 민기의 손에 쥐어주듯 건네준다. 그리고 차마 확인을 대놓고 못하는 아리였지만 곁눈질을 하며 어제의 흔적들을 찾아보려는 듯 눈동자를 굴리기 시작했다. 


" 아~ 시원하다....." 

" 줘요!.. 갖다 놓게..."

" 아직도 못 믿겠냐?"

" .....솔직히 말 해봐요.... 저 놀리려고 그러는 거죠?"

" ..내 그럴 줄 알고... 저기 네 팬티 옆에 걸레도 안 빨아 놨어... 가서 냄새라도 맡아 보던지..."

" 헉!.. 악!!!!!!!"


황급히 문 옆에 놓여있는 걸레와 팬티를 손에 숨겨 쥐더니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 도망간다. 

욕실에 뛰어 들어간 아리는 세숫대야에 물을 받고는 들고 있던 물건들을 처박듯 던지려다가 손을 멈칫거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잠긴 문을 한 번 더 확인하더니 손을 옮겨 자신의 코에 가까이 대보는데 결국 세숫대야로 직행하게 된 걸레와 아리의
팬티다. 
한참을 빨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욕실에서 나온 아리는 어느새 거실로 나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민기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숙인다.


" 왜 그러냐?" 

" ....무..뭐가요?"

" 갑자기 얌전한 강아지처럼....냄새라도 맡았나 보지? 이제 확인 했냐?"

" 누..누가!! 씨~...비켜요! 청소하게! 그리고.. 다 봤죠?!!! 내...."

" 헐.. 오줌싸개가 이제 성까지 내냐.... 보긴 뭘 봐? 볼거 하나도 없더만....야! 아무대서나 오줌이나 싸대는 어린애를 봐서
 뭐하냐!!"

" 오빠!!!!!"

" 놀래라... 그럼 이 몸은 진짜 한숨 더 때리러 간다....그런데 넌 학교 안가냐?"

" ...갈 거예요!....."

" 그러시던가...."


침대로 향하던 민기가 갑자기 아리의 방으로 몸을 틀었고, 곧 아리가 몸에 둘렀던 이불을 손에 들고는 침대위에 눕는다. 

다시 거실 청소를 시작한 아리는 시계를 확인하는데 시험 바로 다음날은 10시까지만 등교하면 되었기에 조금 느긋하게
청소를 하게 되는데, 침대에 있던 민기가 아리에게 큰소리로 말을 건다.


" 아리야." 

" .......예?"

" 학교 몇 시에 끝나?"

" ......왜...요?"

" 학교 끝나고 밥 사줄게."

" ......싫어요."

" 그럼 말던가... 밥 먹고...... 한동안 못 가봤잖아.....네 엄마라도 보고 오려고 했지..."

" ......예? 엄마요?"

" ......"

" ........12시에 끝나는데. 정말 같이 가줄 거예요?"

" 알았다.. 학교 앞에서 기다릴게.. 오줌싸개씨 이왕 치우는 거 깨끗하게 좀 부탁해요~"

" 진짜!!!!......."

" 크크크~~"


민기는 돌아 누우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그리고 어제의 손에 느꼈던 감촉을 되새기듯 잠시 주먹을 쥐게 된다.
아직도 성장중인지 보기보다 젖살이 배어있는 몸의 아리는 딱딱함이란 단어조차 찾을 수도 없었고, 너무나 포근하기만 했다. 부드럽고.. 매끄럽고... 전혀 통통해보이지도 않는 아리였지만, 아리의 잘빠진 몸매에도 너무도 부드러운 감촉에 놀라며
침대로 옮기던 민기는 자신도 모르게 아리의 살에 파묻히도록 꽉 움켜 잡아버렸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본다.


난생 처음 경건한 마음을 느끼게 된 민기다. 즐비하게 늘어선 칸막이들에 사람이었다고 불리기엔 너무나 작은 흰색 항아리를 마주하게 된 민기는 옛날의 작은엄마를 떠올려 본다. 역시 매치가 되지 않는 항아리의 모습에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목숨이란 게 누구보다도 허무하게 느끼며 자신도 언젠가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 거라는 막연하지만은 않은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민기였기에 이 공간만큼은 숙연해지는 곳이 없었다.


" 엄마... 나 시험 잘 봤어.... 봤지?" 

" .."

" 그때 말 못했는데.. 전공 바꾸려고...... 걱정 마.. 내가 앞가림 하나는 똑부러지게 하잖수....응?? 이 남자?? 아..는 오빠..
 그때 기억 안나? 엄마한테 몹쓸 짓 하는 놈들 멋지게 혼내 줬잖아...응... 나 몸에 상처 난 것도 이 오빠 때문이긴 하지..."


말을 하다 말고 옆의 민기를 귀엽게 흘겨보곤 이내 다시 엄마와 대화하듯 말을 이어가는 아리였다. 


" 큭큭....몰라....그냥 얹혀살고 있는데..... 자꾸 놀리 내..............괜찮아... 나중에 엄마가 혼내주면 되지 뭐......난..
 괜찮으니까 엄만 그 곳에서 또 아프지 말고.....씁!~"
 


말을 하던 아리가 고개를 젖히며 눈물을 민기 몰래 훔친다. 정말로 엄마와 대화를 하는 듯 보였기에 민기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둘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게 되었다. 그런 모습에 창피함을 느꼈는지 눈물을 몰래 훔친 아리가 결국
유리문을 닫으며 작별 인사를 한다.


" 나 갈께.. 또 주책없이 눈물 나려고 한다....헤헤.. 엄마 또 올께.. 여기 사람들 많으니까 쓸쓸하진 않겠네.. 그니까..
 좋아하는 수다 떨면서 나 기다려.. 알았지?!.."
 

" ...."

" 가요.."

" 얘기 끝났어?"

" 치~.. 죽은 사람하고 무슨 얘길 해..."

" ......."

" 배고프다... 괜히 밥 먹자는 거 먼저 왔나 봐요.."

" 뭐 먹을래?"

" 음~~.... 자장면?"

" 짜장??"

" 갑자기 뭔 짜장이냐..."

" ...그냥요.. 원래 그러잖아요.... 시험보고 그날 저녁은 자장면 먹었다고...."

" 참나.. 요즘 세상에 누가 그래?"

" 울 아빠가요."

" ......"

" 옛날엔 자장면이 고급 요리였데요.. 졸업식이나.. 시험 잘 보면 상으로 자장면 사줬다고...나 시험 보면 갈비 사줬는데...
 정작 아빤 자장면이 최고였다는 게...."


" ..그러고 보니까.. 작은아................"

" 응?? 뭐라고 했어요?"

" 아니.. 아버님은 어디 계시냐고...."

" 아빠요?.. 엄마가 강에 뿌려 드렸어요.."

" ...뭐?"

" 아마... 그 아저씨 때문에 서둘러 뿌려드린 거 같아요....."

" 에휴...그 새낀...."

" 또!~~ 욕하지 말라니까!"

" ....짜장 먹으러 가자.. 여기 어딘가 분면 수타 짜장 하는 곳 있을거야."

" 와~.. 수타 소리 들으니까 더 배고파진다..."


역시나 게 눈 감추듯 자장면 한 그릇을 비운 아리였고, 드라이브를 가장한 데이트에 아리는 신이 나 연신 창문을 열고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약간은 돌아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그런 아리의 모습에 조용히 숨은 미소를 지으며 무심한 듯 운전만
하던 민기였고, 우선 흥신소 쪽으로 향해 엘르 앞에 차를 세워 주차를 한다. 아직 흥신소에서 일한다는 걸 밝히지 않았었기에 차를 엘르에서 빌린 것으로 핑계를 된 민기의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엘르에 아리가 먼저 뛰어 들어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서둘러 전화를 해 짱깨에게 차를 맡기고는
천천히 엘르로 들어간다. 
교복차림에 파커만 입은 아리의 모습에 오랜만에 보는 교복이라며 남직원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등학생의 향기를 맡으러 코를 들이밀며 어처구니없는 실랑이를 벌였고, 그 모습을 내려오던 민기가 노려봄으로
바꿔 쳐다보자 하나둘씩 눈치를 살피며 아리에게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향한 아리는 주방 아줌마와 뭔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민기를 한동안 멀뚱히 서 있게 만들었다. 

엘르의 사장은 그 일이 있은 후 잠시 잠수중이다. 당연히 민기의 지시였고, 엘르의 사장을 몇 번이나 찾아온 김검사놈도 결국 연락 두절된 고만파의 똘마니들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선 연락도 없어졌기에 조만간 엘르 사장이 돌아올 거라는 말을 수지에게 전하는 민기였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던 아리가 민기에게 다가와 이제는 집으로 가자고 얘길 한다.


" 뭔... 할 얘기가 그리 많냐?" 

" 큭큭.. 아줌마가 절 얼마나 아껴주셨는데요.. 지금 어디서 지내냐고.. 시험은 잘 봤냐고..
 하여튼 이것저것 다 물어보시느라 정신없었어요."


" .....어디서 지낸다고.. 말했어?"

" 오빠 집이요."

" ....뭐라고 안하셔?"

" 예?? 왜요?"

" 아니... 다 큰 처녀가.. 나랑 지낸다고 했는데.. 그냥 보내주냐고.."

" 와!~~ 이젠 또 다 큰 처녀에요?"

" ......"

" 맨날 쪼매나다고 해놓곤.. 이럴 땐 타 큰 처녀래.."

" 에휴.. 말을 말자... 뭔 여자가 꼬투릴 그렇게 잡냐.."

" 풋큭큭....오빤 나한테 안 된다니까!"

" 그래?? 누가 방에 들어와서 오줌이나...."

" 오빠!!!!"

" 깜짝이야..."

" ...다시 한 번만 더 그 얘기 꺼내 봐요!! 진짜!!"

" 진짜 뭐??"

" 씨~~.."

" 크크.. 하여튼 넌 나중에 더 커서 술 다시 배워.. 아무대서나 오줌 싸는 버릇 생기면.. 그러다가 큰일 나!!"

" 피~..그래도 오빤 걱정 없데요.. 아줌마가 오빠만큼 믿을 남자 없다고.. 대신 맛나는거 많이 사달라고 하래요..
 저 먹보란 거 아줌마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잖아요..헤헤헤헤"


" 잘났다... 근데 그 많은 게 진짜 다 어디로 가냐....역시 가슴이 큰 이유가 있다니까...
 생각 없이 그렇게 집어넣으니 다 어디로 가겠어.. 다 이유......"

" ...씨!!!!!!!!!!"

" ........실수다.... 지금은 실수였다."

" 흠~... 근데... 지금 내 가슴 훔쳐본 거 인정한 거죠?!"

" 떽!!!!!! 어디 볼게 없어서.."

" .....흠~~."

" 진짜 안 봤다고!!"

" ....흐음~~~~"

" 믿지 말던가.. 내 참....에휴~"

" 흐으음~~~~~"

" 야!! 그만해라!!"

" 풋...큭큭.. 아!~~ 먹는 얘기 했더니 또 배고파...."

" ...뱃속에 거지가 몇 명이 들은 거야...."

" 피~.. 한창 클 나이 아니겠어요!! 이럴 때 잘 먹어줘야 나중에 골다공증도 안온다고 했다고요."

" 뭔 소리야....남은 다이어트 힘들게 하는 마당에..."

" 음~~.. 오빠..나 편의점에서 만두 좀 사줌 안 돼요?"

" ..네가 사라.. 왜 나한테 그러냐?"

" ..."

" 돈 줄께 사와.. 담배피고 있을 테니까.."

" 저기 들어가기 그래서 그래요....."


걸으며 수다를 떨던 둘은 어느새 고시원 앞 편의점에서 발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아리가 조심스럽게 가리킨 손가락 끝의
편의점의 알바 생을 생각해 낸 민기는 그 이유를 기억해 낸다. 아리에게 고백을 했던 그 청년이 일하는 편의점을 들어가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피식 웃고는 알았다는 듯 손을 들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리가 그 모습을 보고는 먼저 걸어 나가
고시원 뒤편의 골목에 몸을 숨기며 민기를 기다리게 된다.
 


이왕 편의점에 들른 민기는 만두 외에도 군것질 거리를 몇 가지 더 사서 계산대 앞에 섰는데 그 알바생이 아닌 다른 남자가
계산대를 지키고 서 있었기에 또 한 번 피식하고 웃게 된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상처받을까봐 피했을 아리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나온 민기는 아리가 몸을 숨긴 골목 쪽으로 걸어가며 아리를 골려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고
왜 지레짐작을 했냐고 따질 것인지 아니면 편의점 알바가 널 많이 그리워한다며 골려줄것인지 생각에 열중하며 골목으로
향하는데, 골목 입구에 있을 아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민기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었고, 골목 깊숙한 안쪽에서
두 명의 남자와 아리의 것이 분명해 보이는 파커 입은 여자가 등을 기대고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 이 오빠들이 재밌게 해준다니까!.." 

" 이..이거 놔요!!.. 소리 지를 거예요!"

" 어허~~ 교복 입은 학생이 이시간에 유흥가를 돌아다니면 뻔 한 거 아니냐고~~ 응?!! 좋은 말로 할 때 같이 가자.."

" ....오..오빠!!!"

" 오빠??? 엥.. 저건 웬 논팽이냐.."


걸어 들어오는 민기를 소리치며 아리가 불렀고, 일순간 고개를 돌려 민기를 확인한 남자 둘의 모습으로 민기는 기껏 해봐야 스무 살도 안돼 보이는 앳된 얼굴을 확인하곤 피식 또 한 번 웃게 된다. 두 남자가 민기의 등장에 경계하는 틈을 타고 아리가 쏜살같이 민기에게 달려가는데, 그중 한 남자가 아리의 머리채를 움켜잡았기에 넘어질 뻔했다.


" 뭐냐? 너 원조 하냐?  그럼 진작 말을 하던가... 저런 삐쩍 꼬른 새끼보다 우리가 더 재미있게 해 줄게.. 보장한다니까!!" 

" 이..이거 놔요!"

" 어허~~"


" 큭큭큭... 내가 미쳐요..."

" 오..오빠!! 뭐해요!!"

" 참나.. 넌 맨날 날파리들이 왜 이렇게 많이 꼬이냐..."

" ..씨!!~"


" 무..뭐? 날파리??"

" 저게 지금 울한테 한 소리 맞지?"

" 저 씹새가!! 야!! 다치기 전에 꺼저라..확!!!!"

" 아자씨.. 이 새끼 성질 더러우니까.. 이 학생은 우리한테 양보하고 그냥 꺼져주세요.. 피보기 전에!!!"

" 크크.." 

" 웃어?!! 참나.. 야!! 이 새끼 영화 많이 봤나보네!!"

" 어쩜 그리 레퍼토리가 똑같냐.. 너희 양아치들은.."

" 야..양아치?!!! 아자씨.. 진짜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꺼져주시는게 몸 성하게 오래 산다는 거 모르소?"

" ....아따.. 고놈 말도 귀엽게 하네.."

" 이 새끼가!! 왜 반말인데!!"

" 아리야.. 아무리 봐도.. 너보다 어린 거 같은데....왜 너한테 자신들이 오빠라고 하냐?" 

" 모..몰라요!!..아프다고요!!"


어느새 민기가 팔을 뻗어 닿을 정도로 바짝 두 남자 앞에 다가섰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봉지를 들고 있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가오는 민기의 행동에 두 남자는 조금씩 눈치를 살피게 된다.


" 야!! 너네 이제 큰일 났어!! 울 오빠 깡패야!! 깡패!! 조폭!!! 너네 혼나기 전에 이거 빨랑 놔라!!" 

" ..깡패?? 이 삐쩍 꼬른 새끼가?? 참나.. 한주먹거리도 안되게 생긴 새끼가.. 야!! 뻥을 갈려면 좀 그럴싸하게 까던가.."

" 이거 왜 이래!! 울 오빠가 깡패......맞다...그만 뒀지?"

" ...."


" ........."

" 오빠 깡패 그만 뒀지만......" 

" 크크크.. 내가 미쳐요.. 아리야.. 넌 무슨..."

" 씨!! 그래도 쌈하나는....잘 할 걸....요..."

" ..."

" 뭐라는데?!!" 

" 매..맨날 얻어터지기는 하는데.. 17대 1로 싸웠다고... 오빠네 아빠가.."


" 뭔 소리야.... 구라를 칠라면 제대로 치던가... 야 씹새야.. 안되겠다.. 너 지갑 꺼내 봐...
 그냥 보내줄려고 했는데 자선 좀 하고 모텔비나 좀 보태...."


'퍽~~'

"욱!~~~" 


손을 올려 민기의 멱살을 잡으려던 한명이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지며 주저앉는다. 


" 아!.. 미안.. 이게 버릇이 되서.. 누가 손을 뻗으면 선빵부터 날리는 버릇이.. 야!!..너 괜챦냐??" 


민기가 오히려 주저앉은 남자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며 때린 부위를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침을 흘리며 주저앉아 있는
친구의 모습에 아리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다른 남자가 아리를 내팽개치고는 뒷주머니에서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꺼내들더니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묘기 부리듯 휘두르기 시작한다. 연습을 많이 했는지 남자의 손에 들린 버터플라이 나이프는 이름
그대로 나비와 마찬가지로 날갯짓을 그리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더니 섬뜩하지만, 좀 짧은 칼날을 민기에게 향해 겨누며
당장이라도 찌를 듯 손을 뻗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그 모습에 엉뚱하게 박수를 친 민기의 행동에 칼에 놀란 아리가 주저앉은 채 이번엔 황당하다는 듯 민기를 바라보게 된다. 


" 야~ 너 연습 많이 했구나.." 

" 이..이 새꺄 덤벼!! 확 쑤셔 줄 테니까!! 더..덤벼 새꺄!!"

" ..에휴.. 영화가 어린것들 다 망쳐 놨다니까.... 개나 소나 칼부터 꺼내들고...."

" 뭔 말이 많아!! 내가 한두 번 찔러 봤는줄 알아!! 이 새꺄 배때기에 칼 한번 들어가 봐야 울면서 빌지!! 더..덤벼!!"


한숨을 길게 쉬며 민기가 발걸음을 옮긴다. 

옆이 아닌 정면으로 걸어다가오는 민기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냅다 칼을 들고 있던 손을 뻗어 민기의 품에 달려든 남자였다.


"꺅!!!!!" 

" ..."

" 깜짝이야.. 야! 너 때문에 더 놀라겠다.."

" 오..오빠??"


겨드랑이에 남자의 팔을 끼워 넣은 채 그대로 민기가 무릎을 굽히자 힘없이 칼을 들고 있던 남자도 주저앉게 되었고, 어깨의 고통에 오만상을 쓰며 칼을 땅에 떨어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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