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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게임 -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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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작성일 21-01-01 14:58 조회 62,1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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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과 서영은 처참함과 분노라는 감정을 잡시 접어두고 이제는 택시기사의 말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알 수 없고, 설령 듣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반드시 머릿속에 기억을 해둬야 했다.
분명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였다.


“먼저 사과부터 하지. 너무 오랜만이라 지나치게 흥분했나 봐. 격한 표현을 써버렸네 하하.” 

“그건 됐어요.” 

“하지만, 나에게 또 고마워해야 할 걸? 방금 전의 경험은 본 게임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조차 되지 않아. 미리 한 번 겪어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당신들은 경험을 쌓고, 난 욕심을 풀고...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나.”
 


택시기사의 말은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민혁과 서영은 방금 전 울화통이 터지듯 한 경험을 했지만, 역으로 보면
단지 택시기사의 욕정만 풀어 준 것은 아니었다.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에서는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 몰랐다. 차라리
방금 전처럼 한 번이라도 겪어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각오는 되었다고 하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본 게임에
들어갔을 때, 과연 침착하게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였다.
 


“... 됐고 본론이나 이야기 해.” 


뒷자리에 앉아있던 민혁이 창 밖 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택시기사에게 말을 했다. 


“남편은 전혀 감정을 숨기지 못하니, 차라리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그럴 수는 없어요.” 

“저렇게 감정을 제 맘대로 표현해야 게임에 이길 수는 있겠어? 거의 초반 탈락감인데... 크.” 

“... 무슨 게임이 나올지 알고 계신건가요?” 

“훗. 다시 말하지만 나도 무슨 게임이 진행될지는 몰라... 그런데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정말 게임에 꼭 참여를
 해야 하나? 얼마의 빚이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내 생각에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게 최악의 삶을 피하는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한 택시기사의 만류, 서영은 그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었다. 왜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에 참여하지 않도록
권유하는 지를 알수가 없었다.
 


“설마...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아니야. 그들은 약속을 지켜. 약속을 지키기 때문에 당신들이 겪는 현재의 삶보다 더욱 최악의 삶도 나올 수 있다는 거야.
 물론, 당신들은 장밋빛 미래만 보고 왔겠지만... 하하.”
 

“지금보다 최악인 삶을 생각도 할 수 없어요. 이대로 돌아가더라도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요. 죽는 길 밖 엔..” 


서영이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택시기사에게 말을 했다. 그것을 듣는 민혁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다시 느껴야만 했다. 


“뭐... 그건 당신들 선택이니까. 그런데 미리 말하지만 방금 전의 내 권유가 최고의 조언일 거야.” 

“......” 

“먼저 고속버스에서 당신들이 택시를 탔을 때를 생각해라고...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챘어야 해. 택시 승강장에 단 한 대의
 택시가 있는 게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지만, 아까 말했듯이 다 컴퍼니의 통제야. 그리고 지금까지 내 말투 이상하지 않아?”
 

“말투...요?” 

“여긴 강원도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강원도 택시기사는 어떤 말투를 쓰게 될까?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강원도에 왔는데 그쪽 택시기사가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게 이해가 되나?”
 

“앗.” 

“어험.” 


택시기사의 말을 듣고 민혁과 서영은 동시에 뒤통수로 망치를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강원도 택시기사가 표준어를 쓴다는
것 자체를 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특유의 괴리감마저 느끼지 못했다.
 


“관찰력... 당신들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게임에 참여하는 대다수 부부들이 당신들 같겠지만...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있기에... 이런 관찰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부들은 좀 더 쉽게 게임에 임할 수 있겠지.”
 

“... 그렇군요.” 

“여기까지 오기에 머리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을 거야. 그러나 머리로 백 날 생각하고 고민을 하면 뭐 해? 본 게임에서는
 그보다 몸이 반응해야지. 눈으로 훔치고, 남보다 한 발 먼저 다가서고.. 입으로 유혹하고.. 그게 승패를 가를 텐데.. 크크.”
 


“게임을 어떻게 하는 것이죠?”

“게임 종류는 아까도 말했지만 몰라. 그리고 게임 방식은 아주 다양할 거야. 단체전도 있을 것이고... 일대일도 있을 수
 있으며... 그런데 꼭 탈락자가 생기는 게임만 있는 건 아니야.”


“무... 무슨 말이죠?” 

“일방적으로 게임은 경쟁이야. 승자가 있다면 패자가 있고... 그 패자는 탈락이 되겠지. 결국에는 우승자를 가려야 하니까...
 그러나 경쟁을 하면서 꼭 탈락자를 만들지 않는 게임도 컴퍼니에서 제안을 하지. 그게 무서운 점이고... 쉽게 말하자면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게임도 제안한 단 말이야. 그런데... 쉽지가 않아.”
 


“왜죠? 서로 협력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는 살아남았고, 왜 공산주의는 망했을까? 그것으로 대답을 하지.” 


택시기사의 말을 들으면서 민혁과 서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게임이라... 그게 무엇일까 매우 궁금했다.
 


“마저 이야기 하지. 게임은 몇 라운드로 진행될지 몰라. 오늘 단 하루에 끝나는 것도 아니지. 아마 지속적으로 컴퍼니에서
 연락이 갈 거야. 물론, 매 게임에서 살아남는다는 전제 아래... 각 게임에 들어가면 어떤 경우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으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있고, 어느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주어질 거야.”
 


“... 음.” 

“시간이 촉박하면 고민하지 마. 게임의 경우 몸으로 재빠르게 승부해야 해. 이미 전략은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지.” 

“그게 말이 되나요?” 

“그래서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당신들이 택시를 탔을 때, 내 말투를 이상하게 여겼으면 먼저 정체를 의심했을 것이고...   좀 더 똑똑해서 나를 컴퍼니 쪽에서 보낸 사람이라고 가정했다면 이런저런 상상도 해봤을 테지... 안 그래?” 


“... 그래요.” 

“시간이 촉박한 게임이라도 그 전에 기회는 있다는 말이야. 아주 짧은 시간 대비하는 자와 대비하지 못하는 자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또한 방금 전 언급했지만,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주는 게임도 있단 말이야. 그 때는 몸부터 움직이면 패배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지.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그동안 서로를 알아보라는 것인가요?” 

“그렇지. 상대방을 관찰하고 분석할 시간이란 말이야. 내가 한 가지 게임을 알려주지. 10명의 사람이 있고 이들은 가위바위보
 게임에 참여했어. 이들은 그 누구와도 가위바위보 게임을 10번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1점,
 지면 -1점일 때... 총 1시간의 게임 시간이 주어지고, 1시간이 지난 후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탈락한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할 거야?”
 


“그야 먼저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겠지. 가위바위보는 사람마다 습관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이거든. 짧은 시간에
 습관이 바뀌지는 않으니...”
 


침묵을 지키던 민혁이 먼저 대답을 했다. 


“저도 남편과 같은 생각이에요.”

“후훗.... 먼저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게임 패턴이 눈이 들어오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런
 관찰력은 승률을 높여주지. 그런데 정답은 아니야.”


“네? 그러면...” 

“이때의 승자는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은 사람이야.” 

“무슨 말이죠?” 

“내 말을 잘 기억해 봐. 이 게임에서 중요한 점은 마이너스 점수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야. 마이너스 점수는 탈락을 하지.
 그리고 나에게는 총 10번의 가위바위보게임에 참여 권리가 있어. 권리란 말이야. 의무가 아니야.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는 뜻이지. 안 그래? 그러면 남들 가위바위보 게임을 보면서 1시간을 보내도 내 점수는 0점이야. 0점은 마이너스 점수가
 아니지. 그러면 난 그 게임에서 위험을 전혀 감수하지 않고도 승리하게 되는 거야.”
 


“억지 아닌가요?”

“억지라니? 게임에서 ‘반드시 가위바위보를 해야 한다’ ‘점수가 플러스가 아니면 탈락한다’라는 규정이 있던가?” 

“그... 그건 아니죠. 그래도...” 

“그러면 난 게임에서 승리한 사람이 되지.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당신들의 경쟁자는 당신들 같은 부부가 전부가
 아니란 이야기야. 컴퍼니에 대해서도 집중을 해. 모든 게임을 그 컴퍼니가 제시하지만, 완벽한 게임만 있는 건 아니지.
 때로는 이런 허점으로 손쉽게 게임을 통과할 수도 있다는 거야.”
 


‘게임 룰에 대한 허점이라...’ 

민혁은 마음속으로 택시기사의 말을 되 뇌였다. 억지 같아 보이지만 택시기사의 말이 결코 틀린 것도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현재의 대한민국 법도 그러하지 않았던가. 자신 역시 사업을 하면서 법망을 조금 비틀어 편법을 쓴 경우도 종종 있었다.
편법이 옳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나, 회사 운영에서 불법을 행한 것도 아니였다.
 


“컴퍼니에서 초대장을 받았지? 그러면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 텐데...” 

“칩이요. 빨간 칩이 있었어요.” 

“그래? 우리 때는... 음.” 


택시기사는 말을 하다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설마... 게임이 참여한 적이 있었나요?” 


재빠르게 택시기사의 말실수를 잡아 낸 서영이 되물었다. 


“음... 젠장. 그래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 그럼 이겼나요? 이기신 건가요?” 


급한 마음에 서영이 연속해서 택시기사에게 물었고, 잠시 멈칫거리던 택시기사는 불쾌하다는 듯 거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 

“쩝... 내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건 말할 수 없지. 그런데 빨간 칩이라...” 

“내 빨간 칩이에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서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렇게 이번에는 빨간 칩이군... 그건 잊어버리면 결코 안 돼.” 

“우리가 생각해 봤는데... 카지노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하나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 빨간 칩은 게임에 참여하 수 있는 권리가 되고, 또 내 성적이 되기도 해. 모든 게임을 마치고
 살아남은 팀이 여럿이라면... 우승팀은 가려야 할 것 아니야. 이때, 그 칩 개수가 많으면 우승자가 될 수 있지.”
 


“... 네.” 

“그래서 그 칩은 반드시 지켜내야만 해. 만약 그 칩이 다 떨어지게 되면... 더 이상 게임에 참여할 수도 없을 거야...
 게임에 이겨도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
 


민혁과 서영은 게임에 이겨도 탈락하는 경우가 어떤 것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이겨도 탈락이라니... 아무쪼록 택시기사의
말대로 빨간 칩을 소중히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하게 가질 수 있었다.
 


“거 참...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는데... 시간이 다 됐군.” 


택시기사의 말을 듣고 서영과 민혁은 자동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약 3분의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컴퍼니는 게임에서 룰도 그렇지만,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자동 탈락이지. 이제 두 사람 가면을 쓰지 그래?” 


분명 아쉬웠다. 서영은 시간만 더 있었으면 게임 참여자였던 택시기사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묻고 싶었다. 시간이 없었다. 


“출발을 해볼까나” 


택시가 다시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고, 민혁과 서영은 가면을 써서 나름 정체를 숨긴 모습이 되었다. 


“저기 건물이 보이 는 구만... 내가 마지막으로 차선의 조언을 해주지. 최고의 조언은 아까 말했듯이 지금이라도 게임
 참여를 하지 않는 거지만...”
 

“무언가요?” 


이제 민혁과 서영의 눈에도 컴퍼니가 제안한 섹스게임의 참여지, XX리조트 실내스포츠 체육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택시는 쏜살같이 달려 점점 그 건물과 가까워졌고, 민혁과 서영이 거의 내릴 때 즘에 택시기사의 마지막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보니까 당신 부부는 사이가 너무 좋아. 그래서 그게 독이 될 거야. 세상 모든 부부가 사이가 좋은 건 아니거든. 따지고
 보면 혼인 신고서? 그거 한 장짜리 종이일 뿐이잖아? 그 누구라도 그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부부라고 될 수 있지? 설령
 원수라도 말이야.”
 

“.....” 

“돈이 급하고, 또 돈독이 오른 그들을 당신들처럼 사이좋은 부부가 감당해서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사이가 좋은 부부인지,
 그렇지 않은 지, 당신들은 구분할 수 있을까?
 


어느새 택시는 실내체육관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택시기사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있는 서영과 민혁은 차마 내릴 수가 없었다. 


“뭐해? 이제 내려야지... 크크.” 

“그래서요?” 


서영이 급하게 되물었고, 택시기사는 짧게 대답했다. 


“믿어야지... 믿는 수 밖 에 더 있어?” 


택시기사의 마지막 조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민혁과 서영이 택시에 내리는 순간 그들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여름의 날씨에 두 사람 모두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한 명은 남자였고, 다른
한명은 여자였다.


“각자 저희를 따라 오시죠.” 


검은 정장을 입고 나타난 정체모를 두 사람. 그들은 컴퍼니 쪽 사람이었다. 남자가 지시를 했고, 민혁과 서영은 서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각자의 안내자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거죠?” 

“질문은 금지입니다.” 


서영이 정체모를 여자에게 질문을 했지만, 들려오는 건 무미건조한 거부 반응이었다. 서영은 어쩔 수 없이 여자를 따라가면서
자신의 남편인 민혁이 가는 방향을 쳐다봤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실내스포츠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단지 서로의
입구가 다를 뿐... 민혁은 좌측으로 서영은 우측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건 뭘까?’ 

여자를 따라가는 서영의 왼손에는 작은 쪽지가 하나 접혀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 쪽지를 주먹을 꽉 쥐어서 보관 중이었다.
이 쪽지는 서영이 택시에서 내릴 때, 민혁 몰래 택시기사가 서영에게 넘겨주었다. 서영이 내리는 순간 쪽지를 건네주면서
택시기사는 윙크를 했고, 서영은 무슨 의미가 있을 듯 하여 그 쪽지의 정체를 알리지 않았다. 물론, 알릴 시간도 없었다.
 


“여기서 잠시 대기합니다.” 


실내체육과 우측 문으로 들어간 서영은 텅 빈 로비에서 여자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 여자는 그런 서영에게 잠시 대기할
것을 지시하며, 약 5미터 가량 앞에 있는 문을 열고 어디론가 들어갔다. 서영은 여자가 어디에 갔을지 궁금했지만, 그보다
쪽지가 우선이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재빨리 택시기사가 준 쪽지를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이 쪽지를 보고 있는 당신! 당신은 현재 두 가지 행운을 누리고 있는 거야.

이 쪽지를 지금까지 들키지 않고 읽고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고, 나에게 이 쪽지를 받았다는 것이 그 두 번째야. 

아마 이 쪽지를 읽고 있는 당신은 나에게서 어느 정도 컴퍼니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것이야.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은 남들
보다 한 발 앞서가는 것인데... 여기에 이 쪽지를 읽고 있다는 건 당신에게는 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야. 
컴퍼니 쪽 일을
몇 번 하기는 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정보를 흘리지 않았어. 그 이유는 두 가지였어. 첫째는 내가 정보를 흘릴 의무가 없었고,
둘째는 그들을 내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 
후훗.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믿고 있는 것일까?


이 쪽지를 남기는 나로서도 솔직히 장담은 힘들어. 그러나 한 번 믿어보고 싶군. 나야 믿어서 잃을 건 없으니.

내가 이 쪽지를 누구에게 줬을지 지금은 알 수 없겠지. 

남편일 수도 있고, 아내일 수도 있고... 뭐 상관없어. 그 누구라도 내가 일단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니까. 

더 이상 길게 적는 건 서로 무의미 하겠지? 당신이야 언제 들킬지 모르니...


자. 외워! 02) 233 XX18

게임에서 초반에 탈락해버리면 아무 의미 없는 짓이 되겠지만... 혹시나 게임 후반부까지 살아 남는다면... 여기서 후반부라는
대량 5-6팀이 남았을 때야... 나에게 연락을 줘.
 

물론, 모든 팀을 이길 자신이 있으면 연락하지 않아도 돼. 그러나 반드시 승부를 걸어야 하거나, 절대적으로 불리해서 탈락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때 나를 통해 ‘찬스’를 한 번 써 봐.
 

농담 아니야. 나에게는 당신을 역전시킬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내 이름은 ‘에이스’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점! 반드시 지시를 따라야 해! 

이 쪽지를 받은 사람이 남편인지, 아내인지 알 수 없으나, 죽어도 배우자에게 알리지 마. 

당신과 나만의 비밀이야. 

당신과 나만 아는 히든카드를 설령 배우자더라도 제 3자가 알게 되는 순간... 그 히든카드는 물거품이 돼.

그럼 행운을 빌겠어. 

ps.아직 게임 시작 전에 이 쪽지를 읽었다면 참 운이 좋았군. 자 이제 쪽지를 먹어버려!! 


서영은 순식간에 택시기사, 아니 에이스라고 자칭하는 남자가 몰래 준 쪽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읽는 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쪽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에이스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큰 기회를 준 것이었다.
 


‘거짓말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 우리에게 정말 히든카드가 하나 생긴 것일까?’ 

서영은 에이스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택시 안에서도 컴퍼니에 대한 정보를 흘린 것도 사실이었다. 


‘믿으라고 했으니...’ 

택시에서 내리기 바로 직전, 에이스가 한 차선의 조언을 떠올렸다. 그는 분명 믿으라고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 쪽지에 관한
내용이었던가? 확실한 것은 아니나, 서영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참... 시간이...’ 

컴퍼니 쪽 안내인 여자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서영은 쪽지에 쓰여 있던 전화번호를 몇 번 되 뇌여서 머릿속에
단단히 외웠다. 그리고 쪽지에 쓰여 진 지시대로 쪽지를 입 안으로 넣고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종이를 먹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서영으로서는 쉽지 않았으나,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빠르게 먹기 위해 노력했다.
 


“휴...” 


우여곡절 끝에 쪽지를 집어 삼킨 서영은 크게 숨을 내쉬었고, 그와 동시에 앞쪽 문이 열리면서 안내인 여자가 등장했다. 


“이리 오도록 합니다.” 


무미건조한 안내인 여자의 말을 듣고 서영은 약 5미터 앞에 있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너무 작지도, 그렇다고 너무 크지도 않은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공간에는 하나의 테이블과 몇 개의 의자가 가장 서영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공간을 둘러 본 서영의 눈에는 키와 체중을 동시에 재는 기계도 들어왔다.
 


“벗습니다.” 

“네?” 

“벗습니다!” 


안내인 여자는 서영에게 나체가 될 것을 요구했고, 서영은 잠시나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안내인
여자의 지시는 단호했다.
 


“여... 여기 서요?” 

“그러면 나가서 벗을까요?” 

“아... 아니에요.” 


일단 안내인 여자의 지시에 따라 서영은 그 자리에서 주뼛주뼛 옷을 벗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서영은 치마나 짧은 바지 대신 청바지를 입고 왔고, 윗옷은 분홍색 티셔츠였다.
 


“으음...” 


서영이 어색하게 옷을 하나씩 벗자, 조금씩 그녀의 나신이 드러났다. 나이에 비해 몸 관리가 잘되어 있는 서영은 타고난
피부까지 새하얘서 마치 20대의 파릇한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으음...” 


아무리 여자 앞이지만 타인 앞에서 홀로 옷을 벗는 것은 부끄럽고 어색한 일이었다. 쌌다. 


“가면도 벗어야 하나요?” 

“그건 벗지 않습니다.” 


서영은 가면은 그대로 두고 붉은색 계열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어버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는 자신의 가슴과 소중한 그곳을
가렸다.
 


“가릴 필요는 없고, 왼쪽에 기계 위로 올라가세요. 체중과 키를 재야 하니...” 

“... 네... 네.” 


서영이 나체 상태로 걸으며 기계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른 자세로 서기 시작하자, 그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교적 가슴이 크지는 않았지만, 볼륨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새하얀 피부 때문인 핑크빛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서영의 소중한 그곳은 정리를 한 것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었으나, 번잡하게 음모가 나 있지는 않았다.
 


“키가 165cm, 체중 54kg. 됐습니다.” 


서영의 키와 체중이 측정이 되자, 안내인 여자는 어떤 서류에 볼펜으로 그 내용을 적고 있었다. 서영도 그 모습을 봤지만,
무어라고 묻지는 않았다. 일단은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옷은... 잠시 후에 입습니다.” 

“네?” 


서영이 옷을 입으려고 하자, 안내인 여자는 그것을 제지했다. 


“그럼 언제 입어야 하나요?” 

“잠시... 소지품 검사를 하겠습니다.” 


소지품 검사를 한다는 안내인 여자의 말에 서영은 심장이 철렁거렸다. 에이스의 마지막 지시가 떠올랐다. 그가 말한 대로
쪽지를 먹어버리지 않았다면, 바로 들켰을 것 이였다.
 


“......” 


안내인 여자는 철저하게 옷 구석을 뒤졌다. 그러나 그 무엇도 나온 것은 없었다. 애초에 서영이 가지고 온 물건이 없었다. 


“됐나요?” 

“옷은 통과했습니다.” 

“그럼 입을게요.” 

“아직... 입을 벌리세요.” 

“네?” 

“입 벌리세요.” 


서영은 입을 크게 벌렸고, 안내인 여자가 다가와 입안 내부를 검사했다. 그러나 역시 나올 건 없었다. 


“됐습니다. 이제 뒤로 돌아 상체를 숙이세요.” 

“상체를 숙... 여요?” 

“항문을 검사하겠습니다.” 


안내인 여자의 지시를 따를 수 밖 에 없었지만, 서영은 마음이 수치심으로 가득했다. 서영이 뒤를 돌아 상체를 숙이자,
안내인 여자는 서영의 뽀얀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은 후 벌렸다. 역시나 나올 건 없었다.
 


“됐습니다.” 


안내인 여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영은 옷을 입었다. 참고 또 참았지만, 서영의 표정이 굳어 있는 건 안내인 여자의 눈에도
충분히 들어왔다. 그러나 안내인 여자는 임무에 충실할 뿐, 서영이 어떤 표정을 짓든 상관 안하는 눈치였다.
 


“이 테이블 위에 설문지가 있습니다. 30분 이내에 작성하면 됩니다. 의자에 앉도록 합니다.” 


서영이 옷을 다 입자 안내인 여자는 서영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다. 이번에는 설문지라니, 서영은 컴퍼니라는 곳에서 별
것을 다 시킨다고 생각했다.
 


“볼펜으로 체크하면 되나요?” 

“그렇습니다.” 


의자에 앉은 서영은 테이블에 있는 설문지를 훑어보았다. 대략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대답하기에는 낯 뜨거운 질문들이
가득했다.
 


“먼저 이름과 나이라...” 


서영은 설문지 앞에 자신의 이름인 ‘김서영’과 나이 ‘40세’라는 글자를 또박 써내려갔다. 그리고 설문지를 읽기 시작했다. 


1.당신은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합니까? Y N

2.예쁘다면 상위 몇 %라고 생각합니까? 


...생략... 


10.당신은 섹스를 좋아합니까? Y N

11.섹스를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합니까? 

12.배우자의 다른 사람과 결혼 중에 섹스를 한 적이 있습니까? Y N 


...생략... 


23.강간이나 성추행 혹은 성희롱을 당한 적 있습니까? Y N 

24.경험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땠습니까? 

25.혹 강간을 꿈 꿔 본적은 없습니까? Y N 


...생략... 


54.당신이 좋아하는 섹스 방법은? 


...생략... 


65.당신이 좋아하는 섹스 체위는? 


...생략.. 


약 100 여 가지의 낯 뜨거운 질문에 답하는 서영은 볼펜을 놀리는 손이 매우 괴로웠다. 그러나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차분히 설문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민혁이 서영과 잠시 헤어진 후, 실내스포츠 강당에 나오기 전까지 생각했던 건 택시기사의 마지막 조언이었다. 신체검사고
설문지고 그에게는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도대체 믿으라는 말은 무슨 뜻인 걸까?
 


‘믿으라는 말은 뭘까? 아내를 믿어라, 남편을 믿어라, 부부는 믿어야 한다.’ 

민혁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다. 부부끼리는 당연히 믿어야 했다. 민혁 자신도 아내 서영을 자신의 목숨처럼 믿지 않던가. 


‘부부는 피로서 이어진 게 아니라, 신뢰를 통해 이어졌다고 하던데... 아 씨발 당연히 믿는 건데... 그가 말한 것이 그 뜻인가.
당연한거잖아. 당연할 걸... 무슨 조언이라고... 개새끼가... 아...’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이었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민혁은 실내스포츠 강당에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강당에 들어선 순간
그 고민은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뭐... 뭐지.” 


강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쓴 채로 서 있었다. 자신이 강당에 나오자 역시 검은 정장을 입은 컴퍼니 쪽 사람이
한쪽에 자리를 지정해줬고, 민혁은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나온 나를 다 쳐다보는 군...’ 


강당 주위로 약 열 명의 컴퍼니 쪽 사람들이 서 있었고, 중앙에는 각 지정된 자리마다 2명씩 가면을 쓴 부부가 서 있었다.
그들 부부는 방금 전에 등장한 민혁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이내 곧 관심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민혁은 자연스레 그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총 19쌍이네... 우리까지 하면... 20쌍...’ 


컴퍼니에 초대 된 사람이 총 20쌍의 부부임을 확인한 민혁이었다. 그리고 이때 다시 한 번 강당의 부부들이 민혁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혁에게 다가오는 서영이었다. 어느새 강당으로 나온 서영이 민혁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먼저 왔네.” 

“나도 방금 왔어.” 


강당이 울렸기 때문에 조심스레 대화를 민혁과 서영이었다. 서영 역시 민혁 옆에 서서 강당 주위를 둘러봤다. 


“우리까지 총 20쌍이야.” 

“생각보다 적네.” 

“그래? 얼마나 생각했는데...” 

“난 한 100쌍 중 되는 줄 알았지.” 


서영은 생각보다 참여 인원이 적다고 생각했다. 20대 1이라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아~ 아~ 들리십니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 순간 모든 가면을 쓴 부부들이 그 목소리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당 앞에
대형 스크린에 무언가 화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에 스크린이 있었나.” 

“나도 못 봤는데... 젠장.” 


민혁과 서영이 서로 관찰력이 떨어짐을 탓하고 있을 때, 대형 스크린에는 뜬금없는 모습이 하나 잡혀 있었다. 


“저건 무슨 닭 대가리야.” 


민혁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 자. 이제 제가 보이시죠? 


놀랍게도 스크린에 나타난 닭대가리, 아니 닭 머리 모양의 인형을 뒤집은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닭 머리 모양의 인형을
쓴 사람은 어울리지 않게 음성만은 부드러웠다.
 


- 잘 나오나 보네요. 일단 인사부터 해야겠지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섹스게임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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