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게임 -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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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작성일 21-01-13 09:51 조회 55,159 댓글 0본문
형진과 지혜가 대형 스크린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두 사람은 스크린을 통해 치킨 박에게 두 손이 닳아지도록 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영호와 효진이 승자의 여유를 느끼며 지켜보고 있었다.
“제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싹싹 빌게요. 한 번 만... 한 번 만 더 기회를...”
형진과 지혜는 32살의 동갑내기 부부였다. 자유를 좋아하는 젊은 부부였다. 한때는 독신을 고집하던 그들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결혼이라는 제도를 피할 수는 없었다. 결혼을 하였지만 형진과 지혜는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며 살았고, 여타의 다른
부부와는 다리 아주 작은 갈등조차 없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했다.
그런데 가끔은 지나친 자유가 책임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형진과 지혜의 삶이 그러했다. 결혼을 했다면
분명 책임을 져야 할 행동들이 있었는데, 이 두 부부는 그러하지 못했다. 결국 결혼 1년 만에 남은 건 ‘빚’과 그 빚을 막기
위한 ‘사채의 선택’이었다.
빚에 시달리는 형진과 지혜에게 컴퍼니의 섹스 게임에 대한 초대는 아주 흥미로웠다. 섹스도 자유가 아니던가. 사랑하는
감정은 진심이었지만, 그렇다고 서로의 몸까지 구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형진과 지혜는 흔쾌히 섹스
게임에 참여를 했다. 우승까지는 모르겠지만, 3, 4라운드만 돌파한다면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형진과 지혜의 2라운드 상대는 영호와 효진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들 네 명은 전부 동갑내기였다. 비록 경쟁 상대였지만,
두 쌍의 부부는 첫 대면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경쟁자보다는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다.
2라운드 게임에 대한 치킨 박의 설명이 이어졌고, 지혜는 머릿속에 하나의 계획이 그려졌다. 1라운드에 자신이 보았던 모든
참여자가 임무를 수행하여 2라운드에 진출했듯이, 2라운드 역시 경쟁 상대와 조금만 사전 협의를 하면 3라운드로 동반 진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치킨 박의 설명이 끝난 후 지혜는 자신의 계획을 남편인 형진에게 들려주었고, 형진 역시 흔쾌히
지혜의 계획에 동의를 했다.
승부조작을 통한 3게임을 1승 1무 1패로 만드는 계획.
지혜가 생각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두 쌍의 부부는 무탈 없이 3라운드에 진출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형진과 지혜는 자신들의
계획을 영호와 효진 부부에게 제안을 하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형진과 지혜는 영호와 효진 부부에게 자신들이
생각했던 계획을 먼저 제안을 받았다. 2라운드 게임에 대해 네 사람의 생각이 일치한 것이었다.
결코 긴장감이라는 없는 유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더구나 두 쌍의 부부가 서로 같은 생각을 했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2라운드는 아주 손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신을 당하기 전까지는... 계획대로 2라운드 첫 번째 게임에서는 형진과 지혜가 일부러 져주었다. 영호와 효진이 1승을
먼저 갖고 시작했는데, 두 번째 게임에서는 계획대로라면 형진과 지혜가 이겨야 했다. 그러나 영호와 효진이 돌변했다.
쉽게 게임을 내주지 않았고, 결국 처절한 승부 끝에 멘탈이 무너진 형진과 지혜가 패배를 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게임, 이 게임에서 형진과 지혜가 패하면 루저가 되었다. 필사적으로 이겨야 했던 그들이었지만, 한 번
무너진 멘탈은 좀처럼 수습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째 게임보다 더욱 손쉽게 영호와 효진이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결과는 영호와 효진이 3승, 형진과 지혜는 3패로 루저 확정. 충격이 심했던 형진과 지혜는 영호와 효진에게 왜 배신을 했냐며
따질 기운조차 없었다.
- 저희 컴퍼니 입장에서도 참 안타깝습니다만... 박형진님, 윤지혜님 부부는 3전 3패로 2라운드에서 탈락하셨습니다. 게임
규정 상 루저가 확정이 되었군요. 하하하. 웃을 일이 아닌데... 습관적으로 웃음이 나오니,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제발....”
“부탁... 드립니다.”
형진과 지혜가 여전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다. 그러나 치킨 박은 전혀 봐줄 생각이 없었다.
- 3번의 기회 중에서 단 1승만 거두면 됐는데... 한 번의 기회를 더 달라? 이건 있을 수 없습니다. 공정성이 결여가 되지요.
박형진님과 윤지혜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이 시간부로 저희 컴퍼니에서 두 분의 신체를 인수하도록 하지요.
작별 인사라도 하시는 게...
“아... 안 돼요.”
“아... 제발요.”
형진과 지혜의 모습은 처절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영호와 효진은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일말의 동정을 떠나서 배신을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듯 했다.
“하하하. 병신들.”
“찌질 하게 뭐하는 거야. 쿨 하게 루저 하면 되지.”
영호와 효진이 조롱을 하고 있었지만, 형진과 지혜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오호지 치킨 박이 생각을 바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 인사를 안 하시는 건가요?
“아... 제발... 제발... 제발.... 제가 이렇게 머리라도 박겠습니다.”
형진이 바닥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쿵 하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혜도 따라했다.
그러자 치킨 박이 주위의 컴퍼니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 쯧쯧. 괜히 다쳐서는 안 되니... 우리 직원 분들 뭐하시나?
치킨 박의 말이 끝나자, 컴퍼니 직원들이 여럿이 다가와 형진과 지혜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형진과 지혜가 서로 헤어질 수
없어서 발버둥을 쳤지만, 건장한 남직원들의 힘을 당해낼 수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놔! 놓은 말이야!”
“꺄아아악.”
컴퍼니 직원들에게 끌려가는 형진과 지혜가 비명을 지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더 이상 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형진과 지혜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때서야 영호가 치킨 박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이 있습니다만....”
- 차영호님 먼저 3승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 그런데 질문이 무엇인지요?
“음... 루저가 되면 어떻게 됩니까?”
- 저희 컴퍼니의 재산이 됩니다.
“재산이라면?”
- 하하하. 컴퍼니의 자산을 늘리기 위해 많은 좋은 일들을 하게 되지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실 수 없습니까?”
- 하하하하. 그렇게 궁금하시다면, 한 번 루저가 되어보는 건 어떠신지...
치킨 박의 뼈 있는 농담에 영호가 입을 다물었다. 잠시의 침묵이 이어졌고, 다시 치킨 박이 입을 열었다.
- 차영호님과 강효진님. 우승을 원하겠지요? 하하하.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모두 그것을 바라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효진이 대답을 했다.
- 섹스게임을 주최하는 사람으로서, 또 게임을 진행하는 사회자로서 이런 말을 하기는 부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 치킨 박은 두 분의 활약이 매우 기대가 된답니다. 하하하하.
치킨 박의 말은 칭찬이라면 칭찬이었다. 영호와 효진은 치킨 박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오자, 묘한 미소를 띠었다.
‘100 쌍의 부부를 관리하는 치킨 박의 입에서 저 말이 나왔다면... 우리가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뜻 같은데...’
확실히 치킨 박의 말에 영호와 효진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고작 2라운드가 끝났지만, 치킨 박은 100팀의 게임을 보면
두각을 나타내는 부부들을 눈여겨보고 생각해 두었을 것이었다.
“저희 부부가 우승 후보라도... 된다는 뜻입니까?”
- 하하하.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시는군요. 제 말 뜻은 알아서 해석하시고... 이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영호와 효진이 치킨 박의 말에 집중을 했다.
- 차영호님과 강효진님. 너무 잘생겼고, 너무 예쁩니다. 퍼펙트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 매력이 엄청난 장점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군요. 너무 예쁜 장미는 사람들 손에 반드시 꺾인다는 사실을...
대형 스크린에 네 사람이 치킨 박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팀은 언뜻 봐도 중년으로 보일만큼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부부였고,
한 팀은 반대로 미성년자로 보일만큼 아주 어린 부부였다. 섹스게임이 이뤄지는 장소가 아니라면 부모자식간이라고도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나이차가 심했다.
“아이... 신경질 나. 이런 병신이랑...”
“여... 여보. 좀 참아 봐요.”
“참게 생겼어요! 저 병신이랑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짜증났는데... 귀신은 뭐하나 몰라. 저런 병신 안 잡아가고...”
50살 전후로 보이는 여자가 치킨 박을 기다리며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외모는 드라마에 나오는 부잣집 사모님처럼
고급스럽고 기품이 있어 보였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저런 어린 애들 앞에서 나체 상태로 게임을 한 것도 짜증난데... 남자는 말도 못하는 병신이라니...”
나이 든 여자의 입에서 천박한 말이 계속 흘러나왔지만, 정작 기분이 나빠야 할 어린 부부들은 조용히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 어린 부부는 나이 든 여자의 행동에 상관없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기다릴 뿐이었다.
- 하하하. 왜 기다리셔서 죄송합니다.
대형 스크린에 치킨 박이 등장을 했고, 이때 나이든 여자가 다시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진행자 양반.”
- 네. 말씀하시죠. 김희자님. 하하하.
지금까지 천박한 말을 내뱉던 희자가 치킨 박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타이머가 똑같은 시간에 멈췄으면 비긴 거 아닌가?”
희자는 세 번째 게임을 비디오 판독을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타이머가 똑같은 시간에 멈췄다면, 그대로 무승부라고
생각했다. 이미 2승을 확보했기에 세 번째 게임에서 무승부를 거두더라도 희자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무승부가
되면 병신처럼 말도 못하는 상대를 탈락시킬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할 듯 했다.
- 하하하. 사실 이 번이 두 번째입니다.
“무슨 말?”
희자는 컴퍼니의 수장인 치킨 박에게조차 말을 높이지 않았다. 평소에 사회에서도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거의 하지 않는
습관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 앞서 열린 다른 조의 경기에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었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지요.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니까... 무승부인데...”
- 다시 설명 드리자면, 게임 규정은 먼저 발기를 시키는 쪽이 승리한다고 했지만, 남은 시간이 같으면 무승부라는 말은
없었지요. 하하하.
“그 말이나... 그 말이나...”
- 음... 원하시면 비디오 판독 영상도 보여드리겠습니다만... 우리 영상 팀이 100분의 1초까지 판독을 한 결과, 승패가
나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하하.
치킨 박의 말에 여태껏 초조하게 기다리던 어린 부부가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최소한 세 번째 게임은 무승부가 아니었다.
벌써 2패를 당했기 때문에 반드시 세 번째 게임에서는 승리가 필요한 어린 부부였다.
“귀찮게... 영상은 안 보여줘도 되는데... 그래서 누가 이겼어?”
희자가 다시 치킨 박에게 질문을 했다.
- 하하하. 지금 가장 초조하고 긴장하는 부부는 한명진님과 이수영님일 텐데요. 이 부부는 저희 섹스 게임 참가자 부부 중
가장 나이가 어리기도 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치킨 박이 입을 열기 시작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두 쌍의 부부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눈을 떼지 못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
희자가 뜸을 들이는 치킨 박에게 투덜거렸다. 그러나 치킨 박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 축하합니다. 조영철님과 김희자님 부부, 한명진님과 이수영님 부부. 동반 3라운드 진출입니다. 하하하.
치킨 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린 부부, 즉 명진과 수영은 서로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긴장감이 풀리면서
눈물샘을 자극시키고 있었고, 무엇보다 지옥에서 살아나왔기 때문이었다.
“쳇... 저런 병신에게 지다니...”
결과를 받아들인 희자가 한 마디 던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남편인 영철이 희자의 팔을 잡아 당기며 달래기 시작했다.
“이제 가요. 여보...”
“그래 갑시다. 말도 못하는 병신 옆에 있으니... 재수가 없는 것 같아...”
희자가 영철이 몸을 돌려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로 치킨 박의 말이 이어졌다.
- 조영철님, 김희자님. 하하하하. 칩이랑 차비도 꼭 받아 가시고... 다음에도 웃는 얼굴로 보길 바랍니다. 하하하.
영철과 희자가 사라지고 있었고, 남은 자리에는 민혁과 서영이 그랬던 것처럼 명진과 수영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을
뿐이었다.
어두운 방이었다.
그리고 그 방에는 넓은 탁자위에 셀 수 없을 정도의 파일 묶음과 더불어 서류가 놓여 있었다. 스탠드 등불 아래에서 탁자
위에 있는 서류를 만지작거리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컴퍼니의 사장인 치킨 박이었다.
“훗... 2라운드에서 25팀이 탈락이라... 재밌군.”
대형 스크린에서 보이던 모습과 달리 치킨 박은 닭 머리 모양의 탈을 벗은 상태로 2라운드 게임 결과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었다. 섹스 게임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들은 치킨 박의 정체를 알 수 없었으나, 탈을 벗은 그의 얼굴은 생각 외로 상당히
젊은 편이었다.
“2라운드 역시 전원이 3라운드 진출이 가능했고, 대부분은 서로 사전 조율을 통해서 승부를 조작하려 했으나... 결국 탈락한
쪽은 배신당하는 쪽이었으니... 후후. 사람들이란 결국 거기서 거기일 뿐이구나... 후후.”
게임을 진행하는 치킨 박은 참여자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두 지켜보았다. 직원들이 캠코더로 영상을
실시간으로 찍고 있었기에 무슨 대화를 나누든지, 치킨 박은 모두 알 수 있었다.
2라운드에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3라운드 동반 진출을 하기 위해 자신들의 경쟁자와 합의를 통해 승부조작을 하려고 했다. 치킨 박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전혀 그 부분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았다. 굳이 간섭을 하지 않아도 경쟁자들의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신을 하는 것, 그건 아주 당연하지. 1승에 칩 1개가 늘어나는데... 당장 눈앞에 1-2천 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포기할 사람은 없지... 후후. 지금 세상은 고작 푼돈만 쥐어줘도 사람을 죽여주는 세상인데...”
게임 종류와 방식 그리고 규칙만 정해놓고 참여자들에게 알리면, 나머지는 그 참여자들이 서로 배신을 하고 암투를 하며,
성적으로 유린을 하기도 했다. 치킨 박은 이것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판만 깔아주면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죽인다... 보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듯이, 관개 입장의 치킨 박은 현재의 섹스 게임이
너무나 행복한 유희거리였다.
“풋... 기대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3라운드를 준비해 볼까? 단체전이 좋을 것 같은데... 조를 한 번 나눠봐야겠군...”
남은 팀은 총 75팀, 치킨 박이 3라운드에 진출한 팀의 서류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각조의 인원을 똑같이 맞추기는 힘들 것 같은데... 뭐... 어쩔 수 없지...”
치킨 박이 한참동안이나 각 서류를 통해 참여 부부들의 조를 나누기 시작했다. 참여자들의 모습과 행동, 또 성격, 그리고
게임 진행 방식을 모두 봤던 치킨 박이기에 3라운드 게임이 재밌어질 수 있는 최상의 조합들을 찾으려고 했다.
“C조는... 차영호와 강효진 부부, 한명진과 이수영 부부, 조영철과 김희자 부부, 김민석과 황지민 부부, 김영수와 박은희
부부... 그리고...”
치킨 박이 세 번째 조인 C조의 참여자들을 정리해 가며 서류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최민혁과 김서영 부부... 이렇게 6팀이면 되겠군. 참 재밌을 것 같아. 하하하.”
“엄마아아아!”
연아가 방긋 웃으며 서영에게 달려들었다. 서영은 두 팔을 벌려 연아를 꼭 안아주었다. 연아의 체온이 느껴지자 서영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띠었다.
“이거 봐봐.”
서영의 품에서 떨어진 연아가 손에 감춘 무언가를 서영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뭘까? 우리 연아가 가져온 게...”
연아가 고사리 같은 손을 조금씩 펼치기 시작했고, 그녀의 작은 손 안에는 풀 하나가 있었다.
“엄마! 이거 뭘까요?”
연아가 환한 미소를 띠우며 서영에게 말을 했다. 서영은 연아가 가져온 풀보다는 그녀의 깜찍한 모습에 무한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글세... 연아가 가져온 것 클로버 아니야?”
연아가 가져온 풀은 서영이 보기에는 확실히 클로버였다.
“엄마! 반은 맞는데, 반은 틀렸어요.”
“응?”
“클로버는 맞는데... 자세히 봐!”
서영이 오른손 검지를 통해 연아가 가져온 클로버를 움직이며 관찰을 했다. 잎이 한 개, 두 개, 세 개, 그리고 네 개, 보기
드문 네잎 클로버였다.
“아하! 연아가 가져온 클로버 잎이 네 개구나. 네잎 클로버야.”
“응!”
연아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엄마! 네잎 클로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요?”
연아가 몸을 빌빌 몸을 꼬면서 서영에게 질문을 했다. 서영은 연아의 질문에 답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웃으며 되물었다.
“뭘까? 엄마는 모르겠는데...”
“헤헤. 네잎 클로버의 뜻은 행운이래.”
“행운?”
“응!”
“우리 연아는 행운이 무엇인지 알아?”
이번에는 서영이 연아에게 물었다. 서영의 질문에 연아는 자신의 작은 손가락을 이마에 대고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알았다!”
“뭘까?”
“좋은 거... 맞아! 좋은 거야.”
“좋은 거?”
“응.”
“호호호호.”
연아의 순수한 대답에 서영이 모처럼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엄마의 행복한 웃음을 보는 연아도 즐거워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래 맞아. 좋은 거야. 행운이란... 좋은 거야...”
“이거 선물!”
“엄마한테?”
“응! 엄머 가지세요.”
“고마워!”
연아가 서영에게 네잎 클로버를 건네주었다. 서영은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를 잠시 바라보더니, 연아를 다시 품에
끌어들여 안아주었다. ‘행운도 좋지만... 딸과 함께하는 것... 그게 행복인데... 우리는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연아를 안고
있는 서영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지금의 행복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섹스 게임에 참여한 이상, 아니
그 전에 사채업자에 손을 벌렸던 순간부터 행복한 삶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저... 기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 오네.”
“정말?”
연아가 서영의 품에서 벗어나 뒤를 돌았다. 민혁이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이 급한 연아가
민혁에게 달려갔고, 서영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섹스 게임 2라운드를 통과한 지, 어느덧 3일 째였다. 집에 돌아 온 후,
민혁과 서영은 서로 섹스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 세 번의 게임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수와
은희 부부에게 배신을 당했고, 또 성적으로 유린을 당하기도 했다.
민혁과 서영은 게임 중 상대 부부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직접 보지는 않았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상상은 되었다. 각자 자신들도 그 시간에 게임에 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말은 안했지만 서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고, 한편으로는 참고 인내해줘서 고마움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3일간의 민혁과 서영은 보통의 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컴퍼니 및 섹스 게임에 대한 대화만 나누지
않았을 뿐,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해왔고, 특히 7살 딸인 연아와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아무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딸이기에 그만큼 미안함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오늘은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날이 매우 덥기는 했지만, 세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주세요.”
어느새 민혁에게 다가간 연아가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민혁이 연아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넨 후, 오른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 차! 그런데 맛있어요.”
연아가 아이스크림을 앙증맞은 혀로 핥아 먹기 시작했다. 깜찍한 모습에 민혁이 잠시 웃음을 머금었지만, 이내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행히 연아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열중이라 이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음... 무슨 일 있어?”
두 부녀에게 다가온 서영이 말을 했다. 민혁이 눈짓으로 연아를 가리켰고, 서영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 연아. 저기 미끄럼틀 탈까?”
“응!”
연아가 활기차게 대답을 했다.
“먼저 가 있을까? 우리 연아? 혼자 탈 수 있지?”
“연아 혼자 탈 수 있어요!”
“엄마랑 아빠랑 연아 혼자 타는 것 보고 싶어서 그래. 조금 후에 갈게.”
“응!”
연아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우측으로 약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미끄럼틀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혁과
서영은 이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서영이 물었고, 민혁이 대답 대신 한 손을 뒤로 가져가 뒷주머니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들었다.
“..........”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임을 알아 본 서영이 잠시 말을 잊었다.
“3라운드가 시작 되나 봐.”
민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컴퍼니의 초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막상 그게 다시 현실로 다가오니 우울해진
민혁이었다.
“어떻게 초대장이...”
“몰라. 그냥 아이스크림을 샀을 뿐인데... 내 뒷주머니에 꽂혀 있던 걸. 주위를 둘러봐도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민혁의 말을 들으며 서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컴퍼니가 섹스 게임 참여자를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들을 감시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리 감시당하고 있던 거야? 아니, 지금도 누가 지켜보고 있는 거야?”
“그럴 수도...”
민혁이 대답을 흘렸다. 서영이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수상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네... 그보다 이번에는 어디야?”
“아직 안 봐서... 모르겠는데...”
민혁이 컴퍼니가 보낸 편지를 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영과 함께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놈의 행복한 가정을 기원한다는 말은... 쩝...”
초대장을 읽어 내려가는 민혁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컴퍼니의 섹스 게임으로 인해서 가정이 깨질까봐
불안해하며 살고 있는데, 행복한 가정을 기원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민혁이 생각하기에는 전혀 앞뒤가 안 맞았다.
“별 다른 내용은 없는데... 어? 이번에는 1박 2일인가 봐?”
3라운드를 위해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은 지난 두 번의 초대장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단지 이번 3라운드는
1박 2일로 꾸려지는 듯, 잠옷 및 간단한 세면도구를 챙겨 오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런 지옥 같은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니...”
7성급 호텔이라도 그곳에서 섹스 게임이 벌어지면 참여자들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이틀
동안 게임을 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민혁과 서영은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는 어디지?”
“잠시만... 어... 우리 집인데?”
“집이라니?”
섹스 게임 참여 장소가 집이라는 말에 서영이 놀라 민혁에게 되물었다.
“게임은 이틀 뒤에 시작 되는데... 준비물 챙기고... 집에 있으면 된대... 그러면 데리러 온다는데?”
“시간은? 시간에 대해서는 말이 없어?”
“오전... 3시야.”
섹스 게임 초대장을 다 읽은 민혁과 서영은 마음이 답답해졌다. 집에 있으면 알아서 찾아온다니, 도대체 무슨 게임을 하려는
것일까? 더구나 오전 3시라면, 남들 다 자고 있을 새벽이 아니던가.
“꼭두새벽부터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게...”
2라운드, 특히 세 번째 게임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던 민혁과 서영이었지만, 다시 3라운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
반갑지가 않았다. 차라리 게임이라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30억이라는 빚을 갚을 방법이 없었다.
“휴우...”
“후......”
민혁과 서영이 나란히 한숨을 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든, 답이 없었다. 겪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때문이다.
“한 가지만 약속하자.”
민혁이 서영을 보며 중얼거렸다.
“무얼?”
“다시는 속지 말자. 아니, 우리끼리 어떻게 해보자.”
민혁의 말을 듣고 서영은 영수와 은희를 떠올렸다.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렸던 경험이었기에 서영 역시 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만... 우리만 살아남으면 되는 거야.”
민혁이 다시 서영에게 말을 했고, 서영이 그 말을 들으며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연아를 쳐다보았다.
‘그래... 나도... 내 딸만... 내 딸만 신경 쓰자...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야.’ 민혁과 서영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연아가 두 사람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엄마! 아빠 이리 와요!”
이틀 뒤, 새벽 3시 경. 딸 연아를 이미 외할머니께 맡긴 민혁과 서영이 컴퍼니 지시대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철컥... 정확히 3시가 되자, 민혁이 일부러 잠가놓은 현관문이 거짓말처럼 열렸다. 서영이 뒤로 물러나며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고, 천천히 열린 현관문을 통해 몇 사람이 들어왔다.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의 컴퍼니 직원들... 그들 중에는 여자도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최민혁님, 그리고 김서영님.
그들 중 리더라고 보이는 자가 한발 앞서나와 민혁과 서영을 불렀다.
“우리는... 준비가 됐어요.”
서영이 대신 대답을 했고, 리더로 보이는 컴퍼니 직원이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준비가 되셨다면, 이 검은 두건을 쓰길 바랍니다.”
리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의 컴퍼니 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손에는 검은 두건이 들려 있었다.
“이걸... 지금 쓰라는 건가요? 꼭 이래야만...”
“두건을 쓰셔야 3라운드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민혁이 두건을 쓰는 것에 대해 거부하려고 했지만, 리더의 결정은 단호했다.
“안전은 저희 컴퍼니 직원에서 보장해드립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건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민혁과 서영도 두건을 쓰는 것에 대해 조금은 주저하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읽은 리더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말을 하자,
그때서야 민혁과 서영은 검은 두건을 쓰기 시작했다.
“모셔라.”
리더의 명령이 떨어지고, 컴퍼니 직원들이 두건을 쓴 민혁과 서영의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민혁과 서영은 앞이 보이지 않아
매우 답답했지만, 벗을 수도 없기에 차분히 컴퍼니 직원들의 유도에 따라 걸었다.
밖에는 창문조차 가려진 두 대의 승합차가 대기 중이었다. 컴퍼니 직원들은 두 대의 차에 민혁과 서영을 따로 태웠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두 대의 승합차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새벽 3시였기에 아무도 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은 3라운드 게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검은 두건 역시 벗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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