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난 남자 - 1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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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인도에서 만난 남자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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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187회 작성일 24-10-17 18:30

본문

비행기를 타는 것은 늘 지루하다. 대한항공이나 JAL을 탔더라면 늘씬한 미모의 스튜어디스를 구경하는 낙이라도 있었을 텐데
어이없이 AIR INDIA의 스튜어디스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 올씨다란 배신감만 든다. 미스월드 콘테스트 같은데 보면 인도대표
겁나게 이쁘지 않은가? 근데 왜 여기는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 들을 가져다 놓았다.
 

게다가 이런 INDIAN 들은 전혀 공중도덕이란 관념이 없는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말자 넓직히 몇게의 시트를 차지하고서
누워자는가 하면 기내를 운동장으로 착각하고 뛰어다니는 녀
석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시끄러운 소음들이다.
 

"아마... 이게 다른 노선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힌두식 공중 도덕인가 보지 뭐..........................."
 

포기하고 눈을 감는다. 눈을 감자말자 나른함이 AIR INDIA 마크가 찍혀 있는 모포속으로 퍼져 나간다.
 

" 끙... 일곱번은 좀 무리였지?... 십대도 아니고... 그런데... 막상... 이쁜이랑 한달이나 떨어져 있을려니... 마음이 좀 쓰려와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나저나 우리 이쁜이 밥은 챙겨 먹었나 모르겠네?..................................."
 

귀가 아파서 눈을 떴다.
 

"홍콩이군.............................................."
 

이 비행기는 홍콩을 경유해서 델리로 마지막으로 뭄바이로 운행한다. 홍콩이 목적이지 사람들이 내리고 나자 공항 시큐러티
직원들이 이런저런 장비들을 가지고 기내
를 검사하고 가방에 스티커를 붙이고 아주 분주하다. 잠이 어느정도 깨자 나는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 봤다. 어느새 휑하게 느껴지는 기내에는 몇몇
의 인도인과 한국인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지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시 홍콩에서 몇몇 사람이 탑승하고 비행기는 내 고막을 마구 괴롭히며 비행을 시작했다.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자리하고 앉아 있다. 창밖을 내다 보다 기내
로 눈을 돌린 나와 눈이 마주치친다.
 

"Hi !... Nice meet you......................................"
 

빌어먹을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중학교때 수없이 반복하던 문장이 튀어 나왔다. 이 인도인이 뭐라고 한다. 뭐
대충 자기도 반갑다는 뜻 아니겠어? 대학도 나왔을 뿐더러 나름대로 대기업에 근무하였다지만 언제 외국인이랑 이야기 해
봤겠어? 그것도 이상한 발음의 외국인과.
 

"Are you chiness?................................................"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그가 갑자기 질문한다. 내가 외국에 왔을때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을 한다. 아마 다음은 일본인이냐
아니면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겠지? 바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외국인은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었다.
 

"No... I"m Korean..................................................."
 

아주 서글픈 질문들을 피하기 위해서 재빨리 말을 끊어 대답한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이번엔 내가 무언가 질문을 해야 할
분위기다. 머리를 끄적이며 기내를 둘
러보다 능청스럽게 질문한다.
 

"Do you like drinking?.........................................."

"Oh... I love it... ba bra bra...................................."
 

첫문장의 반응으로선 좋아한다는 뜻일 것이다. 뭐 인생사 눈치로 때려 맞추는 것 아닌가. 내가 손가락으로 그 인도인 등 뒤를
가르키니 어느새 스튜어디스가 이동식 받침대를 밀고 다가오
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뭘 마실거냐고 물어본다.
 

" I want to dirnk two cup of wisky with coke"
 

단호하게 스튜어디스를 보고 대답한다. 비행기를 타면 주로 위스키를 마신다. 두세잔 먹고 자면 딱 좋기 때문이다. 맥주는
소변이 마려워서 숙면에 방해가 된다. 
이 인도 녀석은 그런 날 보더니 씽긋웃고는 위스키 두잔 물 한잔 스프라이트 한잔을
주문한다. 
참 잡다하게 시키는 놈이다.
 

델리 공항에 도착하고 느낀 첫 느낌은 영화에서나 보던 삭막하고 황량한 풍경의 공항이라는 것이었다. 군데 군데 늘어선 총을
메고 있는 군인들과 고압적인 자세의 관리들 그리고 지저분한 
잠을 자다 소란스런 분위기에 눈을 떠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사람들의 뒤 꽁무니를 쫓아서 입국 
수속을 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나를 보며 킥킥 거린다.
 

그제서야 비행기 안에서의 추태가 기억났다. 내 옆자리에 앉은 인도인과 같이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취기가 급격히
올라서 헤롱헤롱한 상태로 되지도 않는 영어로 그와 떠들고 신이난 그
와 난 계속 위스키를 시켜서 마셨다.
 

"We are the World" 에 버금가는 망언 "We are the Asian, we are friend" 등등을 소리 높여 외치다가 누군가와 강렬한 박치기
그리고 달콤한 키스? 이게 뭐다냐? 박치기와 키스에서 기
억이 가물가물 한걸? 당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구 붙잡고
기억 맞추기를 할 수도 없고 
웬지 이번 여행이 유쾌 할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의 비아냥 섞인 웃음 사이에서 수축된 난 우
이쁜이가 
몇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보고 싶어진다.
 

"안녕하세요... 다들 좋은 여행되기를 바랍니다............................................"
 

주위를 향해 손을 흔드며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타지에 가면 무턱대고 용감해지는 사람이 있다.
꼭 그게 내 꼴이다. 
우리 이쁜이가 남자는 어느장소에서나 기가 죽으면 안 된다고 했다. 상기된 얼굴을 당당히 쳐들고 입국
절차를 마치고 얼마간의 돈을 환전해서 카터를 몰고 나가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 여행사 내가 신청한 여행사의 피켓을 들고 한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가 다가가는 나를 보고 반가이 묻는다.
 

" 혹시... 서 인호 씨 입니까?.............................................. "

" 네..............................................................................."
 

그 남자는 나를 보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마지막 분이 도착 하셨으니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여러분의 배낭여행 가이드를 맡게된 김 성운 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편하게 K 라고 부릅니다... 피곤 하실 텐데 오래 말 하는 건 좋지 않을 듯 하고... 
먼저 숙소에 도착해서 방 배정을
 하고 난 다음 이후의 일정을 간단히 말씀 드릴겠습니다.............................................."
 

의외의 정중한 말투와 배려는 나를 놀라게 했다. 많지는 않지만 몇변의 여행중에 내가 느낀 바로 대부분의 가이드는 여행을
수월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 첫 만남에서 강한 임펙트를 주려고 질질 끄는 경우
가 많았고 말도 중언부언 비지니스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두워서 그의 얼굴이나 형체는 잘 보
이지 않았지만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빠하르간지... 16people. 1. 6"
 

그가 공항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니 버스를 잡고 흥정을 시작했다.
 

"아마... 환전을 아직 하지 않으신 분도 계실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지불을 하고... 여러분에게 나중에 받도로 하겠습니다...
 1인당 50루피 입니다........................................."
 

좁은 버스를 타고 시내를 달리다 보게된 세발 자동차 그리고 벽에 수백장씩 도배된 포스터는 이국적인 흥취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 앞에 앉은 배드민턴 라켓을 든 왠 인도인이 뭐라고 말을 걸어 왔지만 도저히 발음을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대화를 포기했다.
 

"Sorry.... I don"t... understand your pronounce......................................"
 

그렇게 대화를 포기하고 있는데 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스 운전사와 뭔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는데 케이의 목소리가
아주 저음으로 가다 가끔 아주 고압적으로 변했다.
 

"Ok... ok... i"m sorry......................................................."
 

케이가 우리를 보고 쾌활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준다. 버스 운전사가 다른 노선으로 가려고 해서 잠깐 다퉜다는. 그의 얼굴이
궁금해 졌다. 
버스에서 내리자 어두컴컴한 골목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여기는 뉴델리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지 입니다... 앞으로 이틀간 여기서 묵게 됩니다... 그리고... 인도 남자들은 아시아계
 여성 들에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며 성적인 충족감을 느낍니다... 만약 인도인들이 팔이나 다리를 만지면 단호 
가게 No 라고
 하시고 화를 내셔야 합니다... 인도인들은 아주 비 위생적이기 때문에 병이 옮을 수도 있습니다........................"
 

지리적인 설명과 짧은 주의를 주고 나서 앞장서서 숙소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HOTEL ****
 

"말만 호텔이지... 실제로 우리나라 모텔 수준인 게스트 하우스 입니다... 에어콘 이 설치되어 있는 방은 더블 600루피 트리플
 650루피 입니다... 굳이 에어콘이 없는 방을 쓰시겠다면... 좀더 싼 가경으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체력 
관리를
 위해서... 에어콘이 설치되어 있는 방을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기온이 40도를 넘거든요..............................."
 

숙소에 들어와서 밝은 곳에서 케이를 보자 감탄이 나왔다. 짧은 머리에 시원한 이만 짙은 눈썹 오똑한 코 고집스러운 입술
깊운 눈매는 180이 넘을 정도의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탄력적인 체구와 갈색으로 그을린 그의 살은 그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한 스물 여덟 혹은 아홉 많이 봐서 삼십. 녀석 참 시원하게 생겼다.
 

"문제는 방 배정 입니다... 더블과 트리플은 개인당 가격차가 꽤 납니다... 물론... 돌아가면서 방 배정을 해야 겠지만... 우선은
 개개인이 원하는 데로 최선을 다해 방 배정을 해 드리겠습니다................................."
 

공항에서 친해진 사람들 끼리 두세명씩 둘러 소근대고 있었다. 방 배정과 상관없이 케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들... 정하셨습니까?............................................"

"아뇨... 아직........................................................."
 

"다들 피곤하신데... 그럼 제가 임의로 정해 드리겠습니다... 부부로 오신 분들은 두분이서 더블을 쓰실 거죠?... 네... 그 다음
 삼십대 형님들은 트리플 쓰세요............................................"
 

나도 모르게 삼십대 트리오에 꼽혀 버렸다. 물론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과 같은 방을 쓰는건 이의 없다.
 

"군대가기 직전 휴학생 세명 트리플 쓰고... 삼십직전 반항기인 처녀들 트리플... 한명이 남네요... 누구죠?..............."
 

구석에서 혼자 있던 아가씨가 손을 든다. 낯이 익은 것 같은데.
 

" 뭐... 저랑... 더블 쓰죠... 이의 있습니까?......................................"

" 뭐... 괜찮아요.........................................................................."
 

의외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놀란건 나만이 아닌 듯 했다. 케이에 의해 삼십대 트리오로 규정되어 한 곳에 뭉쳐 있던 우리들은
일제히 그녀를 의문스럽게 쳐다 보았다. 싫으면 이 아저씨들이 구해 주겠노라고. 근데 왜?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 뭐... 별로... 엠티 가도 혼숙 하잖아요............................................."
 

그것 과는 다른것 같은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공대를 나온 나로서는 엠티란 선배들에 의한 극기훈련과 다름 아미었다.
뭐 요즘은 개방적이니까. 케이를 보니 그는 별 흑심 없다는 듯 선량한 눈빛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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