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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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를 찾아 물어물어 왔다는 아리의 말에 당연히 민이파 두목으로서의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라는 이유와 두려움에
고개를 숙인 채 어렵게 발걸음을 때어 사장이 있던 그 방으로 향하게 된다. 동민은 자신을 곰탱이에 늙은이 취급한 아리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자신의 몸뚱아리를 내려다보며 입을 벌린채 어버버하고 있었다.
곧 먼저 사라진 민기를 따라갔는데 이미 옷을 입고 있는 엘르사장에게 바로 앞에 앉아 협박투로 말을 걸고 있는 민기를
발견하곤 그대로 옆에 서 있게 되었다.
" 나.. 그 고딩년 안 건드렸어.. 봤지?!!"
" ....왜 여기서 일한다는 겁니까?"
" 으..응? 나..나야 모르지.."
" 그런데요? 이유도 모르고 덥석 취직을 시켜줬다?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 아니라니까.. 큰일 날 소리 하지 말라고.."
" ........"
여전히 노려보는 민기의 시선에 엘르 사장은 황급히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 진짜라니까!! 무슨 사연이 있어보여서.... 여기서 일하게 해달라고 하도 간절히 부탁을 하지 뭐던가....
솔직히 내 대갈통을 후리고 도망간 년인데.. 내가 쉽게 취직을 시켰겠냐고!!"
" ....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요.. 저 아이 건드리는 놈 있으면.. 제가 직접 나섭니다.."
" 무..뭐?"
" 사장님은 대충 알고 있는 걸로 아는데....제가 단순히 흥신소 사장이 아닌 걸 말입니다.."
" 그..그거야.... 가..갑자.."
우식의 집으로 향하는 민기의 발걸음이 무겁다.
" 접니다 형님..."
" 누구냐?"
" 기민입니다 형님.."
" 들어와."
오늘은 동민이가 민기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 빠졌기 때문에 승근이와 우식의 집을 찾게 된다.
사실 민기는 승근이를 데려오기 싫었지만 사무실에 남는 인원이 승근이와 짱개였기에 어쩔 수 없이 그중 그나마 말이 적은
승근이를 데려왔다. 사실 민이파의 사무실은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다. 대신 항상 휴대폰이 울리면 즉각 출동이라는
규율이 있을 뿐 그 외에는 최대한 개인 활동을 보장해주는 곳이 민이파였다. 그건 민이가 외로움을 너무도 많이 겪었기에
나름 사무실 가족에게 하는 민기만의 배려였다.
하지만 그 사무실 안에서도 항상 몇 명이 돌아가며 대기하는 서로간의 룰이 있는 듯 민기는 모른 채 이렇게 두세 명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다만 지금 이 쓸데없는 일에 호출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민기는 있는 사무실
직원 중 승근을 부르게 된다.
같이 쫓아온 승근의 이력도 평범하지만은 않다. 아니.. 민이파의 모든 인원이 다 그렇기에 어느 하나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인원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래도 속세에 때가 덜 묻은 승근이에게 이런 세상도 있다는 걸 자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데려오자는 생각을 한 민기였다.
윤철민을 대표로 하는 철민파 내부 열아홉 게의 분파 중에서도 넘버 투와 쓰리로 분간 짓기 힘들 정도의 세력을 가진 우식파와 고만파의 중간에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건 실상 그 작은 규모인지도 모른 채 난타전을 벌렸던 길상파
사건이었다. 민이파.. 그러니까 민기가 나서기 전까진 서로의 눈치를 보며 설마 양 세력의 스파이나 미끼일지 모른다는
두 파의 견제로 인해 그 실상도 모른 채 가족과도 같은 두 파가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서로를
헐뜯기 시작했고, 참다못한 철민이 민기를 시켜 이 사건의 발단인 나이트클럽 소유주인 고사장을 족쳐서 모든 것을 밝혀
낸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그 사실조차 조직 내에선 철민이 직접 단판을 지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넓은 잔디가 깔려 있는 마당을 지나 이층 호화주택으로 들어가게 된 민기와 승근은 먼저 두 명의 어깨들에게 간단히
몸수색을 받는다. 그 행동 자체가 승근의 성질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같은 가족인데도 이런 경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승근에겐 기분이 나쁜 것이다. 그리고 들어간 영화관과도 같은 방에는 우식을 기준으로 양 옆에 거의 전라의 여성들이
위치해 한명은 우식의 상반신에 기댄 채 그리고 다른 한명은 우식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어 누운 채 그들을 맞이했다.
승근은 이런 황홀한 관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럴 수밖엔 없었다. 24살인 승근에게 이 두 여자는 너무도 매력적이고
섹시한 모습으로 자신의 커다란 유방과 잘록한 허리.. 거기에 잘 빠진 허벅지와 종아리를 서슴없이 가리지도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기는 여자만은 챙겨줄줄 모르는 형님이었다.
그런 쪽으로는 아직도 재주는 여자가 있으면 그냥 먹는 식의 민기 패턴이었기에 대놓고 챙겨주기는 더 힘든 처지였다.
" 왔냐..."
" 예 형님.."
" 너 이거 봤냐? 대부라는 영환데 말이야.. 캬~~ 역시 보스는 저래야 맛이지... 안 그냐?"
" ....예 형님."
" 그래? 무슨 일로??"
" 한기랑 강철이 일 때문에 왔습니다...."
" 한기? 강철이? 그게 누군데?"
" 이번에...길상파 얘들인데 말입니다."
" 아!~~~ 근데 그 자슥들은 왜?"
" 큰형님께서 두 명을 보내셨다고 하셨는데.. 소식이 없으셨다고 알아오라고 해서 말입니다.."
" 허.. 형님도 참...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사건인지라 큰형님이 직접 알고 싶어 하시는 거 같은데 말입니다 형님..."
" 하여튼.. 늙으면 뭔 걱정이 그리 많아지는지...."
" ......"
" 걱정 말고 알아서 한다고 전해라~~"
" .....저보고 보고 오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형님.."
" ......... 네가 뭔데?"
" .....예?"
" 니가 뭔데 직접 보긴 뭘 보냐고...."
" .....죄송합니다 형님.."
" 너,,, 말이 많더라... 아무리 큰형님 비서라고는 하지만.. 큰형님 곁에도 거의 없고...
뭐하는 놈인지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는 들어봤냐?"
" ..... 죄송합니다 형님.."
" ... 그래서 아직도 꼭 보고 가겠다고? 근데 어쩌냐.. 우리 집에 그놈들이 있겠냔 말이다..."
" 어디에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들렸다가 큰형님한테...."
'휘~~~ 팍!!!.....쨍그랑.....'
" 이 건방진 새끼가!!..뭐?!! 큰형님?, 큰형님!!... 내가 큰형님이라는 말만 들으면 쪼는 쪼다 새낀줄 알아!!?"
갑자기 유리로된 재떨이를 민기에게 던진 우식이다. 그 재떨이는 그대로 날아와 민기의 이마를 심하게 찢어놓고는 벽에
그대로 소리 내며 부딪혀 깨져버리곤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 갑작스러운 관경에 승근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욕부터 싸지르게 된다.
" 뭐야!! 이 시브럴 새끼를 확!!!"
" 뭐라고!!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뭐!!"
" 승근아!!!"
" 형님 피!!..이런 시발!! 네가 큰형님이야!! 왜 울 형님 윽!~~"
"짝!~!~ 퍽!~~ 퍽! 팍... 쿵~~.. 윽!!악!!!!헉!헉!!!"
말을 막 하던 승근을 그대로 따귀를 날려 넘어트리곤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후 보기에도 끔찍하게 발로 걷어차기 시작한
민기였다. 불같이 화를 내던 우식은 그런 민기의 행동에 처음엔 어리둥절해 했고, 잠시 후 그 잔인한 폭력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놀라 쫄게 된다. 아무리 쇼를 한다고 해도 이건 도를 넘는 모션이었다. 갈비뼈라도 금이 갈 정도로 발을 내지르는
민기의 행동이 분명했기에 결국 입에서 피를 토하며 엎드린 채 끙끙대는 승근을 보게 된 우식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더 씩씩대며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격한 행동에도 가쁜 숨조차 몰아쉬지 않은 민기의 모습을 보며 범상치 않은 격투파라는걸 다시 한 번 짐작하게 만들었다.
이마에서 쏟아지는 피를 닦지도 않고 민기는 그대로 허리를 90도로 숙여 우식을 향해 사죄를 한다. 이마를 타고 흐른 붉고
뜨거운 핏방울이 카펫에 방울을 맺혀 떨어지며 자국을 남기기 시작한다.
" 죄송합니다 형님!.. 이놈이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똥오줌 못 가리는 망나니지만.. 형님도 객기를 아시는 협객이시니
이번 한번만은 용서해 주십시오.."
" 흐..흠... 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그렇게 패놓는가.... "
" 큰형님이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우식형님외 모든 형님들은 제 친형님하고도 같고! 친 부모님보다도 소중한 존재로
여기라고 말입니다.. 만약 죽으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정말로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죽으라고 말입니다..."
" .......큰..형님이?.."
" 예 형님.. 그런데 이놈은 아직 그런 가족애를 몰라서 말입니다.. 제가 다시 한 번 단단히 교육 시키겠습니다..."
" ......그럼 자네 보고 한번만 참지... 내 성질 같아선..."
" 감사합니다 형님..."
" ..... 그 골치 아픈 놈들은 나가면서 물어봐.. 하도 말을 안 들어서 맡겨놨으니까.... 밑에 놈들이 알려줄 꺼다..."
" 예 형님..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그리고.."
" 예?"
" 그 놈.. 병원에 데려가라.. 처음엔 다 그런 거 아니냐.... 그렇다고 그렇게 후려갈기면 이 생활에서 못 버텨....
여기 치료비라도 보태라.."
" ....아닙니다 형님...그리고 감사합니다 형님.. 가자..승근아"
" 으..윽..... 예... 혀..형님.."
민기는 엎어져 있던 승근을 부축도 하지 않고 걸어 나간다. 그런 민기의 행동에 안타까운 듯 승근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건
두 여자였다. 이미 민기가 승근을 패기 시작했을 때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소파에 숨어 훔쳐보기만 하던 두 여자는
비틀거리며 옆구리를 손으로 감싸 안고 어렵게 걸어 나가는 승근을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게 된다. 그 시선을 승근도 알고
있었기에 쪽팔림에 다리에 더 힘을 주며 걸어보지만.. 분명 갈비뼈가 두세대 나갔는지 폐를 찌르는 듯 느껴지는 고통에
결국 또 다시 비틀거리게 된다. 우식의 집을 나와 그래도 뒷문을 열어 민기가 타기를 기다리는 승근은 식은땀을 흘리며
차에 오르지 않는 민기를 바라보게 된다.
" 네가 타라.."
" ..예. .예?"
" 니가 타라고.. 그 몸으로 무슨 운전을 한다고... 나한테 맞은 분풀이로 황천길 길동무하려고 그러냐?"
" 아..아닙니다 형님.. 운...윽....."
" 미친놈.. 타라.."
" 아.닙니다..제가 운.."
" 또 맞을래?"
" ......"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고는 그대로 뒷좌석에 승근을 태운 민기는 운전석으로 향해 운전대를 잡는다. 나오며 똘마니 중
한명이 그 두 명의 행방을 민기에게 알려줬기에 민기는 시동을 걸고는 잠시 전화를 건다. 통화의 주인공은 짱개였다.
" 그래 나다.. 우식형님 XX사무실에 두 명 가둬뒀다니까.. 빼와라.. 나? 병원 간다..알거 없고 그 두 명이나 빼와.....그래..
말 해놨으니까 혼자가도 된다..아니지.. 그 새끼들 악이 오를 대로 올랐을 거다.. 애들 중 하나 불러서 같이 가라.. 그래.."
" 혀..형님..벼..병원은 안가도 됩니다.."
" 넌 반항할 생각 없었냐?"
" .....예?"
" 우식 형님한테 그렇게 덤빌 정도면.. 나한테도 막 대들지 그랬냐...."
" 제..제가 형님한테요? 말도 안 됩니다..형님."
" 그런데 우식형님한테는 왜 그랬냐?"
" 그..거야.... 저 새끼....아니 저 형님이 형님한테 재떨이를..."
" 승근아..."
" 예 형님...."
" 너 어느 조직원이냐?"
" 예??"
" 민이파라는 조직이잖냐... 그럼 민이파는 어디 조직이냐?"
" 철민파입니다."
" 그래... 철민파에도 규율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우리가 일반인들한테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까지 그 규칙이나 규율을 어긴다면 정말 인간말종 되는 거다..."
" ......"
" 철민파 밑에는 우리가 모시는 열아홉 분의 큰형님이 계신다.. 그 아랫것들은 우리랑 엮일 일 없지만..
최소한 그 형님들한테는 우린 동생이고 자식이다.."
" ....."
" 그런 형님 중 한분이 화가 나셔서 재떨이를 던지시는데.. 그걸 피할 수 있겠냐?"
" 하지만 형님... 큰 형님이 형님을 다음.."
" 어허.. 이 새끼가...."
" ....그래도 말입니다.. 제가 모시는 형님은 형님하고 큰형님 왜에는 형님처럼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합니까..."
" 내가 모시는 형님이잖냐.. 그럼 당연히 너한테도 형님이지.. 안 그냐?"
" ...."
" 많이 아프냐?"
" ..아..아닙니다 형님.."
" 미안하지만.. 난 미안한 티를 내면 안되는 거 이해하지..."
" 예?"
" 앞으로.. 너흴 칼받이로 쓸 수 도 있단 말이다.. 그런데 내가 때리고 미안해하면...
나대신 칼 맞아 줄 너희한테 난 어떻게 하란 말이냐......."
민기의 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운전을 하고 단 한 번도 뒷좌석을 향해 고개 돌리지 않는 민기였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민기의 마음을 이해할거같은 승근이었다. 그리고 왜 민이 파에서 배신이라는 단어가 나오지도 단 한 번도 없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승근은 막내를 제외하고 가장 어린 민이파의 막둥이중 하나였다. 역시 행동파로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다혈질의 성격에 말단조직에서도 골치 아파하는 놈이었는데 싸움을 하는 모습에 민기가 손수 19조직중 서열 18위쯤 되는
다랑이파의 두목에게 허리 숙여 양해를 구하며 데려온 식구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하는 민기였지만, 언제나 싸움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가장 앞에서 뛰어나간 건 다름 아닌 민기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승근이였기에 입을 벌릴 수
없게 된다.
민이파에 들어와 정말 가족처럼 대하는 식구들과 그리고 어떨 때에는 남보다도 못할 정도로 빠따를 맞는 장면에 몇 번이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던 승근이었는데 차에 내려 손수 승근의 어깨를 어깨동무로 부축을 하며 응급실로 향하는 민기의 모습에 다짐을 하게 된다. 이 모습이야 말로 협객이고 진정한 건달이라는 생각에 끝까지 같이 가자는 생각을 말이다.
그때 왔던 병원에 다시 들어온 민기를 보고 혀를 차는 간호부장이었지만, 승근의 상태를 보곤 재빨리 응급실의 침대를
정리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인다. 역시 민기의 예상은 맞아 떨어진 듯 다른 병원을 지나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 넌.. 너도 이리 와 봐..."
" 예??"
" 이 사람보다 네가 더 중환자 같아...이리 와보라고.."
" ......"
그제야 자신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얼굴을 반 이상 덮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민기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간호부장의
손짓을 따라 걸어간다.
" 왜 그랬어요?"
" 으..응??"
" 이마요... 꿰맨 거죠?"
" 이...이거? 아니야.. 그냥 넘어져서 멍든 거야.... 아!~~따그..."
" 멍든 거긴... 피가 베어 있구만...."
" ,,,,,"
" 아저씨 깡패에요?"
" ....."
" 저번에도 보니까.. 팔에 붕대 감고 있는 거 같던데.. 어.. 아직도 붙이고 있네.... 맨날 쌈만 해요?"
" 그런데 넌 학생이 왜 이런데서 일하는 거니?"
" ...피~~.. 말 돌리신다.."
" ...."
" 뻔 하잖아요.. 놀다가.. 돈 떨어져서 용돈이나 벌려고.. 혹시 알아요? 돈 많은 논팽이 만나서 팔자라도 고칠지?!"
" .....아리야!"
" ....풋~~ 뭐야.. 왜 갑자기 그렇게 심각해지는데요?"
" ...."
" 왜요? 요즘 저 같은 애 많아요.. 원조 뛰는 애들도 있고..."
" ......너도 그러...런 거.. 해봤어?"
" 음~~ 해봤다면요?"
" ...."
" 돈 벌기 쉽잖아요.. 한탕 뛰면... 얼마 받는다고했더라...."
" ......"
'쨍그랑!~~'
" 악!... 아..아저씨...."
" 어... 아고 이거,,,, 괜히 도와준다고 해놓고는... 접시나 깨버리고....."
" 자..잠깐만요... 피나요.."
" 피..피?"
쟁반을 든 채 아리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손아귀에 힘을 준 민기는 손에 들려 있던 날카로운 접시의 깨진 모서리에 베이고
만다. 선명하게 손의 끝을 타고 내리는 핏줄기가 싱크대의 받아놓은 물에 무늬를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리가
황급히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민기의 손을 조여 맨다.
" 벼..병원 가야 되겠어요.. 피 많이 나요.."
" 괜찮아.. 이정도로 병원 갈 필요 없어.."
" ...아저씨 저 때문에 화난 거예요?"
" 응? 아니야.."
" 저 그런 애 아니에요...그냥 아저씨가 너무 심각하게 보니까..헛..."
" ....."
" 진짜 피 많이 난다.. 안되겠어요..병원가요.."
" 괜찮다니까.... 그런데 그럼 왜 여기서 일 하는 거니?"
" .... 저기 옆 건물에요.. 제 사촌 오빠가 살고 있데요..."
" 응? 사..촌 오빠?"
" ....그런 거 같아요... 아직 한 번도 못 봤는데.. 분명히 맞을 거예요.. 아빠가 알려준 흥신**는 가게가 저기가 맞거든요.."
" 아빠?? 작....아니.. 네 아빠가 있는데도 여기서 일을 한다고? 그걸 가만히 뒀고?"
" .......있었어요.."
" ........."
" 사촌오빠하고 언니가 더 있다는데... 가보니까 다 비었더라고요.. 물어보니까... 작은 오빠가 사고치고 나서...
동남아로 이민 갔다는데..."
" 이민?"
" 예... 동네에서 손가락질 당해서 도저히 못 견디겠었나봐요.."
" ......."
" 그럼 엄마는?"
" 엄마는... 살아 계시는데.... 이상하게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사람이 변했어요.. 절 없는 자식 취급하고...."
" ..."
" 지금은.. 다른 남자 분 만나서 잘 살고 계세요.."
" 그럼 넌... 넌 어디서 사는데?"
" 풋... 무슨 호구조사 나왔어요?"
" ....."
" 피 멎었다... 휴~... 이거 아저씨가 깬 거니까.. 아저씨 월급에서 까는거예여...꼭 아줌마한테 말해줘요...
사실.. 오늘만 3개째 깨놔서... 저 오늘 일당도 간당간당하단 말예요..."
"......"
" 형님!!.. 엇....아..아리 학생...."
" 앗!.. 곰팅아저씨..."
" 또!! 곰팅.."
" 큭.. 죄송해요..근데... 꼭 푸우같아서.."
" 푸우?"
" 있어요..큭큭큭..."
" ...?"
" 왜?"
" 아!.. 형님 사...아니.. 잠깐 손님이 보자고 하셔서요..."
" 그래? 가자.."
" 아저씨 꼭 병원가봐요.. 그렇게 그냥 가지 말고..."
" ..알았다.. 너도 그만 접시 깨라.. 그러다가 진짜 일당 없어지겠다.."
" 피~.. 누군 처음부터 잘했나..."
동민을 따라 걸어 나온 민기는 그대로 옆 건물인 자신의 사무실로 걸음을 옮긴다.
이런 이중생활을 하며 본이 아니게 항시 동민을 아리 옆에 붙여두게 된 민기는 귀찮음을 이상하리만큼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아리를 보고 왔을 땐 얼굴에 생전 짓지 않던 미소를 그리게 된다. 간간히 아리를 훔쳐보며 아리의 말대로 보디가드 역을
자처한 민기였지만, 정작 오늘 만큼 긴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기에 평소보다도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리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약간의 격투흔적이 보이는 장소에 잠시 얼떨떨해 하며 구석에 무릎을 꿇고 있는 두 명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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