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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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권기민!!! 나오라고 이 자식아!!"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란 짱개가 소파에서 황급히 일어나 뒤춤에 사시미를 숨기곤 문밖의 사람을
확인한다.
" 안 열어?!!! 방금 단춧구멍으로 눈동자 보였거든!!! 열어 이거!!"
" 이게 뭔 짓이래?"
" ....기..기민 어디 있어!"
" 뭔데 울 형님 존함을 막 부른다냐.. 너 뒤질래?"
" 그래 죽여라!!! 죽이라고!!"
" ...이..이게 미쳤나.."
" 뭐냐....."
으름장을 놓는 짱개의 위협적인 몸짓에 잠시 주춤거리던 미라는 방에서 나오는 민기의 모습을 보더니 다시 목소리가 커진다.
눈곱도 때지 않고 기민이 개인사무실에서 나오다 말고는 미라를 보곤 황당한 듯 쳐다본다.
" 오호라!! 너 잘 만났다!!"
" 무..뭐야 이거!"
" 사람을 쓰레기통에 버려?!!!"
" 무..뭐? 쓰레기통?"
" 그래 이 새끼야!! 내가 쓰레기냐!!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다큰 처녀를 모텔도 아니고.. 쓰레기통에 갔다 버리냐!!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를 쓰레기통에 버리냐고!! 누가... 누가 집어가서 해코지라도 했으면 어떻게 할래?!!
네가 책임질 거야!!?"
" 무..뭔 소리야? 야! 짱개 이게 뭔 소리냐?!"
" 그..그게....."
" 엥? 너냐? 네가 날 쓰레기통에 버렸어?!!"
" 이..이년이 어디서 성질이야!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고 소리를 질러!! 확 안 돌린것만 해도 행운으로 알아 이 미친년아!!"
" 그래!! 나 온 동네에 미친년을 찍혀서 돌았다! 속옷까지 지나가는 놈들이 다 보고 갔는데 내가 안 미치면 그게 사람이냐!!! 왜?!! 돌은년 첨보냐!!!"
" 이..이게.."
" 어휴.. 아침부터....."
민기는 미라가 소리를 지르건 말건 그대로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다시 개인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어제 철민과 공민에게 잡힌 민기는 새벽 5시까지 권하는 술을 억지로 마시게 됐고, 결국 집이 아닌 이 사무실에서 잠을
자게 된 것이다. 끝까지 민기를 포기 못하겠다는 공민의 고집에 술로 보내버리려했던 민기의 계산은 시작부터 잘 못되었던
것이다. 2차를 넘기고 3차에 4차까지 고급 주점에서 시작해 포차와 슈퍼까지 마지막은 단란한 곳으로 형님들에게 끌려
들어간 민기는 여자들에 둘러싸여 결국 먼저 뻗은 척을 하고서야 그 두 형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 야!! 너 어디가!"
" 미친년... 그날 와서 소란을 피우던가... 이제 와서 왜 그런 건데?"
" 미..미친년?!! 미친년?!!"
" 아!~~ 쏘리~~다!. 지금 내가 술이 덜 깨서 그랬다... 사과 했으니까 집으로 돌아가세요.."
" 야!! 이거 어쩔 건데!! 이거 치료비 내놔!!"
" 뭔 소리야.. 그리고 넌 무슨 치료비에 한 맺혔냐? 넌 내가 보험사 직원으로 보이냐?!! 나만 보면 치료비래...."
" 이거 안보여?!"
미라가 재킷의 소매를 젖히자 붉은 반점들이 여기저기 돋아나 있었고, 어느 것은 곪아 터지기까지 했다.
" 허~... 좀 씻고 다니던가.. 여자가 드럽게 그게 뭐냐.."
" 이..이새꺄!! 이게 왜 이런 건데!! 쓰레기독이라고 들어봤냐고!! 이.....이......."
" 쓰..쓰레기 독?"
" 그래!! 이틀이나 병원에 입원했었다!! 왜 이제 왔는지 알겠냐?!!"
" ..알았다고.. 골 흔들리니까.. 소리 좀 그만 질러.... 짱개야... 돈 줘서 보내라... 너무 시끄럽다.."
" 야!!!"
" 아따..... 머리 아프다니까..."
" 나 이대로 못가!! 정식으로 사과하기 전에는 절대 이대로 못가!!"
" 참나.. 아주 안방을 차리소.. 여기가 무슨 지 집인줄 아나.."
" 저..저게....."
" 아우~.. 난 아직도 술 깨려면 더 있어야 하니까.. 맘대로 하세요.. 거기 바닥에 드러눕던지.. 욕을 하던지...
옷을 벗고 지랄을 하시던지...."
" ......"
씩씩대며 한참을 민기를 노려보는데 역시 상관없다는 듯 민기는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닫힌 문 앞에 바짝 서서는 미라가 쌍욕을 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정말 건물이 떠나가라는 듯 고뢰고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결국 베개로 귀를 막고 있던 민기가 그대로 문을 열곤 무섭게 미라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 ...무..뭐!!.. 어쩔 건데.."
" 후~~.... 이보세요.. 아줌마.."
" 아..아줌마?.."
" 여긴.. 당신 같은 일반인이 와서 쌩쇼를 하고 지랄발광하면서 소리 지르고 하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요.."
" ......참나.."
" 참나가 아니고요... 여긴 사람들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다가 족치는 곳이에요.. 아시겠어요?
이렇게 소리 지르다가 정말 아무도 모르게 실종신고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요...."
" 누..누가 겁난데?!!!"
" 참~~말기 못 알아듣네... 이걸 확!~"
" 꺅!~~~~~~~~"
" 윽.."
" 꺄~~~~악!!!!!!!!!!!!!!!"
손바닥을 펴 올려 민기가 위협을 하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미라였다.
민기는 올린 손을 그대로 다시 귀를 틀어막으며 어제 마신 술로 골이 심하게 흔들리며 어지러운지 주저앉기까지 하는데
미라는 그런 민기의 모습에 더 크게 고함을 지른다.
" 왜?! 또 손 올려보시지!!"
" 진짜...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사과?..... 미안합니다!! 됐냐? 제발 좀 꺼져주라.. 응?!!!"
" 그게 사과냐?!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 ....휴~... 죄송합니다... 그러니까...제발 좀 가주세요...예?!!"
" ...... 치료비는?"
" 짱개야!!...... 이 새낀 왜 웃고 지랄이야!!!"
" 죄..죄송합니다 형님...."
" 돈 드려.. 그리고.. 다시는 문 열어주지마...저 여자한테 또 한 번 문열어주면... 손가락을 전부 반대로 꺽어버릴테니까...."
" ..알겠습니다 형님..."
" 같이 가야지!!"
" .......??.어..어딜?"
" 병원에!.. 당연히 상태 보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
" .....내가 왜??... 내가 당신 버린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가야 되냐고....."
인상을 찡그리다 못해 울먹이듯 말을 하는 민기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던 짱개가 여자의 억지를 듣고는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 싫어? 꺄!~~~윽..."
"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소리 좀 지르지 말자고.......나 지금 머리가 깨질 거 같단 말입니다......예?!!!!"
" ......읍읍..."
" ..."
" 휴~.. 더럽게 어디다 손을.."
" ....가자고.. 병원이든 경찰서든 가자고.....짱개야.......아! 시버럴... 이 새낀 툭하면 사라져.....
나 아직 술기운이 남아서 운전 못한단 말이야...."
" 차 가져왔으니까.. 내가 운전할게..."
" ...휴... 양복좀 가져올 테니까...소리 지르지 말고 기다려요..."
민기는 본의 아니게 병원 안에서 보호자로서 미라의 병명까지 듣게 된다.
쓰레기 독이란 건 세상에 없다는 것과 미라의 체질과 맞지 않는 무엇인가가 심한 알러지를 일으켜 몸에 작용을 한 것이라는 의사의 설명에 투덜대며 미라를 쳐다보는 민기였지만, 상관없다는 듯 모든 건 민기의 책임이라는 듯 다시 노려보는 미라의
모습에 계산까지 하고 나오게 되었고, 병원의 주차장에 민기가 막 출발하려는 미라의 차에 올라탄다.
" 왜... 타?"
" ...데려 왔으면 데려다 줘야지."
" 됐거든! 빨리 안내려?!!!!"
" 끌어내시던가.. 아님 사고를 내시던가.... 난 죽어도 못 내리니까...아~~ 졸려 죽겠구만.."
" 또 소리 지를까?!"
" 맘대로 지르세요~~.. 이제 두통도 다 없어졌네요!"
" .....몰라 난 집에 갈 거니까! 거기서 택시를 타던 버스를 타던 맘대로 하셔..."
" 허~~ 나한테.. 집 갈춰줘도 괜찮나?? 본인이 직접?? 이 지저분한 깡패 새끼한테?"
" .......야!"
" 왜?"
" 너.. 너 왜 반말이야?!!!!"
" 지도 반말이면서..."
" 이게 누나한테!!"
" 풋~... 맘대로 하세요.. 집으로 가던가.. 아니면 사무실로 다시 내려놓던가.."
민기가 그대로 몸을 반쯤 돌려 창가를 향해 눈을 감고는 의자에 기댄 채 다시 약이 오르기 시작한 미라는 상관없다는 듯
잠을 청하기 시작한다. 잠시 동안 그렇게 차안이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결국 체념한 듯 한숨을 쉰 미라가 차를 출발
시키자 민기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정말로 잠을 자려는지 불편한 의자에 몸을 더 바짝 기대게 된다.
" 그게 말이 돼요?!!!"
차안에서 시끄러운 미라의 음성에 잠을 깬 민기가 불편한 자세로 삭신이 쑤시는지 크게 기지개를 피고는 눈을 비비며 손목의시계를 확인하는데, 시계가 어느새 12시를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민기는 똑바로 앉으며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분명 병원에서 나왔을 때가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창밖의 풍경은 차들이 무수히 줄 서 있는 도로 위였다.
분명 고속도로 위였다. 정체에 차가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 미라의 흥분한 음성에 고개를 돌리게 된 민기였다.
" 그러니까요! 이름만 빌려드린거잖아요!! 이제 와서 저보고 설계상 문제되는 걸 맡으란 게.. 다 덮어쓰라는 거지 뭐에요!!
지금 현장 가고 있으니까.....과...과장님!!! 야!!! 야!!!"
퓰립형 핸드폰의 노란색 엘시디 화면을 확인한 미라가 핸드폰의 안테나 끝을 입에 물고는 잘근 씹기 시작한다.
분명 많이 씹어본 듯 안테나 끝의 타원이 뭉개져 있는걸 본 민기가 다시 한 번 자신이 타고 있는 차 밖을 둘러보며 미라에게 화를 내려했다.
" 여기 어디야?!"
" 조용히 해라.. 지금 이 언니가 심히 기분이 더러우니까.....확!! 다른 차하고 사고 낼거 같거든...."
" 이..이 여자가.."
" 왜!!! 너도 여자라고 깔보는 거냐!!"
" .....뭐야.. 너 갑자기 미쳤냐?!"
" 그래!!! 미쳤다!!!! 미쳤어!!!"
'쿵!~빠~~앙...쿵!빠~~~~앙'
갑자기 핸들 중앙에 머리를 찧기 시작한 미라의 행동에 경적음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민기가 황급히 그런 미라의 행동을 저지하게 된다. 민기가 머리를 잡고 저지하는데도 민기의 손을 쿠션삼아 계속 핸들에 머리를 박는 미라였기에 경적음은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민기는 그런 미라의 행동을 놔둔 채 그대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창문을 열며
불을 붙이는데 그 담배까지 뺏은 미라가 입에 물고는 불을 붙여 버렸다.
" .....잘..한다.. 참나.."
" 후~... 내 차 금연이거든!!"
" 지나 담뱃불 끄세요.."
" 근데.. 오늘부터 흡연구역이다.... 6년 동안 참았던.. 담밴데..... 제길....."
" 허어.... 뭐냐? 뭔데 이러는데? 그리고 여긴 어디야?"
" 경기도 오산 가는 길.."
" 오..오산? 오산은 왜? 나 사무실로 데려다달라고!! 누가 오산 같이 가제!!?"
" 깨웠는데 안일어난건 너야... 왜 나한테 성질이야?!"
" .......아니.. 술에 취했잖아.. 그럼 더 적극적으로.. 좀 과격하게 깨워야지!!"
" 미친놈..."
" 무..뭐?"
도저히 참지 못하고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려던 민기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내린다고 해도 사무실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계산을 하게 된다.
" 가서... 내 도장 찍힌 견적서만 뺏어오면 되니까... 좀만 참아..."
" ....견적선 또 뭔데?"
" ..있어 그런 거... 너 같이 무식한 깡패새끼는 백번 들어도 모르는....그런 게 있어....."
" 아~~ 그러세요?...졸라 죄송하네요.. 무식해서.."
" ..말했지.. 이 누나가 지금 기분이 드럽다고.."
" .....참나.. 너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냐? 아님 일부러 그러는 거냐? 혹시 나한테 관심 있냐?"
" ....미친놈... 머리에 피나 말리고 와라..."
" 이것보세요.. 머리에 피 마르면 죽걸랑요!!"
" ....이게 진짜!!"
'빵!~!!빵!!!!!'
말싸움을 하는 동안 어느새 앞차가 출발을 했다. 그런데 미라의 차가 정차해 있자 뒷 차중 한 차가 크게 경적음을 울리며
빨리 가라고 재촉을 한다. 마침 전화가 울리자 차를 출발시키지도 않고 미라는 전화를 받아 들어 통화를 시작했고, 끝내
뒤에 있던 차중 SUV에 타고 있던 건장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 미라의 차로 걸어와 거칠게 운전석의 창문을 두드렸다.
미라는 수화기를 손으로 가리고는 민기와는 전혀 딴판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 죄..죄송합니다..."
" 야! 여기 전세 냈어?!"
" 죄송합니다... 금방 출발시킬게요.."
" 운전을 못하면 차를 끌고 오지 말던가!!"
" ......"
전화기를 가린 채 남자의 말에 미라가 노려보자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미라에게 다시 욕까지 한다.
" 뭐?! 이 아줌마가...시발.. 짜증나게 뭐?!! 뭐?!!!!"
"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리고 빨리 출반한다고 말했고요. 이렇게 사과하는데 너무 심한 거 아니세요?!"
" 뭐? 심해? 이 아줌마야! 누가 잘못했는지 한번 가려봐?!"
" 알았어요... 그만하세요.. 출발하면 되잖아요.."
" 미친년.... "
" 뭐?!! 미친년?!! 야!!"
" 그래 미친년이라고 했다!! 왜!!"
'철컹...'
" 아저씨... 그만 좀 하지....."
" 무..뭐야? 넌 뭔데?!!!"
참다못해 조수석 문을 열고 내린 민기가 천장에 턱을 괴곤 퉁명스럽게 남자를 노려보며 말을 뱉었다.
" 이 아줌마가 미안하다고 했잖냐.. 그럼 된 거 아니냐..."
" 이놈이.. 어따 대고 반말이야?!!"
" 그런 넌.. 어따 대고 미친년이란 말하시냔 말이다..."
" 미..친년한테 미친년이라고 하는데! 뭐가!!!"
" 딱 보니까.. 서른 중반? 초반? 저기 일행들 보기 쪽팔리지도 않냐고..."
" 양아치 새끼가.. 너 뒤져볼래?!!"
" 허어.. 양아치...근데 와 이리 덥냐... 벌써 10월인데...."
천천히 와이셔츠의 카라를 젖히며 민기가 옷을 펄럭이기 시작했다.
언뜻 보이는 검은색의 얼룩들에 남자가 놀란 듯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민기는 다시 찬찬히 말을 이어 한다.
" 양아치라서 먼 짓을 할지 모르니까... 그만 가자고.... 아자씨!!"
" 이..이 놈이...."
" 그럼..."
남자는 더 이상의 대꾸가 없었고, 민기는 차에 오른다.
민기의 느긋함과 달리 미라는 쏜살같이 차를 출발시키며 붉어진 얼굴로 민기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 뭐?"
" 아주 자랑을 해라 자랑을...."
" 도와줘도 지랄이야.."
" ......에휴.. 상종을 말아야지....."
" 차 좀 뚫리나? 나 배고픈데.."
" 됐거든!! 지금 배가 고프게 생겼냐?!"
" .. 근데! 왜 나한텐 반말에 그런 말툰데?! 아까 저 새끼한테는.......!, 뭐야 지금 사람 차별하는거냐?!"
아무 말 없이 미라는 운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민기와 입을 섞어봐야 자신만 더러워진다는 생각을 했는지 앞만 보며 운전을 하던 미라가 한참을 달리고 나서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 ...."
" 풋.. 아토즈에 기대서 똥폼까지.....창피해....."
" 아토즈? 건 뭔데?"
" 됐다... 모르면 됐어....큭큭큭~"
수원을 지나자 차는 거짓말처럼 언제 막혔냐는 듯 신나게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한창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단지 내의 사무실이라고 작은 푯말이 붙어 있는 컨테이너 박스 앞이었다. 주차를 그 바로 앞에 여러 대의 차가 세워져 있는 곳에 미라는 민기를 차에 그대로 놔두고는 혼자 씩씩대며 들어갔기에 민기는 차문을 열고는 좁은 차 밖으로 오른쪽
다리를 뻗은 채 입에 담배를 물고, 조수석 시트를 있는 대로 뒤로 젖혀 누워 불을 붙이곤 눈을 감는다.
공사 현장이라 시끄러울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한적하기까지 한 음산한 공사 중인 회색 건물을 창문너머로
다시 눈을 떠 올려다본다.
노랭이파도 이런 재 개발지역에서 먹고 살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다시 눈을 감고 담배를 깊고
진하게 들이마신 후 길게 연기를 뿜어대길 반복하는데 컨테이너 박스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한번 들리더니 다시 조용해진다. 문이 열린 그 곳에서 내팽개쳐지듯 미라가 바닥을 뒹굴며 굴러 나온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게 된 민기는 허리를 이 상황이
뭔지 지켜보게 된다.
" 야!! 지금 나 밀었지?!!! 좋다 이거야 신고해서 다 콩밥 먹여버릴테니까!!!"
" 이 아줌마가.. 걍 얌전히 돌아가라.. 다치기 전에 앙!!!!"
" 미쳤냐!! 내가 머리에 돌 맞았게?!!!!"
" 이 년이!!!"
" 내 견적서 내놓으라고!!! 누굴 매장시키려고 작정했어!! 내 놔!!!"
" 안되겠다.. 야들아.. 이년 정신 차리게 겁 좀 줘서 돌려보내라.."
" 예!~~"
신기한 듯 열린 차문에 손을 기댄 채 민기가 바라보는데 컨테이너 박스의 문에 서 있던 뚱뚱한 남자의 뒤에서 점퍼를 입고
있는 두 명의 남자들이 성큼성큼 미라에게 걸어 다가가기 시작한다. 엉덩방아를 찧고는 그대로 악을 지르던 미라도 남자들의 모습에 겁이 나는지 엉덩이를 땅에 붙인 채 뒷걸음질을 치듯 바동대며 몸을 옮겨보지만, 이내 두 남자에게 양 팔을 잡혀
한적한 옆 컨테이너로 끌려가게 된다.
" 이거 놔!! 이..이 새꺄!! 이거 놔!!!!!...읍읍!!!윽읍!!!!!"
" 형님 이년 어떻게 할까요?"
" 맘대로 해.. 어차피 이년 처리하라고 위에서 명령 떨어졌으니까.."
" 예? 히히히.. 예 형님."
" 가자.."
" 으으읍!!! 읍!!!"
대 낮에 사람이 없는 곳이라고는 해도 막장이 이런 막장이 없다는 생각에 민기가 혀를 차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신과 같은 업종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저 놈들의 미숙함을 기가 차다는 듯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미라를 끌고
빈 컨테이너로 향하는 두 남자의 등짝에 붙어 있는 SWGT라는 로고를 보고 이놈들이 수원나이트파의 분파 중 수원 강호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수원 자이언트파라는걸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미라와 안면이 있던 민기가 도와줘야 하는 건지 고민을 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지만,
단 5초 만에 생각을 접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시트에 몸을 기대게 된다. 자신이 관여하기엔 문제가 커질 요소가 너무 많았고, 이건 어디까지나 미라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생각에 저 겁대가리 없는 아줌마는 한 번 혼이
나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민기였기에 모른 체하며 시트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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