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 4부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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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아버지의 유산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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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61,295회 작성일 21-02-03 17:42

본문

그날 할아버지가 끝내 돌아가셨다. 사망원인은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 우진은 그 통렬한 복수가 시원하기도 하고 또 한편
씁쓸하기도 했다. 그래도 친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장례식은 치료를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다. 
엄마도 가지 못하게 했다.

할아버지에게 그런 수모와 모욕을 당하며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으면서, 그가 가는 길에 곡까지 해야 한다면 그건 엄마에게
너무나 비참한 일일 것이다. 다행히 엄마는 그의 곁을 지켰다. 


상처는 깊지 않았다. 근육을 다쳤지만, 그가 젊은데다가 내장은 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단한 수술 후 상처는 금방 회복이
되었다. 그러나 잊고 싶은 기억만 가득한 집으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퇴원을 계속 늦추었다.
그 사이 아빠가 몇 번이고 찾아왔다. 그때마다 우진은 등을 돌리고 누워서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 아빠는 더러운
가해자였고, 할아버지와 똑 같은 악마였다. 그날 그는 더 이상 아빠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며 죽는 그 순간까지 아프게 할
것이라고 맹세한 바 있다. 
아빠는 한숨만 쉬다가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그의 그런 행동이 우희 누나는 몹시 못 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날도 저녁에 찾아와서 병실 꽃병에 꽃을 갈던 누나가
그를 향해 투덜거렸다.


“어쩜 너는 그렇게 못 됐니?”

“뭐가?”

“3년 동안 가출해서 아빠 속 새카맣게 태우더니, 꾀병이나 부리면서 할아버지 장례식도 안 오고, 너 때문에 요즘 아빠 얼굴이
 반쪽이야.”

“......,”


누나는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그도 아마 그날 일이 없었다면 아빠와 엄마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들인지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평생을 그 혼자 간직할 상처였고 누나가 알아서도 안되는 일이다.


“아빠한테 잘해.”

“누나나 엄마한테 잘해. 요즘 집에도 안 들어온다며? 애인이랑 동거라도 하는 거야?”

“그건 네가 알거 없어.”

“뭐야, 정말 남자랑 동거해?”


우진이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자 누나가 큭큭 웃었다.


“꾀병 맞네. 실밥 푼 게 언제인데 아직도 아플 리가 없지. 왜 퇴원을 안 하는데? 병원에 예쁜 간호원 언니라도 있는 거야?”

“그런 거 없어.”

“거짓말. 말해봐. 이 누나는 다 이해해 줄 수 있어.”


그러면서 그녀는 갑자기 침대로 뛰어 들더니 깔깔 거리며 그의 겨드랑이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호호, 얼마나 참나 보자.”


예전에 누나랑은 정말 이렇게 하며 많이 놀았다. 나이가 들고 철이 들자 왠지 쑥스러워서 안하게 되었는데 누나가 벽을
허물고 다가오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빨리 말해. 누구야.”

“윽, 하......, 하지 마.”

“싫어. 더 할 거야. 그 여자가 누구야?”


우진은 너무 간지러워서 깔깔 웃으며 발버둥 치다가 그만 다리로 그녀의 무릎을 툭 건드리고 말았다.


“아앗~”


이때 누나는 허리를 숙인 채 자세가 매우 불안했기 때문에 한쪽 다리가 밀리자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만 그의 가슴에 안기고
말았다. 
물컹~~~~~~~~~~


“.........,”


누나는 엄마를 닮았다. 그래서 살결도 뽀얗고 가슴이 무척 컸다. 묵직한 중량감이 가슴을 압박하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누나의 치렁한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질였고 누나의 좋은 냄새에 가슴이 뛰었다.


“어머, 미쳤어. 아프니?”


우진이 움찔거리자 그녀는 자신이 동생의 상처를 건드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황급히 몸을 일으킨 그녀는 복부를 만졌다.


“상처 괜찮아? 터졌어?”


우진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왜 미운 동생 상처 터져서 죽었으면 좋겠어?”

“응, 너 콱 죽어버려야 아빠가 더 이상 속 안상하지. 이 골치 덩어리. 가출이나 하고.......,”


우진은 다소 안색이 어두워졌다.


“누나는 아빠가 좋아?”

“그럼, 넌 싫어?”

“뭐, 그냥. 그런데 누나는 왜 엄마를 싫어해?”

“..........,”


살짝 안색이 굳어진 누나가 대답을 못했다. 근 한 달 병원에 있으면서 느꼈지만 엄마와 누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엄마는 계속 다가가려 했지만, 누나는 싸늘한 눈초리로 피하기 일 수였다. 그때마다 엄마는 긴 한숨과 함께 무척 슬퍼했다.
병실이 잠시 어색해졌다. 잠시 후 누나가 갑자기 깔깔 웃으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냈다.


“자, 그럼 우리 동생 상처 얼마나 나았는지 볼까?”


그러면서 그녀는 그의 환자복을 위로 밀어 올리고 배꼽 옆에 난 칼자국을 만졌다.
실밥을 푼 지 이미 오래고, 상처도 다 아물어서 이젠 3센티 정도의 빨간 자국만 남아 있었다.


“뭐야, 다 나았잖아. 순 사기꾼.”

“아직 아파.”

“정말?”

“응, 누나가 아까 상처 건드려서 더 아파졌어. 일주일은 더 입원해야 할 거야.”


누나가 살짝 그를 노려봤다.


“더는 안 돼. 너 공부도 계속 해야 하고, 대학도 가야 하잖아. 할 거 많아. 창피하게 중졸이 뭐니?
 누나가 창피해서 친구들 앞에서 얼굴을 못 들어.”


우진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도 빨리 퇴원하고 싶어. 근데 누나 때문에 더 아파졌으니까 책임져. 상처에 호 불어주면 빨리 아물 것 같기도 하고.....,”

“쪼그만 게 까불어......,”


누나가 손바닥으로 찰싹 그의 복부를 때렸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우진은 엄살을 부렸다.


“아, 쒸~ 상처 터졌잖아.”

“멀쩡해. 안 터졌어.”

“속에서 터졌어. 아파 죽겠어. 빨리 호 불어줘.”


그가 아기처럼 칭얼거리자 우희누나는 살짝 눈을 흘겼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동생이 옛날처럼 누나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거라고 생각하자 기분이 좋았다.
밖에 나가서 얻어터지고 돌아 올 때면 코 찌질 거리면서 누나에게 일러바치던 동생이다.


“호호, 여기?”


그녀는 못 이기는 척 복부에 호~ 하고 입김을 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동생의 복근이 장난이 아니다.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피부에 잘고 단단한 근육은 진짜 빨래판이었다. 그러고 보니 동생은 옛날 그 약한 동생이 아니었다.
덩치는 커지고 어깨는 벌어지고 온몸은 근육으로 딴딴했다. 
문득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색한 기분이 든 그녀는 얼른 동생의 환자복을 내리고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동안 가출해서 뭘 하고 나닌 거야?”

“말했잖아. 산에서 약초 캐고 다녔다고, 돈도 많이 벌었으니까 퇴원하면 누나 선물도 사 줄게.”

“뭘 사줄 건데?”

“누나, 구두 좋아하니까 그거 사줄까?”

“누나 구두 얼마짜린 줄 아니?”

“한 10만원?”


우희가 까르르 웃었다.


“그 정도면 포장지 값은 되겠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던 것이다. 그녀는 급히 다시 말했다.


“진이, 이제 다 컸네. 누나 선물도 할 생각도 다 하고. 퇴원하면 누나랑 같이 쇼핑하자. 너 입을 옷도 사야하고, 그때 누나
 선물도 사주는 거다?”

“.........,”


이 집구석은 진짜 돈이 많다. 그는 3년 동안 산에서 약초나 버섯 산나물 등을 캐서 벌어 모은 돈이 꽤 많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 나이또래가 스스로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의 기준이지만 그래도 3년 동안 모았으니 꽤 된다.
그런데 그 돈으로도 지금 누나가 입고 있는 옷을 사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는 할아버지를 증오한다. 그래서 할아버지 돈도 증오했다. 하지만 이제 할아버지는 죽었고 그 돈은 아빠가 물려받았다.
그런데 그는 지금 아빠도 증오한다. 아빠는 엄마를 폭행하고 비참하게 만든 할아버지와 공범이고 악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는 아빠의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다. 이 호텔 같은 병원 특실도 아빠의 카드로 지불이 되고, 누나가 지금 입고 있는
억 소리 나는 옷도 아빠의 돈이다. 
이제 누나는 그 돈이 없으면 못 산다. 엄마도 그 풍족한 돈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그는 그가 생각하는 가족, 엄마와 누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그도 이제는 안다.
하지만 돈이 있다면 돈이 없어서 불행해 지는 일은 없다는 것도 안다. 
아빠에게 벗어나려면 그는 경제적 독립이 필요했다.

그래야 엄마 누나를 아빠로부터 완전하게 분리시켜서 그가 독점할 수 있다. 단지 그를 위해 엄마와 누나에게 목가적 삶을
강요할 수는 없다.


누나가 그를 툭 쳤다.


“애가 완전히 넋이 나갔네? 뭘 멍청하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 아니.”


그때 덜컹하며 병실 문이 열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집에 돌아갔던 엄마가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누나가 어색한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벌써 가려고? 엄마랑 같이 이야기나 하다 가지? 나는 같이 있고 싶은데......,”


누나가 빙긋 웃었다.


“누나 바빠.”

“데이트?”

“뭐, 대충......,”

“내 연적 만나러 가는 거네? 그럼 더 못 보내지. 어떤 놈팡인지 죽었어.”

“너 자꾸 까불래?”


누나가 그의 아미에 굴밤을 먹이고는 호호 하면서 총총히 병실을 나가버렸다. 엄마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엄마가 급히 누나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밖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무슨 말인지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나의
목소리였다. ‘창녀’라든지 ‘꺼져’라든지 ‘암캐’라든지 원색적인 욕 소리였다. 
우진은 철렁 가슴이 내려앉았다.


‘설마 누나도 아는 걸까?’ 하지만 아니다. 더러운 집안 내막을 안다면 누나는 할아버지와 아빠를 비난해야지 엄마를 비난할
수는 없다. 누나는 여자고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엄마를 더 이해해야 한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한참 후 엄마가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눈이 빨갰다. 어디서 한 참 울다가 온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엄마가 미소를 지었다.


“진이 배고프지?”

“응. 엄마.”


엄마는 싸 가지고 온 것을 침대에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갈비, 찜, 생선 등 이것저것 진짜 많았다. 그가 병원에 입원하고
엄마가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엄마는 진짜 음식이 잘한다.


“먹어.”

“엄마도 같이 먹자.”

“엄마는 먹고 왔어. 배불러.”

“에잇, 이리 와. 오늘은 아들이 먹여줄게.”


엄마의 슬픈 눈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다. 그가 갈비찜 하나를 들고 흔들자 엄마가 억지로 받아먹었다.
 

“맛있어?”

“응, 맛있어. 엄마도 먹여줄게.”


그러면서 엄마는 생선 가시를 손으로 발라서 현미밥에 올린 다음 아들 입에 넣어 주었다. 우진이가 맛있게 먹자 엄마 입이
흐뭇하게 풀어지면서 눈가에 미소가 걸렸다. 
우진은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 엄마가 기쁘면 그도 기쁘다.


“엄마 사랑해.”

“그래, 내 새끼. 엄마도.....,”


그날 저녁 아빠가 다시 병원으로 찾아왔다. 어떻게든 그날 일을 정리해야 했던 우진은 아빠와의 만남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저녁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그는 아빠가 기다리는 병원 인근 편의점 앞으로 나갔다. 
아빠는 파라솔 밑에서 캔 맥주 한잔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밉지?”

“........,”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우진은 편의점 의자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밉지 않아요. 미움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생기는 거죠.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밉지 않았고, 아버지는 그날부터
 밉지 않았어요.”

“섭섭하구나.”


그러면서 아빠가 캔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그러다 아빠가 말했다.


“아빠한테 왜 존댓말을 하니?”

“저도 이제 성인이니까, 부자간에 예의는 지켜야죠. 언제까지 아버지 품안에 자식은 아니죠.”

“네 엄마에게는 반말을 하더구나.”

“엄마는 내 거니까. 죽을 때 까지 사랑할거고 아버지로부터 지킬 거니까.”


아빠가 답답한 표정으로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그래, 아빠가 어떻게 해 줄까?”

“엄마, 누나하고 안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똑 같은 사람이니까, 불안해요.”


아빠가 또 맥주를 들이켰다.


“글쎄, 그건 아들인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다른 것 말해라. 너도 이제 성인이라니 바라는 것이 있을 것 아니냐...
 차라도 한 대 사 줄까?”


움찔~~ 우진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그러거나 말거는 아빠는 테이블 위에 휴대폰과 카드 한 장을 올려놓았다.


“카드 한도액은 없다. 빌딩을 사던지 비행기를 사던지 네 마음대로 해라. 대신 전화는 꼭 받아라.”


아빠에게는 있지만, 그에게는 없는 것... 바로 돈이었다. 그 돈으로 아빠는 지금 아들에게 심한 굴욕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돈이 없다면 그가 생각하는 가족, 엄마와 누나를 아빠로부터 지킬 수 없다.


“아버지의 대답이 이건가요?”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그래도 네가 아빠 아들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

“그날 일에 대해서 아빠는 네게 용서를 받을 생각이 없다. 아빠도 네 나이 때 네 할아버지를 용서 할 수 없었으니까...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는 했지만 용서 한 것은 아니다. 아마 너도 그럴 거다.”


우진의 아빠의 말뜻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때 아빠가 캔 맥주를 비우고 몸을 일으켰다.


“너도 일어나라. 함께 갈 곳이 있다.”


그러면서 아빠는 택시를 잡았다. 아빠는 개인 기사가 있다. 그런데 기사를 부르지 않고 택시를 잡는 다는 것은 아빠가 아들과
정말 둘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택시는 어느 호텔 앞에 멈추었다. 우진은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아빠 뒤를 따랐다. 
잠지 후 아빠는 호텔 6층 스위트룸에서 발을 멈추고 벨을 눌렀다.

그러자 안에서 누군가 문을 열었다.


“하...........,”


바로 그 순간 이었다. 우진은 너무숨이 막혀 그대로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상황에서도 정말 바보같이
그는 정말 머리가 멍해졌다. 두 명의 여자가 반갑게 아빠의 팔에 매달려 볼에 뽀뽀를 했는데 진짜 난생 처음 보는 엄청난
미인이었던 것이다.


"........,"


세상에는 미인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한 눈에 반해 버릴 만큼 성적 매력을 풍기는 여자는 세상이 드물다.

속이 비치는 란제리 룩의 두 미녀는 20대 후반의 쌍둥이였는데, 입은 옷부터 머리모양 심지어 화장까지 진짜 똑같이 하고
있었다. 
우진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인사해라. 네 고모들이다.”

“네?”


우진은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지금까지 그는 한 번도 고모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이
눈앞에 두 미녀를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몸매를 둘째 치고 두껍고 크고 윤기 나는 입술은 진짜 한 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두 여자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베시시 웃었다. 
우진은 죄책감이 들어서 얼굴이 시뻘게졌다.


“외국에 있다가 할아버지 장례식 때 돌아왔다. 앞으로 계속 한국에 있을 거다.”

“아......., 네.”


우진은 아빠 말이 들리지 않았다. 시선은 오로지 두 여자에게 고정되어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여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그를 처음 보던 그 순간부터 줄곧 신기한 눈초리로 웃고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빠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너도 마찬가지구나.”

“네?”

“아니다. 일단 앉자.”

“네.”

“술 할 줄 아니?”

“아......., 조금요.”


한석부부와 산에서 살 때 쌀이나 산열매로 술을 자주 담가 먹었기 때문에 즐기지는 않아도 먹을 수는 있었다. 아빠는 비치된
냉장고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와서 테이블 위에 네 잔을 따랐다.


“마셔라.”

“네.”

“네 고모들 예쁘지?”


우진은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또 얼굴이 붉어졌다. 고모들이라면 3촌에 해당한다. 가족이나 진배없는데 성적 매력에
가슴이 두근거리다니 개잡놈인 것이다. 
고모들은 뭔가 대답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는 또 얼굴이 빨개졌다.


“네, 아주 예뻐요.”


두 고모가 동시에 기쁘게 웃었다. 아빠도 피식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네?”

“네가 고모들을 싫어하지 않아서......,”

“네.”

“너도 이제 성인이고, 집안에 얽힌 비밀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모르던 쌍둥이 고모의 존재가 집안의 비밀이었을까? 하지만 아빠의 다음 말을 듣는 순간 우진은 그만 마시던 와인을 그
자리에서 토해내고 말았다.


“뭐......, 뭐라고요?”

“그래, 네 친 누나들이다. 너보다 8살이 많고, 네 우희 누나보다 6살이 많다. 아빠가 꼭 네 나이 때 낳았지.”

“.........,”


우진은 멍해졌다.


“이쪽이 별이고, 저쪽이 솔이다.”


한 사람씩 소개하자 고모들, 아니 쌍둥이 누나들은 베시시 눈웃음을 치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는 두 사람이 누나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또 얼굴이 빨개졌다. 
잠시 후 그는 겨우 진정했다.

아빠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은 지 오래다. 엄마와 결혼 전 아빠가 밖에서 무슨 사고를 치고 다녔는지 그가 알 바 아니었다.
그래도 궁금한 점은 있었다. 


“고모들, 아니 누나들을 그러니까 아버지가 결혼 전이라서 할아버지 호적에 올린건가요?”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무슨 뜻이죠?”

“별이와 솔이는 네 친 누나들이기도 하면서 네 친 고모들이기도 하다.”


우진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친 누나들이자 친 고모들이라면 족보를 어떻게 엮어야 할지 쉽게 계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는 깜짝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 할머니?”


아빠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와인을 마셨다.


“그래, 아빠와 네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누나들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아빠는 네 할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후회도 없다.”


우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건너뛰어 아빠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퍼억~~~~


“개놈에 집구석.”


그건 아빠에 대한 분노보다 우진 자신에 대한 혐오였다. 그날 할아버지 자지를 물고 엉덩이를 흔들던 엄마, 그 엄마의 보지에
자지를 쑤셔 박고 싶다는 강한 충동은 부정할 수 없는 그의 본심이었다. 
아빠의 거울이 그 자신이라면, 그 자신의 거울은
바로 아빠였다. 아빠의 지금 모습이 훗날 자신의 모습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는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하......, 하지 마.”


그때 쌍둥이 누나들이 급히 그의 몸을 안았다. 순간 물컹한 느낌과 향긋한 냄새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놀랍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그 형용할 수 없는 느낌에 힘차게 자지가 껄떡이기 시작했다.


“.......,”


친누나의 육감적인 몸에 자지가 반응하는 개잡놈, 지독한 자기혐오에 그는 다리에 힘이 쪼옥 빠져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헉, 헉.”

“때......, 때리지 마. 그래도 우리 아빠야.”


그때 쓰러졌던 아빠가 얼얼한 볼을 만지면서 다시 소파에 앉았다.


“좀 시원하냐?”

“더러워.”

“아직 안 끝났다.”

“또 뭐지?”

“쌍둥이 누나는 네 친고모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네 새 엄마이기도 하다.”


우진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개소리, 개놈에 집구석. 친 고모로 호적에 올랐는데 어떻게 법적인 새 엄마가 될 수 있지? 게다가 누나들은 아빠 딸이잖아.”

“돈이면 뭐든 가능한 세상이다.”

“헛소리.”

“아빠도 너처럼 반항을 좀 했었다. 네가 12살 때 집에 돌아오는 조건으로 네 할아버지가 꾸민 일이다.
 이미 그때 네 엄마하고 아빠는 법적 이혼 상태였다.”


할아버지 그 싸이코 같은 인간이라면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뭐든지 할 인간이다. 그것이 아들이 되었든, 손자가 되었든 원래
그런 인간이다. 
그는 이제 소리칠 기운도 없었다. 그저 그런 삶을 살아 온 엄마가 불쌍할 뿐이다.


“그럼, 엄마는......, 그 꼴을 당하고도 참고 살아온 거야. 이혼 당했는데도 계속?”


아빠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엄마가 원한 일이다. 아빠가 엄마를 버린 것이 아니라, 엄마가 아빠를 버린 거다. 집으로 들어올 때 아빠는 이미
 성불구였다. 네 엄마는 외로웠다. 아니 그건 핑계였지. 아빠 몸이 이렇게 되기 전부터 네 엄마는 애인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우진은 너무 화가 났다.


“그만해. 그런 거짓말. 엄마한테 뒤집어씌우지 마. 결국 아빠도 악마야. 할아버지처럼 엄마를 그렇게 만든 아빠도 공범이야.”
 

아빠가 고개를 저었다.


“너도 기억할거다. 지방 살 때, 청과물집 김씨, 동네 수퍼 장씨 그 밖에 수도 없이 많다. 다 네 엄마 애인들이었다.
 네 누나를 낳을 때 네 엄마는 17살 이었다. 아빠 엄마가 어떻게 만났는지 아니? 네 엄마가 거리에서 백원만 달라고
 하더구나. 그게 무슨 뜻인지 넌 모르지? 엄마는 이미 그때 창녀였다. 마침 그때 아빠도 네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그리고
 별이와 솔이 일로 힘든 때였다. 네가 가출했던 것처럼 도망가고 싶었지. 그래서 될 때로 되라는 심정으로 네 엄마와 함께
 너처럼 가출을 한 거다. 하지만 네 엄마는 본성을 버리지 못하더구나. 집에 돌아와서 네 할아버지 암캐가 되었다.
 이혼당하고 개 목걸이를 차도 좋다고 네 할아버지 앞에서, 그리고 찾아오는 손님들 앞에서 똥개처럼 엉덩이를 흔들더구나.”

“닥쳐.”


버럭 고함을 지르기는 했지만 우진은 이제 일어날 기운조차 없었다. 아빠가 말을 이었다.


“아빠도 너처럼 그때 화가 무척 났다. 하지만 불구가 된 몸으로 네 엄마에게 무슨 할 말이 있었겠니? 아니, 사실은 분명히
 밝히자. 사실은 아빠는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인간으로서 혐오스러워 했지만,
 밉지는 않았다.”

“.........,”

부들부들~~~~~

“사실 아빠도 네 엄마에게 잘한 건 없다. 네 엄마는 아빠 돈을 보고 너와 네 누나를 낳았는데, 아빠는 지방 단칸방이나
 전전하면서 네 엄마를 화나게 했으니까. 엄마는 할아버지의 암캐가 되어 개 목걸이를 차고 있는 것이 아빠의 아내로 사는 것
 보다 행복했을 거다.”


우진은 이제 눈에 초점조차 없었다. 아빠는 그런 그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빠는 네 엄마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네 누나와 너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쌍둥이 누나와 함께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


방안에 한동안 깊은 정적이 흘렀다.잠시 후 패닉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우진은 테이블 위에 와인을 병 채로 벌컥 들이켰다.
그러더니 이빨을 악물고 소리쳤다. 


“아버지의 일방적인 주장, 믿지도 못할뿐더러 아버지가 어떻게 엄마를 비난해도, 난 여전히 엄마를 사랑해요.”

“이해한다.”

“무슨 뜻이죠?”

“우리집안 더러운 피가 뭔지 아니까.”


우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전부터 할아버지가 줄곧 하던 말이다. 집안의 더러운 피....


“그......, 그게 뭐죠?”

“같은 피에 대한 갈증이다.”


그러면서 아빠는 벨트를 풀더니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아빠의 쪼그라든 불구 자지가 애처롭게 드러났다.

우진이 흠칫 놀랐다.


“무슨 짓이야?”

“더러운 피가 뭔지 가르쳐 주마.”


그러면서 아빠는 별이누나와 솔이누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솔이가 해보겠니?”


쌍둥이 누나는 생긴 것부터 머리며 옷까지 모두 똑같아서 누가 별이고 솔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쌍둥이 누나들이 순간 흠칫
몸을 떨더니 우진을 바라보며 얼굴을 크게 붉혔다.


“왜, 창피해?”

“아......, 아니. 아빠. 그냥. 아빠 그거 힘들잖아.”

“오늘은 좀 다르다. 네 동생이 있으니까. 저 녀석이 보고 있으면 된다.”


과연 부들부들 떨리는 아들의 눈초리를 느끼면서 아빠의 자지가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쌍둥이 누나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아........,”

“이제 아빠 좆 빨아볼래?”

“응, 아빠.”


쌍둥이 누나들의 눈이 살짝 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우진을 돌아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왜 진이가 신경 쓰여?”


쌍둥이 누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이가 앞으로 너희들 주인이 될 사람이라서? 이것 때문에 나중에 사랑받지 못할까봐?”

“...........,”


누나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우진이 너무 기가 막혀서 와인 잔을 발로 걷어찼다.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다.

와인잔이 깨졌다.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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