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 2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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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한실장의 태도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등과 엉덩이를 건드려도 가만히 있자 더욱 곁에 붙어 앉은 한실장이 아내의
허리를 자신의 쪽으로 당겨서 안은 것이다. 그리고는 어깨를 감은 손으로 은근슬쩍 아내의 가슴을 건들렸다.
“하아.......”
아내의 입에서 깊은 숨결이 토해져 나왔다.
"시.......실장님 이러시면........“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완강히 한실장의 손을 뿌리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한실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볼록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아내의 몸은 곧 물 먹은 솜처럼 풀어지고 말았다. 한실장이 속삭였다.
“수진씨, 사랑해요.”
“아.......”
순간,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아내의 어깨가 강하게 흔들렸다.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숨만 거칠게 몰아쉬던 아내는
완전히 넋을 놓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 치렁한 머릿결이 강가에서 불어오는 미풍에 찰랑찰랑 흔들리고 있었다.
‘개년.’ 태식은 눈이 시뻘겋게 변해서 바지 안에 집어넣은 손을 앞뒤로 마구 흔들었다. 찌걱~~ 찌걱~~~
‘개 씨발 연놈들..........’ 그때 한실장이 살짝 고개를 돌리더니 아내의 입에 얼굴을 가져갔다. 아내는 이제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한실장의 품에 몸을 의지하고 덮쳐오는 입술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에 태식의 머리는 하얗게 변해 버렸고, 그 순간 흔들던 자지에서 강한 쾌감이 느껴졌다.
“으윽.......씻.”
곧바로 팬티 안에 대량의 정액이 사정되었고, 그는 그대로 털썩 풀숲에 주저앉고 말았다.
“헉, 헉.”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태식이 그렇게 강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한실장이 아내의 입에서 입술을 떼어
내더니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잘 아는 횟집이 있어요.. 거기서 저녁 먹어요.”
“아.......횟집이요?”
“네,.. 거기 요리사가 솜씨가 좋아요.”
“네.......네 그럼........”
아내는 완전 꿈꾸는 소녀의 표정으로 변해서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한실장이 카메라와 타블렛PC를 정리해서 몸을 일으키자
아내가 그 뒤를 따랐다.
“...........”
숲 뒤, 배수로에서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태식은 배신감과 자괴감에 그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실장 저놈 돈 때문에 그런가?’ 생각해 보면 그는 정말 능력 없는 남편이었다. 오로지 내세울 건 얼굴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딴 게 오래 갈 리가 없었다.
“개년.”
울컥 화가 나자 또 자지가 꼴렸다. 사타구니를 움켜잡은 그는 두 년놈이 사라진 곳을 향해 급히 뒤를 밟았다.
“어디서 붙어먹나 보자.”
아내와 한실장은 택시로 이동했다. 뒤를 쫒아 택시를 잡아탄 그가 내린 곳은 어떤 번화가의 뒷골목이었다. 그 골목 중앙에
허름한 횟집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누추했다. 그는 잠시 고민했다.
“따라 들어가서 이 연놈들 요절을 내야 하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처럼 추한일도 없었다. 한실장 저놈은 돈도 많고 백도 든든할 것이다. 쥐뿔도 없는 놈이 맨몸으로
헤딩을 했다가는 오히려 이쪽에서 피를 보게 될 것이다. ‘증거.’ 태식의 인생경험을 결코 작지 않다.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지 않는가? 저런 놈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소문이었다.
‘파멸을 시키려면 사진이나 영상 증거가 필요해.’ 하지만 당장 카메라가 없었다. 여자와 횟집에 들어가는 모습 따위로 저
녀석에서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현장을 덮쳐야 하는데........’ 아내와 저 새파란 놈이 붙어먹는 상상을 하니, 또 미치도록
화가 나면서 자지가 꼴려왔다.
“후우........”
그렇게 횟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유리도어 앞에 뭔가 큼지막하게 광고전단지가 눈에 뜨였다. 무심코 보니 구인광고였다.
“팁 별도, 월수 400?”
아가씨를 구하는 전단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기사?”
태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횟집기사에게 월 400씩 준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전수에게 무슨 팁이란
말인가? 그때 흰색 타이트한 횟집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 하나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한눈에 봐도 대단한 미녀였다. 어쩐지 낯이 익기는 했지만,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태식이 그녀를 불렀다.
“저기요. 잠깐 말 좀 물읍시다.”
종업원 아가씨가 살짝 놀라며 그를 경계했다.
“아.......네.”
“이 구인광고요.. 여기서 기사 구하는 거 맞나요? 진짜 400씩 줘요?”
여자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여기 손님들 다들 장난 아니라서, 팁이 좋아요. 월수 600은 될걸요?”
“네?”
태식은 깜짝 놀랐다.
“사람 구했나요?”
“글쎄요. 나는 밑에 지하에서 일해서 잘 몰라요. 안에 들어가면 지배인님 있을 거예요. 한 번 물어보세요.”
“아........”
태식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600이라.......’
태식의 차는 수동 산타페였다. 요즘 그 차로 태식은 아내의 기사를 한다.
며칠 전 아내가 타던 차가 길에서 퍼졌는데,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서 폐차를 했기 때문이다. 수진은 수동을 운전할 줄 모르고,
태식은 남는 게 시간이었기 때문에 새 차를 살 때까지 아내의 편의를 봐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맘에 들지 않았다.
“화천은 왜?”
“거기, 유명한 보석공방이 있어요. 전시관도 있는데 거기 가서 작품을 직접 보고 싶데요. 요즘 트랜드 보다는 전통 쪽이
투자가치가 높을 거라나요?”
“그 놈 그거, 엄마 줄 거라면서?”
“말이 그렇지, 목걸이가 12억 짜리면 투자에요.”
“그렇다고 내가 그놈 기사노릇까지 해야 돼. 그놈은 그 많은 돈 어디다 쓰고 아직 기사도 없데?”
아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당신 자꾸 이럴래요? 그 사람, 기사 있어요. 근데 이번에는 제가 당신 차로 가자고 했어요. 이런 기회가 흔한 게 아니에요..
어디 우리 처지에 그런 사람과 인연을 만들 수 있겠어요. 혹시 알아요? 잘 보이면 좋은 일자리 하나 마련해 줄지.......
그러니까 당신 무조건 내일 그 사람한테 잘 보여야 해요.”
“아........진짜........”
태식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내가 그 꼬마 실장놈에게 목을 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놈과 비즈니스로 알게 된 후 부터
아내의 실적이 몇 배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놈 주변의 인맥은 고객의 질이 달랐다.
한 달에 겨우 200 벌던 아내가, 두 달 만에 1200 이상을 벌었으니, 눈이 뒤집힐 만도 했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내는 쥬얼리 매장을 내고 싶어 했다. 웃긴 건 그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단지 아내가 HK 한실장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돈을 대고 함께 백화점에 입점하자는 제의가 물밀 듯이 들어왔다.
그건 아내뿐만 아니었다. 그에게도 요즘 생판 이름도 낯선 동창에게 만나자는 전화가 온다. 나가보면 언제나 그 옆에 말끔한
양복쟁이가 함께 있는데, 정중한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넸다. 직종도 엄청 다양했다.
요즘 잘나가는 IT업체부터, 신생에너지업체, 건설업체 심지어 연예기획사 대표까지 있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단 하나였다.
HK 한실장을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만나지 못해도 상관없으니 그냥 서로 알고 지내자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게 선물도 주고 향응도 제공했다. 비록 무명이었지만 예쁜 연예인이 따라주는 술은 참 맛도 좋았다.
그런데 그때까지 그는 그 이유를 몰랐다. 아내의 고객이라는 꼬마실장이 이렇게 대단한 놈이었던가? 어쩌면 당연했다.
HK라는 회사는 올 초까지는 들어보지도 못했으니까. 그런데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HK는 올 초 HK투자개발을 지주회사로
출범한 도깨비 그룹이었는데, 무려 재계 서열 87위였다. 지하에서 잠자는 자본까지 합치면 재계 30위는 문제가 없었다.
한실장은 그 HK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그 HK 미래권력을 무려 두 달 가까이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다.
그건 대단한 일이었다. 비록 비즈니스 때문이라지만 권력의 핵심에 그만큼 가까이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건 곧
힘이었고, 그 힘은 미치도록 달콤했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증권가에서 아내가 한실장의 애첩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런 루머가 없었다면 무일푼 백수에게 온갖 향응을 제공하며 청탁을 넣을
바보들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뭐, 상관없잖아.’ 한실장의 첩... 속된 표현이라면 좆물받이...
한 여자의 남자로서, 지켜줘야 할 남편으로서 아내가 그러한 세간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미치도록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한편 그러한 평가가 만들어낸 권력의 달콤함이 그를 이토록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그는 세상의 그러한 평가가
이미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한강공원.. 몰래 아내의 뒤를 밟은 그는 한실장과 아내의 조금은 비일상적인 행태를 목격한바 있었다. 아내는 정말 창녀
같았고, 그 어린놈은 늙은 변태 같았다.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힌다. 아내가 보챘다.
“그래서 내일 안갈 거예요?”
“아.......아니. 근데 나 이발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놈 내일 처음 보는데, 첫인상이 중요하잖아.”
수진이 빙긋 웃었다.
“아니 딱 보기 좋아요. 근데 당신 내일은 말 조심해요. 꼬마실장이나 그 놈이라고 하면 안되요. 한실장님이라고 꼭 하세요.”
“아.......알았어. 내가 바본가 뭐?”
하지만 이튿날 아침부터 비가 몹시 내렸다. 아내가 챙겨준 양복을 입으며 창밖을 보니 쉽게 그칠 비가 아니었다.
“날씨가 이런데 갈 수 있겠어?”
“갈지 안 갈지는 그 사람이 결정하는 거예요.. 우린 그냥 집 앞에 가서 대기하면 되요.”
“응, 그렇지? 근데 당신 그 옷 입고 갈 거야?”
“아........좀 야하죠?”
그러면서 아내가 치맛자락을 밑으로 내렸다. 흰색 타이트한 원피스가 몸을 팽팽하게 조였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치마가 말려
올라가서 팬티와 엉덩이가 밖으로 튕겨 나올 것 같았다. 오늘따라 아내의 엉덩이가 더욱 풍성하고 윤기 나게 느껴졌다.
수진이 조금 미안한지 그의 눈치를 봤다.
“예뻐서 사기는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러네.. 나 몸 파는 창녀 같죠? 바꿔 입을까요?”
태식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요즘 다 그렇게 입잖아.”
“그.......그렇죠?”
아내의 얼굴이 잠시 빨개졌다. 왠지 그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때 한실장에게서 마포저택이 아닌 반포에서 기다리겠다는
전화가 왔다. 빗길을 헤치고 약속장소로 가보니 버스 정류장에 흰색 면티에 청바지 차림의 학생 하나가 등에 가방을 메고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저 애가 한실장이야?”
키도 크고 어깨도 쩍 벌어졌지만, HK 황태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날 한강공원에서 그 재수 없었던 한실장의 분위기와도
많이 달라보였다. 수진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다 ‘아.......’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옷을 그렇게 입어서 못 알아봤어요?”
“좀 사정이 있어요.”
차 안으로 들어온 우진이 수진이 건네주는 수건으로 몸에 물기를 닦으며 빙긋 웃었다.
“이분은?”
“제 남편이에요. 여보, 인사하세요. 한실장님이세요.”
태식이 급히 운전대에서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김태식입니다.”
“아.......한우진이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어요. 비도 오는데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별말씀을요. 저희야, 실장님 모시니 영광이죠.”
“그럼 잘 부탁합니다.”
직접 대화를 해 보니 생각보다 소탈해보였다. 아내가 점점 이상하게 변해서, 더럽게 밝히고 오만한 자식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는 곧 차를 몰아 올림픽대로를 통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그사이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백밀러로 보니 아내가 한실장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얼굴과 머리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다정한지 꼭 연인 같았다. 태식은 속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이해했다.
아내의 실적이 올라간 건 그녀가 한실장의 애첩이라는 증권가 찌라시가 돈 다음부터였다. 그도 알고 아내도 알고 있었지만,
서로 침묵했다.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그건 달다. 아내는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부정하고 있었지만 운전기사를 자청한 그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비지니스니까....’ 그때 아내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장님. 귓밥 진짜 많네.”
“아.......그래요? 판지 얼마 안됐는데?”
“귓밥 파주는 사람 없어요? 어머? 왕건이.......안되겠다. 제가 파 드릴게요.”
“아.......괜찮아요.”
우진이 민망한지 슬쩍 태식의 눈치를 보며 옆으로 떨어져 앉았다. 아내가 호호 웃었다.
“뭐, 어때요? 아들 같은데........여보. 실장님 귀 파 드려도 괜찮죠?”
태식이 헛기침을 했다.
“어? 응........”
“거봐요. 자. 제 무릎 베고 누워요.”
그러면서 아내가 가방에서 귀 후비개를 꺼내고는 억지로 우진에게 무릎을 베게 했다. 처음에 우진은 매우 당혹스러워했지만,
귀 후비개가 시원하게 귀를 맛사지하자 곧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시원해요?”
“아.......네. 좋네요.”
그때 차가 살짝 흔들렸다. 우진이 움찔하면서 급히 수진의 허벅지를 잡고 몸을 지탱했다.
“으윽.......”
하마터면 면봉으로 우진의 귀에 상처를 낼 뻔했기 때문에 수진은 조금 화가 났다.
“여보, 운전 좀 똑바로 해요.”
“미안........비가 너무 와서. 근데,.. 여보. 아무래도 차 안에서 귀 파주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실장님도 난처하시잖아...
귀한분인데 사고 나면 어쩌려고?”
태식의 목소리는 좀 잠겨있었다. 딱딱한 말투가 착잡 미묘한 것이 무척 복잡해 보였다. 그때 우진이 급히 말했다.
“두 분 싸우지 마세요. 전 괜찮으니까. 그리고 저 사실 그렇게 귀하지도 않아요.”
“아........네.”
수진은 백밀러로 남편의 안색을 살피며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면봉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오바 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비오는 날 아침,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들떴는데 돌이켜 보면 외간남자의
귀를 파주는 게 남편에게는 무척 불쾌했으리라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남편에게 미안했다.
다시 백밀러로 남편의 얼굴을 보니,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살은 찡그리고 있었다. 그때 우진이 몸을 들썩이며 돌아누웠다.
“아, 시원하네요. 반대쪽 도 좀.......”
“아........”
수진은 살짝 당황했다. 우진의 자세가 조금 미묘했기 때문이다. 허벅지를 베고, 얼굴은 아랫배를 향한 상태...
말려 올라간 미니스커드 맨살에 스치는 한실장의 머리카락이 따끔하면서도 부드럽고 한편 야릇했다.
슬쩍 남편의 눈치를 봤다. 남편은 힐끗 백미러를 확인하면서 운전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차안에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
수진은 쓸데없이 귀를 파주겠다고 분위기 띄운 것을 후회하며 우진의 반대쪽 귀를 파 주었다. 기분이 좋았던지 짐시 후
우진은 그 자세로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잘도 자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꼬마실장이 지난밤 무척 피곤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한실장의 오른손이 좌석에서 쑥 미끄러지더니 그녀의 짧은 스커트를 파고들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 ”
수진은 깜짝 놀라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가 아는 한실장은 나이에 비해 카리스마가 넘치는 한편 순수하고 무척이나 매너가
좋은 젊은이였다. 지난 번 한강공원에서 미묘한 성적 긴장감이 흐르기는 했지만, 그는 끝까지 선을 지켰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그녀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급히 운전석 남편을 보니 운전에만 열중할 뿐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잠자는 척 하는 건가? 내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어. 한실장이, 이 꼬마실장이 아.......어쩌지?’ 잠시 당황하던 그녀는 슬쩍
좌석에 놓여있던 무릎 이불을 펼쳐 우진의 상체를 덮어주는 척 하며, 스커트를 파고 든 손을 가렸다.
그녀는 한실장을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규칙적인 숨결이 그녀의 얇은 스커트를 거쳐 아랫배로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그는 정말로 자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잠버릇이 조금 고약할 수도 있잖아.’ 그러나 엉덩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그의 손은 매우 의식적이고 대담했다.
‘아.......점점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어.......’ 그녀의 얼굴은 점사 붉게 상기되고,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시작했다.
우진의 손이 엉덩이 뒤로 가더니 꼬리뼈를 더듬다가 별안간 골을 타고 쑤욱~ 밑으로 파고든 것이었다.
“흐윽.......”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렸다. 남편이 급히 뒤로 고개를 돌렸다. 수진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갑자기 멀미가 오네.......”
“웬 멀미?”
“아침에 먹은 게 체한 모양이에요.”
“속이 안 좋아?”
“네.......조금........”
“어디 휴게**도 좀 쉬었다 갈까?”
“아.......아니 괜찮아요.”
“한실장은?”
“잠들었어요. 피곤했나 봐요."
남편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시커먼 외간 남자가 아내의 무릎을 베고 잠든 것이 못내 불편했던 모양이다.
“당신이 앞자리 앉는 게 어때? 한실장 뒤에서 편히 자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뒷자리 너무 좁지 않아?”
그러면서 남편은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는 우진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비록 이불로 가리고 있었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핀다면 들킬 수 있는 상황.... 수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일단 휴.......휴게소부터 찾아봐요. 에휴~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더니........사실이네.......호호...
여보, 한실장님 귀엽지 않아요?”
순간 남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수진은 곧 실언했음을 깨닫고 급히 변명했다.
“수면통제 불능에, 수면의식 장애에, 몽유병까지 있데요. ..스트레스가 심한가 봐요...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에요...
돈이 많으면 뭐해? 일단 몸이 건강해야지. 그러고 보면 우리 참 복 받은 거야. 어디 아픈데도 없고 진짜 건강은 좋잖아요.”
태식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조금만 가면 어디 쉴 곳 나올 거야. 거기서 자리 바꿔.”
“네.”
수진은 볼이 화끈해졌다.
그러는 사이 우진의 손가락은 엉덩이 골을 따라 더 밑으로 파고들어 마침내 그녀의 민감한 항문을 건드렸다.
‘아.......진짜........’ 그녀는 엉덩이를 꼼지락 거렸다. 긴장한 탓인지 갈라진 골에 습기가 차올라 움직일 때 마다 미끈거렸다.
거기에 이질적인 남자의 손가락... ‘나........미쳐.’ 당혹스럽고 난감한 상황에서 그녀는 땀으로 범벅이 된 자신의 엉덩이에서
고약한 냄새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아.......똥 냄새.......’ 그녀는 무척 깔끔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샤워를 한다.
그래서 당연히 그곳에서 그런 독한 냄새가 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상상하는 한실장은 너무 순수하고 완벽했기
때문에, 분명 그 더러운 곳을 만지는 손에 자신의 더러운 것으로 오염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급히 손을 내려 한실장의 팔목을 잡았다.
‘제발........’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그 순간 한실장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더니 땀으로 미끄러워진 항문에 손가락
하나가 마디 끝까지 파고드는 느낌이 전해졌다.
“하아.......윽.”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삼켰다. 남편이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수진은 급히 손으로 입을 막으며 변명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휴게소 아직 멀........멀었어요. 아........휴우.........머.........멀미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그러나 한참을 달려도 휴게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사이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억수같이 퍼 붙는 빗줄기는 와이퍼의
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거 참.........”
태식이 갑자기 갓길에 차를 세우더니 머리를 긁었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기........길을요?”
“응, 아까 비도 너무 오고, 차도 막혀서 국도로 빠졌거든. 네비를 가져올걸 그랬어.”
그제야 수진은 차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억수 같은 빗줄기 때문에 주변은 칠흑처럼 어두워서 정말 한치 앞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좁은 1차선 도로에 사방은 짙은 수목으로 우거져 있어서, 마치 깊은 밀림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어쩌죠? 일단 U턴해서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길이 좁아서........”
“하긴 여기 강원도죠?”
“일단 조금만 더 가 보자. 길가에 어디 구멍가게라도 있겠지.”
하지만 한참을 더 달려도 구멍가게는커녕 차를 돌릴만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설상가상 시멘트 포장도로도 끝이 나더니
자갈길이 나타났고, 그 길마저 계곡 급류에 막혀 끊어지고 말았다. 쿵~~ 태식이 애꿎은 핸들을 후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씨발.......뭐 이런 개좆같은 데가 있어? 여기 사람 사는데 맞아? 아.......쌍.”
수진이 급히 남편의 말을 끊었다.
“입 조심해요. 한실장 들어요.”
“잔다며? 업어 가도 모른다며?”
남편의 언성이 거칠었다.
“혹시 모르잖아요. 깨면 어떻게 해요.”
태식이 억지로 화를 참으며 진정했다.
“차 돌릴 곳도 없고.........아직 물이 깊지 않은 것 같으니까 한번 길을 건너볼게.”
“그.......그러세요.”
다행히 4륜구동 벤은 모처럼 그 값을 해내며 거치 계곡을 가로질러 반대편 길로 올라섰다. 하지만 비는 더욱 거칠어지고
계곡물은 더욱 차올라서 이제 더 이상 차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었다.
좁은 길을 따라 얼마를 더 가자 넓은 주차장을 가진 2층 목조건물이 눈에 띄었다.
“저기 식당이요.”
“휴우.......”
태식은 비로소 안도를 한숨을 내쉬었다.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식당 안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수진은 그제야 우진의 어깨를 조금씩 흔들었다.
“실장님.”
“..........”
하지만 우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진이 다시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실장님.......일어나 보세요. 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가요.”
“..........”
그러나 우진은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면통제 불능이라는 게 사실인가?’ 그러는 사이 남편이 먼저 차를
주차 시키고 밖으로 나갔다.
“깨워서 데리고 나와. 일단 밥이라도 먹자.”
“아.......네.”
그때였다.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던 우진이 한차례 몸을 들썩이더니 왼손을 쑥~ 위로 올려 그녀의 젖꼭지를 잡아 당긴 것이다.
“흐읍........”
그의 오른 손가락은 여전히 땀으로 범벅이 된 항문에 꽂혀 있는데, 이제 젖꼭지까지 잡혀 버리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오금이 저려오며 저절로 무릎이 오므려졌다. ‘실장님 이렇게 안 봤는데........’ 이게 무슨 꼴이야...
그녀는 이제 이 어린 한실장이 은근히 원망스러웠다. 다행히 남편은 식당 안으로 이미 들어가 버려서 이 민망한 꼴을 들키지
않았다는 것을 약간의 위안으로 삼았다.
“실장님.”
그녀는 우진의 두 팔을 억지로 떼어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완강해서 여자의 몸으로 도저히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마치 기회라도 만난 것처럼 항문을 꿰뚫은 손가락은 더욱 집요해졌고, 젖꼭지는 아플 만큼 비틀어졌다.
“하으........”
순간 찌르르 보지가 지려왔다. 차를 타고 오면서 이미 충분히 자극이 이뤄진 가운데 이제 급소까지 당하자 자신도 모르게
울컥 뭔가를 터진 느낌이 들며 찌릿찌릿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오........오줌 싼 것 같아.’
원래 그녀는 물도 많은데다 긴장을 하거나 흥분을 하거나 마음이 조급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싼다. 그래서 그녀의
빽에는 여분의 팬티가 가득했다. 그녀의 볼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참았던 원망스러운 감정이 일시에
솟아올랐다.
‘모를 수가 없잖아. 아무리 잠이 들었고,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냔 말이야. 여자 또.......똥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젖꼭지나 꼬집고........아.........진짜.........나를 가지고 노는 거야. 남편도 있는데, 쓰레기야...
이 인간........쓰레기야.’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다.
그동안 가져왔던 한실장에 대한 판타지가 와르르 무너지자 이 순간, 이 자리가 스스로 더럽고 역겹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역시 부자놈들은 어린놈이나 늙은놈이나 모두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변태 꼬마녀석에게........’
그러나 한편 다른 마음 한구석은 못내 떨쳐 버릴 수 없는 미련이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
‘정말 몽유병일 수 있잖아. 이게 정말 몽유병이고, 그가 아파서 그런 거라면........정말로 그런 거라면 어쩌지? 그 때문에
기회가 생겼는데, 만약 오늘 내가 실수를 한다면.......그런다면 영원히 그 재수 없는 동창년들에게 구질구질 하게 산다면서
조롱이나 당하겠지. 늙은 변태 늙은이들 첩질이나 하는 그런 싸구려 년들에게........하아.........몰라........’
그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적어도 그는 젊잖아. 늙지는 않았잖아. 첩이 뭐가 어때서........첩살이가 뭐가 어때서.....남편에게 조금 더 잘하면 되잖아.
지금보다 더 잘 해주면 되. 시댁에 더 잘하고........몸이 다는 것도 아니고.......내가 꿈 많은 소녀도 아니고........하아........’
그런데 그때 거칠게 그녀의 엉덩이와 젖꼭지를 유린하던 한실장의 손이 마치 전기라도 감전된 것처럼 경직되더니 스르륵
팬티에 브레지어에서 빠져나갔다.
“아........”
오히려 놀란 수진이 멀뚱멀뚱 두 눈을 깜빡였다. 마침내 우진이 눈을 뜬 것이다.
“시........실장님?”
차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후두득 차를 때리는 빗소리만 요란했다. 그렇게 한동안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멍하니 수진을
올려다보던 우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자세로 바로잡고 일어나 앉으며 못내 죄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내가 무슨 짓을 했죠?”
“아........그게.......”
수진은 급히 대답을 못했다. 우진은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매끈한 액체로 반짝이는 자신의 오른쪽 손가락을
발견하더니 쓱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일순간 그의 눈이 와락 우겨졌다.
“윽.”
수진은 화끈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의 더러운 곳을 거의 반나절이나 쑤시며 희롱했던 손가락이다.
그동안 냄새가 베지 않았다면 그게 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재빨리 손수건으로 그의 손가락을 감싸며 입을 열었다.
“모.......몽유병이 사.......사실 인가요?”
“아.......”
우진은 크게 좌절하며 다시 한숨을 터트렸다.
“내가 못된 짓을 했죠?”
“..........”
수진을 대답을 못했다. 여자로서 <그래 네가 내 똥구멍을 아주 잡아먹을 듯 쑤셨다.>라고 어떻게 대답한단 말인가? 그가
자책하는 모습을 보자 그 어리고 잘생긴 얼굴에 그만 그녀는 연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그래. 그는 그냥 아픈 거야.’
갑자기 그가 불쌍해졌다. 조용히 손을 내민 그녀는 그의 목을 부드럽게 잡아 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물컹한 두 가슴이
그의 얼굴을 감싸자 우진의 불안했던 표정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미안해요. 누나........”
‘누.......누나?’
수진은 자신도 모르게 찔끔 오줌을 흘렸다. 누나라니....단지 그는 그녀의 비즈니스 상대일 뿐이다. 뽕을 뽑아서 한몫 단단히
잡아야 할 그런 호구일 뿐이다. 그런데 누나라니.......수진은 왠지 모르게 그와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아 한편 달콤했고,
다른 한편 오금이 저릴 만큼 하체가 흐물흐물해졌다.
“시.......실장님........저는 괜찮아요. 그........그런데 진짜 잠을 통제 못하는 거에요? 그런 병도 있어요?”
우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자면 길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 몹쓸 병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해야 없어지는지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굵은 비는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식당으로 들어갔던 남편이 우산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은 급히 떨어져 앉았다. 수진은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더욱 얼굴이 붉어졌다.
“한실장님 깨셨네요?”
“아........네.”
“어찌나 깊이 잠들었는지, 정말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던 걸요.
우진이 멋쩍게 대답했다.
“제가 좀........”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큰일이요?”
태식이 숲으로 난 도로를 가리키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비 때문에 도로가 모두 끊겼답니다. 오도가도못하게 생겼어요. 여기 주차된 자들이 다 가다가 되돌아 온 차들이랍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하루 묶어야 할 것 같아요.”
“자고 가야 한다고요?”
“네. 길이 복구 되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네요. 이것 참 난처해요. 주인에게 물어보니까 민박도 치니까, 방이 있기는
있는데 금금은 다 꽉 차서 하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실장님이 마음에 걸려요...
방이 너무 작고 누추해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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