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22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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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여승무원 - 2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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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298회 작성일 24-12-17 19:46

본문

혜미는 재성이 서 있는 곳으로 재성이 차를 세워놓은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이 비틀거린다고 혜미는 느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차문을 열고 좌석에 앉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아주 단순히 재성에게
가자고 속삭였던 것만 기억난다. 
차에 올라타 앉고 재성이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 몸의 긴장이 쫘악~풀리면서 자신의
몸이 땀으로 축축하다는 느낌이 생생히 전해져 왔다. 
뭔가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가 필요했다.
 

“담배... 담배 좀... 주실래요...?.............................................................”
 

혜미는 재성에게 담배를 달라고 했다. 재성은 혜미에게 담배 한 개피를 주었다. 혜미는 앞에 놓여있던 라이타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두어모금 급하게 빨아댔다. 안좋다. 무슨 맛인지 맛도 알 수 없었지만 별로 좋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현실의 감각 속으로 돌아오는 느낌은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담배를 쥔 손이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한번의 떨림이 시작되자 걷잡을 수 없이 온 몸이 마구 떨려오기
시작했다. 
몸 뿐만이 아니라 몸 속도 머리 속도 내 심장 속도 자신의 영혼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뭔가가 부들부들 떨려옴을
혜미는 느꼈다.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손바닥의 형체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손바닥이 점점 깊고 깊은 늪으로 변해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에
그 깊고 깊은 늪 속에 진흙창이 아닌 새빨간 선혈이 가득 쌓이고 쌓여 거대한 힘으로 자신을 그 속으로 자꾸만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아아악!!! 혜미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혜미는 자기 자신의 속에서 맴돌고 있는 피어오르고 있는 깊이깊이
숨어있는 
그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혜미의 눈에서 마음에서 눈물이 튀어나와 흘렀다. 두 줄기 눈물이 두 눈에서 볼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렸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운전대를 잡고있는 재성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성이 자신의 입술을 꼭 깨물고 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모든 것이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이 세상에 왜 이 세상에 살고있는거지 내가 지금 여기에서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건지 
허무감과 고독함이 처절하게 밀려왔다. 하지만 마냥 거기에 빠지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다시 재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성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며 표정에 온갖 변화가 일었다. 혜미는 순간 깨달았다. 재성은
결코 자기를 탓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순간 혜미는 행복했다. 재성이 자기를 바라보았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 
혜미를 바라보는 재성의 눈빛이 묘했다. 재성의 눈빛이 눈물이 맺힌 재성의 눈빛이 한없이 슬퍼 보였다.
 

혜미는 입술을 움직였다. 그리고 미소를 지어갔다. 자신의 양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의 온도가 뜨거웠다. 재성이 혜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혜미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 이러면... 되는거죠?.........................................................”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혜미는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묻고 있었다. 다음 날 종태가 자신을 찾아왔다. 종태가 공항까지
바래다주겠다고 말했다. 
힘없이 풀이 죽어있는 종태의 모습이 애처로왔다. 언제나 난폭한 성욱의 곁에서 어떻게든 혜미를
지켜주려고 애쓰던 사람 
나이트의 룸에서 성욱이 탄 약에 취한 혜미는 자신의 뒤에서 자신의 육체를 탐내고 겁탈하고 있는
사람이 종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었다.
 

도대체 종태가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혜미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몸부림치면서 자신에게 묻고 또 묻고 있었다. 괴로움에
치를 떨었다. 
혀를 깨물고 죽고만 싶었다. 어느순간 갑자기 종태가 자신을 겁탈하고 있던 종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종태의
팔에서 힘이 스르르 빠지면서 혜미는 털썩!하고 차가운 룸의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서러움이 밀려왔다.
 

서러움이 파도처럼 혜미의 온 몸과 정신을 집어삼키고 서 있었다. 혜미의 입에서 자기 자신도 모르게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세상의 저 끝에서 한없는 바닥까지...내팽겨쳐지는 느낌 조금전까지 자신을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던 고통이 사라지고 육체에
자유가 놓였을때 
혜미의 서러움이 한껏 폭발하고 말았다. 성욱이 자신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자신의 얼굴에 맥주를 끼얹었다.
혜미에게 “창녀!” 라고 소리치는 성욱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무서운 눈빛이 떠올랐다. 더욱 더 밀려오는 서러움에 혜미는 흐느끼고 또 흐느꼈다. 너무나 차갑기만 하다. 순간 어떤
손길이 느껴졌다. 
자신의 몸에 황급히 옷가지들을 덮어주는 어떤 손길이 그리고 아주 차가운 룸의 바닥에 쓰러진 자기를
끌어당겨서는 
따뜻한 품 속으로 끌어안아주는 어떤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했다 엄마처럼 엄마가 날 안아줬던 것처럼 너무
따뜻하다. 
또 새로운 눈물이 흘러나온다. 혜미는 그렇게 종태의 품에 안겨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 자신의 볼에 와닿는 어떤 뜨거운 것을 종태의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종태의 모습 앞에서 아주
어색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어색한 감정 앞에서 마음이 초조해졌다. 지금 공항으로 가야만 하는데 종태가 자신을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부탁해요............................................................................"

속삭이듯 말하는 종태의 힘없는 목소리와 
평소와는 너무 다른 종태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고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
쉬었다. 
힘없이 종태에게 칵트와 짐을 맡기고 종태의 차에 몸을 실었다. 어쩔 수 없는 두려움과 긴장에 몸이 떨렸지만 별다른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종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종태의 목소리가 서서히 곁에서 들려왔다. 마음 속의 두려움으로 남아있던 성욱의 이야기가 나오자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이
긴장하면서 
종태의 이야기에 귀를 곤두세웠다. 종태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종태 자기
자신에게도 중얼거리고 있었다. 
성욱에게서 성욱의 손길에서 혜미를 지키겠노라고 혜미를 좋아했었노라고 혜미를 껴안고
싶었노라고 
혜미를 나를 자기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노라고 혜미를 지켜주는 것만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아주 유일한
길이라고 
종태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혜미는 종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온갖 묘한 감정의 파도가 뒤섞여 옴을 느꼈다. 차에서 내려 종태가
혜미에게 자신은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다시는 혜미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주 먼 훗날 언젠가 다시
만나면 서로 마주보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종태가 담담하게 내뱉는 말을 들으며 혜미는 뭔가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정신은 아득해져가지만 멍하지만 가슴이 아파왔다.
 

종태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혜미에게 자신의 더러운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었다. 감히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깊이깊이 
그렇게 억누르고만 있었다. 혜미가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웬지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돌아섰다. 종태가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와서 어디론가 튀어나가
버린 사람 같았다. 
그 영혼을 다시 주울 의지도 힘도 남아있지 않은 사람 같았다.
 

혜미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종태를 향해 다가섰다. 종태의 모습이 혜미의 눈 앞에 그렇게 비틀비틀거리고 있었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종태의 앞에 다가섰다. 
저절로 손을 들어 종태의 넋이 나간 얼굴을 만졌다. 이 사람의 얼굴은 이리도 따뜻한데
아직도 이렇게 따뜻하기만 한데 영혼은 왜 이렇게 얼어붙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태의 얼어붙어버린 영혼의 차가운 냉기가 혜미의 온 몸에 전해지는 듯 했다. 이 사람의 영혼을 되찾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짧은 순간 혜미의 뇌리에 가득했다. 
자신도 모르게 정을 듬뿍 실은 따뜻한 손길로 종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종태의 넋이
나간 얼굴에 조금씩 조금씩 생기가 도는 듯 했다. 
혜미는 종태의 키가 무척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의 볼은 따뜻했다.

종태의 얼굴에 입을 맞춰 주고만 싶었다. 영혼을 되찾게 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온 가득 맴돌았다. 혜미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종태 오빠... 키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 발돋움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되겠군...................................”
 

혜미는 발돋움을 했다. 그리고 종태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종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이 닿았다. 아주
따뜻했다. 종태의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차가워져서는 안된다. 혜미는 자신의 입술에서
종태의 영혼의 숨결이 다시 살아 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자신의 입술이 종태의 모든 죄악과 괴로움을 빨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혜미는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러길 바랬다.
 

입술을 떼고 혜미는 돌아섰다. 문득 혜미 자신의 정신도 되돌아오는 듯 했다. 다시 고개를 되돌려보니 종태가 여전히 넋 나간
듯한 얼굴로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러나 느낌은 전혀 달랐다. 조금 전의 영혼이 없던 육체가 아닌 종태의
지금 넋 나간 모습에선 
어떤 생기가 넘쳐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혜미는 마음이 놓였다. 기분이 즐거워졌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종태를 향한 채로 고개를 숙이고 “킥!” 하는 웃음을 터뜨려 주었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부터 어떤 즐거운 에너지가 토해지는 듯 느낀다. 
이것이 바로 용서하는 마음이 가져다주는 홀가분함일까...? 혜미는
종태를 향해 명랑하게 소리쳤다.
 

“다녀오겠습니다! ...다음에 뵈요... 종태오빠~~!!!..............................................”
 

돌아서면서 혜미에게는 확신이 섰다. 다시 공항쪽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기분이 즐거워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었다.
비록 시간에 쫓겨 서둘러 걸어야만 했지만 다시 기분이 즐거워진다. 어떤 희망이 샘솟는다. 몸은 피곤하지만 즐거워진다.

이 맑고 깨끗한 날씨 상쾌하다. 정말 상쾌하다. 그리고 또 무엇인가가 나를 이렇게 즐겁게 만들어주는데 그건 뭘까. 재성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능청스러움 그 즐거움 그 짖궂음 혜미가 미소지었다.
 

그리고 혜미는 재성에게 혼자 들어가겠다고 했다. 재성을 떠나보냈다. 재성이 가지 않을까봐 재성의 차가 움직이는 것을
그리고 멀어질 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재성의 차가 떠나자 불현듯 다시 어둠 속에서 두려움이 다가왔다.
두려움이 혜미의 몸을 떨게 만들고 있었다. 혜미는 집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혜미는 일상적인 자연스러운 태도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에 불이 환히 켜져있고 아버지가 소파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혜미는 말 없이 조용히 가방을 들고 칵트를 끌지 않고 손에 들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혜미가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홀로 양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평소에 즐기는 양주병이 탁자에 놓여있고 잔을 손에 쥐고
들다가 도로 내려놓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혜미가 짐짓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다.
 

“...............................................................................”

“여태 안 주무셨어요?....................................................”
 

혜미가 다시 말을 건넨다.
 

“................................................................................”
 

아버지가 말 없이 앉아서 혜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냥 담담한 시선으로 얼굴에 아무 표정도
드러내지 않고 혜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혜미는 아주 짧은 침묵의 시간이 어색하고 길게만 느껴졌다. 성욱과의 일을 알고
계실까 궁금했다. 
이대로 조금만 조금만 더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웬지 억지로 끌어낸 용기를 잃을 것만 같다. 간신히
끌어낸 용기를 잃어버릴 것만 같다.
 

“늦었구나......................................................................”
 

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고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한마디를 슬며시 토해냈다. 혜미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선뜻
머리를 스쳤다.
 

“네... 늦게 도착해서 동료들이랑 같이 저녁 먹었어요............................................”

“그래..................................................................................”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잔을 들어올려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혜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많이 피곤하겠다... 올라가서 일찍 쉬는게 좋겠다......................................................”
 

목소리에 별다른 감정이 섞여있지 않았다. 그냥 무미건조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혜미는 아버지의 반응이 뜻밖이라고 여겼다.
잔뜩 긴장하던 마음에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뭔가를 각오한 듯이 그렇게 집에 들어섰지만 아버지의 뜻밖의 반응에 오히려
다시 새로운 느낌의 긴장감이 슬며시 피어오른다. 
하지만 결국 잘된 일이 아닌가. 우물쭈물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네... 그럴께요.......................................................................”
 

혜미가 몸을 2층의 자신의 방 쪽으로 향한다. 실내의 계단을 오르려다 문득 아버지를 돌아보며 한마디 말을 건넸다.
 

“일찍 쉬세요... 많이 드시진 마시고요....................................................”
 

성태는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술을 한잔 따뤄서 단숨에 들이키고 있었다. 술을 너무 급하게 드신다 는 생각을 하면서 혜미가
몸을 움직였다. 
혜미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섰다.
 

“찰칵!................................................................................................”
 

문이 닫히는 소리가 혜미에게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졌다. 방문을 걸어잠그지 않았다. 지금보다 어린 시절 한 때는 반드시
방문을 걸어잠그곤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방문을 걸어 잠궈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방문을 걸어
잠근 적이 없었다. 
더구나 성욱과의 교제가 시작되고부터 아버지는 예전과 달리 혜미를 거의 건드리지도 않았다.


“휴우~!!!..........................................................................................”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무릎에 순간적으로 힘이 빠짐을 느끼면서 혜미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텅 빈 듯 한 것이 뭔가 제대로 현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잠시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폰을 꺼내들고는 빠른 손가락 놀림으로 문자를 쳐 나갔다.
 

“저... 잘 들어왔어요... 오늘 고마웠어요... 일찍 쉬세요...............................................”
 

재성에게 보내는 문자였다. 뭔가 머리 속에서 복잡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문자를 치고 있는 듯 했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확한 형체가 떠오르진 않았다. 
재성의 목소리를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많이 피곤할거야... 내일도 일찍 나가야 할텐데...........................................................”

배려심에서 재성의 목소리를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이내 포기했다. 
갑자기 입고있는 유니폼의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지면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샤워하고 푹 자고 싶다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욕구가
강하게 밀려왔다.
 

“피곤하다...........................................................................”
 

혜미가 중얼거리면서 유니폼의 단추를 끌르기 시작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자, 몸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폰의 빛이 아주
반짝이고 있다. 
오빠에게서 답신이 왔다.
 

“꿈 속에서는 만나도 피곤해 하지 않겠지?..............................................”
 

재성의 답신을 읽으면서 혜미는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아무 생각말고 그냥 푹 자자.................................................................”
 

혜미는 불을 끄고 침대에 쓰러지듯 자신의 몸을 내맡겼다. 그리고 이내 쌔근쌔근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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