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그런날이 -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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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호진이나 준하나 세번이나 좇물을 싸댔다. 호진이의 좇물이 흥건한 보연 누나의 후장에 자지가 일어서자 준하가 다시
박아넣었고 준하의 좇물이 흥건한 보연 누나의 보지에는 호진이 또 자지를 세워서 박아넣었다. 보연 누나는 이제 무릎을
꿇고 앉아 호진과 준하를 불러 마주세우고는 동시에 입에 물고 빨아대고 있다.
마주보며 호진과 눈이 마주친 준하는 좀 어색하다. 호진이 씨익 웃는다. 준하도 씨익 웃어버린다. 둘의 자지가 아직은 말랑한
상태로 미끌미끌 거리면서 보연 누나의 입 안에서 서로 대가리를 쓸어주고 있었다. 느낌이 조금은 이상했지만 또 그런대로
자극적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둘의 자지는 더이상 보연 누나의 입에 함께 있을수가 없었다. 다시금 자지가 꼴려버렸기
때문이다. 둘다 거대하게 꼴린 자지를 한꺼번에 입에 담는건 보연 누나라도 어렵다.
- 아... 씨발..... 턱빠질거 같애... 준하야... 누워봐..............
- 어흡..... 벌러덩............
- 하아... 호진아... 준하 자지 빨아봐..........
- 그래.......... 뭐.....뭐?... 뭐라고?..........
- 내가... 너 자지 빨아줄테니까... 준하 자지 빨아보라고............
- 씨발... 미쳤냐?... 내가 점마 자지를 왜 빨어?..........
- 빨아봐... 남자가 남자 자지 빠는거 함 보고 싶단말야... 함 빨아봐.............
- 야..... 그래도..... 건 쫌 아니다...........
- 아... 뭐야뭐야..... 함 빨아봐... 빨아봐... 빨아봐...........
- 얌마... 진짜 빨려고 그러냐?..........
- 아씨... 나도몰라... 빤다?........
- 뭐?.............
- 빤다고..............
- ..................
호진이 놈은 아주 조심스레 혀를 내밀더니 준하의 자지대가리 요도근처를 한번 살짝 핥아본다. 미간을 살짝 한번 찡그려본
호진이 이번엔 입술을 열어 귀두를 조금 물어본다. 미간을 한번 더 살짝 찡그려보더니 이번엔 입을 벌려 자지를 삼켜본다.
남자가 어떻게 빨아주면 좋아하는지 남자인 호진은 잘 안다. 그리고 그 쾌감은 강렬하다. 그래도 쾌감은 쾌감이지만 약간의
정신적인 데미지 같은건 있었다.
엎드려 준하의 자지를 빨고 있는 호진의 엉덩이를 들어세운 보연 누나의 머리가 그 뒤로 사라지더니 곧 한 손이 호진의 다리
밑으로 나와 자지를 잡고 딸쳐주는게 보인다. 호진의 엉덩이 뒤에선 "쭉쭉...후릅..후릅..."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호진의
입놀림이 더 강렬해진다.
- 얌마... 싸... 싸겠다.............
- 푸웁........ 헙............
호진이 입을 떼어냈다. 들어올린 호진의 눈이 준하와 마주쳤다. 둘다 좀 멍하다.
- 준하도 호진이 자지좀 빨아줘바... 졸라 자극적이야... 멋져............
준하 역시 호진이 했던것처럼 혀를 내밀어 귀두를 살짝 핥아보고 입술을 열어 귀두를 한번 입에 담아보고 그리고 입을 벌려
호진의 자지를 입안 가득 삼켰다. 보연 누나는 벌써 준하의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혀를 뾰족히 세워 똥구멍을 쿡쿡 쑤셔대며
한 손을 다리 가랭이 사이로 디밀어 자지를 딸쳐주고 있다. 나도 남자다. 그래서 나도 자지를 어떻게 빨아주면 좋은지 안다.
보연 누나가 열심히 핥아대고 쑤셔대는 똥구멍의 쾌감과 쩔벅거리며 딸쳐주고 있는 자지기둥의 쾌감에 더불어 다른 남자의
자지를 빨고 있다는 묘한 정신적인 쾌감이 더해진다. 한 손을 불알로 내려 만지작거리며 번들거리는 겉물과 타액을 묻힌뒤
손을 더 내려 호진이 똥구멍으로 가져갔다. 슬슬 간지럽히며 돌리고 희롱하자 호진이가 이상한 신음을 흘린다. 막 손가락을
살짝 똥구멍으로 찔러 넣으려고했다.
- 아... 으응... 으으으으... 릅... 어어엉어어어... 싸..............
- 읍..............
호진이 채 말을 꺼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준하의 입으로 미끄덩하고 뜨뜻하고 걸쭉한 액체가 꿀럭 터져나온다.
- 하압...... 뭐야?... 입에 싼거야?... 와아... 넘 꼴린다... 준하야... 뱉지마... 뱉지마................
- 으..... 으읍..... 어으..... 이새키..... 쓰...............
- 뱉지마... 뱉지마... 받아서 나줘...............
- 으... 으으................
호진이 황당하고 어색하고 쪽팔리고 미안하고 그러면서도 요상한 쾌감을 느끼는듯한 얼굴로 입에서 자지를 뽑아낸다.
"흐릅... 으.............."
보연누나가 얼굴이 숙이고 있는 준하 얼굴 밑으로 기어 들어오더니 입을 벌린다.
- 아..... 아~~~~~~~
- 뿌르릅..... 뿌릅......뿌릅..... 에잇... 퉤...........
- 아~~~~ 더 뱉어줘~~~ 아~~~~
- 쓰읍... 퉤... 후릅... 쓰읍... 퉤... 퉤..................
요상하게 뿌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좇물을 보연 누나가 입에 채운다. 입에서 어느정도 흘러내린 좇물이 길쭉하니
잘 끊어지지 않자 입을 모아 퉤 뱉어낸다. 몇번을 더 입을 오물거리며 침을 섞어 뱉어낸다. 보연누나가 입을 다물더니 준하를
살짝 뒤로 민다. 보연 누나가 다 문 입으로 조심스럽게 입술부터 살짝 열더니 준하의 자지를 물어온다. 꿀럭꿀럭 소리가 들려
온다. 보연 누나는 호진의 좇물을 입에 머금은 채로 준하의 자지를 마치 흡입하듯 빨아먹기 시작한다. 느낌이 미끄덩 거린다.
이상하다. 하지만 이것도 색 다르다. 준하도 곧 좇물이 터져나온다.
- 이... 씨..... 이 변태년아... 싼다..... 윽..............
- 꿀럭... 꿀럭................
보연 누나가 또다시 준하의 좇물을 받아낸다. 네번째나 싸고 있다. 그래도 좇물이 꾸역꾸역 나온다. 신기하다. 이윽고 입을
뗀 보연 누나는 입을 벌려 호진이와 준하에게 한번씩 입안에 담긴 좇물을 보여주고는 곧이어 꿀떡꿀떡 삼켜버렸다.
- 꿀떡... 꿀떡..... 아... 최고야..... 맛있다............
준하는 처음으로 알바에 늦었다. 4번이나 싸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7시가 10분이나 넘어가고 있었다.
- 아씨... 좇됐다.............
- 하하하핫...........
- 푸하하하..... 얼른 튀가라...............
널부러져 있던 호진이랑, 보연이 의아한듯 고개만 까닥 들어 준하를 보다가 곧 시계를 보고선 둘이 웃는다. 휴지를 둘둘둘
말아내고 급하게 여기저기 닦아내고 옷을 입고 있는데도 둘은 널부러져 뒹굴거리며 실실 웃으면서 준하를 보고만 있다.
- 얌마... 레포트....................
- 새끼...............
레포트를 찾아 책상에 대충 던져놓고 옷을 입고 신발을 꿰찼다. 벌컥 문을 열고 당구장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당구장
사장님은 역시나 마음 좋으신 분이다. 30분이나 지각을 해버렸음에도 이때까지 지각한번 안하고 성실히 일하게 어디냐며
지금처럼 가끔하는 지각은 애교라서 몇번 부려도 된단다.
- 뻑뻑..... 후우~~~ 야... 준하야.......... 어제.................
- 새끼... 좋다고 난리치더니... 쪽팔리냐?... 카카카카............
- 하하하..... 좀... 쑥스럽다... 하하하.............
- 뭐..... 죽이긴 했지..... 근데... 너 어제 내 자지 빨때 어땠냐?..............
- 뭐?.............
- 아님... 내 입에 쌀때는 어땠냐?................
- 아이 새끼..... 웩... 웩이다.............
- 카카카... 뭐... 나는 나쁘진 않던데?... 근데.................
- ?...............
- 앞으로 우리끼리는 그런건 하지 말자 새꺄..............
- 얌마... 나도 동감이다..... 하하................
하지만 보연 누나와 같이 쓰리섬을 즐기는 몇번동안에 보연 누나는 자꾸자꾸 서로 빠는걸 보여달라거나 입에 싸는걸 보여
달라고 졸라댔고 우리는 몇번은 더 식스나인으로 서로의 자지를 빨거나 서로의 입에 좇물을 싸댔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연
누나는 서로 후장을 빠는것도 보여달라고 했었는데 그것만은 하지 않았던 것도 기억난다.
- 준하야... 넌... 여자친구도 없냐?.............
- ???............
방에서 한창 격렬한 섹스를 나누고 베게를 높여 기대고 담배를 한대 피는 사이 보연 누나가 가슴께에 기대어 혀롤 젖꼭지를
간지럽히고 희롱하며 한 손으로는 미끌하고 끈적이며 작아진 자지를 이리저리 돌리고 미끄려뜨리며 장난을 치다가 문득
뜬금없이 물어오는 질문이다.
- 없어..... 여자친구는 무슨..............
- 아... 이런 빙신...... 대학와서 여자친구도 안사귀고 뭐하냐?................
- 뭐하는거 같은데?.................
- 그러게... 공부도 별로 안하는 놈이........ 뭐하는 놈이냐... 넌?............
- 맨날 누나 보지 따먹느라 정신 없는 놈이다... 왜... 헐................
- 하하하핫..... 미친놈......................
- 너 보기보다 참 괜찮은 놈인데...
- 보기엔 어떻길래?... 보기에도 괜찮지 않아?... 보기보다가 아니라... 보기에도 괜찮고 알고보면 더 I찬은 놈이랄까.......
- 하하핫... 말을 말자..... 간만에 진심을 담아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 왜이러셔?... 나 지금 생에 최대로 진지하단거 몰라?.............
- 끙.........
- 왜?... 뭐?... 뭐가?... 왜그런데?... 왜?... 왜?.............
- 아이... 참..... 하하..... 하하하핫... 그만해...이씨.............
- 으하... 하하하하... 그만... 항복... 항복.................
피우던 담배를 끄고 보연 누나의 옆구리를 잽싸게 간지럼을 태운다. 보연 누나가 지지않고 준하의 옆구리를 같이 간지른다.
둘이 한참을 서로 간지럼을 태우다 준하의 항복 선언을 듣고 나서야 보연 누나는 다시금 준하의 어깨에 기댄다. 그리고 또
역시나 한 손으로 준하의 자지를 만지작 거린다.
- 내가... 여자친구 소개해줄까?...........
- 뭐... 그러던지................. 뭐?............
- 내 후배중에 괜찮은 애 하나 있는데 소개해줘?.............
- 아이 미친...... 누난 맨날 같이 섹스하는 남자한테... 그래... 여자친구를 소개해주고 싶냐?
- 이런... 미치긴.............
- 아니 그게 아니라... 누난 이렇게 맨날 벌거벗고 뒹구는 놈한테 여자친구... 것두 후배라매?... 소개시켜 주고 싶냐고?......
- 병신... 섹스는 섹스야 그냥... 그럼... 넌 평생 그냥 내 보지만 쑤시고 살래?.. 엉?.. 여자친구 하나 안만들어보고?.. 엉?.....
-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게.................. 참나... 휴.............
- 나도... 너랑 맨날 이러고 뒹구는거 엄청 좋거든... 근데... 언제까지 그럴거냐고?... 그렇다고 너랑 나랑 사귈래?... 그건...
아니지?... 우리야 서로 좋을때까지 뒹구는것 뿐이고... 그래도 난 너가 참 좋은 놈이란거 알아... 좋은 여친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고 싶거든?................
- 그..... 그래라 그럼....................
- 부탁 하나만 하자...............
- 뭔데?............
- 아무래도 여친 사귀면 나랑은 덜 만나야 할꺼 아니냐?...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 뭐...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
- 가끔은..... 내방에도 찾아와 줘...............
- 그게 부탁이야?..................
- 응...................
- 참내..... 서로 좋을때까지는 하자며?...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네요..............
- 안녕하세요... 누나... 어어?... 누구 있었네?.............
- 준하왔니?..............
- 네... 그 부탁한거 봐주신다매요................
- 아... 그래 그랬지...... 참... 인사해 여기는 내 후배 은미... 둘이 동기네?.. 친구함 되겠다... 일단 앉아............
- 앉아도 되나?... 하... 하하...........
- 안녕... 나 배은미야................
- 어... 안녕... 난... 장준하라고 해...............
- 반갑다~~~ 무슨과야?...............
- 어... 나... 전산공학과...........
- 어머머..... 전산공학과가 왜 국문과 선배를 알고 다녀?.............
- 아..... 그게..... 실은 내가 원고를 봐달라고 하나 부탁한게 있는데..............
- 너..... 글쓰니?.............
- 응..... 시를 좋아해서... 시를 조금..... 하하하... 쑥스럽네.............
- 어머머... 생긴거하고 다르게 시를 좋아해?...........
- 왜?... 내 생긴게 어때서..... 나같은 놈은 시 좀 쓰면 이상하나?.............
- 아니... 그런건 아니고... 좀 의외라서 놀랬을 뿐이야................
보연 누나와 약속 한 시간에 보연 누나의 방문을 열자 보연 누나와 배은미라고 소개한 후배가 소주 한병을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합석했다. 은미는 보연 누나랑 고등학교때부터 친한 후배라고
했다. 어찌 하다보니 대학교도 같은 곳으로 왔단다.
은미는 글을 쓰는 열정이 대단하다고 했다. 시를 좋아해서 시를 쓰는데, 잘 알려지지 않긴 했지만 무슨무슨 지방 신문 대회에
입상도 했고 차곡차곡 써온 시가 기백편이 넘는다고 했다. 지금은 과 교수가 그녀의 시를 보고 너무 훌륭하다며 당장 등단을
해도 될 정도라고 자신이 잘 아는 곳의 출판사를 통해 일부 시를 출간먼저 해보는게 어떻느냐고 제안을 해와서 교수와 함께
50여 편의 시를 뽑아 다듬으며 출간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매개체는 그것이었다. 어줍잖지만 준하도 고등학교 시절 이래저래 방황하던 시절 자신의 그런 모습을 언젠가부터 낙서처럼
끄적이는 습관이 들게 되었고 그걸 시라는 것을 통해 표현하고 했었다. 나름 시라는 문학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이 한때 빠져
있었기도 했었고 지금도 가끔은 습작처럼 끄적이는 낙서질을 계속하고 있기도 했다. 그녀의 시에 대한 열정은 그저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시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사람 자체를 호감을 가지고 본다고 했다.
특히나 되든 안되든 시를 써봤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녀는 초면이든 친한 사이든 막론하고 밤을 꼬박 새우며 얘기할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보연 누나는 은미에 대해 몇가지 덧붙여 얘기해 줬다. 은미는 시를 쓰는 시인이다. 보연 누나는 이미
그녀를 항상 시인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이다 보니 범인이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좀 있다고 했다. 좋게 말하면 기인다운
행동이라고 했고 범인이 보기엔 똘아이나 정신이상자 같은 행동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의외로 순수한 구석이 있는
마음이 깨끗한 아이라고 했다.
준하는 그녀를 처음 보고 자리에 앉았을때 계란 생각이 났다. 그녀의 얼굴은 정확하게 계란 모양이었다. 계란을 손에 들고
그녀의 얼굴로 향하고 거리를 맞추면 꼭 한치의 오차 없이 들어맞는 지점이 있을거다. 눈은 가늘고 길게 찢어져 항상 실눈을
뜨고 있는듯 했는데 눈매엔 언제나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항상 눈웃음을 치는 듯한 눈매였다. 입은 시원하게
큰 입이었는데 도톰한 입술이 생각보다 육감적이긴 했다.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아주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라는 생각이었다. 그건 그녀의 몸매나 옷차림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티셔츠 평범한 청바지 그리고 그 안에 평범한 몸매 잘 빠졌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쫌 아니다도 아니고
지극히 평균 사이즈의 몸매 시를 쓰고 시를 쓰는 열정이 대단한 기인같은 성격의 소유자 치고는 첫 인상은 너무도 평범했다.
단 한가지 특이한 점은 말투라고나 할까 약간 느릿한듯 하며 끝을 길게 늘어뜨리는 듯한 그녀의 말투만이 처음 본 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연 누나에게 주었던 낙서같은 시도 그녀는 아주 흥미로와 했다. 준하는 쪽팔리다며 극구 숨겼는데 은미는 계속 보여달라고
졸라대며 기어이 낙서같은 글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첫 만남의 날도 날을 새면서라도 얘기할 기세였는데 보연 누나가
적당히 중간에서 끊어줬다. 그녀는 준하가 쓴 조잡하고 낙서같은 시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다. 기어이 준하를 설득해
시를 가져가고 의미를 되뇌어 곱씹고 준하에게 다시금 수정본을 주고 그것을 가지고 또 얘기를 나눴다.
준하도 그녀의 시를 감상했는데 솔직히 잠시나마 문학을 한답시고 했던 준하의 눈에 보기에도 그녀의 시는 굉장했다. 그녀의
시는 굉장히 간결하고 차분한듯 하면서도 던지는 메세지의 수나 강도는 엄청난 것이어서 조금의 마음만 뜬 사람이라면 그
몰아쳐오는 파장을 심히 감당해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이제 조금 그림을 막 보게된 풋내기 감상자가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눈앞에 놓게 되었을때 느끼는 전율 같은 것이었다.
보연 누나의 자연스러운 소개자리를 거치고 나서 준하는 그녀와 정말 자주 만났다. 그녀는 첫 만남부터 시 얘기를 시작하며
준하와 스스럼이 없었고 준하도 그런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 아... 어서와... 방이 좀 그렇지?............
- 우와... 이정도면 훌륭한데... 난 저기 공학부 건물 지나 끝에 알지?... 거기 방 잡았는데.............
그녀는 지금 알바가 끝난 12시 30분에 준하의 방으로 찾아왔다. 역시나 평범한 티셔츠에 평범한 청바지에 평범한 운동화를
신고 어제 소개를 받고 이런저런 얘기를 밤새 나눌기세였다가 보연 누나가, "너 이러다 또 밤새겠다? 오늘은 그만~" 이라며
나머지 얘기는 차차 하자며 정리를 했다. 그녀는 당장 내일 보자며 약속을 잡았고 준하가 알바로 12시까지 일해야 한다니까
알바 끝나고 방으로 찾아오겠다며 방 약도까지 상세히 알아가지고 헤어졌다.
그녀의 양손에는 아주 큼지막한 봉지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한쪽 봉지를 받아들자 안에는 참치캔이며 김치봉지며 여러 과자
부스러기들이며 그런것이 들어있었다. 다른 봉지를 받아들려다 준하는 하마터면 봉지를 떨어뜨릴 뻔했다. 봉지가 너무나도
무거웠기 때문이다. 안에는 수를 셀수도 없을 만큼의 소주병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대충 신발을 벗어던지며
방으로 올라옴과 동시에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미끄러뜨려 앞으로 돌리면서 가방 지퍼를 열고 한 손으로 안에 있던 책과
노트를 한 손에 웅큼 쥐고 꺼내면서 다른쪽 손으로 봉지에서 소주 한병을 꺼내들었다.
가방히 한쪽 구석으로 요란하게 떨어지며 그녀는 자리에 앉았고 벌써 책과 노트 소주 한병이 그녀의 앞에 놓여있다. 준하도
자리에 마주 앉았다.
- 그래... 이 시를 통해서... 너는 왜 시를 쓰게 되었는지... 왜... 시를 써야 하는지... 왜 시를 쓸수밖에 없는지를 얘기하고
싶었던 거 맞지?...............
- 어..... 그래... 맞어.............
- 근데... 어딘가 쫌..... 너무 작위적으로 서술해 놨다고 생각하지 않아?..........
- 그런가?... 난... 뭐랄까..... 에이..... 사실 시좀 써보고 싶어서 끄적여봤을 뿐이야............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시를 쓰는 사람 누구나 그럴껄?.............
- 그래도... 난... 사실 문학 공부 별로 하지도 못했어...........
- 나도 그래... 사실 나도 공부하는건 별로 중요하게 생각치 않아...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게 아닌거 같은데?.........
- 글쎄..... 사실 잘 모르겠다... 하하하............
- 이거 보면서 내 나름대로 쪼금만 손본건데... 괜찮을까?... 허락없이 작품에 막 손댄거 같아서........
- 작품은 무슨... 야... 너가 손봐줬다니까 영광인데... 어디 보자............
- .....................
잠시 할말을 잃는 준하다. 쪼금 손본건 아니었다. 상당히 많은 줄을 수정했고 어휘의 선택도 많이 달라졌으며 구성도 새로이
배치해놨다. 하지만 이미 준하의 낙서는 그녀의 손을 통해 진짜 시로 다시금 씌여져 있었다.
- 저....... 왜?... 별로니?... 맘에 안들어?...........
- 아니..... 너무............ 멋지다... 너무... 너무 맘에 든다............
- 어엇...... 어머나... 호호호..... 고마워... 그렇게 진지하게까지는... 호호호...........
- 하하하..... 이거 진짜 맘에 든다... 고마워..............
이미 술을 많이 먹어 머리가 좀 어지럽긴 했지만 이건 굉장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준하는 왜 그렇게 그녀가 술을 많이 사온지
금새 깨닫기도 했다. 그녀는 정말로 엄청나게 엄청나게 술을 많이 마셨다. 한 시간 정도 술을 마시면서 시에 대해서 얘기하며
그녀가 최종적으로 손본 준하의 시를 보여주기까지 벌써 5병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중에 3병 이상은 그녀가 마신듯 하다.
그런데 어찌 저리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 준하야... 방에 카셋트 있어?.............
- 엉... 당연히 있지..........
- 초 있어?..........
- 초?... 불켜는 초?..............
- 응... 우리 초켜고 음악 들을까?... 나 그거 되게 좋아해..............
- 응... 그래... 그러자 잠깐만..................
찬장을 뒤적여 전에 사다논 양초 한 통을 발견했다. 혹시 정전이 났을때 쓸까 하여 사논거였는데 전에 딱 한번 잠깐 켜논것
이외엔 아직 새하얀 몸을 뽐내는 양초가 그득했다. 종이컵 하나를 받치고 양초를 켜고 불을 끈다. 분위기가 아주 좋다. 둘이
소주를 먹으며 시에대해 이야기하고 이렇게 양초까지 켜놓으니 제법 분위기가 좋다. 아니 상상 이상이다. 준하는 새삼 앞에
앉아있는 평범한 은미가 너무나도 예쁘고 신비스런 젊은 여류작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자기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테잎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곤 일어나서 책상위에 있는 카세트 안에 테잎을 넣고 플레이를
누르자 갑자기 몽환스런 분위기를 깨는 날카로운 금속성 악기음이 튀어나왔다. 준하는 잠깐 화들짝 했다.
- 나... 헤비메탈 무지 좋아한다... 이... 그룹 알아?...........
- 어... 사실... 나 헤비메탈은 처음 들어본다... 하하하...........
- 들어봐... 괜찮을꺼야..............
그녀는 아주 천천히 준하에게 다가온다. 시를 얘기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초까지 켜논 몽환적인 분위기를 갑자기 뒤 흔들어
버린 아주 날카롭고 시끄러운 사운드 그러나 그 사운드는 오히려 촛불로 아른해진 방안을 더욱 분위기있게 일그러뜨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은미는 마치 그 안을 헤치고 나오는듯한 모습으로 아주 천천히 준하 옆까지 오더니 준하의 옆에 살며시 주저 앉는다.
그리고 서스럼 없이 살짝 준하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기댄다.
- 스키드로야..............
- 응?.............
- 이... 그룹... 스키드로 라는 그룹이라고..............
- 아... 그래?.............
- 이 그룹 보컬 이름이 세바스찬 바하야............
- 바하?............
- 응... 아빠가 바하한테 영감을 얻어서 붙였데... 그리고 음악을 하게 되었는데... 여자 꼬시려고 락 음악을 하게 됐다네.....
- 어... 그렇구나..............
- 잘생겼어..................
- 응?... 뭐라고?.............
- 이... 그룹 보컬... 바하말야... 엄청... 잘생겼다구...........
- 아... 그래?... 하하하..........
사실 나중에 해준 얘기지만 이 그룹은 락 중에선 LA메틀이라고 상당히 사운드가 팝에 아주 가깝다고 했다. 그리고 보컬이
잘생기긴 했더라. 갑자기 공간을 뒤흔들던 사운드가 뚝 멈추더니 조금 서정적인 멜로디가 스물스물 다시금 방안을 채운다.
- 이 노래... 내가 엄청 좋아하는 노래다...........
- 아... 그래?............
- 아이... 리멤버 유... 라는 노래야... 들어봐............
- 응..............
음악은 서정적으로 흐르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다시금 강렬한 사운드가 흘러나왔지만 전체적으로는 발라드 같은 듯한
느낌의 곡이었다. 준하는 앞으로 락 음악을 많이 찾아 듣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끝났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카세트를 중지시켰다.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 잠시금 변화된 소리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사이 그녀는 한마디를
남기고 총총총 방안을 가로질렀다.
- 아... 오줌마려..............
좀 깨기는 한다. 한창 분위기 잡고 시 얘기를 하며 음악 들으며 술먹다가 오줌 마렵다니 그녀는 총총총 화장실로 가더니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문을 안 닫는다. 곧이어 바지 벨트 푸르는 소리 지퍼 내리는 소리 사사삭 거리는 옷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쪼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휴지닦는 소리 다시 옷 입는 소리 지퍼며 벨트소리 물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하는 잠시간 정신없이 그 소리를 멍하니 앉아서 들었다.
- 아... 시원해..................
준하의 옆에 다시 털썩 앉으며 아무렇지 않게 그녀는 말을 내 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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