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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멈추지 않는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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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10,122회 작성일 24-06-07 20:02

본문

듣고 있는 지선은 어깨를 늘어트린 남편이 아주 측은 해 보였다. 어찌되었든 조카를 데리고 있었는데 도리어 미안하다거나
이해해 줘서 고맙다고 하는 남편의 말이 지선에게는 비굴하게 느껴졌다. 경호가 한마디 덧 붙였다.
 

“자재과 책임자로 발령 받아서... 난 요즘 바쁘다... 내일은.. 포항에 고맙다고... 인사를 하러 가야 돼... 저녁에 식사라도 접대
 하려면 모레나 올 거야... 그리고 출근하기 전에 다음 주에는 이사를 가야 돼...............................”
 

“아!... 네........................................”


경호는 자신의 직책을 자랑하고 싶어서 책임자라는 말을 강조했다. 무능한 실업자가 되어 아내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자부심이었다. 그의 말은 꼭 상민을 향해 말한 것은 아니었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아내에게 하는 통보이기도 했다.
송이에게 시선을 두고 있지만 성민은 지선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지선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암울한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어서 지선은 암담하기만 했다. 포항으로 이사를 하는 것보다 지선은 더 고민스러운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부터 있어야할 생리가 없었다. 생리를 거르는 경우는 없었기에 지선은 긴장을 해서 산부인과를 찾았었다. 진찰을 한
의사의 첫마디가 축하를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과의 부부관계도 거의 없었던 지선은 밥맛이 없고 헛구역질을 하는 증세가
송이를 임신했을 때와 같았다. 임신 날짜를 짚어보니 상민의 아기가 분명했다. 그녀는 상민과의 관계를 하면서 무척 조심하고
신경을 썼었다. 남편에게 말할 수도 없고 남편의 아기라고 거짓말을 해도 남편의 의심만 불러일으킬 것이 뻔했다.
 

결국은 낙태를 시켜야하는데 그녀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냥 아기를 낳고 싶다는 그녀의 감정은 그만큼 상민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깊은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하면서 지선은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언제
남편의 저녁식사를 차려 주었는지 까마득하였다. 식탁을 마주하고 앉은 경호와 지선 그리고 상민은 마치 먹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식사를 했다. 식욕이 없어 국물만 몇 수저 뜨던 지선은 구토 증세를 느꼈다.

눈치를 살피던 지선은 얼른 세면장으로 가서 구역질을 했다. 
설거지를 마치고도 지선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늦도록 거실을
배회했다. 자정을 알리는 벽시계 소리를 듣고 지선은 방으로 들어갔다. 마치 이방인처럼 그녀는 남편이 잠든 침대위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잠이 든 줄 알았던 남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우리...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살아... 내가 더 열심히 할게...........................” 

“...................................”

“나에게 불만이 많은 걸 알아... 지금까지 힘들었던 것들 잊어버리자고.....................”

“......................................”


낯선 지역에서 암울한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불안과 임신에 대한 갈등으로 지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던지
듣고 싶은 경호는 아내의 몸을 끌어당겨 반듯이 눕히고 어깨를 끌어안았다. 지선은 남편이 아니고 낯선 남자의 손길 같아서
흠칫하였다. 모처럼만에 경호는 아내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지선의 잠옷 앞가슴을 헤치고 경호의 손길이 들어갔다. 손아귀에
잡힌 젖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는 경호는 아내가 잠자코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다.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살살 문지르는 경호는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지선은 젖꼭지의 돌기를 일으켜 세우려는
남편의 손길에 아주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남편에 대한 의무감으로 돌부처처럼 그녀는 누워있을 뿐이었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남편이 그녀의 잠옷을 벗기려고 했다. 지선은 슬그머니 남편의 손을 밀어내었다.
 

“나... 몸이 아파요... 그냥 주무세요.....................................” 

“어디가 아픈데?..................................”

“그게........ 자궁에 염증이 생겼데요.....................................”


적당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는 지선은 머뭇거리다가 엉뚱한 핑계를 내뱉었다. 그녀 자신이 생각해도 아주 황당한 답변이었다.
아내가 아프다는데 위로를 해야 하지만 오래간만에 부부관계를 하려던 경호는 자존심이 상했다. 벌떡 상체를 일으킨 경호는
아내를 뚫어지게 내려다보았다. 발끈해진 경호는 혀를 차며 언성을 높였다.
 

“여자가... 얼마나 몸을 간수하지 못했기에 그런데... 염증이 생겨!... 정말 더러워서 같이 못 자겠네....................” 

“뭐라고요.......!?..................................”


남편의 말에 지선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더럽다니!? 물론 자신이 내뱉은 변명에도 문제가 있지만 지선은 남편의 모욕적인
언사에 분노를 느꼈다. 남편을 마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피었다. 그렇다고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로 남편을
거부할 수도 없어 다시 등을 지고 누웠다. 
파랗게 질린 아내의 표정을 보는 경호는 자신의 말이 거칠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나는 몸가짐을 청결하게 하라는 말이야...................................” 

“..........................................”


시간이 마치 정지된 것처럼 침묵이 흘렀다. 경호는 아주 솔직히 성관계에 대해 열등감과 두려움을 느껴 성욕도 없고 아내와의
부부관계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아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말을 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경호는 씁쓸한 표정으로 주눅이 든 목소리를 흘렸다.
 

“내 생각만 했나봐... 어쨌든 우리 열심히 살자고..........................” 

“.................................”


한참동안 아내를 바라보던 경호는 한 숨을 푸욱 내쉬고 누웠다. 그리고 그는 아내의 목에 팔을 집어넣어 팔베개를 해주었다.
지선은 남편의 팔베개마저 뿌리칠 수 없었다. 목 밑으로 뻗친 남편의 팔이 신경이 쓰여 지선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벽시계의 시침 돌아가는 소리에 맞추어 그녀는 맥박이 흐르는 것 같았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팔을 빼내고 나서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신경이 예민해진 지선은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났다. 일찌감치 그녀는 아침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일어난 경호는
가방을 꺼내 포항에 다녀올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새 양복을 꺼내달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선은 묵묵히
식사준비를 하다가 가방을 싸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다. 
남편이 서둘러 집을 나가고 지선은 아주 멍하니 상민의 방문을
쳐다본다. 시계를 보니 상민이 강의를 받으러 나갈 시간인데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지선은 망설였다.

왠지 상민을 깨우는 것조차 그녀는 두려웠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몇 번 두드리니 상민이 까칠한 모습으로 나왔다. 지선은
그가 잠을 설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민마저 집을 나가고 지선은 해야 할일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느낌이었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지선은 더욱 허전했다. 애정도 없으면서 남편이 없을 밤을
걱정하는 자신이 너무 이율 배반적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사를 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지선은 안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넋을 놓고 옷장 안을 들여다보던 그녀는 결혼
초에 입었던 옷들을 보며 오랜 시간을 울타리 안에 갇혀 살았다는 생각과 아울러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다.
요즘에는 입지 않고 걸어 놓았던 처녀시절의 외출복을 꺼내서 걸친 그녀는 송이를 안고 집을 나섰다. 대로변으로 나선 그녀는
무작정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택시 기사의 행선지를 묻는 말에 지선은 무의식적으로 한강 고수부지로 가자고 혼잣말처럼 대답을 한다. 지나간 세월들이
어디로 가는지 흐르는 강물이라도 보고 싶은지 모른다. 
한강변의 유원지에 도착한 지선은 자판기 커피를 들고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본다. 아직은 차갑게 느끼는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추위에 얼어붙었던 강물은 전부 녹아서 유유히
흐르고 북으로 가는 철새들이 열심히 강물 위를 나르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고수부지 주변이 푸른색으로 갈아입으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한줄기 미풍에도 섬세히 반응하는 나뭇잎
하나하나마다 여린 바람결에 허리 휜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모습에 지선은 자신의 나약함이 들어나 보였다.
살아 왔던 날의 
사소한 일상과 자잘한 불만들이 누구나 겪는 고통이건만 지선은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다고 느끼는 자신을
되돌아본다. 아마도 지쳐가는 시간에 나타난 상민의 애정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만큼 상민에게 느끼는 열정의 시간이 살아온 날들보다 깊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길을 잃은 나그네처럼 강변을 거닐면서
지선은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하지만 혼란스러움에 벗어날 수는 없었다. 칭얼대는 송이의 이마를 짚어본 지선은 걸었던 길을
되돌아 급히 걸었다. 강바람 때문인지 그녀가 짚어 본 송이의 이마가 아주 뜨거웠다. 부랴부랴 택시를 집어 탄 지선은 동네의
소아과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도 의사는 감기기운이 있으나 약을 복용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어머니든지 자식이 자신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처럼 지선은 송이가 남편과의 부부사이에 낳은 자식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지선은 오랫동안 쌓아 두었던 물건들을 끄집어내놓고 정리를 했다. 감정과
번민도 망각한 상태에서 허수아비처럼 지선은 잊고 있었던 물건들을 지나간 세월을 접듯이 차곡차곡 쌓았다. 
평상시 보다
조금 늦게 상민이 축 늘어진 어깨로 귀가하였다. 상민을 의식하고 나서야 지선은 숨겨놓으려는 혼탁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말없이 지선의 곁을 스쳐가는 상민에게 옅은 술 냄새가 풍겼다. 지선은 습관처럼 식탁에 상민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방으로 들어간 지선은 송이를 안고 상민이 식사를 끝낼 시간을 기다렸다. 
상민이 식사를 끝낼 때쯤 지선은 주방으로 나왔다.
주방에서 나온 상민이 무슨 말이라도 할 것처럼 주춤거리는 모습을 의식하면서도 지선은 모른 체 하였다.

설거지를 마친 지선은 안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서성거리던 상민은 침대위에 웅크리고 앉았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방에 침묵 속에 있지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송이를 안고 있는 TV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지선은
깜박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골목 안에서 개짓는 소리에 지선은 눈을 떴다. 요즘 일찍 들어오는 남편이 귀가할
시간도 지나 있었다. 잠든 송이를 자리에 눕힌 지선은 습관처럼 일어나서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침대에 누우려던 지선은 무언가 할 일을 잊은 것만 같았다. 
공연히 주방에 가서 그릇들을 다시 정리하고는 거실에서 불빛이
스며드는 창문을 바라본다. 왠지 서러움이 북받친 그녀는 한기를 느껴 자신의 어깨를 두 팔로 감쌌다. 그녀는 삐걱거리며
방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불빛 속에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나온 상민이었다. 
말없이 바라보던 상민이 지선에게 손을 뻗었다.

아주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에 냉정하려고 했던 지선의 가슴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구름 위를 걷듯이 발걸음을 옮긴 그녀는
자석처럼 상민에게 딸려갔다. 상민은 자신의 손바닥에 손을 올려놓는 그녀를 당겨 포옹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던 지선은 사르르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기다렸다.
 

서로의 감정을 들어내는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키스였다. 혀가 엉키고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상민이 그녀를 가볍게 들어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힌 상민은 자신의 옷을 훌훌 벗었다. 그리고 반드시
누운 그녀를 음미하듯이 내려다보며 잠옷을 벗겨냈다. 지선은 마치 첫날밤을 치루는 신부처럼 아주 눈을 지그시 감고 기다릴
뿐이었다. 
달빛에 들어난 그녀의 나신은 은빛가루로 덮인 여인의 조각상 같았다.

상민의 손길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을 스쳐 목덜미와 젖가슴, 그리고 허리를 쓰다듬고 내려가 둔부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나신이 가늘게 떨렸다. 그들에게 가로막힌 벽도 번민과 고통도 벗어난 그들은 감추어진 애정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한동안
냉정했던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웠던 상민이 낮은 목소리를 말했다.
 

“난... 잊을 수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마.......................................”


눈을 감고 있던 지선이 올려다보며 상민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녀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마구 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다만 지금 순간의 감정에만 몰입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민의 마음은 달랐다. 그녀의 행복을 원하기에 아주 우울했던
상민은 그녀의 애정만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포항으로 쫓아가고 싶어...............................” 

“그럴 수도 없고... 더 이상 말하면 아프기만 해..........................”


“사랑하는 아픔이 나에게는 행복이라는 걸 몰라!?............................”

“아픈 건 참을 수 있어도 더 큰 상처를 만들고 싶지 않아...............”


상민은 아주 짧은 말만으로도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를 가슴아래 품고 키스를 했다. 늦은 밤에 어디선가 그들의
애정을 축복하는 것처럼 피아노의 선율이 잔잔하게 들려왔다. 상민의 습하고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귓가에 그리고 젖가슴을
열기를 불어 넣었다. 젖꼭지를 깊게 빨아 당기는 상민은 거친 호흡을 흘렸다.
 

“사... 사랑해.........................................” 

“하~!... 자기야.....................................”


온 몸이 빨려 들어가는 전율 속에 지선은 아주 짜릿한 황홀감에 젖었다. 지선은 뱃속에 잉태한 아기의 생명을 불어 넣어준
상민과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상민은 그녀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욕망으로 천천히
애무를 했다. 젖가슴을 걸쳐 발끝까지 내려간 상민의 혀가 그녀의 발가락을 핥고 있었다. 그녀는 발가락이 상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자지러질 것만 같은 쾌감을 느꼈다.
 

“하 윽~~!... 나... 난 몰라... 어... 떡... 해........................................” 


상민의 섬세한 애무에 지선의 성감을 활화산처럼 폭발하게 만들었다. 발가락 사이마다 스며들던 상민의 혀끝이 종아리와
무릎을 걸쳐 허벅지 사이에 습한 열기를 뿜어냈다. 상민의 손끝은 그녀의 허벅지 사이의 민감한 살갗들을 보듬고 쓰다듬었다.
지선은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황홀함에 바들바들 떨었다.
 

“아 하~~~!... 자... 자기야... 으... 읍.....................................” 

“내... 내 사랑......................................”


허벅지 사이에 발기한 페니스가 용솟음치고 있는 상민은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참을 수 없었다. 힘을 주어 마찰하는
상민의 손바닥에 클리토리스와 살갗의 예민한 돌기들이 휩쓸렸다. 온몸의 신경이 한군데로 몰리는 지선은 아득한 늪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녀의 꽃샘에서 아주 진한 샘물이 흘러나와 상민의 손 끝을 적셨다. 입술을 깨무는 지선은 상민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촉촉한 목소리를 흘렸다.
 

“자... 자기야... 사랑해줘........................................” 

“나를 안 잊을 거지?.....................................”

“모... 나도 몰라......................................”


정신이 아주 혼미한 지선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상민은 할 수만 있다면 그녀를 영원히 자신의 여자로 만들 싶은 욕구에
불타올랐다. 둔부를 들어 올리는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이슬을 머금은 꽃잎 속으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꽃잎을 헤집고
들어간 페니스가 그녀의 만감해진 몸속을 가득 채웠다. 몸속으로 깊이 들어온 상민의 남성을 느끼는 그녀는 눈동자를 홉뜨고
바르르 떨었다.
 

“하... 으~!... 난 어떡해.....................................” 

“지선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상민의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허리를 들어 올리는 지선의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그것은 몸속으로 들어온 상민의 남성으로
인해 하나가 된 희열의 눈물이고 순간의 엑스터시를 다시는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안타까움이었다. 상민은 그녀의 꽃샘 속에
가득채운 페니스를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하나가 된 그들의 나신이 달빛을 받아 물결처럼 흔들린다. 몸속으로 남성이 치밀고
들어 올 때마다 지선은 반사적으로 입술을 벌렸다.
 

“하... 아... 아... 흣... 으... 으... 으... 흡... 아... 하..........................................” 

“지선인 내 여자야.....................................”


신음을 흘리며 아주 똑바로 올려다보는 지선은 상민의 여자인 것을 인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허물 수 없는 벽 속에 갇혔기에
지금의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상민의 여자라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이나 윤리의식도 벗어던지고
있었다. 오직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가슴에 각인시키고 싶어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잔잔한 물결처럼 그녀의 나신을 출렁이게 하던 상민의 동작이 거칠고 빨라졌다. 땀방울이 흐른 살갗과 살갗이 부딪는 소리
아주 거칠어진 숨소리 여자의 몸 속을 드나드는 남성의 마찰소리가 방안에 흘러 넘쳤다. 끊이지 않는 사랑의 행위가 달빛처럼
고요하게 때로는 폭풍처럼 몰아쳤다. 지선의 반복적인 신음 소리에 상민도 거친 숨을 흘리며 폭풍처럼 몰아쳤다.
 

“하... 앗!... 자... 자기야... 하... 우... 으... 으... 하... 읍... 으... 핫... 아... 하............................” 

“하... 윽... 으... 흠... 허... 윽.....................................”


상민은 거친 파도를 일으키는 태풍처럼 지선을 몰아쳤고 그녀는 파도에 밀린 난파선이 되어 암벽에 부딪쳤다. 지선은 남성의
마찰에 몸 속의 돌기들이 마구 짓이겨지고 일그러지며 불길에 타올라 기절할 것만 같았다. 진절머리를 치는 그녀는 허겁지겁
상민의 입술을 입술로 물고 부르르 떨었다. 
페니스가 옥죄이는 엑스터시에 빠진 상민은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썼다. 몸속을 뚫고 들어오는 남성이 뼈끝까지 닿는 충격에 지선은 허벅지를 조이며 신음을 터트렸다.
 

“나... 난 몰라... 하... 윽.......!.........................................” 

“허... 억!... 사... 사랑해...................................”


상체를 들어 올린 지선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좌우로 흔들었다. 지극하고도 격렬한 오르가즘에 그녀는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갑자기 옥죄이던 페니스가 열탕 속에 빠지는 촉감에 상민은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경직되었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뿜어낸
희열의 진액이 그녀의 몸속에서 용암처럼 소용돌이 쳤다.
 

“주... 죽겠어.. 자기야... 하... 으.............................................” 

“허... 억!... 내... 내 여자야.......................................”


환희 뒤이어 오는 습한 열기 그들은 하나가 되어 아주 거칠어진 숨을 토해냈다. 숨소리가 잦아지고 지선의 젖꼭지를 입술로
잘근거리던 상민이 그녀의 입술에 아주 가볍게 키스를 했다. 어느 때보다도 뜨꺼운 엑스터시에 젖었던 지선은 문득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지선의 감정을 모르는 상민은 격렬하게 쾌감을 느끼던 그녀의 표정을 떠올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양 손으로 보듬어 안고 내려다 봤다.
 

“그걸... 느끼는 표정도 못 잊을 거야.............................” 

“미워 죽겠어... 정말...........................................”


시선이 마주치고 눈을 아주 하얗게 흘기는 지선의 목소리는 목이 메어 있었다. 지선은 뱃속에 잉태한 생명을 상민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해결된 문제는 아니었다. 지선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고통만으로
비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선은 이 밤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눈동자를 크게 뜨고 상민을 올려다보는 지선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가라앉은 목소리를 흘렸다.
 

“더... 더... 사랑해 줘..............................................” 

“오늘은 내 여자를 놓치지 않을 거야........................................”


지선은 몸 속을 채우고 있는 남성이 다시 불끈 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별이라는 안타까움에 그녀는 태우고 태워도 욕구의
불길이 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상민은 페니스를 삽입한 상태에서 그녀를 일으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외삼촌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지만 상민 역시 그녀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처럼 그들은 하나가
되어 물결을 이룬다. 때로는 풍랑을 만난 거친 파도처럼 휘몰아치고 바위에 부딪쳐 물보라를 일으킨다.

한번 불어 닥친 태풍은 한 번 두 번 그리고 연달아 그녀의 심장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절정에서 곤두박질하면서도
그녀는 상민의 남성에 의해 소유당할 때마다 또 다른 세계의 환희 속에 빠져들곤 하였다. 
발가벗은 채 상민의 가슴에 안긴
지선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깊은 잠에 빠져 들었던 지선은 송이가 깨어나서 우는 소리를 들었다. 잠결에
지선은 발가벗은 몸 위에 잠옷만 걸치고 안방으로 갔다. 잠에서 깨어난 송이가 방긋거리며 웃고 있었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쉰
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도록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을 보고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벽시계의 시침이 정오를 향해 달리고 있어 지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리나케 분유를 타서 송이에게 젖병을 물린 지선은 상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진 상민을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12시란 말이야... 강의 받으러 갈 시간 늦었잖아?.............................” 

“음.......!... 벌써?............................”


눈을 부비고 일어난 상민은 책상위의 탁상시계를 바라보았다. 너무 진한 정사를 해서 그런지 상민은 온 몸이 늘어졌다. 그는
쳐다보고 서 있는 지선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가 완연하게 들렸다.


“오전 강의는 안 들어도 돼.....................”

“이제... 우리 이러면 안 돼는 거 알잖아... 냉정해지자고...........................”


한숨을 내쉰 지선은 허리를 껴안은 상민의 손을 밀어냈다. 지선은 넋을 놓고 쳐다보는 상민을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알면서도 냉정해지려니까 서먹서먹해지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식탁을 마주하고 앉아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면서
말없이 눈치만 살폈다. 
남자는 맹목적인 사랑을 하는지 몰라도 여자는 현실적인 사랑에 더 민감한지도 모른다.

지선은 이사를 할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이삿짐센터에도 예약을 하였다. 지선은 집에 찾아온 은주엄마에게도 이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섭섭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은주엄마는 송이아빠가 취직한 것을 축하해 주었다. 
지선은 잔금을 받기
위해 매입자에게 연락을 했다. 이사를 올 사람은 아직 날짜가 남았지만 집을 비워 준다고 하니 집수리를 위해 아주 잘됐다고
반겼다. 사흘 후 잔금을 받은 지선은 먼저 이삿짐센터 차량에 짐을 실어서보내고 남편과 같이 기차로 내려가기로 했다.

상민은 전세로 얻은 집이 삼일 후에 비워준다고 해서 짐을 옮길 수가 없었다. 
외숙모 지선이 이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민은 오전 강의만 마치고 바로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외삼촌이 있어서 상민은 그녀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외삼촌이
없었다고 해도 상민이나 지선은 서로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상민은 안타깝고 우울한 심정으로 외삼촌이
택시를 타는 대로변까지 쫓아 나갔다.
 

어떤 말도 못하고 상민은 외숙모 지선의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택시 안에서 힐끔힐끔 돌아보는 지선의 눈동자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가슴으로 흐느끼는 지선은 남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심정도 모르는 경호는 침착한
목소리로 위로를 했다.
 

“오래 동안 살던 집이라 정들어서 서운한 거지... 내가 더 행복하게 해줄게...................” 

“........................................”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지선은 남편을 외면했다. 지선과 경호, 그리고 송이를 태운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상민은 골목 어귀에 서 있었다. 비록 처음으로 여자와의 성경험은 은주이지만 상민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첫 번째의 여자는
외숙모 지선이었다. 
방향을 잃는 걸음으로 집으로 들아 온 상민은 이삿짐이 빠져나간 빈 공간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외숙모가 없는 공간은 전쟁터 같이 삭막하고 쓸쓸했다.

제정신으로는 한 순간도 못 견딜 것 같은 상민은 고교시절 부터 절친한 친구 재용에게 술을 마시자고 전화를 하고 다시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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