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난 남자 - 7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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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인도에서 만난 남자 -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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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855회 작성일 24-10-25 18:29

본문

은혜의 눈은 여전히 맑은 데 내 눈에선 물막이 차오르는 것 같다.
 

"술이나 한잔 해요... 델리에서 케이 몰래 꿍쳐둔 술이 있어요................................."

"그러자.............................................."
 

인도산 위스키는 맛이 정말 없다. 마치 가그린에 보트카를 탄듯한 맛이랄까? 그나마 앞에 앉아 실실거리는 은혜를 안주삼아
기분좋게 마시고 있다.
 

"아저씨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참... 편하고 뭐... 때로는 변태 중년의 음흉함이 드러나지만요... 어... 자꾸 가슴 훔쳐보지
 마요... 아저씨 보라고 나시 입은 것 아니에요.........................................."
 

은혜가 술기운에 찬 음성으로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변태 중년이란 핀잔 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속이 쓰려오는
듯 한다.
 

"나는요... 사춘기가 없었어요... 바람결에 뒹구는 낙엽에 눈물이 핑돌기는 커녕 청소할 생각에 한숨만 푹푹 쉬어 댔죠....."
 

너를 보니 그럴만도 하다.
 

"연예인이나 인근에 잘 생겼다는 누구를 봐도 뭐 그렇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은혜는 담배를 한모금 빨더니 눈을 감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대학에 들어가... 두어달 동안에... 많은 커플들이 생기는 것을 봤어요... 서로 서로 챙겨주고 밥도 같이 먹고... 다정한 것이
 부럽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더라구요... 
뭐 저 좋다는 선배 동기 몇명이 있긴 했지만 딱히 이사람이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은혜가 잔을 비우자 나는 급히 잔을 채워준다. 고약한 성격이구만. 그렇게 줄듯 안줄 듯 하는 여자가 순진한 총각 애간장을
태웠다.
 

"내... 생일 파티에서 칠배주를 마셨어요... 삼배주가 아니냐 니까... 칠배주를 해야한다고 우겨서마시긴 했는데... 곧 필름이
 끊겼나 봐요... 정신을 차리니 선배의 자취방에 알몸으로 선배와 나란히 
누워 있었죠................................."
 

이런 개같은 자식. 순진한 처녀를 술을 먹여 탐하다니. 씨발새끼. 욕지기가 속에서 솟아오른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담담히
이야기를 하는 은혜를 보며 괜히 내가 미안해 졌다. 
우리나라 도둑 심보를 가진 수컷들을 대신하여 내가 사죄하마.
 

"뭐... 처녀성을 잃은 두려움이랄까?... 선배도 나름대로... 친절하고 후배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사람이어서... 그냥... 그렇게
 사귀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가끔 선배가 원할때 섹스도 하고... 
그러다 한달 쯤 전에 그 선배가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그만 만나자고 그러더라구요... 
나에게 아무리 마음을 줘도... 나의 마음을 도통 알수가 없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고... 
뭐 그냥 무덤덤 하더라구요... 화도 나지 않고................................... "
 

그녀는 싱긋 웃는다. 나라면 좋아하던 안하던 배신을 당한 입장에서 화는 났을 것이다.
 

"선배가 묻더라고요... 질투나 화가 나지 않냐고... 선배는 체념하는 어투로 사실은... 다른 여자가 생긴것이 아니고... 군대에
 간다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의 마음을 알고 싶어 연극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유치한 기분에 테이블에 놓여있던 포크로
 선배의 손틍을 힘차게 찍어 버렸죠... 
나도 선배랑 섹스할 때... 그만큼 아팠다고... 손이야 치료받으면 낳겠지만... 내 몸과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이거 과격한 처자 일세. 나도 조심해야지. 언제 포크로 찍힐지 모른다.

"선배가 그러더군요... 나는 평생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할 여자라고...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싶었어요... 
지금 케이에 대한 내 마음이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은혜는 그래서 그렇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궁금해서 계속 되물어 봤나 보다. 왠지 기분이 비참하다. 감정적이 되는걸 보니
나도 술기운이 올라 오려나 보다.
 

"아저씨는 참 편하고 좋아요... 이렇게 속도 털어 놓을 수 있고........................................"
 

화장실로 가려고 일어서는데 술기운이 올라온다. 가그린맛 위스키라 방심했나 보다. 이거 위험한걸. 술기운을 달래느라 위를
보고 목을 푸는데 선풍기는 멈춰있고 천장이 돌아간다. 
은혜의 음성에도 취기가 느껴져 아련히 들려온다.
 

"케이를 처음 보았을때... 케이는... 케이는... 케이는... 아저씨는 참 좋은 사람........................."
 

나도 마냥 좋은사람이고 싶지많은 않아. 은혜에게 다가가는 내 걸음걸이가 의식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케이... 이 개............................................"


극심한 갈증으로 눈을 살며시 뜨고 침대 맡에 둔 생수병을 집어들고 한모금 들이킨다. 사방이 어둡고 고요하다. 선풍기의
삐걱대며 돌아가는 소리마저 나지 않는다.
 

"정전인가?....................................................."
 

담배를 찾아 입에 물고 라이타를 켠다. 담배를 한모금 아주 깊게 빨아 불을 붙이려는 순간 침대 귀퉁이에 알몸으로 누워있는
은혜가 불빛에 
드러난다. 다리사에에 정액이 달라 붙어있다. 머릿속으로 기억을 더 듬는다. 머릿속이 멍할 뿐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손가락사이로 담배연기가 타고 올라온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내 인기척을 느낀건지 아니면 아니면 담배연기 때문인지 은혜가 눈을 뜨고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나를 힐끗 보고는 아무런
말없이 옷을 입는다. 
나도 따라 옷을 입는다. 주머니를 뒤져 5루피 짜리 동전을 내게 내민다. 담배를 곽채 주자 입에 물고는
불을 붙인다. 
곧 쓰러질것 같이 위태위태해 보이는 은혜의 그 모습에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고요한 침묵과 소리없는 인기척이 나를 책망하는것 같아 죽고실은 마음만 가득하다. 차라리 울고 때리고 악을 쓰면 뭐라고
사과라도 할 텐데. 
담배를 다 피자 은혜는 말없이 방문을 열고 나간다. 은혜의 뒤를 따라가 안쪽 문고리를 잡는다. 은혜는
바깥쪽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으려고하는 찰나다. 
반쯤 열린 문을 사이에 두고 은혜의 음성이 들린다.
 

"무슨일이 일어 난 건지 모르겠어요...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아요... 이... 문이 닫기는 순간 없었던 일로 했으면... 좋겠어요...
 아저씨도 술에 취해 기억못할 거라 생각해요... 아직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요...............................
"

그러고는 살며시 문을 닫는다. 문고리를 잡고 있던 내 손은 힘없이 저항을 멈추고 문은 내 앞으로 다가와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은혜와 나 사이에 벽이 생긴걸 실감한다. 
문에 기대 담배를 태우려는 순간 밖에서 은헤의 놀란 목소리가 들린다.
 

"케이?......................................................"


은혜가 케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린다. 왠지 안타까운 마음에 문을 열고 나가니 은혜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어둠
저 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 저 편에는 붉은 불씨만이 희미하고 보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방에 있기가 아주 곤란한 일이 있어서... 담배나 한대 태우고 가트에나 나가
 갠지스강의 새벽 풍경이나 감상하려고... 저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케이의 예의 쾌활한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들려온다. 이어 계단을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케이... 케이... 잠깐만... 케이............................................"
 

은혜가 낮은 목소리로 케이를 부르며 다급히 쫓아간다. 왠지 따라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그들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케이의 방문을 지나치려는 찰라 문 저편으로 비음이 썩인 도란도란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
 

벌써 케이는 숙소 현관에 다다라 있다. 그는 카운터에서 곤히 졸고 있는 종업원을 깨웠다.
 

"Would you open the door please? If you don"t mind i wanna look around Ganga........"
 

종업원이 졸린눈을 비비면서 현관을 채운 자물쇠를 끌러 준다. 케이가 현관문을 밀고 나가자 은혜가 뒤따라 나간다.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니 현관문이 케이와 은혜 그리고 나를 격리시키는 듯 굳건히 닫혀있다.


"Are you going out?"
 

종업원이 졸린 듯 재촉한다.
 

"Yes, please......."
 

나는 삼자가 아니다. 나를 가로막은 문을 밀고 나간다. 밖은 아주 어둡다. 양 갈래 길에서 어디로 갈지 망설이고 있는데 어둠
저쪽에서 케이를 부르는 은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길을 내려간다. 한참을 가자 불빛이 언뜻언뜻 보이고 2
건물 높이로 가득 쌓아놓은 장작 더미가 보인다. 장작더미 뒷편으로 은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케이... 내 말좀......................................."

"네... 말씀하세요........................................."

"케이... 제발..............................................."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는 좀 바빠서 실례하겠습니다........................................."
 

장작더미 뒤를 돌아가니 어둠속에서도 불빛에 비친 잔잔한 갠지스강의 물결 느껴진다. 가트 윗부분에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은혜와 삼각대를 받쳐놓고 카메라를 조절하고 이는 케이가 
보인다. 케이의 귀에는 대화를 거부하는 의미의 이어폰이
꽃혀있다. 
쿨한 케이답지 않은 모습이다. 은혜가 울 듯이 케이를 부르며 서있다. 카메라로 이리저리 각도를 조절하던 케이가
나를 발견한 듯 손을 흔든다. 
어정쩡하게 그들을 향해서 걸어간다. 은혜의 시선은 케이에게 못박힌채 나에게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람람 사떼... 람람 사떼해... 람람 사떼... 람람 사떼해... 람람...................................... "
 

또 시체를 메고가는 소리가 들린다.
 

"신은 진리다... 뭐 대충 그런 뜻이래요... 정확한지는 자신이 없네요... 알려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장애가 조금 있어서...
 아!... MP3 건전지가 다 되서... 폼잡을려고 한건 아닌데....................................."
 

이어폰을 빼더니 싱긋 웃는다. 케이는 종잡을 수 없다.
 

"케이... 미안... 그건 술이 취해서............................................"
 

"저기 보이는 불빛이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에서 나오는 불빛입니다... 저기 조금 기울어진 건물이 몇천년 전에 시바의 부인을
 화장했다는 곳인데... 그 이후로... 비가오나 눈이오나 홍수가 지나 
한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답니다... 화장터에 인접한 이
 곳을 버닝 가트라 부르기도 합니다... 힌두어로는 
발음히 좀더 길고 어렵습니다..............................."
 

"케이... 제발 내 말좀.............................................."
 

은혜가 사정을 하듯이 케이의 이름을 부르고 사정을 설명을 하려는데 케이는 은혜의 반바지 밑으로 드러난 다리 사이를 흘낏
보고는 마치 못들었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 나간다. 
내 정액이 아직 뭍어있다.
 

"아시다시피... 이 갠지스강은 힌두교 사람들이 믿기로 하늘의 강이 지상에 내려온 성스러운 강이고... 또 이곳에서 화장되어
 갠지스강에 뿌려지는 것을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뭐... 인도가 워낙 크고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일부 부유층만이
 이곳에서 화장하는 기회를 얻지만요... 
저기 보이는... 장작의 가격도 무척이나 비싸서... 많은 시신들이 완전히 타지 못한 채
 갠지스강에 
뿌려집니다........................................."


"케이 좋아해요... 좋아한다구요... 그 일은 내가 술이 취해서.........................................."
 

"이쪽 강변으로 늘어선... 궁전같은 건물들은 원래 크샤트리아 계층의 거처였지만... 현대에 들어와 호텔로 개조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또 강 저편은 온통 모래밭인데 붓다가 인용한 그 유명한......................................."

케이의 음성은 여전히 쾌활하고 싱글거리 듯 들려오고 은혜는 절규를 한다. 씨발 은혜가 미안하다고 사정하는데 저 개새끼는
들은 척도 안한다.
 

"야이... 개새끼야.........................................."

"꺅!!!............................................................"
 

순간 이성이 뚝 끊어지면서 케이의 면상을 갈겨 버렸다. 케이는 비틀거리고 그 와중에 카메라가 넘어졌다. 케이의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흐른다. 
은혜는 비명을지르고 케이에게 띄어간다. 케이는 은혜의 부축을 물리치고나서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않고 카메라부터 살펴보고 확인한다. 
처음으로 케이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신다.
 

"다행이... 본체에는 이상이 없지만... 렌즈에 금이 갔습니다... 렌즈가 고가품이어서... 변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주먹을 날릴때는 겨드랑이를 붙이고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서 앞발에 체중을 실어치는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뭔가 부웅하고 날아온다. 둔탁한 충격과 함께 몸에 힘이 빠진다. 눈을 떴다. 순간 정신을 잃었나 보다. 턱이 얼얼하다. 은혜가
무릎 베게를 해 준채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 보고 있다. 
화장터에서 풍겨오는 구역질나는 단백질 타는 냄새와 은혜 체향과
은혜의 몸에 뭍어있는 내 정액 냄새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괜찮아요?....................................................."

"500백 달럽니다..................................................."
 

은혜와 케이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선과 악이 몹시 대비되는 순간이였다. 저 냉혈한 같으니. 자기에게 무지막지하게
맞고 막 일어난사람에게 
피해보상 금액부터 알려주었다.
 

"사진 찍기는 글렀군요.............................................."
 

어느새 케이의 입술의 피는 아직도 멎지 않고 있다. 입술을 손등으로 훔치며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않아 인도풍의 허술한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낸다. 진흙으로 초벌구이된 황토빛의 짜이잔과 보온병이다. 
보온병에 든 액체를 짜이 잔에 따라
한모금 마시더니 담배를 물어 불을 붙이더니 눈을 감는다.
 

"나... 좋아하지 말아요.... 별로 반갑지 않아요........................................"
 

케이의 입에서 나른하고 염세적인 음성이 새어나온다. 낯설다.
 

"케이......................................................."
 

은혜가 나의 머리를 치우고는 케이에게 다가가 10루피를 내민다.
 

"잔돈이 없어요.........................................."
 

케이가 곤란한 듯 거절한다.
 

"은혜야... 내가 그냥 줄께................................................"

"그럼... 2개피 주세요..............................................."
 

내가 담배를 꺼내어 주려는 순간 은혜가 굳이 케이에게서 2개피의 담배를 10루피에 교환한다. 은혜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케이 옆에 앉아 케이의 짜이잔을 들어 홀짝인다.
 

"짜이... 맛이 이상해요..............................................."
 

"짜이에 위스키를 섞었습니다... 뭐... 성지에서 드러내 놓고... 술마시기 그래서 위장 좀 했죠... 저에겐 술맛은 그리 중요하지
 않거든요............................................."
 

둘은 그렇게 앉아 담배를 피며 짜이잔에 담긴 짜이로 가장된 위스키를 홀짝인다. 케이의 높임말이 어색한 가운데 외 떨어진
나만 홀로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케이... 어제 아침에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그런 모습 보여서 많이 실망했죠?... 저도...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스러워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나 정말 케이 좋아해요... 좋아해... 달란 말은 안할께요... 어제 처럼만
 대해 줘요... 네?..............................................."
 

은혜가 케이에게 사정한다. 케이가 픽하고 웃는다. 모양은 전번의 그 웃음과 다를 바 없는데 무척이나 쓸쓸하게 느껴진다.

"정상적인 고백은 아니군요... 다른 남자의 정액을 냄새를 풍기며 고백을 하다니... 하긴 뭐 인도에 정상적인 사람은 없죠...
 근데... 제게 왜 미안해요?... 그리고... 제가 뭐 실망할 거나 있나요?.............................. "
 

케이는 여전히 눈을 감고 황홀하게 니코틴을 음미하며 말을 이어간다.
 

"나는요... 실망이라든지 절망이라든지 하는 감정을 느끼기엔 신경이 너무 무디어져 있어요... 분노나 질투도 더이상 나에게
 자극이 되지 못해요... 
연인의 외도나 바람 그리고 배신도 더이상 나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아요... 이미... 내 심장은 저기
 화장터의 시체처럼 죽어 있거든요... 오래 전 부터... 난 더이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어요................................"

케이는 고백하듯이 낮게 속삭인다. 그의 음성에는 진한 슬픔이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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