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난 남자 -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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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간 서로의 결의와 임전무퇴의 정신을 확인한 케이가 게임을 선언한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승자는 패자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위로주를 대접하고 패자는 깨끗이 승복하고 승자가 대접하는
술을 마시며 오늘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그럼... 삼 육 구 삼육구 삼 육구 삼육구..........................."
타지마할에서 오는길에 우리는 탄두리 치킨을 먹기위해 **레스토랑 Roof Top 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것이 꽤나 시원하다.
"Coke... no? Pepsi... no?... what do you have?..........................................."
콜라가 없단다. 뭐가 있냐니 썸 어쩌구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 Banana lassi... please... Ah~ it should be very cold... ok? ok... Thank you............................."
케이가 자신의 것을 주문하더니 설명을 해준다.
"인도 콜라요... 썸인가 하는 건데...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콜라와 사이다를 섞어 놓은 맛이랄까?... 그냥... 라시나
마시세요... 요구르트 같은건데 꽤 마실만하죠... 아... 치킨은 한사람당 두조각씩 여섯마리 시키죠... 저는 끼어서... 대충
얻어먹겠습니다........................................... "
케이의 말에 여자들은 대뜸 라시를 마시겠다고 한다. 뭐 나도 한번 시도해 보아야 겠다.
"뭐... 인도는요... 정전이 매우 흔해요... 전력난이 심각하거든요........................................."
한참을 지속되는 정전속에서 아그라 시내를 내려다 본다. 어둠속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과 자전거 바퀴의 마찰력으로
작동되는 전등의 불빛이 간헐적으로 아그라 시내의 모습을 짐작케한다. 한참을 지나서 종업원이 우리가 주문한것과 초를
가지고 온다. 탄두리 치킨. 담백하고 쫄깃쫄깃한것이 나름대로 별미다. 두조각 가지고 배가 찰까?
라시도 텁텁하고 시원한 것이 꽤 괜찮은 것 같다. 케이는 이리 저리로 돌아다니며 얻어먹는다고 설레바리를 친다. 케이가
다가갈때면 여자들은 치킨의 살을 발라 케이에게 먹여준다. 은혜와 은영씨 까지도. 저놈의 뻔뻔스러움이 부럽다. 바람이
불어 계속 초가 꺼지고 귀찮아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둠속에서 치킨을 집으려는데 내 손에 누군가의 보드라운
손이 잡힌다. 움찔하고 손을 때려다 가만히 잡고 있는다. 누굴까? 팔의 주인을 따라가니 은영씨의 얼굴윤곽이 보인다. 손을
쥐고 탁자 밑으로 내려 깍지를 낀다.
"아까 중국애들이 술 산다며?... 언제 갈꺼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형오 형님이 케이의 옆에 붙어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먼저 멤버를 결정해야죠... 저를 포함에 네명... 분위기가 어느정도 되면 저는 빠지구요... 삼대삼 짝이 맞아야죠..........."
케이의 나지막한 음성을 어떻게 들었는지 남자들이 몰려든다. 인범씨 까지도? 여자들을 먼저 방에 들여 보내고서 우리들은
숙소 루프탑에 올라가 멤버를 결정한다.
"인호 너 저번처럼 중간에서 도망갈려면 일찌감치 양보하지?....................................."
"아니요... 그날은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왠지 빠지기가 싫다. 조금전 어둠속에서 깍지낀 은영씨의 손에서 느낀 아주 야릇한 흥분으로 몸이 달아 있는걸 스스로 알고
있는 데다가 낮에 본 그 싸가지 없는 년들이 내 밑에 깔려 지르는 신음을 듯고 싶은 욕구가 솟아 오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수컷인가 보다.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걸릴 확률은 1/2... 인범씨가 걸릴 확률 1/2, 둘중 하나라도 걸릴 확률은 1/2+ 2/5
계산하기 어렵지만 확률적으로 오늘은 즐거운 밤이 될것 같다. 내가 걸리면 중국애들과 인범씨가 걸리면 은영씨와 침이 마구
흐른다.
"세상을 삶아온... 경륜과 수 많은 위기 상황을 헤쳐온 저력의 차이지......................................"
철재형이 짧게 승리 연설을 한다. 긴장된 게임결과 조금이라도 젊은 애들이 유리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형오 형. 철재 형.
그리고 인범씨가 중국행의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럼... 헐헐헐............................................................"
승리자들은 느끼한 웃음을 남기고 케이를 따라 사라지고 나와 예비군바리 두 명은 멀뚱히 앉아 테이블에 놓인 맥주만 바라
본다. 이거 어색하군. 그러고 보니 이녀석들이랑은 변변찮게 이야기를 해 본적도 없는걸.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 보니 나의
대화는 주로 형님들과 은혜 은영씨 인범씨 그리고 케이에게로 집중되어 있다. 좀 편파적이었군. 여전히 말이 없다.
"노친네랑 있을려니 어색하지?... 그럼... 나 먼저 들어갈께... 천천히 마시다가 들어가라.................................."
"예... 쉬세요.............................................."
내 몫의 맥주 두 병을 들고서 루프탑에서 내려와 아주 슬그머니 내 발은 은영씨의 방문 앞에 멈춰선다. 뭐라고 말을 꺼낼까?
지난번에 거칠게 대해서 미안하다고 할까? 흠 이거 어렵군.
"사람은 태생적으로 유혹에 약한 동물이지요...................................................."
케이의 쾌활한 목소리가 드리더니 케이가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온다. 그의 발자국 소리가 또각또각 들리고 술병을 들고서
노크하는 자세로 방문앞에 서 있던 내몸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린다. 왠지 그의 눈이 나를 비웃는 듯 하다. 이제 자동이였다.
저놈이 요상한 말만 던지면 몸이 움찔거리는게 나중에는 저놈이 종을 치면 혀를 내 놓고 침을 흘릴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실험에서 똥개새끼처럼 말이다.
"중국애들 방에는?............................................."
"늦을것 같아서... 잠시 미리 은혜와 약속지키러 가는 길에 인범씨가 은영씨에게 전해주라는 말이 있어서요................."
은혜와의 약속? 키스다. 은영씨에게는 무슨 말을? 케이는 은영씨의 방에 노크를 하더니 문이 빼꼼히 조금 열리더니 갸날픈
은영씨의 얼굴이 드러나자 싱긋 웃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인다. 은영씨는 케이의 속삭임에 귀가 간지러운지 마치
신 과일을 먹은양 인상을 찡그리더니 작게 입을 가리고 웃는다. 케이가 나를 한번 돌아보니 또 무슨 말인가 한다. 은영씨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케이의 가슴을 작은 주먹으로 토닥거린다.
"즐거운... 밤 되세요..................................................."
"나... 난... 그냥... 술이나.............................................."
내 대답과는 상광없이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이던 케이는 그렇게 등을 돌려 복도를 걸어가고 내 눈은 그의 등을 응시한다.
은영씨의 생각에 들떠 있던 내 몸이 잠시 차가워 졌다가 또다른 감정으로 뜨거워진다. 내 손에 들린 술병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가 무슨짓을 하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인범씨?... 무슨일로?................................................"
한참을 피식거리다가 은영씨의 말에 고개를 든다. 문이 조금더 열리고 얇은 슬립에 감싸여진 은영씨의 몸이 드러난다. 난
술병을 보이고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한다.
"그냥... 술이나 한잔 할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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