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감나무 - 14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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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어머니의 감나무 -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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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26,058회 작성일 23-08-28 18:50

본문

하지만 삼촌은 아무일 없이 원숭이 마냥 이 가지 저 가지 잘도 옮겨 다니면서 감을 땄다. 삼촌이 장대로 감을 꺽어 내리면
숙모와 나는 밑에서 갑바를 받치고는 삼촌의 감을 받았다. 엄마는 갑바에 쌓인 감을 부지런히 광주리로 옮긴다. 
우리집의
뒷마당 감나무는 마을에서 가장 크고 또 감이 제일 실하다. 그래서 감 따는 시간도 아주 많이 걸린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감 따기가 어느덧 11시를 넘어가고 점심때가 다가왔다.
 

언제 다 딸까 싶었던 감도 이제 꼭대기에 몇개만 따면 끝이다. 꼭대기에 있는 감 몇개는 늘 그렇듯이 까치밥으로 남겨놓는다.
생각해보면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전통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까치밥이 대변해준다. 배고픈
시절 감 하나라도 더 없이 소중할 터인데 내 주린 배보다는 짐승의 끼니를 걱정하며 남겨놓는 여유라니 참으로 현명하고
따뜻한 우리네 품성이다.
 

“ 마... 됐다... 이제 고만 내려온나... 까치밥은 남기나야 될꺼 아이가?............. “ 


할머니가 밑에서 소리쳤다.
 

“ 그라까?... 알았니더... 근데 조짝에 홍시가 참 맛있어 비는데... 조고 따가... 기후이 니 주꾸마........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꼭대기 왼편 가지쪽에 아주 발갛게 익은 큼지막한 홍시가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 됐니더... 고마 내려오소............... “ 


엄마가 만류했다.
 

“ 아이니더... 조곳만 따가 내려가께요.............. “ 


제법 거리가 떨어진 가지에 달린 홍시는 그 탐스러움 만큼이나 쉽게 접근을 허락치 않았다. 삼촌은 한손으로 감나무 가지를
잡고는 길게 장대를 뻗었다. 그런데 장대의 끝이 조금 모자랐다. 
왼손을 반대편 가지를 잡고 몸을 지탱한 삼촌은 장대를 든
오른팔을 길게 뻗치며 몸을 뉘었다. 
그순간 내 몸에서 으스스한 소름이 돋았다. 삼촌이 잡고있는 왼손의 가지가 불안하게
보였다.
 

“ 사... 삼촌... 됐다... 안 먹어도 된다~!!!!............ “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순간 뚜뚝~! 이미 늦어버렸다. 기어코 삼촌이 지탱하고 있던 왼손의 가지가 부러졌다.
 

“ 어~?... 어~?............. “ 


중심을 잃은 삼촌이 버둥거렸다.
 

“ 성배야~!.......... “

“ 자기야~!........... “

“ 삼촌~!.......... “

“ 삼촌~!.............. “


우리 네 식구는 동시에 소리쳤다. 투다닥탁~! 쿵~!!!! 삼촌이 떨어졌다. 3미터는 족히 넘는 곳에서 삼촌이 떨어졌다.
 

“ 아아악~!............ “ 


땅바닥에 떨어진 삼촌은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렸다. 삼촌의 손이 뒷허리를 부여잡고 있다. 그 허리 밑에는 엄마가 감을 가득
담아 놓은 광주리가 놓여져 있었다. 우리집 먹감은 차돌마냥 단단하다. 삼촌은 돌에 떨어진 것이나 진배 없었다.
 

그날부터 삼촌은 자리보전을 하고 누웠다. 그날을 생각해면 3류 드라마 같다. 새벽에 엄마와 삼촌은 부엌에서 그짓을 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감나무에서 삼촌이 떨어졌다. 
나는 삼촌이 감나무에서 떨어지길 바랬다. 내 마음을
읽은 아버지의 영혼이 삼촌을 떨어뜨린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통쾌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나는 삼촌이 떨어지길
바랬던 것을 후회했다. 나에겐 친구 같고 아버지 같은 삼촌인데 재수없는 나의 생각으로 떨어진 것 같아 미안했다. 진심으로
미안해 했다.
 

쓰러져 있어도 삼촌은 어엿한 가장이었다. 꼼짝달싹 하지 못하고 누워있음에도 농사걱정이 늘어졌다. 제일 걱정하는 것은
내 대학등록금이었다. 
또 삼촌은 의연했다. 허리가 아파 끙끙대면서도 웃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 아... 씨발... 그 홍시 억시 맛나게 비더라... 내가 그거 따가 꼭 니 줄라 캤는데... 하하... 쪽 팔린데이......... “

“ 삼촌... 됐다... 고마해라... 흐흑............. “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삼촌의 병세는 위중했다. 할머니와 엄마는 읍내 택시를 무려 3만원이나 주고 불러서는 안동시내
병원으로 갔지만 병원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할머니... 여기서는 힘들 것 같아요... 서울이나 대구에 있는 유명한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 그런데 거기도 장담은 못할 것
  같은데... 허리가 차라리 뚝 부러졌으면 다행인데... 금이 가면서 신경을 다쳤어요... 뼈 금 간 거야 누워있으면 그냥 붙을
  수 도 있는데... 문제는 신경입니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는 것 같고... 시간이 해결해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환자가 평소 워낙 건강한 체질이라 자연스럽게 신경을 회복하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을 꺼 같아요.......... “
 

의사의 설명에 할머니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엄마와 숙모는 서울이나 대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쓰러진 할머니와 삼촌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삼촌을 돌보았다. 삼촌 간호에 할머니의 건강도 눈에 뛰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집안일이며 농사일은 우리 엄마의 몫이 되었다. 숙모는 삼촌이 아프기 전이나 후나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이
요리조리 뺀질거렸다.
 

나도 열심히 일했다. 쓰러진 삼촌에게 미안했고 그보다는 고생하는 엄마를 거들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엄마와 나는
삼촌이 못다한 가을걷이를 오롯이 둘만의 힘으로 해내야만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안쓰러워하며 가서 공부나 하라고 내 등을
밀쳤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에 대한 증오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삼촌이 다친것을 다친 것이고 두 사람에
대한 미움은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 됐니더... 걱정마소... 내 공부는 내가 알아서 하니더............. “ 


나는 엄마의 만류를 아주 퉁명스럽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중간고사는 당연히 망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늘 전교 10등이내
맴돌았는데 30등으로 밀려났다. 식구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삼촌은 여전히
자리에 누워 일어나질 못했다.
 

덜컹이는 하교길 버스안에서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첫 눈이 올 모양이다. 우리 마을은 눈이 아주 많이 온다.
빠르면 11월 초순부터 내린다. 
올해는 좀 많이 늦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에 도착할 즈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띄엄띄엄 내리더니 금새 퍼붓는다. 온 세상이 하얗다. 어린 중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난리가 났다. 하지만 나는 좋아
할 수 없었다. 
몇몇 아이들의 부모는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엄마는 없었다. 엄마는 오늘도 아마 삼촌 병간호를
하고 있을 것이다. 
뽀득뽀득 눈소리를 내면서 나는 걸었다. 정류장과 불과 300여 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였지만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 기후이... 인제 오나?............ “ 


예상과는 달리 엄마가 우산을 받쳐들고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반가움과 서운함이 교차한다.
 

“ 눈도 이키 오는데 와 나왔어요?... 고마 삼촌이나 돌보지............ “

“ 개안타... 삼촌은 숙모가 보고 있다............. “

“ 우얀일이고?... 숙모가 다.............. “

“ 니... 너무 그카지마라... 그래도 마누란데... 당연한 거 아이가?.......... “

“ 숙모보다 엄마가 더 삼촌 마누라 매로 그카이 안캅미꺼?.............. “


엄마가 흠칫 놀란다. 말해놓고 생각하니 내 말속에 뼈가 있다.
 

“ 우야겠노... 숙모는 천성이 게을러서... 그래도 우리집 가장 아이가?... 빨리 나사야 될꺼 아이가?... 휴우........... “
 

엄마의 한숨소리가 한편 애처롭게 들려 더 이상 쏘아붙이지 못하고 호응했다.
 

“ 그래... 맞니더... 휴우................ “ 

“ 삼촌... 내 왔다... 오늘은 좀 어떻노?............. “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삼촌을 찾았다.
 

“ 어... 기후이 왔나?... 개안타............ “ 


방에는 구린내가 진동을 했다. 아마도 삼촌이 똥을 싼 모양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숙모는 방안에 없었다.
 

“ 작은 엄마는?......... “

“ 어... 마실 나갔다.......... “

“ 아픈 사람 내비두고 또 어딜요?... 아이구... 참.............. “


엄마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아무 꺼리낌 없이 이불을 들추더니 삼촌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삼촌이 내 눈치를 보며 다급하게 엄마의 손을 잡았다.
 

“ 아... 개... 개안아요... 집사람 곧 들온다 캤는데............ “

“ 아이구... 개안킨요... 손 놔 보소............. “


나는 슬그머니 방문을 닫았다. 숙모보다 엄마가 삼촌의 마누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나는 책가방을 안방에
던져놓고 마루에 앉아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을 바라보며 내 머리속에도 눈이 내렸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내 머리속에 눈이 내려 엄마와 삼촌이 몸부림치던 그 장면을 하얗게 덮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이 또 하얗게 내려
삼촌이 감나무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덮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삼촌방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나는 또 궁금증이 도지기 시작했다. 삼촌은 분명히 엄마와 아무것도 못할 것인데
둘이 함께 있는 장면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나도 모르게 외양간을 돌아 삼촌방 뒷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다. 눈 밝는 소리가 최대한 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하여 한발한발 내딛었다. 
사르륵 사르륵 눈 쌓이는 소리만
들릴 뿐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뒷창문에 다가서서 귀를 세우니 비교적 또렷하게 엄마와 삼촌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 넘... 그래 생각지 마이소... 개안니더............. “

“ 아... 아이라요... 내 형수한테 미안해 죽겠심미더... 마누라가 해야 될 일을... 내 우예 저런 년한테 장개를 가서.......... “
“ 그런 생각은 고마하고... 빨리 나을 생각이나 하소......... “ 


“ 예............ “

“ 빨리 나사가... 일도 해야 되고... 또... 마... 하여튼... 빨리 나으소............ “

“ 크흑~!... 혀... 형수요... 내 미안니더... 내가 천벌을 받아가... 이래 된거 같니더... 흐흑~!.......... “


삼촌이 끝내 우는 모양이다.
 

“ 뭔 소리를 하는교... 그런 소리 마이소............ “ 


호응하는 엄마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묻어났다.


“ 내... 내가 형수한테 못된 짓 해가... 형님이 벌주는 같슴미더.......... “

“ 그... 그런 얘기는 고마 하이소............. “


“ 내... 그날... 감 따는 날... 형수랑 그카고... 기후이 눈을 못 보겠디더... 그래가 감 딸 때 빨간 홍시 그거 따가 기후이 줄라
 캤는데... 흐흑~!............. “


“ 고마하라카이 와 자꾸 그캐요... 흐흑................. “


엄마도 같이 운다.
 

“ 내... 이 허리 나수만... 내 진짜로 형수랑... 기후이 한테 잘 하께요... 그카이... 마 형수도 내 좀 용서해 주소......... “

“ 내는... 아무것도 기억안나는데... 와 자꾸 그카노... 진짜로... “

“ 그카고... 내 진짜로 꼭 나술끼구만... 걱정하지 마이소... 형수.................. “

“ 맞니더... 그런 마음이 중요하다카이... 포기하지 말고... 내 무슨일이 있어도 꼭 나을끼다 이래 마음 잡수이소......... “

“ 예............... “


그리고는 둘의 대화가 잠잠해졌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 다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래해도 아무 느낌 없어요?....... “

“ 예............... “

“ 느낌이 오만... 나아지는 신호니깐 그땐 바로 얘기하시소.............. “

“ 혀... 형수요... 고마해도 되니더... 내 이카다가 천벌 받은긴데.............. “

“ 가마이 있어 보이소... 내 이카는거는 그때 그카는거 하고 다른거자네요........... “


뭘 하고 있는 거지? 귀를 더욱 쫑긋 세웠다. 그때 입으로 무엇인가를 빠는 소리가 들렸다. 쭉쭉 거리는 것이 흡사 쭈쭈바를
빠는 것 같다. 
나는 여닫이로 된 뒷창문의 가늘게 벌어진 틈으로 눈을 갖다 댔다. 가늘게 보이는 그 틈으로 엄마의 머리가
보였다. 
엄마는 삼촌의 사타구니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삼촌이 똥 싼 것을 치우고 엄마는 삼촌의 늘어진 자지를 입으로 빨고
있었다. 
드디어 삼촌은 엄마의 입까지 정복한 것이다.
 

엄마는 삼촌의 자지를 한참을 입에 물고 있더니 천천히 빼내었다. 엄마의 얼굴이 아주 발그레 하니 달아올라 있었다. 엄마의
입에서 빠져나온 삼촌의 자지는 힘없이 뚝 늘어졌다. 
힘없이 늘어지는 자지를 엄마는 손으로 잡고는 재차 입으로 가져갈려고
하였다. 
삼촌의 손이 엄마의 머리를 잡았다.
 

“ 고... 고마하이소............. “ 


만류하는 삼촌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삼촌의 병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엄마가 바쁠 때 틈틈이 간호해주던 할머니의 건강도 날이 갈수록 나빠지더니 결국은 자리보전을 하고 누워버렸다.
삼촌에 이어 할머니까지 자리보전을 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삼촌을 간호하는데 숙모의 몫이 늘어났다. 엄마의 말대로 타고난
천성이 게으른 숙모가 여간 힘든 게 아닌 삼촌간호를 하게 되자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져 갔다.
 

숙모가 삼촌을 간호할때면 둘의 싸움소리가 방밖으로까지 들렸다. 그런 소리가 들릴때면 엄마의 한숨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그런대로 화목했던 집안에 먹구름이 짙게 끼고 있었다. 늦가을 찬바람이 아주 매섭게 부는 어느 날 밤 나는 부엌에서 들리는
엄마와 숙모가 다투는 듯한 말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 동서... 그카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라.............. “ 


“ 뭔... 말요?... 필요 없니더... 내 더 이상은... 이래 못살겠어요... 내 원래부터 이 촌구석하고는 안 맞았어요... 내 대구로
 갈랍니다... 형님... 고마 이 손 좀 놔주소... 밖에서 기다리니더........... “


“ 누가?... 누가 기다린단 말이고?... 이 야밤에............ “

“ 형님은 알 거 없니더.......... “

“ 동서... 진짜로 와이카노... 흑흑~!... 동서 이래 가만 삼촌은 우야라고~~ 어이?.......... “


엄마가 울음을 터트렸다.
 

“ 그 사람요?... 그 사람은 형님이 있잖네요........ “ 


“ 내하고... 동서하고 같나?... 멀쩡한 사람도 아이고... 저래 사람 아픈데... 이래 내빼는기 어디있노?... 동서... 고만 짐 좀
  풀어라... 둘이 싸왔나?......... “


“ 안 싸왔고요... 저 사람 내 나가만 훨씬 더 좋아할낌미더... 내보다 형님 더 좋아하니깐?.......... “

“ 그... 그기 뭔 말이고?............ “


“ 형님... 와이카시노?... 다 알면서... 저 사람이 맘속에 품고 있는 사람... 내가 아이고... 형님이란거 내도 알고... 형님도...
  아는 거 아임미까?... 흥... !............... “


“ 뭐... 뭔 소리하노?... 마...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라............... “


“ 말도 안되긴 와 안돼요?... 뭐... 그랄수도 있지... 그카고... 저 인간이 내를 좋아하던... 형님을 좋아하던... 내는 별 상관
  안해요... 내하고 이 촌구석하곤 너무 안맞아요... 내 이래 살다간 복장터져 죽어요... 뭐... 저 사람 저래 됐는데... 내가
  내빼서... 좀 뭐 하지만... 우얌미꺼?... 내도 좀 살아야 안됨미꺼?.............. ”
 

“ 그래... 동서 말대로... 이건 아이지... 갈 때 가더라도 삼촌 저래 돼 있는데 이카는거 아이다... 갈라카만 삼촌 다 낫거든.....
 가던지 해라.......... “
 


“ 싫니더~!... 내가 왜요?... 그카고 저 인간 언제 나술지 어째 알아요?... 내 보이 평생 저카고 있다가 곧 죽을꺼 같구만...
 그때는 형님이 제 인생 책임져 줄래요?... 내가 형님처럼 애가 있어요?... 글타고 지가 날 살갑도록 사랑해주는 것도 아이고
 안그래요?... 예?... 형님 내 말이 틀릿슴미까?... 대답 좀 해보이소?... 예?............... “
 

숙모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나는 의아했다. 숙모는 삼촌과 엄마가 그렇고 그런 관계를 오히려 부추기지 않았던가?
어린 내가 더욱이 남자인 내가 어른 여자의 마음을 헤아린 다는 것은 무리였다.

 “ 도... 동서... 제발... 그카지마라... 흑흑~!............... “ 


급기야 엄마는 울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부엌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당을 뛰어가는 숙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 도... 동서... 잠깐... 만... 잠깐만............. “ 


엄마가 급하게 뒤쫓아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와중에도 엄마는 삼촌과 할머니가 깰까봐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 노라카이... 와이카노~!............ “ 


매몰찬 숙모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 어이쿠... !............ “ 


엄마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옷자락을 잡고 늘어진 엄마를 뿌리쳐서 엄마가 넘어진 모양이다. 부다다당~! 난데
없이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숙모는 읍내 어떤 놈팽이와 눈이 맞았는 것 같다. 
오토바이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삼촌이 감나무에서 떨어지고 할머니는 자리보전하고 누워있고 숙모는 도망가 버렸다. 불행은 늘 친구를 데리고 온다더니
우리집이 딱 그 짝이다. 
마당에 주저앉아 훌쩍거리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삼촌은 의외로 아주 덤덤했다.
 

“ 개씨발년~!........... “ 


욕 한마디 걸죽하니 내뱉더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삼촌에게 숙모란 숙모의 말처럼 그저 그런 존재였던 모양이다. 반면에
할머니는 대노 하셨다. 태어나서 이제껏 들어보지도 못한 욕을 하시며 화를 내셨다. 하지만 역시 삼촌과 마찬가지로 거기까지
였다. 아마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엄마의 고통은 두배로 가중 되었다. 농사일과 집안일 삼촌과 할머니의 간호 나는 엄마가 걱정스러웠다. 저러다가
엄마까지 쓰러지면 어떡하나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었다. 빨리 겨울방학이 오길 바랬다. 그래서 할머니 간호만이라도 내가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엄마는 밤이 되면 녹초가 되었다. 베개에 머리를 붙이는 즉시 잠이들어
버렸다. 파 김치가 되어 쓰러지는 엄마를 보며 올 가을 삼촌과 나와 별였던 욕정의 몸부림이 새삼스러웠다. 현실의 고단함
앞에서 욕정은 사치일 수 도 있겠다 싶었다.
 

엄마는 잠을 자면서도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면 저러할까 나는 생각했다.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나는
훌쩍 자라 있으리라.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삼촌 간호는 엄마가 할머니 간호는 내가 맡아서 했다. 할머니 간호는 수월한 편이다. 운신은 조금씩
하시니 식사만 제때 챙겨드리면 된다. 삼촌 간호는 정말 힘들다. 대소변 처리에 하반신을 계속 주무르고 또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온몸을 닦아줘야 한다. 그것도 하루에 세번씩 해야 한다. 
엄마는 아주 지극정성으로 삼촌을 돌보았다. 하루에 세번씩
거르지 않고 닦이고, 먹이고, 
그리고 빨아줄 것이다.
 

처음 엄마가 삼촌 자지를 빠는 모습을 봤을 때는 알 수 없는 무력감에 온 몸의 맥이 풀렸지만, 그것 또한 반복되는 일상으로
자리를 잡으니 별 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에게 자극이란 그런 것이다. 내성이 생겨버린 자극은 더 이상 자극이
될 수 없고 그것보다 더 큰 자극이 주어져야만 반응한다는 것을 나 자신을 보며 알았다.
 

엄마의 정성이 통했는가? 삼촌의 병세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앉을 수 있게 되니 엄마의 간호는 한결 수월해졌다. 며칠이 좀 더 지나자 일어 설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더 수월해졌다.
숙모가 떠난 후 정확히 한달이 지나자 드디어 삼촌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혼자는 힘들고 부축해줘야 한걸음씩 뗄 수
있는 걸음걸이였지만 안동병원 담당의사는 기적이라며 놀라워 했다.
 

삼촌이 걸을 수 있게 되자 할머니도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햇살 따사로운 어느날 마당에서 지팡이를 짚으면서
조금씩 걸음을 떼는 삼촌을 보며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셨다.
 

“ 암... 암...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거제... 아이고...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 감사하고 또 감사함미데이.......... “
 

나와 엄마는 할머니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삼촌이 감나무에서 떨어지고 정확히 한달반만에 처음으로 웃는 웃음이었다.
삼촌이 많이 좋아졌어도 엄마의 간호는 계속 되었다. 삼촌은 아직까지 안방까지는 건너오지 못했다. 그래서 밥상을 들고
삼촌이 누워있는 방으로 직접 가져가야 했다.
 

엄마는 할머니와 내 밥상을 차려 놓고는 또 하나의 밥상을 차려서는 삼촌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삼촌이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거든다. 
삼촌이 걸음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삼촌의 자지도 제 기능을 되찾았다는 것인지 나는 궁금했다. 잊고 있었던
야릇한 호기심과 흥분이 다시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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