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와 민수 -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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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이 형이란 사실을 알고는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어젯밤 그가 형수에게 한 짓 때문이 아니라면 형이 집으로 다시
전화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형의 목소리는 화가 난 목소리가 아니였다.
"왜... 그렇게 일찍 도망쳤나... 뭐... 죄라도 지은 일이 있나?................."
민수는 할 말이 없었다.
"난... 다... 알고 있어....................."
순간 민수의 얼굴이 당혹감과 부끄러움으로 붉어졌다. 더듬거리며 변명을 시작했다.
"제가... 그만 술김에... 그저... 어떻게...................."
그로서 더 이상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전화 저쪽에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잠시 들렸다.
"괜찮아... 그건... 우리가 미리 계획한 일이었어...................."
"네?..................."
민수가 다시 한 번 놀랬다.
"우리 부부가 짜고 한 일이었다고 그래도 난 실망했네... 네가 거기서 끝낼 줄 몰랐지... 난 더 진행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용기가 없더군......................"
이젠 형이 민수를 놀리는 것 같았다. 민수가 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자 형이 차분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난... 최근에 잘 안돼................."
"뭐가... 말입니까?................"
"섹스 말야...................."
"설마...?.................."
민수로서는 상상도 못한 쪽으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냐... 정말이야... 금년부터 아무래도 서지를 않아... 마누라가 아무리 서비스해도 서지를 않아.............."
"어제도... 잘... 하시는 것 같던데..................."
민수가 더듬거렸다.
"어젠... 민수... 너에게 보라고 일부러 흉내만 냈지... 실제는 어제도 안됐어......................"
민수는 어제 어쩐지 아쉬움이 남아 있는 것 같던 형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농담이시겠죠?.................."
"농담이라니... 나도 농담이었으면 좋겠다......................"
"어제... 술을 많이 하신 탓이 아닐까요?................"
"아냐... 1주일동안 금주를 한 일이 있는데 그래도 안되었어.............."
"형수님 이외에는요?................."
"동당지부동... 부동당지동이란 말을 아니?................"
무슨 주문같은 소리에 뜻은 모르겠으나 웃음이 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죠?................"
"당연히 동해야할 때는 안 동하고... 동하지 말아야 될 때는 동한다는 소리지... 다시 말하면 마누라가 아닌 때는 선단 말야..."
유머 감각이 뛰어난 형은 심각한 문제도 어렵지 않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하여간... 마누라하고는 안돼!.............."
"형수님도 그걸 아시나요?................"
"알고 있지... 난... 무엇이든지 마누라한테 말하니까... 마누라도 마찬가지고.................."
"그런건... 가끔 듣는 이야깁니다만... 그건 심리적인 것 아닌가요?................"
적당히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서지 않는 건 서지 않는 거지... 어쩌니?.................."
"그래서 부탁이 있는 거야......................."
"네?... 뭘요?..................."
"우리... 마누라 좀 만나줄래?..............."
진짜 상상하지 못한 묘한 쪽으로 얘기가 흘러 가고 있었다.
"농담이시겠죠................"
"농담?... 지금... 농담하는 것 같으니?..................."
농담이라고 하긴 그의 목소리가 진지했다.
"지금... 옆에 마누라도 있어...................."
전화 하는 것을 형수가 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사타구니가 뜨거워졌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 나오던 열기가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형은... 그렇다 치드라도 형수님이 승락하실 리가 없어요................."
"아냐... 본인도 원한다고 했어... 단... 내가 옆에 있다면... 그래도 괜찮겠지?... 전에도 나와 그런적이 있었잖아... 기억하지?
설악산에 갔었을 때 말야......................"
그러나 그때에는 넷이 한방에 들었고 형이 그의 여자친구와 육체 관계를 갖는 것을 보고 민수도 자기 파트너와 거기서 같이
육체 관계를 가졌었다. 그래도 그때는 서로 행위하는 것을 모르는 척 했지 같이 한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형의 여자친구에게
민수가 손을 댄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때와는 다르잖아요?...................."
"다르긴 뭐가 달라... 다... 마찬가지지................"
"그래도... 형수님이 하지 않으실 겁니다..............."
"지금 옆에 있다니까... 바꾸어 줄까?...................."
"아니... 그만 두세요.................."
지금 그녀와 얘기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좋아... 그러면 마음이 정해지면 집사람에게 전화해서 약속을 해....................."
형은 민수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었다. 민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화를 끊기 전에 형은 자신은 물론 집사람도 오랜
생각 끝에 용기를 내어 부탁하는 것이니 실망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말은 진실되어 보였다.
교수님과 사모님이 해외 여행에서 돌아오며 신씨 아줌마에게도 작은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받은 선물보다 더 고마운
것은 그동안 수고했다고 며칠의 휴가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도 남편도 없는 그녀가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갈 곳은 없어도 화장을 하고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서른이 넘은 여자에서 만
볼 수 있는 볼륨을 가지고 있었다.
쳐지지 않은 유방과 올라붙은 히프 그리고 아직 탄탄해 군살이 붙지 않은 아랫배는 아직 어느 남자라도 유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짧은치마를 꺼내 입었다. 결혼 전에 입던 옷이었으나 지금까지도 입을 수 있었다. 그때보다 허리가 좀 끼는 것
같기는 했다. 거울 앞에서 삥 돌아 엉덩이를 비추어 보았다. 아직은 자신 있어 하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녀는 어딘가 가야만
했다. 그래야만 답답한 심정을 좀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집을 나섰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 전에 입었던 짧은치마를 입고 있지 않았다. 늦가을 아침 저녁의 찬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동안
찾지 못했던 시댁엘 가기로 마음먹었다. 시어머님은 서른이 넘었으나 아직 결혼하지 못한 막내 시동생과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셨다. 남편이 장남이나 외국에 나가있고 시어머님이 고향을 떠나는 것을 싫어하셔 그녀가 모시고 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어머님과 시동생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며칠 쉬는 사이에 시골에 시어머님을 찾아 인사하는 것이
그녀도 바람도 쏘일 수 있어 좋고, 사우디에 가 있는 남편도 좋아 할 것 같아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친정 집도 거기서 가까우니 집에도 들러 역시 혼자 사시는 어머니도 만날 작정이었다. 고향 들녘은 항상 넉넉했다. 늦가을
햇살이 아직 따가웠으나 황금 들녘에 군데군데 일하는 농부의 모습이 정겨웠다. 그녀는 보기는 좋아도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든지 잘 안다. 그것이 그녀가 서울에서 생활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시집은 벼농사를 짓지 않으므로 가을이라고 특별히
바쁘지는 않다. 시집은 마을 입구에 있었다. 작년에 집을 고쳐 옛 모습은 아니나 서울의 작은 단독주택 모양 생활하기에는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모두 일하러 나갔는지 마당에는 빨간 고추만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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