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23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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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여승무원 -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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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299회 작성일 24-12-18 17:15

본문

나는 집 밖으로 나서려 하고 있었다. 전날 밤 몹시 기분 좋게 잠들었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버렸다.

나는 그렇게 출근을 서두르는 몸짓으로 하지만 즐거운 기분으로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혜미도 오늘 아침은 웬일인지 내가
좀 더 자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 
혜미가 곁에서 예쁜 웃음을 지으면서 잘 다녀오라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혜미가 정성껏 준비해 준 도시락 행복하다. 행복감에 온 몸이 가벼이 날아갈 것만 같다. 문을 나서면서 나를 배웅하는 혜미를
돌아보며 웃음 띈 즐거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오늘 일찍 돌아올게... 자기야... 오늘 밤도 격렬하게... 흐흐흐........................................”
 

혜미가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활짝 웃는다.
 

“사랑스러운 것... 후후후.............................................................”
 

나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급한 걸음걸이로 앞을 향해 걷다가 다시 혜미의 얼굴을 돌아본다. 혜미가 웃음을 띈 얼굴로 잘
다녀오라는 듯이 나에게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나는 다시한번 행복감을 느끼면서 혜미를 향해 손을 들어 흔들었다.
 

“오늘 저녁까지 바이바이.................................................................”
 

혜미의 웃음 띈 예쁜 얼굴이 나의 눈에 커다랗게 내비친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다정히 흔들어주고 있는 손 혜미가 손을 흔들고
있다. 
혜미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나는 순간 흠칫하며 온 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다시 혜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혜미의 예쁜 얼굴이 여전히 웃음을 가득 띄운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그만...!!........................................................................”
 

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흠칫하고 있었다.
 

“그... 그만...!!!......................................................................."

"손 그만 흔들어... 혜미야....!....................................................”
 

내가 속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뭔가 아주 애타는 심정으로 혜미를 향해서 손을 그만 흔들라고 외치려고 했다. 그런데 소리가
튀어나오질 않는다. 
입 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와주질 않는다. 내 자신의 얼굴 표정이 무서운 속도로 굳어가고 있음을 나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뭔가 알 수 없는 거대한 공포가 아주아주 뾰족한 돌멩이가 되어 그 날카로운 끝으로 나의 머리 끝을
내려찍는 듯한 아찔함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뭔가 절박함을 느끼며 크게 소리질러 외치고 싶었지만 나의 입에서 끝내 말소리가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끼며
나 자신의 몸을 온통 칭칭 휘감아 에워싸고 있는 그 뭔가 알 수 없는 답답함과 다급함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목에서 마치
소리가 입으로 전달되지 않은 채 그 속에서만 맴돌고 있는 듯한 
숨막히는 느낌만이 온 몸에 가득 전해졌다.
 

“허... 허헉!!...........................................................................”


나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 같은 신음소리가 토해지고 있었다. 다급해진 나의 몸이 혜미를 향해 허우적대기 시작한다.
작고 예쁜 얼굴 웃을 때 양 볼에 피어오르는 귀여운 보조개 마치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오르는 듯 입가에 짓는 밝은 미소

나는 다급한 몸짓으로 목소리가 되어 나와주지 않는 절규를 목에서 부터 외치며 저 멀리서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혜미를
향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시계는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는데 신호는 가고 있다. 하지만 혜미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고있다. 뭔가 자꾸만 불안한 예감이
내 머리 속에서 자꾸만 맴돌고 있다.
 

“쏴아아아아~!!!!........................................................................”

“우르르릉~!!!... 쾅쾅~!!!.............................................................”
 

지금은 천둥번개까지 동반하며 지상에 미친듯이 폭우를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 험악한 날씨처럼 세차게 울리는 천둥소리
처럼 
내 마음 속 불안도 점점 커져만 간다. 초조하다. 너무나도 초조하다. 애가타고 속이탄다. 온 몸이 초조함과 불안감으로
팽배하다. 
근육과 신경이 바짝 곤두서고 있다.


여전히 신호는 가고있지만 전화를 받는 이가 없다. 몸이 계속 떨려온다. 진정이 안된다.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다. 침착
하자 임재성 
혜미는 전화를 받는다. 틀림없이 받는다.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보자 혜미는 받는다. 반드시 받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는 동안 
반드시 받는다. 안받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다시 신호가 간다.
 

“여보세요..............................................................................”
 

혜미가 순간적으로 폰을 쥐고 있는 내 손이 흠칫 했다. 한 순간 마음 속에서 엄청난 전율이 밀려온다. 마침내 폰의 저 편에서
혜미의 졸리운 듯한 목소리가 
내 귓가로 흘러들어온다.
 

“여보세요.............................................................................”
 

졸리운 듯한 목소리다. 지금 막 잠에서 깨어난듯한 목소리다. 내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것만 같다.


“여보세요... 오빠?.....................................................................”
 

혜미가 조금 전보다는 약간씩 깨어나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온다.


“으... 으응.................................................................................”
 

내가 대답해도 어처구니 없는 짧고 간단한 대답이 마치 신음소리처럼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 순간 나에겐 그것도
아주 힘들게 간신히 입 밖으로 흘러나온 한마디였다. 
순간 눈물이 핑 돈다. 나는 눈물이 흘러내리려는 눈을 힘있게 감았다.
그리고 좀 더 밝은 목소리로 방금보다 좀 더 명확한 대답을 해주었다.

“나야... 오빠야.........................................................................”

“오빠... 안자고... 뭐해?.............................................................”
 

저 편에서 내 귓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혜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소 피곤한 듯 하다.
 

“으... 으응... 혜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혜미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다시한번 좀 더 강한 액센트로 분명하게 되새겼다.
 

“...............................................................................................”
 

혜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한마디 내 뱉는 혜미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랬구나... 나도 오빠 목소리 듣고 싶었어요............................................”

조금 전까지의 잠오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전혀 아니었다.
 

“응... 그리구... 천둥번개가 너무 쳐대니까 무서워서리... 큭큭...!!........................”

“핏... 다 큰 남자가 그런게 무서워요??............................................................”

“우웅... 무서워... 나 천둥번개 싫어해... 어릴 때부터 싫어했어... 혜미는 안 무서워?................................”

“난... 이런 날씨 속에서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이란걸 잊으셨나용?..................................................”
 

혜미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스며들어있다.
 

“큭큭...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네... 많이 피곤해서 자는데 오빠가 깨워버렸구나??...............................”

“응...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버렸네... 어찌나 피곤한지... 전화가 여러 번 오는줄도 몰랐어요....................”

“꿈 속에서 네가 나왔더라.........................................................”

“후훗... 정말요?.....................................................................”

“정말로... 꿈에서 너 봤어........................................................”

“난 아무 꿈도 안꿨는데... 혼자서 꿈 꾸니까 잼났어요?...................................................”

“그으러엄~!!!... 잼났지... 엄청 신나는 꿈이었어............................................................”

“무슨... 꿈이었는데??..........................................................”

“너랑 나랑 신나는 일이 뭐 따로 있겠냐??... 한바탕 격렬하게 하는 꿈이었지... 흐흐흐..............”

“쿡쿡...!!.........................................................................”

“정말이야!!... 둘이서 어찌나 사납게 정신없이 격렬하게 해댔는지... 결국 꿈 속에서 침대가 주저앉았어!.....................”

“에이... 설마.....................................................................”
 

“아... 정말이라니까!... 그런데... 침대가 내려앉아도... 그 상태에서 그대로 끌어안고선...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며 계속
 해댔어.......................................................”
 

“뭡니까 이거?... 쿡쿡.........................................................”

“역쉬...! 넌... 꿈 속에서도 정말 끝내주더구나... 다시한번 느꼈다... 넌...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열혈색녀라는
 사실을... 
잘 키운 혜미 하나 열퀸카 안부럽다는 사실을... 흐흐흐!!....................................”
 

“쿡쿡쿡쿡.................................................................”

“좋댄다... 역쉬 색녀... 흐이구... 이 쌕녀야... 그만 좀 밝혀라!!!... 흐흣!!.....................................”
 

“참... 역시... 오빠는 오빠다... 어지간히 심심했던가 보네?... 별... 쓸데 없는 소리 다 하려고... 피곤해서... 곤히 자는 사람
 깨운거야...??... 
참... 오빠 답다 역시... 쿡쿡쿡!!.............................................................”
 

“헐... 별 쓸데없는 소리 들으면서 좋아서 죽을려고 한게 누군데... 흐흐흣.....................................”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지하게 혜미에게 말을 건넸다.
 

“혜미야..............................................................................”

“응?..................................................................................”

“혜미야... 빨아 줘...............................................................”

“.......................................................................................”

“푸키키키키킥~!!!!..............................................................”

“.....................................................................................”

“왜?... 흥분돼??................................................................”

“그만... 잠이나 주무시지........................................................"

“왜?... 기왕 깨어난 것 이대로 잠들 순 없잖아?... 우리 폰섹 한번 하자..................................”

“................................. 그런 것도 해요?.....................................................................”

“그으럼~!!!... 잘해... 폰섹 한번 할래?.......................................”

“내일 회사 안가요?................................................................”

“폰섹하고 갈 수 있어... 염려마... 하자.......................................”

“다른... 사람이랑 하세요..........................................................”

“다른 사람 없어... 그래서 너한테 전화 한거야... 오빠가 가르쳐 줄게.....................................”

“빨리 잠이나 주무시지.............................................................”

“우웅... 뭐가 어때서 좋잖아... 하자... 응?... 하자... 오빠가 달아오르게 해줄게...!!.......................”

“혼자서 꿈이나 꾸면서 달아오르던지 말던지... 난 잘래요... 안농~!.....................................”
 

혜미의 목소리가 상당히 삐쳐있지만 난 너 놀려먹는게 세상에서 젤루 재미있다. 짖궂어도 할 수 없다.
 

“혜미야...................................................................”

“응.........................................................................”

“사랑해....................................................................”

“............................................................................”
 

“사랑해... 사랑해 혜미야... 사실은... 사실은... 이 말을 들려주고 싶었어... 보고 싶다... 자고 있는데도 너무 보고 싶어서...
 같이 자고 싶다... 같이 있고 싶다... 같이 자고 아침에 같이 눈을 뜨고... 그래서... 비도 그치고 어느 새 햇살이 우리한테로
 비추어오고... 
그래서 잠에서 깨어난 네 얼굴 마주 보면서... 네 눈을 보고 싶어.....................................”
 

혜미가 아무 말이 없다. 잠시 후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나도... 사랑해요 오빠... 나도…그랬으면 좋겠어요... 사랑합니다... 당신................................”
 

행복하다. 포근하다. 웃음이 나온다. 역쉬 꿈은 반대다.
 

“그래... 정말 사랑해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소중한 우리 혜미... 그래... 지금 이 순간…이것으로 다 이루었도다... 할 말
 다했다...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이걸로 오늘은 여기에서 일단 스톱... 내일 다시 이 다음을 이어서 하자 OK??......”
 

“흠헤헷... OK!..........................................................................”

“그래... 사랑한다... 잘자요... 우리 혜미........................................”

“오빠도 잘 자요.........................................................................”
 

혜미가 전화를 끊는다.


"자신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면 돼... 자신만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으면 돼... 하지만 사람을 좋아한다는건 자신보다도
 상대방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먹을 것이 조금 밖에 없으면 나는 내 몫을 아키에게 주고 싶어... 가진 돈이
 적다면 나보다 아키가 원하는 것을 사고 싶어... 
아키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내 배가 부르고... 아키한테 기쁜 일은 나의 기쁜
 일이야... 
그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야... 그 이상 소중한 것이 달리 뭐가 있다고 생각해?... 나는 떠오르지 않아... 자신의
 안에서 사람을 좋아하는 능력을 발견한 인간은 
노벨상을 받은 어떤 발견보다도 소중한 발견을 했다고 생각해... 그걸 깨닫지
 않으면... 깨달으려고 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하는 편이 나아.. 
혹성에든 뭐든 충돌해서 빨리 사라져 버리는 편이 낫다고..."
 

카타야마 교이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내 머리속에서 자꾸만 얼마 전에 잠시 훑어봤던 책의 구절이 맴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인류는 저런 말을 한 사람에게 여태껏 노벨상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게 누구나 알고있고 행하고 있는
너무도 단순한 진리여서 
그저 평범하고 하찮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그래도 가슴은 언제나 머리보다 앞서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있는 얼굴의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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