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감나무 -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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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덕을 향해 달려나갔다. 불길이 제 아무리 거세다 할지라도 이 길이 가깝다. 불은 언덕 저편에서 시작되었다. 언덕
저 편에는 우리집이다. 지금 집에는 제 정신이 아닌 엄마가 잠들어 있다. 불길이 아주 빠르게 다가왔다. 내 앞으로 짓쳐드는
불길을 향해 나는 마주쳐 달려 나갔다.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 본능적으로 도망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나는 본능을
이기고 불길속으로 뛰어나갔다. 훅하니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마른 섶불들이 타오르는 불길은 앞에만 거셌다. 앞의 불길을
뛰어넘으니 뒤에는 불에 탄 검은 흔적만이 남아있었을 뿐 불은 없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한달음에 언덕위로 올라섰다. 잠시 숨을 고르던 중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불길은 예상대로 춘삼이 아제집를 덥쳤다.
종철이가 자고 있는 사랑채는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불길은 사랑채에서 춘삼이 아제 부부가 자고 있을 안채로 번져가고
있었다.
“ 불이야~!!... 불났다~!... 아이고... 우리 종철이 우야노... 종철아~!... 종철아~!!!............... “
잠에서 깬 춘삼이 아제 부부가 마당으로 달려 나와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 으아아악~!.......... “
불이 붙어있던 방문이 떨어져 나가며 종철이가 비틀거리며 뛰어나왔다. 종철의 온몸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말 그대로
불을 뒤집어 쓴 모습이었다. 개새끼 천벌을 받는구나. 삼촌과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간 놈… 죽어 마땅하다. 삼촌이 겪었을
고통에 비교할 것이 못되고 할머니가 겪었을 울화통에 비견하지 못하다. 내 손으로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종철은 발버둥을 쳤다. 춘삼이 아제가 급하게 물을 퍼서는 종철에게 끼얹었지만 종철의 몸에 붙은 물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종철은 괴성을 지르면서 온 사방으로 날뛰었다. 살이 타고 뼈가 탈 것이다. 삼촌도 화장을 하였으니 종철이도 똑 같아야 할
것이다. 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였고 또 원망하였다. 이제 신의 존재를 믿으며 또 감사하다.
버둥거리던 종철은 결국 쓰러졌다. 나는 미련없이 등을 돌려 집으로 내달렸다. 불꽃의 붉은 빛이 하늘로 뻗쳐 올라간 곳이
보였다. 그곳은 우리 집 쪽이었다.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더욱 달렸다. 제일 먼저 보여야 할 감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뒷마당 어머니의 감나무는 잔불에 쌓인 채 쓰러져 있었다.
엄마가 잠들어 있는 안채 또한 불길에 무너져 있었다. 불은 우리집 안채에서 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안채 어딘가에서 발화된
불길은 안채를 태우고 뒷마당 감나무에 옮겨 붙은 모양이다. 불이 붙은 감나무는 언덕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결국 우리집
안채에서 시작된 불은 감나무를 타고 언덕에 붙어 바람을 따라 곧장 춘삼이 아제네 집을 태운 것이었다.
우리집에서 난 불을 감나무가 언덕으로 이끌었다. 불은 곧장 춘삼이 아제네 집으로 향하였고, 정확히 종철을 태워죽였다.
나를 대신해 결국 불이 종철을 태워 죽인 셈인 것이다. 어찌 공교로울 수 있는가? 허망한 가운데 나는 생각했다. 느닷없는
불이 종철을 죽인 것은 나를 위해서인가? 삼촌 복수를 위한 것인가? 이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불이 죽였던 내가 죽였던
종철의 죽음은 의미가 없다. 엄마가 내 사랑하는 엄마가 지금 저 불 속에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허망한 눈물을 흘리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 엄마~!!!!!... 엄마~!!!!!... 엄마~!!!!.......... “
나는 목이 터져라 엄마를 불러댈 뿐이었다. 우지끈~ 꿍~ 나의 부르짖음이 쓸데없다는 듯 안채의 마지막 기둥이 쓰러지며
지축을 울렸다. 저 무너져 내린 곳에 엄마가 있을 것이다.
“ 끄으으흑~!!............ “
나는 양손으로 마당의 흙을 움켜쥐며 몸부림을 쳤다.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엄마까지 이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엄마의 삶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끝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우리 엄마 이은혜 어떻게 살아온 삶이던가? 고통뿐인
삶이었다. 행복은 찰나였고 아픔은 억겁이었다. 나는 일어섰다. 불길을 견디지 못한 안채가 부엌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곧 엄마가 있는 안방도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무너져가는 안채로 발길을 옮겼다. 안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미 불길에 휩싸여버린 안방에 엄마가
살아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그러기에 나는 걸어갔다. 나는 엄마와 같이 죽고 싶었다. 엄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고 의미도 없다. 한걸음씩 옮길 때 마다 엄마가 생각났다. 맨 먼저 엄마의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엄마가 살포시 미소 지으면 세상 모든 근심이 눈 녹듯 사라졌었다.
엄마와의 섹스가 떠올랐다. 엄마의 풍만한 가슴과 만월 같은 둔부 그리고 최고의 열락을 안겨주던 그곳 오르가즘을 느낄 때
지르던 황활한 신음소리와 찡그린 인상 그리고 엄마의 눈물이 떠올랐다. 1980년 초겨울 어느 날 밤 나는 엄마를 가슴에 품고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 상무님........... “
“ ............ “
“ 상무님~!... “
“ 어... 응?... 아... 이차장.............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호호................ “
나는 창밖으로 향해 있던 의자를 돌려 이차장을 쳐다보았다.
“ 어..?... 허허... 내가 그랬나?... 그래... 무슨 일로?................... “
이성희 차장 올해 45세 이른 나이에 돌싱이 된 직원으로 억척 같은 여인이다. 입사 때부터 계속 내 수족 역할을 한 친구다.
나는 곧 시선을 돌렸다. 이차장의 눈빛이 아주 부담스러워서였다. 아내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쳐다보는 이차장의
눈빛이 변한 것을 느꼈다. 나를 남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눈빛이 매번 부담스러워 눈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를
벌써 십 수년째다.
“ 지난번에 면접 본 신입사원 1차 합격자 명단이에요... 확인해보시고 전무님 결재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
“ 음... 알았어... 고생했어.............. “
봄 볕이 따사롭다. 창밖으로 보이는 강변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노란 개나리를 보며 35년전 과거로 떠난 정신을
이차장이 2015년 현재로 되돌려놨다.
1차 합격자가 100명이 조금 넘는다. 경기 불황으로 전년대비 50명이나 축소된 인원이다. 아마도 최종합격은 70명 내외가 될
것이다. 자동차부품 업계 1위인 우리 회사도 불황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도 내년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 내 나이 55세 아직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몸이지만 여기까지다. 미련은 없다. 열심히 일했고 능력도 인정 받았다.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오로지 성실과 실력으로 대기업 상무까지 올랐다. 더 이상의 아쉬움은 없었다. 노후도 대비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을 것이다. 100명이 넘는 인원을 일일이 다 살펴볼 수 는 없는 일이다. 대충 눈으로 훑어
보고는 싸인해 버렸다. 아마도 이차장이 믿음직스럽게 가려냈을 것이다. 능력은 있는 친구이다. 박전무도 까다로운 성격은
아니다.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휴대폰이 갑자기 밝아졌다.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 응............. “
“ 언제쯤 퇴근하세요?.............. “
“ 이제 곧 가야지... 그래... 준비는 다 됐니?............... “
“ 예... 뭐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퇴근하셔서 아버지가 한번 봐주세요............ “
“ 내가 뭐 볼꺼 있겠냐?... 애미가 어련히 알아서 잘했을테지... 동희는?........... “
“ 네... 이제 막 잠들었어요................ “
“ 그래... 곧 가마... 집에서 보자................ “
내일이 아내의 기일이다. 평소 같으면 집에서 제사를 지내나 이번 기일은 특별하다. 손자가 태어난 해라 아내의 묘를 직접
찾아 볼려고 한다. 이차장이 챙겨준 1차 신입사원 합격자 명단을 들고 박전무를 찾아갔다. 박전무는 나보다 7살이나 어리다.
회장 아들이다. 신입사원때부터 내 밑에서 일을 배웠고 지금은 회사의 미래전략을 총괄지휘하고 있다.
“ 신입사원 1차 합격자명단입니다... 한번 보십시요............ “
“ 아... 네... 고생하셨어요... 김상무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 뽑으셨을라구요... 하하........... “
웃음이 호기롭다. 태생이 특별해서인지 늘 여유가 있다. 그런 전무가 밉지도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 예전에는 그의 특별한
태생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그렇다. 그와 나는 그저 다른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 저녁에 약속 있으신가요?... 없으면 술이나 한잔 하시겠습니까?......... “
“ 아... 아이고... 허허... 이 일을 어쩌죠?... 내일 집사람 기일이라... 모처럼 청하셨는데 죄송합니다........... “
“ 아... 아니에요... 그렇군요... 어쩔 수 없죠 뭐... 그런데 상무님... 이제 새출발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이정도 하셨으면
아마 돌아가신 사모님께서도 이해할 듯 싶은데요... 하하하........... “
“ 허허... 아이고... 별 말씀을... 이 나이에 무슨... 허허............. “
나는 전무실을 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전무의 말이 맞을 수 있다. 벌써 아내가 곁을 떠난 지 15년째다. 새출발해도 흉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 퇴근 엘리베이트에서 이차장을 만났다.
“ 어머... 상무님!... 퇴근하시는 거예요?... 퇴근이 좀 빠르시네요... 약속 있으신가 봐요?........... “
“ 어?... 어... 내일이 집사람 기일이라서.......... “
호기심에 반짝거리던 이차장의 눈은 금새 풀이 죽어버렸다. 풀이 죽어버린 이차장의 눈이 애처롭다. 그리고 은은히 풍겨오는
향수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40대 중반임에도 쳐지지 않는 엉덩이가 꽤 탐스러웠다. 아랫도리 그 놈이 기지개를 켜 듯 아주
솟구쳐 올랐다. 당황스러웠다. 실로 오랜만에 놈이 깨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놈은 이내 죽어버렸다. 놈의 기지개에 내가 응당
호응해줘야 하는데 왜 눈치없이 깨어나냐고 타박을 주니 죽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차장 때문에 발기했고 그것 뿐이었다.
오히려 15년전에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만 더욱 깊어졌다.
“ 아버님 오셨어요?............ “
문을 열고 들어서니 며느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어 아들녀석이 이제 갓 태어난 손주녀석을 안고 나타났다.
“ 오냐... 장 보느라 고생했지?............ “
“ 고생은요... 한번 봐주세요... 제대로 봤는지.............. “
“ 그래... 뭐... 니가 어련히 알아서 잘 봤겠지............ “
작년에 아들에게 시집 온 며느리는 요즘 애들 답지 않게 아주 어른스럽다. 나는 그 점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와 인상이 죽은 아내를 똑 닮았다. 아들 또한 그 점이 너무 좋아 청혼했다 하였다. 이래저래 우리 부자는 죽은 아내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백일을 갓 지난 손주 녀석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자고 있는 손주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세상 모든 새끼들은 아주 귀엽고 예쁘다. 여리디 여린 그 모습으로 가이없는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내 손주녀석뿐만이 아닐터인데 이 녀석은 더욱 그러하다. 잠든 얼굴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내가 이 녀석을 봤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또다시 아내가 그리워졌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꼬박 네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거리다. 그나마 빠른 것이었다. 도로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묻힌 곳을 가려면 6시간 넘게 걸렸다. 나는 짧아진 그 시간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아내를 찾아가는 길은 짧아서 좋았으나 떠나는 길은 짧아서 싫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점심때가 다 돼 도착했다. 아내의 묘에는 푸릇푸릇 봄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묘 위에 노란 민들레가
한 두어 송이 피어 있었다. 아들이 여기저기 잡풀을 뽑아내더니 민들레도 뽑으려고 하는 것을 나는 놔두라 하였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노란 민들레가 흡사 아내가 고갯짓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넓직한 비석을 닦고 자리를 깔았다. 그리고 음식을
꺼내었다. 며느리가 이것 저것 많이도 준비한 모양이다. 가져올 때는 여사로 보였는데 막상 펼치니 가짓수가 많았다. 기분이
좋았다.
“ 애미... 고생 많았다............... “
“ 뭘요... 당연히 해야 되는 건데요... 뭐................. “
그럭저럭 제사 상이 완성되었다. 아들이 술을 따라 올리며 절을 하였다.
“그동안 잘 있었소?.. 당신 떠난지도 벌써 15년째요.. 해마다 당신 찾아 오지만 오늘은 특별히 손님 한 사람을 더 데려왔소...
당신 손자... 김동희... 아들이오... 이쁘지요?... 당신을 많이 닮았소... 당신도 보다시피 아들, 며느리... 다 잘있소... 나도...
잘... 있소... 당신도 잘 지내고 있지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내 꼭 당신 찾아가리다... 기다리고 있어주오... 다른
남자 한눈 팔지 말고... 나도 한눈 팔지 않을 테니... 허허... 그러니까 내 만나는 그날까지 그곳에서 행복하게 있으시오... “
제사를 마쳤다. 나는 아들네에게 먼저 차에 가 있으라고 하였다. 제주를 한잔 하고 싶었다. 아들네가 떠나고 난 후 나는 묘소
이곳 저곳을 다시 살펴보고는 술을 한잔 따라 묘에 뿌렸다. 그리고 다시 잔을 채워 입으로 털어 넣었다. 시원한 곡주 한잔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더니 빈 속을 찌릿하게 울렸다. 연거푸 한잔을 더 털어 넣었다. 얼굴이 불콰하니 달아 올랐다.
어디선가 나비가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노란 날개를 나풀거리는 나비는 아내 묘를 맴돌더니 비석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바로 내 옆이다. 겁도 없는 나비다. 나비의 살랑거리는 날갯짓을 보며 아내를 떠 올렸다. 아내는 살아 생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살포시 내 품을 찾아 들곤 했었다. 아내는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되던 해에 죽었다. 어느 날 밤 내 품에 안겨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한 가득 머금고 바람같이 가버렸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사망한 터라 아내의 죽음에 대한 경찰조사가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경찰은 은근히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부검을 진행하게 되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살아 생전 아내는 너무나도 건강했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가 안되기는 담당 부검의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부검의는
말했다.
“ 아내분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인데요...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심장근육으로 지금껏 살아왔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심장근육이 너무나도 약해져 있었고... 제 의학적 소견으로는 이미 30년전에 정지했어야 할 심장입니다........... “
나는 물었다.
“ 아내는 죽을 때 고통스러웠나요?.......... “
“ 정확하게는 말씀 드리지 못하지만... 보통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은 심장 근육이 거의 괴사하거나 파열돼...
있습니다... 그러면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아내분의 심장은 근육만 약해져 있지 괴사나
파열을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큰 통증은 없었을 것입니다............. “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그러면... 됐어요... 고통없이 갔으면 됐어요... 30년도 훨씬 전에 갔었어야 할 사람이었는데... 나 때문에... 못갔으니.....
고통없이 갔다면... 그걸로 됐어요.............. “
나비는 팔랑거리던 날개를 접고 앉아 내리쬐는 봄볕을 쪼이고 있었다. 나비가 내려 앉은 비석에 가로로 새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 사랑스런 아내였고... 현명했던 어머니...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
“ 엄마...
내랑 같이 있어줘서 고맙니데이...
내 아들 나조서 고맙고요...
또... 나를 사랑해줘서 고맙니데이...
진짜로... 진짜로... 고맙니데이...
엄마 때문에 내가 있었고... 엄마 때문에 행복했고... 또 지금도 행복하니더...
엄마 살아 생전 이 말 못해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니더...
어머니... 사랑해요... “
나는 나비를 향해 말했다. 나비는 날아가지 않고 내 말을 알아 듣는 양 날개를 나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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