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이야기 - 2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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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나를 전신 거울 앞으로 세워놓고 내 옆에 서서 팔짱을 낀다. 갑자기 우리 둘은 엄청 조신한 커플로 변해있다. 거울에
비친 우리 둘의 모습은 정말 잘 어울리는 부부이다. 지혜는 내 귀 가까이에 입을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둘이 이 정도 비쥬얼이면 서전무 앞에서도 기 죽을 일은 없을 거야........"
"나... 아직까지 살면서 기죽어본 일은 한번도 없거든.........."
"오빠... 그건 오빠가 다니는 대한대라는 학교 때문이야... 그런데 오늘의 문제는... 우리 아빠가 미국 프린스턴 출신이라는
거야... 정신 바짝 차려............."
“학교가 무슨 상관인데?........”
“그건... 오빠 생각이고.............”
이제 지혜는 마음 먹은 것을 모두 다 했다는 듯이 엄청 만족스런 표정이다. 지혜가 계산을 끝내고 나는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우리는 우아한 한쌍의 부부가 되어 호텔로 돌아왔다.
"오빠가 많이 불편하겠지만... 딱 오늘 저녁만이야... 알았죠?... 내가 오빠한테 부탁할께........."
"나는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나 때문이야... 나.. 오빠를 아무 남자 중에 하나라고 아빠한테 내보이기 싫어... 나는 엄청 고민하면서 오빠를 골랐거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내 방으로 갔다. 지혜는 아이린에게 전화했다.
"엄마... 우리 오빠방이거든요... 지금 냉커피 갖고 내려올래?..............."
지혜는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우리 둘은 문 앞에 서서 아이린을 기다렸다. 내 가슴이 엄청 두근거린다. 지혜라고 다를까?
아이린이 들어설 때 지혜는 나랑 같이 완전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면서 나와 같이 연습을 했다. 드디어 아이린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그녀는 바로 우리 둘을 보았다. 아이린은 말쑥하게 뽑아입은 나와 내게 팔짱을 끼고 서있는 원피스를 입은
우아한 여인 지혜를 본 것이다. 우리는 연습한 대로 허리를 약간 굽혀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아이린의 눈은 동그래지고
아이린의 열린 입은 한동안 닫힐 줄을 모른다.
"사모님... 어서 오십시오............."
"아니.. 이.. 이............"
"엄마... 왜?... 우리 많이 이상해?............."
"이상하긴?.. 이래놓고 보니까 내 딸 지혜가 너무 잘 컸잖아?.. 그 옆에 있는 태현씨는 또 어떻고?... 이건 뭐... 잘생겨도 보통
잘생긴 것이 아니라서............"
"그니까... 엄마 안구정화 좀 하시라고... 안티에이징에 딱이랜다... 엄마.. 그런데... 우리 어때?... 우리 둘이 잘 어울려?....."
"어울리기만 해?... 완전 선남선녀 한쌍이다............."
"엄마.. 고마워..........."
"고맙긴?... 내가 고맙지... 나는 미처 생각도 못했는데.............."
"엄마 걱정 마... 이 정도로 사는데 200만원을 다 못채웠어... 하하............"
"너도 걱정 마... 나중에 우리 같이 나가서 마저 질러서... 오백 정도는 채우자... 하하하............"
아이린은 침실로 가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지혜야... 아빠 로비래................"
"그래?... 우리 내려간다고... 옆에 카페에서 기다리라고 해............"
지혜는 아이린과 경식이를 먼저 내려가게 했다.
"여신은 아직 3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해.............."
지혜는 전화기 안에 들어있는 사진 여러 장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지혜 혼자 또는 가족과 같이 찍은 사진들이다.
"여기.. 우리 아빠야... 이따 만나기 전에... 지금 미리보기를 하는거야... 대머리에... 배도 볼록하지?... 하하하......."
"표정이 매우 부드러우시네?..........."
"성격이.. 우리에게는 자상하다고 해야 하나?..............."
아주 전형적인 중년의 모습이다. 키는 지혜랑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만 제일 그룹의 전무이사이고 또 지혜의 말대로
프린스턴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면 성격은 아무래도 약간 날카롭지 않을까? 지혜의 말에 의하면 제일그룹 회장의
큰 딸이 돌싱었다는데 지혜 아빠는 그녀와 눈이 맞아서 결혼을 해버렸단다. 아마도 그는 회장 영감의 눈에 들었을 것이고
머지않아 회장 자리를 물려받을 것 같다.
"그런데... 왜 이혼을..?............."
"몰라... 어른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일이니까... 난 알고 싶지도 않거든........."
지혜는 더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듯 내 목에 팔을 걸고 내 입술을 빨았다. 뺨을 내 뺨에 대고 비비기도 한다. 내게서 입을
떼고 가까이에서 한참 동안 내 눈을 들여다보다가 내게 말했다.
"오빠.. 우리 아빠 만나는 일로 걱정하지 마.. 우리 아빠... 내가 알기로는 나쁜 남자 절대 아니거든... 오빠는 우리한테
지금까지 한 것을 생각하면 고맙기만 한데.. 오늘 아빠 만나는 일 때문에 나는 오빠한테 엄청 미안하거든요.........."
"걱정 전혀 안하는데?... 내가 걱정한다는 생각을 왜 하는데?........"
"거짓말 하지 마... 오빠 얼굴에 다 써있어.........."
"지혜 너나 나 때문에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어... 오빠... 나 그럼 올라가서 예쁘게 차리고 올께... 기다려............"
지혜는 위층으로 올라가고 내 방에는 나 혼자 남았다. 나는 거실에 있는 TV를 켜고 지혜를 기다리기로 했다. 스포츠 TV에서
야구를 보여주는데 지난 경기를 재방송하는 것 같다. 나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야구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
머리 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무슨 일로 이혼했을까? 오늘 서전무가 나를 만나면 경식이 때문에 고맙다는
말 말고 또 무슨 말을 할까? 지혜는 아이린에게는 꽃단장을 하겠다면서 30분이나 걸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와 같이 보낸
시간만 벌써 5분이 넘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고 지혜가 들어온다. 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는 꿈을 꾸는 것처럼 지혜를 보고 있다. 지혜는 그
사이에 머리도 손질을 하고, 그럴듯하게 화장도 했다. 깨끗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돋보인다. 귀여운 얼굴만 빼고
본다면 누가 보더라도 대학 3학년 정도로 보인다. 아까 백화점에서 산 그 원피스가 지혜의 몸에 날개가 되어준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지혜의 모습은 여신이라기 보다는 천사가 맞는 표현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찬란하고 은은한 지혜는
나날이 아름답고 우아한 여인으로 자라고 있는 깜직한 귀염둥이이다.
"나... 이 정도면 어때?......"
"너 지금 완전 예쁜 것 알아?... 아빠가 깜짝 놀라시면 어떻하지?......."
"아이이.. 참나... 오빠... 이제 나가자.........."
"어디로 가야 하지?..........."
"4층에 있는 카카오트리......"
"거기 뭐하는 데야?............"
"뷔페... 아빠도 참.. 촌스럽게 무슨 뷔페야?........"
"아빠가 갑작스럽게 오셔서 그런 것 같다... 투덜거리지 마.........."
지혜가 옆에 서서 내게 몸을 기대온다. 나는 지혜를 당겨서 안았다. 내게 안겨오는 지혜의 온 몸이 너무 부드럽고 물컹거린다.
잠시 후에 지혜는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치며 흐트러진 매무새를 바로잡는다.
"내가 방금 투덜거린거야?.........."
"예쁘고 우아하게 차려 입었으면... 하는 말도 우아하고 아름답게... 몰라?..........."
"아하... 알았어요... 말해줘서 고마워............"
"화장을 이렇게 하는 것은 어디서 배웠어?............"
"아까 원피스 사면서 언니가 오빠한테 맞추려면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줬거든..........."
"하여간에... 결국은 밀당질이었네?... 하하..........."
원피스의 앞가슴은 둥그럽게 아슬아슬할 정도로까지 파여있다. 옆구리 쪽으로 지퍼가 달려있다. 두개의 봉우리가 앞으로
볼록 솟아있고 허리의 곡선은 안으로 굽는다. 원피스의 아래자락은 엉덩이를 감싸고 허벅지로 내려와서 무릎 위로 한뼘
정도 되는 곳에서 금방 끝나버린다. 허벅지는 시원하게 드러나있다. 지혜는 경식이에게 전화해서 우리가 지금 엘리베이터에
탄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혜는 머리를 내 어깨에 얹고 내게 안겨온다. 나도 지혜의 허리에 팔을 둘러서 꼬옥
안았다. 지혜가 내 귀에 소근거린다.
"이러언... 화장 때문에 키스를 못하겠네........."
"꼭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안해도.. 나중에 해도 되잖아?... 누가 타면 어쩔래?........."
"하하... 겁은.. 키스하는 것이 죄야?........"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경식이가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경식이는 나와 지혜를 보고
엄청 놀란다.
"와아아... 이게 도대체 누구야?... 지혜 누나 맞아?........"
"나도 나지만... 오빠 어때?......."
"완전 새신랑 같아... 눈부셔........"
"하하하... 알았으니까 앞장 서.........."
"누나... 새엄마도 같이 오셨어............."
아이린과 지혜 아빠 그리고 새엄마라는 여자 이렇게 셋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혜가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내 귀에 낮은
소리로 말한다.
"하아... 살떨린다... 최대한 우아하게... 알았지?......"
"아빠 만나는데 왜 이렇게 긴장해?... 평소하고는 영 다르네........."
"오빠랑 같이 만나는 거라서..........."
"내가 지혜 아빠한테 무슨 죄 지은 거라도 있어?.........."
지혜가 많이 긴장한 탓인지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러니까 화장하면서 붉은 볼터치를 옅게 약간 한 것 처럼 너무 귀여운
모습이다. 우리가 다가가자 지혜 아빠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이린은 우리를 보고 웃고 있지만 새엄마와 지혜 아빠는
두 눈이 동그래지고 입은 열려있다.
지혜 아빠 : "어?.. 아니.. 이게 누구야?.. 너 진짜 서지혜 맞아?........"
새엄마 : "아니.. 얼마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여고생이었는데... 이게 웬 일이야?........"
지혜 : "안녕하세요?...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지혜는 완전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나도 깜짝 놀랐다. 지혜가 이렇게 아주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을 처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혜가 순식간에 변해도 너무 변했다.
지혜 : "이 남자는 제가 전에 말씀 드린 김태현입니다... 오빠... 인사 드려... 아빠... 그리고 새엄마셔..........."
나 : "김태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지혜 아빠 : "그래... 우리 앉자........"
새엄마 : "하아... 어쩜. 이럴 수가... 언니...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요?........."
아이린 : "왜 그러는데?............."
새엄마 : "저렇게 멋진 남자한테 지혜가 공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 말이 돼요?......."
아이린 : "어?... 정말 잘해... 나도 직접 봤거든... 오빠가 멋있으니까 그런지 더 열심히 하던데?........."
새엄마 : "나중에 지혜는 분명 이 오빠한테 시집가겠다고 졸라댈꺼야... 언니... 두고 보세요... 내 말이 틀리나.........."
아이린 : "글쎄... 그건 좀 어려울껄... 이 오빠는 지금 사귀는 여친이 있거든..........."
새엄마 : "지혜야... 화이팅!... 싸워서 이기는 자가 차지하는 거야... 끝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절대로 놓치지 말고...
알았지?.. 하하하........."
지혜 : "아이 참.........."
새엄마 : "아니... 둘이 벌써 커플링도 했구나?..........."
지혜 : “이건 오빠 학교 동아리에서 봉사 활동 기금을 마련한다면서 선배들한테 떠안긴 것을 오빠가 사왔어요.....”
새엄마 : "에이... 동아리 반지 치고는 너무 있어보이거든요?... 18K야?..........”
지혜 : “예...........”
아이린 : "우리... 식사부터 해요..........."
지혜 : "오빠는 여기 가만히 앉아있으세요... 제가 갖다드릴께요.........."
새엄마 : "어머... 저... 저... 어쩜 좋아?... 지혜 쟤 말하는 것 좀 봐... 완전 신랑 떠받드는 것처럼 하네.. 하하하......."
아이린 : "그러네... 내가 봐도 좀 심하네... 그런데 제가 좋아서 그러겠다는 걸... 낸들 어쩌겠어?... 하하하..........."
지혜는 아이린의 손을 잡고 음식을 가지러 간다. 지혜의 새엄마도 경식이와 함께 지혜 뒤를 따라간다. 뒤에서 보면 아이린이
엉덩이가 좀 크다는 것만 빼고는 아이린과 지혜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혜 아빠 : "여자들 셋이 모이니까 정신을 못차리겠네... 하하..........."
나 : "저는 괜찮습니다.............."
조용한 틈을 타서 지혜 아빠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나나 지혜 엄마는 애들 둘 다 고등학교에 와서 공부에서 손을 놓는 줄 알고 걱정을 많이 했었네... 그런데 태현군과 마음이
맞아서 같이 공부하고.. 다시 공부에 관심도 갖게 되고 또 나날이 좋아진다는 말도 들려... 이것 참 뭐라고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정말 고마워요.........."
"부끄럽습니다... 저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늘도 뜻밖에 일어난 사고로 경식이의 생명이 위험할 뻔 했는데... 태현군이 뛰어들어서 경식이를 살려냈다고 들었어...
경식이 그녀석이 아까 나한테 그러는데.. 자기는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이 뭔가를 알겠대요... 내가 태현군한테 여러 가지로
빚을 지고 있네.........."
이 때 지혜와 새엄마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왔다. 지혜는 내 앞에, 새엄마는 지혜 아빠 앞에 음식 접시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다시 갔다.
"애들 대학 입학 문제는 태현씨가 맡아서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부탁인데.........."
"제가 3년 정도는 한국에 있지만 그 후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럼...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 다음은 아직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잘 했네... 대한 대학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자네는 과학고 출신이라니까 별 문제 없었을거야...
그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어중간한 외국 유학보다 훨씬 유리한 것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 반드시 졸업을 하도록 하세요...
그 다음 문제는 꼭 나에게 와서 의논해주게... 내가 태현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음식을 가지러 갔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왔다. 이들이 가져온 음식은 한식, 초밥, 스파게티 해서 완전 럭셔리이다. 여자들은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다고 감탄한다. 그런데 내가 혼자 감탄하고 있는 것은 새엄마와 아이린, 그리고 지혜 아빠, 이렇게
세사람이다. 오늘 이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보통 이런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은 서로를 증오하면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마치 한 가족 같다. 특히 아이린과 새엄마는 언니 동생 하면서 이야기하는데 지혜와 경식이가 사춘기에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중이라고 아이린이 나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이 두 남매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은 계속 될 것 같다. 나중에라도 이들은 서로를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지혜는 내가 먹는 것을 쳐다보고 있다가 젓가락을 들고 나에게 덤벼든다.
"오빠... 이 초밥 살살 녹는다... 아아 해봐........."
"아아 해봐... 불고기가 아이스크림 같아......."
"오빠... 내가 주니까 더 맛있지?........"
나는 지혜가 엄마 아빠 앞에서 왜 이렇게 오바하는지를 모르겠다. 지혜가 내 입에 넣어주는 것을 받아먹기만 할 수 없어서
나도 젓가락으로 참치 조각 하나를 집어서 지혜의 입에 가까이 간다.
"어머머... 오빠는 남자가 체신머리 없게 왜 이래요?.. 이번 만큼은 내가 받아 먹지만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세요........."
"아아... 오빠가 내 입에 넣어주니까 참치가 쵸콜렛 같아요..........."
지혜의 애교에 아이린은 그냥 웃기만 한다. 그런데 보다 못한 새엄마가 지혜에게 한마디 했다.
"야아아... 서지혜!.. 정신차리세요... 지금 여기에 너희 둘만 있는거니?... 우리는 아예 안중에도 없어?........"
"저.. 지금 정신 말짱하거든요?... 오빠는 내가 이렇게 해주면 훨씬 더 맛있게 잘 먹거든요... 오빠, 내 말이 맞지?... 저한테
그러지 마시고... 새엄마도 아빠한테 해드리면 되잖아요?..........."
내가 숟가락을 놓자 지혜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접시를 들고 나가더니 나중에 레드 와인 한 잔을 갖고 온다. 내 앞에
와인잔을 놓고 자리에 앉으며 또박또박 말한다.
지혜 : "아빠 와인 취향을 제가 아직 몰라서요........"
새엄마 : "하하하... 언니... 쟤가 오늘 우리를 웃기려고 작심을 했나봐요........."
아이린 : "아니야... 지혜는 평소에도 이래........."
새엄마 : "언니!... 벌써 그 정도야?... 그럼 이거 보통 수위가 아니야... 완전 심각한 수준이라구요........"
아이린 : "뭐가 심각하다는거야?... 내가 보기에는 좋기만 하구만..........."
새엄마 : "아니... 오늘 언니까지 왜 이런대?... 경식아... 네가 보기에는 어때?... 지혜 누나가 지금 저러는 것이 정상으로
보이니?........"
경식 : "글쎄요... 요새는 꼭 사귀지 않고 약간 섬만 타도 다들 저렇게 하는 것이 트렌디잖아요?........"
새엄마 : "이러언... 오늘 세 식구가 똘똘 뭉쳤지?... 역시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면... 가방 내놓으라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군......."
경식 : "물에 빠지기 전에도 저에게는 가방이 아예 없었습니다... 하하........."
새엄마 :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지혜가 고난도 작전을 쓰는 것이 뻔히 보여.. 지금 태현씨를 우리한테 턱하니 내놓고
점수를 확실하게 달라는 것 같아........."
아이린 : "태현씨 이 정도면 뭐가 아쉬워서 굳이 점수를 구걸할 필요까지 있겠어?... 키 크고.. 인물 이 정도로 잘생겨.. 대학은
또 얼마나 빵빵해?... 이러면 우리가 태현씨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하소연을 해야 하는 입장인 것 같은데?.. 하하하......."
식사가 끝나고 새엄마와 지혜 아빠는 서울로 갈 준비를 한다면서 교대로 화장실에 간다.
"마지막 비행기라서.. 지혜는 서울에 오는 대로 빨리 태현씨 데리고 나한테 꼭 들러라........."
"예... 아빠..............."
지혜는 대답하면서도 아빠에게 고개를 약간 숙인다.
"지혜.. 진짜 적응 안되네..........."
새엄마가 또 끼어든다. 이번에는 나에게 뭔가를 따지려는 듯 하다.
"내가 생각해보니까 태현씨가 지혜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 같아요... 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거 맞죠?........"
"오빠랑 나랑요? 일?... 글쎄요... 새엄마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대로라면 얼마 안가서
터질 것 같기도 해요..........."
"아니... 얘가 점점 못하는 소리가 없네........"
"어차피 입이야 먹고, 말하고, 키스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요?... 먹고 키스하는 것은 함부로 하면 사고나지만 말하는 것 거
쯤이야... 뭐.. 하하........."
지혜는 새엄마에게 또박또박 말대꾸를 한다. 그런데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호텔 정문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그들은 항공사에서 운행하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갔다.
"태현씨... 이제 끝났죠?........"
"오빠... 이제 긴장 풀어... 미안해......."
"그런데 형이랑 누나랑 진짜 사귈꺼야?.........."
"요게 또 까불지?.........."
"궁금해서 물어본거잖아?... 그게 어때서?........"
"쓸데없이 내 일에 껴들지 말고... 너나 여친 관리 잘하셔............"
내가 지혜 아빠와 처음 만나는 이 자리가 참으로 어색할 뻔 했다. 그렇지만 생뚱맞은 지혜의 연극과 새엄마가 모두의 혼을
빼놓는 바람에 우리는 끝까지 즐거운 분위기였다. 아이린은 피곤하다면서 경식이와 함께 올라갔다. 그런데 지혜는 나에게
밖으로 산책하러 가자고 했다. 나는 건너편 편의점에서 지혜가 좋아하는 아이스바를 샀다. 지혜는 붉은 혀로 노란 아이스바를
핥기도 하고 빨간 입술로 물고 넣고 빼기도 하고 쪽쪽 소리를 내면서 빨기도 했다.
지혜는 늘 하듯이 내게 팔짱을 끼고 걸어서 올림픽 공원까지 내려왔다. 지혜는 나에게 돌아서서 팔을 내 허리로 두른다. 나도
지혜의 등으로 팔을 둘렀다. 지혜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댄다.
"오빠... 나 오늘 제법 우아했지?........"
"우아?.. 하하하... 완전 짱이었거든요... 네가 갑자기 그러니까 나는 엄청 당황스럽고......."
"아빠나 새엄마가 오늘 오빠를 엄청 잘 본 것 같은데........."
"나를 나쁘게 보는 사람은 아직 없었거든요......."
"하긴..........."
지혜가 고개를 들고 입술을 내민다. 나는 내 혀 끝을 지혜의 입술에 갖다 댔다. 지혜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혀를 빨아당긴다.
"오빠... 이제 키스해도 되겠지?............"
"화장 지워지면 어쩌려고?.........."
"밤인데 누가 보냐?... 또 보면 좀 어때?............"
지혜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지긋이 누르다가 손가락을 내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나는 그 손가락을 빨면서 입 안에서
혀로 휘감았다. 지혜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부르르 떤다. 내 귀에 대고 소근거린다.
"하아... 오빠... 이제 내 가슴 좀 만져주면 안돼?........."
"만져봤자 컵이잖아?........."
"컵?... 그거 엄청 얇아... 그게 맘에 안들면 옆에 지퍼 내리면 되죠..........."
"그거는 나중에 서울 가서 해줄께........."
"오늘 딱 한번만........."
"야아아... 밤에 길거리에서 내가 고딩 가슴을 왜 만지냐고.........."
"알았어............"
그러나 지혜는 내 손을 자기 가슴에 갖다 지긋이 누른다. 나도 이미 지혜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내 입술을 빨아들이는
지혜의 입은 점점 거칠어지고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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