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이야기 - 26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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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아르바이트 이야기 - 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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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28,762회 작성일 23-02-26 17:14

본문

지혜가 처음에 키스할 때에는 막무가내로 빨아대거나 어쩔 줄을 모르고 당황하면서 빠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거칠었다.
이제는 달콤하고 감미로움이 느껴진다. 지혜의 키스에는 이제 지혜의 믿음이 들어있고 또 지혜가 자신만만해 하는 키스이다.
나는 내 입을 들어내고 지혜의 머리를 쓸어 올려서 넘겨주고 여린 뺨을 어루만진다. 지혜의 발그레한 뺨은 마치 복숭아에
불그레한 색이 물들어있는 것 같다. 시원스런 이마와 함께 오똑 솟아오른 매끈한 콧날이 지혜의 마스크에서 고집스러움을
느끼게 한다면 큼직한 두 눈에서는 당돌함을 느끼게 한다.

도톰한 빨간 입술이 말할 때마다 열리고 닫히면서 오물거린다. 쳐다보는 내 마음에 파도를 일으킨다. 지혜는 입술 사이로
내 귀를 물었다. 지혜의 혀가 내 귀 전체를 핥는다. 내 입술을 빨듯이 귓볼을 빤다. 지혜는 혀를 길게 내밀어서 내 목을 조금씩
천천히 핥으며 내려온다. 나는 지혜에게 물었다.

"지혜... 너 요새 야동을 너무 열심히 보는구나?........." 

"어?... 어떻게 알았어?........."

"내 허벅지에 대고 비비는 것을 보면... 벼개랑 이불에 대고 많이 해본 솜씨 같은데.........."

"하고싶어 미칠 때에는 그렇게라도 해야지... 오빠는 안해?........."

"난... 안해도 되거든.........."

"오빠한테는 여자가 항상 많다 이 말이네... 진짜 완전 사악하다........"

"그 말이 아닌데?.........."

"아니라고?... 그럼.. 혹시 오빠 그거에 문제 있어?......"

"응... 그것도 엄청 심각해........"

"이 뻥쟁이... 전에 오빠 잘 때 보니까 문제 전혀 없던데?..........."

"나 잘 때?... 무엇을 봤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지?........"

"뭐... 불룩 서 있더만........."

"그게 다야?......."

"오빠... 지금 다 알면서 묻는 거지?......."

"그러니까 거짓말은 하지마..........."

"뭐... 안에 손 넣고 잠시 만져봤지........."
 

"그게 다가 아닐껄.........." 

"팬티 속에서 너무 답답해 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팬티 밖으로 꺼내주고........"

"계속해... 거짓말 하면 화낸다........."

"그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해? 오빠 거기에 키스했다... 왜?..........."

"요게 정말... 네가 과연 키스만 했을까?........"

"입에 넣고 몇 번 빨아준 것이 전부 다야........."

"빠는 것은 누구한테 배웠어?... 또 그 못된 친구들?........."

"그걸 왜 배워?... 요새 야동 보면 어떻게 하라고 다 나오잖아?............"
 

사실 나도 그 기억밖에는 없다. 그 날 내가 자고 있을 때 지혜가 한 짓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맞다. 지혜의 가슴이
브래지어에 갇혀서 빵빵하게 보인다. 지혜가 윗몸을 일으켜서 양 손으로 내 가슴과 배를 쓰다듬다가 퇴화한 내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덜리면서 괴롭힌다. 혀를 내밀어서 내 젖꼭지를 덮어 누르고, 빨아들인다. 짜릿하면서 내 몸이 꼬인다. 위에서
빨리니까 아래쪽에 있는 남성까지도 요동을 친다. 내가 지혜의 젖꼭지를 빨 때 지혜 몸도 이런지 궁금했다.
 

"하아아... 오빠꺼는 찌찌가 너무 작아... 하하........" 

"지혜 찌찌도 크지는 않더만..........."

"내꺼는 빨면 커지잖아?... 오빠꺼는 빨아도 커지는 것도 없어..........."
 

오늘 지혜의 브래지어는 고리가 앞에 있어서 앞에서 열리도록 되어있다. 지혜는 내 입술을 빨면서 내 두 손을 브래지어의
고리로 가져갔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고리를 풀었다. 붙어있던 두 개의 컵이 분리되어 아래로 쏟아지면서 열리고 지혜의 몸이
내 위로 밀착되면서 가슴에 달려있는 두개의 몽실한 덩어리가 내려와서 내 가슴 위를 누른다. 지혜가 몸을 꼼지락거리면서
브래지어를 벗어서 던진다.
 

지혜의 허벅지는 내 배를 양쪽에서 조여오고 지혜의 은밀한 그 부분은 내 배를 지긋이 눌러온다. 나는 지혜의 몸을 안았다.
지혜의 몸은 다시 내 몸 위로 포개지면서 밀착해온다. 지혜의 몸이 너무 가볍다. 저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처럼
허공에 떠있는 새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오빠........" 

"어?................."

"오빠가 내 옆에 없으면 불안한데... 오빠 이 가슴에 엎드려있으면 편안하고 참 좋단 말이야.........."

"엎드려도 꼭 이렇게 벗고 엎드려 있어야 하니?............"

"우리 가슴과 마음과 심장까지 최대한 가까이 붙어있게 하고 싶거든..............."

"내 생각은 안하니?.........."

"잘난 오빠 생각을 내가 왜 해야 하는데?... 하하............"
 

지혜는 앙큼스럽게 웃으며 내 두 손을 지혜의 양쪽 엉덩이로 당겨갔다. 그런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면서 지혜의 팬티가 가리지 않은 엉덩이를 움켜쥔다. 지혜가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것 같다. 말랑말랑하던 엉덩이가
갑자기 단단해진다. 내 아랫배에 대고 비비는 지혜의 그 부분을 가리고 있는 팬티가 이미 촉촉해진 것이 느껴진다. 지혜의
허리가 요염하게 뒤틀리며 지혜가 비비면서 서서히 힘을 준다.
 

"하아... 아흑... 하악............ "
 

지혜는 내 손바닥을 지혜의 허벅지 사이로 가져갔다. 팬티에 싸인 지혜의 도톰한 은밀한 부분은 이제 내 손바닥에 얹혀서
비벼진다. 나도 내 손바닥에 힘을 준다. 지혜는 턱을 치켜올리고 내 손바닥이 습기와 열기에 젖는다. 지혜의 가슴은 내 입에
물려진다. 나는 지혜의 가슴을 빤다. 지혜의 숨결과 신음이 거칠어지고 몸짓도 격해진다.
 

"우리 이제 고만하자........."

"하아... 너무 신기해...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오빠는 어떻게 다 참을 수 있어?.........."

"나라고 왜 힘들지 않겠어?... 그렇지만 내가 참는 수 밖에 없잖아?........."

"이러다가 오빠나 나나 참는 데에 달인이 되겠다.........."

"지혜야... 아직은 이대로 더 참아보자.........."

"오빠가 참는데... 나라고 별 수 있어?............"
 

나는 지혜를 안고 몸을 옆으로 굴려서 지혜가 내 몸에서 내려오게 했다. 지혜를 품에 안고 등들 다독거렸다. 숨을 할딱이는
지혜를 바라보기가 너무 애처롭다.
 

"너... 야동 보면서 어디까지 따라 했지?........." 

"뭘... 어디까지 해?... 무슨 말이야?.........."

"너무 많이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나 혼자는 그냥 이렇게 만지고... 비비고... 누르는 것이 전부야... 오빠랑은 키스하고... 가끔씩 오빠가 내 가슴 빨아주고...
 엉덩이 만져주고... 
더 이상은 없어..........."
 

"손가락이나 바나나... 이런 것 혹시 집어넣었어?........" 


"미쳤어?... 요새 딱풀이나 볼펜 이런 것들도 집어넣는다는데... 난 집어넣는 것은 절대 안해... 나도 하다보면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그냥 들어갈 때도 있어... 
넣고 싶어 미치겠다구... 그런데 솔직히 염증 생길까봐 겁나서 넣지는 못하겠어......."
 

"으음.........."

"오빠... 오늘 진짜 말 잘했다... 내가 오빠한테 이러는 것이 오빠한테는 섹스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보여?............"
"나는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나이가 18 이면.. 그런 호기심이나 가질 나이는 벌써 지났지... 어른인 당신들은 욕망의 해소 때문에 섹스하는
 거잖아?... 
그런 욕망이 18살인 나한테는 왜 없겠어?... 내가 왜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이렇게 해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내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어... 미안하다..........."
 

"요새는 생리라든가 섹스에 대한 욕구에 대한 나이가 예전보다는 훨씬 내려갔잖아?... 요새 세상은 섹스에 사랑을 결합시켜서
 말하는 시대도 아니고..... 
요새 우리 학교에도 돈 때문에 모텔 가고 수업 마치면 노래방 도우미 뛰고..... 이러는 애들이
 하나둘인 줄 알아?... 
성인이 되는 나이를 법으로 정했던 그 시대랑 지금이랑은 엄연히 다르잖아?... 오빠가 그런 것을
 모를 리도 없고............."
 

"그래도 있는 법은 지켜야지............" 


"그러지마.. 나도 나에 대해서 자신할 수가 없어... 언젠가는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뭐가 들어가도 들어가... 그치만 난
 그런 것은 싫어...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오빠라구............"
 

"그러지 말고 네 나이랑 비슷한 남친을 생각해봐............"

"야아아... 우리 5년차이면 나랑 비슷한 나이 아냐?... 엄마 말대로.. 오빠는 내가 사랑하고 또 오빠도 나 싫지 않잖아?......."
"싫지 않은 것은 사랑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지........." 

"그럼... 오빠도 나를 사랑하면 되거든.........."
"또 고집통 나온다.. 사랑이나 섹스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지...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 

"물도 흐르라고 수로를 만들어 줄 수 있는거잖아?........." 

"이러언... 그래... 일단 알았어........."

"알았으면?... 접수한 게 다야?........."

"미안하지만... 일등급!..........."

"또 나온다... 그 일등급 얘기가 왜 안나오나 했다.... 그것은 내가 알았다고 분명히 말했거든요..............."
 

지혜는 뾰로통 해서 옷을 입고 내려가버리고 나는 욕실로 샤워하러 갔다. 내가 지혜의 인생에 왜 이렇게 까지 깊이 개입하고
있을까? 나에게 덤벼드는 저 질풍노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나중에 아이린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혜가 덥혀놓은 내 몸은 그날 밤에 최수희의 침대에서 열기를 내뿜었다. 최수희는 나중에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며 제발 고만하자고 하소연을 했다. 새벽이 돼서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우리는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방효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방효은이 내 후배라는 것을 알았다면 뽑지 않았을거야............."
 

최수희는 이 말만을 하고 더 이상은 얘기를 피했다. 나는 최수희의 집을 나서서 엄마에게 갔다. 토요일 하루 종일 엄마를
도와서 장도 보고 청소도 했다. 그날 저녁에는 아빠와 같이 소주도 마셨기 때문에 엄마는 집에서 그냥 자고 가라고 했지만
밤 늦게 대리운전으로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 아이린이 와서 같이 커피를 마셨다. 아이린은 나에게 지혜 아빠가 나를 꼭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했다. 
나는 이틀 전 금요일 저녁에 침대에서 지혜와 있었던 일을 아이린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린의 얼굴에서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웃음이 사라진다. 그런데 아이린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자기 남자 맞아?.........." 

"누나가 더 잘 알면서 왜 나한테 물어?..........."

"지혜가 그렇게까지 덤벼들었다는데... 자기는 도대체 그걸 어떻게 참았어?........"

"말도 마... 죽음의 문 앞에까지 왔다갔다 했어.............."
"자기... 진짜 외계인 아냐?.. 18살 먹은 여자가 발가벗고 올라타는데.. 그걸 참다니...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돼........" 

"알았어... 내가 누나한테 약속할께... 다음에 한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누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할께......"
"아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잖아............." 

"어쨌든..............."

"요새 애들이 빠르기는 한데..........." 


"누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지혜가 야동 보면서 따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조만간에 지혜가 일을
 낼 것 같아.............."
 

"아이... 참.. 학교에서 성교육 받았을텐데........." 

"그 순간에 그런 것이 생각날까?........."

"실은.. 그저께 밤에 지혜랑 한바탕 했거든............."

"누나가?... 지혜랑 다퉜어?.........."

"아니... 토론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했어?............"


"애가 덩치도 쫌 있는 편이고.. 조숙한 것도 있고... 요새 한참 그 생각 때문에 미치겠대요... 공부에 집중도 못하겠고.. 이번
 학기에 벼르고 있는데... 사실 그것도 걱정이래.... 
어떻게 힘들게 시작한 공부인데... 손에서 놓고 다른 길로 빠지기는
 싫다고 했어..........."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데............." 

"그래서 지혜는 날더러 눈감아달래.........."

"누나가 뭘 눈감아?........"

"지혜가 자기랑 관계를 하겠대... 그 대신 공부는 상위권에 도전해보겠대........"

"지금 그게 모녀간에 할 대화야?........"

"애가 저렇게 절박하게 얘기하는데... 난들 어쩌겠어?............"

"그래서 나를 어쩌겠다는 거야?............"

"일단 관계를 갖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고 나면 생각이 덜해지지지 않을까?..........."

"엄마나 딸이나... 정상 아니다..............." 


"이런 말 하는 내 마음은 지금 편할 것 같아?... 나도 지혜가 이걸로 이렇게 힘들어하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 지혜에게
 필요한 것이 남자라면... 
또 지혜가 그 남자로 자기를 선택한다면... 내가 무슨 권리로 그것을 막아?..........."
 

"아무리 그렇다고 엄마가 나한테 와서 내 딸이랑 침대에 가라는 말을 해버리면 어떻해?..........." 

"그럼...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해?.........."

"나야 모르지... 내가 딸을 키워봤어야 알지.........."

"아이... 참.. 얘가 하필.............."
 

지혜와 경식이는 개학을 준비한다고 했다. 나와 아이린은 새 개의 오피스텔에 있는 냉장고를 채웠고 애들 방을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런데 내 마음은 혼란스럽다. 
늦은 시간에 점심을 먹고 나는 내 텔로 올라왔다. 내 방도 정리하고 또
회사에 다닐 준비도 했다. 그렇지만 한수정이 도착하는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내 마음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이다. 지혜가 내 방에 들어왔다.
 

"오빠... 나 오늘 공항에 같이 간다고 했지?........." 

"꼭 같이 가야겠어?... 그럴 필요가 있니?..........."

"한수정 언니가 궁금해... 아무래도 그 언니 앞으로 내 롤모델이 될 것 같아..........."

"너 웃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무슨 롤모델?... 하하............"

"그러니까 오늘 공항에 나가서 보겠다는데... 같이 갈꺼지?............"

"알았어... 4시 반에 출발한다.............."
 

지혜는 내려갔다가 나중에 시간에 맞춰서 다시 올라왔다. 나는 외출 준비를 한다고 청바지에 남방을 입었다. 그런데 지혜가
말린다.
 

"오빠... 진짜 웃긴다............." 

"내가?............"

"한수정 언니가 몇년만에 만나는 남자일텐데... 이렇게 입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우리는 이렇게 입는 것에 익숙한 사이거든요............"


"오빠를 생각하면서 설레이는 가슴을 다독거릴 언니 생각을 해봐... 언니는 오빠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예쁜 옷으로 골라
 입었을까?... 
상대방에 맞춰서 옷을 입는 것이 예의라고 내가 말 안해줬나?..........."
 

지혜는 자기가 골라서 산 그 어두운 바다색 슈트를 입게했다. 지혜도 그 예쁜 원피스을 입고있다. 우리는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지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면 오늘 우리 공항패션으로 오케이다... 안그래?........" 

"난... 이런 옷보다 편한 옷이 좋은데.........."

"자꾸 입으면 적응되고... 그러면 편해져.............."
 

쪼끄만게 도대체 못하는 말이 없다. 우리는 내 차를 타고 학교 정문으로 갔다. 주영심은 윤기숙과 함께 학교 안에서 정문으로
내려오다가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든다.
 

"태현이 심장은 지금 일초에 몇번 뛸까?........." 

"야아... 나 지극히 정상이거든?........"

"오빠가 쫌 냉혈인간인가?... 괜찮을 것 같은데요............"


"지혜도 가니?........"

"네... 집에 있어봤자 별로 할 일도 없고..........."

"너도 보통은 아닐 것 같다... 하하........."

"윤기숙은 한수정 알지도 못하는데... 너도 갈래?..........."

"지혜처럼 나도 딱히 할 일이 없네?... 하하.........."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내 옆자리에는 지혜가 앉아있고 뒷자리에서는 주영심과 윤기숙이 꾸벅꾸벅 졸고있다. 지혜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한마리 새처럼 계속 종알거린다. 자고있는 윤기숙과 주영심을 의식해서인지 지혜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내 귀에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거의 혼자 중얼거리는 수준이다.
 

"지혜는 기분이 좋은가봐?.........." 

"오빠랑 드라이브 하니까... 헤헤............."
 

우리는 공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두고 대합실로 들어섰다. 주영심은 전광판에서 비행기가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우리는
주영심을 따라서 한수정이 들어올 게이트 앞으로 갔다.

"여기서 기다리면 돼.........." 

"언니... 비행기는 도착했나요?............."

"아직... 그런데 태현이 너 설마 한수정을 못알아보는 것은 아니겠지?........."

"나... 아직 깜빡깜빡 안하거든............"
 

마치 갑자기 시간이 정지해버린 듯한 느낌이다. 대합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나는 주영심과 이야기를
하기는 하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오빠... 언니... 이거 드세요..........."
 

지혜와 윤기숙이 우리에게 종이컵에 든 아메리카노를 내민다.
 

"한수정은 공부를 참 잘 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다니면서 항상 내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소리였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새벽 한두시 이전에는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나는 "전교1등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 "전교1등을 하느라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아무도 날더러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항상 전교1등이라는
사실 때문에 나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라는 소리만 들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결과만을 이야기하고 과정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나는 억울했다.


4월이니까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여자들 여러 명한테
이끌려 체육관 모퉁이를 돌아서 구석으로 끌려갔다. 얘네들은 나를 둘러싸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요게... 쪼끄만게 얼굴 쫌 반반하고 공부 잘하면 다야?........" 

"아오... 재수없어... 경환이한테 꼬리나 치고 말이야........"

"경환이 뿐이 아니야... 도식이도 뻑 갔대잖아........."

"그저께는 글쎄 규태가 이 계집애한테 이어폰을 선물했다는 거야.........."

"흥!... 오늘도 또 곽영길 불러보시지?........"

"곽영길?... 걔 오늘은 벌써 뒷문으로 나갔거든..........."
 

이제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잡아당긴다. 또 누군가는 등짝을 밀기도 했다. 나에게는 눈물이 나오기 직전이다. 그런데 바로
이 때 갑자기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온다... 튀어!.............." 


운동장 저쪽에서 이리로 소리를 지르며 곽영길이 남자들 두명과 함께 달려온다. 그를 보는 순간 내게서는 참고 있었던 울음이
터진다.
 

"야!... 요것들이 정말!............."
 

순식간에 여자애들은 모두 도망친다. 곽영길은 걔네들을 쫓아가지 않고 나를 세워두고 한마디 한다.
 

"저 계집애들 누구누구인지 다 알거든... 내일 이 오빠가 가만 안둘꺼니까 이제 고만 울어......"
 

나는 곽영길의 뒤를 따라서 운동장을 걸어 나온다. 곽영길은 나보다 몸집이 크고 인상도 아주 험악하다. 곽영길이 눈을 부릅
뜨기만 하면 웬만한 애들은 도망친다. 놀이터나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나를 놀리고 괴롭히면 곽영길이 나타나서 걔네들을
밀어서 넘어뜨리고 나를 데리고 나온다. 
그런데 곽영길은 오빠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오빠라고 부른다. 그런데 곽영길이
자기가 오빠라고 우기기 때문이다. 나도 한번 곽영길에게 내가 누나라고 우겨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누나면 나보다 커야 하는데?......." 

"작은 누나도 있거든............"

"웃기지마... 내 누나 하고 싶으면... 나보다 큰 다음에 말해............"

"어떻게 하면 크지?.............."

"태권도 하면 돼... 나랑 같이 태권도장에 다녀!............."
 

나도 곽영길이 다니는 태권도장에 다녔다. 그런데 곽영길보다 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곽영길은 끝끝내 날더러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만 계속 곽영길을 오빠라고 불렀다. 그것은 곽영길이 나보다 덩치가 크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또 나도
곽영길이 내 오빠라는 사실이 싫지 않았다. 
곽영길은 우리 아파트 같은 라인에서 산다. 우리는 3층 곽영길네는 12층이다.


토요일 밤이나 공휴일 전날 밤에는 엄마 아빠가 회식으로 늦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에 나는 곽영길 집에서 잠을 자야 했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에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올라온다.

"수정이 잘 잤어?........" 

"예........."

"이모 속은 안썩였니?.............."

"......"

"언니... 미안해요........."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머리는 안 아파?... 하하.........."

"속도 안 좋고.........."

"이리 와... 북어국이 참 시원해... 술 깨는 데는 북어국이 최고라니까.........."

"하아... 언니. 나도 염치가 좀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깜박하고 안 가져왔네... 하하........."

"참나... 지금 그걸 개그라고 해?..........."

"갈수록 일이 많아지네... 이제는 지겨워서 때려치우고 싶어........."

"그러지 마... 마음 독하게 먹고 열심히 해.........."

"나도 그러고 싶은데... 툭하면 이런 일이 생기니까... 언니한테 너무 미안해서요........."
 

"강선생님... 예쁘고 착해빠진 수정이를 함 봐바요... 애가 얼마나 조용한지 하루 종일 옆에 있어도 있는 줄을 모른다니까...
 이런 수정이가 뭐가 문제야?... 수정이 같은 애라면 10명이라도 봐주겠다..........."
 

"영길이랑 사이는 좋아요?........" 

"영길이가 오빠라고 수정이를 엄청 챙겨... 하하........"

"언니... 고마워... 이따가 아빠랑 같이 저녁 먹으러 갈께요........."

그날 저녁에 아빠는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엄마는 내 손을 잡고 곽영길 엄마네 식당으로 저녁 먹으러 간다. 그날 엄마 아빠는
또 거기서 술을 마신다. 나는 그 날도 곽영길 집에서 
잤다. 이모 그러니까 곽영길 엄마가 나를 집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한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하늘을 열심히 봐야 별을 보죠........" 

"에이... 언니도 참... 술이 이렇게 들어갔는데 무슨 소리야?..........."

"하다 보면 땀도 흘리고... 술도 깨고... 그러는 거야... 이거나 마셔.........."
 

곽영길 엄마는 우리 엄마 아빠에게 얼음물 한 컵씩을 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혼자 3층 우리 집으로 내려간다. 나중에
곽영길이 데리러 내려오면 그와 함께 학교에 간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는 항상 곽영길이 나를 데리러 온다. 그가 오지
않으면 내가 올라간다. 그런데 곽영길은 날더러 올라오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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