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감나무 -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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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숙과는 반대방향으로 뒷 마당을 돌아 나갈려는데 뒷 마당 끝에서 누군가 획하니 지나간 것 같았다. 누구지? 혹시 점숙이랑
그 짓한 거 들킨 거 아닌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앞마당으로 나왔다. 아까 삼촌이랑 앉은
자리를 급하게 찾았다. 그런데 삼촌이 보이지 않는다. 삼촌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숙모 때문에 속상해서 연거푸 들이킨
막걸리에 기어코 사단이 난 모양이다. 원래 우리 삼촌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 삼촌!... 삼촌!... 엄마~!... 작은 엄마~!.......... “
나는 삼촌을 흔들어 깨우면서 엄마와 숙모를 불렀다. 곧이어 엄마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 아이고... 삼촌... 와 이캄미꺼?... 일나보소.......... “
나와 엄마가 한참을 흔들어 깨웠다.
“ 어?... 기후이가?... 아이고... 형수님... 죄송함미데이... 어... 취하네........ “
혀꼬부라진 소리를 하더니 삼촌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러나 다시 푹 고꾸라졌다. 이런 완전히 맛이 갔다.
“ 삼촌... 집에 가입시다... 기훈아... 삼촌 집에 델코 가자... 니가 그쪽에서 부축해라... 나는 이쪽에서 부축하꾸마....... “
나와 엄마는 삼촌을 양쪽에서 부축했다. 각각 삼촌의 팔을 하나씩 어깨에 걸쳐서는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춘삼이 아제네
집이랑 우리집은 그다지 멀지 않다.
“ 숙모는 어데갔노?... 삼촌 이카고 있는데... 씨........... “
“ 그케... 아까부터 안비던데... 먼저 집에 갔나?... 아이고... 무거버라... 예삿일이 아이데이... 헉헉!........ “
아무리 내가 부축한다지만 덩치가 산만한 남정네를 한쪽에서 부축한다는 것이 엄마한테는 힘들 것이 분명하다.
“ 삼촌~!... 고만 정신 좀 차리바라!!!!............. “
힘겨워하는 엄마 때문에 나는 소리를 빽 질렀다.
“ 어?... 어... 어... 알았다... 내.. 정.. 신.. 차리께................ “
삼촌은 정신이 좀 돌아오는지 몸을 좀 가누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결 더 수월해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엄마와 나의 부축이
필요하다. 어느새 날이 어둑해져 있었다. 해가 늦게까지 있는 여름이긴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평소보다 좀 더
일찍 땅거미가 내려 앉았다. 고요한 시골 좁은 골목길을 나와 엄마, 삼촌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찌르륵 찌르륵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 아하... 헉헉!........... “
갑자기 엄마가 작은 신음을 내뱉는다.
“ 엄마... 힘들지?....... “
“ 아... 아이다... 쪼매만 더 가만 된다............... “
나는 삼촌을 바라 보았다. 삼촌은 눈을 감고는 고개를 뚜욱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저 우리 두 사람이 이끄는대로 발걸음만
비틀거리며 옮기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보았다. 삼촌에게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목을 길게 빼고는 삼촌 목너머로 보니
엄마는 땀을 흘리면서 입을 약간 벌리고는 호흡을 짧게 내뱉고 있다. 눈길이 조금 멍해 보인다. 아마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 으응...!............. “
또 엄마가 신음을 한다. 목을 뒤로 빼어 엄마를 봤다. 이번에는 눈을 감고 양미간을 잔뜩 찡그리고는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코 신음을 한 모양이다. 많이 힘든가 보다. 엄마쪽에 쏠린 삼촌의 무게를 좀 더 내쪽으로 끌어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약간 더 숙이면서 삼촌 팔을 좀 더 끌어왔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돌려 엄마를 보았다. 나는 보았다. 엄마의
어깨의 걸쳐진 삼촌의 팔을 보았다. 또 나는 보았다. 팔에서 꺽여져 내려온 삼촌의 손을 보았다. 또 나는 보았다. 삼촌의
손이 헐렁한 엄마 티셔츠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았다.
또 나는 보았다. 티셔츠에 들어간 삼촌 손이 뭔가를 주물럭 거리는 움직임을 보았다. 그리고 또 나는 보았다. 옷속에 들어간
삼촌 손을 티셔츠 위에서 꽉 잡고 있는 엄마 손을 보았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왠지 엄마가 알아차리면 안될 것 같았다.
엄마의 가슴을 주물거리는 삼촌의 손을 내가 봤다. 왜지? 왜 그래야 되지? 그리고 이 가슴 먹먹함은 또 뭐지? 왜 엄마는
삼촌이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데도 가만히 있지? 엄마도 즐기는 건가? 우리 엄마는 착한데 우리 엄마는 숙모나 점숙이랑은
다른 여자인데 우리 엄마는 그럴 리 없다.
우리엄마 이은혜는 20살에 아버지에게 시집을 왔다. 엄마 고향은 우리 마을과는 멀리 떨어진 산을 두 개 넘고도 강도 두개나
더 건너야 갈 수 있는 다른 읍내다. 엄마는 전형적인 시골처자였다. 당시 대부분의 집들이 그랬겠지만 역시 엄마집도 아주
찢어지게 가난했단다. 끔찍할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외할아버지는 엄마 위의 외삼촌만 챙겼다.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아주
가난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남인 외삼촌은 서울로 유학을 보냈고, 엄마와 한 살 어린 이모는 겨우 국민학교만 졸업하고는
생업전선으로 내몰려야 했다.
겨우 13살 12살인 꼬마여자애 둘은 외할아버지를 도와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야 했다. 제 오라비보다 똑똑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고 농사일에 내몰린 엄마는 외할아버지 몰래 책을 보다가 머리채를 뜯긴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엄마를 외할머니는 안타깝게 생각했으나, 외할아버지의 완강한 뜻을 꺽을 수는 없었다.
“ 기집년이 공부는 해서 뭣에 쓸라고?... 어이?... 기냥 곱게 있다가 얼릉 시집이나 갈것이지...!!...... “
돌아오는 것은 호통밖에 없었다. 엄마는 대구로 도망을 칠려고도 했다. 공장을 다니면서 야학이라도 다니고 싶었으나 결국
그마저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모가 먼저 대구로 간 것이다. 이모가 15살이 되던 해 이모는 제 언니한테 아주 미안한 말
한마디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 버렸다. 그렇게 엄마는 희생만을 강요당하며 살아왔음에도 그 착하디 착한 마음씨로
불평 한마디 없이 살았다.
외할머니를 닮은 엄마는 시골처녀 답지 않게 속살이 희고, 얼굴이 고와서인지 19살이 되자 여기저기서 매파들이 줄을 대기
시작했다. 외할아버지는 여러 중매제의 가운데 우리 아버지를 낙점했다. 그 당시 우리 아버지는 비록 산골이긴 하였지만
밭떼기도 꽤나 있었던 모양이었다. 외할아버지는 그것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비록 결정권은 없지만 외할머니도 아버지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훤칠한 키와 서글서글한 눈매가 마음에 들었단다. 인상이 선한 것이 그동안 고생만 죽어라고 한 딸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줄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외갓집 갈때마다 외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얘기하시곤 했다.
결혼 첫날밤 비로소 아버지 얼굴을 처음 본 엄마는 아버지를 짝지워 준 부모님께 생애 처음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엄마가
결혼한 그 해 외할아버지는 이름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더니 자리보전하지 3개월만에 결국은 돌아가시고 말았다. 지금
외갓집에는 외할머니 혼자 계신다. 외삼촌은 한번 보긴 했는데 워낙 어렸을 적이라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 어딘가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단다. 이모는 대구에 살고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한번도 보지 못했다. 엄마는 외삼촌과
이모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작년 외할아버지 제사때 외갓집을 갔었다. 외할머니는 엄마를 볼 때마다 우신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고 4년뒤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은
어느 날 읍내장에 다녀오시고는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는 나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주머니에서 왕방울만한 눈깔사탕을
하나 꺼내서는 입에 물려주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2남 3녀중 장남으로 태어나 역시 일찍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대신해 18살 때부터 꿋꿋하게 집안을 이끌어 오셨다.
줄줄이 달린 여동생 셋을 결혼시키고 난뒤 30살이 넘어서야 장가를 가셨다. 당시는 보통 스물 둘셋에 결혼을 했을 때였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엄마를 끔찍하게 아꼈단다. 엄마와는 달리 아버지는 중매를 부탁해놓고 각시가 될 여인이 너무나 궁금하여
엄마를 먼발치에서 몇 번 봤던 모양이다. 아버지 말고도 경쟁자가 대여섯명 있는 걸 알고는 외할아버지께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단다. 중매쟁이를 통해 생떼를 쓰다시피하여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읍내로 나오시게 하여 맛난 음식을 사 드리는등
딴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엄마를 차지할 수 있었다.
20년의 삶을 오로지 희생만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엄마는 아버지의 사랑이 감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넉넉치 못한 시골집에
시집왔으므로 결혼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고된 삶이었어도 엄마는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종종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 사랑도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엄마는 행복해지면 안되는 운명을 타고 났는가? 소화가 잘 안된다며 몇날을
괴로워하던 아버지는 인근 소도시 어느 병원을 거쳐 대구 큰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위암말기였다. 내가 5살
되던 해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바람이 선선한 초가을 어느 아침에 꽃 같은 마누라와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그렇게 35년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엄마 생애 최초의 행복 또한 바람같이 휙하니 사라지고 말았다.
엄마는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아버지를 못잊어 한다. 일년에 딱 한번 엄마는 술을 마시는 날이 있다. 아버지 제삿날이다.
제사가 끝난 후 집안 어른들도 모두 돌아가시고, 할머니도 주무시면, 부엌에 홀로 앉아 남은 음복술을 먹는다. 작년 제삿날
제사가 끝나자마자 일찍 잠자리에 든 나는 잠자는 도중에 목이 말라 중간에 깨고 말았다. 그때 부엌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걱정되는 마음에 부엌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는 컴컴한 부엌에서 엄마 혼자 부뚜막에 덩그러니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 엄마... 와... 안자고 있노?........... “
“ 아이고... 우리 기후이 왔나?... 와... 안자고... 나.. 나왔노?........... “
엄마는 혀꼬부라진 말로 더듬거렸다. 엄마에게 다가가자 엄마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 우리 기후이... 아부지랑 똑... 같데이................. “
그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눈에서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열망을 보았다. 나는 엄마를 꼬옥 안아주었다.
내 소중한 엄마다. 세상 무엇과는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엄마다. 작년 제삿날 내 품에 안겨 눈물 흘렸던 엄마는 분명 여자가
아니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었다. 오롯이 나의 엄마였다. 그땐 그랬다.
그런 엄마의 맨 가슴에 지금 삼촌의 손이 닿아있다. 닿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주물럭 거리며 만지고 있다. 이건 분명히
실수가 아니다. 아니 실수 일수도 있겠다. 삼촌은 술이 취했으니까 하지만 어떤 제지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엄마는 뭐지?
제지는 커녕 은근히 즐기는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아니 손을 빼면 부축하기 힘들테고 부축해야만 또
삼촌을 집에 데려다 놓을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삼촌한테 그냥 당하고만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엄마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어지러운 상념속에서 깨어나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었다. 삼촌을 방에 누이고는 엄마는 곧바로 수돗가로 갔다. 엄마는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엄마는 뒤돌아서 쪼그리고
앉아 세수를 했다.
“ 아이고... 내사마... 죽는줄 알았데이... 니도 힘들었제?....... “
“ 아... 아이다... 내는 뭐... 엄마가 힘들었제......... “
“ 니도 어여... 씻거라.......... “
“ 어... 알았따........ “
건성으로 대답하며 나는 엄마를 보았다. 아줌마 답지 않는 날씬한 허리에 둥그스럼한 엄마의 엉덩이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당기는 듯한 은근한 통증이 아랫배에서 느껴졌다. 아까부터 그랬다. 그러니까 삼촌 손이 엄마 옷 속으로 들어가는 걸 봤을 때
부터 내 하초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엉덩이를 보는 지금 이순간 이제 그놈은 혼자서 끄덕거리며
발광하듯 한다. 나는 내 솟아오른 그것을 억지로 눌렀다. 그것은 도리어 “ 왜 아무 잘못도 없는 나를 탓하냐” 는 듯 오히려
뻗쳐올랐다. 부러질 것 같았다.
“ 엄마........ “
“ 와?............. “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엄마가 대답했다.
“ 아... 아이다... 그... 그냥 함 불러봤다......... “
“ 싱겁기는... 빨리 씻거라.......... “
“ .......... ”
“ 엄마?....... “
“ 와?... 와... 자꾸 부르노?........ “
“ 엄마는... 삼촌이 좋나?......... “
“ 뜨... 뜸금없이 그건 와 묻노?........... “
“ 그냥........... “
“ 좋제... 당연히... 삼촌 없으만 농사는 누가 짓노... 와?... 니는 싫나?......... “
“ 아... 아이다... 나도 좋다.............. “
삼촌 얘기를 하니 내 좆은 더 솟아올랐다. 비가 다시 뿌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면 이놈이 좀 수그러 들려나? 할머니께서
들어오셨다. 막걸리를 한잔 드셨는지 오시자마자 바로 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주무셨다. 잠시 뒤에 숙모도 들어왔다. 역시
한잔 걸친 모양이다.
“ 형님... 그 사람은요?................ “
“ 어... 괘안타... 방에 잔다... 그나저나 아까 어데 갔었노?.......... “
“ 어데 가기는요... 거 있었지............ “
“ 그래... 피곤할낀데... 들어가 쉬어............ “
숙모는 방으로 들어가면서 나를 힐끗 돌아보며 뜻모를 미소를 지었다.
“ 기후이는 괘안나?......... “
“ 예?... 왜요?............ “
“ 그냥 함 물어봤다... 호호... 안피곤하나?.......... “
“ 괘안아요... 뭐... 그거 가지고............. “
삼촌을 부축해오느라 고맙다는 말을 애둘려 표현한건가?
“ 그나저나... 오늘밤에도 비 올낀데... 형님 우예하지요?... 내가 들어가서 자리 피 놓까요?......... “
“ 어... 뭐... 그래... 근데 동서가 안불편하나?... 내 미안스러버서 카지........... “
“ 호호... 괘안아요... 기후도 오늘밤에 우리방에서 같이 자자 알았제?........ “
“ 예............ “
엄마는 이것저것 집안일을 나는 소가 먹을 저녁으로 소죽을 끓였다. 비는 오락가락 내리기와 그치기를 반복했다. 안방은
여전히 비가 새고 있었다. 삼촌방에 들어가니 어제와 마찬가지의 순서로 자리가 펴져 있었다. 제일 아랫목에 삼촌 다음
숙모 그리고 엄마 나 어제와 다른 점은 엄마 자리와 내 자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어제는 한이불을 덥고 있었는데 숙모가
하나 더 깔았는 모양이다. 삼촌은 완전 떡이 되어 코까지 골아가며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숙모와 엄마 그리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잠시후 숙모도 잠에 빠져들었는지 숨소리가 규칙적이다. 반면 엄마는 쉽게 잠을
못 이루는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다. 아까 삼촌이 가슴 만진 것 때문인가? 잠잠했던 빗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내리는 빗방울이 제법 굵은지 마당에 떨어지는 소리가 투닥투닥 요란스럽다. 한참을 뒤척이던 엄마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아마도 잠이 든 모양이다. 나는 옆으로 돌아누워 잠든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엄마를 볼 수 없어도 볼 수 있다.
반듯한 이마에 버선코 같이 오똑한 코 웃으면 반달모양이 되는 눈 항상 미소짓는 것처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아주 도톰한
입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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