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이야기 - 9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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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아르바이트 이야기 -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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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31,749회 작성일 23-02-06 17:08

본문

나는 수희의 등 뒤에 섰다. 내 두 손을 수희의 머리에 얹고 양쪽 귀를 어루만지며 양쪽 볼을 따라 턱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수희의 두 눈이 꼬옥 감기고 수희의 몸이 움찔한다. 수희의 손이 와서 나의 두 손등에 하나씩 포개진다. 
내 손은 수희의 양쪽
어깨로 간다. 앞으로 가서 목과 쇄골 라인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수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고 입이 조금 열려있다. 아래로
더 내려가서 수희의 아름다운 가슴을 아래에서 받쳐 올리듯이 하며 꼬옥 잡는다.
 

수희의 턱이 치켜 올라오고 얼굴이 나를 향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수희의 검은 눈동자에서 뭔가가 흘러 넘칠 것 같다. 수희는
입을 반쯤 열고 다시 두 눈을 사르르 감는다. 나는 수희의 이마와 양쪽 뺨에 키스한다. 수희의 열린 입에서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하아아................."
 

나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젖꼭지를 잡아서 밖으로 뽑듯이 당겼다 놓는다.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지긋이 누르고 이쪽
저쪽으로 비틀기도 했다. 처음에는 젖꼭지가 너무 작아서 쉽지 않았으나 점점 부풀어올라서 크기가 조금 커졌다. 양 손에
잡힌 수희의 가슴을 움켜쥐고 지긋이 누르면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아주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수희의 두 손이 내 손등에
포개진다. 수희의 입이 열리고 거칠어진 숨이 쏟아진다.
 

"하아... 하아아... 하아... 자기야.. 더 꼬옥..............."

"이 정도면 내가 수희 가슴을 예뻐해준다고 생각해?............"

"아직 아닌 것 같아..............."

"왜?... 뭐가 부족해?..........."

"빨아달라니까 왜 안 빨아주는데?............."

"흐으음............"

"걸레가슴이라서 그러는 거야?..............."

"또.. 그누무 걸레소리!..... 그런 말 계속하면 나 집에 감..............."

"가지마삼... 다시는 안할꺼임... 그런데 왜 안 빨아주는데?.............."

"그거 빨면 나 오늘 못 참아............"

"안 참으면?.............."

"그럼 사고 나죠.... 그것도 완전 초특급 대형으로............"

"하하... 그것 때문에 그래?..............."

"내가 누나랑 사귄다는 말은 같이 섹스하자는 말이 아니었거든..........."

"자기야... 우리가 섹스하게 될까봐 겁나? 하게 되면 하는 거지...................."

"섹스는 서로에게 몸과 마음을 열었을 때 해야죠... 충동으로 하면 그건 너무 동물 같잖아?..............."
 

"어차피 우리 인간도 동물이잖아?... 나는 자기랑 이번 주에 같이 있으면서 몸과 마음 다 열었다고 생각해... 나는 언제든
 자기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런데.. 자기가 나랑 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아니야...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뿐이야.............."
 

나에게 걸레라는 말을 하는 것 또 내가 수희와 섹스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니까 내 마음이 아파온다. 지긋지긋
한 그 순간에 수희는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고 치욕적인 모욕을 견뎌내야 했을 것이다. 어서 빨리 그 굴욕의 순간이 지나
가기만을 기다리면서 고통을 참아야 했을 수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이다. 인간으로서 또 여인으로의 가치를 모조리
상실 당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걸레같이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수희의 심정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은 반항하고 울며 매달리고 빌었겠지만 한 마리인지 아니면 몇 마리인지 모를 미친 수컷이 이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인간성을 송두리째 빼앗아갔을 생각을 하면 울분이 솟아오르면서 치가 떨릴 정도이다. 
수희가 눈을
감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자기야... 나도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수희가 왜 그런 생각을 한대?... 우선 내가 수희를 사랑할거라고 내가 약속했거든..........."
 

그 때 내 전화기에 카톡이 들어온다. 열어보니까 지혜다.
 

"오빠... 이제 이사 끝났어요... 집 구경 언제 와?................."
 

시간은 벌써 자정이 거의 되어간다. 나는 그제야 아이린과 지혜가 떠올랐다. 저녁 내내 지금까지 최수희에게 푸욱 빠져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최수희의 매력일까? 수희는 나로 하여금 자기만 보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것 같다. 
수희가 화장대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나는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수희를 안았다. 수희의 좁은 어깨와
등을 맨 살 위에서 쓰다듬었다. 내 가슴에서는 수희의 아름다운 가슴의 모양이 일그러지고 있다. 나는 수희의 힘을 주어 몸을
당겨서 깊이 안았다.
 

"수희야... 너무 늦었거든... 나 집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자기 혼자 산다고 안 했나?... 꼭 가야 해?..........."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가야지... 나도 귀소본능이 강한 남자거든.........."

"자기야... 오늘 딱 하루만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

"왜 그래?... 무섭니?.........."

"아무리 엄마가 속을 썩여도.. 집에 엄마가 있을 때에는 무섭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자기가 가고 나면 무서울 것 같아......"
"24층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 걱정하지 마..........." 

"꼭 무슨 일이 생겨서 무섭나?.........."

"앞으로는 계속 혼자 살아야 할텐데... 어떻게 살을래?.........."

"자기랑 같이 살면 안될까?... 헤헤.............."

"너 자꾸 그런 생각하면 나 진짜 완전 늑대로 변하는 수가 있거든........."

"언제 변할껀데?... 좀 빨리 변해주면 안돼?... 나는 쫌 급하거든..... 하하하............"

"착하고 예쁜 수희........"

"말로만 그러지 말고 딱 오늘만 부탁해..............."
 

그러나 수희에게는 무섭다는 말의 의미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 정도는 나도 하고 있었다. 수희가 혼자 자야 하는 첫날 밤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냥 간다는 것도 마음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조금만 자다가 수희가 잠든 후에 새벽에 일찍 나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서 그러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이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그럼... 나는 거실 소파에서 자고 너는 침대에서 자는 거야... 이거 지킬 수 있지?............" 

"아냐... 자기가 왜 소파에서 자냐?... 저쪽 끝에 손님방에 침대 또 있어.............."
 

수희는 거실로 나와서 남방을 몸에 걸쳤다. 단추 몇 개를 대충 채우더니 내 손을 잡고 소파 반대편에 있는 방으로 가서 불을
켰다. 그 방에는 큼직한 옷장과 더블베드가 놓여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수 있겠지?.............." 

"알았어 자고 갈께... 그 대신에 내일은 알바때문에 아침 일찍 조용히 사라진다............."

"그럴 자신 있으면... 하하하............"

"나 짤리면 큰일이거든요?............."

"짤리면 어때?... 정과장이 정직원 시켜준다는데 뭐가 걱정이야?.........."

"나는 투잡맨이잖아?........."

"그렇게 돈이 많이 필요해?.........."

"내년에 미국에 가려고 돈 모으는 중이야.............."

"알았어... 미국에는 내년에 가시고.. 오늘 밤은 이 방에서 보내세요... 잠옷 줄께......"

"나한테 맞는 잠옷이 있어?.........."

"엄마 때문에 형부나 오빠가 오면 자고 가니까 남자들 옷이 꽤 있어............."
 

수희는 옷장의 설합을 열고 나에게 반팔 티와 반바지를 꺼내준다. 내 몸에 맞을 것 같다. 수하는 내 손을 잡고 방을 나서서
욕실로 갔다. 작은 수납장의 설합을 열고 새 치솔을 꺼내서 치약을 짜준다.
 

"씻고 옷 갈아입고 거실로 오세요... 맥주 마실 준비 해놓을께요..............."
 

샤워를 하면서 나는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수희가 나에게 덤벼드는 일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수희의 침실로 건너갈 것 같았다. 찬물을 틀고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집중을 했다. 수희는 지난 번 그 악몽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한다. 거기에 나까지 짐이 되면 안된다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내가 거실로 나갔을 때 수희는 TV를 보고있었다.
그 동안 수희는 옅은 초록색 반팔 원피스로 갈아입고 있었다. 잠옷인 것 같다. 탁자에는 맥주와 과일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하는 두 잔에 맥주를 채워서 나와 함께 건배를 했다. 시원한 맥주가 넘어 가면서 정신은 한층 더 맑아지는 것 같다. 수희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사과 조각 하나를 집어서 내 입에 넣어준다.
 

"TV 보든가... 피곤하면 들어가서 주무세요... 나도 씻고 올께요..............."


수희는 내 뺨에 뽀뽀를 하고 욕실 쪽으로 걸어가며 내게 말했다.
 

"하아... 자기 냄새 참 좋다................"
 

나는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미드였는데 남자 대학교수가 여학생과 관계를 복잡하게
엮어가는 내용 같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남녀 사이는 항상 문제인 것 같다. 거실이 꽤 넓은데도 욕실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수희가 욕실 문을 열어놓고 샤워를 하는 것 같다. 내 눈은 TV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머리
속에서는 아까 본 수희의 가슴으로 물이 흐르고 바디워셔 거품이 흐르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나는 머리를 흔들면서 미드
내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한참 후에 수희가 욕실에서 나와서 내게로 왔다.
 

"어머... 우리 자기.. 안자고 기다렸네?... 잠시만요... 머리만 말리고 빨리 올께............."
 

수희는 침실쪽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본 표정 중에서는 가장 밝고 명랑한 것 같다. 나는
내가 남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전화기로 또 카톡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린이다.
 

"오늘 안오세요?.........."
 

이 글을 읽는 순간 나는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가슴이 섬찟했다.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아이린의 모습이
떠오른다. 답장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상황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또 거짓말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오늘은 엄마한테 가서 자요... 내일 아침에 갈께요............." 

"애들이랑 집들이 하려고 했는데... 그럼 내일 할께요............"
 

엄마가 이 밤에 아이린과 마주칠 일은 없지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지혜에게서 또 카톡이 온다.
 

"뭐야... 내 톡은 씹고... 엄마 톡에는 총알같이 답장하냐?.........." 

"아까는 다같이 건배하는 중이었거든... 미안... 내일 아침에 보자......"

"오빠네 집에 전화할꺼다... 아무래도 오빠가 외박하면서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지혜가 장난으로 한 소리겠지만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기는 오밤중에도 팬관리 하는 거야?............." 

"이누므 인기가 하늘을 찌르잖아?... 하하................"
 

어느새 수희는 내 옆에 새초롬하게 앉아있다. 맑고 깨끗한 백합처럼 내 옆에 앉아서 내게 기대온다. 그런데 아까 나한테서
냄새가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수희도 그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 같다.
 

"수희 몸에서 향긋한 냄새.. 너무 좋다... 밤화장 했구나?............" 

"하하... 고마워... 스킨만 약간............"
 

수희가 TV를 껐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수희는 내 입에 과일조각을 넣어준다.
 

"자기랑 있으니까 너무 좋다............"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계속 껌딱지처럼 붙어 있구만... 이젠 지겨울 때도 됐거든?..........."

"지겨운 줄을 전혀 못 느끼겠는데?... 난 갈수록 더 좋아져... 그런 말 하는 자기가 지겹구나?........"

"내가 지겨울 리가 있나?.........."
 

이제 수희는 내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겨온다. 촉촉한 팔이 내 목을 감아서 당긴다. 나도 수희의 팔을 쓰다듬어준다.
 

"자기 입술 또 느끼고 싶거든..........." 

"거칠게 하면 집에 간다............."

"알았어............"
 

수희의 향긋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다. 내가 했던 그대로 수희는 혀끝으로 내 입술을 핥는다. 나는 입을 조금 열어주었다.
수희의 혀가 내 입 안으로 들어와서 입술의 안쪽과 잇몸 그리고 치열을 스치고 다닌다. 수희는 아까와는 달리 엄청 침착하다.
나도 혀를 내밀어서 수희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살짝 누르면서 핱는다. 수희가 내 혀를 조심스럽게 빨아들였다. 서로의 입술을
빨고 혀도 빨면서 우리의 숨결은 서서히 거칠어져 간다.
 


"이제 고만하고 자자.........." 

"어?.. 그래?... 자기 피곤해?.........."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다니까............"

"알았어... 그래.. 그럼... 그러자... 자자... 자면 되지 뭐... 자는 것이 어렵나?.. 자자... 자기 자러 갈꺼지?........."
 

내가 자자는 말에 수희가 이상하게도 갑자기 한참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앉아있다. 나는 수희와 함께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뭐야?... 왜 그래?......" 

"뭐는 뭐가 뭐?.. 아무 것도 아니야................"
 

수희가 벌떡 일어서서 내 손을 잡고 내가 잘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수희는 잠시 이불을 손보고 나는 내 휴대전화기에
알람을 맞추었다. 
나는 침대에 큰대자로 뻗어누웠다. 수희가 나를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방안의 불을 끄고 침대 옆에 있는
미등을 켠다. 
수희가 소리없이 방을 나선다. 수희가 거실과 주방을 오가면서 달가닥거리는 소리를 낸다. 아마도 우리가
맥주 마시던 것을 치우는 것 같다. 
한참 후에 거실에도 조명이 미등으로 바뀐다. 수희가 다시 들어오더니 내가 깔고 있는
이불을 낑낑대고 꺼낸다. 
나는 일어나 앉아서 깔렸던 이불을 들어냈다. 수희가 그 이불로 나를 덮어준다.

수희도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내 옆에 누우면서 내 팔을 벤다. 수희가 이마로 내 입술을 누른다. 나는 수희의 이마를 덮고있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시원스런 이마가 드러나고 나는 그 이마에 키스한다. 수희의 두 뺨에도 키스한다. 수희의 눈이
감기고 잠시 수희의 숨이 멎는 것 같다. 
수희의 두 눈매가 떨려온다. 수희의 오똑 선 콧날을 바라보며 수희에게 물었다.
 

"누나는 안잘꺼야?......." 

"자기 자는 것 보고 갈께요........."

"야아... 누나가 지키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자?........."

"방해 안하고 얌전히 있을꺼니까... 걱정 말고 잠이나 자셔........"

나는 바로 누워서 벼개를 당겨서 벤다. 그러자 내 목 아래로 가냘픈 수희의 팔이 쑤욱 들어온다. 수희는 나를 굴려서 자기
쪽으로 돌아눕게했다. 
내 얼굴은 수희의 목을 향했고 수희의 숨은 내 머리로 쏟아진다. 나는 팔로 수희의 허리를 감는다.
수희가 몸을 내게로 밀어온다. 수희는 내 등도 토닥거리고 흩어진 내 머리를 내 이마 위로 쓸어올리며 쓰다듬는다.
 

"나 어렸을 때... 엄마나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면 잠이 금방 들었는데... 자기도 그럴라나?................" 

"내가 어린애야?................"
 

그런데 아까 본 수희 가슴이 자꾸 떠오른다. 하아얀 속살의 덩어리와 그 여인의 향기. 그래도 수희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잠이 들었다. 얼마를 자다가 내가 눈을 떴다. 수희도 내 옆에서 내게 등을 보이고 웅크리고
자고있다. 
내 팔은 수희의 목 아래로 지나고 있다.
 

나는 간밤에 잠을 설쳐야 했다. 하루를 일과 회식으로 보냈고 또 수희와 같이 신촌에서 달렸다. 나는 녹초가 되어 잠에 골아
떨어졌던 것 같다. 
휴대폰의 시계를 보니까 네시 반이 되어간다. 나는 수희에게서 아주 조용히 팔을 빼내고 침대를 나와서
주방으로 갔다. 
정수기에서 찬물 한컵을 받아서 벌컥벌컥 마신다. 화장실에 가서 시원스런 배뇨의 기쁨에 취한다. 찬물을
틀어서 손을 씻고 얼굴도 씻는다. 
정신이 번쩍 든다.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이불 속에는 아직 수희가 자고있다. 얇은 이불이 수희의 몸을 따라서 볼록하다. 이불을 조금 들추고
수희의 옆에 누웠다. 
수희가 뒤척이더니 나를 향하여 돌아눕는다. 내 가슴으로 파고들듯이 안겨온다. 수희의 가슴이 와서
내 가슴을 뭉클하며 지긋이 누른다. 
수희가 팔을 겨드랑이로 해서 내 등을 당긴다. 수희의 다리 하나가 내 허벅지를 감는다.
나도 팔로 수희의 가냘픈 등을 감아서 당겼다. 수희가 뺨을 내 뺨에 대고 비빈다. 이렇게 되면 잠을 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깼니?........" 

"갑자기 허전해서... 자기 가버린 줄 알고 엄청 놀랐거든......."

"미안... 화장실에 가느라고..............."

"어서 자자... 또 머리 쓰다듬어서 재워조?............."

"아니야... 됐어............."
 

나는 수희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그런데 내 등에 있는 수희의 손이 꼼지락거린다. 나는 수희의 뺨에 내 입술을
갖다 대고 물었다.
 

"안잘래?..........." 

"지금 잠이 와?............."

"난.. 지금 잠을 자야.. 오늘 하루 읍... 으읍.............."
 

수희의 입이 갑자기 내 입술을 덮는다. 수희는 내 입술을 빨면서 혀로 핥는다. 나도 얼떨결에 수희의 몸을 끌어 안아버렸다.
우리의 몸은 이미 빈틈없이 밀착해있다. 나는 고행을 하는 수도사가 아니다. 내 나이도 있지만 나도 젊음의 피가 끓는 건강한
남자이다. 
이렇게 매달려오는 수희를 거절할 능력이 나에게 지금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하는 그것이 없다.
이것이 언젠가는 수희와 같이 건너야 할 강인가? 그렇다면 지금 미리 건너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까 거실에서나 화장대
에서 부터 나는 위험수위에 이미 도달해있었다. 
내가 손을 뻗기만 하면 모든 일은 무사통과일 것이다.
 

수희에게 상처를 남긴 것은 바로 남자이다. 나도 남자다. 나는 이 사실 때문에 괴롭다. 또 한가지는 겁이 나기 때문이다.
아까 처음에 키스할 때 수희는 거의 폭력적으로 나에게 덤벼들었었다. 만일 우리가 섹스를 한다면 수희의 악몽은 수희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까? 
나는 그것을 예측할 수 없다. 나에게 키스나 섹스란 항상 아름답고 설레이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내가 한수정과 교제하면서 생긴 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허무감이 밀려온다. 그것이 싫다.
 

내가 군에 있으면서 외박이나 휴가를 나오면 친구들은 나를 데리고 노래방에 갔었다. 우리는 도우미를 불렀고 친구들은
에이스라는 여자를 나에게 붙여주었다. 
내가 그녀들과 2차를 간 것도 제법 많다. 군에 가기 전에도 미팅이나 모임에서 만난
여자들도 제법 많다. 
나는 그녀들과 다음날 아침에 해장국을 먹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이 원나잇으로
끝이었다. 
그러면 나는 내가 미친 짓을 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나는 수희를 또한번 울게하고싶지 않다. 그것은 내 눈에 수희가 딱해보이거나 내가 수희에게 동정심을 갖는 것이 아니다.
수희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여인이다. 너무 아름다운 수희가 자신감을 되찾아서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 내가 수희에게
바라는 것이다. 
진심은 진심과 통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수희를 진심으로 대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
없다. 
이런 나의 진심이 수희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희에게 입술을 맡기고 수희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수희가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나... 무겁지?..........." 

"걱정마... 더 무거워도 돼... 나... 힘 세거든.............."

"나... 엄청 갑갑해... 원피스 벗어도 되겠지?........"

"수희가 괜찮으면 벗어도 될껄... 볼 것은 아까 다 본 것 같은데............"

"볼 것이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수희는 이 말을 하고 웃으며 내 옆으로 내려앉았다.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오나보다 하고 바짝 긴장한다. 수희는 자기가 입고
있는 초록색 반팔 원피스를 목 위로 훌렁 벗었다. 
그런데 수희는 벌써 알몸이다.

"불 켜.........." 

"하이잉..........."

"내가 켜?.............."

"아니야... 내가 켤께..............."
 

수희는 부끄럽다고 쫑알거렸으나 나는 고집을 부렸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내 전화기를 머리 맡 손 닿는 곳에 두었다.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면서 불빛이 갑자기 환해지자 수희는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자기는 뭐 느끼는 것 없어?......." 

"수희 몸은 역시 예쁘다는 것............"

"앉아있는데...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껄... 그런데 그게 다야?.........."

"그럼... 또 뭘 어째야 해?..............."

"우리나라 헌법 제 1조 1항이 어떻게 되지?..............."

"엉?.. 그걸 왜?.. 갑자기 지금 헌법이 나오냐?.............."

"대한 만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몰라?................"

"알기는 알아............."

"모든 권리는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래............."

"그럼 자기도 벗어............"

"뭐?.............."


"똑같이 벗어야지... 왜 나만 벗어?..........."

"하하하... 아휴... 이런 수희를 내가 어떻해야해?.........."

"왜?.. 뭐가?... 또 내가 뭐 잘못한 것 있어?.........."

"그게 아니고.. 남자 옷 벗긴다고 이 나라 헌법까지 들고 나오냐?............"

"하하하... 나 하는 짓도 예뻐?............."

"깨물어주고싶다............"

"아프게 쓸데없이 깨물긴 왜 깨물어?... 차라리 다른 것 하자............"

"야아아... 이거는 뭐... 잘 나가다가 갑자기 뭐야?.............."

"알았으니까... 자기 일단 민주공화국이나 해결해.........."

"너네 민주 공화국은 발가숭이 공화국이냐?.... 하하하.............."
 

수희의 알몸이 불빛에 반짝인다. 앉아있는 수희에게서 유독 하얀 가슴이 너무 예쁘게 돋보인다. 어깨나 등은 너무 매끄러워
보인다. 
수희의 두 눈이 불빛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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