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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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야... 이게 무슨 말이니?.........”
엄마가 오늘 학교에서 받아온 가정통신문을 가져온다.
“아.. 그 참 귀찮게.. 잘 읽어보면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어.. 오랜만에 tv 보는데 말좀 걸지마.....”
“너어.. 너희들한테는 쉬운 내용일지 몰라도 엄마는 어렵단 말이야.. 흐흥.........”
“어쨌든 난 몰라... 이거 봐야돼... 말 시키지마.........”
거실에서 한가로이 가죽 소파에 몸을 파묻고 티비를 시청중인 녀석은 말 그대로 오랜만의 예능 프로에 푹 빠져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엄마는 귀찮아하는 아들의 말투에 내심 서운했지만 다시금 천천히 통신문의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순번으로 돌아가며 1주에 한 회씩 특활 시간에 초빙.. 초빙이라는 표현은 극진한 예를 표하는 용어 아니었어?..
우후훗.. 재밌당.. 음.. 그러니까.. 돌아가면서 자신있는 역할을 내세워 교육해달라... 이 말인가?...’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잘 이해되지 않는 통신문을 들여다보다가 에이 귀찮아~ 내일 일은 그때 가서~ 하는 생각으로
저녁부터 준비하기로 했다.
“아휴.. 미치겠네.. 풉.. 재능기부 라는 단어에서 막혔구나?... 말 그대로야.. 쉽게 생각하자고 엄마... 예를 들어서 본인이
자신있는 분야를 그날 하루를 활용해서 애들한테 가르쳐주는 거지.. 근데 아주 전문적일 필요는 없는 거야...”
“아하.. 그래 맞아.. 재능기부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졌어.. 그럼.. 요리같은 파트도 쉽게 강의해도 되는 거니?......”
“그렇겠지.. 간단한 레시피 같은걸 미리 짜와서 애들한테 알려준다든가.. 근데 여학생들은 몰라도 남자들이 좋다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네?.. 킥킥..........”
“푸하하... 그러네.. 모르지 뭐... 너 기준으로 꼭 생각하지는 마...........”
“큭큭... 쨌든 그런 개념이야... 아.. 엄마는 영문과 전공자니까 일상회화 같은거나 헷갈리기 쉬운 문법을 짤막하게 가르쳐도
되겠네........”
“후아...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마라.. 지금 와서는 머릿속이 온통 하얘요...........”
식탁에 아들 둘과 정겹게 모여 앉아 맛있는 샤브샤브 요리를 먹고 있는 그녀 큰 아들하고만 계속 얘기하자 옆에서 멀뚱멀뚱
바라보던 작은 놈이 소외감을 느꼈는지 칭얼거리며 자기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보챈다. 그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아빠 오셨다... 지우야.. 대강 이해했으니까~ 걱정말어... 엄마가 또 적응력이 아주 탁월하잖니?... 오호호호...........”
“그래.. 한번 믿어 볼게........”
동생 선우는 아버지를 무척 반기는데 장남인 지우는 대하기가 조금 껄끄러운 아버지에게 아주 뻘쭘하게 인사하고는 방으로
사라져 버린다. 아내는 남편의 옷을 옷장에 정리해주며 다정한 말투로 피로에 지친 그에게 식사를 차려 주었다. 그날 밤에
자려고 침대에 먼저 누워 은은한 조명을 켜두고 잠시 시집을 읽고 있는 아내 남편이 거실에서 쉬다가 방을 기웃거린다.
“영애야... 이거~ 내일 가는 거야?.........”
“응...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좀 걱정이예요... 아까도 지우한테 물어봤잖아.. 어떻게 대비해야 하냐고... 근데 이 녀석이 통
귀찮아해요.. 하아........”
“알만하다... 우리 여보야 성격상 이런 일은 꼼꼼하게 완벽을 기하곤 하니까.. 흐흐... 뭐.. 자세한 것은 다시 설명할테니까
머리 아파하지 말라구... 그리고 이것 때문에 내일 너무 이쁘게 모양내면 안돼~ 알았지?.. 큭큭........”
“뭐야... 그게 호호... 누구한테 질투하는 거예요?... 대상은 누구야.............”
“아니 그냥.. 내 마누라가 애들 선생이나.. 또 남학생들한테 너무 돋보이게 될까봐 신경이 쓰이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흐흐..
또 원판이 보통 뛰어난 게 아니잖아~~~”
“아이.. 닭살스럽게도 참.... 그만 비행기 띄워요... 호호.........”
“헤헷...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오랜만에 한번~?..........”
“끄응.. 피곤한데.. 내일은 참관 수업 때문에 일찍 준비해야죠.........”
“조금만 하자... 자기 오늘 꽤 섹시한데 못 참겠는걸..........”
“킥킥... 알았어요... 먼저 씻고 와요... 냄새나니까.......”
남편 준호는 약간 삐친 표정으로 할수없이 욕실로 향한다. 짜릿한 밤을 불태울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기를 틀었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신이 나서 침실로 돌아왔는데 아내가 기다리다 못해 잠들었는지 조그맣게 코 고는 소리를 내며서
새근 새근 자고 있다. 준호는 김이 새어 버려서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영애는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내보내 놓고 간단히 집안 정리를 마친 후 시계를 힐끗 보고는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우의 고교 입학 후 처음 참가하는 참여수업일인 만큼 무엇 하나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제 대략
머릿속으로 어떤 코디를 할지 정해놓았기에 복장을 정하는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옅은 그레이 컬러의 베이직 슬림 라인 스커트로 늘씬한 하체의 고혹적인 라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연출에 상의는 레이스 달린
블랙 트리온 블라우스를 입는다. 옷의 특성상 팔과 쇄골 부분까지 은은하게 겉으로 드러나는 속살이 투명하게 비춰보여서
새하얀 피부톤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뽀얀 속살의 미끈한 느낌이 들여다보일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였다. 단정한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유혹하는 듯한 메시지를 의도치 않게 보내고 있었다.
하기사 옷걸이가 워낙에 좋은 몸매인지라 무엇인들 걸쳐도 크게 문제 있겠냐마는 할때는 확실히 매듭짓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꼼꼼하게 옷 여기저기를 살펴 본다. 그리고는 검정색 스타킹을 조심스럽게 신고 그간 자기도 모르게 살이 너무 찐 것
같아서 스커트가 불편하게 꽉 죄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쭉 뻗은 미끈한 하체 라인을 내려다보았다.
‘이정도면 뭐.. 그렇게 크게 꿀리진 않으려나 호호.. 처녀때 같을 순 없어도 그런대로 만족해야지 모..’
시계를 체크하며 기타 악세서리류 가방을 맞춘 후 마지막으로 검정색 오픈 토트임 슈즈를 신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미니 쿠퍼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영애는 입학식 이후로 처음 가보는 아들의 학교를 네비에 입력하고 향했다. 그런데 잘
가다가 그냥 가라는 대로 이끌려가면 되는데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서 괜히 가던 길을 헤메며 독자적인 루트를 찾고 있었다.
‘아 씨.. 시간 없는데 여긴 왜이리 막히는 거얏.. 이 길 맞아??.. 오다가 네비가 또 고장이라도 난 모양인데.. 으으.. 불안해...’
곧 죽어도 본인의 실수는 아니라고 굳게 자기 최면을 걸며 다행이도 제법 여유 있게 학교에 도착한다. 아들 지우의 학교는
서울 송파에 위치한 모 사립고교 고급 아파트 단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전망이 괜찮은 재건축 예정부지라서 꽤 인기 좋은
학교였다.
“후우.. 늦지는 않은 것 같네.. 장하다.. 황영애!... 오호호호............”
영애는 스스로의 깔끔한 주차실력에 안심하며 또각 소리를 내면서 구두를 내 딛었다. 너무 눈에 띄게 하이힐 같은 걸 신고
참석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다고 생각했는지 비교적 굽이 낮은 슈즈를 신고서 그녀는 천천히 걸었다. 사실 겉으로 보여지는
마냥 조신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 여인의 캐릭터는 무척이나 명랑하고 화통하다. 다만 얼굴을 비롯하여 전체적인 외모에서
느껴지는 무척 세련되고 스타일 좋은 아우라가 그것을 감싸주고 있을 따름이였다.
아름다운 외양에 걸맞게 여인의 마인드는 매우 긍정적이고 유머 감각도 넘친다. 오죽하면 두 아들이 제발 나이값좀 해달라며
연예인 이야기 할 때 엄마의 너무나 젊은 감각을 반 장난으로 나무라는 편인데 옷 입는 방식부터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엄마를 향한 잣대가 각기 달랐다.
둘째 선우야 엄마가 아가씨처럼 예쁘고 섹시하게 입는 걸 좋아하고 ‘우리 엄마 멋있다!’ 라고 칭찬해주는 일이 다반사지만
지우는 엄마가 보다 정숙하고 은은한 스타일만을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자기 엄마의 매력을 다른 남자들에게 빼앗기고 싶거나 절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의식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아들로서의 엄마를 향한 묘한 독점욕이였다.
여하튼 간에 오늘의 영애는 아주 아름답고 근사하다. 그렇잖아도 서른 일곱이라는 자기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보이는 동안
외모에 피부도 탱탱하고 윤기가 흐르는 고운 살결의 감각이 눈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170cm의 훤칠한 키에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미끈하게 뻗은 시원스러운 긴 다리 아름다운 여인의 나이스 바디는 세월을 비껴가기라도 하듯 젊었을 때의
눈부신 매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혹시 큰 아들에게 한소리 들을까봐서 평소에 즐겨 입는 타이트한 미니가 아닌 무릎을 살짝 덮는 베이직 라인으로 스커트를
입었고 화장 한 듯 안한 듯 티 안나게 제법 신경을 쓴 모양이다. 단아하고 동양적인 미가 물씬 돋보이는 얼굴이 선이 매우
가늘고 엷은 느낌의 예쁜 마스크는 처녀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양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과 뭇 성인남성들이
힐끗힐끗 쳐다본다. 어떤 이는 넋을 잃은 표정으로 여인의 수려한 미모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우두커니 바라보기도 한다.
그 모습을 은근하게 곁눈질하는 영애는 ‘내가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호호...’ 하며 뿌듯한 기분에 주먹을 불끈 움켜쥐는
것이었다.
“녀석.. 지우 엄마를 허구헌날 집에서 물로 봤겠다아~?.. 오늘은 확 바뀐 매력을 아이들 앞에서 제대로 선사해주지.. 호호...”
그저 틈만 나면 아들에게 평소에 놀림당한 것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만회할까 그 생각뿐인 장난꾸러기 모친이다. 혼자서
방긋 방긋 유쾌한 상상을 하며 영애는 이제야 교문에 들어섰다.
“흐음~ 오랜만이네..! 내가 왔단다.. 얘들아.. 쿡쿡...........”
따듯하게 내리 쬐는 햇살이 기분 좋다. 신록이 아름답게 펼쳐진 봄날의 정경이다. 4월 중순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벚꽃이
거의 지고 있는 모습이 아쉽다. 시원한 바람에 잔잔하게 흩날리며 한 잎 한 잎 차분한 그림을 그리며 내려오는 벚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왠지 푸근해진다. 영애는 학교 안에 들어와서 잠시 아름다운 벚꽃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작은
학교지만 정갈한 깨끗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계를 들여다보며 아직은 괜찮겠지 하고서 산책을 하며 꽂 향기를
마셔 보았다.
‘옛날 생각나네... 이렇게 학교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참관 수업 덕분에 이런 호사도 누려보고.....’
괜스레 옛날 학창 시절 생각도 떠오르고 잠시 추억에 잠겨서 벚꽃이 우거진 나무들 아래를 걸어가는 여인의 뒷 모습이 참
아름답다. 영애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 교무실 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1학년 1반 김태식 선생님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찾아오셨죠?...........”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교감을 맡고 있는 최중훈이라고 합니다... 아이구... 참.. 윤선생님도... 오늘 오신 분이면 당연히
학부모 참관수업 때문이죠... 허허........”
“아.. 맞다... 오늘부터 시작이었군요... 죄송합니다......”
윤선생이라고 불린 젊은 남자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사라졌다. 최중훈 교감은 영애의 얼굴을 힐끗힐끗 바라보며 교무실을
나와서 조금 떨어져 있는 손님맞이 교실로 안내했다. 영애는 복도를 지나면서 눈을 마주치는 선생들과 가벼운 목례를 나누며
따라갔다. 손님맞이를 위한 접객실로 보이는 방은 의외로 규모가 큰 세미나 실이었다. 이미 드문 드문 여러명의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영애는 아들 지우의 중학교때만 생각하고 작은 골방같은 상상을 하고 있다가 강의실 같은 규모를 보고 사실
무척 놀랐다.
“와아~~ 지우 어머니 오셨구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아주 반가운 말투로 다정하게 다가와 팔짱을 끼는 여인 지우의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 민규 엄마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환한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민규 어머니 안녕하세요!.. 호호.. 오랜만에 뵈서 저도 너무나 반갑네요.. 얼마만에 뵙는거죠?... 저번에 백화점에서 우연히
본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영애는 지우의 담임 선생인 강태식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문 화숙이라는 이름의 민규 어머니 옆에 나란히 앉았다.
곧 어느 정도 자리가 찬 것을 보자 김태식 선생은 앞의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손에 쥔다.
“안녕하세요.. 1학년 1반의 담임을 맡은 강태식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번 오늘 오신 학부모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부모들의 열화와 같은 뜨거운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나이가 젊어 보인다. 20대 중~후반?... 30대 초반정도 되 보이는
젊은 얼굴에 꽤 남자답게 잘생긴 든든한 느낌의 호감형이다. 담임 선생님이 인사를 하며 간략한 자기 소개를 마치고 잠깐
뜸을 들인다. 그 짧은 사이에 화숙은 영애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귓속말로 말했다.
[지우 엄마... 선생님 참 잘생기시지 않았어요?.. 전 오늘 얼굴 처음 뵈었는데 의외로 젊고 멋있어 보이네요......]
[그러네요.. 호호.. 성격도 씩씩하고 믿음직스러운 분 같아요.......]
“현재 참석하신 학부모님들 숫자를 세어보니.. 마흔 분 모두 와주셨군요.. 아직 한시 정각이 되지 않았지만 이른 시간에 빠짐
없이 전원 참석해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하... 그럼... 지금부터 설명을 시작드리겠습니다............”
영애는 차분히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며 그제서야 눈앞에 자리마다 놓여있는 음료수들과 몇가지 다과들을 보고 출출해서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으.. 살 것 같다.. 급하게 나오느라 샌드위치 하나 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혼났네.........’
내용은 뭐 간단했다. 사전에 나눠준 가정통신문대로 한주에 한명씩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교실 강단에 서서 가르치고 싶은
내용과 주제를 자유롭게 선별하여 아이들과 나누면 된다. 그리고 담임의 인도에 따라 학부모들은 1학년 1반으로 이동하였다.
뒷문을 통하여 부모들은 미리 교실 뒤쪽에 준비된 의자에 착석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웅성웅성 거리며 부모들을 보고 반가운
얼굴을 짓는다.
강태식 선생의 과목은 국사였다. 학생들은 선생의 지시대로 조용히 수업에 집중하였지만 조그만 목소리로 자기들끼리 조용
조용 떠드는 소리는 어쩔 수 없었다. 지우는 엄마가 눈인사를 하며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피식 웃으면서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뒷자리 창가에 앉은 지우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뒤에 앉은 학부모들을 바라볼 수 있다.
힐끔 힐끔 어머니들의 얼굴을 구경하듯 훔쳐 본다.
‘오늘도 역시.. 단연 울 엄마가 튀는군... 제일 이쁜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오호.. 저 아줌마도 만만찮게 세련되고 이쁜데..?’
지우는 엄마의 단아한 미모에 괜히 즐거웠다. 40명의 학부모들 중에 남성은 단 세 명이고 나머지는 전부 여성이다. 지우와
마찬가지로 학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학생들은 뒤에 앉아 있는 어머니들의 미모와 스타일을 몰래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개중에는 많은 어머니들 중에서 군계일학인 영애의 화려한 미모를 보고 놀라는 녀석도 물론 있다. 조심스럽게
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자꾸만 자기 엄마를 대놓고 바라보는 몇 놈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눈에 들어와서 우쭐한 기분이
들면서도 어째 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새끼들이.. 이쁜 건 알아갖구... 쳇......’
태식은 수업을 하다가 시계를 보고 말했다.
“자... 오늘 수업은 일찍 끝내고.. 학부모님들은 휴식시간이 지나면 아까 세미나 실로 2시 50분까지 와주시면 됩니다.....”
수업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지우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오늘 안늦었어?... 허둥대다가 지각했을 것 같아서 왠지 불안하더라..........”
“제대로 일찍 왔거든?... 차타고 오다가 길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조금 위기는 왔지... 헤헤... 우리 아들 아까 계속 보는데...
참.. 잘생겼더라 후후... 교복도 이쁘고........”
“뭐래.. 그렇게 보이는건 엄마니까 그런 거야.. 엄마야말로 아까 내가 봤는데.. 진짜 이뻐 보이던걸?...........”
“에이.. 내가 네 엄마니까 그래 보이지.. 기분은 나쁘지 않네... 호호.........”
“아니야...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니까.. 내 눈은 정확하다구... 오늘 수수하게 입어서 보기도 좋더라......”
“아이구... 이쁜 말만 골라서 해주니까 참... 고맙네요... 사랑하는 우리 아들 호호... 벌써 시간이 되었네... 가야겠다... 공부
열심히 하고 이따 집에서 보자 지우야?.............”
“응... 조심해서 가... 안녕~~~”
서둘러 교실을 나서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지우는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덤벙거리는 버릇은 어떻게 안 고쳐지나.. 하하.’
다음 시간은 마지막 수업인 체육이다. 하필이면 시간표를 이따위로 짜놔서 운동장에서 한바탕 구른 뒤에 다시 들어와서
옷갈아 입고 집에 가는 패턴이 꽤나 불만이다. 체육복을 갈아 입고 교실을 나가는데 친한 친구 기태가 어깨를 툭 쳤다.
“야.. 나 아까 봤어... 너희 엄마 맞지??... 난.. 누나나 이모인줄 알았지 뭐야... 대박... 이쁘던데??..........”
“쿡쿡.. 너희 엄마나 신경써... 언제 그 짧은 사이에 훔쳐봤어?..........”
“훔쳐본건 아니지.. 대놓고.. 흠흠.. 그냥 봐도 니네 엄마가 오늘 온 학부모중에서 젤 튀던데... 무슨 탤런트처럼 이쁘더라...
어머니 몇 살이셔?.........”
“풉.. 니가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이 새끼.. 큭큭.. 나이?.. 나도 정확히 몰라 아직 마흔은 안됐지.......”
“헉.. 그렇다는 얘기는 서른 중반은 넘었다는 말이네... 우와... 진짜 동안이구나.. 우리 엄마는 42인가로 기억하는데.......”
“엄마가 나랑 스무살 차인가 그랬을 거야... 결혼을 일찍 하셨거든.........”
“그래?... 그래도 최소 서른 일곱 정도잖아... 대박이다... 내가 5년 정도만 일찍 태어났어도 지금쯤 대학생이 돼서 멋지게~
너희 엄니한테 데이트 신청하고 싶은데?.........”
“디질라고.. 허튼 소리 말고 얼른 나가기나 해........”
체육 수업 시간에 그렇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은 기태 뿐이 아니었다. 그날 수업은 배드민턴이었는데 몇 명의 아이들이
슬금 슬금 눈치를 보며 짬이 날 때 지우에게 다가와 엄마에 관해 물어보는 게 아닌가 속으로 픽 웃으면서 지우는 싫은 내색
없이 대꾸해주었다. 그리고 종례를 마친 시간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학교 현관을 막 나서려고 하는 지우에게 크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휴~~ 헉..헉.. 너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빠르니?... 쫓아오느라 힘들었다... 얘.............”
“수경아.. 무슨 일로.. 뛰어온 거야?.. 얼굴 빨개졌네 숨도 헥헥 거리고...........”
“그래~! 너 따라 잡으려고 운동장에서부터 뛰어 왔잖아 바보야.. 휴우.. 지금 집에 가는 거야?.........”
“응... 오늘은 부활동도 없고.. 일찍 집에 가서 과외 숙제나 할려구.........”
“흐음~ 나 오늘 아까 너희 어머니 봤어.. 엄청 멋지시더라구.. 같은 여자가 봐도 완전!.. 이쁘시고.. 그래서 니가 잘 생겼구나..
이해가 되더라........”
“헤에.. 너.. 나 좋아하냐...?”
“뭐야?... 이 자식이...............”
수경은 지우의 뒷통수를 때렸다. 터프한 구석이 있는 아이다. 시원 시원하고 화끈한 면이 있었다. 차수경 지우의 1반 반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털털한 성격이고 리더다운 기질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잘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다. 성적은 물론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수경이 학기초 반장선거에 나섰을 때 별 어려움 없이 쉽게 당선된 것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당시 20명의 남학생표가 몰표로 몰리다시피 했고 남자들 사이에서 수경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여학생들도 수경은 대체로 평이 좋았고 두루 두루 모나지 않게 잘 대하는 성격 덕분에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다. 그런 아이니
만큼 남학생들과도 스스럼 없이 잘 지내고 지우와도 평소에 편하게 대하는 사이인 편이다. 문제는 수 틀리면 가끔 지우를
편하게 여기고 때린다는 점이였다.
“나.. 배고파아~~ 먹을 것 사줘......”
“너 돈 없어?... 나 거의 차비밖에 안 남았는데.................”
“아.. 그래.. 요즘은 차비가 만원정도 나오나?.. 아까 매점에 갔을 때 너 지갑에서 배춧잎 몇장 보인 것 같던데.. 오호호호...”
“그.. 그거는... 니미... 뭐... 먹고 싶은데?..........”
“깔깔... 역시 넌 놀리기 쉽다니까... 그래서 좋아~~ 흐흐.. 움... 일단 잠실로 가자... 집 가는 길에 뭐 골라 보자구........”
“그래.. 아씨.. 돈 모아서 살 것 있는데 또 낚였네........”
"옳지 착하다.. 근데 좀 아까 뭐랬지?... 욕은 하면 안돼~!!..........."
"시끄러.. 빨리 오기나 해............"
저녁 8시쯤이 돼서야 지우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집에 왔다. 영애는 화사한 꽃무늬 타입의 에이프런을 걸치고 기분 좋은
미소로 아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어서와 호호... 왜 이렇게 늦었어.. 오늘 학원도 안 가잖니?...........”
“에휴... 친구랑 잠실역 가서 밥 먹고 왔어.........”
“그래?.. 그럼.. 미리 연락해주지 그랬어... 밥 다 해놨는데.......”
“미안해 엄마.. 메뉴는 뭔데?............”
“응!..... 오늘은 간단하게 메밀 국수 해놨어..........”
“엇..?.. 그럼 얘기가 달라지지!...... 나 옷 좀 벗고 나올게..........”
메밀 국수를 워낙 좋아하는 지우는 아까 먹은 밥은 이미 소화가 됐는지 거침없이 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영애는 가히
빛의 속도로 먹어치우는 아들을 보고 재밌어하는 표정이다.
“잘 먹네.. 저녁 먹고 온 것 맞아..?...........”
“후루룹- 한창 먹을 나이잖.. 켁.. 푸붑..........”
“천천히 먹어.. 얘... 사래 들렸네~ 야... 여기 물 마셔...........”
“콜록.. 으... 고마워... 후우.. 아.. 아까 그래서 참여 수업 어떻게 됐어?...........”
“아~ 또 가서 주의사항만 듣고 그랬지... 금요일에 다시 오라던데?.. 뭐랬더라... 너희 담임 선생님이 아이템 알아서 짜갖고
오라드라... 교실에서 해도 되고~ 필요한 경우는 재료나 장소 다 빌려주겠다고..........”
“흐음~ 그래?... 후루룩 쩝쩝...........”
“응... 근데 천천히 먹으면 안될까... 다 흘리네... 이궁.. 친구는 누구 만났어?..............”
“친구?... 있어.. 수경이라고............”
“응?.. 여자애야..??............”
“어... 밥사달라고 기집애가 조르잖아 자꾸... 전에도 사달라는 걸 튕겼더니... 오늘 어떻게 알고 쫓아와서 기어이 뜯기고
말았어........”
“푸하하~ 그럴 수도 있지.. 가끔씩 친구들이랑 밖에서 밥 먹으면 좋지.........”
“그게 아니야.. 걔는 상습적으로 나한테서 늘 뭔가를 갈취해 가거든..........”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서 금요일 영애가 일일교사로 강단에 서기로 약속된 날이다. 영애는 전날 저녁 큰 아들이 뭐뭐
입으라고 알아서 골라준 대로 아침이 되자 맞춰 입고 괜찮나 거울에 비춰보았다. 본인이 일부러 장난 삼아 어젯밤 지우에게
‘네가 원하는대로 학교에 입고 갈테니까 골라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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