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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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색 짧은 스커트의 구겨진 흔적도 대강 핀 다음 아직도 미끌거리는 침으로 싫은 냄새가 풍기는 자신의 하얀 유방을 보고
침대 시트자락 끝을 좍 당겨서 쓱싹 물기를 제거한 후에 검은색의 섹시한 브래지어에, 커다란 젖가슴을 눌러 담는다. 하얀
티셔츠를 단정하게 내린 뒤 옷차림을 가다듬은 다음 아직도 반 기절해서 뻗어 있는 남자에게 찌릿- 강한 시선을 한번 주고는
짙은 로시브라운 색감의 패션가방을 탁 들고 그대로 방을 나가 버렸다.
수경의 이야기를 다 들은 지우는 울그락 불그락 이야기를 듣는 동안 당혹스러움과 분노로 파르르 떨리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끝까지 듣고 나서 그래도 소중한 곳을 마지막까지 허락하지 않았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깊게 뱉는다.
비교적 감정의 기복이 없이 지난 이야기를 담담히 늘어 놓은 수경은 지우가 자신의 일처럼 일희일비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자 쿡 웃으면서 소년의 살짝 젖어 있는 왼쪽 뺨을 어루만진다.
“걱정해줬구나... 얼굴을 보니... 정말 심각한 일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파랗게 질려있었어... 니 얼굴... 바보... 후후...
고마워... 지우야..............”
“...............”
“괜찮아... 바보같이 얼빠진 상태로 당하고만 있던 나한테도 잘못은 있는 걸... 그래도 내 나름..... 통쾌한 복수를 해줬다고
생각은 하니까.. 그런 표정 짓지말아... 후후.........”
“복수를.... 해줬다고 할 순 있지만.. 네 다친 마음과 아픈 몸의 상처는 어떻게 회복할 수 없잖아.. 수경아........”
“괜찮다니까...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어... 그만한 정도에서 그칠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그래... 얘기해줘서 고맙다... 수경아.....”
“호호... 어머... 너 울어..? 눈물.............”
지우는 내심 좋아하고 있던 수경에게 닥쳤던 큰 일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긴장이 탁 풀려버림과 동시에 주르륵
눈물이 쏟아졌다. 그 모습이 오히려 수경을 놀라게 했고 어리 벙벙한 표정으로 지우의 심경변화를 지켜보는 수경은 물끄러미
어떻게 해야하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후훗 가볍게 웃으면서 지우의 눈물을 직접 예쁜 손등으로 스슥 닦아주었다.
“울긴 왜 울어... 죽기라도 했니.. 처녀는 지켰잖아.. 바보얏..........”
“안 울었어.. 이건 나도 모르게 그냥... 흘러내린 거야..........”
“뭐야... 그게.. 킥킥.. 둘러댈 줄도 모르고.. 자... 이리와... 누나가 안아줄게...........”
수경은 지우가 진심으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마음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고마운 마음과 그를 좋아하는 애틋한
사심을 동시에 담아 처연한 눈길로 수경을 위로하는 지우를 꼬옥 감싸안았다. 갑작스런 포옹에 소년은 눈을 끔벅 거리면서
출렁 이는 소녀의 커다란 젖가슴의 숨쉬는 뭉클거림을 가슴으로 생생히 느꼈다. 잘 익어서 팽팽하게 물오른 가슴이 가슴팍에
스슥 스슥 문질러지자 그 아찔한 감촉에 지우는 기분이 황홀해졌다.
엄마를 품안에 가득 안았을 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풍만한 아늑함과 대단한 만족감을 느끼고 기분이 즐거웠는데 수경의
탐스러운 가슴은 영애의 예쁜 가슴보다 약간 더 큰 것 같았다. 아주 제대로 푹신 푹신한 쿠션감을 맛보여주며 소녀는 소년의
상체를 꼬오옥 더욱 소중한 얼굴로 힘껏 안았다.
‘아.. 천국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엄마 가슴도 환상적이지만... 수경이 기분 좋은 가슴도 대박이다......’
언제 눈물을 흘리기라도 했냐는 듯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주륵 침을 살짝 입에 흘린다. 혹시나 입가의 응큼한 침을 수경이
알아챌까봐 지우는 정신을 퍼뜩 차리며 얼른 사삭 손으로 닦아냈다. 그러고 나서도 여전히 자신을 소중하게 안아주는 수경의
엄마같이 포근한 가슴과 따듯한 상체의 부드러운 질감을 편안하게 몸을 맡기며 즐긴다. 현준은 지우가 수경을 얼떨결에
따라나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지 하는 수상한 눈으로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원래 학급내의 누가 무슨 짓을 하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성격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영애 누나의 아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이제 더 이상 현준에게
있어서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는 ‘내 주변인’의 일상이 된 것이다.
영애와의 뜨거웠던 시간을 가지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지우야 물론 현준에게 감정이 없지만 현준은 알게 모르게 그를 신경
쓰게 된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영애는 이상하게 또 다시 자신의 연락을 슬그머니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게
뭐야 정말 겨우 마음을 좀 돌려 놓고 침을 발라 놨나 싶더니 금방 움츠러 들고 소극적으로 나와버리는 영애의 행동은 이해가
안 간다.
‘그 며칠 사이에 여러 가지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겠지.. 가정과 남편에 대해 죄책감도 장난 아닐 거고.. 다 이해는 하는데..
연락은 그래도 제대로.. 답장은 해줘야 할 거 아냐... 누나.........’
어지간하면 영애에게 전화를 불쑥 잘 걸지 않는 현준이라 월요일 그 시간 이후로 두 사람은 현준의 사전 질문 후에 한차례
통화를 나눴을 뿐이었다. 그때도 영애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설레는 기분을 맛봤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하고 감정이 절제된 영애의 어조는 현준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니 도리어 이쪽에서 냉정함의
기세에 눌려 별 말을 못 잇고 대화다운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던 것이다.
‘젠장..... 역시 직접 만나지 않으면... 아무리 문자나 전화를 해봤자 별 소용이 없어.. 아니면 시간이 꽤 많이 걸려야겠지..
누나를 다시 잡아 놓을라면........’
월요일 오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초조함과 아주 살짝 피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는 현준 그래도 작은 걸음도 아니고 큰 단계적
진보를 이뤘다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짜릿했던 나흘 전의 기억을 되새기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수밖에 없었다. 영애가 현재
어떤 마음의 갈등과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 상상은 되지만 모두를 가늠해보는 건 어려우므로 청년은 속만 태우며 할 수 있을
경우의 수를 찬찬히 생각해 보기로 한다.
5월의 마지막 주 드디어 주원이 학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의 등교가 무척이나 어색한 거구의 녀석은 여전히 무표정한
감각으로 주인을 맞아주는 자기 책상을 보고 낯설지 않은 정겨움에 가만히 의자를 빼고 앉아서 숨을 가다듬었다. 녀석이
등장한 모습을 보자 학급의 분위기는 다소 썰렁해진다. 은근하게 주원의 셔틀로 활약해오던 소수의 남학생들은 달갑지 않은
기색이 얼굴에 대놓고 쓰여 있다. 그중에는 현준의 고깝지 않게 지켜보는 시선도 있고 그런 현준의 시선이 공중에서 주원의
눈과 마주치자 무대가리의 강렬하고 복수심에 젖은 위협적인 눈빛이 그를 응시한다.
현준은 그 눈을 보고 살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한다. 저 눈은 확실히 나에 대한 복수의 날을 갈고 있는 것이라고 어떤 짓을
하며 지난 5주간의 시간을 허송세월했는지 모르지만 이놈이 이제 본격적으로 덤벼오겠구나 하는 것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준의 경우처럼 학급에서 주원을 반겨주는 사람은 단 한사람뿐이다. 생글 생글 엄마같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아이들 보는 앞에서 크게 주원의 이름을 불러주며 총총 걸음으로 다가오는 수경이다.
수경의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얼굴을 보자 얼어붙어 있던 주원의 가슴도 금방 눈녹듯 사그라들고 있었다. 주원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경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자 가슴이 두근 거려오며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 놈은 나를 다정하게
맞아주는었다.
“왔구나... 드디어..! 학교에 다시 와서 참 다행이야... 잘왔어... 주원아.........”
“뭘... 꼭 너 때문에 나온 것도 아닌데... 클클... 그렇게 좋아할 것까지...........”
“에이.. 얘는.. 나도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지.. 그냥 반갑고.. 그래도 내가 찾아갔던 일이 영향을.. 아주 조금이라도 줬을
테니까.. 후후훗... 영향을 받았든지... 아니고 그냥 나왔든지... 아무튼 난 네가 나와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 히히.........”
비교적 조용한 아침 자습시간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었을 시간이라 하나 둘씩 교실에 들어서기 시작한 학생들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아침의 정적 속에서 수경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그리고 내심 아이들의 우상이었던 수경의 웃으며 하는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은 경악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들었..어..? 수경이가.. 주원이를 찾아갔대.. 직접........]
[야... 야... 저거 진짜일까?... 반장이 직접 저 녀석을 만나러...........]
[말도 안돼.. 수경이가 아무리 반장이지만.. 저런 위험한 놈을 찾으러...........]
[둘이 무슨 사이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학생들은 동요하는 기색을 애써 감추며 조용히 자기들끼리 귓속말로 소근거렸다. 조금씩 웅성이는 소리를 들으며 현준도
수경의 멘트에 신경이 쓰이며 귀를 기울인다. 아니 현준보다도 더 놀란 것은 바로 지우다. 수경이가? 모두가 무서워하는
저 놈을 만나러 일부러 찾아가기까지 했었다고..?? 들은 이야기를 의심하며 가슴이 희미하게 떨리는 지우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수경은 자기도 모르게 만면에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의 주원과의 만남에 살갑게 몇마디 농담도 건네며 이야기를 주도
했다. 그러자 주원도 동경하는 수경의 해맑은 모습에 차가운 얼굴을 더 이상 가장하지 못하고 픽 웃으며 수경과 어울려
재밌어하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응..? 뭐지.. 이 분위기는...?’
문득 수경은 이상해진 교실의 분위기를 깨닫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학생들은 수경의 시선과 마주치기 무섭게
파팟 아무 것도 못본 척 하며 얼굴을 돌렸다. 여전히 복잡한 심경을 담아 쳐다보는 것은 지우 한 명 뿐이다. 고개를 돌리며
아이들을 의식하던 수경은 마침내 자길 보고 있던 지우와 눈이 마주친다.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발개지며 지우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수경 그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지우는 더욱 눈망울이 스르르 흔들렸다.
“주... 주원아.. 자세한 이야기는.. 선생님도 만나 뵈러 가야하고.. 바..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 우리.........”
“그래..? 그거야 뭐.. 어려울 거 없지 흐흐.. 근데 반장... 왜 그렇게 목소리가 떨려~?.........”
“떨.. 리다니.. 무슨 소리니..? 어서.. 어서 나가............”
주원의 큰 등을 살짝 떠다밀다시피 데리고 나가는 수경의 움직임 지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광경에 동요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나가는 순간 수경은 지우의 떨리는 눈길을 애써 외면했다. 뭔가 불길한 아주 기분 나쁜 예감이 살짝
느껴지지만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우는 고개를 도리 도리 젓는다. 그리고 지우를 빤히 주시하는 현준도
드러나지 않게 웃으면서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수경아, 어떻게 된 거야? 왜 그 미친 놈이랑 네가....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하지.. 왜 데리고 나가.....??’
‘뭔가가 있군.. 흠.. 이 녀석들... 눈을 보면 알 수 있지.. 심하게 동요하는 생각... 이 녀석.. 수경이랑 역시 사귀고 있었나...’
현준만의 생각은 아니다. 사실 같은 반 학생들은 수경과 지우가 서로 그동안 애틋한 감정을 키워오며 워낙 사이가 좋고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수차례 목도한 터라 남학생이나 여학생 모두 둘이 이미 사귀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실상은
두 사람 모두 부끄러워서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도 않고 서로의 감정과 눈치만 살필 뿐 사귀자는 고백을 한 것도 아니었다.
수경도 왜 지우 앞에서 스스로 작아지는 지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정은 잘 알고 있다. 마음 속에는 지우 오직
하나 뿐이다. 주원은 오랜 방황 끝에 학교로 돌아와서 감사하고 또 내가 작은 일이지만 한가지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도 주는
아이라서 기쁜 마음에 반겨준 액션이 조금 컸다.
지우의 알 수 없는 자신을 의심하는 표정을 보니 가슴을 콱 죄는 답답한 심경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가 왠지 괴로워서 부 자연스럽게 주원을 등 떠밀고 나와버렸다.
"지우야.. 이상한 오해는 안 할 거라고 믿어.. 내 마음 알지?............"
수경은 주원을 홈베이스의 사물함 근처로 데리고 갔다. 주원은 따라가는 뒤에서 수경의 처음 보는 여름 하복차림을 보았다.
분명 참한 교복 스타일인데 뒷태의 야리야리한 가는 선을 보고 묘한 색기가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호흡이 두근거리고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가고 있었다.
‘진짜 맛있겠다...... 꿀꺽........’
온 세상에 불만이 넘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로 중무장한 녀석이라서 그렇게 유아독존 캐릭터인 이놈도 최소한의
도덕이라든가 양심은 가지고 있다. 수경 같이 순수한 호의와 선한 마음씨로 다가와 준 사람을 배신하거나 작은 친절이긴
하나 그 상냥한 베품을 악으로 갚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자존심은 무지 강해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받은 것은 꼭
갚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 자길 이해해주는 우군이 단 하나도 없던 그에게 단 하나의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수경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 훨씬 이상인 셈이다. 일단 얼굴이 예쁘니까 그리고 겉보기만으로는 깍쟁이 같고 자기 기분에 수틀리면 변덕이 심한
나쁜 성격일 거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대체로 온순하고 감정을 잘 절제할 줄도 아는 것 같다. 거의 정확하게 들여다
보긴 했다. 단 자기 기분에 거슬리면 못된 성질을 부리고 변덕이 심한 부분은 예외다.
학기초에 수경을 볼 때부터 ‘스타일 발군이고 성격 좋고.. 이상적인 여자’라는 생각은 했어도 감히 나같은 놈하고는 격이
다르다 싶어 가까워질 기대를 전혀 못했다. 저런 A급 여자를 한번 뜨겁게 품어보고 싶고 미친 듯이 질펀하게 몸을 적시고
싶다는 욕구도 물론 있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캐릭터이기에 괜한 호기에 잘못 건드려서 사고치지나 말자는 생각이다.
그런데 집나간 탕아처럼 학교를 무단으로 째버리고 지멋대로 구는 자신에게 몸소 찾아와주시기까지 하고 겉으로는 쿨한 척
그녀를 대했지만 당연히 남자라면 이런 사려심 깊은 여성의 상냥함에 심장이 쿵쾅 거리고 기대감을 갖는게 당연하다.
예전의 수경과 전혀 접촉이 없었을 당시와 비교해 다른 점이라면 동경의 대상,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같은 비현실적
존재에서 얼마든지 대화도 나눌 수 있고, 마음도 소통할 수 있는 살가운 대상으로서 기적적으로 관계가 바뀐 것이다.
“여기면 되겠지... 학생들 거의 다 등교했으니까 사람도 없고..........”
“무슨 얘기를 할건데 이런데로 사람을 끌고 오나?...........”
“그... 그냥 별 뜻 없어... 왜... 이상... 하게 나를 보고 그래!... 흥... 교실 안에서는 쳐다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피하고
싶었던 것뿐야...........”
“큭큭... 그러냐.. 알았고... 할 말 있으면 해봐..............”
“할 말..? 그러네.. 내가 왜 나오자고 했지?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 헤헤!... 참, 저번에는 재밌었어.. 너 찾으러 간 거 였지만
그 덕분에 복싱체육관이라는 곳도 구경해보고.. 경민이 삼촌도 만나고.. 히힛. 좋은 분이신 것 같아... 매너 좋으시고......”
“아아?... 체육관이 좋았다 뭐 이런 말을 하나 했더니.. 경민형 얘기를 하려던 거네?... 크크크...........”
“아니야.. 그런거!... 이상한 오해하면 안돼 얘!.... 호호... 누가 들으면 큰일날 소리를......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딱 정해져
있단 말야...........”
“그.. 조그만 꼬맹이.. 윤지우라고 하는 애 말이냐?............”
“꼬, 꼬맹이라니.. 그런 말 하지마... 나 화낸다...........”
“크크크... 뭐 어때?... 쪼매난 놈을 보고 꼬마라고 하지... 캬캬캬.............”
그러자 수경은 정말 언짢은 눈길로 주원을 살짝 노려보았다. 다른 일은 몰라도 지우의 험담을 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별
생각없이 실실 쪼개던 무대가리도 수경의 날카로운 눈을 보자 헙 웃던 걸 멈췄다.
“쳇....눈이 뭐 그렇게 매섭냐 기집애가........”
“호호.. 그러니까 누가 없다고 해서... 함부로 험담을 하면 안돼요... 오... 주원 군~?.........”
“으으.. 닭살스럽게 군이 뭐야... 군이..........”
“킥킥.. 나도 화난 얼굴로 쳐다본게 미안해져서.. 이제 정색 안할게.. 히히............”
“쳇..... 그 웃는 얼굴을 보면......”
“응?... 웃는 얼굴이 왜..?”
“아... 아니다... 아무 것도.................”
사물함 앞에 나란히 마주 서서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녀와 이야기를 하는 내내 주원은 이것이 꿈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지난번 체육관에 수경이 찾아왔을 때도 내심 기뻤지만 당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임박했기 때문이었고
그래선지 격하게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덜했다. 그에 비해 지금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한 후라 인적이 드문 홈베이스에
황홀한 미모의 여자 아이와 단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 설레이는 긴장감과 격하게 흥분되는 심경은 지난 번과
아예 차원이 다르다.
한달이 지나 등교하면서 소년은 용케 하복을 챙겨입고 왔다. 여학생의 예쁜 하복입은 자태를 한참 눈 앞에서 보게 되는 것은
수경이 처음이다. 그렇잖아도 예쁘게 생겨서 설레는 아이를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교복 차림으로 단 둘이서 눈 앞에
두고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이 굶주린 열혈남에게 큰 자극일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청초한 수경의 앳띤 모습 가녀린 이미지를 주는 새하얀 교복을 입고 있는 정갈한 느낌 그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육감적인
가슴과 탄력 좋은 히프의 어울림 비현실적인 잘록한 허리와 너무나도 예쁜 긴 다리 얼굴은 전체적으로 순한 인상이고 참
귀여운 얼굴이다. 크고 맑은 또렷한 눈과 차분한 눈매 칠흑같이 검고 맑고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눈동자 정성들여 세심하게
손으로 빚은 듯한 감각의 오똑한 코 근사한 솜씨로 조각한 느낌의 적당한 크기와 아름다운 볼륨감이 두드러지는 입술 백옥
이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희고 매끄러워 윤이 반짝 나는 살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아한 달걀형의 얼굴
이와 같은 아리따운 미녀를 곁에 두고 흑심을 품지 않는 도덕군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평소에 ‘욕정 덩어리’임을 자부
하고 사는 음욕의 신 주원은 말할 것이 없다. 주원은 수경과 조용히 대화를 잘 하다가도 본인 스스로가 평온한 분위기에서
대화하고 있는 게 어색해서 견딜 수 없었다. 차라리 이 자리를 피했으면 피하고 말지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게 자꾸만
수경의 근사한 몸매를 눈으로 훑으며 불같은 욕정이 치밀어올라 미칠 것 같기 때문이다.
스르르 벌개진 눈으로 안그래도 인상도 지저분한데 험상궂은 눈을 희번뜩 거리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를 훑어본다고 상상
해보라 아무리 사람좋고 배려 깊은 수경이라고 해도 혐오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조금 전부터 수경은 이야기
도중에 자꾸 자신을 힐끔거리는 주원의 노골적인 시선을 마주 보고 있기가 왠지 힘겨웠다. 처음 사물함으로 데려와서 말을
꺼낼 땐 아무렇지 않던 애가 조금 이야기하다보니 이상하게 얼굴이 뻘개지고 집어삼킬 듯 쳐다보는 것이다.
수경은 그럴 리는 없겠지 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본능적으로 오싹한 기분이었다. 자연히 뒤로 스슥 스슥 뒷걸음을 치는 그녀
곧 주원이 손을 스윽 내밀며 한걸음 다가오려 하자 몸을 덜덜 떨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다.
“미... 미안해... 주... 주원아... 나... 뭐 생각난게 있어서 얼른 가볼게............”
“어...?... 근데.. 교무실은......”
“이... 이따가 같이 가!.........”
수경은 후닥닥 교실을 향해 뛰어가며 멀어지는 동시에 이따가 가자는 말을 남겼다. 남겨진 주원은 멍~ 한 얼굴로 달려가는
소녀의 이쁜 뒷태만 바라보며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봐서 이상하게 느꼈다.
교실 안에는 40명 아이들 전원이 수경 주원을 제외하고 모두 앉아 있었다. 정적을 깨뜨리는 뒷문 여는 소리에 모든 아이들이
뒤를 돌아본다. 수경은 생각지도 못하게 시선을 확 끌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슬금 슬금 눈치를 보며 세 번째 줄에 위치한
자기 자리를 향해 간다. 주변의 쏟아지는 무언의 시선이 제법 뜨겁다. 수경은 그동안 그녀에게 호의적이던 학생들의 말하지
않는 눈빛이 숨이 막히듯 온 몸에 와서 화악 꽂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이것 참 뭐라 해명할 수도 없고 그래 너희들
마음대로 상상하렴 라고 생각하며 조용하게 자리에 앉았다.
0교시의 의무 자율학습시간 내내 수경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얼른 지우에게 가서 이상한 오해하지마 라고 말하고 싶었다.
종이 울리고 드륵 의자를 빼며 일어나려는 순간 깜짝이야 수경보다 동작이 더 빠른 주변의 아이들이 우루루 덤벼들었다.
난리가 났다. 반에서 가장 HOT한 인기녀에게 궁금한 걸 못참는 아이들이 질문 세례를 퍼붓는 것이다. 지우도 수경에게 아무
말이라도 듣고 싶어 속이 타는 심정으로 다가가려다 구름처럼 몰려든 수경 주위의 인파를 보고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이 녀석들 뭐냐...?? 무섭..... 나도 수경이랑 얘기하고 싶다구.....’
그렇게 어색한 상태로 4교시가 마치자 그제야 학생들의 압박에서 겨우 홀가분해진 수경이 배시시 어색하지만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지우에게 다가왔다. 지우는 급식실로 가려고 일어서다가 수경의 접근에 흠칫 놀랐다. 그런데 둘 다 서로
마주만 보고 쭈볏 쭈볏 거리며 가까이 가질 못한다.
“바... 밥 먹으러 어서 가자 지우야...........”
“어.. 그.. 래... 가자구 얼른..........”
“쿠쿡쿡.. 왜 이렇게 어색하지?...........”
“그런가..? 하하하.............”
“아이... 참!.. 남자가 이렇게 숫기가 없어서 어떡하니~?.. 호호호................”
수경이 지우와의 어색함을 풀어주려고, 갑자기 확 다가와서 그의 팔짱을 꽉 꼈다. 지우는 글래머 수경의 큰 가슴 골 사이에
팔이 끼자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빨개진다. 누구 때문인지도 모르고 소년의 변화에 ‘??’ 의아해하며 애꿎은 그의 이마에 손을
얹는 소녀 에헤헤 거리며 꼬옥 잡은 지우의 팔을 잡아 질질 끌며 데려간다. 둘은 주원과의 화제를 의식해서 그 날 교내에서
주원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언제나처럼 둘이 나란히 걷는 하교길에서였다.
“주원이랑은 무슨 사이냐?... 이제 편하게 물어볼 수 있겠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주원이한테 다녀왔다는 그 이야기 말야..?”
“그래... 어떻게 된거야 대체?... 그리고 단둘이 어딜 나가서 한참 있다가 들어오던데...........”
“그거는.. 1교시 시작 전에 교무실에 다녀온 거잖아.........”
“그거 말고... 2교시 끝나고 같이 어딜 붙어서 가던데...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지우야.. 너 나를 설마 의심하는 건 아니지..?”
“후~ 그니까 지금 멍석 깔아줬잖아... 얘기해............”
식은 땀을 살며시 흘리던 수경은 아주 어렵사리 입을 열고 0교시때는 주의 사항을 일러주기 위해 데리고 나갔던 것이고 진짜
교무실로 동행했던 것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2,3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이었음을 설명해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지우는 미심쩍고 불만 가득한 얼굴이다. 뚱해 있는 소년을 보고 난감한 소녀는 아무 말 못하고 조용히 뒤에 서서 따라간다.
수경의 집은 방이사거리를 기준으로 길 건너 방이 2동 주민센터 근처의 빌라형 아파트다. 지우와 영애는 석촌호수 동호에서
가까운 송파 1동에 살고 있다. 둘의 집은 걸어서 5~10분 남짓의 거리라 이렇게 편하게 걸어서 같이 집에 가곤 한다. 그런데
늘상 걸어다니는 오늘의 하교길은 유독 분위기가 무겁다.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수경은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너무 싫다.. 방이동 먹자골목을 지나 석촌호수가
보이자 수경은 슬그머니 지우의 팔을 붙잡고 밝게 웃으며 호숫가로 이끌었다.
“지우야~아~~ 히히히~ 나 이런 어색한 기분 싫단 말이야~♪ 오호호~~ 바람 쐬자 우리~~!”
“흥... 애교는 이상하게 많이 늘어가지구........”
“키킥킥.. 기분 좀 나아진거지?... 이제야 얼굴이 좀 펴지네 쿠쿠쿠... 빨랑와~”
정말 문자 그대로 "선남선녀"다. 호숫가 주변의 산책길을 활보하며 혹은 잔잔한 걸음걸이로 걸어다니는 어르신들과 운동하는
젊은 여대생 아직 좀 이른 시간이라 가족 단위로는 안보이지만 드문 인파 속을 걷고 있는 아주 잘생기고 이쁜 남녀 커플은
사람들의 이목을 자연히 끌었다. 수경은 오늘 점심때 했던 과감한 팔짱끼기를 차마 쉽게 할 수 없어 손을 드르르 떨면서
여러번 슬그머니 다가가 눈치 못채게 팔짱을 끼려했다.
지우는 그런 한편 수경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미 기분이 풀린 상태다. 아무 일 없었던 듯 둘은 다시 사이좋게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하며 걸어갔고 주로 떠드는 쪽은 활달한 성격의 수경 쫑알 쫑알 옆에서 귀여운 참새처럼 재잘거리면 지우는 옆에서
피식 피식 웃으며 예쁜 수경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편이다.
“수경아... 나 이제 기분 다 풀렸어... 너무 열심히 노력 안해도 돼... 이제.. 하하... 집에 가자..........”
“으응... 벌써..? 아직 여섯시 밖에 안됐는데... 더 바람 쐬고 싶은뎅...........”
“여섯시가 아직이냐.. 슬슬 어두워지잖아 후후... 밥먹어야지 이제...........”
“아!... 맞아~~ 나 있잖아... 오늘은 너네 집에 가볼래.. 쿡쿡... 생각났어!..........”
“헤에.. 지금 같이 가자고?... 아니면 집에 갔다가 온다는.......”
“지금~~ 지금 같이 가자!... 히히히.. 언제 집에 갔다가 귀찮게 옷 갈아입어.. 응?... 생각났을 때에 같이 가게 해줘.........”
“상관없어... 나는.. 갑자기 우리 집을 간다니까 의외긴 해도.. 좋아... 가자!.........”
그리하여 기태에 이어 말이 나온 김에 오늘 처음으로 지우에 집에 오게된 수경 두근 두근 설레는 맘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준이 그랬던 것처럼 수경은 ‘역시.. 아주 좋은 엘리베이터야 음음♪’하며 코를 킁킁거린다. 집에 도착해보니 영애는 어디
나갔는지 안 보인다.
“집 좋다.... 넓고 시원해서 좋아... 에어컨도 안틀었는데 왠지 서늘하고.. 헤헷........”
“크크.. 앉아 편하게~ 엄마 어디 마트 간 것 같으니까 곧 있으면 올거야.......”
“응!... 아주머니 얼굴 꼭 보고 싶어.. 그때 이후로 뵌 적이 없어서.........”
“진짜... 그리고 한번도 울 엄마 못 만났나??...........”
“그럼~?... 이렇게 가까운 동네 살면서 말이야... 호호호... 백화점에 가야 뵐 수 있다니... 키키.........”
“하하.. 둘다 된장기질이 있어서.. 쇼핑이나 하러 가야 만날 수 있는 사이라는게 얼마나 웃기냐.. 캬캬... 에어컨 틀자 덥다..
후~ 자... 이거 마셔...........”
수경은 지우의 집에 처음 온 것이 아니다. 전에도 집 바로 앞까지 와서 지우를 나오라고 재촉한 적은 있었다. 그래서 집안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 설레고 두근거리는 게 당연하다.
지우는 확실히 예전보다 성격이 너그러워졌다. 여유가 제법 있어보이고 수경과 어울렸던 초반의 느낌과 비교해보면 아주
쪼잔하고 화만 잘내고 쌀쌀 맞던 싸~한 느낌이 지금은 많이 어른스러워 진 느낌이다. 되도록 편안하게 집에 놀러온 수경을
배려해주고 세심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려는 모습에서 수경은 그런 지우의 놀라운 변화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시시콜콜한 연예인 얘기서부터, 주변의 재미난 일들과 학교에서의 에피소드 등 사이가 원체 좋은 두 아이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도 둘이 성격이 잘 맞는다. 유쾌하게 재밌는 이야기를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정겹고 참 보기 좋다. 이야기
꽃을 피우던 소년 소녀 영애의 전화를 받는 지우의 손을 보고 수경이 눈을 떼지 못한다.
“핸드폰 바꿨어?... 이거 뭐야.. 신기하다.. 슬라이드야?.........”
“응.. 얼마전에.. 스카이야... 색깔 하얀색 이쁘지?... 심플하고~”
“응응!... 너무 이쁘다 와아.. 나도 갖고 싶어.. 디자인 참 잘 만들었네.. 예뻐... 이리 좀 줘봐... 보게...........”
“글쎄~? 이리 와서 직접 가져가봐... 크크크............”
“뭐?... 장난치려고..? 쿡쿡쿡..............”
장난을 치는 지우의 손에 담긴 휴대폰을 뺏으려고 몸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기대는 수경 지우는 당연히 일어나서 자기 손을
나꿔챌 줄 알았는데 귀찮은 수경은 거실 바닥에 앉은 채로 허리만 꼿꼿이 세워 손을 뻗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우는 엉겁결에
눈 앞에 수경의 향긋한 체취를 맡게 되며 순백의 예쁜 교복이 시야를 가리게 되었고 수경은 풍만한 가슴으로 지우의 얼굴을
덮어버린다. 당황한 지우는 장난을 치려다가 폰을 놓쳤고 그와 함께 무게 중심을 잃고 스르르 뒤로 쿠당 넘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수경도 ‘엄마야?!’ 놀라며 지우의 위로 풀썩 쓰러진다.
“............”
“미안해... 폰에 정신이 팔려서 그만.......”
“아니야... 나도 장난치느라... 아야... 머리가 아프네........”
“핫..? 어... 어떻게 해.. 머리.. 다쳤어.. 넘어지면서?...........”
“아니야... 살짝 뒷통수 부딪친 거야... 어..?”
“어디 봐봐........”
지우는 점점 눈동자가 커져 간다. 수경이 태연한 표정으로 쓰러진 지우의 몸 위에 올라탄 채 머리를 만져주려고 큰 가슴을
지우의 얼굴에 바싹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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