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2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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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쪽팔려!! 저 문어대가리 새끼는 패션 감각이라는 게 아예 없나? 노랸 샤쓰에검은색 바지를 입을라믄 긴거나 입지 무릎까지
다 드러나는 반바지라니? 지저분해보이는 털복숭이 다리는 누구 보여줄라고 환하게 까놓고 쳇 현준은 주원의 구린 센스를
투덜거리며 나타난다.
“따라와... 여기서는 말고... 내가 아는 공터가 있으니까.. 가자...............”
“일찍 왔네... 나 존나 배고프니까... 후딱 끝내자구...............”
“큭큭... 옘병허네.. 그럼... 적당히 배를 채우고 올 것이지...............”
주원은 깔끔한 사복차림의 현준을 보자 의외로 샤프한 모습에 눈길을 고정했다. 학교에서 다 똑같은 교복만 보다가 훤칠한
체형의 그 스타일을 보자 같은 남자지만 시선이 간다. 나는 이렇게 편하게 입었는데 이 자식은 누구 만나러 가나? 주원은
현준의 뒤를 따라 그가 말한 공터에 다다랐다. 오~ 이런 데가 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예식장 건물과 오피스텔 한 채 그리고
멀리 중학교 건물도 보인다.
현준과 주원은 널찍한 공터 한 가운데에 나란히 마주 섰다. 주변은 문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공사가 진행중인 신축 부지인
모양인데 어떤 사정으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느낌이다. 바닥은 온통 쓰다 남긴 철근과 콘크리트 그리고 각종 부산물과
시멘트에 모래 투성이었다. 긴장된 두 사람은 서로를 잠시 노려보며 말이 없다. 주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은 맞짱뜨기 전에... 약속한 대로 제 시간에 나와준 거에 대해서 고맙다.........”
“고마울 것까지.. 뭐...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머쓱하네... 나도 고맙다...........”
“클클... 붙기 전에 미리 말하고 싶은게 있어... 누가 이기냐에 따라 조건을 걸자.........”
“조건이라?.. 좋지!... 니가 아무 계산없이 싸우자고 하진 않을 거 같았거든..............”
“별 거 없어... 지는 사람은 승자의 꼬붕이 되는 거야... 이기는 그 순간부터............”
“하... 이놈 봐라... 꼬붕이라니.. 너 그 말 지킬 자신 있냐?.............”
“크크크... 자신 없는 놈이 이런 말을 하나?... 내가 혹시라도 지면 니 말대로 무조건 따른다..........”
“어쭈... 제법 개폼을 잡네... 어디서 조폭 영화같은 걸 많이 봤구만.. 콜! 받아들인다.. 나중에 지면 딴소리 하기 없는 겨!.....”
그렇게 정해놓고 둘은 드디어 서서히 가까워지며 탐색전을 벌인다. 주원이고 현준이고 둘 다 잔뜩 긴장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서로의 기색을 살핀다. 선뜻 선공을 날리지 못하고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눈치를 보는 두 사람 나이로는 고등학생
둘인데 마치 어른의 결투를 앞두고 있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주원이 먼저 “하아앗-!!” 크게 소릴 지르며 다다다 뛰어오는 동시에 오른 주먹을 뻗는다. 상당히 빠르고 위협적이다. 현준은
그 주먹이 다가오는 기세와 츠팟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다. 이거 맞으면 골로 가겠는데 그래도 이 정돈 우습지
피식 웃으며 현준은 아주 가볍게 몸을 왼쪽으로 피한다. 현준의 회피 동작을 미리 예상하고 있던 주원은 씨익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기 오른쪽으로 어깨가 빠진 현준의 오른쪽 얼굴을 향해 방금전 오른 주먹을 지르자마자 연이어 왼쪽 주먹으로
재빠르게 연타한다.
크지 않은 작은 반경 내에서 가볍게 원을 그리면서 반동을 이용해 사-사-삭-!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주먹에 현준으로서도
오른 펀치를 날리자마자 순식간에 왼주먹이 날아올 줄은 예상 못했다. 퍼엉-!! 꼼짝 못하고 기습 펀치에 오른 얼굴을 얻어
맞는다. 큭 뭐야 이 빠른 동작은? 단순한 돼지인줄 알았더니 현준은 살짝 비틀거리며 망설임 없이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주원은 멋지게 선빵을 먹인 후 의기양양한 미소로- 쫓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다. 바로 연달아 치면 되는데 너도 올테면
와라 하는 얼굴로 공격하지 않는다.
“빠른데.. ?-!!..........”
살짝 터진 입가의 작은 핏덩어리를 뱉어낸다. 한 대 얻어 맞고 나자 부릅 뜬 두 눈은 독기를 품은 살벌한 눈빛을 띄었다.
주원은 자신만만하다가 현준의 그 매서운 눈빛을 보고 순간 잠시 움찔한다. 현준이 이번엔 소리없이 근접하며 주원의 얼굴을
왼쪽 주먹으로 힘있게 강타한다. 퍼벅! 퍼벅! 퍼버벅!! 성난 현준의 날렵한 주먹이 세 네 차례 주원의 안면을 두들겼다.
그런데 주원은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두 팔을 들어 가드로 막아낸다. 주원보다는 파워가 약간 떨어지지만 현준의 육중한
힘이 실린 펀치도 상당히 강해서 주원은 욱씬 욱씬 방금 가드로 막았지만 팔꿈치가 찌르르 울렸다.
고작 이거야? 가소롭다는 눈빛을 지으며 주원이 슬쩍 뒤로 물러나 주먹을 날릴 준비를 한다. 그런데 연거푸 주먹공격을
붓고 나서 주원이 뒤로 몸을 1초 남짓 젖혔을 뿐인데 현준의 긴 오른 다리가 번개같이-! 주원의 무방비인 복부를 콰앙-!
걷어찼다. 주원은 순간 눈알이 앞으로 쭈욱~ 튀어나올 정도로 강한 데미지를 받았다. 다리에 힘이 쭈르르 풀려서 자리에
주저 앉을 뻔한 걸 일단 간신히 버틴다.
“하아... 하아.......”
“후흐... 어때... 배를 맞으니까 정신 번쩍 들지?... 까짓거 한 대밖에 안맞았다고 서로.. 덤벼!.............”
“발을 잘 쓰는군.. 엄청나게 빨라.. 크큭.. 과연... 나보다는 리치가 길어서 유리해...........”
“씨발... 돼지새끼가 잔말이 많네... 그것참.........”
현준은 여세를 몰아서 배를 얻어 맞고 숨이 차는 주원의 얼굴을 또다시 때린다. 주원의 가드가 이번에도 얼굴을 보호하긴
했는데 조금 전의 충격으로 그 막는 팔에 조금 힘이 빠져있다. 그 작은 틈을 현준은 놓치지 않는다. 막긴 뭘 막어 이 병신아?
현준은 막든 말든 그대로 따다다-!!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연타로 주원의 얼굴을 두들겼다. 이쯤되자 방어에 일가견이
있는 주원도 두 막고 있는 팔에 점점 상처가 나며 부르르 떨린다. 그래도 얼굴은 용케 잘 사수하고 있다. 반격의 기회만
엿보는 모습으로이였다.
그러자 현준은 슬쩍 뒤로 한걸음 작은 보폭으로 잽싸게 물러섰다가 주원에게 빈틈이 생기는 순간 이번엔 왼발로 다시 한번
아까 때렸던 주원의 복부 오른쪽 허리부분을 거세게 퍼억!!! 빠르게 걷어찬다. 오른 발이 아니고 이번은 왼발? 주원은 허리를
제대로 얻어맞고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복부에 피하지방도 넉넉하게 있는 편이고 그 지방을
모두 제거하진 않았지만 뱃살 주위를 두텁게 근육으로 둘러 싸놓아서 어지간한 외부 충격으로는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도 현준의 재빠른 킥 두방은 그에게 상상 이상의 큰 데미지를 주었다.
현준은 이어서 얼굴이 뻘개진 주원의 상단부를 다시 직격한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이번엔 주원도 팔을 들어올리지 못하고
빠르게 날아오는 주먹에 퍼억! 퍼억! 얼굴 양쪽을 모두 얻어 맞았다. 맞자마자 금방 새빨개지는 양쪽의 얼굴에 이어서 무방비
상태로 드러난 주원의 남방을 콰악 현준의 손이 움켜잡는다.
그러더니 지치지도 않나 현준의 묵직한 오른 주먹이 손에 붙들린 주원의 얼굴을 마음 놓고 퍽! 퍽! 퍽! 퍽! 퍽! 미친 듯이
줘패기 시작했다. 상대가 빈틈을 보였을 때는 쉬지 않고 조져야 효율적이다. 현준은 광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아주 순식간에
주원의 퉁퉁 불은 얼굴을 보기 좋게 호떡으로 만든다. 주원은 커헉 커억-! 쉬지도 못하고 덜컥- 덜컥- 고개가 돌아가며 얻어
터지느라 바쁘다.
씨발 이제 그만 좀 패 하는 생각으로 두 팔로 파아앗-! 있는 힘을 다해 현준에게 잡힌 손을 내치고 물러선다. 하아 하아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쉰다. 끕 마른 호흡을 토하며 잘 넘어가지 않는 침을 삼키려는데 아 씨발..?!? 현준이 또 다가와 살짝 아래로
숙여진 주원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탁 붙잡았다. 그리고는 왼발로 단단히 힘주어 바닥을 딛더니 안정적인 자세에서 오른발
무릎으로 냅다 주원의 복부를 퍼어억!! 찍어 차버렸다.
배만 두 번을 때리다니 무지막지한 놈 주원은 커헉-!! 거친 비명을 토하며 휘청 휘청 다리를 비틀거린다. 그와 함께 주저
앉을 뻔한 걸 부르르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버텨냈다. 배를 두 번 맞은 것보다 이쯤 되니 허리 한번 걷어차인 쪽이 더 욱씬
거리고 아파온다. 현준도 좀 지쳐서 하아 하아 호흡을 고르며 다가오지 않고 서있다.
“어때?... 이제 좀 싸울 맛 나나?... 돼지새끼 때려잡는 맛이 아주 찰지구만 캬캬캬.......”
“하아.. 끄읍.. 아직 끝난게 아니라구.. 젠장할.. 잠... 잠깐만 기다려............”
“싸우는 도중에 기다려주는게 어딨어... 씹새야... 후딱 덤벼...........”
“쿨럭.. 제기랄... 아침을 적게 먹고 왔더니... 쓰읍.............”
“원래 적게 먹고 오는게 맞아... 이 병신아... 니가 소화가 빠른거고... 그러니까 살이 찌지...........”
“씨발... 싸우다가 나한테 훈계하는 거야... 지금?...........”
“크크크... 그런 같잖은 소리 듣기 싫으면 덤벼... 내가 너한테 말 걸면서 시간을 주잖아.. 지금................”
“알았어... 끄윽... 이제 간다...............”
주원은 호흡을 가다듬고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잡는다. 눈빛에 팍 힘을 주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현준의 빠른 오른 주먹을
왼 팔로 어렵게 막아낸다. 이번엔 빠르게 오른쪽 옆으로 스텝을 사삭 옮기며 왼팔로 옆으로 쳐냄과 동시에 튕겨내 충격을
면했다. 현준은 주원의 방어에 살짝 놀랐다. 그리고 그 순간 주원은 예의 빠른 연속기로 약간 주춤한 현준의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 펀치를 들이꽂았다.
퍼억!!! 이번엔 주원의 핵주먹이 현준의 왼쪽 얼굴에 그대로 직격했다. 아까는 오른쪽 이번엔 왼쪽을 맞고는 현준도 뒤로
엉거주춤 물러선다. 잠시 벌어진 틈새 주원은 다시 작은 반경 내에서 반동을 이용해서 휘이익~! 180도 턴을 그리며 왼
주먹으로 현준의 얼굴을 강타한다. 퍼버벅!!!
엇, 그런데 이번엔 현준이 재빠르게 오른 팔을 들어 그 짧은 사이 막아냈다. 주원은 회심의 그 주먹이 막히자 몇초간 멘붕이
온다. 그걸 때렸으면 이 자식 제대로 뻗는 건데 헉 그 불필요한 사색이 또 길었다. 쉬지 않고 현준의 왼손 펀치가 가볍게 원을
그리며 휘릭~ 주원의 멍때리던 오른쪽 얼굴을 퍼억!! 다시 갈긴다. 크윽 잠깐의 방심으로 얼굴을 얻어 맞은 주원의 고개가
뒤로 살짝 꺾여진다. 그 기세 그대로 현준의 오른발 운동화 밑바닥이 주원의 가슴팍 상단부를 안정적인 왼발로 바닥을
지지고서 걷어 차버렸다. 퍼억!!
그 바람에 주원은 몇걸음 간신히 뒤로 타다다다 추하게 물러나더니 바닥에 탁 엉덩방아를 찧는다. 엉덩이 제대로 일그러지는
자세로 모래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았다.
“하하~ 너 겨우 이 정도로, 그렇게 자신 만만했냐? 안되지... 이 정도 갖곤~”
“아.. 아직 안 끝났어... 씨발!... 흐후.. 뭐해?... 때릴려면 지금이 찬스인데... 끝장 안내고?........”
“흐흐흐... 걱정마라... 기회를 한번은 더 줄게... 안쓰러워서 봐줄 수가 없네.......”
“동정까지 하다니.. 쓰벌.... 젠장.......”
주원은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은 모습이다. 설마 이 키만 멀대같이 큰 녀석이 양 손 양 발 모두다 자유롭게 괴물처럼 잘
쓸 줄은 몰랐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고등학생 맞아 잠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번개같이 휙 휙 날아오는데
막기가 너무 힘들다. 현준의 자비 덕분에 30초 정도 너저분한 엉덩이를 깔고 앉아 호흡을 재정비한 주원은 다시 벌떡 일어나
남방의 흐트러진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야아아-!!” 함성을 지르며 현준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현준은
비웃을 수 밖에 없다. 학습이 모자라네 또 얼굴을 때리면 막아야겠다.
그런데 보통 빠른 놈이 아니란 걸 그새 잊었다. 주원은 현준의 얼굴 부분에 타점을 두는 척 주먹을 뻗더니 순식간에 훼이크
펀치를 사삭 거두고 허술하게 비어있는 그의 배를 퍼억! 퍼억!! 연달아 두방의 펀치를 먹이고야 만다. 현준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그 두방만으로 부르르 몸이 떨렸다.
이게 고등학생의 주먹이야..?!? 잠깐의 방심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현준은 두 손으로 황급히 복부를 감싸고 재빠른 발을
써서 타다닥-! 주원이 연속기를 먹이지 못하도록 뒤로 후퇴한다. 주원은 회심의 어퍼컷을 먹이려다가 현준의 빠른 도망으로
기회를 놓쳐버렸다. 씨발 그 놈 다리는 길어서 겁나 빠르다. 현준은 끄읍 크흑 끅 복부를 얻어맞은 충격에 호흡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복부 단련을 허술히 했더니 배가 많이 약해졌구나 젠장 꿀꺽 목젖이 울리도록 바싹
말라버린 침을 삼키고 배를 감싸던 팔을 내리며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섰다.
이제는 서로 아무 말도 안 한다. 상대적으로 많이 때린 쪽은 분명 현준이지만 주원은 맷집이 보통 좋은게 아니었다. 그렇게
뚜드려 맞고도 사나운 잽 두방으로 기세 좋게 리듬을 회복한 것 같다. 현준도 절대 방심할 생각이 없었다. 여차하면 까딱하는
순간에 골로 가는 거다. 마지막 기회를 엿보며 아까 초반처럼 서로의 탐색을 하는 두 사람은 몇 초가 지난 뒤 하아아앗-!
이번엔 현준이 재빠르게 주원의 무릎 위 허벅지를 가격한다. 뭐야 무릎을 때려? 주원은 예상 못한 타점에 어어- 하면서 퍼억!
허벅지를 얻어 맞았다. 배를 때리는 척 해놓고 순간적으로 아래쪽을 빠르게 걷어찬 느낌이다. 허벅지를 맞으니 다리에 힘이
더 쫘악 빠진다.
현준은 달려들면서 주원의 외광근을 파박! 파박! 연달아 두 번 연속으로 발등으로 찼다. 허벅 다리에 힘이 스르르 풀려서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든 주원인데 현준은 사삭 빠르게 오른쪽으로 몸을 비키더니 그의 허벅지 뒷면 대퇴부 근육을 있는 힘껏
퍼벅!! 긴 다리 정강이로 양다리를 한꺼번에 차버렸다. 도저히 못 참겠다. 주원은 풀썩 무릎을 꿇고 또다시 주저 앉는다.
한심한 놈 현준은 주저 앉은 놈의 멱살을 콱 쥐고 일으켜 세웠다. 나머지 왼손은 이제 마음 놓고 주원의 오른쪽 얼굴을
파바바밧-!! 수차례에 걸쳐서 흠씬 두들기는 중이다. 주원은 어쩔 방도가 없었다. 빛의 속도로 겁나게 얻어터지는 바람에
어느새 얼굴이 잘 익은 호떡마냥 퉁퉁 뿔어터져서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울상이 되었다.
“씨발... 그만 때려......”
“기권이냐?... 이제 안 싸울거지?.............”
“아... 씨발 보면 몰라.. 쿨럭... 내가 졌.......”
“뭐래는 거야... 졌.. 뭐... 말을 안해?... 크큭...............”
졌어라고 말을 목구멍 밖으로 내뱉으려다가 주원은 주먹을 불끈 다시 말아 쥐었다. 현준이 실실 쪼개며 자신의 멱살을 잡고
가지고 노는 모습이 승질이 확 난다. 어디서 그런 힘이 아직도 남아 있었을까? 주원은 현준에게 제대로 틀어쥐인 상태였는데
마지막 회심의 힘을 짜내어 이거나 먹어랏!! 하는 심정으로 현준의 비어 있는 아랫 턱을 올려 쳤다. 퍼억!!!......
현준은 주원의 혼신의 일격에 자동적으로 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치며 파르르 떨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물러난다.
용케도 쓰러지지는 않고 다리만 휘청 휘청 거리는 모습이다. 주원은 여세를 몰아 탁 빠르게 스탭을 딛으며 현준의 배를
가격한다. 이 씨발 이게 봐주니까 진짜 끝을 낼 줄을 모르네. 사실 현준의 방금 전 희미하게 몸을 떠는 척 하며 뒤로 헛걸음질
친 것은 일종의 페이크였다. 충격을 받긴 받았지만 그 정도로 허투루하게 100% 펀치 모두를 맞을 녀석이 아니다. 현준은
주원이 주먹을 꽈악 쥐는 걸 보는 순간 습격을 직감하고 어퍼컷이 날아오는 동시에 최대한 빠르게 몸을 뒤틀어서 데미지를
최소화했던 것이다.
주원은 그랬으면 어? 어째 때리는 순간의 손맛이 평소보다 덜하다? 라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아뿔싸! 현준은 주원이 뛰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현준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척 뒤로 슬금 슬금 물러선 곳은 벽이 있는 막다른 위치였다.
주원은 뭣도 모르고 현준의 머리통을 갈기려고 뛰어오면서 주먹을 내지른다. 그런데 그 순간 현준의 날랜 동작이 좀 더
빨랐다. 앗?!? 하는 사이 탁 바닥을 차고 뛰어오른 현준의 다리가 뒷 쪽에 있던 벽을 터억 짚는다.
순간적으로 짧은 1초 남짓한 시간이었을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준은 주원을 아래에 두고 위에서 내려다 보며 공중에
1, 2초간 붕~ 떠 있는 모션이 되었다. 빠르게 하늘로 날아오른 현준의 몸을 보고 주원은 어벙하게 위를 향해 고개를 쳐든다.
흐흣 쳐들긴 어딜 쳐봐 짜샤 현준이 회심의 미소를 씨익 잔인하게 짓는다. 그와 함께 잠시 정지해있던 시간을 되돌리기라도
하듯 벽을 잠시 왼 발로 딛고 있던 현준의 하체가 휘릭 움직이며 있는 힘껏 오른 발 가득 체중이 실린 가위차기로 주원의
머리통을 콰아아앙!!!! 걷어 차버렸다.
썸머쏠트킥이란 바로 이런 거다 죽어 개새끼야!! 현준은 속으로 외치며 마지막 일격을 먹였다. 맞자마자 때리는 사람 본인이
안다. 이걸로 끝이다. 주원은 역시나 코는 물론이고 이마와 뺨이 홍시 터지듯 심한 찰과상을 입었다. 추파하앗-!!! 상당한
양의 뜨거운 피를 분수처럼 내뿜으며 그대로 추스스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몇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풀썩 고꾸라진다. 완전히
뒤로 나자빠져서 대大자로 뻗어버렸다. 이제야 기나긴 승부에 끝을 맺은 것이다.
“하아.. 하아.. 애썼다... 이 제육덮밥 같은 놈.... 후우. 후우.......”
“...............”
“후.. 힘들어... 씨발 돼지놈이 한방에 끝나잖구... 드럽게 명줄도 기네... 헉... 헉..............”
“쿨럭, 쿨럭...... 쿠흑......”
현준은 숨을 어렵게 고른 후 다가가 완전히 뻗은 주원의 앞에 선다. 몇 번을 내려다보고 재확인해도 끝난 상황이 확실하다.
흡사 죽은 것 같기도 하다. 에이, 설마~? 현준은 좀 겁이 나서 몸을 수그려 녀석의 희미한 호흡이 들리는지 확인해보았다.
혹시라도 이 미친놈이 기절한 척 하고 또 일어날까봐 아주 가까이는 다가가지 않았다. 이번은 정말 미동도 하지 않는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죽지는 않았다. 쌔액 쌔액 아주 미약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살아 있는 것은 맞는데 이대로 놔두고 갔다간 정말 초상치를 지도 모르겠다.
현준은 주원이 완전히 넉다운 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자빠진 녀석을 슬쩍 일으켜 세워 들쳐업었다. 진짜 무겁네 아흐
씨발놈 왜 기절은 해서 나를 이 고생을 시켜 궁시렁 궁시렁대며 현준은 기절한 주원을 업고 비틀대는 발걸음을 옮겼다.
영애는 아들을 데리러 가는 차 안에서 생각한다. 자기 딴에는 용기내어 현준에게 처음으로 용돈이란 것을 주었는데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줘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주긴 했지만 기왕이면 넉넉하게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마음 같아선 10만원씩도 주고 싶은데 그러면 자존심이 무지 상할것이다.
“여기야!... 얘... 영애야..............”
“아... 거기 앉았구나~!”
“호호... 왜... 이리 늦게왔어?...............”
“미안해... 호호호.. 다른 분 잠시 만나고 오느라고... 그리고 우리 말썽쟁이 아들 모셔오느라 좀 바빴네... 히힛.........”
“어... 엄마는 참!.......”
“후후후... 잘생긴 지우 도련님... 안녕?... 오랜만에 보네?............”
“아... 안녕하세요... 아줌마... 오랜만에 뵈어요............”
“욘석... 후후... 너 얼굴 왜 빨개지니?....... 쿡쿡... 웃겨... 유미 보고 가슴이 설레는 거야?... 푸하하.........”
“엄마 제발... 이상한 소리좀 하지마... 씨이.......”
“쿠쿠쿠... 그래 얘... 영애 너두 애 그만 놀려... 멋쟁이 지우가 좋아해주면 큰 영광이지~! 후훗... 어떻게 지냈어... 영애야..
빨리 근황좀 알려줘봐~~”
“훗훗... 뭘.. 그렇게 서둘러... 너 바쁜 일이라도 있니?.........”
“으응... 곧 누가 여기 오기로 해서 호호... 그전에 우리끼리만 나누고 싶은 얘기들이 있잖니..........”
영애가 오늘 만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고교시절부터의 오랜 친구 ‘영화배우 정유미’이다. 영애가 편하게 지내는 지인들은
두루 두루 많지만 정말 편안하게 모든 속 이야기를 터놓고 진솔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이 극히 소수이다.
19년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어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현재 영애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중의 하나 그 당시에도 남다른 미모가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뽐냈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도 마치 세월이 훌쩍 비껴가기
라도 한 듯 근사한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학창시절에는 무척 깍쟁이처럼 굴었고 도도한 컨셉을 즐기는 성향이 있었으나
이제 원숙미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시점에 그런 쌀쌀맞음은 많이 희석되어 있었다.
“호호호... 맞아... 맞아... 참 근데 유미 너...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어제 드라마 보면서... 흐흣.........”
“킥킥... 드라마?... 말해봐........”
“후후... 우리는 서로 알잖니... 어릴때는... 브라운관에서나 실제 모습이나 아주 부잣집 공주님같은 고상한 느낌이 짙었는데
요번에 느낀 건데... 연기에도 물이 오르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맛이 느껴지더라..... 호호..........”
“풉.. 사람 띄워주는데는 뭐가 있어.. 너는 여전히 툴툴거리는 고상한 면도 갖고 있다고.. 뭐~ 나는 애써 날 위로하곤 해...
호호... 연기에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다는 말은 최근에 자주 듣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애 네가 해주는 말이... 훨씬
기쁘고 솔직하게 들린다... 흐훗.............”
“있는 그대로 말한건데 모.. 호호... 내 친구가 이렇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배우라는게... 볼때마다 얼마나 어깨에 힘이
으쓱!... 들어가고 괜히 자랑스러운지 몰라?... 킥킥킥...........”
“야아~ 그만좀 하래두.. 지우 앞에서 너무 그러면 꼴사나워.. 비즈니스 석은~ 우리끼리 있을때만 적당히 태워주도록해...”
“헤헤... 저 괜찮은데요... 아줌마.. 저희 엄마가 하시는 이야기가 다 저도 맞다고 생각하구요..........”
“어머?... 지우 너도... 아줌마 나오는 드라마 같은걸 보고 그러니?............”
“쿡쿡... 같은거라니... 무슨 말이 그래~ 얼마나 근사한 작품인데.. 우리 아들이랑 나랑 드라마 볼 때 옆에 같이 꼭 붙어서
본다구!... 킥킥... 요녀석이 나한테 일일연속극 할 시간되면~ 엄마! 왜 빨리 안와~ 난리를 부릴 정도야... 그리고 유미 너
나오는 건 거의 다 봤을걸?..... ㅋㅋㅋ”
지우는 얼굴이 완전히 홍당무가 되었다. 엄마가 이렇게 야속하고 미울 수가! 동경하고 좋아하는 유미 아줌마의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 이 아줌마는 아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너무 없다.
“ 엄마... 진짜.. 이러기야??... 오늘 내가 짜증냈다고... 지금 복수하는 거야?............”
“아니~?.. 그런거 전~혀 아닌데~?.. 쿳쿳쿳.. 엄마는 뒤끝 없는 사람이란다... 호호..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얘.. 히히......
너.. 유미 아줌마 나오는 거 잘 챙겨보잖... 흡!............”
“아.. 진짜.. 그만좀 하라구 좀!... 아... 아줌마 죄송해요... 저희 푼수 엄마가 하는 말은 50프로 정도는 말도 안되는 뻥이라고
생각하고... 감안해서 들으시면 돼요... 헤헤.................”
“웁... 웁... 푸핫-! 엄마 입을 왜 막아 요놈~”
“아.. 아퍼!..........”
“쿡쿡쿡쿡... 하하하하... 여전히 명랑하구나 너희 모자는 호호호... 보고 있으면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아... 즐거워.....
키키... 사이 좋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아..............”
“그렇지?... 이 녀석은 괜히 이럴때만 수줍음이 많아서 이래요.. 후훗.. 지우야... 원래 아줌마들끼리는 다 이런 얘기 허물없이
하고 그러는 거야~ 너 유미 아줌마 좋아하잖니... 후후 부끄러워 하지마... 한두번 본 사이도 아니고.........”
“그래도 창피한건 창피하잖아... 엄마.. 미워..........”
“호호... 아이구 귀여워~ 나두 잘생기고 이쁜 지우가 좋아해주면 얼마나 반갑고 흐뭇한데?.. 고마워 지우야~ 호호호호........”
유미는 지우가 기특하고 귀여워서 쓰슥 쓰슥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럴수록 흠모하는 아줌마의 손길에 점점 더 얼굴이
발개지며 부끄러워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 점점 더 귀여워서 어루만져주고 싶어진다. 여인은 계속 방긋~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뺨을 꼬집어 주었다.
“귀여워... 나도 이런 멋지고 이쁜 아들래미 하나 있으면 좋겠어... 영애야.........”
“풉!.. 무슨 소리니?..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예쁜 딸을 키우고 있으면서!.. 나는 오빠랑 알콩달콩 살면서 그렇게 러블리한
아가씨를 잘 키운 너희가 부럽단다~ 우리는 아들만 둘이라서 히히~ 이쁜 공주님도 있었으면.. 아쉬움이 크다니까.......”
“엄마 나 집에 갈거다.. 자꾸 나 들으라고 놀리면..........”
“잉?.. 너 놀리는거 아니야... 지금은 바보얏... 너도 누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러잖아?........ ㅋㅋ”
“아... 장난치는 거 아니었어?... 헤헤~ 맞아... 누나 있으면 좋겠어요... 아줌마......”
“후후.. 지우도 누나나 여동생을 좋아하는구나?... 여자 형제가 있으면 좋겠니?............”
“네... 엄마랑 가끔 그런 얘기해요... 음... 나는 엄마랑 다르게 통이 큰 남자라~ 엄마 띄워준다!... 하하... 우리 엄마는요...
얼굴이 아주 예뻐서... 딸을 낳았더라도... 되게 이뻤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헤헤~”
“아휴.. 너야말로 참... 우리끼리 있을 때 하던 얘기를... 오호호호............”
영애는 탁 탁 은근히 세게 아들의 어깨를 치며 내심 기분 좋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유미도 지우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쿡쿡 재밌어서 웃는 표정이다. 그러더니 급 생각난게 있는지 엄지와 중지를 따악! 부딪쳐 소리내며 말했다.
“맞아... 내 정신 좀봐... 안그래도 여기로 지금 오기로 했는데... 얘가 왜 소식이 없지?..........”
“누구?... 누가 올 사람이 있니?.........”
“응... 나은이! 너희 얘기 들으니까 또 생각났네... 오늘 영애 아줌마 볼거니까 가자고 그랬지........”
“아... 정말?... 나은이는 뭐라고 그래... 오겠다니?.........”
“그럼!.. 후후후~ 니 이야기 하니까 반색을 하고 아주 좋아하던데?... 쿠쿠............”
그런데 지우는 난감한 흙빛 얼굴이 된다. 나은이 누나? 오늘 여기에 온다고? 뭐야 엄마는 사전에 예고도 없이 유미 아줌마를
만나는 건 알고 왔지만 그 딸까지 동석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유미는 일찍이 배우생활을 시작하면서 영화 첫 데뷔작의
감독이었던 남자와 결혼하였다.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딸의 이름은 주나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으로 19세다. 엄마와 아빠의
우수한 고급 DNA를 물려받아 아름다운 자태의 미소녀로 무럭 무럭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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