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난 남자 -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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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싶다............................................................"
"배탈날지도 몰라.................................................."
"그냥 먹고 탈나면 안될까?...................................."
"케이가 먹지 말라는건 안 먹는게 좋아... 아직... 그렇게 고프지도 않잖아?......................................"
우리는 창문으로 고개를 나란히 내민 채 옆방을 훙쳐다보며 음흉한 고민에 빠진다. 기차는 자이푸르에 도착을 했고 우리는
케이가 예약을 해둔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풀었다. 형님들이 샤워를 하는 틈에 복도 난간에 걸쳐 담배를 피고 있으려니
복도 저편에서 은혜가 물을 사들고 오는 것이 보인다. 은혜가 나를 보고서는 멈칫 걸음을 멈추고 눈인사를 한다.
"그거 얼음물이야?... 어디서 샀어?......................................"
"요앞... 가게에서요.........................................................."
은혜는 짧게 대답을 하고서는 주머니를 뒤진다. 주머니를 빠져나온 손바닥에 놓인 동전은 4루피였다. 은혜가 머쓱한 웃음을
짖는다.
"디스카운트 해줘요..........................................."
"물 한 모금 주면..............................................."
은혜에게 물통을 받아들고서는 한 모금을 마신다. 차가운 얼음 물이 땀에 절은 내 몸을 깨운다. 담배를 한모금 빨아 들이키니
텁텁하던 담배 맛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우리는 복도 난간에 기대어서 말없이 담배만 피워댄다. 은혜와 단 둘이 담배를 피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은혜의 싱그러운 목소리가 듣고싶으면서도 굳이 이 정적을 깨기가 두렵다. 왠지 며칠새 아주 굉장한
거리감이 생긴것 같다. 꽤나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좋았어요?..................................................."
은혜가 생뚱맞게 한마디를 툭 던진다. 이녀석 정말 케이를 닮아간다.
"뭐가?........................................................"
무안하고 당황한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 나온다. 은혜는 아무말하지 않고 싱긋웃고 담배를 물고 눈을 감는다.
"나... 물사러 갈께............................................."
"풋... 네.........................................................."
물을 사러 간다는 내 말에 은혜는 나를 잠시 응시 하더니 그냥 픽 웃고 손을 흔들어 준다. 이쁘다.
"야... 밀지마... 우와... 죽인다..............................................."
얼음물을 사고 방에 돌아오니 형님들은 창을 통해 옆 방을 훔쳐보면서 침 흘리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뭔가 싶어서 사이에
끼어들어 고개를 들이미니 옆호실의 방안의 모습이 비스듬히 들여다 보인다. 두 명의 백인 여성들이 박스티에 아랫도리는
팬티만 입은 양 다리를 훤히 드러내고 있다. 저 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가 예술이다. 침이 입가를 타고 흐른다.
"먹고싶다......................................................... "
"배탈날지도 몰라..............................................."
"그냥 먹고 탈나면 안될까?...................................."
"케이가 먹지 말라는건 안 먹는게 좋아... 아직... 그렇게 고프지도 않잖아?......................................."
그렇게 소근거리는 형님들을 보고있으려니 내 고개가 절로 설레설레 좌우로 돌아간다. 좌우로 돌아가던 내 눈에 열린 화장실
문으로 대충 흩어져 있는 형님들의 옷가지가 눈에 뜨인다. 갑자기 당당한 내 몫의 권리를 주장하고 픈 욕구가 올라온다. 내
손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얼음물을 형님들의 목덜미에 내려놓는다. 형님들은 아주 요란스러운 비명으로 호들갑을 떨다가
얼음물을 발견하고서는 급히 물을 향해 덤벼든다.
"침닦고 밀린 빨래나 하죠?... 저렇게 대충 담궈두지만 말고... 예비 군바리들 더럽다고 할때가 아닌것 같은데요?............"
나는 형님들을 바라보면서 싱글거리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철재 형이 주먹을 쥔다. 형오형의 눈이 가늘게 떠진다. 형님들을
향해 싱긋 웃어 본다. 철재 형님의 어깨 근육이 팽창한다. 형오형님의 볼이 씰룩 거린다. 사람은 사람마다의 스타일이 있다.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닌가 보다. 나는 얼음물을 침대위로 던지고 샤워실에 들어가 문을 잠구고 옷을 벗는다. 문을 쾅쾅거리며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나오라는 둥 나오면 두고 보자는 등의 거친말투도 들려온다.
목이 말라서 눈을 떴다. 얼음물이 어느새 녹아서 미지근하다.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다 코를 골며 자는 형님들 생각에 문을
조심스레 열고 밖으로 나간다. 거참 달빛이 요상하기도 하다. 내 시선은 달빛을 따라가다 옆방 난간에 널린 그녀들의 빨래를
바라본다. 속옷이다. 담배를 피면서 달빛에 비친 야사시한 속옷을 감상하는데 방안에서 간간히 들리는 비음에 썩여 익숙한
음성이 새어 나온다.
"Excuse me?..............................................................."
위험하다는 케이의 말이 떠올라 잠시 옆방 앞을 서성이다 노크를 한다. 방안에서 잠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린다.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예의 이스라엘 여자가 문을 열어 나를 초점이 풀린 눈으로 쳐다본다.
"I think my friend, Hyoun-jung is at this room. I want to talk to her......................................."
멍한 눈빛의 그녀의 뒤에 역시나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현정이가 있다.
"아저씨?... 아니 아빠!... 이리와서 같이 놀아요... 헤헤......................................................"
방안은 술병이 어지러이 널려있고 담배연기가 방안에 가득차 있다. 브래지어와 팬티만을 걸친 현정이의 옷차림이 민망해서
주위에 널려있는 현정이의 옷이라고 생각되는 작은 사이즈의 옷을 찾아 멍하니 피식대고만 있는 현정이에게 대충 걸쳐주고
방에서 데리고 나온다. 어디를 가냐고 묻는 눈이 풀린 이스라엘 여자애들에게 쏘리를 연발하며 그방의 문을 닫아 준다.
"헤헤... 아빠... 있잖아요... 어디가요~?... 나는 저기 가보고 싶은데... 헤헤...................................... "
현정이가 어둠 저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상태가 좋지 않은 현정이를 그녀의 방으로 데리고 오니 정민이가 없다.
"정민이는?........................................................."
"몰... 라요........................................................."
연신 피식대는 현정이의 입에서는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난다. 빨리 재우고 나가야 겠다. 정민이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오해받기 쉬운 상황이니 현정이를 침대에 눕히려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내 목을 끌어안는다.
"아빠... 가지말아요................................................"
술과 담배 냄새가 뒤섞인 숨을 토해내며 현정이가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는다. 키가 작은 현정이가 내 가슴에 얼굴을 댄 채
나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녀석 힘이 장사다. 도무지 이녀석의 팔을 풀고 일어날수가 없다. 아니 그러기 싫은건가?
"현정아............................................................."
왠지 복잡한 감정이 들어서 현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가슴에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현정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꼭
감겨 있는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왠지 모를 안쓰러움에 허리를 굽혀서 얼굴을 마주보고 현정이의 눈물을 닦아주려니
현정이가 입을 맞춰온다.
"현정아.............................................................."
현정이가 내 입술을 빤다. 현정이의 혀가 내 이빨을 건드리고 이빨사이로 밀려온다. 현정이를 달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뗄려는 찰나 현정이의 부드러운 손이 내 바지속으로 들어와 내것을 서튼 손짓으로 매만진다.
"현정아....................................................................."
내것은 내 마음과 달리 어느새 힘이 잔뜩 들어가 현정이의 손의 은밀한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입을 떼고 현정이의 얼굴을
잡은 채 눈을 맞추려고 하는데 현정이가 내 눈을 회피하고 내 티셔츠를 들추어 젖꼭지를 혀로 서툴게 핱아댄다. 젖꼭지가
간지럽다.
"현정아........................................................................"
내 몸이 잠을 깨고 서서히 달아 오른다. 내 손은 현정이의 허리에서 그녀의 바디라인을 따라서 위로 더듬거리며 올라 간다.
현정이는 가쁜 숨을 내쉬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암베르 포트. 산 중턱에 솟아오른 참 크고 멋진 성이다.
"이거 짓느라 사람 여럿 잡았겠다......................................................."
내가 이렇게 투덜거리는 이유는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지만 나는 절대 길치가 아니다. 단지 길눈이 조금. 아주
조금 어두울 쁜이다. 뭣보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주요 원인은 이 빌어먹을 고성이 안내판이 하나 없는 미로같은 성이기
때문이다.
"현정이는?...................................................."
발단은 이러했다. 한참을 풍경에 취해 이리저리 다니다가 잠시 쉬어가자며 일행을 둘러보는데 현정이가 없었다. 아침부터
내내 불안해 보이더니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이녀석. 일행들에게 좀 쉬다가 계속 구경을 하라고 했다. 나는 현정이를 찾아
보겠노라 말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우선적으로 둘러보고 좀 으슥한 곳으로 현정이를 찾아 다녔다.
쓰레기와 낙서. 곳곳에 버려진 생수병과 담배꽁초 그리고 스낵봉지들. 그리고 벽에 그려진 해석하지 못할 낙서들. 현정이에
앞서 내가 찾아낸 것은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저기 한글로도 쓰여 있었다. 누구랑 누구랑 여기 왔었다고? 현정이는
보이지 않고 시간은 흘러가고 내 발걸음은 바빠진다.
한참을 헤매다 문득 깨닳은것은 좀전에도 내가 여기에 왔었다는 것이다. 저기 쓰여진 한글. 누구랑 누구랑 여기에 왔다는.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어 문다. 유적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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