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12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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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여승무원 -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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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1,179회 작성일 24-12-03 21:01

본문

그는 옥임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 배다른 여동생을 정성껏 위로해 주었다. 어머니는 달라도 자신의
아버지가 뿌려놓은 또 다른 자신의 혈육이 아닌가. 
그는 그런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같은 아버지의 남매라서
그런지 몰라도 두 사람의 얼굴도 몹시 닮았다고 느꼈다. 
옥임에게 저런 친오빠가 늘 곁에서 한분만 계셨으면 좋겠다.
 

태훈은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시울이 붉어옴을 느꼈다. 그렇게 장례식은 끝나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강릉에 있는 친구 성태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곳 수협 관련 회사로 와서 한번 일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아주 
도시보다는 물가도 훨씬 싸고 조용한 곳인데다가 
적어도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좀 더 나을 것이라는 연락이었다.
 

신중한 의논을 거친 후에 젊은 신혼부부는 결국 강릉으로 보금자리를 옮겨갔다. 성태의 도움으로 강릉의 단칸 방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채용되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아무 것도 없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였지만 
그래도 두 젊은이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가며 나름대로
행복한 신혼생활의 불씨를 힘차게 지펴나갔다. 
친구 성태는 모질고 거친 친구였지만 늘 수완이 좋았다.

건장하고 대가 찬 성격으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교능력도 무척 뛰어난 한마디로 사회생활에 능한 실전형 인간이었다.
건장하고 주먹도 잘 쓰고 여기저기 어울려서 노는 짓도 잘했다. 가끔씩이라도 친구인 태훈 부부를 위해서 나름대로 도움도
베풀었다. 
처음 몇번은 태훈을 데리고 술집에도 드나들고 아가씨들도 불렀다. 하지만 태훈이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는 사실에 못마땅하다는 듯이 토라지면서도 
다음부터는 그런 곳에 데리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옥임도 인근의 수산관련 공장에 취업하여 그곳에서 일을 했다. 젊은 부부는 각자 열심히 일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옥임이 아이를 가졌다. 지금 자신들의 처지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옥임은 몹시 당황하고 조심스럽게 태훈의 의견을 물었으나 
고아로 자라난 태훈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태훈은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온 몸에서 전율이 일었고 얼굴 표정에서 부터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에게 내 피를 물려받은
아이가 있다. 
나에겐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다. 나는 가장이다. 내가 아빠가 된다. 내 아이에게는 부모가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새로운 부담을 주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던가. 
태훈은 아내의 손을 감싸쥐며 그저 계속 고맙다고만 했다.
 

아내가 세상에 둘도 없는 성스러운 모습으로 태훈의 눈에는 비쳤다. 옥임 역시 남편의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윽이
안심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한줄기 눈물을 떨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모른 채 어려서부터 고아원에서 홀로 자라난 젊은 청년과 
기구한 운명 속에서 지금까지 홀로 외로운 고달픔을 지고자라 난
아가씨 
그들은 그렇게 세상의 각박한 운명속에서 희롱당하며 자라난 젊은이들이 아닌가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외로움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가 내 곁에 있으니 둘이 함께 짊어지고 나갈 미래와 희망이 있으니 우리의 모든 것이 섞여 새롭게
창조되고 우리를 이어갈 새로운 생명이 있으니 
두 사람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 후 태훈은 점점 배가 불러가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으며 직장과 집을 오가며 헌신했다. 
옥임은 출산일이 가까워서 몸에 따라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을텐데도 일부러 태훈을 위해서 
더욱 조심하며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어떤 부담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스러운 딸이 나타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 그렇다. 이 세상의 새로 태어나는 생명은
하나같이 모두 천사의 형상을 띄고 있다. 
아기는 옥임의 아름다움과 태훈의 빼어남을 꼭 반반씩 물려받은 것 같은 얼굴이다.
간호사들 말로는 우는 소리도 엄청나게 우렁차댄다. 태훈은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꼭 쥐며 고맙다고 속삭였다.
 

땀과 수고로움으로 아주 힘들었던 옥임은 남편을 올려다보며 햇살같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여인
아주 지혜롭고 아름다운 나의 아내 그런 내 아내를 꼭 빼닮은 내 사랑하는 딸 안 혜미. 사랑한다. 사랑한다. 우리의 소중한 딸
혜미야. 
부디 지혜롭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무럭무럭 자라다오. 두 사람은 세상과 주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현상이 하나있다. 하늘은 언제나 착하고 없는 사람들만 골라서
시련을 안겨주는 법이다. 
세상에는 악하고 모질고 다른 사람들의 연약한 마음에 대못을 펑펑 꽂아대는 놈들이 가득한데도
희한하게도 그런 놈들은 잘먹고 잘산다. 살아가는데 전혀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걸 보면 확실히 이 세상은 모질고 독한
마음 먹고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자기도 그럭저럭 의식주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구조가 짜여져 있는 것이다.
 

사람도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명체의 하나이니 자연의 법칙인 약육강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보다. 어느 날 옥임이 일터에서
쓰러졌다. 
소식을 들은 태훈은 심장이 마구 터질듯한 충격과 초조감을 느꼈다. 병원의 진단으로는 원래 앓고 있던 결핵에
만성피로가 겹쳐지며 발병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더구나 지나치게 무리를 한데다가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몸
인지라 디스크에 의한 무리까지 겹쳐버렸다.
 

우선 한바탕 수술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 장기적인 치료로 나아가야 한다. 너무나도 악화되어 버린 옥임의 몸 상태로는 우물
쭈물하다가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를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해야 한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옥임의 건강을 반드시 되찾도록 해야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말이다. 그녀는 내 생명이다. 그녀가
없으면 나도 없다. 
하지만 어떤이는 분유값이 없어서 자신의 아기를 위해 분유를 훔치다 붙잡혀서 뉴스화면에서 오열하기도했다.
 

또 어떤이는 자신의 어머니가 사고로 자기 눈 앞에서 쓰러지는 순간 뇌리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병원의 치료비가
없다는 생각이었다고도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지만 틀림없는 실화이다. 어떤 이들에게 세상이란 그토록 비참한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세상이란 그토록 냉혹한 것이다. 태훈은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너무나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밤 태훈은 옥임의 손을 맞잡았다.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느껴 울었다. 세상의 온갖 슬픔과 서러움이 눈물 속에 회한이 가득한 채로 맺쳐 아내의
얼굴로 굴러 떨어졌다. 
아내가 조용히 위로 손을 뻗어 태훈의 뺨을 감쌌다. 그리고 힘없지만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걱정말아요... 자기야... 나 안죽어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 목소리에 태훈은 더욱 더 오열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봤지만 선뜻 거액의 목돈을 빌려
줄만한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태훈이 아무리 성실하다 해도 새로 옮겨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환경에서
그렇게 선뜻 도움을 베풀만큼의 교제를 가진 사람도 거의없다. 착하고 성실하다는 것 뿐이지 요령도 변변히 피울줄 모르는
샌님같은 태훈이 아니던가. 
차라리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교사나 목사가 되었더라면 딱 좋았을 태훈일
뿐이었다. 
지친 태훈은 낙담했다. 고지식한 태훈에게는 어떠한 희망도 활로도 찾을 수가 없다고 느껴졌다.
 

방 안에서 잠든 아내의 지친 얼굴과 혜미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태훈이다. 문득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성태였다. 친구 성태 명색은 수협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성태는 잘 나가고 있었다. 어떤 루트를 통해서 어떤 부업을
하면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수완 좋은 성태라면 틀림없이 어떤 방법을 내놓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성태를 찾아가자 그 놈이라면 무슨 수가 있을거다.
 

다음 날 아침 직장에 나가 성태에게 연락을 했다. 성태는 많이 바쁘니까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태훈은 먼저 집으로 달려가 옥임을 돌봤다. 
혜미를 목욕시키고 엄마 곁에 뉘인 후에 치료때문에 급한 볼일을 보고 오겠다고
안심시킨 후에 집을 나갔다. 
성태가 먼저 약속한 장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태도 옥임의 일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성태가 소주 한잔을 들이키며 아주 쓰라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훈은 이런저런 사정을 말하면서 성태에게 조언을 구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갚아줄테니 목돈을 좀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씨팔~!!!................................................................................"
 

갑자기 욕설을 내 뱉으며 성태가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 건장하고 힘센 성태의 팔 힘에 테이블이 순간적으로 쎄게
울리고 놀란 주인아주머니가 바라본다. 
그리고 다소 취기가 오른 듯한 목소리로 쏜살같이 말을 이었다.
 

"씨팔 젠장... 정말 세상 헛 살았다... 헛살았어!!!... 너도 알다시피 너나 나나 힘이 있냐 빽이 있냐...!!!... 둘 다 천지간에...
 부모없는 고아로 자라서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 더러운 놈의 세상에서 아둥바둥하고 있는거 아니냐...
 세상에 하나뿐인 친구란 넘이 자존심까지 접어가면서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애처로운 꼬라지 보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으니... 나라는 놈 팔자도 정말 똥이다 똥!!!!..........................................................."
 

성태가 스스로 또 한잔 소주를 따르더니 단숨에 들이켜 버린다. 그리고 태훈에게 쏘아댄다.
 

"너... 말이야!!!... 이 병신같은 놈아!!!... 넌 그동안 도대체 뭐했냐???... 고아원에서 어릴때부터 원장선생님한테 그토록...
 칭찬 들어가며...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처럼 굴길래... 난 정말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건 뭐 한마디로 바보 천치 꼴통새끼지 뭐냐... 
너 그동안 돈 한푼 제대로 못 모으고 도대체 뭐하고 살았냐!!....."
 

생각할수록 성태가 울화가 치민다는 듯이 또 소주 한잔을 입으로 넣더니 담배를 꺼내서 한모금 빨아제낀다. 태훈은 묵묵히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괴감에 아주 괴로워하고 있었다. 
쥐뿔도 없는 놈이 분수에 넘치는 짓거리 하다가 옥임이 마저도
망쳐버리고 있다. 
성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할 줄 아는게 뭐냐?........................................................"
 

태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해봐 새꺄... 너 도대체 할 줄 아는게 뭐냐고!!.............................................."
 

성태의 언성이 높아지자 놀란 아주머니가 바라본다.
 

"나가자!..............................................................................."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성태가 나가자 한다. 계산을 치르고 먼저 나간다. 태훈도 묵묵히 따라 나선다. 바닷 바람을
마시며 어느덧 부두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아... 좋다아........................................................................"
 

성태가 기지개를 한껏 켜면서 큰 소리로 외쳐댄다. 그리고 돌아선다.
 

"야... 임마... 힘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야... 자식아!!!................................."
 

태훈이 묵묵히 성태의 그런 모습을 바라본다. 성태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담배를 건넨다.
 

"한대 빨아라......................................................................."
 

태훈이 담배를 건네받자 성태가 불을 붙여준다. 태훈이 한 모금 빨았다. 담배연기가 휙~ 하며 바람부는 항구의 밤 하늘을
시원하게 가른다.
 

"방법이 있긴 있다.................................................................."
 

성태의 한마디가 순간 태훈의 온 뇌리를 강타한다.
 

"뭐냐?................................................................................."
 

태훈이 황급히 성태를 바라보며 묻는다.
 

"근데... 네가 할 수 없는 일이야................................................"

"뭔데?.................................................................................."

"괜히... 말했나 보다..............................................................."

"뭐냐고!!!!..........................................................................."
 

태훈이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성태의 멱살을 붙잡는다. 성태는 놀라지도 않고 가만히 태훈의 팔을 잡고 내려놓는다.
 

"네가 뭘 할수 있겠어?.............................................................."
 

냉정하게 되묻는 성태의 목소리다.
 

"할 수 있어..............................................................................."
 

힘있는 목소리로 태훈이 대답한다.
 

"네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도 할 수 있어?.............................."
 

태훈이 순간 흠칫한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선뜻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할 수 있어..............................................................................."
 

성태가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 젖는다. 못마땅하다는 표정이 가득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태훈의 가슴 속에 순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격렬하게 피어오른다.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온 몸이 터져넘칠 것만 같았다. 주위를 둘러본다. 
소주병이 서너개 저편 구석에서 나뒹굴고 있다. 
태훈이 달려가서 소주병 두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힘껏 바닥으로 하나를
태질쳤다.
 

"쨍그랑!!!!.............................................................................."
 

소주병이 박살이 나고 파편조각이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성태가 이건 뭐야? 하는 듯한 눈으로 고개를 돌려 태훈을 바라본다.
 

"할 수 있어!!!!............................................................................"
 

태훈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또 한병을 던져 버린다.
 

"쨍그랑~!!!................................................................................."
 

태훈의 자조섞인 분노와 서러움이 가득 찬 힘에 의해 이번 소주병도 박살이 나서 산산조각이 나고만다.
 

"할 수 있다고... 이 새끼야!!!..........................................................."
 

태훈이 숨을 헉헉 가쁘게 쉬면서 성태를 노려본다. 그런 태훈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성태가 가까이 다가온다.
 

"진정해............................................................................"
 

태훈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한다. 태훈은 숨을 아주 가쁘게 쉬면서 자신을 점차 진정시킨다. 그런 태훈을 위로하려는 듯
성태가 씨익 미소를 지어보이며 치아를 드러낸다.
 

"힘 아껴둬... 임마.............................................................."
 

그리고 태훈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바닷바람을 따라 서서히 걸어나간다.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꽤 긴 시간이
흘렀다. 
태훈은 성태에게 작별을 고하고 돌아섰다. 돌아서 걸어가는 태훈의 얼굴에는 뭔가 초조하고 착잡하면서도 불안한
빛이 가득하다. 
하지만 애써 자기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빛도 역력하다. 태훈은 그렇게 집으로 향해 갔다.
 

멀어져가는 태훈의 뒷모습을 성태가 담배를 피우며 바라보고 있었다. 후욱~!!! 하고 담배연기가 허공을 갈랐다. 머릿 속이
텅 빈것만 같다. 
하지만 담배는 무척 맛있게 느껴진다. 그렇게 담배를 피우던 성태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감돈다.
 

"킥킥킥....!.............................................................................."
 

자신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킬킬하고 튀어나온다. 이윽고 미친듯이 킥킥킥 웃어댄다.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배를 부둥켜 잡고
털썩 주저앉아서도 미친듯이 웃어댄다. 
담배꽁초를 저쪽으로 멀리 집어던진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탁~! 내리친다.
 

"어쩜... 이리도 사랑스럽담?................................................................"
 

몇 초동안 내 머리 속을 계속 맴돌고 있는 한 구절이었다. 쌔근쌔근 내 옆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혜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 자는 얼굴이 꼭 아기처럼 귀엽다. 역시 잘 잔다. 처음 본 날 기내의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부터 알아
봤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도 예쁘구나. 어린 시절 광고에서 봤던 미스코리아 궁선영의 화장 하지 않은 맨 얼굴이
무척 예쁘다고 느꼈던만큼이나 예뻐보인다.

난 다행히도 여성의 메이크업에 잘 속지 않는 편이다. 화장에 대한 연구도 나름대로 상당히 이루어져 있거든. 참 탐스럽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끌린다. 일부러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잡념을 안가지며 살아온지 오래인 것 같은데 오늘은 그러고 싶은
맘이 들지 않는다.
 

"어휴... 귀여운 것... 이걸 그냥...!!................................................."
 

내가 피식 웃음 지으며 중얼거린다. 정말 정말 이걸 어떻게 잡아먹어야 사람들에게 잘 잡아먹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먹어버고 싶다. 정말로! 머리카락 한올 한올부터 시작해서 발가락 끝까지 정말 다 깨끗이 먹어치워 버리고 싶어졌다. 정말
어떻게 삼켜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혜미야... 오빠가 너 삼켜버린다.................................................."
 

내 입에서 또다시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다. 아! 정말 이런 느낌은 실로 오랫만이다. 그래도 너무너무 편안하고 즐거웠다.
편안하고 
혜미는 샤워 후에 하얀 반팔티와 반바지를 꺼내 입고서는 편안히 잠이 들었다. 팬티와 브라는 하지 않은 상태다.
풀어헤친 머리칼과 하얀 반팔티에 반바지 차림의 노메이크업의 맨 얼굴과 그 모습 위에 유니폼 정장에 승무원 헤어스탈과
메이크업을 한 그녀의 모습을 포개어 가며 서로 비교해 본다.
 

웃음이 터진다. 난 혜미의 반바지와 반팔티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하게 알수가 있었다. 나는 혜미의 젖가슴과 젖꼭지
보지와 엉덩이까지 다 알았다. 
기내에서 나도 그랬지만 단정한 승무원 복장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본 수많은 혈기
왕성한 남자들 
그들 중의 상당수는 혜미의 유니폼 속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혹자는 몰래몰래 혜미의 전신을 아래 위로 훑어가면서 머릿속으로 그녀와의 격렬한 섹스 장면을 상상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호텔 방에서 또 어떤 이는 자기 집에서 또 어떤 이는 기내에서의 섹스를 상상해 보기도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기내
에서의 여승무원과의 섹스는 거의 100% 실현불가능이다. 
계속 혜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다. 생각 같아서는 하고 또 하고 쉼 없이 계속하고싶다. 조금전 격렬했던 유니폼 섹스가 이루어지고
나서 혜미나 나나 극도로 흥분해서 헐떡거리고 있었다. 
나는 혜미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하고 꽉 껴안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진심이었다. 그 순간 혜미에 대한 나의 중얼거림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혜미를 통째로
집어삼켜버리고 싶다는 의식과 함께 지친 나머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아주 잠시 후에 깨어났을 때는 혜미도 이미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혜미의 얼굴에 범벅이 되어있는 나의 정액과
땀과 침 그리고 눈물자욱 
그녀의 유니폼 이곳저곳에도 내 정액이 튀어있었다. 유니폼이 또 있나. 저 가방 안에는 없을텐데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혜미를 붙들어 일으켰다. 그리고 혜미를 잡아끌고선 샤워실로 들어갔다.
 

"쏴아악~~!!!......................................................................"
 

물방울들이 쎄찬 기세로 쏟아져 내렸고 난 적당한 물 온도를 맞추었다. 손가락으로 온도를 확인해보며 조심스레 조심스레
상쾌하다고 느껴질 수있을만큼의 온도를 맞추었다. 
그리고 샤워기를 집어들고 우선 놀라지 않도록 혜미의 팔 부터 가슴으로
해서 물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샤워기의 방향을 위로 올려 혜미의 땀과 정액으로 흥건한 머리칼과 얼굴을 씻어주었다.

"으으... 음...!!........................................................................."

혜미도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내게 몸을 내 맡긴 채로 물방울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계속해서 샤워물로 그녀의
배와 보지 엉덩이, 다리 발에 연이어 물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입을 벌리게 하고 입 속에까지 샤워기 물을 한가득 뿌려준다.
내 자지를 빨아주고 정액을 삼키느라 입 속도 얼마나 고생을 했겠는가. 너 정말 내가 흥분할만큼 잘 빨더라. 청순하게 생긴
애가 빠는 것도 어쩜 그리도 잘하니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혜미의 알몸이 물에 젖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미는 가만히 있었다. 시선을 가끔씩 이리저리 돌리는데 나랑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선 손에 받아들인 물로 후룩후룩 하며 얼굴을 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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