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천사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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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지 않고 병원으로 온 것은 얼마 자지 못하고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귀차니즘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담요
하나를 꺼내 덥고 상담용 의자에 누워있다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의자에 설치된 열선을 켜놓고 잔 덕분에 잠은
편하게 잤다. 그렇게 정신 없이 잠을 자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먼저 뜨인 것은 바로 옆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이양의
얼굴이었다.
“뭐에요?......................................................”
깜짝 놀란 내가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이양의 손이 나를 제지했다. 그것을 핑계로 나도 뻐근한 몸을 다시 뉘었다.
“잠에서 깨실 때를 기다리고 있었죠........................................”
“깨우지 그랬어요.......................................”
“손님도 없는데... 그럴 필요가 있어야죠..........................................”
길게 하품이 나왔다.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물었다.
“지금... 몇 시나 됐어요?........................................”
“10시 조금 안됐어요.........................................”
“흠...............................................”
내 자신이 한심했다. 적어도 근무시간은 지켜서 일어났어야 했다.
“일어나실 거죠?...........................................”
“그래야죠.......................................”
“아침은요?.........................................”
“조금 있다가 아점 먹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점심은 저와 같이 하시겠어요?.........................................”
“뭐... 그러던지요.......................................”
“그럼... 세수하시고 정신 좀 차리세요...........................................”
상담실을 나가는 이양의 뒷모습이 이전과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여분의 양복으로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인터폰이 울릴 때까지도 머리 속에서는 그 생경한 느낌이 자꾸만 파고들었다.
“네..........................................”
“선생님... 상담하려고 방문하신 분이 계신데요... 지금... 안내해도 될까요?.................................”
“기본설문지 작성은요?...................................”
“하셨어요..................................”
“그럼...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잠시 후 이양이 중년의 여성분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 하나를 동반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이양은 기본설문지를
내 책상에 놓고는 이전과 같은 사무적인 얼굴로 나갔고 이번엔 그 일상의 모습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어서 오세요... 이쪽 소파에 앉으시구요...........................................”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인터폰으로 이양에게 차를 부탁하고는 기본설문지를 집어 들고 나도 그들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곤
잠깐의 인사 후 서둘러 설문지를 훑어 봤다.
“따님 때문에 오셨군요.............................................”
“네... 선생님... 우리 애가 요 근래 통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어서요... 대학 2학년인데...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나 봐요... 병원에서 심리적인 문제인 것 같다고 정신과 상담을 한 번 받아보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이야기를 하며 어머님의 눈은 연신 딸을 향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설문지에 표시되지 않은 불안한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아주 습관적으로 나는 두 모녀의 외양을 잠시 훑어 봤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옷차림이다. 강남지역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 잘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이 두 모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저 그런 정도의
브랜드였다. 옷뿐만 아니라 어머님의 핸드백도 좋은 브랜드는 아니었다. 물론 차림새가 깔끔하긴 했다.
그것은 적어도 스스로에게 무관심할 정도의 사람들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함께 온 정연주라는 학생을 살펴봤다. 보통의 키에
조금 마르고 피부는 약간 검은 편이며 전체적인 느낌은 평범했다. 작고 동그란 얼굴이 아주 미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나름
괜찮은 얼굴에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힘없이 테이블을 내려다 보는 충혈된 눈빛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화장도 하지 않은
민 낯이었다. 어머니로부터 주변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이양이 들어와 차를 놓고 나갔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치마를 즐겨 입던 그녀가 오늘은 청바지차림이었다. 저건 무슨 뜻일까?
“차... 드시죠........................................”
“아... 네... 암튼... 그 S종합병원에선... 신체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면서...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정신과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자기들 병원 내에서 가기 그러면... 조용한 곳을 추천해 주겠다고 하면서... 여기를... 추천해주셔서 왔어요...
선생님께서 좀 잘 봐주시면 좋겠어요.........................................”
“네... 그러셨군요... 그런데... 절 추천하신 선생님은 어느 분이신지...?......................................”
“최현호라는 분이셨어요..........................................”
“아... 네............................................”
입맛이 쓰다. 그 녀석이 내가 개업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신경 쓰이고 더구나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를 내게 보낸 것도 신경
쓰인다. 어쩌면 그것은 녀석의 우월감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관심 없으면 된다. 누구 소개로 왔건 난
내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다. 그렇게 나는 애써 생각한다.
“어머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따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은데.....................................”
연주라고 하는 이 대학생의 눈빛이 어둡다. 대화중 한번쯤은 엄마를 돌아보며 의지하려 할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두 모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눈길이
손으로 간다. 왼손 약지에 있는 희미한 자국. 반지의 흔적. 지금 반지는 보이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오른손이 왼손의 반지 있던
자리를 만진다. 그것은 최근까지 반지가 있었다는 뜻이고 그 반지를 무척이나 소중히 생각했었다는 뜻이겠지. 그런 반지라면
아마도 남자와 관련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엄마가 있는 자리에서 쉽게 말하기 어려울 것도 같았다.
“저... 어미니... 잠시 연주양과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꼭... 그래야 하나요?...................................”
이 엄마의 자식에 대한 보호본능은 유난한 것 같다. 보통 이런 경우 의사의 지시를 따르기 마련이다.
“자녀일지라도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딸을 한 번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선다.
“엄마 이 앞에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씀 잘 드려..........................”
딸은 엄마를 이번에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런 딸을 잠시 내려다보던 어머니가 나가고 나서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아니 이야기 할 수 없는 말이 있을 거에요... 나는 의사로서 상담내용에 대한 비밀준수 의무가
있어요... 그러니 걱정 말고 이야기해봐요........................................”
“...................................................”
“말을 하지 않으면 나도 도와줄 수가 없어요......................................”
연주양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먼저 할 수 밖에 없다고 여겼다.
“남자친구와는 언제 헤어졌어요?........................................”
“네?.........................................”
첫 반응이었다. 고개를 드는 연주양의 얼굴에 내가 혹여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서려있었다.
“반지는 언제 뺀 거죠?... 한 이주 전쯤?....................................”
“....................................”
“왜 헤어진 거죠?... 아니... 남자 쪽에서 먼저 헤어지자고 한 이유가 뭐에요?.................................”
넘겨짚어봤다. 역시나 반응이 있다. 눈이 커진다.
“임신했었어요?.............................................”
“어떻게... 그걸?.....................................”
금새 두 눈을 손으로 감싼다. 핏기 없는 얼굴 그럼에도 화장기 없는 모습에서 유추한 내 생각이 적중했다. 그렇다면 이 학생의
얼굴에 나타난 어두움은 실망감, 배신감, 상실감 중 어느 것의 무게가 큰 것일까?
“유산은 언제?...........................................”
“흐흐흑................................................”
서럽게 터진 울음이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이 학생에게 시간을 주는 대신 나도 정보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녀석에게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편하게 좀 쉬고 있어요... 잠깐... 자리 비워줄 테니......................................”
연주양을 혼자 두고 안쪽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살펴본다. 아직 있다. 잠시 망설이다 삭제되지 않은
녀석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간다. 몇 번을 울려도 받지 않는 전화. 그래, 차라리 받지 말아라. 그게 더 속 편할 수
있겠다.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냐?.........................................”
“나야... 뭐... 그런데... 연주양 알지?.............................................”
“아... 내가 너에게 보낸 학생?... 뭐... 그리 어렵진 않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그런데... 임신중절... 어떻게 처리 된 거냐?...................................”
“그거!... 좀 그래........................................”
“간단히!....................................”
“좋아... 나도 바빠서... 그 여학생 임신 시킨 놈... 우리 병원 이사장 손자놈이다... 됐지?.........................”
“알았다... 끊는다........................................”
“야... 다음에 시간 내서 한 잔........................................”
뒷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녀석과 술 한잔 할 이유가 죽어도 없을 테니. 전화를 끊고 화장실을 나가보니 있어야 할 연주양이
없다. 상담실 문을 열고 나가 이양에게 물어보려는 데 이양이 먼저 말한다.
“연주양 좀 전에 갔어요... 막 울면서 뛰어나가던데... 선생님이 울렸어요?................................”
이건 또 뭐지? 아침부터 영 똥 밟은 기분이다.
“여태... 그런 일 없으시더니 어린 학생을 다독이지는 않고... 왜 울리고 그러셨어요?... 그 어머님도 무척 분개하고 가시던데
상담료도 못 받았으니... 선생님이 대신 내세요.......................................”
“내가... 왜요?.................................”
“그래야... 제 월급이라도 나올 거 아니에요!....................................”
정말 입맛이 쓰다. 잠시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와 나의 침묵만이 서로 등을 대고 하나되어 있을 뿐이었다.
“오늘은 선생님이 말씀 없으시네요........................................”
“그렇게 됐군요.........................................”
흰색 블라우스에 흰색 미니스커트. 내 지시 그대로 입고 온 강현주 그녀가 하얗게 내 앞에 선 순간에 내 머리도 아주 하얘지고
있었다. 숨김 수 없는 욕망. 누구에게도 제어되던 욕망이 왜 이 여자 앞에서는 자꾸만 무너지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를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시작된 그녀와 나의 줄다리기는 어느새 내가 그녀를 끌고 있는지 그녀가 나를 끌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혼돈이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녀를 향한 나의 욕망이었고 이제 그녀는 내 욕망의 제물이 되기 위한 어둠의 길로 점차 들어서고 있는 듯
보였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내 유도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했지만 나는 그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그녀에게 어느덧 의사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지난 주 이후는 어떻게 지냈는지... 말씀 드릴까요?....................................”
“특별한 것이 있었나요?.........................................”
“아뇨... 늘 똑 같아요.........................................”
“남편은... 어때요?...........................................”
“그이는... 똑 같아요... 매일 10시쯤 와서 씻고 자고 아침에 나가죠..................................”
“관계... 했나요?..........................................”
“아뇨... 그이와 안 한지 1년도 넘었어요....................................”
“그럼... 하고 싶다는 생각... 들 때가... 없나요?......................................”
“물론... 있어요.......................................”
“어떤 때인가요?..........................................”
“............................................”
“내게는 모든 것을 솔직히 말해줘야 하는 것... 알고 있죠?...................................”
“네..............................................”
“어떤 때?...........................................”
“저..........................................”
“말해봐요... 어서............................................”
“실은... 선생님... 생각날 때요.............................................”
“나.. 요?.................................”
“네.......................................”
“어떻게요?.....................................”
“그냥... 선생님 생각이 날 때면 이상하게... 젖어요.....................................”
“나쁜가요?...........................................”
“무엇이요?................................”
“나를 생각하고 젖는 것........................................”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좋아요?......................................”
“네......................................”
“나를 생각할 때만 젖나요?.........................................”
“........................................”
“지금도 젖었어요?.......................................”
“선생님.....................................”
“말해봐요... 젖었어요?................................”
“말해야 하나요?..................................”
“그럼 말하지 말아요... 내가 직접 확인하면 되니까.........................................”
“아... 제발... 그러지 마세요.....................................”
“가만히 있어요... 착한 아이처럼... 그래요... 그렇게... 나는 당신을 치료하는 의사니까... 당신은 가만히 내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되요... 그렇죠?..........................................”
“선생님................................”
“치마를 걷어 올려서 당신의 다리가 해방되게 해줄 거에요....................................”
“무엇으로... 부터요?.....................................”
“당신 마음의 억압으로부터........................................”
“아.....................................”
“어때요... 당신의 두 다리가 밖으로 해방되어 나왔어요... 느낌이 시원하죠?...........................”
“네..................................”
“해방이 되었으니... 기쁨의 축제가 필요하겠죠?....................................”
“어... 어떤 축제 말인가요?....................................”
“가슴이 떨리고 흥분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축제요....................................”
“그런 것도 있나요?...................................”
“있어요... 여기 이렇게....................................”
“하아... 선생님.........................................”
“내 손가락들이 당신의 다리를 타고 요정처럼 놀고 있어요... 오늘 축제에 초대받은 손님들이죠... 어때요?... 사랑스럽죠.....”
“네... 귀엽고... 부드럽고... 사랑스러워요!.........................................”
“요정들이... 즐겁게... 당신의 다리를 즐기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당신의 다리처럼... 예쁜 다리를... 요정들은 본 적이
없다고 해요......................................”
“정말요?.................................................”
“네... 정말요... 그래서 더 많이 더 위로 더 깊이 놀러 가고 싶어해요..................................”
“어... 어디로요?...........................................”
“허락해줄 거죠?... 거기가 어디든........................................”
“하지만... 너무 깊이는...............................................”
“요정들은... 당신을 무척 아끼고 사랑해요... 그 사랑을 느끼기 위해선 당신도 마음과 몸을 열어야 해요... 사랑으로 그들을
맞이해야 해요... 할 수 있죠?..........................................”
“아...................................”
“요정들이 실망하려고 해요... 어떻게 할까요?... 당신이 싫어한다고 할까요?............................”
“싫지는... 않은데....................................................”
“그럼... 더 깊이 초대해줄 거죠?..........................................”
“네... 그래요..............................................”
“잘했어요... 요정들이 아주 즐거워해요... 자... 요정들이 당신과 즐길 수 있게 다리를 조금 벌려줘요...........................”
“이... 이렇게요?.................................................”
“잘했어요... 당신의 깊은 곳도 즐거워하는 것 같군요... 그렇죠?........................................”
“모르겠어요... 그냥 떨리고... 무섭고... 흥분되고... 좋아요.......................................”
“요정들이 당신의 숲에 들어왔어요.....................................”
“아아... 부끄러워요!....................................”
“그냥 즐겨요... 이건 축제니까... 봐요... 당신의 샘에서 물이 마구 솟아나잖아요............................”
“아하... 어떡해............................................”
“따뜻해서 좋아하네요... 샘물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해요........................................”
“아... 이상해요!... 몸이 막... 떨려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아아...........................................”
그녀의 허리가 급하게 허공으로 솟아 올랐다가 내려 앉았다. 내 손은 이미 그녀의 가운데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허벅지를 비벼대며 쾌락의 몸부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마리 뱀장어처럼 몸부림치는 그녀를 바라보는
내 눈도 점차 충혈되어왔다. 만약 여기가 상담실이란 의식마저 꺼져버렸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그녀의 몸을 내 몸으로 덮었을
것이다.
“어때요... 이 축제가?..............................................”
“하아... 좋아요... 너무... 자극적이고 미칠 것 같아요....................................”
“더... 즐기고 싶어요?...................................”
“네!.....................................”
“더 강하게?.......................................”
“더 강하게요?.................................”
“네...........................................”
“그러다 감당할 수 없으면... 어떡하죠?....................................”
“무엇을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죠?................................”
“그 기쁨을 계속해서 매일 매일... 매 순간마다 느끼고 싶도록 중독되면... 말이에요.....................”
“몰랐군요... 당신은 이미 중독되었어요....................................”
“그... 그런 거에요?.......................................”
“네.........................................”
“그럼... 이제 난 어떡하면 되는 거죠? 무서워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당신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겠어요................................”
“정말... 이죠?... 선생님만 믿으면 되는 거죠?..................................”
“그래요... 날 믿어요... 언제나 당신을 도와줄 테니까.....................................”
“고마워요... 선생님.........................................”
“고맙긴요... 당신은 나의.....................................”
“저는 선생님의... 뭔가요?..................................”
“행복한...........................................”
“행복한...?........................................”
“노예죠.....................................”
“노예..........................................”
“네... 나의 노예...................................”
“나는 선생님의... 노예........................................”
“그럴 거죠?..................................................”
“...............................................”
“이건... 당신이 원해서 하는 계약과 같아요... 대신 한번 맺으면 다시 파기할 수 없는 영원한 구속이기도 해요... 하겠어요?...
나의 노예?.......................................”
자기 방어의 무의식과 유도된 의식의 치열한 싸움이 지금 그녀의 머리 속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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