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의 호스트 생활 - 8부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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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원투의 호스트 생활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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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59회 작성일 25-01-15 16:08

본문

세번째로 윤지가 왔을때 나의 목표는 윤지를 웃게 만들자 였다. 잠깐의 웃음이라도 좋으니까 웃으면 그 다음엔 거봐 웃는게
훨씬 예쁘네 어쩌고 하면서 분위기가 아주 부드럽게 풀리고 윤지의 마음도 서서히 풀리면서 오 보람찬 내일을 향하여 
내가
확인해야 했던것은 적어도 내가 개그쪽에 소질이 있다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말 못한다는것과 내 주위에 개그센스가 넘치는
인간은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그날도 윤지가 돌아가고 난 답답한 마음에 메인형과 마주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이제... 예전처럼 술을 함부로 마시거나 하지는 않는데... 꽁꽁 얼어붙은거 같기도
 하고............................................................................"
 

"너... 지금 잘하고 있어... 윤지가 왜 자꾸 널 찾아 오는지 모르겠냐?................................................."

"글쎄요... 편안한가 보죠... 제가... 그렇게 불편한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 이상이야... 윤지가 너를 좋아한다고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거의 비슷할걸............................."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를 빼내는 기분을 느낀 다음에야 간신히 말할수 있었다.
 

"엑... 말도 안돼요... 윤지 앞에서 그런말 했다가는 난리날걸요... 이제 남자라면 치를 떨어요..............................."

"너도... 남자야 임마......................................................................"

"이런!... 정말요?... 저는 이제까지 그것도 모르고................................"
 

"됐어... 그만해... 그럼 볼까?... 윤지도 친구나 그런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왜 널 찾아 오겠냐?... 윤지 본인도 깨닫지 못하고
 있겠지만 널 통해서 잊고 싶은 마음이 있는거야... 너... 사람들이 연얘하는게 뭐 그렇게 복잡한줄 알아?... 보통 그런식으로
 다들 시작해... 너의 상처를 내가 감싸줄게... 오빠 덕분에 다시 웃을수 있어요.................................................."
 

"하이고... 어디 경극 대본으로 써서 내다 팔아보시지 그래요?... 떼돈 버시겠구만..............................................."

"아무튼 핵심은 그거야... 너도 윤지한테 인생이 그렇게 복잡한게 아니라고 말했다며... 그렇게 해줘.........................."

"뭘... 그렇게 해줘요?......................................................................"

"직접 가르쳐 주라고... 술먹이고 모텔이라도 데리고 가.........................................................."

"형!..............................................................................................."
 

"난... 진지하게 하는 얘기야... 어줍잖게 마음을 보듬어주네... 어쩌네... 하다가 윤지가 정말 삐뚤어질수도 있어... 때론.....
 단순한게 가장 현명한거
야................................................................"
 

"제가... 윤지랑 그러는게 어째서 현명한 방법이죠?..........................................................."
 

"말했잖아... 가장 단순하니까... 새치가 난 사람에게 염색약을 사다주고... 사용방법을 알려주는것도 좋지만 때로는 과감하게
 새치를 대신 뽑아주는게 좋은거 아니겠냐...................................................................."
 

"말은 잘 해요... 윤지는 아직 그놈을 잊지 못했어요... 그런건 안되요......................................."
 

"잊지 못했으니까... 더 하라는거야... 계기를 만들어주라고... 니가 그래 버리면 윤지가 널 두고두고 미워할것 같냐?... 아마
 깨닫게 되겠지... 별거 아닌데?... 그동안 괜히 힘들어 했잖아... 라고............................................"
 

"그러다가 윤지가 정말로 저한테 마음이 생기면요?... 그럼... 어쩌죠?.............................................."

"둘이 행복하게 잘살면 되지...................................................................................... ㅎㅎ"

"도움이 안돼요... 형 덕분에 머리만 더 아파진것 같아요........................................................."

"다... 인생의 연륜에서 나오는 말이다... 잘 생각해봐.............................................................."
 

모르겠다. 그랬다고 해서 윤지가 내게 마음이 생긴다는건 너무 오바인것이다. 물론 그전에 그러는게 맞는지도 난 모르겠다.
안그래도 요즘 나를 대하는 윤지의 태도가 전처럼 까칠하지 않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런 다는건
코미디 아닌가? 
그전에 난 윤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거지? 겉으론 독해지려는 척 정 없는척 하지만 속은 한없이 여리고 정이
많은 아가씨. 
아가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세상의 때를 타지 않은 순수함. 아파하고 힘들어하는걸 보면 내 마음까지 아파지는
사람. 
아아. 모르겠다.
 

이게 무슨말도 안되는 생각이냐. 난 넌더리를 내면서 마지막 소주잔을 비웠다. 윤지랑 그런단 말이지. 내 첫 사랑은 스무살
가을에 찾아왔었다. 
가을이 허락한 낙엽이 내 마음속에도 마구 쌓이고 있을때 한 여자를 만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처음만났었는데 처음만났을때 운명적 예감이나 뜨거운 눈빛의 교환같은건 없었다.
 

대신 그녀는 자꾸 나를 건드렸다. 항상 아무거나 네 맘대로 해 그러든가라고 하는 내게 그녀는 아주 집요하게 파고 들었었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 모습이 언제부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으니 난 내 자신에게 그런 열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만일 날 떠나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을거란 확신이든다. 

결국 흔히 볼수 있는 스토리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내게만은 각별하다. 
그리고 또하나 난 그녀에게서 사랑이란걸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보다 더 사랑할 자신이 없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고 그 다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윤지를
보면 그녀와 헤어지고 세상 끝장난것처럼 살던 그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그냥 시간이 흘러감에 조금씩 잊어갔지만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은 있었다.
 

그게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윤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될수 있다면 물론 아주 좋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술 때문인지 생각때문인지 정말 머리가 아프다. 형과의 대화 이후 묘하게 윤지가 신경쓰인다. 여전히 힘들어하는 윤지였지만
안쓰럽게만 느껴졌던 내 마음이 많이 바뀐것이다. 
우습게도 그 마음은 고민이었다.
 

떡줄 놈은 생각지도 어쩌고 하는 속담은 어쩌면 날 위해 만들어진게 아닐까? 하지만 아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난 나를
아니까. 
내 성격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윤지와의 계기를 만들시도는 하늘이 두쪽나도 하지 않을거란 굉장히 한심한 자신감이
있었다. 
난 죽어도 그런짓은 못하는 놈이야. 난 소심하다구.
 

그리고 두번째는 형 말대로 윤지와의 관계를 이끌고 갔을때 앞으로 나와 윤지와의 관계다. 난 장담컨대 누구랑도 정식으로
만날 마음이 없다. 따라서 윤지와도 만날수가 없으며 일회성으로 접근하기엔 지금의 윤지는 시한폭탄이다. 
마음을 다하자.
지금까지 그래왔던것 처럼 진심으로 윤지를 대하고 가식없이 바라보자.

"오빠?...................................................................."

"으... 응?................................................................"

"무슨 생각해?.........................................................."

"아... 아냐... 그냥... 왜... 무슨 말 했어?......................................................"

"아니... 멍하게 있길래... 근데... 왜 부른거야?.............................................."
 

오늘은 내가 윤지를 불렀다. 뭔가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윤지와 생활이라던가 계획이라던가 그런것들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윤지를 이사 시키고 싶었다. 지금 있는 원룸은 그놈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았을테니 환경을 아주
바꾸면 윤지도 어느정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고 마침 메인 형이 오피스텔로 들어가면서 살던 방이 4개월 정도는
빈다고 했다. 어차피 월세야 거기서 거길 테니까 윤지만 동의한다면 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윤지야...................................................................................."

"응?........................................................................................"

"요즘도 많이 힘드니?... 잠... 아직도 잘 못자?................................"

"그냥... 그래............................................................................."
 

심드렁한 윤지의 목소리 감정이 말라버린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요새... 일은 어때?.................................................................."

"돈도없는데... 몸이라도 굴려야지..............................................."
 

정말 하기도 듣기도 싫은 말이다. 난 찻잔을 만지작 거리며 다음 할말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밥은... 잘 챙겨먹어?.............................................................."

"오빤... 잘 챙겨먹어?.............................................................."
 

윤지의 반문은 그 자체로 대답이었다. 매일 술마시는 윤지를 보고 있는 나다. 밥을 챙겨먹을리 없다는걸 누구보다 잘 안다.
 

"윤지야... 원래 사람들이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 가잖아... 근데... 지금은 그런게 필요 없을것
 같애... 괜찮니?........................................................................."
 

"응... 말해봐..............................................................................."
 

난 숨을 한번 들이 쉰 다음에 곧장 말했다.
 

"이사하지 않을래?......................................................................"

"이사?......................................................................................"
 

"그래... 그 왜... 여자들은 변화하려고 머리도 자르고 그런다며... 너도 이번에 새로 방을 한번 옮겨보면 아무래도... 어... 마침
 또 좋은 방이 하나 나왔는데 말야...................................................."
 

"왜?......................................................................................."

"응?........................................................................................"

"왜... 내가 내 방에서 떠나야하지?... 오빠 왠지 솔직하지 못한거 같애... 그냥 말해... 눈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니... 방은 그놈 흔적이 있을거 아냐... 너도 기억때문에 힘들테고............................................."

"천만에................................................................................."

"안그래?..............................................................................."
 

"나... 기억 할거야... 그 새끼 흔적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새겨서 저주할거야... 흥... 내 방을 내가 왜 나가?... 이 기억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 나갈거야...................................................."
 

"윤지야..................................................................................."

"됐어... 더이상 말하지마... 오빠가 뭔데?... 오빠 뭔가 착각하는거 아냐?... 대체 오빠가 뭔데 그런것까지 참견해?............."
 

순수한 호의가 매몰차게 거절되었을때 남는건 분노와 머쓱함이다. 난 분노보다는 머쓱함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주
머쓱함을 잊기 위해 말했다.
 

"내가 뭐냐니... 그런 말이 어딨냐... 나로 말할거 같으면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 랄까....................................."
 

"됐어... 미안해... 오빠 맘 알아... 오빠 날 위해서 신경많이 써주는건데... 오빠도 알다시피 요즘 내가 제 정신이 아니잖아...
 이해해줘..........................................................................."
 

물론 이해한다. 그나저나 할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데 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을 이어갔다.
 

"윤지야... 그럼 지금부터... 오빠가 하는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요즘 2차 나간다며?... 그것도 자주........................."

"누가 그래?........................................................................"

"마담 누나한테 들었어... 요즘 갑자기 일 너무 많이 하려고 그런다고..............................................."

"그런데?............................................................................."
 

윤지는 별 반응없이 담담하게 말했고 그게 날 더 힘들게 했다.
 

"그래서... 혹시... 저... 난 네가........................................................"

"아... 일부러 그러는거 아니냐고?...................................................."

"으응... 물론... 내가 너 일해서 돈벌겠다는데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뭐랄까... 아무래도.................................."
 

"오빠...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혹시... 내가 뭐 그 새끼 한테 복수한답시고 내 몸 망가뜨린다... 뭐 이런거 생각하는거야?
 아님... 뭐 어차피 조진 인생 될대로 되라 뭐 이런생각하는거 같아?....................................................."
 

"솔직히 그런 걱정도 있고..............................................................."
 

윤지는 피식 웃었다.
 

"내가 2차 나가는게 마음에 안들어?..................................................."

"아... 아니... 뭐... 아무래도 좀 그렇지... 또 니가 갑자기 그런다니까..........................................."

"돈이 필요해.................................................................................."

"응?............................................................................................."

"돈... 돈이 필요하다고... 집에다 부쳐줘야돼... 오빠가 빌려줄래?................................................."
 

너무 많은 말들이 한꺼번에 가슴속에 엉켜서 오히려 아무말도 못하겠다. 뻐끔거리고 있는 내게 윤지가 말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마... 언니도 참... 그런 말 하지 말랬더니.........................................................."
 

뒷 부분은 거의 혼자말 수준이어서 난 못들은 척 하는 예의를 발휘할수 있었다. 그만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 서로의
삶속으로 녹아들어가야 하는 때인것이다.
 

"윤지야......................................................................................."
 

돌아가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몸 생각해... 제발... 부탁이야............................................................."
 

사람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난 안타까움과 진심을 반반씩 섞어서 보여줄수 있을것 같다.
윤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중얼거린 다음 뒤 돌아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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