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34부
페이지 정보
본문
지우는 수경을 몸에 가깝게 밀착시키고 성큼 성큼 걸어다닌다. 그 기분이 또 이상하게 무척 야한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수경도 50kg은 넘어가는 체중이라 허리가 곧 당겨오고 몸이 쑤셨다. 그래도 그 묵직하게 안겨오며 사랑스럽게 자길 감싸는
여체의 끈끈한 접촉은 정말 기분 좋다. 사랑하는 수경의 부드러운 살결을 쓰슥 쓰슥 마구 쓰다듬어준다. 어쩜 이렇게 피부
하나하나가 다 비단결 같고 참 고운지 백옥이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누구한테 연락 온 거 있니?............”
“아니... 나는 없는데... 아무도 안찾아 흑흑... 최소한 저 방에 있는 놈들이라도 연락올 줄 알았는데..........”
“호호... 못된 친구들이다.. 그취?... 태웅이랑 기태한테서 뭐하냐고 연락이 오길 바라는 고야?.........”
“꼭 그러지는 않은데... 너무 연락이 없으니까 좀 서운하지... 애기는?........”
“언니한테 전화가 왔었어... 아까 안그래도 언니 생각을 했는데... 후후........”
지우는 언니 이야기를 하며 밝게 웃는 수경의 미소를 보고 웃었다. 언니랑 어릴 때부터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고 그러던데
그래도 동생인 수경은 언니를 무척 좋아하고 잘 따르는 눈치다. 서로 나이가 들고 나서는 많이 친해졌다고 한다. 그 언니라는
사람에 대해서 지난번에 조금 들은 것 외에는 거의 아는 정보가 없어서 궁금해진 김에 지우는 수경의 언니에 대해서 캐묻고
싶어졌다.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지우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어...? 이 사람이 왜 이럴 때 연락이 와?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 품 안에 안겨있는 수경의 눈을 애써 외면한다.
액정에 뜨고 있는 이름은 우습게도 단 세글자로 [못된 년]이라고 입력된 이름이었다. 이게 누구냐면 지우랑 같은 단지 내에
사는 누나 ‘주나은’이다. 하하하 얼마나 나은이 지우에게 그동안 밉살스럽고 못되게 굴었길래 이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아무튼 지우는 뜬금없이 여친과 포옹하는데 걸려온 나은의 전화에 혼비백산했다. 뭐지? 절묘한 타이밍인데 이 마귀할멈이
무슨 일이야 수경의 눈치를 초조하게 살피며 받지 않는다.
“왜... 그래...? 전화 받아야지... 누구야... 못된 년... 이 누군데?... 풉... 푸하하하하~”
“있어... 하하하... 별로 안 친한 사람인데 하두 성깔이 드러워서.......”
“받아... 그래도 걸려오는 전화는 안받고 그러면 안돼... 얘...........”
“그래도 돼?... 좀 불편한 사람이라서 안받고 싶어서 그래... 아... 전화 끊어졌다... 휴~”
“쿡쿡쿡... 지우씨... 나 무거울텐데... 이제 그만 내려갈래... 민망해요...........”
“안돼... 이러고 있어... 내꺼야 넌... 흐흐... 안 무겁다니까?... 정그러면 내가 침대에 앉을게..........”
“응... 아니야... 뒤로 아예 누워... 아까처럼 다시... 내가 기댈게.. 호호...........”
“아... 좋다... 너 살 진짜 부드럽구나.. 애기야... 꿀피부 진짜 최고인 듯..........”
“히히... 고마워... 나도 지우 너 피부가 부드러워서 좋아............”
화려한 외관의 고풍스러운 중세 분위기 예식장 바짝 얼어있는 현준이 당찬 걸음걸이의 영애를 따라 들어선다. 도회적이고
약간 이지적인 마스크부터가 어느 자리에 나타나도 빛이 나고 자연스럽게 이목을 끄는 그 모습이 눈부시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외모가 볼품없다고 느끼고 자신이 없는 현준이라서 그런 누나의 옆에 서서 공공장소에 나타날 때면 자주 위축이
된다. 현준의 섬세한 마음을 늘 신경쓰는 영애 일부러 차에서 내리기전 트렁크에 준비해놨던 깜짝 선물을 주었다.
“갑자기... 저 놀래키려고 깜짝쇼 하시는 거예요??...........”
“어때서?... 후훗.. 예의를 갖춰야하는 장소니까 신경써서 나쁠 건 없잖아........”
“그게 아니고... 그냥 봐도 제법 값나가 보이는데요........”
“괜찮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 입히는 건데.. 호호... 여기서 입긴 좀 그러겠지?........”
“하하... 저쪽에 화장실 가서 갈아입고 올게요... 누나 고마워요...........”
시원한 고급 무지 슬림핏의 반팔 남방과 그에 잘 어울리는 검은색 스판덱스 일자바지에 구두까지 검은색 유광 나는 수제화로
통일시켜 주었고 마지막으로 프레피룩을 연상시키는 아가일 패턴의 양말이 은근 지적인 느낌을 준다. 현준은 생전 처음
접해보는 패션 아이템들을 어안 벙벙한 눈으로 구경하다가 구겨지지 않게 주섬 주섬 눈치를 보며 잘 맞춰 입었다. 잘 모르긴
몰라도 일단 구두에서 십 오륙만원 깨지게 생겼고 다해서 가볍게 4~50은 넘는 것 아니야? 아무 말도 없이 비밀로 사온
영애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엄청난 감동과 감사를 느꼈다.
“입었어?... 잘 어울리네?... 역시.. 크크... 키가 크고 어깨가 넓으니까 듬직하고 멋지구나... 야......”
“고맙습니다... 누님... 정말 감동이에요... 일부러 제가 죄송해할까봐 말도 안하시고.........”
“쿡쿡... 낯뜨거운 인사는 생략하자 쭌아... 너무 겸손해하지 않아도 돼... 자.. 가자.......”
“넵... 헤헤... 핸드백은 저 주세요... 무거워보이는데 잠깐 들게요........”
“싫어... 남자가 이런걸 왜드니?... ㅋㅋ 누가 볼까봐 겁난다... 얘..................”
일단은 신경을 써준 것에 대해 자질구레한 감사는 뒤로 미룰 수 밖에 없는 것이 예식장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나름 붐비는
사람들의 물결에 현준은 긴장한다. 간편복장들도 많지만 신경써서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면 기가 죽었다. 신랑 신부
지인들이 제법 많다. 영애와 현준은 우두커니 로비 가운데 멈춰서서 내부를 구경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남자답고
훤칠한 체격의 현준을 힐끔거리는 여성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홀로 ‘여배우 포스’를 강하게 내뿜는 영애의 매혹적인 자태에
손님으로 찾아온 사람들도 접객중이던 직원들과 양가 관계자들도 뚫어져라 입을 벌리고 시선을 그녀에게서 거두지 못했다.
옅은 갈색 상하의 간결한 투피스 패션에 이채로운 빛깔의 푸른빛 티셔츠 잘 어울리는 커피색 스타킹이 아름다운 긴 각선미를
아찔하게 돋보여준다. 다리는 얼마나 길고 예쁜지 그 멋진 하체를 고스란히 감싸주는 스타킹의 숨막히는 유혹이란 요염하고
세련된 미모를 빛내주는 검정 하이힐까지 오늘도 언제나처럼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서 있는 영애의 자태였다.
보이지 않게 휙휙 눈 돌아가는 소리 빠르게 위아래로 더듬는 짙은 시선들이 느껴진다. 현준도 사람들의 그 수많은 시선을
느꼈다.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끈적거리는 남자들의 눈빛인데 멀찌감치 서서 계속 영애를
힐끔대던 한 남자가 이쪽을 향해 처벅처벅 다가온다.
“저어... 실례합니다... 신랑 신부 어느측 하객으로 오셨습니까?........”
“앗... 안녕하세요... 신부 김xx양 쪽 하객으로 왔는데요.......”
“그러시군요... 저는 오늘 오게 된 신랑 사촌되는 사람입니다... 이쪽 분은 일행이시죠?... 괜찮으시면 잠깐만 시간좀 빌릴수
있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실실 웃으며 영애에게 미소를 잃지 않는 젠틀한 남자 현준은 그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작업걸 수작으로 영애에게 온 걸 알고
있었다. 조금 여인의 비위를 맞춰주며 자신도 배려해주는 멘트를 하나 싶더니 이놈 봐라 잠깐만 빌리겠다며 닿을 듯 말 듯
영애의 작은 어깨를 감싸며 데려가는 게 아닌가 어차피 넓은 로비 한켠에서 이야기하는 거라 딱히 제지하기도 뻘쭘하고 해서
내비려두었다. 영애는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남자의 이끌림에 어색하게 웃으며 현준쪽을 힐끗거린다. 현준은 애써 웃어주며
슬쩍 손을 흔들어준다. 괜찮으니까 잠시 나누고 오라고 살포시 웃으며 현준에게 눈웃음을 짓는 영애는 남자에게 경계를
풀지 않지만 대화를 능청스레 잘 유도하는 그의 화술에 얼마 안가서 조금씩 웃음을 터뜨리며 그런대로 호응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니 현준은 슬슬 가슴 깊은 곳에서 불이 솟는다. 잠깐만 빌리겠다더니 벌써 7분이 넘게 누나를 데려가서
놔주지 않는다. 영애는 계속해서 현준쪽을 미안하여 곁눈질하는데 신랑측 안내처에서 부르는 소리에 남자가 짙은 아쉬움의
눈길로 머뭇 머뭇 거리더니 어렵게 입을 뗀다. 슬쩍 핸드폰을 꺼내어 영애의 연락처를 따려는 눈치다. 그 모습을 보니 현준은
주먹에 힘이 꽈악 들어갔고 영애는 구슬땀을 흘리며 현준의 눈치만 살핀다.
“휴우~ 미안해 쭌아... 너무 오래 붙잡혀 있었지... 나... 잠깐 설명할 이야기가 있대서.......”
“괜찮아요... 폰 번호를 따려고 저녀석이 수작걸던데... 번호는 주셨어요...?..........”
“역쉬~ 눈썰미가 호호... 어떻게 했을거 같아... 내가 줬을 것 같니?............”
“아뇨... 안주셨을 거라고 믿어요... 헤헤...........”
“안줬어... 호호... 근데 둘러대느라 애를 먹었단다............”
“뭐라고 진땀을 흘렸는데요?... 말해봐요... 어서... 흐흐...............”
믿는 누나에게 안도하며 웃는 현준과 영애는 현준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남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가 보기에
현준은 추정 나이 27세에서 29세 가량의 20대 후반으로 보였고 심지어 영애는 그보다도 더 어리게 읽었다는 것이다. 외모의
공통점이 없는 두 사람이라 애인으로 봐도 무방한 사이인데 현준이 들으면 폭발할 얘기지만 남자는 영애에 비해 아주 많이
떨어지는 현준을 보고 설마 애인은 아니겠죠 라고 실실 웃어가며 영애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다.
“악의는 전혀 없는 사람이니까... 뭘 모르고 자기 눈에 비친대로 말한거야... 그러니까... 화내지 말고 제발... 알았지?......
호호... 인상~ 인상 펴 쭌아~”
“알겠어요... 그래도 화가 나는건 어쩔 수 없잖아요......... 저 자식을 콱.........”
“지금은 식이 시작도 안했으니까... 소란 피우면 곤란하고... 이따가아~ 식사할 때나 한가해질 때... 저 사람 우연히 만나면
한소리 좀 해줘........”
“으응?... 누나는... 내가 따끔하게... 아니 작게라도 뭐라해주길 바라는 말투네요.........”
“그취... 나도 자존심 상할 수 밖에... 버젓이 내 남자친구라고 말을 하는데도 아랑곳 안하고 자기 할말만 하는데 얼마나
얄미운지.. 그리고 널 은근히 무시하는데 기분 나쁘더라........”
“하하하하... 알았어요... 기회가 되면 잠깐만 손좀 봐주죠... 뭐...............”
“호호... 아.. 배고프다... 나도 아까 너처럼 뭐라도 대충 먹어둘걸... 응??............”
현준이 영애의 달래주는 애교에 실실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려는데 어라 아까 뱀눈을 한 실실 웃는 남자말고 또 다른 남자
둘이서 쭈빗쭈빗하며 다가왔다. 역시 큰 덩치의 현준을 의식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더니 둘다 얼굴이 제법 빨개져서
스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영애에게 말을 건다. 또 안봐도 비디오다. 영애의 수려한 미모에 넋을 잃고 접근해온다.
젠장 나는 투명인간이냐? 이 녀석들아 내가 지키고 서있는데 수작을 걸어? 영애의 온화한 부탁에 차마 눈에 힘은 못주고
어색하게 웃는 현준이지만 어거지로 실실 웃는 눈매가 츠르르 떨리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여튼 두명의 남자들은 끝없이
영애의 아리따움을 칭찬하며 환심을 사느라 바빴다. 가만히 지켜보던 현준도 예쁜 자기 여자를 감탄하는 말을 듣다보니
기분이 나쁘진 않다.
어딜 가도 저렇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매력의 누나 틀림없이 나만을 좋아해주고- 자기는 입을 열어 내
여자라고 떳떳하게 말해주는 사람이지만 이럴때를 맞으면 금방이라도 누가 낚아채갈 것만 같고 내게서 순식간에 멀어질 것
같아서 겁나고 가슴이 떨린다. 정상적인 연애 관계라도 떨리는 마음이 드는 법인데 그렇지 못한 불륜 연인이라서 그런 아주
조급한 압박감이 더 드는 모양이다. 현준은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려고 수차례 심호흡을 하였다. 쓸데없는 생각말자구.
“갔어... 휴... 두명 보내고 나니까 또 두명이 번갈아서 온다... 미치겠네 정말... 지금 온 사람들은 둘씩 둘씩이라서 그런지..
아까 남자보다 더 끈질겨.......”
“그래도 금방 보냈네요... 연락처 달라거나 헛소리 안하던가요?........”
“응... 내가 아주 그런 말은 입도 뻥긋 못하도록 단호하게 대했어... 호호~ 나 잘했지~”
“잘했어요... 하하... 귀여워... 이쁜 누나 헤헤... 그럼... 아까 그 능글맞은 녀석은 연락처를 따려는 시늉을 했잖아요?.....
그놈... 아니 그남자한테는 약간이라도 빈틈을 준거네요?........”
“그... 그건... 그 남자가 워낙 말을 잘해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분위기가 히히~ 미안해..........”
“쳇... 거절했으니까... 됐어요... 누나도 얼마나 난처했겠어요... 고생하셨어요............”
“히히... 이리와 쭌아~ 여기 로비 가운데 죽치고 있으니까 자꾸 사람들에 채인다... 이제 접수처에서 방명록 작성하고...
우리 슬슬 이제 들어가자..........”
영애는 현준의 뺨을 살며시 손등으로 쓰다듬으며 그의 다부진 팔근육도 만져주었다. 그 찌릿한 감촉이 아주 기분 좋아서
인상을 풀고 헤헤 웃는 현준이다. 기분 상하지 말라고 살살 애교를 부리며 현준의 팔을 꼭 잡고 데려간다. 아직 청년의
머릿속은 무려 다섯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번갈아가며 작업하던 그 광경으로 차있다. 그런데 그 신경을 쓸 수가 없다. 바짝
붙은 영애의 향긋한 살내음과 달콤한 향수에 정신이 몽롱해지기 때문이다.
현준은 꿈꾸는 듯한 영애의 체취에 마음을 전부 빼앗기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에 잠긴다. 평소에도 지나가며 종종 헌팅을
당하는 누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장소가 장소라 예쁘게 신경을 쓴 옷차림과 결혼식장의 샹들리에와 각종 따듯한 색감의
조명이 누나의 의상과 멋지게 시너지효과를 일으켜서 더욱 많은 파리떼들이 꼬이는 것이 아닐까 오늘따라 아주 빈번하게
작업당하는 누나의 난처한 모습을 보며 그 생각을 떠올린다.
쾌적한 예식장에 나란히 앉아 마치 작은 공연이라도 보이듯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예식 하객들도 훈훈한 분위기에서
정담을 나누고 시간은 금방 흘러 예식이 끝난다. 불필요한 실수를 할까봐서 긴장해서 각잡고 앉아 있던 현준도 사회자의
능청스런 개그 멘트에 일단 터지고 축가를 불러주러 우루루 몰려온 사람들의 노래를 들을때는 완전히 긴장이 풀렸다.
그러면서 상상한다. 이렇게 편안하고 달콤한 분위기에서 행복을 느끼며 누나와 함께 서고 싶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꾸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는 청년이다.
허기진 배를 참으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정성이 깃든 다양한 뷔페들에 이성을 잃고 침을 흘리더니 멀쩡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후다닥 빠르게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이상하게 보일까봐 슬쩍 슬쩍 영애가 현준의 옆구리를
가볍게 찔러 눈치를 줬다. 현준도 피시식 웃으며 너무 걸신들려 보이지 않도록 템포를 조절한다.
“후아아..... 번개같이 먹어치웠당 그취~ 히히히... 배부르게 먹으니까 기분 좋아~~~”
“어린 애 같다구요... 하하... 잘 먹고 나면 행복하게 웃는 표정이 진짜 귀여워요..........”
“아무렴 어때?.. 배가 부른데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있을라구... 히잇~ 쭌아... 나 커피타줘잉... 히힛... 쪼기~ 저기에
커피믹스 있쪄... 언농~~ 웅웅..........”
“큭... 여기 사람들 다녀요 누나~ 너무 혀가 막 짧아지는데요?... 키키...........”
“훗... 누가 듣겠어... 얼른~ㅎㅎ 이리와... 커피만 마시고 얼른 가자 우리..............”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해맑은 영애는 기껏 옷은 도도하고 섹시한 느낌으로 멋부려 놓고 하는 행동은 아주 애기
같다.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슬쩍 흐트러진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 현준은 미소가 떠나지 않으며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영애와 몇가지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먹은 뒤에야 두 사람은 식장 입구를 나선다. 근데 아놔 아까 맨처음 영애를
보고 반해서 현준이 있는데도 멀리 그녀를 데려갔던 남자가 마침 주차장 근처에서 시동을 켜고 있다. 영애는 아주 빠르게
지나갔는데 현준의 큰 덩치는 눈에 확 들어오다보니 남자는 부리나케 차문을 열고 헐레벌떡 숨을 헐떡이며 다가온다.
“잠깐만요! ...... 하아.. 하아... 여기서 또 뵙는군요..... 이제 출발하시는 건가요?..........”
“네... 여기서 뵙게 되네요... 호호.. 저희 이제 가려구요... 무슨 일로 또 오셨어요?................”
“하하... 그 웃으시는 미소가 제 지친 가슴을 위로해주네요... 너무나 아름다우신 분을 오랜만에 뵈서... 제 주책맞은 심장이
조금도 가만 못있나 봅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음... 거듭 아까에 이어 결례인 줄은 알지만... 연락처를 주실 수
없을까요?... 아.. 오해는 마세요... 다른 의도가 아니에요..... 참 여기는 제 명함... 아까 드린다는 것을~ 저희 일가친척들
이제 곧 피로연 장소로 이동할 겁니다... 영애씨도 xx 누님과 가족 되시는 분이니까... 꼭 오셔야해요..........”
“저기... 거기까지 하고 이제 그만하시죠... 저도 참을만큼 참았는데요............”
“옆에 분은 왜 흥분을 하십니까?... 저는 불순한 뜻 없이 그저 모임을 알려드리러 온건데요..........”
“우리 오빠 말이 맞아요... 그만해주세요... 저희 따로 움직일 일이 있어서요...........”
“그... 그게..... 저어... 두분은 실례지만~ 정말... 교제하는 사이가 맞으십니까?.. 뭐 나쁜 뜻은 아니고 제가 보기에는... 헉!”
“좋게 말로 그정도 했으면 됐잖아... 당신도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지... 내가 그럼 무슨 사이로 보여??.............”
“컥... 컥... 이 이거 놓고 말하자... 숨막혀.........”
“앗차... 미안합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괜찮아요?..........”
“이 사람 이거... 하아.. 하아.. 금방 한 대라도 칠 기세네요... 무서워서 말을 못꺼내겠구만.........”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언능~ 가시죠............”
“꾸울꺽... 정말.. 저 여자분이 애인 맞는거죠?............”
“그런건 왜 자꾸 묻냐구요?... 진짜 한대 줘터져야 정신차리겠네... 이 자식이.............”
“그게 아니~ 다른 뜻이 있는게 아니라 저희랑 볼일이.. 헉............”
집요하게 미련이 남는지 괜히 시덥잖은 꼬투릴 잡으며 깐죽거리던 남자 현준의 매서운 안광을 보자 찔끔 오줌이 지리도록
모골이 송연해진다. 오싹한 한기를 느끼며 비굴한 녀석은 서둘러 물러섰다.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으면
그래도 너그러운 얼굴인데 현준이 힘주어 눈을 째리자 순간의 공포에 견딜 수 없던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영애는 먼저
운전석에 타서 해맑게 웃고만 있다.
“어서 타... 저런 괴상한 사람 상대할 필요없어... 고생했다 얘... 에어컨 틀어놨어..........”
“그냥... 툭 터놓고 말해도 되죠.. 누나... 저 새끼가... 죄송해요... 저 자식이 누나랑 저랑 사귀는 사이는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말하잖아요.......”
“또 그랬니?.. 아까 나한테도 드러나게 말은 안했지만 그런 뉘앙스로 얘기하길래... 들으면서 기분이 상했는데... 너한테도
그런 말을 했어?..........”
“네... 쫌... 그렇게 보일 수 있는건 아는데... 그래서 겁좀 살짝 줬어요.. 그랬더니 꽁무니 빠지게 따다다 쫓아가네요.. 하하”
“잘했어..그럴때는 무시하는게 상책이야... 너무 마음에 두지 말고 기분 풀어... 쭌아... 시원한 바람쐬면서 우리 얼릉...
드라이브 하자.. 히히~”
“하하하... 귀여워... 이제 어디로 갈거에요.. 진짜 온양인가~ 그쪽으로 온천하러 가요?.........”
“아!.. 맞아... 그 말한줄 나도 까먹고 있었네... 에헤헤... 내가 정신이 없다.. 야.. 갈까?..........”
“가고 안가고는 누나 마음이지만... 기대를 했죠.. 저는 은근히 흐흐........”
“ㅋㅋ 뭐야~ 말을 똑바로 하셔요... 가기를 바라는 얼굴이야?... 어디보자 시간이 벌써 네시 반 가까이 됐네.. 가는데 30분...
온천갔다가 목욕하고 쉬고.. 서울 가면~ 에공.. 줄잡아도 여덟시쯤은 되야 서울 도착하겠네.. 괜찮을까 모르겠다.........”
“오늘 스케줄 별일 없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또... 어디 가셔야 하나요?..........”
“아니야... 아직 정해진 일정 아무것도 없어... 우리 남편이 불시에 연락오지 않으면...........”
“그 유난떠는 귀여운 아드님 있잖아요... ㅎㅎ”
“호호.. 지우?.. 지우도 지우지만 선우도 토요일 같은 휴일은 같이 놀자고 난리긴 해.. 근데 오늘은 미리 말을 해뒀으니까...
엄마 종일 바쁘다고.. 아! 맞아... 생각난게 하나 있다... 저기 현준아... 우리 미안한데... 온천 목욕은 담에 가자......”
“에구~ 또 뭐예요...?? 스케줄 생각난거 있어서 서울 가야된다구요?.......”
“ㅋㅋ 인상쓰지말아요.. 미간에 주름생겨... 히히~ 나쁜 소식이 아니야... 스케줄은 있는데... 너한테도 좋은 소식일걸?...
누구 만날 사람이 있어... 물론 여자야!..........”
“여자라구요?... 여자라도.. 우리 둘만의 시간인데...........”
“응... 그게... 그럴말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거든............”
영애의 이야기를 듣는 현준은 그야말로 놀눈이 둥그래졌다. 만날 사람이 유명 영화배우 정유미라니? 그것도 누나의 오랜
친구라고 놀라움의 연속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오늘 결혼식 끝나면 천안서 서울 올라오는 길목에 오산에서 촬영을 마치고
짬이 나는 유미가 얼굴 보자고 했던 기억이다. 이 생각이 왜 이제야 났지?? 이놈의 건망증은 영애는 불가피하게 말을 바꾸게
돼서 무척 미안하지만 덕분에 유미 이야기를 털어놓게된다.
“정말이에요?... 정유미가 누나 친구예요?... 앗... 죄송해요... 정유미 씨가 친구분이라니 정말예요?........”
“그렇다니까... 키키... 진짜 마니 놀란다... 나같은 서민하고는 클래스가 다르긴 하지?... 오산에 세트장이 있어서... 오늘
천안 간댔더니 중간에서 만나쟤... 차 끌고 온다구........”
“안될... 이유는 없어요... 저도 탑 탤런트 본다는데 싫지 않죠...........”
“싫지는 않아도... 긴장되고 떨려서 그런 거지?.. 부끄럽기도 하고.............”
“뭐야... 왜 직접 누나가 말해요... 맞아요... 그런거.............”
“호호... 척이지~ 쭌아!.. 괜찮아... 평소의 너답게 넓~게 가슴에 팍! 자신을 가지렴... 전혀 겁낼 필요가 없는 아이야...
그리고.... 일부러 너를 만나게 해줄 이유가 또 있어..........”
“일부러 만날 이유라구요?... 그건 또 뭐에요... 점점 미궁으로 빠지네... 궁금하게스리.....”
“호홋... 가면서 얘기해줄게... 음악이라도 듣자~♪”
가면서 말해준다던 것도 잠시 영애는 좋아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를 틀어놓고 현준과 함께 카펜터스의 yesterday
once more를 따라 부르면서 즐거운 분위기다. 오늘 마침 잔잔한 음악만 선곡해서 편안하고 차분하니 좋다. 철수 아저씨의
걸쭉한 말을 듣던 영애는 사연에 킥킥 웃음을 터뜨린다. 유미를 만나게 해주는 이유가 궁금해 죽겠는 현준 음악과 사연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지만 좋은 음악을 들으며 기막힌 사연 내용에 영애와 배꼽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차는
금방 번개같이 달려 오산 근경에 도착한다.
현준의 눈치를 살피는 영애 유미에게 전화를 건다. 뚜르르르 아까 출발할 때 잠깐 통화하고 다시 거니 안받는다. 세 번째
시도만에 전화를 받았다. 영애는 현준의 눈치를 보며 피식 피식 웃는다. 현준도 누나가 무슨 얘기를 하나 궁금해서 가볍게
귀를 들이대고 침을 삼키고 있다.
“오겠대! 이쪽으로 지금... 내가 네비 찍고 가겠다고 했더니... 그럴 필요없다고~ 자기 오늘 촬영분 끝나서 여유만땅이라고...
한사코 일루 오겠다네........”
“짱이다... 그 대단한 여배우가 친구 만나러 일부러 차를 끌고.........”
“하하~ 배우도 사람이야... 얘... 막상 만나보면 별다른 것도 없다고 너도 느낄걸?... ㅋㅋ~ 얘 엄청 소탈한 애거든... 권위
의식 이딴거 하나도 없는 애야... 진짜로............”
이윽고 영애가 잠시 뜸을 두더니 배시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긴장한 기색으로 어렵게 입을 열어 한 이야기는 현준을
한층 더 놀라게 했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유미가 영애와 현준의 관계를 낌새를 채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니 정확히는
그 대상은 누군지 당연히 알리 없지만 적어도 영애가 누군가와 연애중이라는 사실은 눈치를 채고 있었단다. 그 이야기는
지난번 애슐리에서 지우 나은을 데리고 만났던 그 날 오갔었다. 유미는 그전까지 익히 알고 지내던 영애 분위기의 흐름과
아주 미묘하지만 요 근래 들어 뭔가 뒤바뀐 영애의 느낌 변화를 귀신같이 감지해낸 것이다.
너 요즘 연애하니? 아니 연애하는 거 맞지? 라고 대놓고 묻는다. 워낙 친한 사이고 거의 숨기는 것이 없이 소탈한 친구간이라
그런지 급 당황한 영애는 차를 마시다 반 뿜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동요하는 모습에 심증을 굳힌 유미는 씨익~ 웃으며 짖궂게
채근하였다. 그리고 영애도 마침내 사근 사근 웃으며 조심스럽게 썸남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말했어요?!!?...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응... 걔는 눈치가 백단이라 한번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하면 무슨 탐정처럼 계속 물어봐... 그리고 자기 덫에 걸려들었다~
싶으면 포기도 안하는 애고... 나쁜 의미가 아니고... 호호.. 나랑만 있으면~ 굉장히 짖궂게 변해서............”
“그게.. 문제가 아니구요... 아휴... 제 이야기는 거기까지만 하셨어요?.......”
“어떤 대상이 있다~ 라고 이야기했고.. 나보다 많이.. 젊다.. 라는 이야기까지 했어.......”
“헉... 그런 얘기도 해도 되겠어요? 누나.. 무려 아들뻘인데......”
“큭큭... 현준아 진짜 미안해... 저기 그..... 너 가끔 나한테 자폭개그 하잖아......”
“...?? 아~ 내가 얼굴이 많이 삭았다는 개그요~ ㅋㅋㅋ~ 괜찮아요, 저도 재밌거든요... 상대적으로 훨씬 동안인 누나랑
있으면 어차피 비슷해보인다는 말... 이거요?...........”
“응.. 히히.. 나는 물론 그렇게 생각은 안하지... 현준이 넌 그래도 어린 앤데 어떻게 나랑.. 그건 너무 과장이 심하고... 나도
나이든 아줌만데 히히... 아무튼 그래서.. 미리 사과를 할게... 미안한데.. 우리 유미한테 너 나이를 올려 말하자.........”
“무슨 말하시나 했더니... 그 얘기 할려고 돌아오셨네... 하하하... 좋아요~ 까짓거... 몇 살 올릴까요..... 우리?... ㅋㅋ
저... 한 서른 둘까지 들어봤어요............”
“아휴... 키득 키득~ 얘 너무 멀리갔다.... 그 정도는 아닌데!... ㅋㅋ”
“말하는 자기도 웃으면서...... ㅎㅎ 삭은건 삭은거에요... 뭐 사실인데~ 그럼 누나가 나이대를 골라봐요..... 아님 우리가
열여덟살 차이니까~ 음... 플러스 마이너스 9 해서... 스물 여덟로 하는게 무난하지 않을까요?...... ㅋㅋㅋ”
“너... 진짜 괜찮은 거니?... 이상하게 신나보여 지금... 기분 안 나빠...?”
“기분이 왜 나빠요?.. 모처럼 장난치고 같이 속이는건데, 재밌으면 재밌죠 카카~ 해봐요.. 어떻게 나오나 반응도 궁금한데...”
“흠~~ 스물 여덟이라... 그렇게 많이 들어보이진 않는데..........”
“그렇게 해요... 온천 못간 대신에 제가 시키는대로.. 흐흐흐...........”
“킥... 알겠어요.. 현준씨 시키는대로 하죠... 힛... 아... 또 전화왔다............”
겉으로 태연하게 웃었지만 현준은 엄청 떨렸다. 당연한 일이다. 모니터와 커다란 영화관을 통해서만 보던 얼굴인데 대단한
명성의 배우를 직접 만난다니?? 태어나서 연예인 얼굴 본적이 거의 없는 그에게 특히나 아름다운 미모의 여배우는 가슴이
쿵쿵 뛰는 체험이다.
관련링크
-
https://www.19guide03.com
4043회 연결
- 이전글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35부 23.01.11
- 다음글남학생의 로망은 친구들의 엄마 - 33부 23.01.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