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이야기 - 2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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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효은의 몸에서 피어나는 향기마저 엄청 자극적이다. 방효은이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에게 오빠 오빠 하면서 나에게
팔짱을 꼈다. 그럴 때마다 내 팔은 일부러 뒤로 밀려가서 방효은의 가슴을 지긋이 누른다. 방효은도 분명 알고 있을 텐데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팔을 살짝 당겨간다. 딱 한번 나를 흘겨본 적은 있는데 결코 싫어서 그러는 것 같지 않다.
"이제 보니까 완전 나쁜 오빠네.........."
살짝 웃는다. 보조개가 패이는 뺨이 발그레해지는 것이 너무 깜찍하다. 매장의 테이블에서 프로그램 테스트를 하면서도
방효은은 내 옆에 팔짱을 끼고 나에게 찰싹 붙어 앉아 있었다. 방효은은 내 팔을 당겨간다. 우리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방효은의 머리는 내 머리와 거의 닿아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내 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녀의 숨결은 바로 내 귀로
쏟아진다. 도대체 날더러 어쩌라고? 나도 가끔씩 정신이 아찔 하며 숨이 막혀올 때가 있었다. 맑고 하얀 방효은의 얼굴에는
또다시 붉은 기운이 감돈다.
방효은과 나는 진짜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힐끔거릴 정도이다. 나도 엄연히 건강한
남자인데 이런 방효은을 일이 끝났다 고해서 어떻게 바로 집에 보내는가? 더구나 영화를 보고 나와서 방효은은 내게 말했다.
"원래는 친구 만나기로 했었는데... 걍 오빠랑 쭉 같이 있을래..........."
방효은은 휴대전화기를 꺼내더니 종료버튼을 눌러버렸다. 나는 감격해서 나도 방효은을 따라서 했다. 이날 저녁에 윤기숙의
3인방과 스터디 약속이 있는 날이다. 내일은 아마 한바탕 난리가 날 것 같다. 극장에서 나와서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선
시간은 밤 9시쯤이었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내가 방효은을 그녀의 아파트 입구에 내려주고 내 오피스텔에 도착한 것은
새벽 3시가 다돼서였다. 우리가 푹 쉬고 다음날 아침에 집에 가는 것보다는 오늘은 이 정도에서 헤어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집에 오면서 택시 안에서 나는 계속 방효은의 생각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팝콘을 내 입에 넣어주면서 벙효은은 손가락까지 같이 넣어주었다. 그럴 때마다 방효은은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분명 방효은이 일부러 그런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방효은이 전혀 놀라지도 않고
또 내 입에 들어있는 자기 손가락을 빨리 빼지 않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팝콘 두개를 입안의 한쪽으로 몰고 그녀의
손가락을 혀로 감아서 더듬으며 빨아버렸다.
"효은아... 미안해.........."
"아니야... 내 실수로 그런거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방효은은 젓가락을 쪽쪽 빤 후에 고등어에서 가시를 발라냈다. 그 젓가락을 다시 입에 물고 쪽쪽
빤 후에 고등어 조각을 내 입에 넣어주었다. 내 입에 들어온 그 젓가락을 나도 입술로 물고 쪽쪽 발았다. 방효은은 젓가락을
다시 자기 입에 넣고 쪽쪽 빤다. 내가 생선을 먹는 것을 바라보다가 나에게 물었다.
"오빠... 내가 주니까 맛있어?........"
"황홀해... 미칠 정도야............."
내가 한 이 말이 어떻게 거짓말일 수 있는가? 방효은이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일 때에는 민소매의 앞자락이 아래로 늘어지면서
벌어진다. 그러면 그 안에 들어있는 두개의 봉우리와 뽀얀 경치가 내 눈에 훤히 들어오면서 내 숨을 막히게 했다. 어쩌다가
한쪽 어깨끈이 어깨에서 팔로 미끄러져 내려가기라도 할 때의 아찔함이란 아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둘이서 소주
한병을 비웠다. 식당을 나와서 나는 방효은에게 물었다.
"소주 마신 것 괜찮니?........."
"그게 뭐 어때서?... 난 전혀야... 그거 한 병으로 우리 둘이 나눠 마셨는데............."
"효은이는 술이 쎈가봐?..........."
"나... 그런 소리 쫌 들어... 그런데 오빠가 위험한데?... 걸음을 똑바로 걷지 못하고.. 자꾸 내 쪽으로 부딪혀오잖아........"
나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내가 방효은 쪽으로 비틀거린 것은 결코 술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뱉지 않았다. 방효은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나를 부축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갔다. 또 우리는
치뤄야 할 거사도 당당하게 치뤘다. 택시가 오피스텔에 와서 내가 내렸을 때 술은 이미 다 깼는데도 나는 약간 휘청거렸다.
오피스텔로 들어갔는데 지혜가 공부하다가 내 소파에서 자고 있다. 원피스는 아래자락이 위로 말려 올라가서 이미 티셔츠가
되어있다. 배꼽까지도 가리지 못하고 있다. 지혜가 자면서 몸부림을 친 것 같다.
하얗게 드러난 지혜의 몸에는 손바닥보다도 훨씬 작은 하얀 삼각 팬티가 지혜의 그 부분을 감싸고 있다. 그것도 좌악 벌린
허벅지 사이에서 나는 요염한 지혜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두 눈을 꼭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얘는 아직 고딩이야... 정신 차리자................."
나는 지혜의 원피스자락을 끌어내려서 바로 해주었다. 지혜는 끔틀거리면서 신음을 쏟는다. 내 손이 가지 않아야 할 곳에 간
모양이다. 나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들어가서 잤다. 다음날 아침에 아이린이 나를 깨웠다. 그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보고 말했다.
"지혜가 어제 밤에 소파에서 잔 것을 알고 있어요?.........."
"내가 너무 늦게 들어와서 깨우지 않고 그냥 뒀어요... 걔 아직 거기서 자요?................"
"내가 깨워서 내려보냈어요... 그런데... 둘 사이에 아무 일 없던 것 맞죠?............."
"누나!.. 내가 지혜를 어떻게 하기라도 했단 말이야?..........."
"아니... 그게... 그게 아니고............"
그 날 낮에는 애들과 공부하고 저녁에는 스터디에 나갔다. 어제 일에 대해서 나는 3인방에게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도록
빌어야 했다.
"다 좋은데... 왜 전화기를 꺼놓는데요?.........."
"배터리가............."
"오빠가 배터리를 챙기지 않았다고?... 그 거짓말을 지금 우리보고 믿으라고?... 너희들 이거 믿어져?.........."
"절대 아니지... 커플링을 낀 여친은 챙기지 않아도... 충전기나 예비배터리는 목숨 걸고 챙기던데?..........."
나중에 공부하면서 나는 윤기숙의 눈치를 계속 살폈는데 윤기숙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끝까지 공부만 했다. 나중에 우리는
신촌으로 권혜주에게 갔고 나는 바가지를 썼다. 그런데 왠지 결코 싫거나 불만이 생기지 않았다.
그 다음 주에는 방효은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카메라의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그 후로는 우리 멤버들이 매장에 들어갈 때
이 카메라를 목걸이처럼 목에 걸기도 하고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우리는 각 매장들이 잘 못하고 있는 것들을 점차로 고쳐
나갔다. 이것은 나라마트가 경쟁력을 갖고, 다른 대형 마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나에게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했다. 그렇지만 이 일을 하면서 최수희로부터 나라마트 본부가 정하는 매장을 운영하는 방법과 원칙을 배우고
또 각 매장들은 왜 이것을 지키지 않는가도 배웠다.
이제 8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 일주일만 지나면 학교 방학도 끝이다. 그래서 우리 팀 6명은 다음 주를 휴가기간으로
정했다. 우리는 <매장 감사팀> 새로 팀을 꾸려서 일을 하느라고 아직 아무도 여름 휴가를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혜와
경식이는 여름 방학 내내 공부한다고 책과 씨름하고 있다. 내가 낮에 일하러 가있는 동안에 애들은 내 방에서 공부하고 나는
퇴근하고 나서 매일매일 공부한 것을 체크했다. 1학기에 미처 하지 못한 것을 해결하고 2학기를 준비하는 데에 한달이라는
방학은 턱없이 부족했다. 두 남매는 바닷가에라도 가고 싶어 하는 눈치이다. 내가 보기에도 딱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나는 아이린에게 이런 상황을 모두 말했다.
"방학 마지막 주인데... 애들 기분을 생각해서 몇일만 놀러가요... 일주일이 안되면 2박3일 이라도............"
"그럼... 가게는 어떻해?... 알바생들한테만 맡겨둘 수는 없거든.........."
"이번에는 성적이 좋아져서 애들 공부하는 분위기도 엄청 좋았는데............."
"가게 때문에 하루도 몸을 뺄 수가 없어... 저 PC 방을 하면서는 어디에 놀러 간다는 것을 아예 생각도 못해............"
"누나는 괜찮은데... 애들 생각을 합시다..........."
"날더러 어떻게 하라고?............"
"2,3일 만이라도 가게 문을 닫고 쉬는 거지............"
"그냥... 태현씨가 애들이랑 가서 놀고 오면 안될까?................"
"애들은 엄마랑 놀러 가고 싶어해요... 엄마 없이 내가 데리고 가면.. 내가 엄마 역할을 다 해줄 수 없잖아요?............."
나는 아이린에게 아주 여러 번 얘기했다. 그런데 결국 아이린은 동의했다. 다음 주에 3박 4일간 휴가를 가기로 한 것이다.
이 기간은 나도 휴가이다. 우리는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PC방 입구에는 큼직하게 휴가 동안에는 문을 닫는다는 알림판이
나붙었다. 지혜와 경식이는 날아갈 듯이 좋아하면서 날더러 엄마의 마음을 바꾸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형...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해요?........"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어... 부산도 서울이랑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야... 여행 가방에 여행용품만 간단하게 챙기세요......"
"오빠.. 그런데 왜 하필 부산이래?.. 기왕 가는 것이니까 아예 제주도나 일본으로 가지..........."
"그런 데는 나중에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가거든요............."
아이린은 PC방을 월요일 아침 9시가 넘어서야 닫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월요일 아침에 가게 문을 닫으면 부산으로 출발
하기로 했다. 차는 아이린의 차 한대만 가고 운전은 아이린과 내가 둘이 교대로 하는 것으로 했다. 월요일 아침에 자고 있는
나를 지혜가 키스하면서 깨웠다. 나도 잠결에 지혜를 덥석 안아버렸다. 지혜가 침대에 걸터앉아 몸을 구부리고 나의 입술을
빨다가 내게로 무너져 내렸다. 지혜의 탱글탱글한 가슴은 내 가슴을 짓누르고, 지혜의 향긋한 입술이 내 입 안으로 밀고 들어
온다. 나도 지혜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빨아당겼다. 지혜가 내 귀에 속삭였다.
"오빠... 지금 잠이 와?............."
이 말을 들은 나는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줄 알고 두 눈을 떴다. 내 눈 앞에 지혜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클로즈업 되어 있다.
지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혜는 벌써 놀러 가는 옷차림이다. 선명하게 빨간 핫팬츠에 옅은 핑크빛이 살짝 들어있는
반팔 라운드티. 그 안에 갇혀있는 가슴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기세이다. 라운드 티의 앞가슴에는 마릴린 먼로의 붉은
입술이 커다랗게 찍혀있다. 지혜의 입술도 그 정도는 빨갛다.
"어?... 지금 몇시?..........."
"여덟시.........."
"아직 새벽이구만............."
"어제 또 술 마시고 늦게 왔구나?............."
"술은 마셨는데... 늦지는 않았거든요.............."
"나 내려갈 때가 12시였는데... 그 때까지 안왔으면서............"
"1시에 왔어... 엄마는?............."
"경식이랑 같이 가게에 있어... 문 잠그는 일이 오래 걸린대............."
"짐은 챙겼니?.............."
"대충............."
나는 지혜를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욕실로 달렸다. 뒤에서 지혜가 깔깔거린다. 안그래도 아침마다 볼상사납게 텐트를 치는데
오늘은 쪼끄만게 나를 너무 몰아붙였다. 나는 찬물로 샤워를 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면바지와 반팔 남방차림으로 거실로
왔다.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도록 해놓고, 침실로 가서 침대를 정리했다. 그런데 지혜가 보이지 않는다. 집 아니면 가게에
갔겠지 생각하고 여기저기 정리를 하려고 부산하게 오고갔다. 그런데 아이린이 어제 벌써 다 치웠기 때문에 치울 것도 별로
없다. 나는 CD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스타트 스위치를 눌렀다. 식탁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데 지혜가 현관
문을 열고 쏘옥 들어온다. 얼굴을 보니까 그 사이에 내려가서 화장을 옅게 한 것 같다.
"오빠... 나도 모닝커피 한잔 마시면 안돼?............"
"피부 망가진다니까..............."
"에이... 커피 한잔에 여신 피부가 왜 망가져?.............."
나는 지혜에게 커피 한잔을 따라주었다. 지혜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다가 아이린의 차가 오피스텔 앞에 있다면서 나에게 키를
건네주었다. CD 플레이어에서 곡이 바뀌자 지혜가 약간 놀라는 표정을 한다.
"앗!..............."
"왜?............."
"오빠... 죠지 거슈인(George Gershwin) 이다.........."
"그 사람은 이 곡의 작곡가야.............."
"곡 이름이 아니었어?... 하하..........."
"이 곡은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 그런데 네가 이 곡을 어떻게 알아?............"
"난 알면 안돼?... 학교에서 곰탱이가 수업 시간에 들려줬거든............"
"곰탱이는 또 누군데?................"
"우리 음악쌤... 하하.............."
"누가 연주한 곡으로 들었어?.............."
"몰라.. 레오날드 번슈타인 (Leonard Bernstein)이 그랜드피아노에 앉아서 지휘하면서 직접 피아노도 연주하고.............."
"이것도 바로 그 연주 부분만을 CD 로 만든 거야... 이 곡은 다른 클래식이랑은 전혀 다르지?.............."
"완전 생뚱맞아... 째즈가 자꾸 나오는 바람에 우리는 쌤이 음악을 잘 못 가져온 줄 알았어.........."
"클래식하는 사람들이 이 곡처럼 재즈도 갖다 붙이고...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했거든............."
"이 곡 처음부터 다시 들으면 안될까?................"
"왜?..............."
"처음에 시작할 때 나오는 클라리넷 독주를 들으면 완전 소름 돋던데............"
지혜는 CD 플레이어로 가서 그 곡을 처음부터 다시 재생시켰다.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것이라서 처음에는 박수치는 소리가
먼저 나온다.
"지금 레오나드 번슈타인이 무대에 나오는 동안이야... 오빠도 이 영상 봤어?..........."
"아니야... 나는 말로만 들었어................"
그런데 내가 한 대답은 거짓말이었다. 한수정은 나에게 이 곡의 연주 실황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내 기억에 아마도 17분
짜리였던 것 같다. 한수정의 말에 의하면 미국은 유럽에 대하여 문화적으로는 항상 콤플렉스를 갖고 있으며, 또 미국인들은
문화적으로는 미국이 유럽의 식민지라는 말 까지도 공공연하게 한다고 한다.
이 때 뉴욕 필하모닉에 나타난 레오나드 번슈타인은 유럽에서까지 지휘를 하면서 그 당시 독일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경쟁에 나섰다. 나중에는 콧대 높은 유럽인들도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이 연주는
1976년에 영국 런던의 켄싱턴 가든에 있는 <로얄 알버트 홀>에서 그의 지휘로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하는데 지혜가
말한 대로 그는 지휘대에 그랜드피아노를 놓고 앉아서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지휘했다.
곡이 시작되자 먼저 박수 소리가 난다. 그런데 지금 레오나드번슈타인이 무대로 나오는 대신에 지혜가 나에게 와서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지혜는 내 뒤로 서서 나에게 백허그를 한다. 클라리넷 독주가 시작되자 지혜는 가슴을 내 등에
대고 음악에 맞추어 짓누르면서 터뜨릴 것처럼 일그러뜨리고 있다. 나는 내 가슴에 와있는 지혜의 손을 잡고 내 등을 지혜의
가슴 쪽으로 살짝 밀어본다. 내 귀로 숨을 몰아쉬는 지혜에게 나는 한마디 한다.
"그러다가 가슴 터질라..........."
"하아... 터지면 오빠 책임이야.............."
"먼저 누른 것은 너거든?..........."
"오빠도 뒤로 밀었거든... 아흑... 방금 또..............."
지혜는 내 귀에 숨을 몰아쉬며 꼬박꼬박 말대꾸를 한다. 그렇지만 지혜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고 거친 숨소리와 섞여
있다. 나도 꿈속에 있는 것처럼 흥분에 들떠있다. 지혜는 아랫배와 그 아래 쪽의 도톰한 부분까지도 내 엉덩이에 밀어붙이고
비빈다. 레오나드 번슈타인이 피아노 독주를 시작할 때 내 고개가 지혜 쪽으로 돌아갔다. 지혜는 백허그를 풀고 내 앞쪽으로
와서 나를 안는다. 피아노가 연주하는 재즈 멜로디에 맞춰서 자기 가슴을 내 가슴에 대고 누른다.
나도 지혜의 몸을 끌어당겨서 안으면서 지혜의 가슴을 눌렀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지혜는 내 입술을 빨고 있다.
템포가 빨라지면 내 입술을 문채로 빨면서 혀로 핥기도 한다.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지휘에 따라서 17분 동안을 우리는
서로를 부등켜 안고 비비면서 키스를 했다. 나에게는 엄청 아쉽게 ..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가 끝났다. 그래서
우리의 키스도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식탁에 나란히 붙어 앉아서 식은 커피를 마셨다. 지혜는 왼손으로 내 오른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왼손으로 마셔야 했다. 아이린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마지막 손님을 내쫓다시피
하고 PC 방 문을 잠갔다면서 우리에게 내려오라고 했다. 나와 지혜는 아이린의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아이린은 세차를
했는지 흰색 차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우리는 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아주 깜찍한 지혜나 귀여운
경식이 그리고 우아한 아이린은 각자 또는 전부 셔터를 눌러댄다. 나중에는 우리 넷이 차 앞에 서고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젊은 여자를 불러 세워서 우리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차에 탔다. 나와 아이린은 앞자리에 그리고 지혜와 경식이는 뒤에 탔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아이린은
등받이를 뒤로 약간 비스듬히 젖히고 편안하게 기대고 있다. 아이린도 하얀 반바지 하얀 반팔 티에 운동화와 야구모자도
흰 색이다. 오늘 아이린의 컨셉은 하얀 여인인가? 아이린의 두 가슴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안전벨트에 약간 질투심이
생긴다. 반바지는 무릎 위 15센티미터 쯤에서 끝나고 역시 하얀 허벅지가 무릎까지 내려온다. 모자는 약간 위로 올려썼고
꼬옥 감고있는 검은 눈이 파르르 떨린다. 나는 룸미러로 뒤를 둘러보며 지혜와 경식이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을 보고
재촉하면서 출발을 선언했다.
"10시 정각입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 매십시오..............."
"예... 하하하..............."
"형... 우리 아침은 어떻게 해결해요?............."
"그것은 엄마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내 생각에는 고속도로에 휴게소 엄청 많거든요................"
우리는 한산한 한남대교를 건너고 여유있게 뻗은 아주 넓직한 도로를 달려서 고속도로에 올라왔다.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130까지는 밟을 수 있었다. 휴가 가는 기분이 이제야 든다. 한참 가다가 뒤 쪽이 조용해서 룸미러로 뒤를 보니까 애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아이린도 고개를 돌려서 잠깐 애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몸을 내 쪽으로 돌려 나를 보고 말하면서 눈이 젖는다.
"태현씨... 고마워요... 태현씨 덕에 우리 식구가 여름 휴가도 가네요........"
"아이 참... 누나... 방금 전에 우리 기분 좋게 출발했거든요?........."
"미안해... 꿈도 못꾸다가 이렇게 갑자기 가게 되니까... 울컥하는 바람에.............."
"지혜 아빠도 같이 가시면 좋을텐데요.............."
"애아빠가 같이 못가서 미안하다면서 이번 휴가비를 자기가 부담한대.. 이번에 눈 딱 감고 마음 놓고 질르고 오래.. 하하..."
우리는 세군데의 휴게소에 들러서 군것질을 했다. 애들도 아이린도 한숨씩 잤다. 우리가 부산에 들어선 것은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였다. 원래는 나와 아이린이 교대로 운전하기로 했지만 나 혼자 부산까지 운전해서 왔다. 우리는 우선 해운대에 있는
해운대 쎈텀호텔로 갔다. 나는 전화로 20층에 있는 스카이블루 스위트룸 두개를 예약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비는 스위트룸은
한 개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방은 아이린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나는 19층에 있는 가든 스위트를 예약했다.
나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카드키 두쎄트를 받았다. 서로의 방에 드나들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나와 아이린이 한세트씩
나누었다. 아이린의 키에도 내 키가 달려있고 내 키에도 아이린의 키가 달려있다. 이 아이디어는 지혜가 낸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머리는 잘 쓰는 것 같다. 우리는 우선 20층에 있는 아이린이 묵을 방으로 갔다.
앞 쪽은 전부 유리벽이다. 지혜는 거실 쪽에 경식이는 침실 쪽에 있는 유리벽에 붙어서 밖을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아이린은 한번은 경식이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지혜에게 가서 한번씩 안아주고 같이 밖을 구경한다. 가까이에 보이는 것은
벡스코 단지 백화점 그리고 아파트들이다.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간다고 방을 나서는데, 전부 다 따라 나온다. 우리는 내가
묵을 방도 구경했다. 위층은 더블베드이지만 여기는 프렌치 베드이다. 일인용 침대 두 개가 따로 떨어져있다. 우리는 한시간
후에 위층에서 만나서 저녁 먹으러 나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경식이가 올라가기 싫어한다.
"형... 나 이 방에서 형이랑 같이 있으면 안될까?............"
"안돼... 가족은 같이 있어야 해... 더구나 너는 남자거든요.........."
"에이... 그래도 침대가 하나 뿐인데 여자 둘이랑 쫌........."
"엄마랑 누나잖아?.. 참아... 겨우 이틀 밤이야............."
"어차피 형 방에 침대 하나는 비어있구만.........."
"임자 있거든요?..........."
"어?... 누구?..........."
"아무튼 너는 아니야............"
경식이가 입을 삐쭉 내밀고 투덜거리면서 올라갔다. 저녁은 애들이 횟집에서 먹자고 했다. 우리는 차를 두고 택시를 타고
횟집으로 이동했다. 아이린과 나는 소주를 마셨다. 당연히 지혜도 같이 마시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식이까지 껴든다. 아이린은 경식이에게도 소주 마시는 것을 허락했다.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야... 우리 다 같이 마시고 잠이나 푹 자자............"
"뭐?... 엄마는 자러 휴가 왔어요?............"
"오느라고 피곤했으니까..........."
"엄마는 오면서 계속 자던데 뭐가 피곤하다는 거야?... 오빠야 혼자 운전을 다했으니까 오빠가 피곤하다면 이해가 간다......."
"맞아... 엄마 쫌 심했어요... 하하................."
우리는 식사 후에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리자 애들은 호텔 건너편으로 있는 벡스코 주변과 바닷가 쪽으로
산책을 하자고 했다. 나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저녁 바람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덥지
않아서 걷기에는 괜찮았다. 내 왼쪽에는 지혜가 팔짱을 끼고 있고 오른 쪽에는 경식이가 있다. 아이린은 우리 뒤에 혼자
따라온다.
"형... 부산 공기가 쫌 이상하지 않아요?........"
"맞다... 비릿한 냄새가 나고.. 오빠는 못느끼지?......."
"내 코도 살아있거든요... 바닷가니까 아무래도 바다 냄새가 나겠지?............."
건너편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이나 롯데백화점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듯 지혜는 바로 바닷가로 가자고 했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조선호텔 쪽으로 가서 백사장으로 갔다. 애들은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돌아다닌다. 나와 아이린은 물가로 갔다.
물결이 찰싹거리면서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아이린은 저 건너편 어둠 속 어딘가에 있을 수평선 쪽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내 손을 살짝 잡는다.
"누나... 바닷가에 오니까 기분이 약간 쎈치해지는구나... 이러다 애들 오면 어쩌려고?........."
"아.. 맞네............"
내 말을 들은 아이린은 놀라면서 얼른 손을 놓는다.
"누나가 엄청 피곤할텐데... 쉬지도 못하고..........."
"나야... 애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이 쉬는 건데... 자기가 피곤해서 어쩌지?........."
"나는 아직은 쌩쌩해요..........."
아이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애들이 약간 멀리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내 뺨에 입술을 대고 키스한다.
"아이... 씨이... 도둑질 하는 기분이네... 하하.........."
"누나가 도둑질 한 것 맞거든요... 하하......."
"아이잉... 자기 진짜 이럴꺼야?............"
밤이 깊어갈수록 더 시원해진다. 애들은 피곤한 것도 잠잘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나는 꾹 참고 버티고 있었다. 아이린이
드디어 애들을 불렀다.
"우리만 생각하면 어떻해?........."
"맞다... 오빠가 너무 피곤하겠다........."
"아아... 형... 자러 가기기에는 이 밤이 너무 아깝다... 안그래요?............"
"바닷가라서 더 시원하니까........."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각자 방으로 갔다.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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