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2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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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여승무원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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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2,113회 작성일 24-11-15 12:28

본문

깊은 키스를 했다. 깊고 깊은 달콤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 속에 빠져서 그녀의 몸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가며 스르르
풀려가고 있는 듯 했다. 
한동안 그렇게 키스와 가벼운 애무를 했다. 갑자기 그녀가 벌떡 일어선다.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그녀가 맞춰놓은 비행준비를 알리는 낭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이러면 안되는건데 왜 잊고 있었지 바보같이
하는 듯한 표정으로 시간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다만 준비는 해야 한다면서 그러더니 유니폼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정말 예뻤다. 몸에 감기는 듯한 착 달라붙는
그런 유니폼이란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뒷 모습은 더 여성스럽고 부드러워 보였다.
 

"꽃봉오리...!!......................................................................"
 

그리고 그 꽃봉오리를 열어 제껴보고 싶은 욕망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거 같았다. 더구나 그녀는 다리가 길어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머리정리를 하고 있는 그녀 그녀의 뒤로 살며시 다가갔다. 그녀의 뒤에서 손을 뻗어서
엉덩이와 다리를 장난스럽게 만져 보았다. 
그녀가 아주 놀라면서 하지말라고 했다. 하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얼굴까지 약간
빨개지면서 부끄럽다고 말하면서도 바쁘게 손을 놀린다. 
그렇구나 일은 확실히 일인가 보구나.
 

나도 함께 따라 나섰다. 호텔의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그녀는 짐을 끌고 가 버렸다. 미안하다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 뒷모습을
나는 지켜보고 있었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 후자 쪽이었겠지 아쉬움이 맞다. 
아쉬움을 느끼면서 그녀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기를 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날 이후부터 나에게 전화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때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그 끝은 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기대를 그냥 저버리고 싶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녀는 그렇게 매달리고 있었다. 억지로 매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도 알았고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러면서도 상황을 자꾸
복잡하게만 만들어 가는 그것은 
몸과 마음 속에서 나 자신을 몰아세우는 충동 본능 욕구 욕망 그것이었다. 일탈을 생각해
보기도 전에 이미 맞이해버린 일탈에 대한 충동 
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것이 그러한 요인들이 다시 그녀가 한국에 왔을 때
날 그녀가 있던 호텔을 찾아가도록 만들어버렸다.
 

어차피 이것은 아주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나의 회상에 불과하다. 그냥 그날 밤 일의 경과만 빨리 소개해 버리도록
하겠다. 
그녀는 자기를 아주 잘 아는 호텔 직원들의 눈을 피해서 먼저 방에 들어간다고 했다. 나는 나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둘이서 무슨 짝짝꿍처럼 용의주도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런 계획을 짠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정말 그랬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가볍게 별 말도 없는데 이루어진 것이다.
 

방에 가서 둘이 어떻게 하겠다 하자는 약속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우리 둘을 휘감고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 
그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어쨌든 나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약속한 층에 도착하자 그녀가 다른 승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눈치가 아주 몹시
빠르고 능청맞은 연기도 넉살좋게 잘하는 편이다. 
얼른 잘못 내린 척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다른 승무원들도 하나같이 예뻐 보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튜어디스들은 확실히 대부분 외모적으로도
보기좋은 기본적인 요소는 갖추고 있는 아가씨들이다. 
항공사에서는 단순히 키가 크고 얼굴이 예쁜 것을 기준으로 승무원을
뽑는 것이 아니다. 
우선은 승객들에게 부담없는 아주 편안한 마스크 그리고 금방 질리지않는 볼수록 친근감이 드는 마스크를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키가 커야 기내에서 일할 때 비교적 유리하다.
 

사람들 중에는 단순히 항공사 여승무원은 얼굴만 보고 뽑는 줄로 착각하고 요즘 애들은 얼굴이 왜 이러냐는둥의 불평을 늘어
놓기도 한다. 
어쨌든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잠시후 그녀가 전화로 이제 와도 괜찮다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짧은 한 마디의 말꼬리가 살며시 힘없이 수줍은듯이 축 처지던 것을 나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이 살짝 열려 있다. 잠그지 않았나 보다. 바로 조금 전에 열어두기라도 한걸까.
 

침대 위에서 그녀는 유니폼을 입은 채로 눈을 빛내면서 고개를 숙인 채 볼을 붉히며 앉아 있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연락을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오면서도 담담하던 마음이 그녀의 자태 앞에서 다시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걸까? 
입술이 그녀에게 닿을 때마다 조금씩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는 그녀의 몸을 느꼈다. 깊고 깊은 키스와 본능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애무를 해 나갔다.
 

흥분과 희열과 도저히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서로 얽히고 섥힌 채 내 온 몸과 온 정신을 휘감고 있었다.
문득 내 눈이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그 찰나의 순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그녀의 눈이 눈망울이 그렁그렁하게
날 쳐다보고 있다. 
그녀의 눈이 그렁그렁하게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난 눈을 피했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눈 너무나 마주
보고 싶지만 봐서는 안될 것 같은 눈 
아아 눈...눈! 그 때의 바로 그 눈이 지금까지도 날 가끔씩 괴롭히곤 한다.
 

몸은 흥분해 있었지만 감각은 오히려 자꾸 무뎌져 가기만 했다. 깊디 깊은 입맞춤과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내가 할 수 있는
애무를 하고 있었지만 
길고 늘씬한 그녀의 멋진 다리와 섹시한 허리는 잊혀져가고 애타게 바라보는 눈만 자꾸만 커지면서
온 뇌리에 가득 남았다. 
그녀는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아주 많이 그녀는 정말로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친과 있던 날 그녀가 전화를 했다. 
얼른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
 

그 날따라 왜 그런지 몹시 예민해져 있던 여친의 의심을 풀기는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날은 그런대로 넘어갔다. 다음날
실수로 소리나지 않게 해놓았던 핸드폰의 전화착신 상태를 보니 
무려 30통이 넘게 와 있었다. 그걸보고 순간 마음을 굳혔다.
의식은 또렷한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 않고
있었던 걸까? 
그녀가 머무르는 나라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둘다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 뻔하고 이미 주고 있는 것을 다 알게 된 마당이 아닌가. 나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지금 사귀는
여친을 배신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웃기는 일이였다. 무슨 짓을 저질렀는데 아직도 배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가. 
어쨌든 결론은 단순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침묵이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난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기를 더 들고 있다가는 또 이상한 기류가 둘 사이에 흐를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 들려올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게되면 난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녀를 안다. 그녀는 틀림없이 내 전화가
끊긴 후에 주저앉아 버렸을 것이다. 
흐느꼈을 것이다. 전화를 끊고 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사방을 둘러보며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바람을 느끼는데도 
몸 속의 뭔가 이상한 기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점점 이상한 형태를
만들어가며 형체를 확대시키는 듯 했다. 
그건 어떤 기분인걸까? 홀가분함은 결코 아니다.
 

확실히는 말할 수 없지만 어쩌면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뇌까리며 나 자신을 위로했지만 
그게 정말 그녀를 위한건가? 오히려 그 후의 나를 망쳐놓은 것은 아닌가? 그것이
바로 감정을 억지로 배반한 죄값을 치루는 것일까? 
아주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그 모든 길고 긴 역동의 느낌과 장면들이
한 순간에 
뇌리 속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큰 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회상을 멈추고 눈을 뜨면서 내 의식을 다시 기내로
되돌려 놓았다.
 

“몇... 기세요?............................................................”

“네?........................................................................”

“기수가... 몇 기세요?....................................................”

“아!..........................................................................”
 

그녀가 순간 깨달았다는 듯이 아주 나직이 탄성을 흘린다. 아주 짦은 순간 눈을 아래로 향하고 생각하는 듯 하더니 살짝 억지
웃음을 지으며 되묻는다.
 

“승무원들 많이 아세요??..........................................................”
 

기수를 물어오는 승객은 거의 없다. 기수를 물어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승무원의 세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네.........................................................................................”
 

나는 짧게 대답하며 자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자연스럽고 단호하게 끄덕였다.
 

“음... 네....................................................................................”
 

내 대답이 너무 단호하고 직설적이었을까. 그녀가 약간 당황해 하면서 또 억지웃음을 피식 지어보였다.
 

“친구들이 여럿 있어요... 사촌 여동생도 승무원이고........................................”

“아!... 정말요??........................................................................................”
 

그녀가 비로소 알겠다는 듯이 짧은 탄성을 내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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