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행진곡 - 47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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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모자들의 행진곡 - 4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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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34,641회 작성일 22-04-27 18:00

본문

조율을 하고 볼륨을 맞춘다음 여러곡들을 치며 즉흥연주를 했다. 기타소리에 심취되어 있는 선규는 지금 그가 있는 장소나 옆에 미스성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한참후에 연주가 끝나자 미스성은 감탄을 했다.
 

"정말 잘 치시네요"
 

그녀의 칭찬에 조용히 웃음만 짓던 선규는 목이 타서 저도모르게 잔을 들고 술을 벌컥 들이마셨다. 그러자 그의 가슴속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며 얼굴이 뜨거워지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면서 술기가 오르자 당황했다.

[이거 독하네... 취하면 안되는데... 엄마한테 친구집에서 공부하고 온다고 했는데 술냄새 풍기고 들어가면 안되잖아]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어요?"
 

미스성이 안내해주겠다고 따라나올려고 하자 얼른 말리고 위치나 가리켜달라고 했다. 화장실에서 차가운물로 세수를 한다음 다시 방으로
오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마담의 사무실을 찾았다. 혹시 도움이 될만한걸 발견할수 있지않을까해서 어두운 복도를 두리번 거리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미스터박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사장님을 찾으십니까?"

"아니에요... 화장실을 찾고있어요"
 

당황한 선규는 급히 둘러댔다.
 

"화장실은 저쪽에 있읍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읍니다"
 

안도를 하며 미스터박을 따라 또다시 화장실로 가는데 어느문이 열리며 빈쟁반을 든 종업원이 나왔다. 그리고 열려진 문틈사이로 어떤
남자와 다정하게 포옹을 하며 진한 키스를 하는 마담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과 몸을 섞었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안겨있는것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여자가 마담이 아니라 엄마였다면 당장 달려들어가서 양주병으로 그남자의 머리를 내려쳤을게 뻔했다. 하지만
마담이 그러는것은 별로 개의치가 않았다. 그런데 종업원이 닫는 문틈사이로 마담이 머리를 들고 옆에 앉자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와 마주보며 앉아있어 정확히 볼수가 있었다. 그순간 선규는 자신의 두눈을 의심했다. 
[저사람은?] 옛날부터 선규는
한번 주의깊게 본 얼굴은 절대 잊어버리지를 않았다. 마담을 안고 애인처럼 다정한 키스를 하던 똑똑하게 생긴 남자는 선생님 집으로
갈때마다 봤던 사진속의 남자, 바로 담임선생님의 남편이었다.


극심한 충격을 먹은 선규는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그를 보자 미스성은 얼른 달려와서 잡아주었다.
 

"괜찮으세요?"

"네"
 

건성으로 대답하고 자리에 앉은 선규는 맞은편에 있는 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봤나? 아니야. 사진속의 남자가 틀림없던데..]
미스성은 그러는 선규가 걱정스러운지 계속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취하신건 아니죠?"

"예? 네... 안취했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몸안에 있던 술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일하다가 피곤해서 왔나?.. 오늘은 일요일인데 그러는거는 이상하잖아...
집에 선생님도 계실텐데] 
또다시 갈증이 나서 아무생각없이 술을 들이켰다. [에이... 여기는 술밖에 없나?.. 그나저나 보통사이가 아닌것
같던데?] 
술집에서 남자들이 여자를 집적대며 논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연인들처럼 포옹하고 키스한다는 말은 들어보지를 못했다.
그러자 가슴속에서는 불길한 느낌이 일어났다.


"미스성 누나, 여기서 여자를 껴안고 키스를 할수 있나요?.. 애인처럼요"
 

그말을 듣자 미스성의 눈에서는 경계하는 빛이 보였다. 그래서 선규는 급히 두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딴뜻이 있어서가 아니라요... 방금전 어떤 남자가 마담누나와 그러는걸 봤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이런곳에서는 그러면 안되는걸로
알고있는데....."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신 분이신가 보죠" 

"친하면 그럴수가 있어요?"

"그건 사장님의 마음이에요"
 

미스성은 여전히 경계를 하며 대답했으나 선규는 그런 그녀를 괘념하지않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그냥 친해서 그랬던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남자는 아내가 있는 사람이잖아... 그리고 마담이 어떤 여잔데... 그렇다면 진짜로?... 그럼 선생님은 어떻게
되는거야?]
 

"이전화 밖으로 통화할수 있는거죠?"

"네"

"어떻게 해요?"
 

미스성이 가르쳐주자 선규는 번호를 누르려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미안하지만 제가 전화를 걸동안 담배를 가져다 주시겠어요?"
 

그녀가 나간것을 확인하고 얼른 선생님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잘못 본거 같아서 확인을 해야 될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저 선규에요"
 

그러자 선생님은 놀란 음성으로 대답했다.
 

"네가 이 시간에 왠일이니?"

"그냥 선생님이 생각나서 잘 계시나하고 전화 드리는거에요"
 

그말에 선생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원 녀셕도... 난 잘있어... 무슨일이 있는거니?"

"아니요... 정말로 선생님 목소리가 듣고싶어서 전화 드린거라니까요"

"그래, 고맙다"

"죄송해요, 선생님... 혁재아버지도 계실텐데 제가 괜히 전화한거 같네요"

"괜찮아... 애 아빠는 아직 안들어왔어"
 

선생님의 말을 듣자 선규의 가슴은 땅속깊히 내려앉는것 같았다.
 

"일요일인데도 늦으시네요"

"회사일이 바쁜가봐"

"아직까지 회사에 계세요?"

"여태 안들어온걸 보면 그런가보지... 그런데 왜 그러니?"

"선생님이 심심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자 전화기에서는 선생님의 조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는데 문이 열리며 담배를 든 미스성이 들어와서 선규는 얼른 말을 했다.


"그럼 내일 뵐게요... 안녕히 들어가세요"

"그래... 내일 보자"
 

전화를 끊은 선규는 눈을 감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선생님.. 남편이 틀림없구나..]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 담배갑을 뜯는 미스성의 말이
들려왔다.
 

"누구하고 전화하신거에요?"

"선배형이요...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그녀가 담배 한개비를 뽑아 건네주자 선규는 깜짝 놀랐다. 전화를 하는동안 미스성을 나가있게 할려고 말한 핑계였지 정말로 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심부름까지 시켜놓고 안필수는 없어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담배를 받아 입에 물었다. 옆에서 미스성이 말없이 라이터로
불을 붙혀주자 담배를 조심스럽게 빨아들였다. 그러나 연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자 선규는 곧 심한 기침을 했다. 연기를 폐로 들이마시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막히고 몸을 가눌수 없는 현기증이 일어났다.
 

"괜찮아요?"
 

미스성이 등을 두둘겨줌에도 불구하고 기침은 계속 나왔다. 그러나 속이 울렁거리고 이런모습을 보여 창피하기도 했으나 너무나 답답하여
한모금을 더 피웠다. 또다시 나오는 기침을 하면서 엄마와 선생님을 생각해보았다. 두사람 모두 그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이었다.
[둘다 똑같은 팔자구나... 선생님도 이사실을 아시면 무척 괴로워 하실텐데]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동정심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에 회의감도 들었다. 
[마담말대로 세상의 남자들은 다 그런가봐. 하기야 나도 똑같은 부류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선규가 미친듯이 웃어대서 미스성은 얼굴에 불안감을 보이며 그에게서  떨어져 앉았다.
웃음이 거의 끝나가자 선규는 잔에 있는 술을 단숨에 들이마셨다. 이제는 술을 마셔도 이상하게 독한 기운이 느끼지가 않았다.
 

"미스성누나"

"네?"

"저와 마담누나가 무슨 관계인줄 알아요?"

"사장님께서 아끼시는 동생분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말을 정말로 믿어요?"

"....."
 

미스성이 아무말을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선규는 혼자 술을 따라 마시고 새담배에 불을 붙혔다. 그에게는 속에 불이 나든 머리에 현기증이
나든 상관없었다.
 

"마담누나는 어떤 사람이에요? 내가 볼때는 냉정한 사람같던데"

"....."
 

여전히 아무대답을 못하는 그녀를 보며 선규는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되도록이면 여기를 떠나도록 해요... 마담은 사람을 이용하는 여자인거 같아요... 아마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인정사정없이 버리겠죠...
나도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요....."
 

그러자 미스성은 놀란눈으로 쳐다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사람사는게 다 그래요... 여기가 아니더라도 다른곳도 다 마찬가지죠"

"하긴 누나말이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긴 한숨을 내쉬던 선규는 다시 술잔을 들었다. [마담이 선생님 남편과 친한걸 보면 무슨 이용가치가 있는거 같은데...
그게 뭘까?]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 미스성이 술을 마시는게 보였다.
 

"남자들이 추잡하게 보이죠?"

"....."

"누나는 이담에 결혼하지 마세요. 결혼하면 속많이 상하며 살거에요. 이런곳에 오는 남자들을 보면 알잖아요. 남자들이란 다 그런가봐요.
어린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마담한테 잡혀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그리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기타를 잡고 Ozzy Osbourne의 "Goodbye To Romance"를 조용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얼마동안 기타를 치던 선규는 심란한 마음때문에 집중을 할수가 없어서 곡 중간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기타를 잡고
긴한숨을 내쉬는데 뒤에서 미스성이 다가와 그를 살며시 안고는 팔을 뻗어 그의 손에 있던 피크를 잡았다.
 

"코드를 잡아봐"
 

그녀의 다정한 속삭임을 듣자 선규는 흠짓 놀라며 뒤를 바라보았다.
 

"어서"
 

미스성의 따듯한 미소를 보고 그는 왼손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로 기타를 받혀들었다. 그러자 피크를 쥔 그녀의 오른손이 기타줄들의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타실력은 선규보다 밑이었으나 그런데로 훌륭해서 그를 놀라게 했다.
 

"기타치신적이 있으세요?"

"응... 옛날에 조금 배웠었어"

"이곡을 좋아하는가 보죠?"

"학교다닐때 남동생이 좋아하던 노래였거든... 그래서 나도 옆에서 듣곤 했었어"
 

미스성이 말을 놓으며 편하게 대해주니 선규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연주를 하는동안 등에서 그녀의 뭉클한 가슴과 은은한
향수냄새, 그리고 고요한 숨소리가 느껴져서 어딘지 모르게 몸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곧 그런 느낌들을 떨쳐버리고 음악에 집중했다.
그녀와 함께 연주를 해서 그런지 기타소리는 더 감미롭게 들렸다. 이윽고 연주가 끝나고 미스성은 피크를 그의 손에 다시 건네주었다.
 

"오래간만에 쳐보니까 좋네"
 

그러나 연주가 끝났어도 미스성은 선규를 안은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체취를 맡으면서 한동안 건네받은 피크를 보고있던 선규는
조용한 웃음을 내지었다.
 

"미스성누나는 좋은 사람인가봐요"

"....."

"이때까지 기타를 들려준 사람은 저를 가르쳐주는 형말고는 엄마와 제 담임선생님뿐이었어요... 두분다 저에게 잘해주시는 분들이죠...
저번에 마담이 들려달라고 했는데 싫어서 거절했어요. 그런데 누나앞에서는 기타소리가 나오네요"

"애인에게는 안들려주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그말을 듣고 선규는 한참동안 맞은편벽을 응시했다. 평소같았으면 당혹했겠지만 몸안에 술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 질문을 들어도
별로 겁이 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할때마다 들려줘요"
 

멍하게 말하는 선규의 대답을 듣고 미스성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누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

"이번에 마담덕분에 한가지 배웠어요... 부모와 자식간을 제외하고는 남녀사이에는 영원한 사랑이나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걸요"

"....."

"지금도 어느 여자는 믿고있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안고있다는것을 모르고 있어요... 세상이 참 웃기고 어리석지 않아요? 그들도 처음에는
사랑에 눈이 멀어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산다고 그랬을텐데..."
 

한숨을 쉰 선규는 팔을 뻗어 테이블위에 있는 술을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미소를 머금고 미스성을 바라보았다.
 

"저 이만 가볼게요... 옆에서 재미없는 제얘기를 들어주고 편안하게 대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러자 미스성의 얼굴에서 왠지모르게 섭섭한 기색이 보이는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 본거라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날려고 하는데
문득 테이블에 있는 담배갑이 눈에 들어왔다.
 

"이 담배 얼마에요?"

"여기서 담배는 돈 안내도 돼"

"그래도 이렇게 공짜로 먹고가는거는 좀 그렇잖아요... 이거라도 돈을 내야죠"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어 종업원을 부르자 즉시 달려웠다. 선규는 돈을 꺼내 공손하게 서있는 종업원에게 내밀었다.
 

"담배값이에요"

"담배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테이블은 이미 계산이 되어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안하고 부담스러워서 그러니까 이거라도 받으세요... 그리고 영수증을 가져다 주시겠어요?"
 

선규가 돈을 건네주자 종업원과 미스성은 이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선규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계산에는 좀 꼼꼼한 성격이라서요"
 

종업원은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는 얼굴로 미스성을 쳐다보았으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선규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다음
사라졌다. 미스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규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담배 돈내는 사람은 처음보네... 그것도 영수증을 달라고 하고"

"제가 성격이 좀 괴팍해서 그래요"
 

웃으면서 남은 술을 마시는데 종업원이 영수증을 들고왔다. 업소이름과 담배, 그리고 가격이 적혀있는 영수증을 보고 선규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종업원이 다시 나가자 선규는 영수증을 지갑안에 소중히 집어넣은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미스성도 일어나며 그의 팔을 잡았다.
 

"저기, 또 올거야?"
 

알수없는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선규는 힘없이 미소지었다.
 

"모르겠어요... 나이도 어리고 돈도 없는데 이곳에 온다면 누나의 사장님때문에 오는거잖아요... 누나를 보는거야 좋지만 마담때문이라면
싫어요"
 

그러자 미스성은 눈가에 희미한 웃음을 짓고는 그를 껴안아 주었다. 비록 그녀가 말도 놓으며 편하게 대해줬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선규는 그녀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다. 미스성의 품안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라 머뭇거렸으나
곧 그도 두팔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안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정장안에 있는 포근한 육체의 감촉이 전해져 왔으나 이상하게도 흥분이 오지는 않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머리속에는 엄마와 선생님이 동시에 떠올랐다. 엄마는 자주 생각이 나서 이상할것이 없었지만 선생님은 왜 이런순간에
떠오르는지 의아했다. 잠시후 포옹을 풀고 뒤로 조금 물러난 미스성은 고개를 약간 떨구며 수줍은듯이 조용하게 말했다.
 

"미안해... 너를 보니까 동생생각이 나서....."
 

그말을 듣고 선규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행복하세요"
 

미스성도 고개를 들며 그와 함께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방을 나오자 미스성은 아까와 같이 존칭을 붙히며 선규를 입구까지 배웅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다정스럽게 보이는 표정이
떠나가지를 않았다.
 

"댁에 혼자 들어가실수 있으시겠어요? 취하신거는 아니죠?"

"네... 괜찮아요"
 

아까 마담과 선생님의 남편을 보았던 쪽을 힐끔 쳐다보며 어느새 어두워진 바깥으로 나갈려고 하는데 미스터박이 황급히 달려왔다.
 

"지금 떠나시는 겁니까?"

"네"

"즐거운 시간이 되셨읍니까?"

"덕분에 즐거웠읍니다... 사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러자 미스터박은 만족의 미소를 짓더니 양복안주머니에서 반듯하게 접혀진 메모지를 꺼내 공손히 내밀었다.
 

"손님께서 나가실때 전해드리라고 하셨읍니다"

"사장님이요?"

"네"
 

어리둥절하면서 급히 메모지를 펴보니 거기에는 다음일요일에 마담의 집으로 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메모지를 읽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선규의 얼굴을 미스성은 옆에서 걱정스럽게 보고있었다.
 

"사장님은 아직 다른 손님과 계신가요?"

"네"
 

한숨을 쉬고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인 선규는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고 미스성과 미스터박에게 인사를 한다음 밖으로 나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9시도 안되어 있었다. 쌀쌀한 밤공기를 맞으니 별안간 취기가 금방 올라왔다. 몸을 좀 진정시킬려고 술집에서 조금은
떨어져있는 화단에 앉아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그안에서 담배갑과 라이터가 만져졌다. 
[나도모르게 거기서 가져온 모양이구나.
하기야 돈을 냈으니 내걸 가져오는거는 당연하지] 
집에 가져갈수도 없어서 휴지통에 버릴려다가 그냥 한개비를 꺼내보았다.

아까 담배를 피었을때는 머리와 속이 어지럽고 기침이 나와 괴로웠으나 한편으로는 어른이 된거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또한 담배에
대한 호기심도 들어 입에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담비를 피운다는게 겁이 나기는 했으나 온몸에 엄습해온 술기운
때문에 용기가 나서 불을 불혔다. 담배연기가 입안으로 들어오자 또다시 기침이 나왔다. 하지만 아까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어른들은 이런걸 뭐가 맛있다고 피우지?] 고개를 갸웃뚱거리면서 다시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술집에 오기전에는 담배를 한번도 피워
본적이 없었지만 친구들한테 얘기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이론과 원리는 알고있었다. 그래서 입안에 든 연기를 조심스럽게 목구멍으로
넣어 폐까지 빨아들여 봤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심한 현기증이 나서 길바닥에 앉아 휘청거리는 몸을 화단에 기대었다.

술기운까지 겹쳐서 머리가 아른거렸다. 그러나 중단하지않고 계속 속담배를 피웠다. 줄담배를 피우며 4개비까지 가자 그제서야 현기증은
비로소 사라졌다. 다시 화단위에 앉은 선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느긋하게 담배를 음미했다. 그러면서 무심코 술집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거기서 한대의 고급승용차가 나왔다. 차가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서 안을 유심히 살펴보니 마담이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하고 있는 사람의 팔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화들짝 놀란 선규는 얼른 화단뒤로 숨었다.

그리고는 차가 그가 숨어있는 화단 바로앞을 지나가자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사람은 아까 술집에서 보았던
선생님의 남편이었다. 
[뭐야? 선생님이 기다리시는데 집에 안가고 어디 가는거야? 마담과 진짜로 그런 사인가?]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
선규는 자동차의 모델과 번호를 기억해뒀다.
 

혼자있는 집에서 명숙은 밤 11시에 가까워지고 있는 시계바늘들을 보고있었다. 선규는 피곤하면 먼저 자라고 했으나 애가 늦게까지
들어오지를 않아 걱정이 되어 잠을 잘수가 없었다. 
[공부할게 많나? 전화라도 해주지] 그러면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문소리가 나서
얼른 현관으로 뛰어갔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무라는투로 말하던 명숙은 비틀거리며 신발을 벗고있는 선규를 보고 기겁을 하며 급히 그를 부축했다.
 

"왜 이러니?"
 

그러는데 선규에게서 술과 담배냄새가 풍겨서 그녀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술 마셨니?"
 

그러자 선규는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그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몇잔 마셨어"

"누구하고 마셨어?"

"친구하고"
 

그러면서 간신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오던 선규는 그만 앞으로 꼬꾸라져 버렸다. 명숙은 얼른 그를 붙잡았으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러자 선규는 그녀를 껴안으며 혀꼬부라진 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랑스런 우리엄마... 난 엄마밖에 없어"
 

기가 막힌 얼굴로 아들의 술주정을 듣던 명숙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술냄새에 미간을 찡그렸다.
 

"아휴, 술냄새... 어서 씻고 자"
 

그러나 히죽히죽 웃기만 하는 선규는 들고있는 가방을 거실에 내팽겨치고 명숙의 방에 들어가서 옷도 안벗고 침대위에 쓰러져 곧바로
잠이 들었다.
 

"선규야, 선규야"
 

등을 두들기며 깨워봤으나 선규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커다란 한숨을 쉰 명숙은 선규의 옷을 벗기고 잠옷을 가져와 갈아입혔다.
[어디서 이렇게 마신거야? 내일아침에 국을 끓여야 되겠네. 집에 북어가 있을려나?] 부엌에 가서 북어를 찾아보았으나 없어서 콩나물국을
끓일려고 냉장고에서 콩나물을 꺼냈다. 
[이게 무슨 팔자냐? 젊었을때는 남편에게 술국을 끓여주더니 이제는 아들놈의 술국을 끓이네]
아침에 끓일것들을 준비하던 명숙은 어린 아들이 담배냄새를 풍기며 술에 취해 들어왔다는것이 자꾸 가슴에 걸렸다. 그러니까 그동안
선규의 불안정했던 모습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얘한테 도대체 무슨일이 있는거야? 말이라도 해주면 좋은데] 그러면서 근심속에 잠겨있던 그녀는 문득 거실바닥에 놓여있는 가방을
보게 되었다. 
[밖에서 뭘하고 돌아다닌거야?] 그리고는 가방을 열다가 그속에서 나온 옷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좋은 옷들이 왜 여기
있는거야? 이 옷들을 입고 어디 갔었나?] 
주머니들을 살펴보다가 뭉특한게 만져져서 꺼내보니 담배와 라이터였다. 그것들을 보고 명숙은
가슴이 철렁하여 그만 두눈을 감았다. 하지만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라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에는 그랜드 레스토랑이라고 적혀
있었다.
 

[레스토랑? 여기서 밥을 먹었나? 근데 근처에서 먹지 왜 시내까지 갔었을까?] 옷들을 화장실에 가져가서 세탁기에 집어넣을려다가 문득
온몸이 경직되었다. 웃도리의 어깨쪽에는 어떤 자국이 묻어있었다. 결혼생활을 할때 남편의 옷에 그런자국들이 자주 묻어있은것을

보아와서 그게 무슨자국인지는 자세히 보지않아도 알수가 있었다. 그러나 설마하는 마음으로 여자의 화장분자국을 냄새맡아 보았다.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것을 확인하자 명숙은 화장실바닥에 주저앉았다. 
[선규도 이러는거야?] 또다시 악몽이 떠올라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벌써터 이런짓이나 하고, 아니야, 아니야... 선규가 이럴리가 없어... 내가 잘못 생각하는걸거야... 항상 나밖에 없다고 했었어... 하지만
선규아빠도 그런말을 했었잖아] 
자신의 추측을 맏고싶지 않았으나 그래도 계속 불갈한 생각이 들어 가슴이 괴로워졌다. 옷들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비틀거리며 방에 들어와서 세상모르게 곤히 자고있는 선규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들에 대한 걱정과 알수없는
배신감이 들어 눈물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학교에 간 선규는 머리가 너무 아파 마치 머리속이 깨지는것 같았다. [술을 많이 마시면 이래서 안좋구나] 어제밤, 집에 오던 선규는 다시
술생각이 나서 어느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산다음 지하철역에서 옷을 갈아입고 눈에 띄는 공원에 가서 마셨다. 마담과 담임선생님의
남편이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울분이 나서 그대로는 도저히 집에 못갈것만 같았다. 안주없이
거의 한병을 마시자 거한 취기가 돌아 몸을 제대로 가눌수가 없게 되었다.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나는 엄마방의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입고있는 잠옷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어제 가져왔던 가방을 황급히
뒤져보았으나 옷이 없었고 담배와 라이터도 보이지가 않았다. 겁이 벌컥 난 선규는 엄마의 눈치를 살폈으나 그녀는 무표정으로
콩나물국과 함께 아침상을 차려주었고 그가 나갈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를 생각하자 두려움은 더욱 드는 것이었다.
 

[내가 미쳤지...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가고. 그나저나 엄마가 다 알았을텐데 어떡하지? 분명히 오늘 저녁에 무슨 말을 할텐데.....]
그러면서 고민을 하고있는데 교실문이 열리더니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조회를 하는 선생님을 보자 오늘따라
매우 불쌍하게 보였다. 
[어제 선생님남편이 집에 들어갔었을까? 어떻게 보면 이건 남의 집일인데 내가 왜 이렇게 신경을 쓰지?] 조회가
끝나고 반장인 태수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모든애들이 허리를 굽히는데 그순간 선생님이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온 선규는 아침처럼 엄마의 눈치를 살폈으나 그녀의 태도는 변함없이 아무말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갔는데 얼마후에 마침내 엄마가 어제 입었던 남방을 들고 들어왔다.
 

"나와 얘기 좀 하자"
 

선규가 긴장을 하며 자세를 바로 하자 엄마는 손안에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그걸 보고 그만 두눈을 감았는데 곧이어
엄마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말해"

"....."

"담배피고 술까지 마시고 들어오고... 어제 어디 갔었던거야?"

"....."

"그리고 그랜드 레스토랑이라는 곳은 뭐하는데야?"
 

그말에 선규는 두눈을 번쩍 떴다.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라이터에 써져있잖아"
 

그제서야 선규는 라이터에 적혀있는 글들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해졌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못봤던 모양이었다.

[이..이런... 라이터나마 버리는건데..... 어떡하지? 엄마가 알면 큰일나는데] 그렇게 생각한 선규는 술과 담배를 피운 사실을 시인하기로
했다. 자칫하면 일이 크게 벌어져 엄마가슴에 못을 박을지도 몰랐다.
 

"친구네집에서 하는 레스토랑이야"

"정말이야?"

"응... 친구가 자기네집에서 하는 레스토랑에서 한턱을 내겠다고 해서 간거야... 거기가 좋은곳이라서 옷도 좋은걸로 가져간거고"
"집에서 입고가지 왜 가방에 넣고 가져갔어?" 

"공부안하고 논다고 혹시 엄마가 걱정할까봐 그랬어"

"그럼.. 술과 담배는 뭐야?"

"그냥 거기서 마신거야... 담배는 친구가 피길래 나도 호기심이 나서 피워본거고"

"그애의 부모는 자식에게 술도 주니?"

"부모님들이 없었거든.. 그래서 몰래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마신거야.. 조금 마셨는데 그렇게 취할줄은 몰랐어.. 다음부터는 절대 안그럴게"
"그말 사실이지?" 

"그렇다니까... 그런곳이 아니면 내가 어디가서 술을 마실수 있겠어?"

"그친구 안좋은 애니?"

"술과 담배를 좀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착한 애야... 담배와 술은 내가 궁금해서 한거고... 엄마도 내가 호기심이 많은걸 잘 알잖아.....
다음부터는 안그러겠다고 약속할게"
"그말 믿어도 되지?" 

"그래"

"술하고 담배는 몸에 안좋으니까 하지마"

"알았어, 엄마"
 

그런다음 엄마가 더이상 아무말이 없자 선규는 내심 안도를 하며 그순간만은 마담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진짜 레스토랑이라고 우기니까.
믿네... 하여튼 대단한 여자야] 
그러는데 엄마가 남방을 내보이며 아까보다는 더 쌀쌀맞은 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걸 설명해봐"
 

그녀가 보여준곳을 보니 무슨 엷은 분홍색같은 자국이 묻어있었다.
 

"그게 뭔데?"

"시치미떼지 말고 말해"

"정말 몰라"
 

그러자 엄마는 그녀의 다그침을 듣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그를 노려보았다.
 

"여자 분자국이야... 이게 여기에 왜 묻어있어?"

"뭐?"
 

선규는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아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그게 거기에 왜 묻어있냐?]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어제 미스성과 포옹을 했던게
기억났다. 절망감에 쌓인 선규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게 진짜 여자 분자국이야?"

"내가 이걸 한두번 본줄 아니?"
 

그말을 듣고 선규는 도저히 엄마를 속일수 없음을 깨달았다. [옛날에 아빠가 그랬나 보구나. 하여튼 도움이 되는게 없어]
 

"나도 그게 왜 묻었는지를 모르겠는데 아마 종업원이 음식을 내려놓다가 묻었나보다"

"....."

"분명히 그것때문에 그랬을거야... 그게 아니면 계속 친구와 있었는데 어디서 묻었겠어?"

"여자 만난건 아니지?"
 

그러자 선규는 말도 안된다는듯이 펄쩍 뛰며 대답했다.
 

"여자는 무슨! 나한테는 엄마밖에 없다는걸 잘 알잖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따지는듯이 대답을 하자 그제서야 엄마는 얼굴표정이 누그러지며 차가웠던 목소리도 풀어졌다.
 

"그렇지?"

"당연하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딨어?"

"미안해... 그냥 이게 네옷에 묻어있어 놀라서 그랬던거야"
 

엄마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커다란 안도를 하던 선규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때까지 내가 다른 여자와 있었던걸로 생각한거야?"

"그래... 얼마나 놀랬었는줄 알아?"

"그래서 질투가 났어?"

"....."
 

엄마가 갑자기 대답을 못하고 얼굴에 홍조를 띄며 우물쭈물하자 선규는 놀랍기만 했다. [진짜야? 이제는 나를 남자로 생각하는건가?]
어느새 가슴속에 있었던 조마조마함은 사라지고 대신 궁금함이 자리잡은 선규는 고개를 떨구며 서있는 엄마를 얼른 침대위에 앉히고
자신도 그녀옆에 앉았다.
 

"말해봐... 정말 그런거야?"

"그..그냥 네가 걱정이 되서......"

"그런 걱정말고 질투가 났냐고... 내가 엄마몰래 다른 여자와 있었을까봐 화가 났었어?"

"....."

"그런거야?"

"....."
 

엄마가 얼굴이 빨개진채 여전히 아무말을 못하자 선규의 입가에서는 기쁨의 미소가 지어졌다.
 

"내무릎위에 앉아봐"
 

그러자 엄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일어나서 그의 무릎위에 다소곳이 앉았다. 선규는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나는 엄마만 사랑해"
 

그말을 듣고 엄마는 의문이 담긴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자문제가 있는건 아니지?"

"없어... 엄마가 있는데 내게 다른 여자가 왜 필요하겠어?"
 

그리고는 엄마에게 키스를 한다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엄마"

"응?"

"내가 진짜로 바람을 피운다면 엄마는 속상하겠지?"

"....."

"그러면 엄마는 나와 아빠처럼 헤어질거야?"

"내가 너하고 왜 헤어져? 너는 내자식이야... 네아빠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기전까지는 그러지를 말아줘.. 여자가 필요하면
내가 옆에 있잖아"
 

선규는 애원하듯이 말하는 엄마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나를 사랑해?"

"그럼"

"난 나이가 들어도 엄마만을 사랑할거야"
 

엄마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그는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손을 내려 젖가슴과 다리를 애무했다. 엄마가 질투를 했다는
생각을 하니 은근히 흥분이 오는 것이었다. 아무말없이 아들의 애무를 받던 엄마는 선규가 뒤로 눕자 안경을 벗고 그의 위로 올라갔다.
 

피아노 학원에서의 일이 있은지 며칠후, 태수는 신문배달을 마치고 오다가 책방앞에서 서성거리는 유진을 발견했다. 안그래도 그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되고 궁금해서 얼른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누나"
 

그를 본 유진은 초조한 얼굴로 그의 팔을 붙잡고 다급히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무슨일이 있어요?.. 책방에 안들어가고 왜 그러고 서있는거에요?"
 

그러자 유진은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였다.
 

"그 선배가 여기까지 따라왔어"

"아직까지 그래요?"

"응... 네가 말한대로 했는데도 계속 따라다녀"
 

그녀의 얼굴에는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그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

"저쪽에"
 

유진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자 반대편에서 숨어 몰래 보고있는 그남자가 보였다. 이러다간 큰일이 나겠다싶어 유진을 보며 말했다.
 

"제가 가서 알아듣게 말을 해볼테니 누나는 책방에 들어가 있으세요"

"무슨말을 하려고?"

"뭐라도 말해야지요... 누나가 말을 해도 따라다닌다는데 이대로 두면 계속 그럴거잖아요"

"싸우지는 않을거지?"

"왜 싸워요? 그냥 말만 하고 올게요"

"조심해... 괜히 나때문에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잖아"

"걱정마세요"

"미안해... 너한테 이런문제까지 부탁해서"

"별말을 다해요... 어서 들어가세요... 곧 얘기 끝나고 들어갈게요"
 

유진은 걱정스럽게 쳐다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고 책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태수는 그남자가 숨어있는곳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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