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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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정말 불만이 가득했던 사람처럼 마치 지금의 이 모습이 내가 숨기고 있었던 진짜 모습이라고 역설하는 것처럼 그렇게
과장된 제스처로 자기 자신을 아주 기만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속이고 있었다. 혜미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흠칫 말을 끊었다.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피식하고 쓴 웃음을 짓는다. 그러면서 고개를
슬그머니 숙이고 땅바닥을 내려보았다.
“그래서...?...............................................................................”
내가 혜미에게 말을 건넸다. 혜미가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내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다시한번 물었다. 혜미가 잠시 침묵을 지키며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내려다보다가 그 상태로 불쑥 한마디를 건넨다.
“끝내고 싶어... 우리 관계... 그만 두자 이제... 더 이상 지겨워지기 싫어... 솔직히 이만하면 둘 다 실컷 즐겼잖아?... 엔조이
실컷 했으면 됐잖아... 끝내자 이제..................................................”
“진심이니...?.............................................................................”
“당연하지!...............................................................................”
혜미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냉랭하게 대답했다.
“고개 들어봐!.......................................................................”
“........................................................................................."
“내 눈 쳐다보면서 말해봐......................................................”
그 순간 혜미의 어깨가 잠시 움찔한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잠시동안 혜미가 묵묵하게 그렇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치켜든다. 내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끝내자... 이제 끝내자구............................................................”
혜미가 냉랭한 목소리로 그렇게 억지로 내 뱉고 있었다. 마음에 전혀 없는 한마디를 그렇게 아주 차갑고 단호하게 뱉어내고
있었다.
“이제 됐어?................................................................................”
혜미가 다시 말을 잇고 있다. 나는 말 없이 혜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혜미가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다른 쪽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딴청을 부린다. 그리고 내가 곧 알아내고 대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그런 이유가 궁금했다.
“잘가... 항상 건강하고... 그동안 나도 즐거웠어..............................................”
혜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혜미야... 그러지 마..................................................................................”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입 밖으로 불쑥 나왔다.
“그러지 마... 혜미야... 오빠한테 그러지 마...................................................”
혜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문득 내 눈 언저리가 아주 뜨거워 지고 있음을 느꼈다. 알 수 없다. 왜 저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억지로 사나운 척 하는 혜미의 모습에 서러움과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뭔가에 단단히 억눌려 있는 그 답답하고 절망적인
감정의 분출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 서글픔에 그 한스러움에 나의 감정도 거센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혜미야... 나한테는 안그래도 되잖아... 그러지 마... 오빠한테는 그러지 마.............................”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숨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 지금 혜미의 마음 속은 혜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나는 똑똑히 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내 표정을 바라보는 혜미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혜미가 다시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함을 내지른다.
“그만해... 제발 좀!!!............................................................”
그러더니 혼자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답답한 듯 가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후우...!... 후우...!!...............................................................”
다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본다.
“짜증나 정말!... 암튼 이젠 다 끝났잖아!... 어쨌든 이젠 끝이야... 나 먼저 갈께.......................................”
그러더니 몸을 홱 돌려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간다.
“혜미야!...................................................................................”
내가 소리쳐 혜미의 걸음을 막았다. 그리고 달려가 혜미의 팔을 잡고 내 쪽으로 몸을 홱 돌렸다.
“이러지 마!... 너 이러지 마 제발!... 무슨 일인지 이야기 해봐... 오빠한테 이야기 해보라고!!... 너 이래서 어쩔건데?... 너...
이런 식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뭘 어쩌려고 이러는건데!!... 너 이러면 안돼! 네 아버지와의 문제도 해결 안됐잖아!!...”
혜미가 내 팔을 홱 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는다.
“뭐가?... 뭐가?... 내가 뭐 어때서!!!... 싫대잖아!!!... 지겹대잖아!!!... 짜증난다고 그랬잖아!!!... 내가 이제 끝내고 싶다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왜?... 나한테 아쉬워?... 아직도 아쉬운게 있어?... 나 더 갖고 놀고싶어? 아직도 내가 탐나?...”
“혜미야................................................................................”
“왜?... 우리 아빠한테 나 빼앗기는게 싫어?... 그런거야?... 오빠가 두려워하는게 뭔데?... 솔직하게 말해 봐! 그거야?... 내가
아빠랑 놀아나는거?... 그게 질투 나는거야??..................................................”
내 머릿속에서 피잉~!!! 하는 현기증이 일고 있었다.
“혜... 혜미야...!......................................................................”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려나왔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갑자기 혜미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깔깔 거리고 있었다.
“왜??... 오빠도 사실은 눈치 채고 있었던 거 아냐?... 다 알면서 뭘 시치미 떼고 그래??... 그래... 맞아!... 나 그런 애라구!!...
어릴 때부터 그랬어... 그게 뭐 이상해??... 오빠한테 내숭 떨고 있었다구... 후후훗~!!!...............................”
혜미가 실성한 듯이 그렇게 쏜살같이 말을 잇고 있었다.
“아... 정말 재미있네~!!!... 진작 이렇게 놀래켜 줄걸!!!... 아직도 뭐가 궁금한게 있어?... 더 놀라게 해줘?... 뭘 알고 싶은데??
내가 아빠랑 할 때 어떤 체위로 했는지가 궁금해??... 들어볼래??... 말해 줘??... 후훗~!!.................................”
“그만해!!!!!!......................................................................”
내가 무섭게 고함을 질렀다. 혜미가 흠칫 한다. 내 사나운 기세에 순간 기가 꺾여버린 모습이다. 하지만 이내 또 입가에서
슬며시 어울리지 않는 비웃음을 머금은 채 또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알았어... 내가 선심 쓸께... 가끔씩이라도 엔조이 상대 필요할 때가 있으면 연락해... 나도 한가할 때... 오빠한테
하룻밤 정도는 선물할께... 서비스 잘해 줄께... 잘 빨아줄께... 됐지?..........................................”
“........................................................................................”
혜미가 내 표정을 바라보고 있다. 말 없이 그렇게 그러더니 갑자기 눈을 감더니 악을 쓰듯 외쳐댔다.
“그러니까 됐지!!!... 가!!!... 제발 가 줘!!!... 가라고!!!... 가란 말이야!!!!.........................................”
“........................................................................................”
오히려 내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해지고 있었다. 혜미가 몸을 홱 돌리더니 뛰어간다. 저 만큼 아주 어두운 곳으로 혜미가
그렇게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대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거다.
나는 알고있다. 혜미가 나에게 아주 싸늘해진 것이 결코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처음에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차분히 냉정히 생각해 보았다. 문득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혜미 아버지의 일
때문은 아닐 것이다. 자기 아버지와 관련된 어떤 일이 이유라면 결코 나에게 저런 식으로 대하면서 매듭을 지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부끄러운 일까지 들추어내면서 나를 억지로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 그렇다면 하나 밖에 없다. 혜미는 며칠 전 우리집을 다녀갔었다. 우리집에 와서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난
그 날 이후부터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 문자를 피하고…내 전화를 애써 피하는 듯 했었다. 그리고 마지못한 척 나와서
갑자기 저런 태도를 나에게 보이면서 돌변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우리 집과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게 뭔지는 모른다. 그러니까 알아내야 한다. 알아내야만 한다. 집에 먼저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니 아버지께서도 퇴근하고
집에 계시다고 한다. 나는 집으로 곧장 차를 몰았다. 그리고 잠시 후 집으로 들어섰다. 나 자신도 모르게 아주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거실로 향했다.
“아버지!......................................................................”
“왔느냐?.....................................................................”
“네... 아버지... 담배 태우시면 안된다는 것 아시잖아요?........................................”
“그래..........................................................................”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담배를 끊으시지 않는다. 묵묵히 다시 한모금을 빠시더니 나지막히 중얼거리듯 말씀하신다.
“그래도... 한대 태우고 싶구나....................................................”
“일 때문에 많이 힘드신가요?......................................................”
“그래....................................................................................”
아버지께서 잠시 침묵을 지키시다가 나지막하게 대답하시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문득 그렇지만 강렬하게
뇌리를 스친다. 나는 주저없이 아버지에게 여쭈어보았다.
“아버지... 혹시... 혜미를 만나셨나요?......................................................”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보신다. 아무 표정이 없으시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만나셨군요?......................................................................”
“.......................................................................................”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그냥 밀고나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아버지... 저... 오늘 혜미를 만났습니다... 혜미가 요즘 전화를 잘 받지 않았습니다... 저를... 애써 피하려는 듯 하더군요...
그러다가 오늘 간신히 만났습니다... 그런데 오늘 혜미가 저더러 그만 만나자고 하더군요...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저에게 단호하게 그러더군요... 어이가 없었지만... 당연하게도 순순히 그러자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혜미는 결코 저에게 갑작스럽게 그럴 아이가 아니거든요... 틀림없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혜미를 아버지에게 인사드리고 난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리고 요 며칠동안 아버지께서도
웬지... 저를... 서먹서먹하게 대하시는 듯 하더군요... 공교롭게도 혜미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이게 결코... 우연은
아닐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버지, 말씀해 주십시오... 혜미를 만나셔서 어떤 말씀을 하신겁니까?... 어떤 말씀을 하셨길래
혜미가 갑자기 저에게 그러는지 알고 싶습니다... 혹시... 혜미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신 겁니까?... 어머니가 없이... 그렇게
자란 아이라서 싫으신 겁니까?... 그런건 모두 좋습니다... 만일 정말로 혜미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마음에 안 드시는 이유가
충분히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말씀 못해 주실 것은 없지 않으신가요?... 아버지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거침없이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을 다 드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그윽한 눈길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응시했다.
아버지께서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시다. 하지만 결코 화가 나시거나 괘씸하다는 눈빛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내가
존경하는 아버지께서는 현명하신 분이시다. 생각이 깨어있는 분이셨다. 대화채널이 항상 열려계신 분이셨다.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이유를 말씀해 주실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입가를 응시하면서 말씀이 떨어지시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아무 말씀도 없이 그렇게 잠시 나를 바라보고만 계셨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뭔가를 생각하고
계셨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엄숙한 분위기에 잠시 짓눌려 나도 모르게 근육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래... 앉거라... 앉아서 이야기 하자꾸나.... 네 말이 맞다... 감추어서는 안될 일인 것 같구나... 어떤 경우에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일도 분명히 있는 법이지........................................................”
나는 아버지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잠시 가볍게 숨을 고르면서 아버지의 눈을 응시했다. 아버지께서 다시 담배를 한 개피
꺼내서는 불을 붙이신다. 그리고 후욱~! 하며 한모금 연기를 뿜어내었다.
“세상 일이란건 정말 끊임없이 사람을 놀래키는구나!...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이렇게 놀라면서... 당황하면서 살아야
하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문제가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오면서 사람을 놀래키곤 하는구나...!................”
무슨 말씀이실까 아직까진 짐작이 전혀 되질 않는다. 아버지의 이어지는 말씀이 귀를 파고들고 있었다.
“혜미라는 아이를 네가 처음 집으로 데려왔던 그 날... 그 순간 매우 놀라고 말았다... 그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와 닿았어.................................................”
그러고 보니 그 날 혜미가 인사를 드렸을 때 흠칫 놀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마... 혜미는 내 조카다..................................................”
“네??!!.................................................................................”
아버지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혜미의 어머니... 너도 알고 있겠지?... 혜미의 어머니 이름을 임 옥임... 옥임이는 내 배다른 누이동생이다. 혜미가 옥임이의
딸이니 당연히 내 조카이지... 그리고 너는 내 아들이고... 이제 왜 내가 당황할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느냐?...............”
머리 속이 혼란스럽다. 어지럽다. 이런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잠시 머리 속을 좀 정리해 보았다.
“옥임이는 불행했지... 네 조부께서... 잘못하셨던거야... 네 조부의 욕심으로... 세상에 그렇게 내던져진 아이였다... 자기
어머니를 모시고... 그렇게 쓸쓸하게 살다가... 힘들게... 외롭게 살다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모양이다... 그건...
그 아이의 본모습이 결코 아니었어... 옥임이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숱한 곤경속에서도 항상 밝고 활발했다... 착한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아이였지... 그 모든 것을 자기 품에 묵묵히 보듬어 두려고 했던 아이였다... 내 형제들은 오히려 그들
모녀의 존재를 감추고 부정하기에 바빴지... 홀대했었다... 세상의 가장 비참한 지경으로 그들 모녀를 내몰고 말았다... 난
그 아이와 비교적 가깝게 지내긴 했어도... 그래도 결국 난 그 아이에게 아무 것도 해주질 못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아이를
잊고 살았다... 어쩌면 나 자신도... 우리 집안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 사람이란 이렇게
죄가 많은 존재인가 보구나...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그렇게 무심했던 죄의 벌이... 이런 식으로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고 마는가 보구나.........................................................”
아버지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고 있었다. 말씀을 내 뱉은 이상 거두어 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숨기고 싶었던 일을
드러내면 낼수록 그 속에 점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이 그렇게 목소리에 실려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옥임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난 그 곳에 가서 옥임을 위로했었다... 옥임은... 그 때 결혼한지 얼마 되지않은 새
신부였다... 옥임의 신랑은... 아주 순수하고 맑은 젊은이었지... 안 태훈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짐작컨대... 아니...
확신하건대... 혜미의 친아버지는 그 안태훈이라는 사람이다... 지금 혜미의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야... 그 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현재로서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결코 모른척하고 내팽겨칠 수는 없겠지... 내가
나름대로 알아보도록 하마... 그리고... 혜미가 나의 조카라는 사실을 안 이상... 그 아이를 홀로 내버려두지는 않겠다... 내가
나름대로... 그 아이를 나름대로 뒤에서 숨어서나마 지켜보며 돌보도록 하마... 나로선 그렇게 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재성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너희들은 사촌이다... 모르고 이 지경까지 왔으니 왜 그랬냐고
너희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것 외에는 따로 방법이 없는 것 같구나....................................................”
나는 잠자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혜미에게도 이런 말씀을 다 하셨습니까?.......................................................”
“그래... 들려줬다......................................................................”
“혜미는...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한없이 울더구나.....................................................................”
아버지께서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혜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혜미의 아주 쓸쓸해 하던 눈빛이 갖은 불행 속에서 눈물 짓던
모습이 내가 떠올리기만 하면 머릿 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여지는 혜미의 가장 슬픈 표정들이 이
순간 내 머리 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금까지 혜미가 겪어왔던 그 어떤 아픔에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더 큰
불행의 순간이 혜미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안돼!!!..................................................................................."
그냥 이대로 혜미를 내팽겨쳐 버릴 수는 없다. 혜미의 할머니가 혜미의 어머니가 그리고 이제 혜미마저도 혜미를 그렇게
내버릴 수는 없다. 불효자식이 되어야 한다. 죄인이 되어야만 한다.
“아버지...!..................................................................................”
나의 나즈막한 부름에 아버지께서 내 눈을 응시하신다.
“아버지... 저와 혜미는 사촌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안색이 한순간에 확 변하신다.
“너...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냐...!!...................................................”
순간적인 흥분으로 음성이 부들부들 떨려 나오신다. 아버지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저와 혜미는 사촌이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넌... 내 아들이다!!!.............................................................................”
아버지의 음성이 격노하고 계시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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