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행진곡 - 5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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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혼하실 모양이구나. 엄마처럼 되시겠네] 선생님이 음료수를 가져와서 옆에 앉으며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이제는 괜찮니?"
"네... 그냥 한순간 지나간 악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잘 생각했다... 그래야지"
"선생님은 어떠세요?"
그러자 그녀는 분노와 허탈함이 섞인 기색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애아빠와 헤어질거야"
"그래도 다시한번 만나셔서 말씀해 보시는게 어떻겠어요? 애들도 끼어있는데..."
그러나 선생님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부터 헤어질 생각을 하고있었어.. 다만 애들때문에 망설였던거지.. 우리집도 너희집과 똑같애.. 나도 애정이 식은지 오래고 아이들도
아빠를 잘 보지를 못해서 낮선사람 보듯이 해.. 이러는게 아이들에게 안좋은거는 알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속에서 자라나는것보다는
낫겠지.. 너는 어땠니?"
"저도 아빠에 대한 애정이 없어요... 오히려 엄마가 속상해할 필요가 없어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요"
"네아버지를 미워하니?"
"솔직히 아빠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와 저를 버리고 간 사람인데요"
고개를 떨구고 씁쓸한 얼굴로 말하는 선규를 물끄러미 보던 선생님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이런 집안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선생님이 미안해 하실게 뭐가 있어요?.. 잘못은 혁재아버지가 하신 건데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이런걸 이해하니까 괘념하지
마세요... 전 선생님편이에요"
그러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맥없이 웃었다.
"그래도 너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이러니까 한심해 보이지?"
"절대 그렇지 않아요..... 교사는 인간이 아닌가요? 힘내세요..... 오히려 선생님은 우리엄마보다 나으시네요..... 옆에 자식들이 둘씩이나
있잖아요... 애들이 자라서 선생님께 많은 힘이 되어드릴거에요"
힘없이 미소짓던 그녀는 밑에 있는 기타케이스로 눈길을 돌렸다.
"이상해"
"뭐가요?"
"집에 있을때는 답답하기만한데 너와 음악을 하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저도 그래요... 기분이 안좋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세요... 그러면 기타들고 곧바로 달려올게요"
그말을 듣고 선생님은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신기한듯이 쳐다보았다.
"너를 처음볼때가 생각난다"
"....."
"그때 네가 신문돌리다가 우리이웃집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랬었잖아"
그소리에 선규는 기겁을 하며 두눈이 커다랗게 떠졌으나 그녀는 아무렇지가 않다는듯 계속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아..알고 계셨어요?"
"그럼..... 내가 모르는줄 알았니? 지금은 저집 이사갔지만 이상한 짓을 많이 해서 동네사람들이 얼마나 싫어했었는데..... 어린애들이
지나가다가 그런 소리를 들어봐.. 큰일나는거지.. 그렇다고 뭐라 한마디 하면 내집에서 내가 하는일을 왜 참견하냐고 화를 내고.. 하여간
별난 집이었어"
"....."
"그집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걸 알고 짓굿은 남자들이 그옆을 기웃거리기도 했었거든. 그래서 난 너를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보고 처음에는
안좋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나중에 네가 이런 착한 애라는걸 알고 많이 신기했었다"
그말을 듣고 선규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는 학교첫날 선생님을 보고 전학갈 생각까지 했었어요"
그러자 그녀는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서 처음에 날 피하고 그랬던거야? 하긴 나도 교실에서 널 보고 많이 놀랬었으니까. 혹시 반에 문제아가 들어온거는 아닌가 했었거든"
그녀의 말에 선규도 웃음을 지었다.
"네가 나와 애들한테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네가 그술집마담을 만나는걸 보고 얼마나 실망했었는줄 몰라..... 혹시
내앞에서만 그러는거는 아닌가해서. 너에게 자초지정을 물어보는거였는데 다짜고짜 화를 낸 내가 어리석었지.. 그때 그래서 미안하다"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화를 내실만도 했죠"
마담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이 기억났는지 잠시 말이 없던 선생님은 착잡한 어조로 부탁했다.
"선규야, "카바티나"를 들려줄래?"
고개를 끄덕인 선규는 기타를 꺼내 "카바티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고요하고 슬픈 음악을 조용히 듣던 선생님은 별안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규는 연주를 멈추고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아무리 애정이 식었다고 하지만 선생님도 인간이신데 당연히
괴로우시겠지] 그토록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던 선생님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는걸 보니 선규에게는 그녀가 자신처럼 감정이
있는 보통인간으로 보여져서 연민의 정이 생겼다. 한동안 그런 그녀를 보던 그는 문득 지난번에 선생님이 그의 가슴에 기대고 위로를
받았던게 떠올랐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없이 기타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말없이 그의 품안에 안긴 선생님은 그가
등을 천천히 다독거려주자 별안간 그의 목을 끌어안고 가슴에 기대고 있던 얼굴을 그의 볼에 갖다대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선규는 적잖이 놀랬으나 선생님이 너무 슬퍼서 그러는가보다하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슬픔을 달래주고싶어
그녀의 들썩거리는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고 있으니 선생님의 눈물이 그녀의 얼굴과 밀착되어 있는 볼을 타고 흘러내려
갔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그녀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촉촉한 눈물은 그의 가슴에 동요를 가쳐다주고 있었다. 교단에 서서 그를 가르치는
학교선생님이란 생각이 안들고 자꾸 엄마처럼 측은한 마음이 들어 왠지모를 친근함이 들었다. 한참동안 그를 안고 울먹이던 그녀는
어느순간에 머리를 들더니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차분하거나 냉정한 기색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애처로움만이 있을뿐이었다. 동정심이 왈칵 올라온 선규의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흐르는 고요한 침묵속에
마주보던 선규와 선생님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들을 포개었다.
반쯤 벌어진 선생님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은 선규는 그녀를 더욱 끌어안은체 자신이 지금 무슨짓을 하고있는지를 몰랐다. 그의 혀를
맞아주는 그녀앞에서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있을뿐이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부드러운 육체를 손으로 더듬는데 그럴수록 그녀의 혀도
그의 입안으로 점점 들어왔다. 그러는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신분을 망각한체 연인들처럼 키스에 빠져서 시간가는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들을 쓰다듬는것을 느끼면서 손을 선생님의 등에서 앞으로 옮기던 선규는 별안간 물컹한 젖가슴이 만져지자
화들짝 놀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그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며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정신이 돌았나? 어떻게 딴사람도 아닌 선생님한테.....] 그녀가 화를 내며 따귀라도 한대 때릴줄 알았으나 선생님은 의외로 조용
했다. 그녀가 그렇게 나오니까 더욱 겁을 먹게된 선규는 어서 사과를 하고 집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하여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서..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그리고는 가능한 빨리 이상황을 벗어날려고 급히 허리를 숙여 기타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는데 그녀가 갑자기 그의 팔을 잡는 바람에
고개를 돌아보니 뜨거워진 눈시울로 있는 그녀의 얼굴은 화를 내고있기는 커녕 뭔가를 애타는 표정이 서려있었다. 당황해진 선규는
무슨말을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그녀가 뭘 원하는지도 알길이 없어 혼란스럽기도 했다. 얼마간의 알수없는 침묵이 흐르고 원망스러움과
부끄러운 기색으로 바뀐 선생님은 그의 팔을 놓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아무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게
보던 선규의 머리속에서는 온갖 추측이 들었다.
[너무 화가 나셔서 말이 안나오시나?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얼른 집을 나설려고 기타를 케이스에 넣던 선규는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 선생님이 들어간 방문을 쳐다보았다. [학교에서 야단을 맞는것보다 여기서 매를 맞는게 낫지않을까?] 그녀에게 제대로 사과할려고
기타케이스를 내려놓고 일어선 선규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커텐이 쳐져있어 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둑한
방안에서는 선생님이 엎드려서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 그걸 본 선규는 커다란 죄의식이 몰려와서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
[선생님은 지금 어려운 처지에 놓이셨는데 그런짓이나 하고... 더군다나 나를 그렇게나 도와주신 분인데... 세상에 나같이 못되고
배은망덕한 놈이 어딨냐?] 그런생각에 황급히 그녀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용서하세요, 선생님... 제가 잘못했으니 그만 우시고 화가 풀리실때까지 절 야단치세요"
그러나 선생님은 꼼짝도 하지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몹시나 당황하고 미안해서 어쩔줄을 모르는 선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가느다랗게
떨리고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선생님....."
그가 애원하듯이 부르자 고개를 돌린 그녀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선규에게는 선생님이 엄마와 몹시 닮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항상 차분함을 잃지않는 엄마가 눈물을 흘릴때면 언제나 그를 놀라게 했다. 평상시에는 전혀 그럴거 같지않은 엄마가
그러면 동정과 괴로움이 솟구쳐 올라와 그녀에게 무조건 잘해주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 바로 선생님이 엄마와 똑같았다.
그래서 옆에 있는 휴지를 꺼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선생님은 그와 눈길을 피하면서 울먹이는
소리로 말을 했다.
"조..조금만 내..내곁에 있어줄래?"
측은하게 쳐다보던 선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곁에 있어드릴테니 우시고 싶은만큼 우세요"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안고서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선생님남편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선생님은 그사람을
많이 사랑하셨구나. 그런데 뭐가 어째? 정이 떨어진다고?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알기나 할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그는 저도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잘 하신거에요!"
울던 선생님이 고개를 들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계속 했다.
"혁재아버지가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기나 할거 같애요? 분명히 우리아빠처럼 다른 여자와 잘 살거에요... 그러니 선생님도 어서
잊고 보란듯이 행복해 지세요... 도대체 잘못하신것도 없는 선생님이 뭐가 아쉬워서 이러셔야 되는거에요?"
"선규야....."
"그사람은 선생님과 애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제말을 들으세요"
말을 끝낸 선규는 자신의 아빠가 떠올라 고개를 돌리고 침대가장자리에 걸터앉아 극심한 분노로 두손을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감정이
돌변한 그때문에 크게 놀랐는지 어느새 울음을 그친 선생님은 일어나서 팔을 잡았다. 그러나 선규는 개의치않고 계속 울분을 터트렸다.
"엄마도 처음엔 선생님처럼 그러셨죠.. 하지만 마음이 떠나간 사람을 계속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
"전 엄마를 그렇게 만든 아빠를 만난다면 가만두지 않을거에요"
그리고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한 소리로 침통하게 속삭였다.
"어떤때는 제가 아빠와 닮아가는것 같아 제자신이 너무 싫어요"
그말을 한다음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손을 올려 그의 머리를 쥐어짰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의 손을 잡아 내린뒤 얼굴을 어루만져
주면서 가슴품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러자 몹시나 엄마의 품이 그리웠던 선규는 선생님의 따스한 품을 대신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었다. 어렸을때 그와 엄마를 버리고 간 아빠가 왜 이렇게 그를 따라다니며 계속 괴롭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이윽고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들던 선규에게는 포근하고 동정이 깃든 선생님의 얼굴이 별안간 엄마의 얼굴로 보였다.
그순간 말로 표현못할 반가움이 들어서 저도모르게 선생님을 부둥켜안고 깊은 키스를 했다. 얼떨결에 당한 그녀는 그의 어깨를 잡았으나
선규가 더욱 끌어안자 포기를 했는지 그가 하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선규의 머리속에는 선생님이 없었고 오직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집착만이 있을뿐이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감당할수 없는 욕정이 올라와서 선생님의 육체를 멈마만지듯이 하였다. 애타는듯이 그녀의
가슴과 복부를 더듬으면서 선생님을 침대위에 눕힌후 그위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손을 급하게 움직이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단추들이 풀어지며 블라우스앞이 벌어지자 선규는 그안으로 손을 넣어 얼마동안 보드라운 브래지어의 감촉을 느끼면서 입을
선생님의 하얀 목덜미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곳을 뜨거워진 입술로 더듬으며 손을 브래지어안으로 넣어 봉긋하고 포근한 젖가슴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말랑말랑한 유두가 손끝에 닿자 선생님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순간 선규는 지금 만지고있는 몸에서
나는 체취가 엄마와는 다르다는것이 깨달아져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길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선생님은 눈을 감고 얼굴에
진한 홍조를 띄고 있었고 윗부분이 열려진 블라우스속에 있는 하얀 브래지어안에는 그의 손이 감춰져 있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듯 한동안 상황이 판단되지 않던 그는 다시 선생님의 얼굴을 보다가 그때서야 자신이 무슨짓을 하고있었는가를 깨닫고
기겁을 했다. 너무나도 놀라서 숨이 막혀왔고 경직된 온몸이 싸늘해 지는것이 느껴졌다. 황급히 브래지어안에서 손을 빼고 뒤로 물러나자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감고있던 눈이 떠졌다. 눈물때문에 붉게 충혈되어있는 눈은 분노가 아니라 측은함과 슬픔, 그리고 애절함까지 보여
선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것만 알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몸을 일으키더니 그를 껴안으며 위로 올라왔다.
선생님밑에서 누워 커다랗게 떠진 눈으로 말없이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입을 맞춰준다음 그의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선생님의 의도가 뭔지를 몰라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는데 상의속에서 그녀의 떨리는 손이 상반신을 어루만져
주자 선규는 차차 몸과 마음이 진정되고 있는걸 느꼈다. 비록 체취는 달랐으나 전혀 낯설지않은 손길이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소중하게
그의 몸을 더듬고 있는 손길은 엄마와 너무나 흡사해서 다시 그녀와 함께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혼란스러웠던 심정이 서서히 야릇한 흥분으로 변하는 그는 선생님의 육체로 손이 올라갔다. 천천히 애무를 하며 그녀의 등을로 내려가던
손길은 탄력있는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자 바지속에서 발기되어 가는 성기위로 그녀의 둔덕이 조금씩 압박해오며 내려왔다.
이제는 욕망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손은 대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생님을 안고있는 상태로 몸을 굴려 그녀를 밑으로
눕힌다음 블라우스의 단추들을 모두 풀고 그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매끄러운 그녀의 살결은 그의 손끝이 지나갈때마다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켰다. 복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선규의 손은 아까 들어갔던 브래지어속으로 다시 침범해 들어갔다. 그가 젖꼭지를 건들일때마다
키스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입안에서는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음........ 음..........."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그녀의 가슴으로 내려와서 브래지어를 위로 올리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빨기 시작하자 선생님은 조금 더
큰 신음을 내며 그를 안고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엄마보다는 작은 가슴이었으나 그녀의 젖무덤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니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열정적으로 젖꼭지를 탐닉하면서 평평한 복부를 부드럽게 애무하던 손이 서서히 바지속으로 내려가자 팬티의
윗부분이 만져졌다. 손을 좀더 밑으로 내려 꽃잎이 숨겨져있는 부분을 지긋이 압박하자 그의 가슴을 쓰다듬던 그녀의 손은 밖으로 나와서
그의 상의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성욕으로 이성을 마비한 선규는 그녀를 도와 상의를 모두 벗고 그도 손을 빼내 선생님의 바지단추와 지퍼를 열었다. 그리고는 가슴에서
복부로 혀를 굴리며 내려가서는 바지와 팬티의 허리춤을 잡자 그녀는 히프를 약간 올려 벗기는것을 도와주었다. 그런다음 그도 옷을
모두 벗고 그녀의 두다리를 벌리며 그사이로 들어왔다. 하반신이 완전히 노출된체 위에는 단추들이 모두 풀어진 블라우스와 가슴위로
올라간 하얀 브래지어만을 걸치고 있는 선생님은 거칠어지고 있는 숨결을 내쉬며 마치 꿈을 꾸는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엄마로 생각되던 착각이 사라지고 그의 눈앞에 누워있는 여자는 선생님이라는 인식이 머리속에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온몸을 지배하고 있는 욕정때문에 이성을 되찾기는 이미 불가능이었다. 본능에
따라 허리와 엉덩이를 밑으로 내리자 귀두끝에는 약간 촉촉해진 질입구가 닿았다. 그순간 선생님의 두손이 그의 엉덩이를 붙잡자 선규는
본능적으로 성기를 질안으로 밀어넣었다.
"아.........."
단단한 성기가 꽃잎속으로 침범해 들어가자 선생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작은 비명소리를 토해냈다. 오래동안 성관계를 하지않아서 그런지
그녀의 음부는 애를 둘씩이나 낳은 여자답지 않게 상당히 꽉 끼었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두팔을 펴서 몸을 지탱하던 선규는 밑에서
흔들리고 있는 선생님의 육체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그냥 선생님일뿐 성적으로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집중하고
육체를 음미해보니 마담같이 조각같은 몸은 아니었으나 엄마처럼 곱고 성숙함을 은은하게 자아내고 있었다.
마담과 할때는 오로지 본능적인 성욕으로만 행위를 했으나 지금은 애틋함과 같은 뭉클한 감정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몸을 숙여
그녀의 양볼을 두손으로 감싸고 부드러운 키스를 했다. 그러자 선생님도 그의 목을 끌어안고 같은 반응을 나타내 주었다. 그녀의 좁은
동굴안이 차츰 그의 성기크기에 익숙해져 가자 선규는 다시 몸을 굴려 그녀를 몸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블라우스를 어깨너머로
벗기자 가느다란 어깨선위에 있는 하얀 브래지어의 어깨끈이 나타났다. 그것은 그녀를 요염하게 만들어서 선규는 더욱 끓어오르는
흥분으로 정신없이 블라우스를 벗기고 브래지어의 후크도 풀어버렸다.
그리고는 진한 키스를 하고있는 선생님의 상반신을 살며시 일으키자 그녀는 몸에 걸치고 있던 옷들을 모조리 벗고 선규처럼 나체가
되었다. 그리고는 두손으로 그의 가슴을 짚자 모아진 두젖가슴사이로 신비스럽게 보이는 계곡이 만들어졌다. 손을 올려 탱탱한 유방을
한동안 어루만지던 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그녀를 부둥켜안고 좀더 빠른 속도로 왕복운동을 했다.
"아....... 아흑......... 아.........."
신음을 내며 그의 머리를 애틋하게 쓰다듬던 선생님은 다시 그의 입술을 찾았다. 섹스를 할때도 그녀는 엄마와 흡사했다. 흥분을 하면서도
마담처럼 광분하지 않고 약간의 절제된 모습을 유지하며 그를 안아주고 어루만져줘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란한 기교도 없어
엄마처럼 평범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선규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절정이 다가오는것을 감지한 선규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바람에 그의 가슴과 밀착된 푹신한 젖가슴은 위아래로 흔들리며 예민한 자극을 주고있었다. 마침내 절정에 다다른 선규는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선생님안으로 뜨거운 정액을 분출하고야 말았다.
"이.........."
그러자 선생님은 그를 힘주어 끌어안고 작은 경련을 내며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아흑......... 아.............. 허엉.............."
서로를 놓칠수 없다는듯이 꼬옥 부둥켜안고 있는 두사람은 선규가 사정을 마쳤어도 한동안 그런 자세로 있었다.
헐떡거리던 호흡이 멎고 심신이 진정되자 의식이 돌아온 선규는 그의 목을 감고있던 선생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잡고 쳐다보았다.
이제는 눈물이 말라버린 그녀의 두눈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어색함과 혼란스러움이 담겨져 있었다.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라 머뭇거리자 그녀의 입에서는 떨리는 음성이 나왔다.
"미안해, 선규야"
그리고는 조용히 그에게서 내려와 이불속으로 들어간다음 등을 돌리고 누웠다. 그런 그녀를 보고있는 선규는 방금전의 행위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도무지 선생님와 몸을 섞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엄마와 하더니 이제는 담임선생님과도 하고... 남들은 상상도 못할 일들이 어떻게 나한테만 일어나냐?... 나에게 정말로 무슨 문제가
있는것은 아닐까? 그나저나 선생님은 어떠실까? 화를 내지 않으신다고 해도 충격을 많이 받으신거 같은데] 이상한 일이었다. 엄마를
생각하니 또 배신하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마담과 했었을때 가졌던 극심한 충격은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에 대한 분노도
그때만큼 심하지가 않았다. [왜 그러지? 이제는 내가 엄마외에 다른 여자와 이러는게 만성이 되가는건가?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을 달래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거 같아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
"괜찮으세요?"
얼마간의 무거운 적막이 흐르고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그녀에게서는 고요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정말 미안하다, 선규야...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을텐데......"
그를 걱정해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메어져서 선규는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선생님께 죄송한데요....."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제자에게......"
조금씩 격해지는 억양으로 말을 하던 그녀는 차마 말을 못끝내고 베개위에 올려놓은 머리를 밑으로 숙였다. 그모습을 보니 선규는
선생님의 도덕성을 무너트린거 같아서 몹시 미안하고 착잡했다.
"정말 죄송해요... 다 저때문이에요... 선생님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마음쓰시지 마세요"
그러자 그녀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두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아니야... 이건 내잘못이야... 내가 자제했었어야 하는데..... 너에게 또 상처를 줘서 어떡하니?"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그리고는 선생님의 헝클어진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겨주자 그녀는 눈길을 밑으로 내리며 착잡한 어조로 말했다.
"그여자에게 욕을 하더니 나도 다를바가 없네... 어린 너에게 이런 짓이나 하고"
"아니에요! 선생님은 그여자와 달라요!"
그가 단호하게 소리지르자 선생님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선규는 애틋한 표정으로 바꾸고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저에게 특별한 분이세요... 그러니 그런생각 다시는 하시지 마세요"
그말을 들은 그녀는 착잡한 표정에서 부드러운 얼굴로 바뀌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하지만....."
그녀의 입을 막은 선규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제가 좋아서 한거니까 부담가지시지 마세요... 저는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그걸로 됐어요"
그리고는 선생님의 이마위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남편이외에 딴사람과 이래보기는 처음이야"
"선생님남편은 이미 딴여자와 그랬는데 왜 그런생각이 드세요? 이제는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가 없어요"
그러자 그녀는 뭔가 깨달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러는 첫남자가 너라는게..... 많이 놀랬었지?"
"....."
"이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사람이 너밖에 없다보니 얘기를 할때면 네가 누구라는 생각이 저절로 사라져..... 더군다나 아까 한 네말을
듣으니 네가 나와 우리애들만큼 불쌍해보여 나도모르게 너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났었어"
"....."
"변명이라고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거든"
선규는 멍하게 중얼거리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처음에 선생님일을 알고나서는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
"이제는 마음이 한결 나아지셨어요?"
"응"
물끄러미 선규를 응시하던 그녀는 근심이 담긴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애들도 너처럼 나중에 애들아빠에게 그런 마음을 가질까?"
"모르겠어요"
"태수도 저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하니?"
"태수는 그런 얘기를 잘 안해요... 다만 언젠가 태수아버지께서 쓸데없는 일로 가족을 고생시켰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때 태수가
원망하고 있다는 느낌을 얼핏 받았었어요"
"그래?"
"하지만 태수일은 저와 선생님과는 근본적으로 틀리잖아요? 태수아버님께서는 바람을 피우시지도 않으셨고 살아계셨을때는 가족을 많이
걱정했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거든요... 그러니 태수는 자기아버지를 그렇게까지 심하게 원망하지는 않을거에요"
"하긴 태수아버지께서 잘못하신것도 없으신데 태수가 커가면서 이해를 하게 되겠지"
그러나 여전히 애들이 걱정되는지 그녀가 계속 침울해있자 선규는 밝은 음성으로 달래었다.
"애들에게 저같은 마음이 있다면 그건 선생님을 생각하고 사랑해서 그러는거니까 너무 걱정하시지 마세요... 선생님이 옆에 계신데
아이들이 크면 다 잘 될거에요"
그말을 들으며 안심하는 미소를 짓다가 한동안 말이 없던 선생님은 입을 열었다.
"선규야"
"예?"
"우리가 한일이 잘못된거라는거는 알지?"
"....."
"내실수때문에 일어난 일이라서 너에게 뭐라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런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돼"
"무슨말씀이신지 잘 알아요... 선생님말씀대로 할게요"
그러자 선생님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 얼굴로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네가 그렇게 이해를 해주니 고맙다... 더군다나 내가 힘들어 하는데 곁에 있어줘서 많은 힘이 되었어... 너에게는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그겠지만 우리 이일은 없었던걸로 하자... 그냥 선생님을 안아줬었다고 생각해... 그게 너한테도 좋은거야... 너하고는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할게요"
그녀의 말뜻을 충분히 알아들은 선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는 말씀이시지... 계속 이런걸 생각하면 선생님이나 나는 학교를
다니기가 불편할거야... 더군다나 엄마도 있는데......] 다시 엄마가 생각나니 마음이 무거워졌고 선생님도 그의 대답에 기쁜 표정을
짓다가 그녀의 처지가 또다시 생각났는지 그처럼 침울해 있었다. 잠시 그러고 있던 선규는 침대시트를 허리에 두르며 일어났다.
"잠시만 계세요"
그리고는 얼른 거실로 뛰어가서 기타케이스를 가져왔다. 이불로 조심스럽게 몸을 가리며 기타를 꺼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선생님을
향해 선규는 웃음을 띄었다.
"기분이 우울할때는 음악이 최고에요... 제가 선생님께 한곡 들려드릴게요"
그런다음 이불속으로 들어가 기타를 잡고 Elton John의 "Your Song"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은은한 음이 흘러나오자 그를 보고있던
선생님의 입가에서는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옆에 누워있는 선규는 좀처럼 잠이 오지를 않아 어두운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엄마앞에서 태연한척을 유지할려고 애를 썼지만
미안한 마음때문에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선생님과의 일은 마담과 했을때와는 기분이 틀려서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마담과는
달리 선생님은 엄마같은 느낌을 주며 그를 억압하거나 뭘 바라지도 않아하고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가 어떻게 될까하고
걱정까지 해주어서 바람을 피웠다는 인식이 그렇게 들지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저지른 행위를 당연시하는 마음이 들어 그가
정말로 엄마를 사랑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내마음이 왜 이러지? 선생님과의 일은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담처럼 우연히 일어난 일인데... 선생님이 나에게 잘 해줘서
그러나?] 고민을 하는 그는 행위를 정당화시킬려고 갖은 생각을 했다. [내가 딴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선생님을 위로할려다가 일어난
일이야... 그리고 앞으로 그런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거잖아... 엄마만 영원히 모르면 되는거지. 그래. 난 엄마만을 사랑하고 있어...
낮의 일은 사랑이 아니라 선생님에 대한 동정심때문이었을거야 ] 그러면서 엄마를 바라보니 그래도 죄책감은 여전히 들었고 또한
궁금함도 일어났다.
"엄마, 자?"
"아니"
"뭐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아빠와 헤어졌을때 속많이 상했었잖아"
"그런데?"
"그때 누구한테 안겨서 위로받고 싶은적이 있었어?"
그러자 엄마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건 왜 물어보는데?"
"그냥 궁금해서"
"넌 참 별생각을 다한다"
"내가 원래 그런다는걸 알잖아... 갑자기 생각나서 그래... 그때 엄마가 혼자 울고 그랬었잖아"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그때는 누구든 만나기가 싫었거든"
"그래도 엄마를 이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러고싶지 않았었을까? 혼자서 많이 외로웠을거 아니야"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당시는 감정이 정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나중에 여기와서 태수엄마를 만나 속마음을 얘기할수 있어서 많이
좋아졌었어"
"엄마, 불쌍하다. 그때 내가 좀더 컸었더라면 엄마를 안아주고 위로해 줬을텐데"
그말에 엄마는 그를 안으며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옆에 네가 있어서 견딜수 있었던거야.. 너를 보면 힘을 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네가 없었더라면 더 힘들었을거야"
그러자 선규는 애틋한 마음이 들어 엄마를 끌어안았다.
"엄마가 힘들때는 내가 항상 옆에 있어줄게... 위로받고 싶을때가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해"
그말을 듣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던 엄마는 흐뭇한 웃음소리를 내며 따듯한 입맞춤을 해주었다.
주가 바뀌고 선규와 태수는 수학여행을 가는 기차에 타고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들떠있지를 않고 조용히 기차창문으로
지나가는 경치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태수와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보는 선규는 왠지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없이 엄마가
혼자 며칠을 지낸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그녀가 그사이에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설마 그사이에 무슨일이 날려고.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엄마가 딴남자를 만날 사람도 아닌데.....] 옆에 앉아있는 태수를 보니 그도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태수야, 무슨 걱정있니?"
"아..아니"
"너, 아줌마와 떨어져 있게되서 그러지?"
"엉?"
태수가 깜짝 놀래며 쳐다보자 선규는 웃음을 내지었다.
"너도 나처럼 아줌마와 떨어져 있기는 처음아니야?"
"너도 그러냐?"
"그럼... 엄마가 나없이 잘 있을까하고 걱정되는데"
그제서야 태수는 긴장을 풀고 겸연쩍게 웃었다.
"사실은 나도 그것때문에 마음이 별로 편하지 않아... 내가 없을때 무슨일이 있으면 엄마가 힘들어 하시지 않을까 해서"
"엄만데 꼭 애를 놔두고 떠나온거 같지 않니?"
"네말을 듣고보니 그러네. 그런데 너하고 내가 생각하는게 이렇게나 똑같냐?"
"피만 다르지 완전히 형제아니냐? 그나저나 걱정하지마... 이때까지 잘 살아오신 분이신데 잘 계실거야... 무슨일이 있으면 우리엄마가
옆에 있잖아"
"엄마보고 너희엄마와 같이 지내시라고 할걸 그랬나?"
태수의 중얼거림을 듣고 선규는 극심한 후회를 했다. [맞아. 그럴걸. 아줌마가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되는데. 바보같이 왜 그생각을 못했지?
가서 전화나 해야 되겠다] 그런생각을 하며 앞을 바라보니 맨앞쪽에 앉아있는 담임선생님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과 성관계를
맺은 다음날 학교에서 만났을때는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녀가 평소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어서 그도 편한 마음으로 그녀를 볼수가
있었다. 더구나 엄마의 말을 듣고 선생님을 위로해주다가 그런일이 일어났다고 스스로 단정지어서 엄마에 대한 죄책감도 많이 사그러
들었다. 그러나 다시 그녀의 집에 간다면 선생님을 어렵게 만들것 같아 그러지를 않았고 또한 그녀가 일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남편과의 일은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알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성행위를 했던게
상기되어 선생님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그냥 아무말도 하지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했었다.
경주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선규는 집으로 전화했다. 태수엄마와 같이 있으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엄마는 웃으면서 재미있게
지내라고만 말할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것 같았다. 전화를 끊은 그는 은근히 화가 나서 인상을 오만상으로 찌푸리며 방으로
돌아왔다. [내말이 말같지가 않나? 아줌마와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을텐데. 그러면 내마음도 편하고. 매일 전화해야 되겠다]
밤이 되어 세수를 할려고 세면도구들을 챙기는데 별안간 창문쪽에서 누가 소리를 질렀다.
"여학생들이 옷갈아 입는다!"
그말이 끝나자마자 방안에 있던 아이들은 총알같이 창문으로 우르르 뛰어갔다. 낮에 숙소에 들어올때 옆에 있는 다른 숙소에 여고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걸 발견한 애들은 시도때도없이 기회만 있으면 그쪽에 시선을 던졌다. 조금이라도 볼려고 서로를 밀치고 창문살에
매달려 난리를 치는 아이들을 웃으면서 보다가 텅빈 방안을 보니 문득 그와 태수만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가만히 있다는게 깨달아졌다.
"넌 안봐?"
"그러는 너는 왜 안보냐? 난 네가 제일 먼저 달려갈줄 알았는데 뜻밖이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텐데 목숨걸일 있냐?"
선규가 장난스럽게 웃자 태수도 고개를 내저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기했다. 옛날같았으면 태수말대로 제일 먼저
창문으로 날아갔었을게 눈에 안봐도 훤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눈에 엄마밖에 없어서 그런지 여학생이 옷을 갈아입든 조금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태수야 원래 그런거에는 관심이 없는 애라 그렇다치지만 나도 많이 변했네] 그런생각을 하던 선규는 히죽 웃으며 창문에서
몸싸움을 하는 애들을 뒤로 하고 태수와 화장실로 갔다.
어느덧 수학여행의 마지막밤이 되었다. 매일밤마다 방안에서는 선생님들이 오나 망을 보며 아이들이 화투와 카드를 들고 밤새도록 판을
벌려서 잠을 잘수가 없었다. 도박에 취미가 없었던 선규는 첫째날에 족보와 규칙들을 배우고 둘째날부터 본격적으로 판에 뛰어들어 돈을
제법 땄다. 그러나 마지막날은 그가 판을 휩쓸고 있었다. 고스톱을 치는데 거의 매번을 그가 이겼다.
함께 화투치는 상대가 바뀌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기는것도 그냥이 아니라 아주 크게 이겼다. 쳤다하면 투고나 쓰리고였고
상대방들에게 피박을 씌우거나 흔들어서 점수가 어마어마했다. 어떤때는 패가 안들어와서 상대방이 간만에 판을 쓸고있는데 선규의
손에 화투 3장이 남을때까지 아무것도 먹지를 않거나 그렇지 않으면 3번을 싸서 그가 돈을 가져갔고 또한 누가 고를 부르면 항상
그차례에 와서 고바가지가 났다. 도박을 할 마음이 전혀 없어 선규가 하는걸 보기만 하는 태수도 그앞에 수북히 쌓여가는 돈을 보며
두눈이 휘둥그래져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 쳐보는게 확실하냐며 짜증을 냈고 선규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돈딸 생각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건데 이렇게나
많이 딸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판을 이기는 과정은 그가 생각해보아도 신기했다. 그가 원하는 패만 손에 들어오고 남들이 할때는
항상 쓸모가 없는 패들이 들어왔다. [처음 해보는건데 이거 왜 이러냐? 정말 운이 잘 따르네]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더이상 그와 화투를
칠 생각을 하지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포커판에 들어갔다.
거기서도 화투판과 변함이 없었다. 원페어나 투페어는 거의 나오지가 않고 풀하우스, 포카드등이 들어왔다. 기본이 플러시일 정도였다.
처음에는 카드가 잘 들어온다고 여겨 남이 베팅한걸 레이즈를 해가며 돈을 긁었다.
그러나 계속 그런식으로 나가자 놀라움에서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선규의 운에 감탄을 하던 아이들도 경악하는 기색을 보였다. 고스톱과는
달리 포커에서는 운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걸 알아서 이제는 신기함을 떠나 그에게 신이 들리지 않았나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새로 시작된 판에서 카드를 받아든 선규는 그만 기절할뻔 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카드 5장은 A, K, Q, J, 10 이었고 전부 빨간색의 다이아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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