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행진곡 - 1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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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은 선규가 나가자 가슴이 너무나 답답해서 한숨이 크게 나왔다. 머리도 어지러워 한동안 누워있는데 자신이 선규에게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어 밖을 나가보니 선규가 잠바를 입고 어깨에 가방을 매며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명숙은
혹시 선규가 가출하나 생각되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선규야, 어디가니?"
그러나 선규는 대답없이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명숙은 급히 방으로 달려가 코트를 찾아입고 선규뒤를 따라 나갔다. 하지만
선규는 뛰어갔는지 아니면 다른길로 갔는지 이미 보이지가 않았다. 다급한 마음이 들어 다른길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찾아다녔으나 아들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가 않았다. 다시 약국앞으로 돌아온 명숙은 자신의 속을 썩이는 선규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또한 걱정이 되어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설마 가출한거는 아니겠지? 돈도 별로 없을텐데. 그냥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을거야. 화가 풀리면 곧 돌아오겠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면서 명숙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집을 나온 선규는 엄마가 뒤쫓아올까봐 다른길들로 이리저리 뛰었다. 집에서 한참을 벗어나자 그제서야 뛰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화도 나고 섭섭하기도 해서 오늘밤만은 엄마와 한집에서 같이 있기가 싫었다. 또한 자신을 냉대하는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그렇게 걱정할거 같지도 않아 보였다. [귀찮아하는 내가 없으니 잠만 잘 자겠지] 정처없이 한참을
걷다가 어느 골목안에 있는 한여관이 보였다. 혼자 여관에서 자본적이 없어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마땅히 잘곳도 없어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4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맞아주었다.
"방 있어요?"
"있는데... 그런데 몇살이야? 어려보이는데?"
"대학생이에요... 얼굴이 동안이라 어려보이는거에요"
아저씨는 장부를 꺼내며 말했다.
"여기다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라"
선규는 펜을 들고 가짜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지어 적었다. 그런다음 아저씨는 선규를 방으로 안내하고 나갔다. 방은 작은
화장실이 딸려 있었고 조그만 선반위에 텔레비젼이 있는 온돌방이었다. 구석에는 요와 이불이 놓여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잠바를 벗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아저씨가 수건과 칫솔, 치약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 잘거야?"
"네"
"여자 불러줄까?"
그러자 선규는 속으로 흠짓 놀랬다. 여관에서 여자를 불러준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으나 자신이 직접 경험할줄은 몰랐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동했으나 겁이 나기도 하고 어쩐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됐어요... 피곤해서 그냥 잘게요"
아저씨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잘자라고 한다음 나가버렸다. 선규는 바닥에 요를 깔고 누웠다. [다른것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 약속을 지켰다, 엄마] 자신의 동정을 엄마외에는 다른 여자에게 주고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또다시 섭섭하기만 했다. 텔레비젼을 틀고 채널을 돌려보니 백인여자들이 나오는 포르노가
나왔다. 얼마동안 아무생각없이 보다가 재미도 없어서 텔레비젼과 불을 끄고 누웠다.
어둠속을 바라보니 엄마의 냉대를 받고 집에서 나와 이렇게 혼자 여관에 있는 자신이 마냥 불쌍하기만 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벌레지보듯 하는거야? 인제 어떻게 해야 되지?] 내일 집에 들어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벽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흥.... 아........"
[뭐야?.. 이거 섹스하는 소리 아니야?..] 벌떡 일어난 선규는 벽에 귀를 갖다대었다. 신음소리를 들으니 여자는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같았다.
"앙.... 오빠...... 허억..... 나죽어......"
여자의 신음을 들으니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놀고있네.. 누구는 하고싶어하는 여자에게 냉대를 받고 이렇게
독수공방하는데 지네들은 옆에서 저렇게 재미를 봐?] 홧김에 조용히 하라고 벽을 두들기고 싶었으나 애써 참으며 자리에
누웠다. [밥막을때는 개도 안건들인다고 하는데. 선남선녀가 만리장성을 쌓는데 방해하면 큰 실례지] 잠을 잘려고 하였으나
계속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선규는 엄마를 생각하며 자위했다.
밤새도록 한숨을 못잔 명숙은 새벽이 되어도 선규가 안돌아오자 극심하게 초조해졌다. 처음에는 선규가 홧김에 나갔다가
이내 돌아오겠지 하며 생각했으나 시간이 점점 지나자 불안이 극도록 달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말을 안하고 외박을 한적은
한번도 없었던 애여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났다. [어디가서 일 저지르는거 아니야?... 나와 그러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하지만 이미 그녀가 선규에게 짜증과 화를 냈기때문에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아침이 되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명숙은 약국에서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해야하나 하고 고심을 했다. 가출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으나 선규가 신문배달을 하고
있기에 그런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을거 같았다. 그러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설겆이를 마친 태수는 혼자있는 집에서 책을 폈다. 그러나 엄마생각이 자꾸나서 집중이 안되었다. 엄마에게 한 행위때문에
계속해서 마음이 심란했다. 엄마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가 주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은 더
했다. 차라리 그때 엄마가 화를 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아마 엄마가 내가 창피해 할까봐 그냥
넘어가셨나봐]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가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되었다.
태수는 요즘따라 엄마에게 알수없는 감정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엄마를 볼때마다 신체접촉을 하며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드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엄마가 아닌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로 느껴질때가 많아서 그를
무척이나 혼동시켰다. 어제 엄마가 했던 "나한테는 너만 있으면 돼"라는 말이 계속 그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처음에는 엄마의
말을 듣고 감격했으나 지금은 그것이 마치 중요한 의미나 고백처럼 느껴졌다. [내가 엄마를 이성으로 사랑하나?] 머리를
흔들며 물이나 마실려고 냉장고로 가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태수니?"
"아줌마세요?"
"응... 잘있었지?"
"네... 아줌마도 안녕하시죠?"
"응... 엄마는 나가셨니?"
"아까 나가셨어요"
"선규가 거기에 온적이 있니?"
"아니요... 왜 그러세요?"
선규엄마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선규가 어제밤에 집에 안들어왔어"
"예?"
"어제 내가 좀 야단을 쳤었거든... 그래서 화가 많이 났나봐"
태수는 너무나 놀라서 말이 안나오는데 선규엄마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따가 신문배달을 나갈때 나좀 데려가 줄래? 거기에는 나올거 같아서 그래"
"그렇게 하세요... 그럼 시간이 되면 제가 약국으로 갈게요"
"그럼 그때 보자... 고마워"
전화를 끊은 태수는 어리둥절 했다. 아줌마가 선규를 야단치는 일은 별로 보지를 못했었는데 선규가 화를 냈었다는걸 보면
대단한 잘못을 해서 크게 꾸중을 받은거 같았다. [또 음란물을 들켜서 야단맞았나?] 또한 야단맞았다고 집을 나간 선규가
한심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런다고 집을 나가냐? 아줌마가 걱정하실 생각은 하지않고. 이 추운날씨에 어디에 간거야?]
만약에 자신이 선규같은 행동을 했다면 엄마는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일이 생긴다면 엄마는 자리에 누우실거야]
그러자 다시 엄마가 생각나서 한숨만 나왔다.
명숙은 약국문을 닫고 옷을 갈아입은다음 밖으로 나오니 테수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귀찮게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선규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시죠?"
"응"
태수는 걸으면서 선규엄마를 보니 잠을 안잔듯 많이 피곤해 보였다.
"선규가 큰 잘못을 했어요?"
"말을 안듣기에 뭐라 했더니 집을 나가더라. 하도 빨라서 뒤쫓아 나가봤더니 이미 사라진 뒤였어"
돌려 말했지만 명숙은 태수에게 선규의 일을 말하는게 어쩐지 부끄러웠다. 혹시 태수가 자신과 선규와의 일을 눈치채지나
않을까해서 속으로 조바심도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보급소로 걸어가는데 문득 태수가 자기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너는 네엄마속을 안썩히지?"
그러자 태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부모속을 안썩히는 자식이 어디있어요? 그냥 안그럴려고 노력해요"
"네 엄마가 아팠을때 걱정하는 네모습을 보니 내마음이 찡하더라"
"그러셨어요? 자식이 엄마걱정 하는것은 당연한건데요"
"네 엄마가 그렇게 좋으니?"
"그럼요... 저한테는 엄마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소중할수밖에 없죠... 그냥 혼자되신 엄마가 고생하신걸 생각하면 불쌍하고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명숙이 태수의 얼굴을 보니 자기엄마에 대한 애절함이 철철 넘쳐 흘렀다. 그걸보니 혜영이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태수가
엄마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선규에게로 옮겨졌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도 혜영이처럼 혼자인데. 선규는 왜 태수처럼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는거야?] 옆에서 태수는 그런생각을 하는 그녀를 위로했다.
"선규가 화를 내도 금방 풀어지는걸 잘 아시잖아요... 아마 지금 아줌마에게 뉘우치고 있을거에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이제 다 왔어요"
태수가 가리키는곳을 보니 멀리 안딸어진 신문보급소가 눈에 들어왔다.
보급소안에 들어간 태수는 소장에게 명숙을 소개해 주었다. 선규는 아직 도착해 있지 않았다. 명숙과 인사를 나눈 소장은
선규가 매우 성실하게 일을 잘한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말을 들으니 명숙은 선규가 대견하게 느껴지며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아들이 일하는 곳이 그저 신기해서 둘러보고 있는데 가방을 맨 선규가 들어왔다. 엄마를 본 선규는 순간적으로
놀랐으나 이내 표정을 태연하게 하고 소장에게 인사를 했다.
어색함을 느낀 명숙은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는데 선규가 커다란 신문덩어리들을 어깨에 매고 와서 자건거에 싣는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랬다. 많은 양의 부수들을 돌리는것은 알지만 이렇게 무거운 짐처럼 생긴것들을 선규가 배달하는줄은 상상하지도
못 했었다. 무거운 신문들을 운반하며 열심히 일하는 아들을 보니 집에서 볼때와는 굉장히 다르게 보여졌다. 선규는 저쪽에서
태수와 무슨 얘기를 나누더니 자전거를 끌고 다가왔다.
"여기는 왜 왔어?"
얼굴을 찌푸리는 선규를 보며 명숙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제는 어디에서 잤어?"
"엄마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
"어떻게 내가 상관을 안해?"
"내가 없으니 편안했을거 아니야"
"선규야"
"나 빨리 나가야 하니까 그만 집에 가"
선규가 자전거을 움직이며 떠날려고 하자 명숙은 다급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
"나..나도 따라가면 안되겠니? 네가 일하는것을 보고싶어서 그래"
"혼자 다니는게 편하니까 엄마는 그냥 가"
"선규야, 제발....."
애원을 하는 엄마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본 선규는 아무말없이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뒤를 명숙은 급히 쫓아
가면서 선규의 표정을 살폈다. 선규는 옆에서 따라오는 엄마를 바라보지도 않고 앞만 보며 갔다.
"선규야, 어제 어디 있었어?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왜 걱정을 해? 찰거머리가 떨어져서 속이 시원했을거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네가 안들어 오는데 걱정하는거는 당연하지"
그러나 선규는 대꾸도 안하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명숙은 애간장이 타서 선규를 잡아세우고 물었다.
"어제 어디서 잤어?"
근심하는 엄마의 얼굴을 한동안 쳐다본 선규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여관에서 잤어"
"뭐?"
가슴이 철렁해진 명숙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선규를 붙잡았다.
"네가 거기서 어떻게 자?"
"그냥 대학생이라고 하니까 방을 주더라... 이젠 됐어? 나 빨리 가야해"
몹시 불안함을 느낀 명숙은 선규를 뒤따라가며 질문을 했다.
"거기서 아무일 없었지?"
"무슨일?"
주위를 둘러본 명숙은 선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여자와 잤어?"
"........"
걸음을 멈추고 아무런 표정없이 엄마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던 선규는 다시 움직였다. 명숙은 답답하고 조급해져서 선규를
다시 잡아세웠다.
"그런거야?"
"......."
선규가 대답을 안하자 명숙은 다리에 힘이 빠지며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런거 생각안한다고 나와 약속했잖아"
"엄마가 그렇게 나오는데 내가 약속을 지킬 이유가 어디있어?"
선규의 말을 들으니 명숙은 가슴이 내려앉으며 울고 싶어졌다.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절망스럽게 말했다.
"내..내가 너의 첫여자가 되어주기를 원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엄마가 원하지를 않는데 이제 그런거 필요없어"
그러자 명숙은 속이 너무 상해서 참았던 울음을 끝내 터트렸다.
"흑흑... 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니?... 태수는 자기엄마가 안됐다고 불쌍히 여기는데 너는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어? 나도
혼자고 태수엄마처럼 힘들게 살았어. 그런데 너는 내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니?"
선규는 쭈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엄마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제 아무일 없었어"
그말에 명숙은 고개를 번쩍 들고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정말이야?"
"그래... 엄마와 약속했었잖아... 그리고 마음도 내키지가 않아서 그냥 잤어"
그러자 명숙은 벌떡 일어나 으스러지게 선규를 껴안았다.
"고마워, 선규야... 정말 고마워"
그녀의 품안에서 한동안 안겨있던 선규는 엄마를 떼어놓고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했다.
"빨리 가야해... 이미 많이 늦었단 말이야"
"나도 같이 가면 안되니?"
명숙은 선규가 또다시 사라질까봐 어떡하든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될거 같았다. 선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는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엄마를 챙겨줄수 없어"
"알았어... 내걱정말고 어서 가기나 해"
명숙은 뒤를 쫓으며 배달하는 선규를 열심히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무거운 신문을 든 선규를 충분히 따라 갈수있겠다고 생각
했는데 어찌나 선규가 빨리 움직이는지 명숙은 롱코트의 아래자락을 붙잡고 뛰어다니느라 숨이 찰 지경이었다. 그나마
치마를 안입고 바지를 입고와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능숙하게 신문을 돌리는 선규를 지켜보니 신통하기만 했다. 항상
자신의 품안에서 자라던 선규가 어른처럼 일을 하는것을 보니 더이상 어리광을 부리던 애처럼 안보이고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몇시간이 지나고 신문배달을 끝낸 선규는 다시 보급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명숙은 안도를 하며 천천히
걷는 선규의 뒤를 따랐다. 보급소에 들어가서 보고를 하고 가방을 매며 나온 선규를 보고 명숙은 급히 그에게로 가서
다정하게 말했다.
"선규야, 우리 오래간만에 저녁 사먹고 들어갈까? 네가 먹고싶은거 사줄게"
선규는 아무런 내색없이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명숙은 오늘밤도 선규가 집에 안들어가나해서 마음이 몹시 초조해졌다.
"오늘은 집에 들어갈거지?"
"내가 안들어가는게 엄마한테 좋은거 아니야?"
"제발, 선규야... 너없으면 엄마는 못사는걸 잘 알잖아"
"......."
"부탁이야, 선규야... 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이제부터 네가 원하는대로 다 해줄테니 그만 화풀어... 응?"
명숙은 물끄러미 쳐다보는 선규를 간신히 이끌고 근처의 음식점에서 저녁을 사먹인다음 집으로 데리고 갔다. 집에 가까이
오자 그제서야 깊은 안도를 했다. [이제 다행이네. 자식이 상전이라더니 그말이 딱 맞어. 애가 하나 더 있었으면 어떻게
할뻔했어?] 그런 생각을 하며 선규의 손을 꽉 붙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혜영은 옆에서 걷고있는 태수가 어딘지 모르게 심기가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제밤의
일때문인거 같았다. 처음에 혜영도 태수위에 올라가서 키스를 했던 행동이 태수를 보기에 부끄러웠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느낌이 사라져가고 엄마가 아들에게 한 애정표현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그동안 아들과 서로 껴안고 자며
키스까지 했는데 그걸 이상하게 여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수는 어제 발기된 성기가 자신의
그곳에 닿았기 때문에 마음이 몹시 무거운 모양이었다.
혜영도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으나 생각을 해보니 경험도 없는 그런 나이에 일시적인 충동이 들어 충분히 그럴수가 있겠다고
이해했다. 또한 태수가 그녀때문에 흥분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며 자신을 여자로 여겼다는 생각에 왠지모르게
뿌듯함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그러나 태수가 그것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랬다. 어차피 그녀가 먼저
시작한건데 태수가 공연히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혜영은 태수의 마음을 가볍게 해줄려고 말을 꺼냈다.
"태수야, 오늘도 업어줄래?"
"네?"
"네가 업어주니까 좋더라. 매일 업어준다고 그랬잖아"
어제일때문에 태수는 엄마와의 신체접촉을 조심하게 피하고 있었는데 그말을 들으니 매우 놀라웠다. 어제일로 엄마가 기분이
불쾌해져서 더이상 접촉을 원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업어달라고 부탁해서 너무나도 뜻밖이었다.
"싫어?"
"아..아니에요... 엄마가 원하시면 해 드려야죠... 어서 업히세요"
태수가 황급히 쭈그리고 앉자 혜영은 속으로 웃으면서 태수에게 업혔다. 태수가 일어나서 걷기시작하자 두팔로 그의 목을
감았다. 그러면서 가슴을 그의 등에 바짝 밀착시키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몸에 닿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
그소리를 듣고 태수는 어리둥절 했다. [엄마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으시나? 어제일로 많이 불쾌해 하실줄 알았는데]
"너도 그래?"
엄마의 상냥한 소리를 들으니 태수는 목구멍이 타는것 같았다.
"네... 저도 엄마와 그러고 있으면 좋아요"
"그럼 우리 서로 부끄러워 하지말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자... 너에게 사랑받는거 같아서 왜 진작에 이러지를 않았을까하는
후회도 들어. 그래도 괜찮지?"
그제서야 태수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려고 그런다는것을 깨달아서 가슴이 뭉클해지며 그저 고맙기만 했다.
"엄마"
"응?"
"사랑해요"
혜영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태수의 목덜미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집에 들어온 선규는 방에 가서 가방을 놓고 잠바를 벗은 다음 침대위에 쓰려져서 엎드린채로 가만히 있었다. 일단은 집에
데리고 들어왔으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선규가 여전히 가슴에 걸려서 명숙은 코트를 입은채로 선규옆에 앉았다.
그런다음 몸을 숙여 선규를 안으면서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선규야, 이제 화가 풀린거지?"
"피곤하니까... 그냥 내버려줘"
"내방에서 같이 안잘래?"
"엄마가 싫어하잖아"
"아니야... 인제는 안그럴게"
명숙은 선규의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
"응?"
"앞으로 화를 내더라도 그런식으로 하지 마. 엄마가 싸구려 여자처럼 보여서 너무 싫었어... 내가 엄마에게 그런 마음을
가진다해도 나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엄마야. 다른 여자는 그래도 엄마가 그러는것은 정말로 보고싶지 않아"
그말을 들으니 명숙은 가슴이 메어져서 선규옆에 누워 꼬옥 끌어안았다.
"미안해, 선규야... 다시는 안그럴게"
그러고 한동안 있으니 선규가 그녀와의 약속때문에 어제 일을 안저질렀다는게 생각나서 무척이나 고맙고 감동스러웠다.
[선규는 자기딴에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내가 너무했는지도 몰라... 좋게 생각하면 내가 좋아서 그런건데 애가 얼마나 상처
받았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선규의 고개를 돌려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코트안에 넣어 자신의 가슴에 갖다대었다. 선규가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명숙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만 씻고 자자... 오늘 나와 같이 잘거지?"
그러자 선규의 얼굴표정이 서서히 바뀌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서 씻어... 어제 집밖에서 자서 많이 피곤할거 아니야?"
선규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갔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줄기를 맞으며 선규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집에 안들어와서 엄마가 걱정했을까하는 의문이
줄기차게 들어었는데 막상 보급소에서 엄마를 보고 무척이나 놀랬었다. 설마 그곳에 찾아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었다.
태수가 그를 붙잡고 엄마가 많이 걱정하고 있으니 용서를 빌고 잘해드리라고 신신당부했으나 엄마를 보는순간 또다시
어제일이 상기되어 저도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와 얘기를 나누기도 싫어서 그냥 무시하고 갈려고 하였으나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을 하자 그만 마음이 어느정도
풀리게 되었고 자신이 엄마에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한구석에 화가 남아있어서 집에 들어가야할지
갈등이 들었으나 엄마가 그를 달래면서 집에 데려가길래 마지못해서 따라왔었다. 집에 와서도 엄마가 옆에서 계속해서
그를 달래서 마음속에 있었던 말을 했지만 엄마가 나중에도 어제와 같이 그를 불편하고 귀찮은 존재로 여길지는 미지수였다.
[어차피 걱정할거였으면 어제는 왜 그랬냐? 빨리 마음을 잡고 나에게 친절히 대해주었으면 이런일이 안일어났잖아]
혹시 엄마가 미안해 해서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으나 생각을 해보니 아들과 몸을 섞으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머리에 깊숙히 틀혀박혀 있어서 하루아침에 금방 변할거 같지는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다. 엄마가
그녀의 방에서 함께 잠을 자자고 그랬지만 오늘은 어쩐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아까 엄마가 자신의 손을 잡고 그녀의
가슴에 올려놓아서 순간적으로 흥분이 되기는 했었지만 또다시 자신이 옆에 누워있어서 엄마가 불편해 하며 어색해 하는것을
보기가 싫었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피곤이 몹시 몰려왔다. 잠자리가 다른 장소에서 잠을 자고 오늘 하루종일 정처없이 돌아다녔더니 그런
모양이었다. 선규는 천장에서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다가 저도모르게 눈이 저절로 감겼다.
방안에서 태수는 이불과 요를 깔고 있었다. 아까 엄마가 그렇게 말을 해주어서 무거웠던 마음이 일단 놓였으나 오늘도 엄마가
그와 잘지는 잘 몰랐다. 자더라도 엄마가 그와의 신체접촉을 피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크소리가 나며 엄마가 웃으면서
들어왔다. 태수는 불을 끄고 조심스럽게 옆에 누워서 되도록이면 자신이 먼저 엄마몸에 닿지않도록 주의했다. 혜영은 태수가
평소처럼 자신을 안아주지 않자 아직도 어제일때문에 그러는가보다고 생각되어 그에게 안겨서 옷속으로 손을 넣어 아들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태수는 그만 몸이 경직되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오늘은 안 안아줘?"
엄마의 상냥스러운 소리를 들으니 태수는 다시 죄책감이 들어 엄마에게 어제밤의 일을 사과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엄마, 어제밤에는......"
엄마가 갑자기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아서 하던 말을 마저 끝낼수가 없었다. 엄마는 어제처럼 그의 위로 올라와서 귀에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
"이해해.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마음쓰지 마. 네가 그러면 나도 불편해져. 알았지?"
태수가 멍하니 고개만 끄덕이자 엄마는 손을 떼고 키스를 했다. 태수는 처음에 마음이 여전히 걸려 계속 경직되어 있었으나
엄마가 자신을 이해해 주고 마음써주는것이 너무나 고마워서 차차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엄마를 힘껏 껴안으며 그녀의
키스를 되돌려 주었다. 얼마가 지나자 그의 아랬도리에서는 다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발기되는 성기가 그녀의 허벅지에
닿아서 걱정이 일어났지만 엄마는 아무 상관이 없는듯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저 그의 입속으로 깊은 키스를 하기만 했다.
잠시후 입을 뗀 엄마는 거칠어진 숨을 쉬며 태수의 귀에 입을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사랑해, 태수야"
그녀의 말이 귀속으로 스며들어오자 태수는 마음에 걸려있었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며 가슴속으로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넘쳐
흐르게 되었다. 그래서 엄마를 더욱 바짝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녀를 안은채로 몸을 옆으로 굴렸다.
그러자 엄마는 반듯이 누워있게 되었고 태수는 그녀위에 있게 되었다. 엄마의 머리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거친
숨결을 듣다가 다시 키스를 했다. 엄마는 기다렸다는듯이 그의 혀를 받으며 두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태수는 정신없이
키스를 하면서 감미로운 분위기에 휩싸여 저도모르게 손이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은 그녀의 옆구리를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며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아들의 애무를 받는 혜영도 정신이 없었다.
오늘따라 태수에게 가지고 있던 아들이상의 알수없는 감정이 극도로 달하였다. 아까 집에 올때 태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서 무척이나 황흘했던 혜영은 그와 키스를 하면서 가슴속으로 엄습해오는 아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태수가 갑자기 그녀위에 올라오면서 키스를 하며 부드럽게 만져주니 저도모르게 에로틱한 느낌이 났고 그의 손끝이
지나갈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들어 온몸에 전율이 지나갔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팔을 내려 태수의 옷속으로 떨리는 손을 넣어 아들의 근육을 더듬었다. 태수도 엄마의 손길을 받으니
이성이 점차적으로 마비되어 갔다. 엄마위에 있던 몸을 약간 옆으로 내린다음 애무하던 손을 서서히 내려 그녀의 윗 옷
끝부분을 약간 올려 아무생각없이 그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는 엄마의 부드러운 살결과 가느다란 허리가
잡혔다. 혜영도 그녀의 옷안으로 들어온 태수의 손길을 느끼고 몽롱했던 정신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아들이 그녀의 옷속에 손을 넣게 해도 되나하는 갈등이 일어났지만 다른 마음 한구석에는 그녀도 모르게 아들의 손길을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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