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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섹스 게임 -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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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50,533회 작성일 21-01-28 16:50

본문

“그... 말 뜻은?”


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수화기를 통해서 들은 에이스의 말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 간단히 말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살아 있더라도 당신들이 우승할 때까지 살아 있다는 보장도 없고... 

“서... 설마요?” 


서영은 에이스의 말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3라운드 게임이 끝난 지,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수영 부부가 죽었을 수도
있었다.


- 믿기지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존재해. 물론, 지금 현재 죽었을 확률은 미미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살아 있는 게 힘들지. 루저란 그런 존재니까.


“우승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서영이 에이스에게 질문을 했다. 거짓말이라도 에이스의 입을 통해서 수영 부부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서영이었다. 그러나 에이스의 냉정한 대답이 수화기를 통해 서영의 귀에 전달이 되었다.


- 그건 아무도 몰라. 그러나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 루저들 중 소수는 살아남겠지만, 대다수는 죽을 텐데...
 컴퍼니 입장에서는 어차피 죽을 사람들에게 시간을 더 줘 봐야... 밥만 축 내게 되니까... 그럴 필요가 없겠지.


“...... 어쩌죠?”


- 어쩌다니...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우승 자체도 행운을 빌어야겠지만... 그만한 행운이 더 있어야 해. 당신 친구들이
 그때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행운... 쉽지는 않은 일이지. 그런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못하겠다. 당장 4라운드에서
 탈락할 수 있는데... 무엇을 하러 이런 고민과 걱정을 하는 거야?


“믿음을... 준 친구니까요.”


- 운 좋게 우승하면 빚 30억 갚고.. 나머지 20억으로 떵떵거리며 살아. 자식도 있을 것 아니야? 상식을 벗어난 년이야.. 쩝.


서영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에이스가 입맛을 다셨다. 당장 자기 앞길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을 걱정하는
서영이 에이스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서영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싶은데... 사실 내가 당신을 도와주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고...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그건 당신도 이미 예상했을 것이고... 3라운드에서 기도만 했다는 부부? 차라리...
 그들이 더 괜찮았네... 사람은 머리를 그렇게 써야지. 에효.


수화기를 통해 에이스의 한숨소리를 들은 서영이었다. 서영은 에이스 역시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었다. 에이스가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이유는 없었다.


“에이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 것이죠?”

- 그야 돈이지 뭐...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지만... 아직은 알려줄 수가 없어. 

“왜죠?” 

- 아까 말했지만...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니까. 

“이해할 수 없어요.” 

- 나도 당신을 이해 못하겠다. 왜 이런 미친 고민을 하는지... 하지만... 내 말은 반드시 믿어야 해. 아... 뭐랄까...
 내가 여기까지는 말을 해주지.
 


수화기를 통해서 서영은 에이스가 잠시 고민을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에이스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듯 했지만,
쉽사리 입을 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고, 에이스의 목소리가 다시 수화기를 통해 서영의 귀에 전달이
되었다.


- 당신 친구를 구하는 건은... 다시 말하지만 많은 행운이 따라야 해. 당신 부부가 우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전까지
 당신 친구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승할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 돼. 컴퍼니의
 수장이 치킨 박이라고 했던가? 그에게도 절대 입을 열어서는 안 돼.


“왜죠? 치킨 박과 먼저 거래를 하면 안 되나요?”


- 이유는 당신도 알 것 아니야. 거래라고 했던가? 당신은 당장 치킨 박에게 무엇을 걸 수 있는데? 우승을 하면 상금을 내
 놓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일단 당장 우승자도 아닌데 그런 제안이 치킨 박에게 먹히겠어?
 오히려 당신 약점만 부각되겠지. 치킨 박에게도 먼저 속내를 내비치면 지는 거야. 알겠어?


에이스의 따끔 어린 말을 들으며 서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을 정도의 생각이었다.
당장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우승을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라?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 알겠어요.”


- 그럼 더 이상 당신 친구 이야기는 그만 하지. 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제 초점은 당신과 나의 거래야. 난 당신 부부가 우승을
 하면 좋겠어. 내가 일찍 당신들을 선택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전화해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으니까... 나로서도
 솔직히 후회가 돼. 왜 당신들을 선택했을까. 우승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직감이 틀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은 상황이야...


에이스의 말에는 서영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미 섹스게임은 시작했고, 벌써 3라운드까지 끝났기 때문에 에이스도 자신의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 난 당신들의 우승을 돕겠어. 하지만... 내가 가진 무기는 딱 한 번만 쓸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당신에게 남긴
 쪽지에서도 위급한 상황이나,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 나에게 연락하라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연락이 올 줄은...
 마음 같아서는 없던 일로 하고 싶지만... 거래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 했으니...


“여... 열심히 할게요.”


- 내 말 들어. 다시 말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연락을 해. 솔직히 우승은 장담 못하지만... 내가 돕는다면 최소한
 결승전까지는 진출이 가능해. 결승전이 7라운드겠지? 나도 무슨 게임이 나올지 모르니... 그땐 돕기 힘들지만...
 7라운드까지는 내가 진출 시켜주겠다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고작 3라운드 끝났고.. 많은 경쟁자가 남아 있을 거야.
 그 상황에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 네.”


-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그리고 당신도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질문하고 싶겠지. 그런데 지금은 알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알면 당신이 다칠 테니까. 그건 내 기대도 무너지게 되는 것이고... 나중에 다 알려줄 거야.
 그러니까 게임에만 집중을 해. 다른 생각 말고... 4라운드를 통과하고... 기어서라도 5라운드도 통과하란 말이야!


비록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었으나 서영은 에이스가 약간은 본심을 내비쳤다고 느껴졌다. 에이스는 약간은
열 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역시 섹스게임의 루저 출신이었기에 컴퍼니에 대한 원망과 한탄이 말 속에서 느껴졌다.


“... 알겠어요.”


- 마지막으로 또 말하겠어. 앞으로 진짜 기회는 딱 한 번이야. 또 다시 이런 전화를 하면 나 역시 당신을 버릴 수 밖 에 없어.
 또한 이 사실은 당신과 나와의 비밀이야.


“알겠어요... 정말 중요한 순간에...”


- 나 역시 꼭 당신 부부를 결승전에 앉힐 테니까... 나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는 걸 명심해. 결승전에 가 본 사람만이...
 그 방법을 아는 것이니까...


에이스의 말을 들은 서영은 크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 에이스... 결승전에...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었다는 건가요?”


서영이 더듬거리며 에이스에게 질문을 했지만, 수화기에서는 더 이상 에이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뚜. 뚜... 어떤 인사도 않고 에이스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서영은 에이스가 남긴 마지막 말이 너무나 충격적
이어서 전화가 끊긴지도 모른 채, 한동안 수화기에 ‘에이스’를 몇 번이나 불러야 했다.


“... 끊어 버렸네.”


에이스와의 통화가 끝난 사실을 뒤늦게 알아 챈 서영이 진한 아쉬움을 남기며 자신이 들고 있는 수화기를 공중전화기에
다시 걸어놓았다. 에이스와 꽤 긴 시간 통화를 했고, 서영은 생각보다 많은 수확을 걷을 수 있었다.


“수영 부부를 살릴 수 있어... 그런데... 정말 행운이 따라야 하네... 내가 우승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우승할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니...”


서영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영 부부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자신을 위해서도 또한 수영 부부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 섹스게임에서 우승을 해야 했다. 그 뒤로는 하늘에 맡겨야
했지만, 서영은 수영 부부가 꼭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에이스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었다니... 마지막에 패배해서... 루저가 되었던 것일?”


대화를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에이스와의 통화가 끊겼지만, 서영은 그의 마지막 말을 통해서 에이스가 이전 섹스 게임에서
결승까지 갔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비록 우승을 못했지만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던 사람이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서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한 번이라니까... 결국은 우리가 잘해야 될 텐데...”


에이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와준다고 하였지만, 서영은 결국에는 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 즉 자신과 민혁이 최선을
다해야만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꼭 해내야 해. 수영 부부도 살려야 하니까...”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서영은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상식을 벗어난 게임들이 펼쳐지더라도 결코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정을 지키고, 또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길거리에 있는 똥이라도 집어 먹어야 할 것이다.


거실에서 혼자 놀던 연아는 현관문 벨 소리에 인터폰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인터폰을
향해 말을 했다.


“누구세요?”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고, 연아는 올망졸망한 눈으로 인터폰의 화면을 올려다보았다. 역시 화면에는 아무런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도... 둑?”


연아는 어린 7살이었지만, 제법 머리가 영특했다. 인터폰 화면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나쁜 사람이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현관문으로 쪼르르 달려가 문이 제대로 잠겨 있음을 확인했다.


“도둑놈은 우리 집에 못 들어와요!”


연아가 현관문을 바라보며 소리를 쳤다.


“경찰 아저씨에게 이를거에요!”


다시 한 번 연아가 현관문을 향해 소리를 쳤다.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던 연아는 나쁜 사람이 도망을 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휴...”


어린 나이답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연아는 그 순간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다.


“꺄아아악!”


현관문 아래에 있는 우유 투입구로 어른 손 하나가 불쑥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연아는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에 계속 소리를 지를 수 밖 에 없었다.


“꺄아악! 엄마!”


연아는 자신이 집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재빨리 안방으로 달려가 장롱 옆의 좁은 공간에 자신의 몸을 숨겼다.
제발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도둑이 자신에게 오지 말기를 바랬다.


‘어... 엄마... 아.... 아빠...’


연아는 울고 싶었지만, 도둑이 자신의 울음소리를 들을까 숨을 죽인 채, 마음속으로 엄마와 아빠를 불렀다.
그리고 그렇게 장롱 옆에서 몸을 움츠린 채 숨을 죽이며 얼마의 시간을 보냈다.


“이잉...”


한참을 숨어 있던 연아는 집안이 생각보다 조용함을 인식했다. 도둑이 집에는 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조심스레 장롱
옆에서 벗어나 슬금슬금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그 누구도 없었고, 무언가 달라진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다.


“문을... 못 부셨구나... 헤헤.”


현관에 도달한 연아는 굳건히 집을 지키고 있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도둑이 잠긴 문을 어쩌지는
못한 것 같았다.


“나쁜 도둑 같으니라고...”


연아는 엄마와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도둑을 몰아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려고 했다. 집을 혼자 지켜냈다는
뿌듯한 감정이 어린아이인 연아를 들뜨게 했는데, 그 순간 그녀의 눈에는 작은 종이가 보였다.


“뭐지?”


현관문 우유 투입구로 들어온 듯, 연아는 쭈그려 앉은 채,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응? 편지네...”


연아는 자신의 손에 들린 편지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아... 집배원 아저씨였구나...”


연아는 아까 자신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집배원이라고 생각했다. 집배원을 도둑으로 오인한 자신이 부끄러웠던 연아는
아무도 없는 현관문을 향해 크게 소리를 쳤다.


“미안해요. 집배원 아저씨!”


연아의 사과에 당연히 대답이 없어야 했지만,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연아가 뒷걸음을 치며
연신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아저씨...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연아의 사과와는 달리 현관문은 열렸다. 그리고 고개를 연신 숙이던 연아는 조심스레 시선을 위로 올렸다.


“연아야 무슨 일이니?”


에이스와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서영이었다.


“아...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래? 그런데 연아 손에 들고 있는 건 무엇이야?”


서영은 연아의 작은 손에 들려 있는 종이를 보았다. 그때서야 연아는 방그레 웃으며 서영에게 말을 했다.


“집배원 아저씨 다녀갔어요. 그리고 이건 편지에요.”


연아가 아무 생각 없이 편지를 든 손을 흔들며 서영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연아가 들고 있는 편지를 본 서영의 눈은 커져만
갔다. 
서영을 딸인 연아에게 컴퍼니가 보낸 섹스 게임 초대장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민혁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세 시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서영은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을 뜯지 않았다. 꿋꿋하게 민혁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 민혁이 집에 돌아왔고, 현관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서영을 보자 잠시
멈칫거렸다.


“어서 와. 연아는 밥 먹고 자고 있어.”

“... 응” 


3라운드 게임이 종료가 되고 민혁은 서영과 아예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다. 자신의 아내를 믿지 못한 미안한 감정과 자신의
부부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수영 부부를 탈락시킨 죄책감이 민혁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왔어.”


서영이 민혁을 향해 컴퍼니가 보낸 초대장을 손으로 흔들었다. 민혁은 서영이 손에 쥐고 있는 컴퍼니의 섹스게임 초대장을
잠시 바라본 후, 고개를 숙이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나... 자신 없어.”


서영은 민혁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없다니, 그렇다면 섹스 게임을 이대로 포기하자는 말인것 같았다.


“이대로 포기하자는 거야?”

“.....” 


서영의 말에 민혁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영의 가슴도 답답해졌다.
자신 역시 섹스 게임을 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섹스 게임을 피할
수도 없었다. 빚은 30억이었고, 벌써 3라운드를 통과하면서 무수한 치욕을 당해야 했다. 그런데 고작 몇 천 만원의 상금을
가지고 게임을 포기해야한다고? 서영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수영 부부도 구해야 했다.


“난 절대 포기 안 해. 아니... 못 해.”


서영이 민혁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을 했다. 민혁은 고개를 들어 그런 서영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미... 미친 짓이야... 더 이상 자신이 없어.”

“미친 짓이라는 건 알아. 그런데 벌써 3라운드를 통과했잖아. 그동안 많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또 참았어. 그런데 지금에 와서 포기하자고?”
 


“... 그래도...”

“30억의 빚은 어쩔 거야?” 

“......” 


서영의 입에서 빚이 30억이라는 말에 민혁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 빚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었다.


“30억의 빚... 갚을 수 있어? 난 루저가 되는 것보다... 그게 더 무서워... 우리 연아도 큰 고통을 받을 거야...
 도망가서 잡혔던 날을 기억하면...”


서영은 지난날 사채업자들에게 잡혀서 딸인 연아의 목숨마저 위협을 당하던 때를 기억했다. 컴퍼니가 주최하는 섹스 게임
역시 서영에게는 큰 고통을 주었지만, 그래도 사채업자들에게 딸의 생명을 위협 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자신은 어머니였다.
그래서 한 몸 희생하면 그만이었지만, 사채업자들은 어린 딸까지 들먹거리며 협박을 했다. 서영으로서는 그게 더 무서웠다.


“루저가 되면... 우리 딸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민혁은 3라운드에서 세 쌍의 부부가 컴퍼니 직원들에게 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도 가족이 있었겠지만, 치킨 박의
언행을 보자면, 게임에 탈락한 그들은 더 이상 가족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민혁은 자신이 루저가 되면 딸인 연아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을 상상하면 너무나 무섭고 괴로웠다.


“휴우... 그러면 이대로 도망가서... 사채업자에게 잡혀 죽으라는 거야. 차라리 우리 세 가족 약을 먹고 죽어버릴까?”

“그... 그건...” 

“나는 죽어도 괜찮아. 하지만... 연아는 살려야 해. 부모가 없는 삶... 우리 연아에게도 고통이겠지만...
 난 그래도 연아가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부모 마음이야. 당신도 연아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 아니야... 그건 아닌데...”


서영 역시 자신들이 루저가 되면 연아가 부모 없이 큰 고통을 겪으며 살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동반 자살을 할 수도 없었다. 또한 자신들이 도망쳐서 사채업자에게 잡히면 그것 역시 연아에게 큰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부모는 죽어도 자식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영이었다.


“이대로 포기하면... 암흑 뿐 이야. 우리 연아가 살아도 죽을 때까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야. 그러나 섹스게임에
 우승하면... 모든 게 해결이 돼.”


“우승이 쉽지 않다는 거 알잖아?”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없는 것보다... 이런 기회라도 있어서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 안 해? 우리 몸과 마음이 고생을
 하겠지만... 살 수 있다는 실 날 같은 희망은 있잖아.”
 


“다... 당신 변했어.”


민혁의 말에 서영의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왔다.
자신 역시 짧은 시간에 많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남편인 민혁에게 그 말을 듣자 고통스러웠다.


“... 살아야 하니까.”


짧은 서영의 말에 민혁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신... 죄책감 가지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해도 답이 없다는 거 알잖아? 피하지 마.”

“피하는 게... 아니야.” 


“당신도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 알아.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믿는 게... 어쩌면 비상식일 거야. 그래서 굳이 당신 탓을
 하고 싶지는 않아.”


“..........”

“수영 부부를... 나도 왜 믿었는지... 그 이유는 몰라. 그런데... 그냥 믿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나도 그들 부부가 루저가
 되어서... 매우 괴로웠어. 고통스럽고... 게임에 참여하기 싫었어.”
 


“.... 미... 미안해... 내가... 정말...”


민혁은 3라운드 세 번째 게임 투표 결과를 치킨 박이 발표하던 때를 기억하면 너무나 괴로웠다.
자신의 언행 때문에 수영 부부가 탈락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큰 죄책감으로 다가와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에게 미안해 할 이유는 없어... 당신 역시 우리를 위해서... 그랬던 거니까. 대신에... 수영 부부에게 미안해야겠지.
 나도 미안하니까...”


“...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겠어. 계속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내가 왜 그들을...
 그렇게 못 믿었을까... 아니... 미워했을까...”


말을 하면서 민혁은 계속 괴로워했다. 루저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 길은 없었으나, 민혁은 자신이 수영 부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생각에 제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다.


“미안하면... 구해야지.”


괴로워하는 민혁을 바라보며 서영이 단호하게 말을 했다.


“구....하다니?”


서영의 말을 듣고 민혁은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루저가 된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단 말이였다.


“나도... 방법은 몰라. 그런데 우리가 우승하면... 그 방법이 생길 지도 몰라.”

“무슨 말이야?” 

“치킨 박이 분명 그랬어. 루저를 알고 싶으면 루저가 되거나... 우승을 하라고...” 

“... 마... 맞아.” 

“우승 상금은 50억... 우리가 빚 30억을 갚아도... 20억이라는 큰돈이 남아. 내 생각에는 그 20억 정도면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몇 백, 몇 천 만원이면 사람도 죽여주는 시대라잖아.”
 


서영은 에이스에게 들은 대로 똑같이 민혁에게 말을 했다. 민혁은 비교적 서영의 입에서 잔인한 말이 나왔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50억이라는 우승 상금에 집중을 할 뿐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방법은 몰라. 그러나 20억이면 치킨 박과 거래를 해서라도... 수영 부부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그럴 수도...”


민혁은 서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20억은 적지 않은 돈이었다. 아니, 일반 서민은 평생을 일해도 만질 수조차
없는 돈이었다. 그 정도 돈이면 사람 목숨을 못 구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돼. 쉽지가 않겠지만... 20억을 포기해서라도 수영 부부를 구해야만...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야.”


말을 마친 서영이 민혁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우승을 했을 경우 빚을 갚더라도 또 다시 20억을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억만 있어도 인생 역전이 충분히 가능한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알았어.”

“나도 섹스 게임 하기 싫어.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우승해야 할 이유가 있어. 더 이상 괴로워하지도 말고...
 죄책감도 갖지 말자. 우리 연아를 위해서도 또 수영 부부를 위해서도... 우리가 좀 더 고생하면서 반드시 우승해야 해.”
 


서영의 각오는 민혁이 보기에도 대단했다. 서영의 당당한 모습을 바라보며 민혁은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모습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내인 서영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민혁은 마음속으로 결심을 했다.


‘휴우... 그래 나도... 나도 질 수 없지.’


단순히 마음을 먹는다고 갑자기 자신감이 붙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민혁은 서영의 각오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앞으로 희생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나약했어. 휴우... 나도 힘 내 볼게.”

“.......” 


대답 대신 서영이 어색하지만 미소를 보여줬다. 이로써 민혁과 서영은 다시 각오를 다지며 하나의 팀이 될 수 있었다.


“아... 초대장 봐야지.”

“내 정신 좀 봐.” 


서영이 자신이 들고 있는 컴퍼니가 보낸 섹스 게임 초대장을 뜯기 시작했다.
옆으로 다가온 민혁과 함께 초대장을 읽어 내려 갔는데, 역시나 크게 특이할 사항은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1박 2일 게임은 아닌 것 같아.”

“모레 아침 7시에 데리러 온다는데?” 


3라운드 게임과는 달리 4라운드 게임은 1박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단순 준비물도 빨간 칩이 전부였고, 3라운드 게임
때처럼 직접 컴퍼니 직원들이 데리러 온다고 적혀 있었다.


“검은 두건... 쓰기 싫은데...”

“그건 나도... 너무 답답해.” 


마땅히 준비할 것이 없었던 민혁과 서영은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마음의 준비만을 할 수 밖 에 없었다.
도대체 4라운드 게임은 어떻게 진행될지, 또 어떤 경쟁자를 만나게 될지, 두 사람 다 매우 궁금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궁금증이었다. 당일에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었기에, 민혁과 서영은 그저 생각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몸이나
건강하게 잘 관리하자고 말을 했다.


“남은 시간 잘 쉬고... 잘 먹자. 그래야... 이겨낼 테니까. 몸부터 무너지면 정신은 볼 필요도 없지.”


이틀 후, 오전 7시에 정확히 컴퍼니 직원들이 민혁과 서영을 데리러 왔다. 3라운드에 왔던 직원들이 그대로 왔기에 민혁과
서영은 크게 직원들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타시죠.”


컴퍼니 직원들에 의해 검은 승합차에 태워진 민혁과 서영은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이번에는 검은 두건을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은 두건은...”


민혁은 조심스레 컴퍼니 직원에게 물었다.


“필요 없습니다.”


아주 짧게 대답한 직원은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비록 민혁과 서영이 검은 두건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가고 있는 곳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차량 내부는 창문이 없었고, 운전자가 있는 쪽 역시 막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량 내부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서 어두웠고,
그 어둠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 등이 하나 켜져 있었을 뿐이었다.


“으음...”


민혁은 자신의 귀로 바깥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것 역시 쉽지가 않았다. 단순히 차가 많다거나, 유동인구가 많다고
확인은 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 가지고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음...”


아무런 대화 없이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차량 내부의 공기는 어두운 만큼 무거웠다. 서영은 매우 답답함을 느꼈지만, 굳건히
입을 닫고 인상을 쓰고 있는 컴퍼니 직원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는 않았다.


“언제 도착해요?”


힘겹게 서영이 컴퍼니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컴퍼니 직원이 서영을 슬쩍보더니, 이번에도 짧게 입을 열었다.


“곧.”


곧이라는 것이 얼마의 시간인지 알 수 없었던 서영이 재차 질문을 하려 했지만, 민혁의 만류로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렇게 답답하게 어두운 차량 내부에서 시간을 보낸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가 꽤 거친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차량 속도도 매우 느려져 있었다.


“으음...”


민혁이 괜히 소리를 내며 컴퍼니 직원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 순간 거짓말 같게도 차가 멈추었다.


“다 온 것 같군요.”


침묵을 지키던 컴퍼니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량의 오른쪽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력한 빛이 차량 내부로
들어왔고, 민혁과 서영은 한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어두운 곳이 밝게 빛이 나자, 눈이 적응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 눈 부셔.”

“내립니다.” 


먼저 내린 컴퍼니 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내릴 것을 지시했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민혁과 서영이 차에서 내렸고, 그와
동시에 컴퍼니의 남직원과 여직원이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왔다.


“수색해.”


리더로 보이는 컴퍼니 직원의 말에 민혁과 서영에게 다가온 두 사람의 직원이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으레 게임을 하기 전에 했던 것이라 민혁과 서영은 몸수색에도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그 와중에 눈이 적응이 되자 고개를
돌리며 주위 환경을 살펴보고 있었다.


“공사... 현장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아파트 공사 현장이야.” 


민혁과 서영이 있는 곳은 수십 채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공사현장이었다.
얼핏 보아도 아주 많은 아파트 건물들이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옵니다.”


컴퍼니 직원의 말에 민혁과 서영은 주위를 살피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약 30m 정도 걸었을 때, 민혁과 서영은 자신의
눈에 5톤 화물 트럭이 있음이 눈에 보였다. 그 트럭 주위로는 대여섯 명의 컴퍼니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윙... 민혁과 서영이 화물차에 다가가자, 갑자기 화물차의 좌측 윙바디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의 눈에는 아주 익숙한 대형스크린이 화물차 짐칸에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지겨운... 스크린이네.”

“치킨 박을 실제로 만나는 일은 없나 봐.” 


화물차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아직 치킨 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민혁과 서영은 화물차 앞에서 약 10분을 기다렸고,
자신들 있는 곳에 다가오는 또 다른 검은 승합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지를 가르며 다가오는 승합차를 바라보며 민혁과
서영은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굳이 듣지 않아도 그 승합차에 탄 사람들이 자신의 경쟁 상대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우...”

“또 어떤 사람들일까.” 


검은 승합차가 화물차와 약 30m 정도 간격을 두고 정차를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한 쌍의 부부와 함께 컴퍼니
직원들이 내렸다. 그 부부 역시 햇빛에 눈이 부셨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또한 그 순간 컴퍼니 직원들의
몸수색이 이뤄졌다.


“우리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 


민혁과 서영은 자신들의 경쟁상대가 될 부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 부부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아직 거리도
있었기에 정확히 어느 나이대의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화물차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멀리서 컴퍼니 직원이 방금 도착한 부부에게 지시를 내리는 소리가 민혁과 서영의 귀에 들렸다.
그리고 민혁과 서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부부를 볼 수 있었다. 이제 빛에 눈이 적응을 했는지, 그 부부는 더 이상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부부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서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리며 경악을 했고, 민혁은 아주
무서운 얼굴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야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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