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런 누나들 - 116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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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나의 사랑스런 누나들 - 1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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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57,289회 작성일 21-11-30 18:38

본문

병진씨가 엄마와의 관계를 선애언니처럼 인정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를 향한 내 배신감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병진씨가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한데에는 엄마의 여우짓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마음도 여리고
배려심많은 병진씨가 고심끝에 선애언니까지 동원해 엄마 뜻대로 움직인게 뻔하다. 
어찌되었든 요즘들어 병진씨와 집에서
만나지 못해 안달이 난것같은 엄마를 보며 고소해 하였다. 
재호때문에 집밖에서 병진씨를 만나기도 쉽지 않아보였다.

거기에다 병진씨는 요즘 설계사무실 개업준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엄마는 임신중이니 더욱 만나기가 어려울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 더 좋은 방법들을 찾아 엄마를 병진씨 옆에서 떼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얼굴이 안좋네...어디 아프니?..밥이라도 좀 많이 먹어" 

"별일아냐...빵먹으려고 사왔어..우유나 한 잔 줘" 

"다 차려놨잖아..빵은 내일 먹어도 되잖아"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어?..왜 먹는것까지 간섭하려고 그래?..내가 엄마꺼야?" 

"너.. 무슨말을 그렇게하니?" 

"그러니까 가만히 놔두라고!" 

"재호도 있는데 왜 소리는 질러?" 

"내가 재호때문에 소리도 못질러!..쟤가 뭔데?..지 아빠도 모르는 놈때문에" 

"너 그게 무슨소리니?" 

"저.. 바보새끼는 매일 병진씨보고 아빠라고 하잖아? 그것도 몰라?" 

"아직 애잖아" 

"그래?..혹시 병진씨가 정말 아빠는 아니구?" 

"이..이슬아" 

"재수없어!..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이슬아...제발 그만해!..재호가 다 듣고있잖아!" 

"재호도 이제 정말 지아빠가 누구인지 알아야지 왜 애를 바보로 만들어?..정말 아빠한테 아빠라고 하는데" 

"....." 

"남자가 그렇게 없어?!...병진씨가 말이돼?!..엄마가 사람이야?..이제부터는 엄마소리도 안할꺼야!" 


엄마가 주저앉으며 흐느끼고 있었다. 재호가 덩달아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며 서럽게 엄마옆을 지킨다. 목이메이고 손발이
떨려온다. 나는 
방에들어가 대충 옷을 챙겨입고 나왔다. 엄마는 어깨를 심하게 들썩이며 울음을 씹어 삼키고 있었고 재호는
엄마의 얼굴을 들춘다. 
이를 악물고 현관을 나섰다.


회사에서 멀지않은 호텔에 들어갔다. 우선 여기서 지내며 혼자살 집을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방 바닥에 주저
앉아 흐느끼던 엄마의 모습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한시간도 넘게 주방바닥에 엎드려 울고 또 울었다. 재호가 울면서 내 얼굴을 들춰내려 애쓰고 있었지만 고개를 들기 싫었다.
세상이 모두 나를 비웃고 있는것같아 두려웠다. 비참함과 모멸감이 느껴져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졌다. 이슬이가 악을쓰며
날 원망하는 소리가 귀에서 윙윙거리며 반복해서 들리고 있었다. 
어린 재호도 쳐바보지 못할만큼 내 상처는 깊고 아팠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거실쇼파에서 하루종일 넋이나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눈물도 말랐는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한가닥의 방향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슬이가 지금 내모습을 보면서 좋아하고 있을것 같았다. 자기의 남자를 사랑하고 아이까지 낳은 엄마를 단죄했다고 느낄것
같았다. 
병진씨에게 모든것을 말하며 기대고 싶지만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덩달아 지쳐잠든 재호를 방에 뉘어주었다.
불을 전부끄고 거실에 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이슬이가 내 우는모습을 보지 못하는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그자리에
앉아서 아침을 맞이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재호가 다가와 내모습을 보고는 말도 붙이지 못한다.


미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아프다며 재호를 부탁했다. 미희는 고맙게도 금방 와주었다. 미희에게 간단하게 병진씨와 나의
관계를 이슬이가 알았다고만 말해주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미희는 재호의 옷가지를 챙기고 있었다.


"힘들어도 뭐좀 먹어야지?" 

"생각없어..재호나 이틀만 돌봐줘" 

"재호걱정은 하지마 언니..재호도 이모랑 같이 있는거 좋지?" 

"예.. 이모" 

"재호 이모말 잘듣고 있어야한다" 

"예.. 엄마..엄마 이제 안울거지?" 

"안울어..엄마걱정 하지말고 이모랑 이틀만 재미있게 보내고 있어" 


다행이 재호가 쉽게 나에게서 떨어지고 있었다. 어린 재호의 눈에도 나에게 혼자있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진 모양이었다.
미희가 내 어깨를 토닥여 주더니 재호손을 잡고 현관을 나섰다. 난 한끼도 먹지 않았고 다시 거실에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죽은듯이 그렇게 다시 긴밤을 지새우며 울다지쳐 쓰러졌다. 병진씨에게서 전화가 한번 왔었지만 별일 없다고 둘러대 버렸다.
 

날이 다시 훤하게 밝았다. 이슬이는 내가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울었다는것을 분명히 알고있다. 그런데 들여다
보기는커녕 전화한통 없었다. 
내가 이슬이에게 지은죄를 뉘우치기보다 이슬이가 더 꽤씸해진다. 돌이켜보며 후회가 되고
반성이 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다시 돌아가도 병진씨를 포기하지 않을것 같았다. 어찌보면 나는 지난
이틀동안 이슬이에게 용서를 구하는것을 고민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병진씨가 흔들리지 않고 나를 계속 사랑해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일로 병진씨가 내곁에서 멀어질까 그것이 너무너무 걱정되고 무서웠다.


이슬이에게 당하는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만약에 병진씨가 이슬이편에서서 나를
외면이라도 한다면 나는 못살것같았다. 
재호와 뱃속의 아이아빠를 이렇게 잃을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언젠가는 이런날이
오리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정말 난감하다. 
병진씨 곁에서 떠나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금방 마음을
바꾸었다. 
그를 떠나서는 내가 살수 없다는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꼈지만 비틀거리지 않았다. 이슬이가 보고 있을것같아 알수없는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다. 
반찬을 있는대로 꺼내놓고 밥을 두공기나 먹었다. 이슬이는 지금 내가 주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해할것 같았다. 
이렇게 성대하게 차려놓고 밥을 먹을줄은 상상도 못할것이기 때문이었다. 배가불러 식탁
의자에 기대어 씩씩거리고 있는데 병진씨의 컬러링이 울린다. 
너무 반가워서 소리를 지를뻔하였다. 이 시간에는 평소에도
잘 전화를 하지않는 시간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미경이 지금 뭐해?" 

"밑도 끝도없이 무슨 말이예요?" 

"아니..별일없냐구?" 

"아무일없어요...왜 그러세요 갑자기..말해줘요 여보" 


"사실은말야..이슬이가 너무 무서운꿈을 꾸었다면서..자기는 회의에 들어가야 하니까 미경이 별일없나 확인좀 해달라고 해서
걸은거야...전화 받지않으면 집으로 빨리 가보라고 했거든"


"내가 전화 안받으면 이슬이가 가보라구 했다구요?"

"응 꿈자리가 너무 안좋았다구 걱정하던데" 

"저 별일없어요... 여보" 

"그럼 다행이구..또 전화할게 미경이 사랑해" 

"사랑해요.. 재호아빠" 

"사랑해... 재호엄마" 


전화를 끊고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분명 이슬이는 내가 주방으로 들어가는것을 보고는 불안해 한것이 분명
했다. 
내가 이렇게 밥을 차려놓고 식사를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것 같았다. 이슬이는 주방으로 들어간 내가 나오지않자
불길한 생갈을 한것같았다. 
이슬이는 주방에 있는 칼을 생각했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살시도라도 할까봐 불안해서
병진씨에게 확인한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머리속에서 번뜩거리며 한가지 방법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휴지로 눈물을
닦는척하며 주방에서 나와 거실에 다시 앉아 울었다. 
아니 우는 연기를 했다.


아직도 슬퍼하고 비통해하는 내모습을 이슬이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이제 이슬이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이슬이가 놓은 덫으로 이슬이를 잡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엄마가 이틀동안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 있었다. 나까지 잠도 못자고 이틀을 초긴장속에서 지내야했다. 엄마가 일어나 힘겹게
주방으로 들어가는것이 보였다.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으셨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무서운 상상이
머리속에 가득 들어차며 두려움이 밀려왔다. 
엄마가 자해라도 하면 어떡하나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해졌다. 결국 참지못하고
꿈자리 핑계를 대며 병진씨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다행이 별일 없다는 병진씨의 전화를 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가 다시 거실에 나와 울고 계셨다. 어디를 가시려는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가셨다. 엄마는 한시간쯤 지나 집으로 돌아
오셨다. 엄마의 손에는 검은 봉투가 하나 들려져있었다. 아마도 생필품을 사가지고 온것같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엄마가
거실에 앉아 들고 오신 봉투를 열고 무언가를 꺼내고 계셨다. 
엄마가 봉투에서 꺼낸 긴 줄을 추스리는 모습에 내 머리카락이
모두 서버리고 말았다. 
다리가 후들거려 한발짝도 내딪지 못하고 엄마를 살피고 있었다.


엄마는 마치 교수형에 쓰는것처럼 긴줄로 링을 만들어 목에 걸어보고 있었다. 손이 덜덜떨려 보고있던 스마트폰을 놓칠
지경이었다.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것도 모른채 눈동자도 깜빡이지 못하고 엄마를 살폈다. 엄마가 줄 매달곳을 찾는것을
보고는 내엉덩이가 의자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에레베이터 앞에서서 병진씨의 단축번호를 눌렀다 심장이 두근거려
내 손을 가슴에 대고 힘주어 눌렀다. 
고맙게도 병진씨가 금방 전화를 받았다.


"병진씨!..큰일났어 엄마가 자살을 하려고해!" 

"무슨소리야..두시간쯤 전에 내가 통화했는데" 

"아무소리말고 지금 우리집으로 빨리 가줘!..얼른!..우리엄마 죽는단말야!" 

"천천히 말해봐!..정신차려!" 

"엄마가 자살하려고 줄을 매달고있단말야!" 

"그걸 어떻게 알아?..꿈에 보였어?"

"내가 집에 카메라 설치해 놓았단말야..내눈으로 직접 봤으니가 빨리 집으로 가라구!"

"아..알았어..너는?" 

"나 회사야..지금 가고있어..병진씨 얼른 출발해!...엄마 죽는다니까" 

"끊어!" 


병진씨가 나보다 우리집에 가까이 있다는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로비에 도착해 하이힐을 벗어들고 뛰어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정신없이 달렸다. 
울면서 악을쓰는 내모습에 기사 아저씨는 신호도 위반해가며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제발 아무일도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택시가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삐딱하게 막 세워둔 병진씨의 차가 눈에 들어와
너무 반가웠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가 줄을 병진씨에게 빼앗긴 채 거실에 엎어져 오열하고 있었다. 병진씨의 눈에서
예사롭지않은 노여움을 읽을수 있었다. 
현관을 지나 거실에 서자 병진씨기 엄마의 긴줄을 내 발앞에 던져주었다.


"꿈자리가 사나웠다구?..그래도 걱정은 됐었나보네?" 

"벼..병진씨" 


"내가 잘한거 하나도없어..그래 잘못했어..너무너무 미안해서 선애누나랑 강릉까지 가서 너 떠본거야...선애누나가 힘들지
않으면 재호엄마도 희망이 있을것같아서 말이야...그래 네마음이 많이 힘들다면 
그것도 좋아..하지만 저 카메라는 아니야..
여기 울고있는 저아줌마...그래 네엄마야..너를 만나면서 
네 엄마와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것이 편치만은 않았어... 하지만
우리서로 사랑했어..그래서 재호도 낳고 
뱃속에 둘째도 가졌어..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조금 분명해져야 서로서로 정리가
빠르겠군..그렇지?"


"병진씨...내가 잘못했어요"


"잘잘못을 따지자는게 아니야..이렇게 어떻게 사냐구?...난 이슬이 네 엄마 말고도 여자들이있어..그 여자들 하나씩 네가
알아갈때마다 이꼴을 반복해야 하는거야?..그만하고싶어..우리 헤어지자"


"벼..병진씨 그게 무슨말이예요..잘못했다고 했잖아요"


"아니..너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단지 저 카메라와 네엄마에게 이런 선택을 하게 한것은 다시 생각해봐..정말 그방법밖에
없었는지 말이야...나는 미경이도 재호도 뱃속의 아이도 포기못해"


망치로 머리를 맞은것같았다. 오열하는 엄마옆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질투와 증오가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줄 몰랐다. 
냉정한 병진씨의 목소리에서 차가움이 느껴진다. 정말 병진씨는 나와 헤어지려고 마음먹은것
같았다. 
흐느끼는 엄마를 일으켜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물을 찾아 들고 들어가는 병진씨의 뒷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져
서러웠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고싶었지만 답을얻지 못했다. 꼼짝도 하지 않고 한시간이 넘도록 거실
바닥에서 흐느꼈다.


병진씨가 안방에서 나와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를 부축해 거실쇼파에 앉혀주고 주방에서 냉수한잔을 가져다 주었다.
퉁퉁부운 눈에서 눈물을 짜주는 병진씨 품에 안겨 서러운 울음을 이어갔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가슴이 조금 후련해지을
느꼈다. 
병진씨에게 기대어 앉아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우리 생각할 시간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 이슬아" 

"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요..병진씨 지금 너무 잔인한거 알아요?" 


"그럼 지금 안방에서 초죽음이 되어있는 저여자는?..내 아이를 낳고 또 뱃속에 내아이를 담고있는 저여자는 줄로 목을매어
죽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야?..네가 나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생각되지않아?"


"병진씨가 너무 좋아서..병진씨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거잖아요..그리고 이렇게 빌잖아요"


"자신이없어..다시 또 이슬이의 이런모습을 볼 자신이없어..그 착하고 순수한 이슬이를 이렇게 만든 내가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지만...날 사랑하는 내 주변의 여자들이 내가 너를 집착함으로 말미암아 
고통속에 빠지는걸 이제는 두번다시
보고싶지않아...자꾸 이런일이 반복될 바에는 내가 이슬이너랑 
헤어지는게 제일 현명한 방법일수 있다고 생각해...처음에
힘들겠지만..시간이 우리를 치료해줄꺼야"


"나.. 자신없어요..제발 헤어지자는 말 하지말아요"

"지금은 그게 최선이야..니 눈으로 재호엄마가 죽는것을 봐야 이슬이 네 직성이 풀리겠어?" 

"병진씨 너무해요!" 


나는 병진씨가 더 무서운 말을 할것같아 도망치듯 집을 뛰쳐나왔다. 터덜터덜 하염없이 걸었다. 어디선가 수도없이 전화가
오고 있었지만 확인조차 하지않았다. 
호텔로 돌아왔다. 온몸이 덜덜 떨리도록 찬물을 뒤집어쓰며 울고 또 울었다. 내 못남과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여 내 눈물을 뜨겁게 만들어 놓았다. 
병진씨의 단호한 목소리가 자꾸 내 귓전에서 맴돌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빛이 그렇게 무서운줄 오늘에서야 알았다. 엄마와 선애누나 그리고 내가 모르는 다른 여자들을 위해 나를
정리하려는 그가 너무 야속했다.


너무춥다. 알몸으로 이불속에 들어가 지난 세월을 정리해 보았다. 그를만나 사랑했던 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너무 쉽게
생생한 추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엄마와 병진씨가 궁금했다. 카메라를 연결시켰다. 병진씨와 엄마는 카메라를 철거하지
않았다. 
두사람은 거실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엄마는 병진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미동도없이 앉아있었다. 엄마가
앉아있는 병진씨의 옆자리에 쉽게 갈 수 없을것같은 불안한 생각에 목이메어왔다. 
후회가 밀려온다. 영원히 내 자리라고
믿었던 병진씨의 옆자리가 내것이 아닐지고 모른다는 생각이 서럽다. 
내가 병진씨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온것같아
정말 두렵다.

모든것이 내 생각대로 된것같았다. 이슬이는 자기가 놓은 덫에 깊이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 연출에 놀란 이슬이는
평생 감추고 싶었던 비밀들을 스스로 풀어놓게 되었다. 
카메라와 이슬이의 요즘 고약을 모르던 병진씨가 모든것을 알아
버렸다. 
병진씨는 이슬이와의 이별을 결심한것 같았다. 울며 집을 뛰쳐나가는 이슬이를 보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자살을
기도한 여인으로 행세했다.


이슬이가 불쌍하고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지만 우선 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진씨 곁에서 재호와 뱃속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었다. 
욕심내지 않았지만 병진씨를 잃을수 없었기에 내 거사에 대해 후회는 없었다. 심난한 병진씨가
애써 태연한척 하면서 만들어준 죽을 받아먹었다. 
몇번 받아먹고 그의 품에 안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가 부드러운 손길로 내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정말 이슬이랑 헤어질꺼예요?" 

"방법이 없잖아..같이 가보려고 우리는 노력하는데..이슬이는 욕심을 부리고 사고를 일으키잖아" 

"내가 사고를 일으킨거죠..정말 미안해요 병진씨" 

"미경이가 괜히 그랬어?..물론 이슬이가 이해도 되지만...요번에 나 이슬이한테 실망했어" 

"여보..그러지마요...이슬이 용서해주세요 응 재호아빠"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께...이번에는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계속해서 이런일이 반복될꺼야..미희,초희,은영이,윤정이,
지선이는 물론이고 내 누나들까지 이슬이가 알면 가만히 있겠냐구?"


"걱정이 되긴 해요..하지만 이슬이가 당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요"

"물론알지..그럼 미경이는 이슬이만큼 나 사랑하지않아?..이슬이 사랑보다 모자라?" 

"그건 아니예요..이슬이 보다 더 사랑해요..단지 제 입장이 이슬이만 못 할 뿐이예요" 

"그것봐..모든 여자들이 다 미경이처럼 생각할꺼라구..내말이 틀려?" 

"당신말이 맞아요..우리들 모두 당신을향한 자기 사랑이 두번째라고 생각하는 여자는 없어요" 

"그러니까..여러여자 눈에 눈물나게 하기싫어..내가 가슴한번 아픈게 낳을것같단말이야" 

"당신뜻 알겠어요..당신이 잘 판단해요 여보" 

"미경이 또 바보같은짓 할꺼야 안할꺼야?" 

"안할께요..정말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여보" 

"알면됐어..그런데 미경이 정말 죽으려고 한거맞아?" 

"그..그건 아니예요..이슬이 겁 좀 주려구 그랬어요...일방적으로 당한것이 너무 속상하기도 하구요" 

"잘했어..카메라 숨겨놓고 본것은 정말 화가났어..이슬이 지금도 보고 있을까?" 

"아마 보고있을거예요...내가 이슬이라도 볼것같아요" 

"우리 이슬이가 뼈저리게 후회하게 카메라 앞에서 섹스한번 할까?" 

"여기서요?..이슬이한테 일부러 보이게 말이예요?" 

"응..우리 이제 너의 시선따위는 두렵지않다..이제 우리는 네눈치 보지않고 사랑할꺼다..선전포고말야" 

"해요..이슬이가 보면서 아마 미치려고 할꺼예요" 


"이슬이가 빨리 내성을 키워야해...선애누나랑은 서로 보지도 빨아주고 나를 막 양보하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를
즐겼는데 자기한테는 그게 안되는것 같아...우리가 고쳐주자고..어때?"


"좋은방법 같아요...여보..나 흥분되요..미경이 안아줘요"

"뱃속아이 잊으면안돼...최대한 이슬이를 자극할수 있는 영상을 생각하면서 해보자구" 

"알았어요..카메라 왼쪽 커텐봉 끝에쯤에 있으니까 촛점 잘 맞추세요" 

"이 여우..자기딸한테 이렇게 복수하니까 시원해?" 

"조금요..미안하고 시원하고..복잡해요...여보 얼른 나 안아주세요" 


병진씨가 쇼파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자리를 옮겨 내 다리사이에 들어가 무릅을 대고 앉았다. 천천히 내 웃옷을 벗겨내더니
브래지어도 걷어내 버렸다. 
파자마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아 벗겨내 알몸으로 만들어 버렸다.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버린
병진씨가 내 입에 입맞춤을 하면서 뜨겁게 키스해주었다. 
그이의 탄탄한 몸을 매만지며 뜨거운 그의 타액을 빼앗아 먹었다.
이슬이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묘한 흥분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아래로 조금 몸을 옮긴 병진씨가 내 임신후 정말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을 애무해 주었다. 평소에도 큰편인 젖가슴이
임신후 부풀어 올라 정말 서양의 포르노 배우만큼 커보였다. 
병진씨도 한손에 다 잡히지 않는 내 젖가슴에 흥미을 느끼는것
같았다. 
병진씨의 몸이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두손으로 내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더니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병진씨의 혀가 내 음핵과 부드러운 보짓살들을 사정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내 보지를 한참동안 빨아주며 병진씨는 내가 알려준 카메라를 일부러 뚫어지게 쳐다보길 반복했다. 나도 병진씨의 눈길을
따라 이슬이의 카메라를 자주 쳐다보며 표정연기를 하고 있었다. 
이것이 현실이니까 잘 보라는듯 병진씨의 애무를 받으며
일부러 크게 몸동작을 연출했다. 
병진씨가 일어나 내 앞에 서 있었다. 이미 크게 발기한 그의 자지를 입에물어서 정성껏
빨아주기 시작했다. 
내 두 젖가슴을 모아쥐고 병진씨에게 들이대주었다.


병진씨는 잔뜩 꼴려있는 자지로 내 젖가슴이 맞붙은 곳을 찔러대고 있었다. 뜨겁고 단단한 병진씨의 자지가 내 젖가슴을
양쪽으로 정확하게 가르며 드나들고 있었다. 
젖가슴을 둘로 나누며 위로 치솟은 귀두를 입에물어 혀를 돌려주면 병진씨가
많이 좋아했다. 
병진씨는 나를 쇼파에 뉘어놓고 대물로 내 몸속을 가득채워 주었다. 뱃속의 아이 덕분에 병진씨의 무지막지
한 박음질은 피할수 있었다. 
여거가지 체위를 만들며 격렬한 섹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체위를 사용하며 카메라을 향해 음란한 포즈를 취해주었다. 내 보짓물이 몸속 깊은곳에서
터져 올라오고 있었다. 
그가 보내준 절정의 끝에서 나는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어있었다. 늘어진 나는 더이상의
박음질을 받아줄 수 없었다. 
두손으로 젖가슴을 모으자 병진씨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쇼파에 누운 내 가슴에 걸터앉은
병진씨의 커다란 자지를 두 가슴으로 감싸주었다.


병진씨가 빠르고 강한 박음질로 달려가고 있었다. 내 필살기에 많이 흥분한 병진씨가 내 가슴과 얼굴에 아주 많은 정액을
뿜어주었다. 
시원하게 사정을 마친 병진씨가 내 몸에서 내려가 카메라를 뚫어져라 보며 미동도 하지않았다. 나는 입가에
뿌려진 병진씨의 정액을 음미하고 있었다. 
잠시후 병진씨의 어깨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순간 반짝이며 병진씨의 볼을 흘러
내리는 눈물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져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슬이의 카메라앞에서 흐느끼는 병진씨의 뒷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방해하고 싶지않아 얼굴과 가슴의 정액도 닦지않은채 같이 울었다. 아마도 이슬이는 나와 병진씨가 한 화면 속에서 울고있는
모습을 볼것같았다. 
병진씨의 슬픔을 이슬이와 내가 같이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많이 슬퍼하는 병진씨를 내가 언젠가는
행복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이를 앙다물고 다짐했다.


내 사랑의 아픔이 내 아픔보다 훨씬더 고통스럽게 느겨졌다. 이 슬픈암운이 빨리 걷혀지기를 기원했다. 바위처럼 미동도
없이 흐느끼는 사랑하는 남자의 슬픔에서 묵직한 장엄함까지 느껴지는것 같았다.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웃고 떠들며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만 순간순간 공허함이 밀려온다. 어린 조카의
남자친구를 사랑하며 살아온 세월이 꿈만같지만 난 요즘 외롭다.


사업도 나날이 번창해 이제는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강남과 강북 요지에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하나씩 늘려
이제는 매장이 열곳이 넘었다. 
영민하고 똘망똘망한 초희가 관리를 대부분 맡아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군복무를 할 때 면회가서 처음만난 초희가 복덩이가 되었다. 
지분은 내가 조금 더 많았지만
수익금을 나와 초희는 똑같이 나누었다. 
매월 각자 나누어 갖는 수익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언니 논현동 커피매장에 사람이 더 필요할것 같아요" 

"네가 알아서 해" 

"그래도 언니에게 보고는 해야죠" 

"이제 그러지 않아도 돼...그런 결정은 초희네가 알아서 해줘..나보다 네가 훨씬 낫잖아" 

"언니 요즘 왜그래요?..어디아퍼?...힘도 없어보이고 얼굴색도 좀 안좋아보여" 

"나 괜찮아..너야말로 얼굴이 헬쓱해보여...다이어트 하지말고 잘 먹고다녀" 

"나 요즘 예뻐졌지?...헤헤헤 나 이번에 몇키로 더 뺄꺼야" 

"무리하면 몸상해" 

"나 안먹고 빼는거아니야..내가 운동을 지금 몇가지나 하는줄 알아?" 

"대단해..그렇게 바쁘게 일하고 짬짬이 운동까지 하는거보면 말이야" 

"언니도 같이하자..몸에 활력도 생기고 좋단말야" 

"나중에..나중에 같이할께"

"언니는 매일 나중이래"'


초희는 방문할 매장을 체크하고 관리직원 한명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관리할 것이 많아 여직원 두명을 뽑아 초희가
일을 가르치고 있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뜨거운 눈물 한줄기가 흘러 내린다. 나보다 더 사랑하는 그가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사무실 개업을 앞두고 바빠할것 같아서 참아보려 했지만 오늘은 그의 목소리라도 듣고싶다. 단축번호 1번을
힘주어 누르고 있었다.


"이모..이게 얼마만이야?..이모 애인생겼어?..너무한다" 

"애인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자기보다 훨씬 더 멋진애인" 

"이모 애인 생긴거아니야?..그런거 같은데" 

"농담하지마..자기야 많이 바쁘지?" 

"조금..이모...목소리가 왜 그렇게 힘이없어?..무슨일있어" 

"아니 별일없어...나이 먹어서 그런지 자꾸 맥이 빠지네" 

"병원에 가봤어?" 

"응..별이상은 없고...우울증이 살짝 온것같다며 약처방 해주어서 가끔 먹고있어" 

"우울증?..그렇게 밝고 대인관계도 많은 이모가 우울증이 말이돼?" 

"후훗..정말 보고싶은 사람을 못봐서 그런가보지...농담이야" 

"이모.....오늘밤에 집으로 갈께" 

"아니야..바쁘다면서...목소리 들었으니까 됐어..많이 바쁘다는거 다 알아" 

"그정도 시간은있어..이모가 나한테 어떤사람인데 내가 바쁘다는 핑계를 대?" 

"말이라도 고마워..정말 괜찮으니까 오지마..준비 잘 해서 얼른 개업해야지" 

"알았어...그럼 나중에 전화하고 갈께" 

"응..식사 잘하고..힘내" 

"이모도.. 건강해야해" 

"그럴께" 

"사랑해 이모...오미희!..사랑해" 

"나두... 사랑해" 


오지 말라고 다가오는 내사랑을 밀어낸 내가 원망스럽다. 후회가 밀려오며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린다. 깊고 긴 한숨덕에
그나마 호흡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힘있는 내사랑의 목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딱히 할일도 없어 전신 마사지를 받으러 단골샵에 찾아갔다. 오후내내 샵에서 지인들과 수다를 떨며 웃었지만 가슴속이
텅 빈것처럼 공허하다.


미희이모가 우울증 증세가 있다는 말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많은 걱정이 밀려왔다. 항상 웃으면서 사는 이모에게 그런증상이
생겼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조금 더 이모에게 관심을 가져야 했다며 반성하고 있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같이 사업을 하고있는 초희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밝은 목소리로 반갑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머!...자기야 방가방가..너무했어..자기 보고싶어서 상사병 걸렸잖아" 

"한사람은 우울증이고 한사람은 상사병이야?" 

"우울증?..누가?" 

"이모 우울증인거 몰랐어?..처방받아 약까지 먹는다는데" 

"이모가 그래?" 

"응.. 점심때 통화했는데 그러더라구...목소리도 힘이 없는것같구" 

"맞아.. 요즘 좀 이상하긴 했어...그래서 같이 운동도 하자고 했는데 뭐든지 귀찮아 하더라구" 

"이모랑 통화하고 일이 손에 안잡히네..미안하기도 하고..꼭 나때문인것 같아서 말이야" 

"알긴아네..99%는 자기 때문이야" 

"오늘 이모네서 잘꺼야...누나도 같이 있을까?" 

"정말?..나야 땡큐지...이모가 단둘이 있고싶어 하지않을까?" 

"그렇지는 않을꺼야..내가 두사람 상대 못할까봐?" 

"하기는..자기 마음껏 놓아주면 몇여자 더 있어야지" 

"이따가 혼내준다..감히 서방에게 까불고있어" 

"내가 누나인거 잊었어" 

"어디 이따가 밤에도 누나의 품위를 지킬수 있는지 내가 볼꺼야" 

"밤에는 여보지...헤헤헤..자기야 나 벌써부터 이상해..막 뜨거워..어쩌지?" 

"어디가 뜨거워?" 

"거기..흐흐흐...거기가 막 뜨겁고 젖는다..어떡하지?" 

"시집도 안간 처녀가 왜그렇게 음란하냐?" 

"다 자기 때문이지 뭐...만나서 같이 들어갈까?" 

"그러자..내가 저녘 예약해 둘테니까 이모 데리고 나와...외식하고 이모집에 가자 호텔로 가던지" 

"알았어요... 서방님" 

"사랑해... 초희야" 

"사랑해.. 병진아" 


오늘 이모와 초희의 외로움을 풀어주고 싶었다. 이모에게 당분간 많은 신경을 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갈등하며
가출했을때 이모와 강원도에서 보낸 꿈같은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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