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 2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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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탄성이 나왔다. 조경림으로 조성된 울창한 수목은 수려했고, 길에 깔린 대리석은 아름다웠다. 그녀는 너무 기가 죽은
나머지 그만 질금질금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하...이게 무슨 꼴이람.’ 보석딜러로서 그녀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놀라서 오줌까지 지리고 말았으니 앞으로가 큰일이었다.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그녀를 안내하던 백과장이 잠시 손목시계를 보더니 실내 화장실 쪽을 가리켰다.
“약속 시간이 다 됐네요. 늦지 않게 부탁드려요.”
“아.......네.”
수진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안에서 급히 문을 잠그고 팬티를 벗어보니 오줌뿐만 아니라 끈끈한
점액질도 묻어 있었다. 만져보니 실타래처럼 늘어났다. 부끄럽게 싸 버린 것이다.
“어휴~ 이게 뭐야?”
그녀는 급히 일을 보고 준비해 온 새 팬티로 갈아입었다. 그러고 보니 스타킹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무 살짜리 졸부 아들을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더 엄청난 거물 같았다.
‘옷이 너무 촌스러워.’ 그녀는 아예 스타킹을 벗어 버리고, 거울을 보고 머리와 화장을 다시 고친다음 밖으로 나왔다.
백과장은 그녀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안에는 두 남자가 있었다. 한 남자는 턱이 두 개나 겹치고, 배는 남산만 했는데 꽤
유명한 패션디자이너로 TV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다. 로코박이라는 예명으로 불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게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세상에, 저런 사람까지........,’ 유명한 사람까지 보게 되니 더욱 긴장되는 수진이었다.
다른 한 남자는 쩍 벌어진 어깨에 덩치도 컸는데, 건강한 구리 빛 피부에 얼굴은 매우 준수했다.
‘저 남자가 그 스무 살짜리 꼬마구나.’ 그런데 전혀 꼬마 같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오만하게 앉아서 로코박이
가져온 옷을 살펴보고 있었고, 넘치는 자신감 때문인지 비록 아직 어린 얼굴이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그녀를 압도했다.
“김수진씨죠? 보석 딜러.”
“아.......네. 처음 뵙겠습니다.”
“잠시만 여기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요. 어머니에게 선물할 옷을 고르고 있었거든요.”
“아.......네.”
“녹차 괜찮나요?”
“네? 아........네. 좋아해요.”
수진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자 그가 그녀를 향해 빙긋 웃어 보이더니, 백과장에서 녹차를 부탁했다.
수진은 자꾸 몸이 오그라들었다. 아마 이 거대한 저택과, 응접실의 값비싼 가구 때문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미장원에서 머리라도 하고 올걸 그랬어.’ 남편이 아침부터 조르는 바람에 섹스를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큰 맘 먹고 구입한 명품 정장과, 명품백도 집에 그냥 있었다. ‘이럴 때 써 먹으려고 산 건데.’ 그녀는 자꾸 의기소침해졌다.
그때 한실장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젊고 아름다워요. 좀 더 격조 있고 도발적이고 섹시한 옷 없나요?”
“아.......그게, 저희 시얍에서는.......”
“그 가게 타령 좀 그만하고요. 강남스타일이라고 해서 특별히 모셨는데 이거 완전히 충남스타일이네요. 이건 뭐야?..
어깨 뽕? 아직도 이런 옷이 있나요? 나는 좀 더 모던한 걸 원했다고요.”
“저 실장님, 이게 엘레강스 스타일에요. 빤타스틱하고 뷰띠풀하죠. 디테일이 엣지하지 않나요?...
좀 더 인뗄리젼트한 데자인을 원하시면.......,”
한실장이 급히 손을 들어 중간에 말을 끊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요. 우리 쉽게 말하죠. 네 그래요. 좀 더 야한 옷 없나요?”
“야.......야한 옷이요?”
“안되겠어요. 이러다가 하루해가 모자라겠어요. 차에 실고 온 옷 몽땅 가져오도록 하죠. 그 중에서 고르는 게 빠르겠어요.”
“저.......그게........”
“그게 싫으면 다른 샵에 전화를 걸죠. 내 분명히 어머니가 고루한 분은 아니라고 말씀 드렸는데, 이런 청담동 할머니들이나
입는 옷을 가져오면 어쩌란 겁니까?”
로코박이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실장님 스똬일이 이렇게 엑센트한지 몰랐어요. 그 프라이드가 저를 앨란트라스럽게 만들어요.”
그러면서 그는 밖에 전화를 걸어서 차에 실려 있는 옷을 몽땅 가져오도록 지시했다.
이름난 디자이너로서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지만, 어쨌든 손님은 왕이 아닌가?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박스 몇 개와 옷이 걸린
행거가 안으로 들어왔다. 한실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행거를 쓰윽 지나치더니 박스를 개봉해서 뜯었다.
안에는 제법 마음에 드는 옷이 있는 모양이었다. 푸른색 원피스 하나를 집어든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
“입어 볼 사람이 필요한데......,”
“마델을 부를까요?”
“얼마나 걸리죠?”
“서두르면 30분 정도? 애들 폼이 좋기는 한데.......제가 마담의 볼륨을 모르니까.”
“너무 길어요. 벌써 옷 때문에 몇 시간을 소모했어요. 저한테는 시간이 돈인 거 아시죠?”
그러더니 그가 수진을 바라보면서 몸매를 위 아래로 훑었다. 그녀는 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느낌을 받으며 어깨를 떨었다.
“김수진씨?”
“네?”
“가만히 보니 우리 어머니를 닮았네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모델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네. 물론이죠.”
그녀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이런 방법으로라도 고객에게
자신을 어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만히 보건데, 이 젊은 실장은 무척이나 깐깐해 보였다.
무려 10억 거래를 성사시켜야하는 그녀로서는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입으면 되는 건가요?”
옷을 받아든 그녀가 안에서 갈아입고 나오자 한실장이 턱을 괴고 곰곰이 감상하다가 크게 감탄했다.
“후우........멋지네요.”
“역시 섹스얼리티하죠? 피트 되는 데자인이 마델에 굳 매치에요.”
“구입하죠.”
“빤따스틱한 처이스에요.”
“우리말로 하죠.”
“네? 아.......네.”
로코박의 살짝 당황하며 목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한실장은 그러면서 몇 벌의 원피스를 골라서 그녀에게 입어보도록 했다.
그럴 때 마다 그는 그 옷을 모두 구입했는데, 로코박의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다.
“굳 처이스. 굳 처이스에요.”
이 청담동 로코샵의 옷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고가였다. 걸레쪼가리를 전시해도, 그걸 청담동 아줌마들이 입으면 부의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고른 몇 벌의 옷은 벌써 수천만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수진은 스스로 모델을 자처했지만, 그것만
으로도 이미 기가 질리기 시작했다.
‘여긴 다른 세상이야.’ 왠지 다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옷 몇 벌의 값이 그녀 월세 보증금이었다.
과연 이런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궁금해졌고,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보지가 축축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하.......또 쌌어.’ 그녀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때 한실장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근육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에 구리빛 피부, 자신감이 넘쳐서 주위를 압도하는 저 카리스마, 게다가 돈까지 많은 그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시 보지가 시큰해졌다.
“이것도 한 번 입어 봐요.”
“아.......이건.”
흰색 끈 비키니였다.
“어머니가 선텐을 즐기시거든요. 같이 선물해 드리려고요. 아........이건 역시 무리인가? 제가 실수를 한 모양이네요...
사과하죠. 그냥 다음에 어머니더러 직접 입어보고 구입하라고 해야겠어요.”
“아.......아니 입을게요.”
그러면서 그녀는 급히 옷을 받아들고 응접실 커튼 뒤로 들어갔다. 그녀가 아는 상류층은 절대로 고압적인 자세로 부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거부했을 때는 뒤끝이 아주 작살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도 말이다.
그런 그들의 습성을 몰랐다면, 보석딜러로서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남편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언젠가
그녀는 고객의 끈질긴 요구에 호텔에서 잠까지 같이 잔적도 있었다. 심지어 그 고객은 여자였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비키니를 내려다보니 앞이 캄캄했다. 그녀는 옷을 모두 벗고 보지를 만져보았다. 뜨겁게 달궈져서 계속
물이 흘렀다. ‘하아.......나 왜 그러지?’ 그녀는 평소 뭔가에 압도되거나 도취를 하면 심장이 뛰면서 보지에서 물이 흐르는데,
오늘 따가 그 정도가 심해서 걱정이었다. 팬티를 돌돌 말아서 질구에 구겨 넣자 흐르는 물은 조금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키니를 입다가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얇은 비키니에 안쪽 덧댐 천이 없었던 것이다.
“하아.......”
비키니에 안쪽 덧댐 천이 없으면, 음부의 윤곽이 그대로 밖으로 드러나거나 약간의 물이 흘러도 그것이 번져 자국이 분명히
남게 된다. ‘샘플이라서 그게 없구나. 어쩌지?’ 그러나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금방 끝날 테니까 조금만 조심하면 되겠지.’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다소 얼굴이 붉어진 채로 엉거주춤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실장이 탄성을 터트렸다.
“아, 좋네요. 정말 아름다워요.”
로코박이 설명했다.
“이 작품은 복숭아 밀크쉐이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데자인한 빠숑이에요. 안 입은 것처럼 프리덤하죠. 이태리바게트 원단을
써서 탄력과 촉감이 빤타스틱해요. 한 번 만져보세요.”
“만져 보라고요?”
“이 작품의 뽀인트는 피트와 엣지 그리고 필 터치에요. 만져야 필을 알죠.”
“그럼 그럴까요?”
그러면서 한실장이 손을 뻗어, 그녀의 비키니 자락을 쭉 잡아당겼다. 수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타이트한 원단이 당겨지면서, 가랑이를 감싼 팬티가 부드럽게 보지를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보기만 할 줄 알았는데,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때 당겨졌던 원단이 놓여 지면서 탁~~~ 하고 그녀의
맨살에 부딪혔다. 순간 보지가 짜릿해지며 머릿속이 멍해졌다. 입에서는 ‘하.........’하며 깊은 숨결이 토해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실장은 다시 원단을 길게 당겼다가 놓아버렸다. 그러자 두 번째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그만 휘청
거리면서 뒤뚱뒤뚱 두발자국이나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한실장이 깜짝 놀라며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저런.......괜찮아요?”
“아.........네. 벼.......별일 아니에요.”
수진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허리를 감은 그의 손 때문에 온몸에 전기가 오는 것 같았다.
“이.......이제 괜찮아요. 그.......손.”
그제야 한실장이 ‘아’하며 허리를 감은 손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그러면서 그의 단단한 팔뚝이 스윽-하며 그녀의 젖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아........”
이 끈 비키니 원단은 매우 얇았으며, 그녀의 젖꼭지는 아까부터 부풀어서 단단해져 있었다. 결국 그녀는 그 시큰한 느낌을
참지 못하고 다시 다리를 휘청거렸다.
“이런........”
한실장이 다시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른 나머지 한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고 말았는데, 그러자 엉덩이
살이 위로 당겨지면서 보지의 소음순도 함께 뒤로 당겨졌고 자연스럽게 민감한 클리토리스도 직접 자극이 되고 말았다.
“하아.......”
수진은 또 헛숨을 토하면서 다리가 휘청거렸다. 이번 느낌은 너무 강렬해서 그녀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급히 한실장의 어깨에 몸을 의지하고 균형을 잡았는데, 이미 보지에서는 뭔가 확 터져서 사타구니가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급히 내려다보니 얇은 비키니는 완전히 젖어서 보지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음부의 윤곽과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하.......난 몰라.’ 너무 창피한 나머지 그녀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급히 손을 내려 보지를 가렸지만, 이미 배 나온
게이 로코박의 얼굴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머, 어머, 그 작품이 어떻게 데자인 된 건데.......그게 얼마짜린데. 어떻게. 어떻게.”
수진은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10억짜리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창피만 당하고 거래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어버리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때 한실장이 입고 있던 하얀 와이셔츠를 벗더니 그녀의
허리에 묶어주었다. 그리고는 로코박에게 말했다.
“이 비키니도 구입하죠. 그리고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좋은 옷이 생기면 그때 다시 한 번 보도록 하고요...
이제 그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네. 그.......그러죠.”
이때 응접실에는 옷 박스와 행거를 들고 온 샵 직원들도 몇 명이 있었는데, 그들을 인솔한 로코박은 빠르게 옷을 정리하고는
밖으로 사라졌다. 그때까지 수진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그 어디에도 시선을 두지 못한 채 안절부절 거렸다.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비키니 입고 흥분해서 보짓물이나 싸는 변태 년?’ 어둠 속 깊이 묻어두고 지금껏 숨기고 봉인
해왔던 진실. 남편에게조차 그걸 들킬까봐 언제나 연막을 뿌려왔던 그녀였다. 그녀는 더 창피를 당하기 전에 여기서 나가
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한실장에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더니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정식 인사가 늦었죠? 점심 초대해 놓고, 무리한 부탁을 해서 곤란하게 만들었네요. 일단 사과하겠습니다...
어머니 선물로 어떤 목걸이가 좋을지는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 하도록 하죠.”
“아.........네.”
명함을 건네받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나이 답지 않게 정중한 말솜씨하며 세련된 매너가 또 다시
가슴이 쿵쾅쿵쾅 뛰게 만들었던 것이다. ‘괜히 여자들이 재벌들에게 환장하는 게 아니구나. 졸부들하고는 완전 달라.’
하얀 런닝셔츠 차림으로 응접실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또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수진이었다.
가만히 명함을 내려다보니 정확한 그의 직책과 이름이 쓰여 있었다. KH투자개발 기획2팀 한우진 실장.. ‘실장님 맞네.’
-너 뭐야? 목걸이가 10억?
-왜 갑자기 그렇게 놀라서 전화까지.......
-10억이면 네 품위 유지비로는 좀 과하지 않냐?
-카드로 빌딩을 사던지, 비행기를 사던지 마음대로 하라면서요?
낮잠을 자다가 받은 전화였다. 우진은 졸린 눈을 비비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빠 목소리는 좀 퉁명스러웠다.
-빌딩이나, 비행기면 나중에 돼 팔기라도 하지.
-아빠는 정수네 집 풍비박산 내는데 얼마를 썼죠? 아빠는 그렇게 써도 되는데 나는 안되요?
-그건 꽤 짭짤한 투자였다.
-인신매매도 투자로 들어가나요?
-인신매매? 듣고 보니 기분 나쁘구나.
-돈 주고 사서, 고급 창녀로 만든 다음 그 이상의 수익이나 가치를 뽑아내는 것. 그걸 보편적으로 인신매매라고 하는 거예요.
-고등학교도 못나온 녀석이 말은 잘하네.
하지만 아빠는 별로 기분 나쁜 목소리가 아니었다. 전화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놈들이나 그년들, 평생 사채 빛에 쪼들려서 살다가 어차피 망가질 인생들이었다. 딸이나 엄마나 그 정도 반반하면 아무도
가만히 두지 않아. 빚을 지고 있는 이상, 평생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엮어 버리겠지. 그렇게 단물이 빨리다가 나중에는
기름까지 짜이게 되는 거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언제나 당당하시네요.
-실제로도 당당하니까. 아빠가 그 집 가족을 뿔뿔이 쪼개서 어디 팔기라도 했냐? 가정을 파탄 내기라도 했어? 빛도 갚아주고,
평생 먹고 살 수 있게 일자리도 줬다. 집하고 가게도 은행에 안 넘어가게 해결해줬고 거기서 살 수 있게 배려도 해줬다.
이정도면 오히려 은혜를 베푼 것 아니겠냐?
-그게 더 나빠요.
-이해를 못하겠구나.
-요즘 세상에 노비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왜 말이 안되냐? 네 할아버지를 모시던 백사장, 김사장이 원래 뭐였다고 생각 하냐? 노비가 별거냐?...
인격을 맞기고 주인에게 미래를 맡기는 거다.
-세상에 진심으로 인격을 파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아빠가 큰소리로 웃었다.
-그러니까 넌 아직 어리다는 거다. 왜 사람들이 종교를 찾겠냐? 노예가 되고 싶으니까 그런 거다. 생각할 필요도 책임질
필요도 없이 뭔가를 명령해줄 절대자가 그리운 거다. 얼마나 편하냐?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모든 사람은 노예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 기회가 없을 뿐인 거야.
우진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몰라요. 아빠 괴변을 듣고 있으면 저까지 이상해져요. 그리고 그 10억 말이에요. 저도 투자에요. 알아보니까 보석투자
괜찮아요. 망해도 큰 손해는 없어요. 아들이 용돈 쓰는데 너무 참견하는 거 아니에요?
-10억이 용돈이냐?
-신문 보니까 어떤 녀석들은 투자랍시고 수억대 차를 수집하던데요. 어떤 대만 녀석은 여배우 60명 테이프를 수집했다죠..
적어도 그 녀석들보다는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는 거니까 내버려 두세요.
잠시 대답이 없던 아빠가 불쑥 말했다.
-좋아. 대신 계약할 때 최변호사 보내마.
-알았어요. 그런데 집에 와보니까 많이 바뀌었네요. 경비도 생기고, 참모도 들어와 있고, 아빠 호텔에서 나와서 집으로
들어오기로 한 거예요?
-그 답답하고 썰렁한 곳이 뭐가 좋다고 들어 가냐? 아빠도 사람 불러놓고 돈질로 허세부릴 때나 가끔 사용한다. 그런데 사람
손이 안타면 집이 망가지니까 그럴 수야 없잖아. 그래서 관리나 시키고 있지. 근데 너 어쩐 일이냐? 지금 집에 들어가 있냐?
-잠깐 들렸어요. 앞으로 가끔 일이 있을 때 쓰려고요. 그런데 와 보니까 좋기는 좋네요...
왜 이런 집이 필요한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아빠가 피식 웃었다.
-그래 공부는 잘 되냐?
-설마 검정고시하고, 수능준비 말하는 건가요?
-그래, 그 공부.
우진은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비로소 아빠와 아들간의 대화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우진은 아버지가 너무 미웠지만,
핏줄마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렇게 잠시 검정고시와 수능에 관해 아빠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때 백과장이 다가오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금 만나고 있답니다.”
“누나요?”
“네. 김세미, 박민기와 함께 강남의 모 클럽에 들어가는 걸 방금 확인했답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8시였다.
“계속 감시하라고 지시하세요. 그리고 지난번에 부탁한건 준비가 되었나요?”
“네. 전화하면 바로 물건이 올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기지개를 폈다.
수진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늘어지게 잠을 퍼 잤는데, 벌써 반나절이나 흘러버린 것이다. 몸이 노곤했다.
“그 여자는 지금 뭐하고 있죠?”
“그 보석딜러요?”
“네.”
“아까 식사를 마치고 집을 구경하다가 지금은 정원을 둘러보고 있어요. 연못에 있는 비단잉어에 흥미를 보였다 네요.
가격을 물어봤다고 합니다. 싼 건 수백, 비싼 것은 5천이라고 하니까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고 하네요.”
“5억짜리도 있다고 하면 아예 기절하겠네요. 다른 건 흥미를 보인 건 없고요?”
“방을 구경할 때, 옛날 아가씨가 입던 옷과 구두에 흥미를 보였고요. 참모들에게는 실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계속 물어봤다고
합니다.”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쇼핑백에 아까 배불뚝이 게이에게 구입한 원피스와 비키니를 포장한 그는 방에서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그때 수진은 장미꽃 흐드러지게 핀 프랑스식 화원을 걷고 있었는데, 우진을 발견하고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눈웃음을 쳤다.
“이제야 일이 끝난 모양이에요.”
“아, 미안해요. 갑자기 사고가 터져서요. 방금 겨우 수습했어요. 오후 내내 많이 지루했죠?”
수진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지루하다니요. 여긴 볼게 너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우진에 팔목에 채워진 3천만원짜리 피아제 금장시계를 슬쩍 들어 올리며 시간을 봤다. 수진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아, 이거 또 시간이 이렇게 돼서.......”
“바쁘신가 봐요. 또 어디 가야 하나요?”
“예, 8시부터 후리자호텔에서 슬라웨시 투자설명회 및 만찬이 있어요. 방금 아버님 대신 참석하라는 전화가 와서.......
이거 정말 죄송해서 어쩌죠?”
“아........아니에요.”
우진이 손에든 쇼핑팩을 쑥 내밀었다.
“대신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아까 이 드레스를 입었을 때 정말 아름답더군요. 아무래도 이 옷의 주인은 어머니가 아니라,
김수진씨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
수진은 급히 손을 저었다.
“바.......받을 수 없어요.”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어머니 선물 때문에 당분간 자주 뵈어야 하는데, 이렇게 불러 놓고 하루 종일 기다리게만 했잖아요.
미안해서 그래요. 받지 않으면 제 마음이 개운하지 않아요. 저를 위해서 드리는 겁니다.”
“...........,”
수진은 순간 고민이 되었다. 사실 그녀는 비즈니스 때문에 동창회나 모임을 자주 찾는다. 그럴 때 마다 그녀는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곤 했는데, 바로 얼굴에 몸에 돈을 쳐 바른 친구들의 재수 없는 거들먹거림 때문이었다.
돈 많은 노인네들 첩질이나 하는 주제에 말이다. 그 년들이 남편을 운운할 때는 정말 약이 올라서 미칠 것 같았다.
연예시절에는 남편의 잘생긴 외모와 몸매 때문에 그렇게 시샘을 하더니, 이제는 왜 그렇게 사냐고 위로하는 척 모욕을 준다.
그때 마다 가졌으면 했던 옷이 바로 명품 따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맞춤 드레스였다. 로코샵의 의상이라면 단번에 모임의
스타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어쨌든 정 재계 사모님들이 단골이며 TV에도 자주 나오는 이름난 디자이너 로코박의 작품이
아닌가? 그녀는 정말 저 옷이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고객에게 선물을 받는 건 비즈니스 관계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물쭈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우진이 쓱 손을 내밀어 그녀의 등에 얹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었다.
“..........,”
“차는 주차장에 있나요? 거기까지 바래다주죠.”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리드하며 정원을 가로질렀다. 수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왜 이렇게 내게 친절하게 굴지?’ 그녀는 고객을 만나러 온 보석딜러일 뿐이었다. 돈 많은 재벌2세가 보석이나 팔러 온
아줌마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 이유가 없었다. ‘혹시 내게 마음이 있나?’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녀는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는 여자들이 수두룩하다. 당장 그의 비서인 백과장만 봐도, 젊고 아름다웠다.
‘망측해.’ 확 얼굴이 달아오른 그녀는 언감생심 주제파악도 못하는 자신의 엉큼함을 자신을 자책했다. 그러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사타구니가 흐뭇해졌다. ‘나 같은 아줌마가 무슨.....’ 그 사이 그녀는 어느덧 주차장에 이르렀는데, 우진이 직접 차
문까지 열어주며 그녀를 배웅했다. 그녀가 운전대에 앉자, 그가 차 안으로 쑤욱 몸을 기울이더니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손 등이 또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듯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젖꼭지가 찌릿하며 보지에서 뭔가 터진
느낌이었다.
‘하아.....’ 운전석에서 모아진 두 허벅지가 부르르 떨렸다. 일부러 그런 건지 실수로 건드린 건지 순간 파악을 할 수 없었다.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우진이 빙그레 웃으며 조수석에 옷이 든 소핑백을 슬그머니 올려놓고 있었다.
“운전 조심해서 잘 가요.”
“아.........네.”
순간 저택 분위기에 앞도당하고, 그의 자신감에 위축된 그녀는 선물을 사양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힌 그녀는 서둘러 시동을 걸고 저택을 빠져나왔다. 그러면서 슬쩍 백미러를 보니 어느덧 그는 등을
돌리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등이 넓고 튼튼하게 느껴졌다.
“하아.......몰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좀처럼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달려 어느 으쓱한 도로에 이르자 갓길에 차를
대고 시동을 껐다. 슬쩍 조수석 쇼핑백을 열고 안을 보니, 푸른색 타이트한 원피스에 흰색 끈 비키니가 들어있었다.
옷을 들고 코에 가져다 댔다. 짙은 돈 냄새가 났다.
“하아.......”
원피스는 못해도 5백은 넘을 것이고, 비키니도 최소 1백은 넘을 것이다. 그가 입었던 옷, 그가 신었던 구두, 그가 찼던 시계,
모두 수 천만 원이 넘는다. 보지가 자꾸 찌릿 찌릿 저려왔다. 결국 그녀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스커트 속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미 예비 팬티까지 몽땅 젖어서 벗어 버렸기 때문에 아랫도리는 맨살이었다. 손에 힘을 주자 손가락 두 개가 질구 안에 쑥
들어가 버렸다. 찌걱~~~
“하아.......미친년. 미친년.”
하루 본의 아니게 경험한 사치스러운 삶은 그녀의 가치관을 송두리 채 흔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저 꿈같은 일에 불과했다.
“수준이 달라.”
찌걱~~ 찌걱~~~
“하아........피아제 금장시계. 로코샵 드레스. 비단잉어. 이태리 대리석. 하아........비단잉어. 비단잉어. 오천만원. 오천만원.”
찌걱~~ 찌걱~~~
마음이 답답했다. 보지에서 손놀림이 빨라질수록 그러한 답답함은 더해만 갔다. 그러다 그녀는 우진이 벨트를 채워줄 때
느꼈던 향수냄새를 기억하고는 머릿속에서 팟~~~ 하고 스파크를 일어났다.
“하아.........사넬.”
그리고 그녀는 선물로 받은 비키니 수영복을 콧구멍에 쑤셔 박으며 그대로 오르가즘에 이르고 말았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자위였다. 부르르르~~~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보지를 끊임없이 애무하며, 끝나지 않는 여운을 즐기던 그녀는 스르륵~
두 눈을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쳤어.”
조금 마음이 진정이 되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생각난 것이었다. 비록 능력이 없는 남편이었지만, 아직 신혼이었고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잘했다. 왠지 남편에게 죄스럽고 미안했다.
쿵쾅~~ 쿵쾅~~~ 한편 그 시각 우진은 노랫소리 요란한 어느 클럽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직 이른 저녁이라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눈에 익은 두 여자와 한 남자는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클럽 한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그쪽을 가만히 바라보던 우진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개호로 연놈들.”
초저녁부터 우희누나는 완전히 떡이 되어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는데, 민가란 놈이 그 옆에 앉아서 누나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누나가 몸을 꿈틀거리자 슬쩍 손을 떼더니 스커트에 쓱~ 손을 밀어 넣으며 사타구니를 더듬기
시작했다. 이미 누나는 약에 당한 모양이었다.
그때 세미가 앞에서 뭐라고 소리를 쳤는데, 음악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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