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22부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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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2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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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53,465회 작성일 20-11-23 13:14

본문

긴 한숨과 함께 눈을 감은 민기가 탄 차가 막 출발하려는데 동민의 핸드폰에 짱개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은 동민은 그대로 민기에게 전화를 넘겨주게 된다. 짱개가 민기를 찾았기 때문이다.


" 뭐냐?" 

[형님....아리 학생한테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 문제? 뭔 문제?"

[그때.. 왔던..... 짭새.. 새끼들 말입니다...........]

" 뭔데 이렇게 뜸을 들여?"

[그중 두 놈이 오늘도 초저녁부터 엘르에 왔는데 말입니다...아리를 자꾸 데려오라고 난리를 쳐서 말입니다...]

" 뭐? 왜?"

[...........그게..]

" 우선 아리 잡아 놔...금방 간다.... 동민아 차 돌려라.. 엘르로 간다.."

" 예?? 예 형님..." 


오늘따라 차가 애석하게 많이 막히는 도로로 한참을 그대로 도로위에서 지체하게 된 민기 일행이다. 퇴근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차는 쉽게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기에 민기는 자신도 모르게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게 된다.

이미 몸은 엘르에 가있는데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 민기였고, 결국 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내리게 된다.


" 혀..형님... " 

" 아저씨!! 오토바이 좀 빌립시다.." 

" 무..뭐라고요? 이 사람이 정신 나갔나.."


민기는 차에서 내려 손잡이가 위로 높이 올라온 할리데이비스 오토바이에 앉아 마찬가지로 차가 뚫리길 기다리는 남자에게 황급히 달려가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 이거 얼마요?" 

" ...뭐? 뭔 소리야?!!"

" 저기 저 차랑 바꿉시다.."

" .....차?"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민기를 바라보다가 민기가 가리키는 동민이 타고 있는 차를 보게 된다. 


" 저 차 아저씨 가져가고! 저 새끼들한테 주소 받아서 이 오토바이도 나중에 찾으러 오시라고.. 알았습니까?!" 

" 무..뭔 말도 안 되는 소...리.....이..이 사람아!!어~~~ 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기는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남자를 끌어내리곤 그대로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남자가 벌떡 일어나 

말리려 했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가 출발을 했고, 정체한 차들을 피해 인도로 향한 오토바이는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충격음을 내며 사이드 미러를 먼저 가로수에 부딪히며 떨어트리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오토바이의
몸체 바닥이 긁히는 소리를 내며 둔턱으로 인해 불꽃을 발생시키곤 사람들을 피해 쏜살같이 사라져 버린다.
 


엘르앞에 무거운 오토바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곧바로 엘르로 뛰어 들어간 민기는 서둘러 주방부터 찾는데 

아리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제야 안쪽 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게 된 민기는 황급히 뛰어가게 되었고, 곧 룸 앞에
모여 있는 두세명의 점원을 헤치며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자신을 붙잡는 손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짱개였다.


" .." 

" 형님.. 우선 참으십시오.."

" 뭐?!!!"


민기의 목소리는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묻어버리기에 충분했고 그 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안에는 그때 봤던 검사 놈과 경찰청 생환과 놈이라고 했던 남자가 인상을 험하게 쓰고는 그대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앞에 수지가 누군가를 숨기며 서 있었다. 수지의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아리였는데 아리의 흰 티의 목 라운드가
심하게 늘어나 브래지어의 끈까지 보여지고 있었기에 민기는 주먹을 쥐며 당장이라도 그 놈들에게 달려들려는 듯 다리를
움직이려 했지만, 짱개가 필사적으로 그런 민기를 붙잡고 말렸기에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민기가 오기전 약30분전까진 룸 안은 화기애애했다. 사람 접대에 익숙한 수지와 또 한명의 여자가 이른 저녁에 찾은 두 

손님을 익숙하게 접대하며 꼬리를 쳤고, 통이 큰 남자들은 시작부터 비싼 양주와 요기가 될만 한 안주들을 시켰다.

밴드도 부르지 않고 그냥 가라오케의 음악 반주에 여자들을 옆에 끼고 노는 그런 엘르에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검사라고 엘르의 사장이 말했던 남자가 오뎅탕을 찾기 시작한다.


꼭 저번에 왔던 학생이 만든 오뎅탕이여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기에 아리가 손수 오뎅탕을 들고 룸에 들어온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가볍게 얘기를 하는 듯 보인 남자들은 곧 수지에게나 익숙한 음단패설로 아리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딸같은
아리에게 옆에 앉아보라는 나이 많은 남자의 요구에 아리가 아직 학생인데 엄마를 도와 일을 하고 있다는 핑계로 모면하려
했으나 그런 아리의 손목을 잡아 끌어 억지로 앉힌 검사란 남자였다.


비싸게 군다느니 대학생이냐며, 요즘 대학생들은 전부 발랑 까졌던데 넌 안그러냐는 등 얼굴값 할정도면 여러 남자위에 

올라탄거 같은데 자기도 껴달라는 등 도저히 고학력의 사회 지도층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천박한 말들로 아리의 귀를 

더럽히기 시작했고, 참다 못한 수지가 아리를 나가도록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이미 두 남자는 닳고 닳은 접대부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집요하게 아리에게만 추행과 희롱을 범람하며 수지의 말은 무시했기에 화를 내게 된 수지였다.

그런 수지를 인간이하로 취급하며 밟는 검사란 명예를 가진 남자였다. 


" 이것들이.. 쌍으로 지랄을 해라!! 너!! 콩밥먹여주랴!!" 

" 이것 봐요! 아무리 높은 양반이라도 이건 너무하잖아요!!"

" 야!! 이년아!!! 깨끗한 척 하지 말라고!!! 그리고 네 년은 왜 나서는데!!!"

" 지금 뭘 잘했다고 막말인데!!!"

" 뭐?? 막말??? 막말?!!! 이 쌍년이!!!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지저분한 곳은 내 말 한마디면 영업정지야!! 영업정지!!!"

" 오호라~~~ 언제 나오나 했네!!! 그래 맘대로 해!! 나랏돈 받고 잘 먹고 잘사는 놈들이 왜 이런데 왔데?!!! 점잖은 척은 다 

 하면서!!! 뭐?!!! 새파랗게 어린 애한테 오빠가 학교 보내줄게??!!!!! 이 잡것들아 너희 집에 가서도 딸년들한테 똑같이 냐!!
 왜?!! 네 딸년들도 이런데 출근 시켜...악!!!"


' 짝!!~~~~' 

" 이게 미쳤나!!! 뚫린 입이라고 아주...." 

" 왜?!!! 나 같은 걸레는 바른 말 하면 안 되냐?!!! 이거 폭력치사야!!! 법으로 먹고 사는 새끼들이 그것도 몰라?!!!!"

" 이 미친년이!! 오냐!! 야!! 사장 나오라고 해!!! 사장 불러!!!"

" 형님.. 상대가 좋지 않습니다.. 참으십시오...." 

" 이거... 안 놓을래..."

" 형님... 이 번 만큼은 죄송합니다..."

" 이..새끼가.."


자신을 노려보는 민기의 무서운 시선에도 필사적으로 짱개는 민기의 팔을 잡고 붙잡기 시작한다. 그때 주저앉아 무섭게 

쏘아붙이는 수지를 갑자기 검사라는 놈이 머리채를 움켜쥐고는 바닥에 질질 끌며 문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한다.


" 악!! 이..이거 안 놔!!! 야 이새꺄!!!! 이거 놔!!" 

" 비켜!! 이 지랄 맞은 년!! 내 손에 한번 죽어봐라!! 안 비켜!!!"

" 놔!!! 놔!!!"


" 경찰 아저씨!!!"


아리의 목소리가 룸 안에 펴져 울렸다. 


" .......뭐?" 

" 너무해요!! 아무리 우리가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이라고 너무 하시는 거 아....악!"


'짝~~~~!'


아리가 힘없이 테이블 옆에 쓰러지게 된다. 그 검사 놈의 발밑엔 머리가 심하게 헝클어진 수지가 쓰러진 아리를 보곤 그대로 검사의 다리를 잡고는 이빨을 세워 꽉 물어버렸다.


" 악!!! 이.. 이 미친년!!!!" 


'쿵!~~~' 

" 이 쌍년들이 아주 쑈를 해라!! 쑈를!!! 이런 버러지 같은 게, 몸 파는 년이면 조용히 몸이나 팔 것이지 어디서!!!" 

" ......." 

" ...."


짱개가 민기를 온몸으로 안고는 겨우 저지하고 있는 동안에 아리와 수지는 바닥을 뒹굴게 된다. 이제는 주먹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시작한 민기의 눈빛엔 정말로 살기가 어려 있었기에 더 필사적으로 막기 시작한 짱개는 사실 자신도 참기 힘든 이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민기를 막는다.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 있는 짱개였기에 더 필사적이었다.

아무리 서울 전역을 장악하고 있는 철민파라고 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분류가 있었고 잡일을 도맡아 하는 짱개였기에
그 분류를 누구보다도 잘 분류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껄끄러운 상대가 국회의원과 검사란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족속이고 검사는 그걸 집행하는 족속이다. 가장 큰 손의 고객인 동시에 조직의 존폐를 좌지우지하는 존재인 

것들이 이들 이었기에 필사적으로 민기를 만류하게 된 짱개였다. 비록 민기만큼이나 속이 타들어가도 말이다.


" 재수가 없으려니까.... " 

" 김검사.. 그만 갑시다.... 시끄럽고.....보기 안 좋군..."

" ...예??........에이 썅!!! 비켜 이 새끼들아!!"


버러지를 바라보듯 내려다보던 검사 놈은 양복상의를 거칠게 집어 들고는 점원과 민기를 헤집고 그 룸에서 신경질을 부리며 나간다. 그 뒤를 따라가던 남자가 아리와 수지를 발을 벌려 넘어 나가버린다. 수군대던 점원들이 수지의 '뭘 봐!'라는 고함

소리에 자리를 피하다가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 민기와 눈이 마주친다. 


" 넌 뭔데?" 

" ......"

" 뭐? 뭐?!!!"


발걸음을 멈춘 검사는 민기의 얼굴에 바짝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침을 튀기기 시작했고,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르려는
민기는 어느 때보다도 분노하며 살기를 띤 눈으로 검사란 남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움찔거리던 검사는 다시 

목소리를 높여 고함을 지르려는 찰나에 민기의 뒤에 서 있던 짱개가 황급히 둘의 중간에 나서선 그 검사를 밖으로 굽신거리며 이끌기 시작했다. 


" 아고.. 영감님.. 죄송합니다.. 아이들 교육이 덜 되서 말입니다...가시죠." 

" 이 어린놈의 새낀 또 뭐야?!!!"

" 하하하하 가시죠 영감님.. 저희 때문에 화가 많이 나신 거 같은데 단단히 교육시켜 놓겠습니다. "

" 나참.. 재수가 없으려니까.. 지 분수도 모르고 어디서....에이..쯧쯧쯧."

" 하하하.."


짱개의 지까시라는 말에 조금 화가 풀리는지 혀를 차며 짱개의 안내를 받아 엘르의 입구로 향한다. 

룸에는 어느새 아리와 수지 그리고 민기만이 남게 되었고 아리의 볼을 쓰다듬으며 옷매무새를 만져주던 수지가 고개를 

들어 민기를 노려본다.


" 병신...." 

" ..........."

" 넌 뭐하는 새끼야?!! 아낀다며!!! 물들이지 말라며!!!"

" .,...."

" 이 병신아.. 네가 그러고도 깡패야!!! 조폭이야!!!? 창피한 줄 알아. 이 병신 새끼야!!..... 가자 아리야.."


민기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는데 수지가 아리를 부축해 민기의 어깨를 부딪치며 룸의 밖으로 

나간다. 벽을 치거나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 화를 표현하지도 않은 채 민기는 그냥 서 있기만 한다. 자신도 수지가 한 말의
뜻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아는지 민기는 고개만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아귀만 꽉 물게 된다. 오늘 하루동안 저 검사 놈이란 남자가 한 행동은 어떤 면에선 한우리파에 했던 자신의 모습과 다를게 하나 없는 약한 자를 권력과 힘이라는 단어로 짖밟은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였기에 부정도 그렇다고 긍정도 하지 못 한 채 한참을 그 룸안에서 혼자 서 있었다.


" 괜찮니???..." 

" ........."

" ,,,,,,미안."

" .....뭐가 미안해요....오빠가....."

" ......지켜준다고 해놓곤......아무것도 못하고..."

" 제가 미련했어요.... 오빠 말대로 남자 무서운 줄도 모르고 또 칭찬해 주시는 줄만 알고......"

" ............"

" ...전 괜찮으니까.. 일 보세요."

" ..맞..은댄... 괜찮아?..."

" ..........아파요."

" ....."

" 요즘 왜 이러냐.... 만날 안 좋은 일만 생기고....씨~~..."

" ..미안.."

" 웃어서 그런가.... 웃으면 안 되는데..."

" ....아리야..왜 그런 생각을 하니.. 그 새끼들이 나쁜 새끼들이야... 넌 웃는 게 예뻐..... 웃는게......."

" .....그래요...웃어야죠... 울면 엄마도 슬퍼할 텐데.....전 괜찮아요... 원래 애들은 맞으면서 크는....."


아리가 감자를 까는 손을 멈추곤 고개를 숙인다. 

분명 울고 있을 텐데... 아리는 다시 떨리는 손으로 감자를 까기 시작했다.. 그런 아리에게 민기는 뭐라 할 말을 잊게 된다.
아리의 눈물에 피 눈물로 갚아 주리라는 다짐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주먹을 쥔 채 들썩이고 있는 아리의 어깨를 바라본다.
가만히 감자만을 까는 아리였기에 당장이라도 저 대야를 엎어버리고 위로해주고 싶은 감정이 복받쳐오는 민기였는데, 
지금 자신이 불쌍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황급히 눈물을 감추며 고개를 들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민기에게 말을
다시 거는 아리다. 그런 아리의 모습이 민기는 더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 아!! 아저씨.. 이번 휴일엔 꼭 영화보러가요..." 

" ...응? 영화?"

" 예... 기분 전환도 할 겸.. 당연히 오빠가 돈 내고... 제가 당분간 가불인생이라서...헤헤~~"

" ....당연하지.. 뭐 보고 싶은 거 있어?"

" ..글쎄요...... 요즘 뭐 하지??"

" 참나.. 보고 싶은 것도 없이 무작정 영화를 보자고 하냐?!"

" 치~~.. 내가 얼마나 바쁜데.... 아!!.. 근데 오빠 수지 언니랑 친해요?"

" ......뭐?"

" 수지 언니가 오빠 욕 막 하던데..."

" ........"

" 말하는 거 보니까... 디게 친했던 거 같던데... 혹시?????!"

" ...............예전에.....자..잠깐 만났었어..."

" 역시....."


마음이 무거운 민기는 아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설레지만은 않다. 요즘 아리에게 닥친 연속된 불행들은 꼭 자신 때문인 거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된 민기였기에 갑자기 아리가 보여 달라는 영화약속을 취소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봤지만, 자신마저
아리의 곁을 떠난다면 아리가 정말로 혼자 남을 거라는 생각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아리와 약속한 장소인 커피숍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나와서 이미 커피를 한잔 다 마신 민기였다.

이 어색한 자리가 민기를 줄담배를 피게 만든다. 


" 어!!.. 오빠!!" 

" .....응?...이..일찍 왔네..."

" 몇 시에 온 거에요?"

" 나?... 바..방금 왔어..."

" 방금은.. 커피 한잔을 다 비웠구먼...헛.. 이 담배꽁초 전부 오빠가 피우신 거예요?"

" ...아..아니야.. 이거 원래.."

" 참나.. 누굴 바보로 아나.. 이거 88이잖아요!! 가게에서도 88피는 사람은 오빠뿐 일거라고 농담까지 했는데!"

" .........."

" 몇 시에 왔어요?"

" ....1시간 정도...."

" 피~~.. 그럼 나도 일찍 들어올걸..."

" ....?"

" 들어오면 주문해야 되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 ....넌 언제 왔어?"

" 음~~~ 그건 여자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거라서...쿡쿡~~ 우리 밥부터 먹으면 안 될까요? 나 배고픈데..."

" 안되긴.. 가자.. 뭐 먹고 싶어?"

" 아빠가.... 나 시험 잘 보면 갈비 사줬는데... 갈비 먹고 싶은데.. 넘 무린가?"

" 무리는 무슨 무리야... 가자!! 비록 점심시간이지만 내가 쏜다!! 갈비.."

" 아싸!!~~~ 3개월 만에 갈비당!!! 헤헤헤~~~"

" 3개월?..."

" 헤~~~ 자존심 구겨지는 소리가 막 뱃속에서 들리걸랑요!! 모른체 해주세요..."

" ....가..자..."

" 우헤헤헤헤~~~"


아리가 갑자기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테이블에서 일어나는 민기의 팔짱을 낀다. 

그 어색함에 민기가 손을 빼려는 듯 올려보았다.


" 씁!!!! 오늘 우리 데이트잖아요.." 

" 데..이트는...........쪼그만 게..."

" 헛... 그래도 좋은가 부네... 오빠 입 꼬리 올라갔당...."

" ..누..누가!! 이거 놔!!"

" 큭큭.. 빨랑 가요.. 저 뱃가죽이 등에 붙겠어요.."

" 무슨 여자가 그런 말을 하냐? 조신하지 못하게..."

" ..쪼그마면 이런 말 써도 되요!!"

" ...하여튼 말은.."

" 크크~~"


이렇게 민기에게 바짝 팔짱을 끼고 붙어 있는 아리의 모습은 분홍색과 노란색으로 치장한 병아리를 연상케 한다. 

20년 전에나 유행했을 노란색 팔랑거리는 스커트에 위에는 더 촌스러워 보이는 분홍색 와이셔츠까지 거기에 운동화까지
하지만 민기는 그런 아리의 모습에 어느 때보다도 설레게 된다. 
어릴 적 향수를 불러오는 듯 한 느낌을 느끼게 하는 복장은
전혀 촌스럽지도, 언밸런스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복고를 자신의 몸에 매취시켜 너무도 자연스럽게 소화시킨 모델처럼 

그러나 모델의 도도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민기의 팔에 매달리듯 걷는 아리의 모습에 잊었던 사춘기의 설레임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민기였다.


그런데 아리의 약간 부은 볼에 민기는 어제 일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이렇게 따뜻하게 대하는 

아리의 모습에 왠지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기어 나오는 어제의 분노를 최대한 자제하려 아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게 된다.


" 왜요?" 

" ,,,,웅?? 무..뭐가?"

" 자꾸 왜 쳐다봐요?"

" 내..가 언제...."

" 피~~"

" 그..그 옷은 뭐냐?!.... 촌스럽게...."

" 촌스러워요? 울 엄마가 처녀 때 입던 건데....."

" ....."

" 허리가 좀 커서.. 옷핀으로 줄이긴 했는데... 예쁘지 않아요?"

" ....치마 말고.. 그 와이셔츠인지 블라우스인지.. 뭔 뽕이라도 들었어? 그 어깨는....참....."

" 풋풋... 그렇지 않아도 어깨가 너무 넓어서 줄이려다 말았어요.. 근데요.. 오빠..."

" ...."

" 가슴은 자꾸 벌어져서 여기도 옷핀을 단추 중간에 두개나 꼈다니까요...큭큭.."

" ......"

" 헛!!! 뭘 봐요!!!"

" 누..누가!!.. 무..뭘........."

" 배고프다니까!!.. 그만 훔쳐보고 빨랑 밥 먹으로 가자고요!!"

" 누가.... 훔쳐봤다고... 저..저기 있네.. 갈빗집..."

" 우헤헤헤헤~~~ 아~~~.. 이 코를 자극하는 향기로운 냄새.....빨랑!!!"


민기가 고기를 굽기 무섭게 게 눈 감추듯 더 바쁘게 아리가 집어 먹는다. 정말로 식신이라도 배에 들어있는지 처음 시킨 2인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고, 추가로 1인분을 더 시키려는 민기의 손을 잡고는 쑥쓰러운듯 조용히 2라는 숫자를
그리듯 손가락을 두개 펴서는 배시시 웃으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아리였다. 총 5인분을 먹고 나서야 아리는 몸을 지탱하며 한손으로 배를 문지르며 만족스러운지 길게 한숨을 내 쉰다.


" 너무.. 과식 한거 아니야?" 

" 이 정돈 먹어줘야!! 아~~ 고기가 들어오는구나~~ 하고 배가 반응을 하죠.."

" .....그 많은 고기가 다 어디로 가냐... 삐쩍 꼬른게... 먹기는 우질라게 먹던데..."

" 큭큭.. 제가 좀 많이 먹어요... 사실 그동안 엘르에서 얼마나 유혹을 참느라 혼났는지... 진짜... 산적시키는 사람들이 제일
 싫었다는 거 아니에요.."

" 사..산적?"

" 예!! 아줌마한테 더 구워서 좀 달라고.... 부탁드리기도 창피하잖아요....그렇다고 남긴 거 집어 먹기도..... 

 과일은 손도 안대면서.. 그건 아주 싹 비우는 사라들 보면...."


" .....나한테 말을 하지...."

" 음~~ 영화 뭐 볼까요?"

" ....우선 극장 가자.."


영화를 보러 온 건지 팝콘을 먹으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큰 팝콘 통을 품에 안고 단한번의 시선 교환 없이 영화에만 몰두한 아리였다. 민기가 좋아할 장르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옆에서 계속해 들리는 팝콘 먹는 소리와 함께 장면하나하나마다 같이
변하는 아리의 표정이 더 재밌게 느껴졌기에 영화의 내용은 민기의 머릿속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다 끝나고 나서 불이
밝혀진 영화관의 조명이 들어오고 나서야 민기는 영화가 끝이 난걸 알게 된다.


아리는 연신 팝콘을 집어 먹고도 또 군것질이 하고 싶은지 민기에게 생과일주스 전문점을 빤히 쳐다보며 마지막 코스로 

저곳에 데려다 달라고 시선으로 부탁을 했기에 민기는 생전 처음 들어가 보는 생과일주스점이란곳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민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니 남자들이라면 낯설게 느껴질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 천지인 주스전문점은 입구에 막 

들어선 민기의 발을 멈추게 했다. 안에 있는 손님 중 남자는 단 한명도 없었기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민기였다.


그런 민기를 억지로 끌고 그네처럼 천장에 굵은 밧줄로 연결되어져 있는 벤치식 의자에 끌고 가 앉힌 아리가 그대로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곤 핸드백이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한 쇼핑백에서 돈을 꺼내 지불을 하고 나서야 민기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와 앉는다.


민기에게 익숙한 나이트나 주점 등의 술집과는 조명자체가 다른 이곳에서 입도 뻥긋 못하고 앉아 있게 되는데 그런 민기의
모습이 재밌다 는 듯 아리가 배를 잡고 큭큭 거리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민기는 그런 아리를 노려보다가 이내 그 흔들거리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자신도 너털웃음을 짓게 된다.


" 참나... 너 일부러 이런데 데려온 거지?" 

" 아!~~ 역시 진짜 언밸런스다....어쩜 이렇게 그림이 안 나오냐... 얼굴은 그 정도면 괜챃은데.. 맨날 입는 그 검은
 양복이 문제야...문제...."


" .....크크... 네 옷도 만만치 않거든.. 그 꽃무늬 의자에 앉아 있으니까.. 몸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 큭큭.. 아~~~ 오늘 넘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 ......고맙긴."

" 갈비도 맛났었고,, 영화도 잼 났었고,, 옆에 있는 사람도 뭐....좀 아쉽긴 했지만.."

" ......."

" 그래도 맛있는 거 사줬으니까.. 플러스 40점..줄게요."

" ......100점이 아니고?"

" 허~~ 제가 그딴 먹는 걸로 넘어갈 거 같아요?"

" ......" 


" ......또 그런 표정.."

" .......표정이라니? 무슨 표정?"

' 가끔.. 오빠가 절 바라볼 때 짓는 표정이요...."

" ..."

" 무표정한듯한데... 눈동자는 왠지 측은하다고 느껴지게 만든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거 싫어요...."

" 내가 무슨...."

" ....오빠가 그렇게 저 쳐다보면.. 진짜 불쌍한 아이 같잖아요..제가...."

" 아니야.. 내가 있는데!! 누가 우리 아리를 불쌍하다고 보냐?!"

" 오빠가요!!! 오빠가!!"

" .......아니라니까."

" 휴~~~ 솔직히 말해도 되요?"

" ...뭘?"

" 나... 오빠가 울 오빠가 아닐까... 곁에 있는 동안 그런 생각 많이 했다는 거.. 알아요?"

" .........."


떨리는 손을 떨리지 않도록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해본 사람이라면 지금 민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작스런 아리의 고백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짓는 민기는 목에 심한 갈증을 느끼며 나온 토마토 주스를
손을 올려 잡으려다 말고 황급히 내리게 된다. 이런 아리의 고백에 동요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면 뻔히 들킬 거라는 

생각에 주먹을 쥐게 된다. 아리가 음료수를 마시는 모습을 쳐다보던 민기가 떨리는 입술을 열어 무심한 듯 얘길 한다.


" 오..빠 할까? 내가..." 

" 핏~... 사촌 오빠를 한다고 할 수 있나.."

" ..."

" 주방 아줌마한테 다시 물어봤는데요... 정말 33살이라고... 근데 정말 33살 맞아요? 아무리 봐도 20대 중반 같은데..."

" ....."

" 솔직히.. 흥신소 사장님 확인하기가 두려웠던 게.... 흥신소 사장님이 사촌오빠가 아니라면 기민오빠가 정말 사촌오빠일거   같아서..."


" ...내...가.. 싫어?...부끄럽니?"

" 아뇨!!!~~~ 제일 좋..아...해요.."

" ........."

" 그냥... 오빠한테 못되게 굴었는데... 막 혼도 내고.."

" 못되게 군거 없어... 혼 날만 하니까 혼 난거고... 근데... 왜 내가 오..빠 같았니?"

" 글쎄요.... 그냥.... 신경이 쓰였다고 해야 하나...자꾸 남 같지 않고.. 걱정되고."

" 그럼... 오빠 하던가....."

"풋~~.... 무슨 남자가... 근데요..."

" .........."

" 그것보다...오빠 정말 깡패에요?"

" ....또.. 그 얘긴 왜 꺼내.."

"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 보도?? 보다?? 하여튼 엘르 같은 술집 지켜주는 게.. 깡패가 하는 거라고.. 그리고 오빨.. 

 전부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보디가드는 아닌 거 같던데..."


" ....내가.. 깡패 같아?"

" ...그게 아니니까.. 이상하죠.... 맨날 쥐어 터져서 들어오는 거 보면.. 절대 형님 같지 않은데.....하긴... 맞고 다니는 게
 깡패면 대한민국 사람 90%는 다 깡패 할 수 있겠다..."

" ....나. 진짜 쌈 잘해.."

" 쿡쿡... 하여튼.. 전 괜찮아요.. 오빠 같은 사람이 깡패라도.."

"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 사람들 챙겨주고.. 도와주면서.. 맞고 다니는 착한 깡패잖아요.. 그럼 뭐...."

" ...착..한.. 깡패?"

" ......아닌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민기가 무의식적으로 아리의 웃음을 피하듯 고개를 숙인다. 자신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착한'이라는 단어가.. 자신과 어울릴지도 고민하게 되지만, 아린 그런 자신을 이미 그렇게 단정 짓고 있어보였기에 저 해맑은 웃음을 정면에서 마주할 수 없었다.

속으로 지금이라도 아리에게 자신이 그 사촌 오빠인 권민기라는것이 밝혀진다면 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된다면 지금
처럼이 아닌 대놓고 아리를 도와줄 수 있지는 않을지 고민해보지만, 역시 자신의 피 묻은 돈으로 아리를 배부르게 해 주는 건 여기까지가 적당하다는 생각을 같게 된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걱정과 근심으로 자신을 기다리게 될지 모를 아리의 모습을 생각해보던 민기는 고개를 흔들게 된다.
그런 무거운 짐을 아리에게 지어주기엔 아리는 너무 어리고 밝은 아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의 짐이 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정도가 가장 적당할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아리를 고시원에 데려다 준 민기는 그래도 밝은 표정의 아리로 인해 안심을 하며 사무실로 향했고, 도착 한 사무실 안에 

심각한 표정의 동민을 보며 지금 기분을 망치기 싫은지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냥 지나치려 했다. 

저 놈이 기분이 나쁘던 말든 지금 민기는 자신의 기분을 깨기 싫었기에 아무 말도 걸지 않고 인사만 받고는 개인 사무실로
향한다.


" 형님..." 

" ..........."

" 죄송합니다 형님... 그 새끼가..."

" ...뭔 소리여?"

" 그.. 만해 놈이.. 날랐습니다..."

" 만해? 그게 누군데?"

" 아리 학생.."

" 아~~~ 근데? 나르다니?"

" 튀었습니다.."

" 뭐?!!!!!!!!!!!!!"


기가 차 더 이상의 말도 못하고 무섭게 동민을 노려보게 된 민기였고, 그런 민기의 모습에 고개를 숙인 채 따귀가 날아올지
발길질이 날아올지 준비를 하는 듯 다리에 힘을 주는 동민이다.
 


" ....그게 무슨 소리냐? 보험금 나올 때까지 그 놈 거기에 보냈잖아..." 

" 예.. 새우 잡이에 태워보냈는데.. 그게......"

" ...그게??"

" 어느새.. 그 선장하고 친해져서.. 술 한 잔 하다가 물속에 뛰어들었답니다.."

" ... 수갑은? 그 새끼들 발에 수갑 채워서 도망 못 가게 하던데....그걸 끊고 도망갔단 말이냐?!"

" ....선장 새끼가.. 그 놈한테 넘어가서 호형호제까지 했답니다.....그래서 수갑을.."

" 뭐?!!! 호..형 호제??"

" .... 예.. 형님...선장놈한테 자세히 말을 안 해줬더니.. 그냥 조직에서 버린 떨거지쯤으로 알고... 방심했었다고...."

" ,,,,,"


민기가 심각한 표정으로 사무실 안에 있는 소파에 몸을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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