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게임 - 2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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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되었고, 이제는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자정이라는 시간에는 잠에 빠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섹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바뀐 잠자리가 문제일 수도 있었고, 아침에 진행 될 3라운드 세 번째
게임이 신경이 쓰여 잠을 못 이룰 수도 있었다. 물론, 다른 이유로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영과 영호가 그러했다.
수영은 영호의 두 번째 조건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명진이 잠들기를 기다려 조심스레 방을 나와 영호가 지시한대로
자정이 약간 넘은 시간에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도착한 수영은 영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늦었네?”
“그게... 어쩔 수 없었어요.”
“몰래 나왔나 보지?”
수영을 본 영호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이죽이죽 웃고 있었다.
“남편이 깨기 전에... 일찍 가봐야 해요.”
수영은 1초라도 영호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거야. 내가 왜 불렀을 것 같아?”
수영이 영호의 질문에 대답대신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물론, 수영 역시 영호가 무엇을 요구할지 짐작은 했지만, 굳이
입으로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알잖아? 얼굴에 다 쓰였네. 가볍게 섹스나 하고 가자. 알았지?”
영호는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수영을 보고 아주 쉽게 관계를 맺자고 했다. 수영은 막상 영호 입에서 ‘섹스’라는 말이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늦은 시간에 남편 몰래 화장실에서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꼭 그래야 해요?”
“응. 꼭 그래야 해.”
수영은 영호의 손길을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반지를 포기하면 그만이었지만, 명진이 준 결혼반지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사실 수영이 너랑 섹스를 하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거든. 내가 원래 나보다 어린 여자와 섹스를 하게
되면... 일이 잘 풀려. 더구나 자정이 넘었으니... 세 번째 게임 당일이 되었단 말이야. 수영이 너랑 섹스를 해야만 운도
따르고 좋은 기운도 받을 것 같은데? 후훗.”
수영이 듣기에는 영호의 말은 비상식적이었다. 과격하게 표현을 하자면 그저 ‘미친 소리’일 뿐이었다.
“두 번째 조건이... 그거인가요?”
“그렇지.”
수영은 영호의 제안에서 벗어날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금방 머릿속으로 영호보다 유리한 점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역시
서영 부부와 연합을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꼭 해야 하나요? 취소 해주면... 저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할게요.”
“보답?”
“네. 영호님도 아시겠지만... 우리가 유리해요. 영호님은 탈락할 수도 있지요. 제가 서영 언니 부부를 설득해서 세 번째
게임에서는 영호님 부부를 꼭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영호와의 섹스를 피하기 위해서 수영이 제안을 했다. 그런 수영을 바라보며 영호는 재밌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왜 웃어요?”
“재밌으니까. 뭐... 내가 1번 부부와 직접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수영이 네 제안은 참 그렇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미 5번 부부를 탈락시켜야 한다라고 합의한 거 아니야?”
영호의 말에 순간 수영이 뜨끔했다.
“나 예리하지? 하하하. 물론, 너희들이 작정하고 나를 죽이려면 못할 것도 없겠지. 그런데 전제 조건은 투표권이 2개가
있을 때나 가능하지. 안 그래?”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부인하지는 않겠어. 하지만... 하나만 알아 둬. 수영이 부부나 1번 부부나 반드시 이 둘 중에서 피해자가 나올 거야...
결국 투표권은 하나지. 그 상황에서 나를 죽일 수 있을까? 하하하.”
수영이 보기에 영호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그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서영언니
부부와 자신의 부부 중 피해자가 나온다고 장담을 하는 것일까. 수영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피해자가 반드시 나온다... 그걸 어떻게 알죠?”
“훗. 내가 알려줄 이유는 없는데...”
“속임수를 썼나요?”
수영은 영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수영은 영호가 무슨 속임수라도 써서 투표를 조작한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마술이지... 후훗.”
“설마?”
수영은 영호가 추행범을 결정하는 뽑기를 할 때, 뽑기 순서를 바꾸자며 치킨 박에게 요구를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
서영이 반대 했었고, 수영은 이유는 몰랐지만, 서영의 의견에 따라 역시 반대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설마가 맞겠지.”
“솔직히 정확한 방법은 몰라요. 하지만... 저희가 막겠어요!”
“어떤 방법으로? 내가 무슨 방법을 쓰는지도 모르면서... 하하하.”
“알아 낼 거예요!”
수영이 비장한 각오로 말을 했다. 제법 심각한 분위기였지만, 영호는 수영과 달리 이 분위기가 너무나 유쾌했다.
재미를 떠나서 묘한 쾌감까지 느낄 정도로 즐거웠다. 아니, 행복했다. 무언가 죽어있던 자신이 살아나는 기분이였다.
“무섭네. 하하. 좋아. 사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어. 예정에도 없던 말까지 하다니...
나답지는 않아. 난 그저 섹스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이 상황이 너무나 재미있다 보니까... 입이 가벼워졌네,”
“.......”
“제안을 하지. 나랑 섹스를 하지 않아도 좋아. 그런데 말이야. 대신 가볍게 두 가지는 내 소원을 들어줘야겠어.”
수영은 대체 영호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상황이 즐겁다는 영호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호가 어떤 제안을 할지 모르지만, 섹스를 피할 수 있다면 수영은 충분히 받아들일 각오가 있었다.
“그것이 뭐죠?”
“섹스는 안하는 대신... 첫째, 나에게 아름다운 키스를 해줄 걸. 이때 입을 떼고 나에게 기분 좋은 말을 해줘야 해. 쉽지?”
“키... 키스요?”
“왜 그렇게 놀라? 섹스보다 낫지 않아? 어찌 됐든, 난 수영이 너랑 신체 접촉은 해야 해. 행운을 가져가야 하니까. 하하하.”
수영은 잠시 고민을 했지만, 키스가 섹스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알았어요.”
“다시 말하지만, 입을 떼면 내가 기분 좋은 말을 해줘야 해.”
“무슨....”
“사랑해요. 좋아해요. 믿어요. 행운을 빌어요 등등. 많은 말들이 있잖아.”
수영은 진심 영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영호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알겠어요. 두 번째는 무엇이죠?”
“두 번째는... 사실 이게 중요해. 내가 입방정을 떨어서 그런지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었거든. 나름 A 플랜이 있었는데,
수영이 너 때문인지 그게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무슨 말인지 모르지? 그냥 들어. 훗. 내 두 번째 소원은....
만약 수영이 네가.. 아니 너희 부부가 세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이 된다면... 피해자를 1번 부부로 선택해 줘. 쉽지?”
말을 마친 영호가 수영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수영의 대답을 기다렸다.
‘서영 언니가... 우리 쪽이 추행범이 되면 반드시 5번 부부나 6번 부부를 피해자로 만들어야 했는데... 그래야 우리가 표가
2개가 생긴다고...’
수영은 영호의 두 번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영의 언질 때문이었다.
“그... 그건...”
“왜? 쉬운 결정 아닌가? 난 모든 것을 양보했는데? 예를 들어 수영이 네가 추행범이 되었고, 피해자를 1번 부부로 한다고
하더라도 수영이 너와 내가 5번 부부를 탈락시키면 되잖아? 안 그래?”
영호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지만, 수영은 내심 마음에 걸렸다. 자신이 추행범으로 결정이 되면, 투표권을 2개 확보할 수
있어서 반드시 서영 부부와 함께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영호의 제안은 그 100% 확률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불리하잖아. 약간은 살길이 필요하지... 수영이 너라면 안 그럴 것 같아? 그리고 말이야.....
꼭 너희 부부가 추행범으로 결정된다는 보장이 없잖아.”
영호의 말을 듣고서는 수영이 한참이나 고민을 했다. 그리고 결국 결정을 내렸다.
“조... 좋아요.”
“나도 약속하지. 수영이 네가 내 제안을 잘 따르면... 난 반지를 돌려 줄 거야.”
사실 영호 입장에서는 반지를 미끼로 반드시 5번 부부를 탈락시켜라는 제안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호는 그러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스릴을 즐기고 싶었고, 무엇보다 3라운드의 결과가 궁금했다. 결과가 예정된 게임은 진정한 게임이 아니였다.
“그럼 빨리 키스나 하고 사라질까? 멘트는 준비 했어?”
영호가 수영을 바라보며 입술을 내밀었다. 그런 영호를 바라보며 수영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질끈 눈을 감고 얼굴을 점점
앞으로 내밀었다.
쪽... 그리고 키스 같지 않은 입술과 입술이 만남이 이뤄졌다. 입술끼리의 만남이었지만, 오히려 뽀뽀라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당신을 믿어요.”
약속대로 수영이 키스가 끝난 후 영호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영호가 수영의 말에 답변했다.
“나도 수영이 너를 믿어.”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서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나눈 수영과 영호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사람은 수영이었다.
“이... 이만 가볼게요.”
“좋아. 우리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거야. 그렇지?”
“지... 지킬게요.”
말을 마친 수영이 영호에게서 벗어났다. 그리고 멀어지는 수영을 바라보며 영호가 중얼거렸다.
“이거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왜 이렇게 딱딱 들어맞지. 정말... 하하하.”
민혁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여러 의문들이 자신의 머리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은 영호가 자신을 농락하기까지 했다.
‘3번, 5번, 6번... 이게 무엇을 뜻하지?’
민혁은 영호가 자신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펼쳤던 모습을 떠올렸다. 아무 말 없이 영호는 민혁에게 자신의 손으로 세 손가락,
다섯 손가락, 여섯 손가락을 보여주며 떠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를 탈락시키고... 그 세 팀이 4라운드에 진출한다는 것인데...’
민혁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결국 3번 부부인 수영 부부가 배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2라운드에서 한 번 배신을
당했던 경험에 의하면, 수영 부부를 완전히 믿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수영 부부가 배신을 한다면... 굳이 영호라는 놈이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는데...’
무릇 배신이라는 뒤통수를 치는 행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3번 부부와 6번 부부가 손을 잡았다면, 굳이 6번 부부가 그 사실을
알릴 이유는 없었다. 그 점 때문에 민혁의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수영 부부도 믿을 수 없지만... 영호라는 놈도 믿을 수 없으니...’
민혁은 서영과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싶었지만, 막상 입을 열기가 쉽지가 않았다. 어차피 무조건 수영이를 믿으라
할 것이였다.
‘그렇게 당하고도.. 왜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무작정 믿는 거야.’
민혁은 서영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그 중심에는 수영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작 몇 시간 만에 사람을 믿는다니... 더구나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컴퍼니가 주관한 섹스게임이라는
곳에서... 사람을 믿는다? 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잠을 들 수도 없고... 미치겠네...’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던 민혁은 결국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씨발. 걸으면서 생각 좀 정리해야겠어.”
지하의 공간은 매우 넓은 편이었다. 민혁은 벽에 붙은 채로, 통로를 왔다갔다 걸어 다니며 수영과 영호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민혁의 발걸음은 로비로 향했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시계 방향으로 걸었던 민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을 지나 화장실을 지나게 되었다.
“오줌이나 쌀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화장실에 오니 괜히 소변이 마려운 민혁이었다. 그래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고,
이 순간 민혁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봤다.
‘뭐... 뭐야...’ 황급히 민혁은 몸을 숨겼다. 그리고 벽에 기대서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영호와... 수영이... 키스하고 있었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민혁은 확실히 두 눈으로 영호와 수영이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민혁은 영호와 수영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뒤로 자빠질 뻔 할 정도로 매우 놀랐다.
- 당신을 믿어요.
- 나도 수영이 너를 믿어.
영호와 수영이 서로를 믿는다는 대화를 들은 민혁은 지금이 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엄연히 현실이었다.
‘그... 그래... 씨발... 처음부터 그랬던 거야’
민혁은 황급히 화장실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서영이 홀로 자고 있는 통로 좌측 1번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혁은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호와 수영이 키스하며 대화를 나눈 것을 목격한 시점에서 민혁은 자신의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리고 머릿속의 모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민혁이 방에 들어가기 전에 중얼거렸다.
“내가 이번에도 당할 것 같아? 씨발년...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영악한 년이었어...
씨발 좆같은 년. 내가 죽여 버릴 거야.”
- 하하하. 이제 3라운드 마지막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아침이 밝았고, 치킨 박이 예정한대로 오전 8시에 3라운드 세 번째 게임이 진행되려고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게임 참여자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또한 아침 식사도 걸렸다. 유일하게 영호와 효진 부부만이 편안한 잠과
맛있는 식사를 하였을 뿐이었다.
- 간밤에 재밌는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하하.
치킨 박의 말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민혁과 수영이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민혁은 서영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수영을
간간이 쏘아보았다.
‘참 뻔뻔한 얼굴이야... 아직도 언니 언니 그러고 있으니...’
민혁은 게임 시작 전, 수영이 자신의 아내인 서영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아침 인사를 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민혁은 그런
수영이 너무나 가증스러웠다. 지난 밤, 영호와 밀담을 하던 것을 확인하고서는 당장이라도 수영에게 달려가 그 점에 대해서
따지고 싶었다.
‘젠장...’
민혁은 아내인 서영에게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라고 보는 것이 마땅했다. 수영이 영호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서영이 믿어줄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민혁은 밤새 잠을 못 자고 세 번째 게임에
대한 고민을 했다. 4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번째 게임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 불리하다... 불리한 것을 떠나서 위기 상황이야... 수영이 그 쌍년이 영호라는 놈과 손을 잡았으니...’
현재 민혁은 자신이 탈락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음에는 영호와 수영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민혁은 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 참여자들을 관찰하고 또 고민했다.
그나마 민혁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5번 부부인 민석과 지민이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저들 부부는... 여전히 기도중이고... 기권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마지막 게임에도 또 기권을 할 것 같지는 않고...’
민혁이 혼자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매우 어려웠다. 다른 부부들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편이 되어야 할 서영과는 수영 부부에 대한 문제로 서먹했다. 물론, 탈락 상황이 닥치면 결국 함께 해야 하는 부부였지만,
문제는 위기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 하하하. 세 번째 게임도 기막힌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시작해 볼까요?
치킨 박이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은 상자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공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빨간 공이었다.
- 마지막에는... 여자 분들이 추행범이 되는군요. 하하하.
앞서 두 번의 게임과는 다르게 마지막 게임에서는 여자가 추행범, 남자가 피해자가 되었다. 치킨 박의 뽑기에 의해서 여자가
추행범으로 결정이 되자,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영호가 희미한 미소를 내비쳤다.
‘확률적으로 세 번 연속 파란공이 나오기는 쉽지 않았겠지...’
영호는 모든 경우를 생각하며, 그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밤부터 기가 막힐 정도로 영호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수영을 화장실에 불러낸 것은 분명 섹스를 하고 싶은 영호의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린 여자와의
신체접촉이 그동안 영호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일종의 징크스였기에 분명 이것도 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호는 하나의 생각을 더 했다.
‘낯선 공간에서 거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게임... 누가 편히 잘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잠자리까지 바뀌었으니... 누군가는
화장실을 찾을 수도 있겠지. 그 누가 보더라도 흔들릴 거야... 오해를 할 테니... 그러면 판은 뒤집어지고...
결과는 알 수 없겠지... 그러면 재밌잖아. 후훗.’
애초에 수영과의 섹스 시간을 1시간 정도로 생각했던 영호였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낯선 움직임을 눈치 챘고 수영과의
섹스를 과감히 포기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영호는 자신의 머리를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수영에게 섹스를
포기하는 대신 또 다른 두 가지의 조건을 제안했던 것이었다.
‘내가 치킨 박이라면... 두 번은 허락하지는 않겠지. 한 번 정도야 게임 룰 허점을 이용해도 눈감아 주겠지만...’
영호는 모든 상황을 가정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를 했다. 물론, 게임의 진행이 영호가 생각한대로 꼭 흘러갈 이유는
없었지만, 영호는 일종의 ‘촉’을 느꼈다. 무언가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할 수는 없었지만, 마냥 생각한대로 현실이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현재까지도 영호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구에서도 A 투수에게 상대 타율이 5할인 B 타자가 있지만, 감독은 가끔 B 타자를 제외하고 상대 타율 1 할인 C 타자를
대타로 선택하지. 그리고 그 C 타자는 A 투수에게 홈런을 쳐내고... 확률을 무시한 일종의 감이랄까’
영호는 추행범이 여자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고, 또한 그것이 세 번째 게임에서 현실이 되었다.
- 마지막 게임의 추행범 뽑기를 하겠습니다. 여자분들 모두 나와 주시고... 뭐, 뽑는 순서에 불만이 있으신 분 있습니까?
“제가... 먼저 뽑으면 안 될까요?”
치킨 박의 말에 영호의 아내인 효진이 손을 들었다. 효진은 영호와 마찬가지로 쪽지를 바꿔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영호로부터 수 십 번 반복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 다른 분들 반대 없습니까?
세 번째 게임의 추행범 뽑기를 또 다시 6번부터 시작한다고 했지만, 서영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반대는 없었다.
서영은 어차피 자신과 수영 부부가 한 팀이기에 누가 먼저 추행범 뽑기를 하든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 하하하. 반대가 없으니... 효진님부터 하시면 됩니다. 대신 이 점은 말씀 드리고 싶군요. 하하하. 세 번째 게임의 추행범
뽑기의 쪽지는 앞서 두 게임과 다릅니다. 하하하. 누가 장난을 하는 것 같아서... 종이를 좀 바꿔 보았습니다.
치킨 박의 말과 동시에 효진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지만, 영호가 그녀를 안심시키는 듯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효진을
바라보며 웃으며 조용히 말을 했다.
“그냥 뽑아.”
효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컴퍼니 직원이 들고 있는 검은 상자로 다가갔다. 영호는 쪽지의 종이를 바꿨다는 치킨 박의 말에
약간의 쓴 웃음 지으며 다음 상황을 가정하기 시작했다.
‘설마 했지만... 역시 치킨 박... 나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그건 그렇고 수영이라는 애가 추행범이 된다면, 내가 제안한
대로 1번 부부인 민혁을 피해자로 만들어야겠지... 과연 그대로 될 수 있을까. 물론, 내 아내가 추행범이 되면 고민할 가치도
없지만...’
지난 밤 수영에게 반지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영호가 제안한 내용이었다. 물론, 수영이 추행범이 되지 않으면 말짱 황이 되는
것이었지만, 만약 정말로 수영이 추행범이 된다면 영호의 제안은 대마를 잡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었다.
- 다음은 지민님.... 이번에는 수영님.... 네... 마지막으로 서영님... 하하하. 자, 모든 여자 분들이 뽑기를 마치셨습니다.
채 1분도 되지 않아 네 사람의 여자들이 추행범 뽑기를 마쳤고, 이제는 참여자들 모두가 각자의 방에 들어가 대기해야 했다.
여자들은 자신이 뽑은 쪽지를 확인하면 될 것이었고, 남자들은 나체의 상태로 침대에 묶여 있어야 했다. 물론, 눈도 가려져야
할 것이었다.
- 이번에는 남자 분들이 고생을 하겠군요. 하하하. 자, 각자의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여자 분들은 쪽지를 확인하시고
추행범으로 결정 된 여자 분은 피해자를 선정하여 1시간동안 추행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하하하.
치킨 박의 말이 끝나고 각 참여자가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중에 추행범으로 결정이 될 수 있는 모든 여자들은
쪽지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가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게임이라 긴장이 되는 듯 했다.
“걱정 마.”
“언니도요. 잘 될 거예요.”
서영이 1번방에 들어가기 직전, 수영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말을 했다. 수영 역시 서영에게 미소로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이 두 여자를 바라보는 또 다른 두 시선이 있었는데, 하나는 민혁이었고, 또 하나는 영호였다.
‘씨발... 저 가증스런 가면을 벗겨주마.’ 민혁의 생각이었다.
‘게임이 끝나고 저 둘은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영호의 생각이었다.
민혁과 영호는 각자의 생각으로 수영을 바라보았지만, 정작 그들은 또 다른 시선이 자신들을 보고 있음을 알지는 못했다.
‘... 저들이 저를 시험하오나, 나는 또 다른 계시를 받으면 그 뿐...’
민혁은 나체 상태로 침대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신체가 자유롭지 못하고 눈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자, 민혁은 약간은 긴장이 되기도 하였다.
‘도대체 무슨 속셈일까... 처음부터 손을 잡았던 것일까. 우리를 탈락 시키려면... 진작 가능했는데... 영수 놈도 탈락 시킬
이유가 없었고...’
영호와 수영이 손을 잡은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 민혁이었지만, 도저히 그들이 어떤 속셈을 가지고 세 번째 게임을 진행하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아내가 추행범이 되어도, 영호와 수영이 손을 잡았기에 불리할 텐데...자... 잠깐만...’
민혁의 머릿속은 무언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대답을 스스로 알아내려는 순간 머릿속에 잡혔던 실마리를
없애버리는 사건이 발생을 하였다.
찰칵..... 민혁이 있는 방문이 열린 것이었다.
‘젠장... 내가 피해자가 된단 말인가. 이러면 투표권이 없잖아.’
민혁은 볼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 자신의 방에 들어옴을 알 수 있었다. 추행범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었으나, 민혁은
짐작을 할 수는 있었다.
‘5번 부부의 지민이라는 여자는 아닐 확률이 높다.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굳이 나에게 올 이유는 없어... 그렇다면 지금
내 방에 들어 온 여자는 수영이나 효진이라는 여자일 텐데...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서... 어... 맞아! 그럴 생각이었구나...
개 잡놈년들이...’
민혁의 머릿속이 재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가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민혁의 생각대로라면 수영과 영호가
손을 잡을 이유가 분명했다.
- 하하하. 피해자는 민혁님이 되시군요. 앞으로 1시간... 타이머를 작동하겠습니다.
추행범이 민혁의 방에 들어오는 시점부터 치킨 박의 지시에 따라 타이머가 작동을 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세 번째 게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누구요?”
민혁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추행범에게 말을 했다. 추행범은 민혁의 방에 들어온 후,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고 또한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누구인지 짐작은 가지만... 도대체 왜 날 선택한거요?”
민혁이 다시 말을 걸어보았지만, 추행범으로부터 그 어떤 대답도 들을 수는 없었다.
“3번 부부나 6번 부부 아니오?”
민혁이 끈질기게 질문을 하지만, 역시 추행범으로부터 대답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민혁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그 어떤 말도 안하는 거라면 왠지 5번 부부의 아내인 지민이 추행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혹... 5번 부부요?”
“............”
여전히 추행범의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그러자 답답해진 민혁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혹 5번 부부라면 또 기권할 생각이오? 그러지 마시오.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당신들이 탈락을 할 것 같으니...”
여전히 추행범의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혁이 입을 쉬지를 않았다.
“또한 혹여 3번 부부나 6번 부부라면... 난 모든 걸 알고 있소. 당신네들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오.”
민혁이 말을 하면서 핵심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 있었다. 오히려 역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상대를 자극시키되, 너무 구체적으로 말을 해버리면, 상대가 더욱 더 단합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애매하고 모호하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표현이 더욱 상대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저들도 서로 완벽히 믿지는 못할 것이니...’
민혁은 입을 쉬지 않고 계속 해서 떠들었고, 추행범은 추행범답지 않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이제 시간은 채 10분도 남지 않았다. 추행범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확인하고 민혁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은 후, 고개를 돌린 채로 왼손을 뻗어 민혁의 발목에 손을 댔다.
“게임 룰에 최소 6분은... 신체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하니... 시간이 다 됐나 보오?”
민혁은 자신의 발목에 추행범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가만히 있던 추행범이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보아
게임으로 지정된 1시간의 시간이 거의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의 손길을 느끼니... 난 정확히 누군지 알 것 같네...”
민혁은 추행범의 손길로 그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우 가느다란 손가락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민혁이
생각하기에 추행범은 딱 하나였다. 제일 나이가 어리고 역시 제일 체격이 작은 수영이었다.
“역시... 수영이... 너였군... 이 배신자.”
민혁의 말을 들은 수영이 차마 민혁의 발목에 있는 손을 떼지 못했지만, 깜짝 놀랐다.
“놀라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왜 배신을 한 거야? 내 아내 말 못 들었어? 추행범이 된다면... 5번 부부나 6번 부부에게
갔어야지... 왜 나에게 왔지? 이로써 우리는 투표권이 하나 사라지는데...”
“..........”
수영은 침묵을 했다. 쉴 새 없이 쏘아대는 민혁의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넌 마음에 안 들었어... 거짓말쟁이에... 내 아내를 속였겠지만... 난 속지 않았지... 그래 영호라는 놈과 어떤 계획을
세운 거야? 하하하. 씨발. 내가 말해줄까?”
“... 그게... 아니에요.”
“훗. 역시 수영이 네년이 맞았군. 아니라고? 그러면 지난밤에 왜 그 영호라는 작자와 화장실에 함께 있었지?”
“그... 그건.”
민혁의 말을 들은 수영이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민혁은 수영에게 틈을 주지 않고 계속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내가 너희 좆같은 놈년들 계획을 말해줄까? 난 궁금했어... 왜 너희들이 손을 잡았을까? 그리고 네가 배신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더군. 5번 부부가 문제였어. 그렇지? 그들이 두 번 연속 기권을 하니까... 너희 개잡놈년들은 기권규정이 욕심났을
거야. 피해자를 엿 먹이는 기권규정 말이야. 투표권을 가진 팀이 전부 기권하면 피해자만 탈락하고 기권을 한 팀 전부는
10개의 칩을 상금으로 받게 되지... 매우 유혹적이거든...”
“그게 아니....”
“뭐가 아니야! 첫 번째 게임부터 사람들은 기권규정이 매우 탐났어. 나도 그랬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이었거든...
5개의 팀이 연합을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 그런데 벌써 두 팀이 탈락했지... 3팀이 연합을 하기에는 쉬워 안 그래?..
더구나 그 중 한 팀은 계속 기권만 하면 되니까... 사실상 2팀이 연합을 하면 기권 규정에 따라 10개의 칩을 상금으로
받을 수 있지... 내 말이 틀려?”
민혁은 수영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10개의 상금을 칩을 받고 4라운드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손을
잡아 4라운드에 함께 진출하더라도 고작 2-3개의 칩이 상금인 것에 비하면, 기권 규정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보다 4-5배
더 많은 칩을 상금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전... 이유가...”
“무슨 이유? 내가 분명히 지난밤에 봤어. 그리고 들었어. 넌 영호를 믿는다고 하더군... 키스까지 했고... 내 말이 틀린가?”
수영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민혁이 단단히도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쉽게 수영은 민혁의 오해를 풀 수 없었다.
“아... 아니...”
“뭐가 아니야. 내가 똑똑히 봤대도! 개 좆같은 년아!”
“저를 믿어야 해요. 전 서영 언니와 꼭 4라운드에 함께...”
“까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씨발... 조금 후에 똑똑히 너희들 계획을 내 아내에게 알려줄 테니까...”
“아... 안 돼요. 저를 믿어야...”
수영이 민혁에게 애원을 하지만, 민혁은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민혁과 수영이 있는 방에는 치킨 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열 띤 토론은 조금 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시간이 다 됐네요. 추행범인 수영님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주시길
바랍니다.
“빨리 꺼져!”
민혁이 수영에게 소리를 쳤고, 수영은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 수영님 움직이셔야 합니다. 하하하.
치킨 박의 경고가 이어졌고, 수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힘겹게 방문으로 향하며 다시 한 번 민혁에게 말을 했다.
“저를 믿어야 해요. 다 이유가.... 다 사정이 있어요. 미안해요... 그런데....”
“좆같은 년아. 입 닥치고 꺼져!”
민혁의 입에서는 또 다시 수영을 향한 욕설이 튀어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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