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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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는 그런 야속한 민기에게 구원을 요청하려 몇 번이고 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남자들의 손에 의해 더러운 면장갑으로 재갈까지 물린 채 그대로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내동댕이 쳐지게 되었고, 미라가 말하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20대 초반의
젊은 놈들 중 한 놈에게 달랑 원탁의 테이블 하나 놓여있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두 손을 속박당한 채 말려올라간 치마속의 팬티까지 드러내며 발을 동동거리게 된다. 그 발버둥은 점차 심해지기 시작해 앞에서 다가오기 시작한 남자의 허벅지와
가슴을 차며 크게 휘저어졌고, 미라의 이런 행동에 앞에 있던 남자가 화를 내며 폭발해버렸다.
" 이 년이!!"
뒤춤에 숨겨놨던 길고 얇은 사시미를 꺼내선 빛에 반사되어 비춰지는 번뜩임을 미라의 얼굴에 쏘이곤 그대로 얼굴에 바짝
대어 협박을 시작했다.
" 이게 뭔 줄 알지? 너 얼굴에 그림 한번 그려주랴?? 얼굴에 선 긋고 평생 사람들 시선 함 느껴보고 싶어?"
" 으~~"
" 아줌마.. 그냥 조용히 돌아가던가.. 아니면 얼굴에 그림 그리고 우리랑 속궁합 한번 맞춰볼까?"
" 으읍읍!!!!"
미라가 고개를 흔드는데도 칼을 들고 있던 놈은 위협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미라의 블라우스를 찢듯 위의 단추들을
끊어놓으며 양옆으로 힘껏 잡아당겼고, 브래지어와 함께 미라의 숨겨진 가슴이 노출이 되어 드러나게 된다. 더 바동거리는
미라의 모습을 보며 칼날을 혀로 핥고 다시 미라의 목에 들이밀고는 한손으로 미라의 브래지어를 강하게 움켜잡는다.
" 으읍!!!읍!!"
" 그지?? 너도 곱게 돌아가고 싶지?!!"
" 읍읍!"
" 그럼 풀어 줄 테니까..조용히 돌아가라.. 알겠지?"
" ...."
" 야.. 형님이 허락한 거잖아.. 그냥 보내게?"
" ... 그럼? 이년 이거 완전 구라젖탱인데...."
" 나 굶은 지 한 달이야..그런 게 문제냐.. 여기 투입되고 나서 매일 남자새끼들하고만 같이 있었잖아...
이 허허벌판에 계집애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질 못하겠던데...그리고 예..쁘잖아."
" ....그래? 할까?"
" ...먼저 하면 안 될까?"
" .....새끼가...그래!... 너 이년아.. 고마운 줄 알...윽!!!"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자 테이블에 누워 두 손을 속박당한 채 있던 미라가 자신에게 바짝 상체를 기대고 칼을 들이밀고 있는 남자의 사타구니를 사정없이 후려 찼다. 남자는 그대로 힘없이 주저앉아서는 끙끙대기 시작했고, 그 찬스를 놓치지
않은 미라는 주저앉은 남자를 얼떨결에 부축하려 손에 힘을 푼 틈을 타 빠져나가 땅에 떨어진 사시미를 들고 두 남자들을
겨냥하곤 한손으로 입에 물려있던 면장갑을 꺼내 뱉어낸다.
" 이 개새끼들아!!!"
" 허.. 이게 미쳤나....."
" 뭐? 미쳐!! 이 개..개새끼들 오늘 다 잘라버린다.. "
칼을 들고는 공중에 휘휘 젖듯 휘두르는 미라의 행동에 두 남자들도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벌리곤 미라를 노려보며 틈을
노리는 듯 준비를 한다. 덩치 큰 미라의 손을 속박했던 남자가 점퍼를 벗어선 팔에 휘두르곤 천천히 미라와 좁은 컨테이너
안에서 조리를 좁혀오자 칼을 들고 있는 미라였지만, 뒷걸음질을 치며 등에 맞닿은 딱딱한 벽을 느끼며 당황하게 된다.
" 다..다가오지 마!!! 기..기민아!!! 권기민!!!!"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없는 민기의 모습에 두 남자는 멈췄던 발을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속이 타들어가는 미라는 칼을 허공을 가르며 더 크게 악을 지르듯 민기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 야!! 권기민!!!! 이 후레자식아!!!! 이 애비애미도 몰라보는 후레자식아!!!!!!"
갑작스런 엉뚱한 욕에 두 놈은 마주보며 이 여자가 실성했냐는 듯 시선을 교환하고는 조금씩 거리를 더 좁혀 왔다.
'꽝!!!~~~ 덜컹!!!!~'
문을 박차고 들어온 민기가 무섭게 노려본다. 그런데 그 시선이 남자들을 향한 게 아닌 미라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 뭐라고 했냐? 뭐?!!"
" 왜?!! 후레자식이라고 했다!!!"
"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그 욕만 하지 말라고 말했냐 안했냐?!!"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민기는 두 남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경계의 행동을 취하는 남자들을 지나 미라에게 바짝 다가
가는데, 오히려 방금 전 두 남자의 협박이나 위협은 장난인걸 알게 된 미라였다. 민기가 뿜어대는 살기와 그리고 무서운
눈빛은 미라의 등골까지 오싹하게 만들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방금 전과는 달리 본능적으로 칼을 휘두르게 된다.
정말로 강간을 당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살기에 민기가 자신을 죽일 거 같았기에 미라는 필사적으로 칼을 휘둘렀고,
그 칼은 민기의 뺨을 스쳐 상처를 내며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는 민기가 그대로 미라의 손목을 잡아 채 힘을 주기 시작했고,
이내 바닥에 칼을 떨어뜨리며 손을 놓게 된 미라였다.
" 다시 말해봐.. 뭐?"
" .....그..그게 문제야.. 저것드..들이.."
" 다시 말해보라고!! 확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기 전에!!"
" 그..그러니까....엉~~~엉엉~~~"
겁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던 미라는 무섭게 위협하는 민기 때문에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강간을 당할 뻔 한 두려움과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기는 커녕 윽박지르는 민기의 모습에 분함과 함께 억울함까지 느낀 미라는 울게 된 것이다.
대성통곡하듯 울기 시작한 미라의 행동에 무섭게 노려보던 민기는 결국 손을 놓게 된다. 그때 땅바닥에 뒹굴던 사시미를
그 주인인 남자가 머뭇거리며 주워든다.
" 넌 뭔데!!!"
" ..예?? 아..아니.... 이게 제건데..."
" ....."
" 엉엉~~~엉엉~~~내..내가..뭘 잘못했는데!!!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엉~~꺼이....엉..~"
" 조용히 해라.."
" 엉!!!!~~~끄윽~엉~~~~"
" 조용히 하라고!!!"
"엉......훌쩍,......"
" 그..그런데 누구세요?"
" ........"
" 누구신데...."
" 야..... 너 아무리 그래도 그 욕하지 마.. 알았어?!!"
겨우 울음을 참은 미라는 민기의 말에 고개를 힘없이 끄덕이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 너!.. 자이언트냐?"
" 예??....예...그런데 누구..."
" 가서 강구 불러 와!"
" 예?? 가..강구 형님이요?"
" 아니면? 내가 직접 구창관 회장님한테 전화 때릴까?"
" ....아..아닙니다...자..잠시만....."
삭막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건 누구도 아닌 민기였다. 이미 모든 인원이 사무실인 컨테이너로 자리를 옮겼고, 미라는
여전히 훌쩍이며 떨어져나간 단추로 채워지지 않는 블라우스를 조여 매고는 민기의 옆에 바짝 앉아 있었다.
30여분이 지나고 검은색 승용차 두 대가 소리 내며 컨테이너 사무실 앞에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린 여러 명의 남자들 중 단
두 명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서는 인사를 하는 동생들을 무시한 채 무섭게 민기를 노려보고는 그 앞에 앉는다.
" 너 누구냐?"
" 안녕하십니까.. 서울에서 왔습니다."
" 서울? 그런데 왜 날 찾냐?"
" 여의치 않게 모시게 됐습니다."
" 일반인은 아닌 거 같고... 어디서 봤더라......."
" 구회장님은 무고하십니까?.."
" ....너 이 새끼......"
" ..........."
" 네가.. 권기민이란 놈 이냐?"
" ....그냥 서울에서 왔습니다..."
" 맞냐고?!!"
" 죄송합니다.. 그냥 서울에서 온 양아치라고만 알아주십시오..."
" ....후~~~"
" 이렇게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그래.. 서울에서 온 양아치가 감히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냐?"
" 이 여자가.. 제 냄빈데 말입니다.. 이번 공사건으로 좀 무리가 있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 공사?"
" ....예."
" 기,,기민아.."
" 씁~~~"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아까와는 다른 겁을 먹은 미라는 이미 강구라는 이 남자가 앞에 앉았을 때부터 민기와는 다른
살기에 겁을 먹게 되었다. 민기의 이름을 부르는데 괜한 짓 하지 말라는 듯 민기가 미라의 입을 막듯 인상을 썼고, 미라도
대화를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터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황급히 입을 다문다. 그런 미라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강구가
천천히 입을 연다.
" 아가씨.. 뭔 일입니까?"
" 예?? 아..아니에요.. 그냥.. 견적서만 받으면....."
" 견적서? 뭔 견적서??"
" 그..그게.. 제가 부탁받고 제출했던 견적서를.."
“ 돌빡아... 이건 뭔 말이냐?"
" 예.. 형님...그게.."
바짝 다가와 돌빡이라고 불린 남자가 강구의 귀에 손을 대고는 속삭이듯 말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상황을 알게 된
강구는 천천히 민기를 노려보며 말을 시작한다.
" 그럼.. 견적서만 돌려주면 그냥 조용히 올라간다는 말이냐?"
" ...저야 뭐.... 힘없는 양아치가 뭔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 그런데 말이다.. 그 견적서는 합의하에 정당한 법적 조치를 받고 우리한테 넘긴 거라는데..
우리가 왜 그걸 돌려줘야 하는 건지... 타당한 설명은 들고 왔고?"
" 선수끼리 왜 이러십니까.."
" 선수?"
" 안 봐도 뻔한데.. 자기들은 해먹을 거 다 해먹고 정작 힘없는 영세 디자이너한테 가라 견적 제출하라고 해놓고는 문제
터지니까.. 덤탱이 씌우려는 거 같은데.. 나도 양아치지만 참~~~ 양아치 같은 짓이란 생각 안 드십니까?"
" 야..양아치???!!"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양아치라서... 하여튼.... 난 무~~식한 양아치새끼라서 뭐가 옳고 그른 건 모르겠고...
내 냄비가 곤란하다는데.. 가만히 있으면 양아치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것도 저 것이 잘못해서도 아니고..
순전히 지들 한 푼이라도 더 챙겨먹으려다가 뻔히 규격 안 나오는 자재 써서 시공 틀어지고.. 뭐같이 디자인대로 안
나오니까! 올타쿠나~~ 이럴 때 써먹을라고 가라견적 받아놨지!!! 이건데....."
" ...이 새끼가... 그래서?"
" 그 쪽 나와바리니까.. 알아서 하라는 겁니다.. 절 죽이든.. 아님 견적서란 거 돌려주던..."
" 그게 부탁하는 놈 모습이냐?!!"
" 이런대서라도 똥폼 잡지... 언제 개폼 함 잡아보겠수?"
" 수??~~ 너 말이 짧다.....확!~~ 혓바닥 반 토막 나볼래?"
" 혀를 반 토막 내던.. 내 대가리를 반 토막 내던.... 그건 그쪽 손에 달렸고.... 어쩌겠습니까..."
" 이.. 새끼가!!"
" 어허!~~~"
" 아무리... 우리가 우호관계라고 해도 말입니다... 당신이 서울에서 내려온 양아치라고 말한 순간 당신은 그냥 양아치인
겁니다... 알겠습니까? 점잖게 말을 할 때 그냥 돌아가시죠.."
조용히 존댓말로 협박을 시작하는 강구의 모습에 꼬으고있던 다리를 풀어선 다시 정자세로 앉은 민기다.
그리곤 방금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노려봄으로 강구를 대하며 약간은 목소리를 깔고 다시 정중히 얘길 하기 시작하는
민구의 모습에 강구가 놀라워한다.
" 좋습니다. 존댓말로 체면을 살려주시니.. 그런데 말입니다.. 강구 형님도 아시겠지만, 우린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족속들 아닙니까...제가 몰랐다면.. 이런 무례까지도 범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제 여자가 이런 협박에..
강간까지 당할 뻔했는데 그걸 참고 넘어갈 순 없지 안냔 말입니다.."
" 가..강간?"
" 그건 절 몰랐으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이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습니까..
강구 형님이 만약 저랑 똑같은 입장이셨다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 ....."
" .........."
" 크..크...."
" ..."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그럼 돌려주시는 겁니까?"
" 기민.. 내가 저 여자한테 빚을 하나 져두면.. 그건 당신 냄비한테 지어주는거랑 똑같다는 말이 되는 건가?"
" ....그..거야..뭐...."
" 아가씨.. 그럼 여기서 일하소.."
민기의 모습에 적자니 당황한 강구는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어림짐작으로 먼저 민기를 알아보고도 자신이 대한 태도에
민기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걸 깨달은 강구는 사실 자신이 질투하고 있는 민기라는 사나이를 이번 기회에 골탕이라도
먹여주자는 속셈이었는데, 민기는 자신의 입으로 단 한 번도 서울의 철민파라는 조직에 관해서도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꺼내지 않았기에 단순히 양아치로서 혼자 이 많은 인원을 대적한 셈이었다. 정말로 구회장이 민기를 왜 탐내는지를 깨달은
강구는 적으로보단 아군으로서 민기를 대하고자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미라에게 하게 되었고, 그런 강구의 모습에 민기도
예상 밖의 일이라는 듯 입을 다물게 된다.
" 예?? 이..일이라뇨?"
" 이왕 받은 견적서....그냥 여기 디자인인가 뭔가 하는 거 맡아서 하라고 말하는 겁니다."
" 예??"
" 혀..형님..그 건은 이미 다른 곳하고.."
" 야! 지금 불량 쳐놔서 칼받이로 이 여자 이용한다는 거잖아!"
" ....예. 그래도 그 업체가..."
" 그런 업체하고 일해서 뭐하게!?"
" ...예?"
" 물길 돌리란 말이다.. 뭔 말인지 설명해줘?"
" 그래도 형님.... 위약금하고..."
" 이 새끼가.. 청구해 새꺄!!"
" .....예???...예 형님.."
" 그럼... 저희랑 일하는 걸로 한겁니다.."
" ..가..갑자기 그러시면.."
" 왜요? 능력이 안 되시나요?"
" 아뇨.. 그런 게 아니고..."
" 크크.. 나 강구는 말이요.. 빚을 지면 꼭 갚는 남자란 말이지..."
" 빚이라뇨?"
" 그런게 있수다... 그래서.. 양아치 씨는 어쩌시겠습니까? 이렇게 경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섭하지 않겠습니까?"
" ....오늘은 의도치 않은 방문이라서 말입니다. 다음에 시간을 한번 내죠.."
" 음~~... 난 말입니다.. 지금까지 머리 쓰는걸 정말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누구 덕분에...
총괄 책임자라는 직함까지 달고 머리를 쓰고 있다는 말입니다... 당연히 보답을 해드려야 인지상정 아닙니까?"
" .....무슨.... 말씀이신지..."
" 입회인 없이.. 맞짱 함 뜹시다.."
" ...예?"
" 난 말이요.. 누가 찔러줘서 들어갔다는 말이 낙하산만큼 제일 싫습니다요.. 더군다나....
엉뚱한 나와봐리 사내가 울 회장님 눈에 든 건 더더군다나 싫고..."
"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 어허....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습니까?"
" ....어쩔 수 없군요. 좋습니다.. 대신 아이들은 무르고 합시다.. 강구씨도 그렇고 저도 체면이란 게 있으니까 말입니다."
" 하하하하하하.. 말이 통해서 좋군... 좋수다..대신 여기 아가씨가 심판은 봐주소..그래야 사나이들 쌈이 더 흥이 나지!!"
" ...예??"
서울로 올라가는 미라의 차 밖의 풍경은 어두워서 불빛만이 보이는 한산한 도로가 보이고 있다.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창문에 손을 얹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민기에게 미라는 쉽사리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느꼈기에
그렇게 가만히 서울의 톨게이트를 지나게 되는데 미라가 머뭇거리며 말을 한다.
" 많이 아파요?"
" 으..응?.. 아니."
" 왜... 싸움도 못하면서 덤비긴..."
" ...그러게..."
" ........"
" ...운전이나 하시지... 사고 나겠구먼..."
" 정말로 싸움 못해요??? 아니...정말... 열심히 싸운 거 맞아요?"
" 응? 그럼?.. 싸움을 열심히 하지...근데 말이 이상하네.. 열심히 쌈하다니...."
" ....농담이 나와요? 퉁퉁 부어서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 크크크... 강구라는 분이.. 그렇게 제대로 된 싸움꾼인진 몰랐지.."
" ....기민씬... 제가 볼 때 살살한 거 같던데...."
" ...보면 아나?"
" ...... 끝나고... 그 강구란 분은 헉헉거리기만 하던데.. 오히려 더 맞은 기민씨가....."
" .....헉헉 거리긴... 힘이 남아도시는 분이더구만."
" ...왜.... 봐줬어요?"
" ....."
" 그 눈도.... 충분히 피할 수 있던 거 같던데. 아니.. 일부러 갖다 댄거 같던데....."
" 참.. 너도 대단하다.. 사람 맞는걸 여자가 눈도 안 감고 다 본거야?"
" ...쌈 구경이 젤 재밌잖아요. 그리고.. 여자가 현장소장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죠...볼거 못볼거.. 아니..
아예 남자가 된 다고 봐야지...여자란 호칭 달고 이 짓 못해요..."
" 근데.. 갑자기 웬 존댓말???"
" .........."
" 2살이나 어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한테 그렇게 존댓말 쓰기 거북하지 않나?"
" .....병원 갈까요?"
" 됐어... 사무실이나 데려다 줘... 에휴.. 이게 뭔 짓이냐....."
" 정말.. 괜찮겠어요?"
" 야!.. 존댓말 하지 마!.. 진짜.... 몸이 근질거려서 못 앉아 있겠구만.."
" ..........참나."
" .. 그나저나 능력 밖인가? 너무 광대한 공사 아니냔 말이야.."
" 날 뭐로 보고!.. 내가 비록 아깐 오줌을 지렸지만.. 나 이래봬도 10년차 베테랑..."
" 허... 지렸다?!!..."
" ..."
" 가지가지 하는구나.. 위로는 토하고.. 아래는 시도 때도 없이 지리고.."
" 내..내가 언제.......................요."
" .....크크.. 아 피곤하다... 사무실 앞에서 깨워죠..."
차가 도착했을 땐 정말로 곤히 자고 있던 민기였기에 차마 깨우지 못하는 미라였다. 가만히 창문에 기대에 새근대며 자고
있는 상처 입은 민기의 얼굴을 바라보던 미라는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뛰기 시작한 심장소리를 숨기듯 손으로 억누르며
민기를 빤히 쳐다보게 된다. 이렇게 잠을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은 천상 동생 같은 곱상한 얼굴인데 눈을 뜨고 입을 열면 어쩜 그리 사람이 변하는 건지 조용히 손가락을 세워 민기의 볼을 살짝 눌러보곤 심하게 부어오른 눈두덩이에 손가락에 침을
발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문질러준다.
" .....드럽게..."
" 헛....이..일어났어요?"
" 아픈데 거기다가 그 아픈곳을 누가 찌르는데 잘 수 있겠냐?..."
" ....."
" 난 갈란다... 들어가..."
" 저..저기...."
" 응?... 뭐? 치료비 다 계산했잖아!!! 또 뭐 있어?!"
" 고..고맙다고요..."
" 안 어울리게 무슨..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술 좀 먹고 찾아오지 마!! 여기가 무슨.....아니..
더 이상 이런데 얼씬도 하지 마라....에휴......가라~"
민기는 무심한 듯 차에서 내려 문을 닫는다. 그런 민기를 빤히 바라보는 미라의 시선도 무시한 채 민기는 바지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는 날씨가 서늘한지 어깨를 움츠리며 사무실로 걸어간다.
" 아저씨!!"
" 어..어....."
미라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는데, 밝게 미소를 지으며 민기를 부르는 나이 어린 여자아이를 보곤 다시 민기에게 시선을 옮기게 된다.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민기의 부드러운 입가의 미소를 본 미라는 갑자기
핸들을 꽉 움켜쥔 채 숨죽여 둘을 지켜보게 된다.
" 아..아리야.."
" 뭐에요!.. 삐졌어요? 왜 한번 안...어!! 아저씨 왜 그래요?"
" 으..응? 무..뭐가?"
" 왜 또... 눈탱이 밤탱이 됐냐고요!"
" 아니야...근데 무슨 말버릇이 그러냐? "
" 또 쌈했어요?"
" 아니라니까... 그보다.. 왜 나와 있어?"
" 음식물 쓰레기 버리려고요.. 아직도 삐졌어요?"
" 누가? 내가?? 삐지긴.."
" 치~... 그 후로 한 번도 안 오고... 사장님도 걱정하시던데.."
" 가..가자.. 그렇지 않아도 지금 출근하는 길이야.."
" 됐거든요! 벌써 세영오빠가 지키고 있어요."
" 세..세영?? 이 새끼..."
" 또!!!"
" ....."
'부우우~~~웅!!! 휙!!~~~'
"깍!~~~"
미라의 차가 꼭 아리를 치려는 듯 속도를 붙여 좁은 도로를 쏜살같이 달려 나가자 민기의 옆 도로 쪽에 있던 아리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게 된다.
" 저..저 미친년이!!!!"
" 휴.. 놀래라.. 상관하지 말고 가요.. 그리고 욕좀 하지 말아요! 여자 같던데 아저씬 태어날 때부터 운전 잘했나!?
대한민국은 여자가 운전대만 잡으면 무조건 욕부터 해서 문제야..."
" 에휴... 가자.."
" 옙!"
" 이..게 뭐야?"
" 비싼 건 아니고.. 그냥 고마워서 샀어요.."
" 서..선물이야?"
" 예."
'부스럭~~ 찌~~익..'
" 이..게 정말 내 선물이란..나 같은 놈한테 무...무슨 선물까..........반찬고네.."
" 큭큭.. 아저씨 매일 상처를 달고 살잖아요.. 오늘도 그렇고!! 이게 딱이네!.."
" .........쥐새끼...가 그려져 있는데.."
" 미키마우스죠... 촌스럽게 쥐새끼는....예쁘죠?"
" ........으..응?... 응.."
" 왜?? 실망했어요?"
" 아..아니야!.. 실망은..."
" 에이~~~ 얼굴에 다 티나는구만......큭큭..."
" ..아니야... 반찬고라도... 기분 좋네..하하...하하.."
" 큭큭.. 정말 너무 티난다... 설마 반찬고를 선물하겠어요.. 제가.."
" 응?"
" 짜짜라라라라란!!~~~이게.. 제가 산 선물 중에서 가장 비싼 거라는 것만!! 아세요!"
" ....."
싱크대 속에 사둔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얼룩이 묻은 숨겨 놓은 길다란 선물상자를 그제야 민기에게 꺼내 건네준다.
반찬고와 같은 노란색의 땡땡이가 박혀있는 포장지로 싸여진 선물을 들이 밀자 어떨떨해하며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는
민기에게 더 다가와 손에 쥐어주는 아리였다.
" 이..게 뭐야?"
" 풀어 봐요... 준 사람한테 선물 내용 물어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 ....."
" 넥타이?...."
은색의 겉 무늬에 약한 펄이 들어간 바탕의 넥아티에는 아랫부분에 큐빅으로 장식된 줄무늬가 세 줄을 그리고 있다.
민기는 넥타이를 항상 단색으로 차고 다녔기에 좀 화려한 감이 없지 않아 보였지만, 확실히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고급스럽거나 어른스럽다기 보단 점잖고 스타일리쉬 해 보이는 디자인의 넥타이였다.
" ....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
" ...아니!! 나.. 여자한테 선물 받아본게 처음이야.."
" 예?? 정말요?"
" 아!.. 아니... 여자한테 이렇게 선물 받고 기분 좋아서 안 버린 게 처음이구나.."
" 버려요? 받은 선물을 왜 버려요?"
" 그..그냥... 이런 진심이 담긴 선물이 아니었거든.. 아니.. 이런 선물은 없었어...반지나..뭐 그런 것들...."
" 예?? 반지? 그 비싼 걸 왜 버려요?"
"......"
" 아저씨 미친 거 아니에요?"
" .....아무리 그래도.. 미친 거라니.."
" 그게 아니면... 소중한 선물을 왜 버리는 건데... 참나..."
" .....미안.."
" 왜 저한테 미안해해요? 그 분들한테 미안해해야지!"
" ...."
" 이것도... 혹시 버리는 거 아니에요?"
" 아..아니야!! 이것만 차고 다닌다.."
" 예? 무슨 넥타이를 매일 똑같은 것만 차요?"
" 너무.. 마음에 들어.. 진짜야.."
" 휴~~.. 그래도 다행이다.."
" 응?"
" 이게 딱 눈에 들어왔는데..사실.. 넥타이 가격보고 얼마나 망설였는지..헤헤~~.. 이건 생색내려는 게 아니고요...
솔직히 좀 놀랐어요.. 차라리 그냥 곰팅 오빠처럼 허리띠나 사줄까?? 라는 고민도 했고.. 그래도 아저씨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보니까 기분은 좋다...크크.."
" .....고맙다.. 아리야.."
" 어흠!~~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내 피 같은 거금을 들인 건데.. 큭큭~... 이제 볼일 봤으니까 빨리 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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