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13부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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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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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57,491회 작성일 20-11-12 17:06

본문

" 너!!... 권아리 맞지?!!"

" .....아..아닌데요."

" 야! 권아리!! 너 거기 안 서!!"


후다닥 몸을 피해 아리가 도망간 곳은 주방의 뒷문을 통한 마당이었다. 일부러 꽁술 먹고 도망가는 손님 도망 못가도록 

철문을 용접해 놓은 밀폐된 공간에 허둥지둥 몸을 숨길만한 장소를 찾아 고개를 바삐 돌려보지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냉장고와 잡자제들만 있을 뿐 아리의 몸을 숨길만한 장소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용접된 철문을 뛰어 넘으려는지 아리는 

낑낑대며 몇 번이고 그 벽 쪽의 난간에 손을 올려 몸을 바둥되어 보지만, 자신의 육체를 올리기엔 너무 가는 팔 이였다.

결국 들이닥친 남자는 그런 아리의 바로 뒤에 서서 아리를 노려본다. 


주방에만 있는 아리가 손님과 마주칠 확률은 사실 거의 전무했다. 항상 드라마에서 맞닥뜨리는 뻔 한 장면이 그렇듯 통에
다 찬 음식 쓰레기를 버리러 주방을 막 나가던 아리는 손님으로 학주와 함께 엘르를 찾은 이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먼저 

알아본 아리였기에 황급히 자리를 피해보지만, 당연히 아리를 알아본 남자는 아리를 쫓아왔다. 

차라리 아리를 부를 때 대답하지 말고 숨었더라면 확신이나 주지 않았을 것이다.


" 야!.. 권아리!" 

" 누..누구세요?..저.. 권아리 아니에요.."

" 요즘 성적이 자꾸 떨어진다 했더니....여기서 뭐하는 거니?"

" ......."

" 너 여기서 술 따라?!!"

" 아..아니에요!.. 주방에서만 일해요...."

" 주방?"

" ....예."

" 학교는 제대로 다녔잖아.. 언제부터 일한거야?"

" 이..개월 좀 안됐어요.."

" 이개월? 아버지 돌아가시고???"

" .....예."

"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시작한 거야?"

" ....예. 그런데 여기 사람들 정말 착해요... 그리고 옆에 흥신......."

" 흥신?"

" 아니요.. 여기 사람들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

" 아리야.. 어머님이 허락한 거야?"

" ...엄마... 없어요."

" 뭐?"

" 저한테... 이젠 엄마같은건 없다고요."

" 아리야.. 너 왜 이렇게 변했니....그렇게 착하던 애가 술집에서 알바나 하고..엄마가 없다니.. 뻔히 살아 계시는데.. 

 그게 할 소리니? 가자!! 어머님한테 말씀드리고 용서를 빌자.. 어머님은 분명 학원간 줄 아실 텐데.. 너 그러면 안 된다고.."


" 엄마 없다고요!"

" 이 놈이!!.. 야! 권아리!! 지금 그게 선생님한테 할 소리야?!!"

" 선생님은... 여기 왜 왔는데요? 여자랑 술 마시는데 왜 왔어요?!! 뻔한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왜 저한테 뭐라고 그러세!"

'짝!~~~~' 

'저..저 새끼가..' 

'쉿!!'


주방 안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동민이 아리의 뺨을 친 선생이라는 작자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려는 듯 몸을 움직인다.

그걸 조용히 듣고만 있던 민기가 한손으로 동민의 가슴을 밀며 말린다.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듯 동민이 민기를 쳐다보지만
민기는 조용히 고개만 숙인 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
 


" 그래!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넘어가서 이런데 왔지만!! 난 성인이야! 이런데 올 수 있고! 술도 마실 수 있는 거야!! 

 그런데 넌 학생이잖아! 지금 벌써 11시가 넘었는데.." 


" ....위선자."

" ...아리야.. 때린 건 미안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 저라고.. 이런대서 일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세요? 알지도 못하면서 막 말하지 마세요..그리고 여기가 어때서요?!"

" 아리야!!"

" 정학을 주시든.. 퇴학을 시키시든....마음대로 하세요!.. 저 검정고시 보고 대학가면 되요...."

" 그게 무슨 말이니....그런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말고.. 우선 어머님한테 가자.. 그리고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그럼 어머.."

" 저 집에서 나왔다고요!... 혼자 고시원에서 살고 있어요.. 됐어요?!!!"

" ....가...출한거니?"

" 엄마가 쫓아냈어요! 아니!! 그 남자가 자꾸 저 쳐다본다고!! 엄마가 나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거길 다시 들어가라고요?!!!"

" .......무슨 말이야? 그 남자라니? 엄마가 쫓아내다니..."

" 몰라요!! 저도 엄마가 저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을 하라는 거예요!!.....흑....엉엉~~~"


흥분해서 말을 뱉어내던 아리가 결국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게 된다. 그런 모습에 아리의 담임 선생은 당황하며 아리를
쳐다보기만 했고, 결국 아리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는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리에게 말을 한다.


" 아리야.. 그럼 선생님 집에 가자...." 

" ......."

" 선생님 집이 비록 좁지만.. 방이 두칸이잖아.. 그러니까... 선생님 집에 가서..."

" 싫어요...훌쩍~.."

" ...."

" 저 바보 아니에요... 선생님 집에서 가면... 선생님도 곤란해질게 뻔한데... 그리고 친구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싫어요."

" 아무리 그래도 이런곳 보단.. 아니 고시원보다는 좋겠지 않냐?.. 응??"

" ...선생." 

" 누..누구십니까?!!" 

" 아리 오........그냥 여기 직원입니다... 고기민이라고 합니다.."

" 당신하고 할 말 없으니까.. 사장 불러요!..나 저 학생 선생입니다.. 이 아이 미성년자인거 몰랐어요?! 

 이걸 그냥 넘어갈 거 같아요?!"


" 서..선생님... 안 돼요..여기 사장님 저 미성년인거 몰랐어요.. 제가 속이고 들어온거에요.."

" 아리 넌 가만히 있어!! 이건 어른들이 잘못이야!.."

" 선생양반.. 잠시 진정하시고.. 저랑 얘기 좀 합시다..." 

" 내가 왜 당신하고.."

" 어허.. 그러니까 조용히 얘기 좀 하자고 말입니다.... 동민아.. 아리 좀 챙겨라.."

" 예.. 형님.." 


먼저 아리를 데리고 동민이 자리를 피한다. 아리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기에 손수건을 꺼내 지나가는 아리에게 건넨 

민기는 아리의 모습을 안타까운 듯 바라보곤 조용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선생을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 내..내가 겁먹을 거 같아요? 당신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이건 신고해서 뿌리를 뽑아야,.." 

" 알고 계신다니....다 까놓고 얘기 하겠습니다.. 저 조폭...깡팹니다..."

" ...까..깡패?.."

" 평소에 뒤춤에 칼 숨기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 칼침 맞을지 몰라서 벌벌 떨면서 돌아 다니는... 조폭이라고 말입니다...
 꼴에 족보 있는 조직이란 곳에 몸담고.. 큰형님 모시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멋진 놈이 아니고.. 지저분한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인간쓰레기라고도 하죠..."


 ".....무..뭘...말하려고.."

"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인간쓰레기를 지 사촌오빠라고.. 남은 단 하나의 혈육이라고... 찾아온 게 아리란 말입니다.."

" ..예??"

" 물론,.. 아리는 제가 지 사촌오빤지도... 조폭인지도 모르고.. 그냥 옆 건물 흥신소 얼굴모를 사장이 지 오빠인 줄 알고.. 

 바로 옆인 이 가게 엘르에 취직해서... 돈 벌면서 혼자 아둥바둥 살고 있는데.. 지 오빠란 새끼는.. 피 묻은 돈 주기가 

 두려워서 혼자 마음 아파하면서 이렇게 가까운데... 아무 도움도 못주고... 그냥 나쁜 사내 새끼들한테 지키자고 정체 

 숨기고 옆에 붙어 있습니다...."


" ....."

" 아리가... 나이도 어린게 이런대서 일하는 게 잘 못된 일인 줄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말입니다... 차라리 이렇게 지켜줄 수 있는.... 손이 닿는 곳이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 ..정말 사촌오빠가 당신이 맞습니까?"

" 비록 이름을 버린지는 오래 됐지만... 한때는.. 권아리의 사촌오빠로.. 권민기라는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조사해보시면..
 살..인..미수로.... 별 하나 달고 온놈 나올 겁니다.."


" 살..인...."

" 그러게 말입니다..... 살인이라니.... 덕분에 아리 옆에서 남인 척.... 이러고 살지 말입니다..."

" 그래서요? 제게 원하는 게 뭔데요? 저보고... 눈감아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 얼마 안 남았습니다... 몇 개월 안 남았는데....아리는 혼자서 저렇게 힘들게 열심히 살아도... 그게 더 편한 거 같습니다..."

" 저게 편한 아이의 모습입니까? 한창 중요한 고3말인데!! 잠도 못자고!!"

" 12시전에는 꼭 돌려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 주방에서도.... 일이 없을 땐 몰래 공부하는 아리고요..."

"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시나 본데.."

" 알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집이라도 하나 사주고... 거기에 개인 선생까지 딸려 붙이고 싶은데!!!.... 말씀드렸듯.. 

 제 피 묻은 돈을.. 과연 아리가 허락하겠습니까? 아니.. 그 돈을 아리한테 써야 겠냔 말입니다....."


" ....."

 "아리가.. 제 정체를 알게 될때까지만이라도...아니.... 졸업을 할 때까지만.. 참아주십시오 선생님...."

" 차라리... 사촌오빠라는 분이 손을 씻고.. 아리를 위해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 ......손을 씻는다고... 씻어지는 게 아닙니다.. 여기는......그리고 전.....너무 많이 와 버렸습니다............"

" ......."

" 죄송합니다 선생님.."

" 다..담배 하나 필 수 있을까요?"

" 예...여기..."


"후~~~~~~~~"


좁은 뒷마당에서 두 남자의 담배불빛이 교차하며 서로의 얼굴을 확인시켜 준다. 분명 민기의 얼굴엔 협박이란 무서운 표정

보다는 선생에게 죄스러움 정확히 말하면 아리에게 느끼는 죄스러움과 고통이 묻어 있다는 걸 선생이라는 직업을 갖고 

아이들을 상대하는 고지식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제가.. 수시로 확인을 해도 되겠습니까? 아리 학생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 ...무..물론입니다.. 당연히 되고말고요.."

"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동안은 비밀로 해 드리죠.. 하지만.. 아리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걸 지켜볼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란건 오빠분도 잘 알고 계실 텐데.."

" .....알고 있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선생님을 대화가 끝났을 무렵 민기가 모시기 시작한다. 천상 오빠로서의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이 뻔한 모습으로 당황하며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고선생의 룸에 가장 인기 있는 아이들을 채워 넣으며 술값까지 

걱정 말라는 말을 덧붙이고는 조용히 룸에서 나와 다시 뒷마당으로 향한다. 아리를 연신 토닥이고 있는 동민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걸어 나간다. 지금 아리에게 가까이 가기엔 자신의 감정이 노출되어질 거라는 두려움에 이를 악물고 엘르의 뒷마당
에서 직원 중 한명의 핸드폰을 빌려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 그래서?" 

" 예.. 나이는 42이고 말입니다..이름은 김만해라고 합니다..자기가 조직원이라고 큰소리 치고 다녔지만...

 그냥 동네 양아치였답니다.."


전화를 받은 짱개가 민기의 방에서 민기가 조사하라고 시킨 일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 


" 양아치? 이쪽이냐?" 

" 이쪽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놈입니다... 그냥 강간하고..절도, 사기죄로 학교에 몇 번 다녀온 게 다라고 합니다."

" 강간? 사기? 뭔 사기?"

" 그게... 좀 지저분하던데 말입니다 형님.."

" 뭔데?"

" 유부녀를 전문으로 간통이라는 걸로 거미줄 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 .....그게 뭐냐?"

" 술자리에서 타깃정하고 꼬신 다음에 몸섞고, 사진 찍고 남편한테 알린다고 협박하거나.. 아니면 돈 많은 유부녀한테 

 접근해서 중소기업 사장처럼 위장하고 돈 터는 형식이라는데 말입니다... 자세한건 뭐....."


" 그럼.. 지금 그 여자한테 사기치고 있다는 거냐?"

" 제대로 걸려든 거 같던데 말입니다.."

" ....?"

" 3개월 전에 그 남편이라는 작자가 암으로 죽고 말입니다.. 나온 보험금 같은 걸로 가게를 내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그 여자가?"

" 예.."

"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겨우 3개월도 안 지났다면서? 근데 가게를 내줘?"

" 아마... 이전부터 관계가 있었던거 같은데 말입니다..."

" 이.. 잡것들이...."

" 그런데 말입니다...."

" 뭐?!!!"

" 아리 학생은....."

" 아리가 뭐?"

" 아..아닙니다 형님."

" 이 새꺄! 지금 뭐하는 건데!!! 말 안 해?!!"

" 너..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말입니다.."

" 뭐?!! 이 새끼가!!!"


민기가 참다못해 쓰레기통을 들어서 냅다 짱개에게 집어 던진다. 


" 지금 나하고 말장난 하냐?!!" 

"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 뭔데?!!"

" 그 양아치새끼가.. 이전에 비슷한 짓을 했었던 걸로 조사 됐는데...."

" 그런데??"

" ...마지막으로 빵에 들어간 게.. 미성년자 강간죄로....."

" 무...뭐? 미..미성년??"

" ..........예 형님."

" .....시...발.....지금 애들 몇명있냐?.."

" ㅇ,,,예???!!!"

" 애들 몇명있냐고!!"

" 혀..형님.... 진정하십시오.."

" 진정?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이 시발 새끼를 가만히 둬?!!! 아리의 오빠인 이 권기민이?!!!"

" 혀..형님..."

" ... 아니다.. 나 혼자 다녀올란다.."

" 혀..형님!!!."

" 뭔데!! 그딴 새끼 골로 보낸다고...."

" 가게가.... 그 호프집이 경찰서 바로 옆에 있습니다 형님.."

" 그게 뭐!!!!"

" 지금 호프집으로 가시면 빼도 박도 못합니다 형님..."

" ...이 시발!!"


'퍽!~~~'

"윽..." 


민기의 팔을 붙잡고 저지를 하던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 짱개다. 

짱개는 주저앉아서도 민기의 바지를 잡고는 끝내 손을 놓지 않았기에 민기는 밖으로 걸어 나가다 말고 멈추게 된다.


" 형님... 저도 조사하면서 주먹을 쥐고 몇 번이고 목을 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더 괴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 이 새끼가!! 네가 뭔데 그렇게 아리를 챙기는데?!"

" 혀..형님...."

" 이 개새끼가.. 너 아리한테 맘 줬냐?!! 흑심이라도 품었어?!"

" 아..아닙니다 형님...정말 친동생 같아서....."

" ........."

" 제가 감히 형님 동생 분한테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갖겠습니까.. 정말입니다 형님...."

" ....."

" 그리고 그 만해라는 새끼가 보통이 아닙니다... 강간에 절도..그리고 사기죄로도 남다른 말 빨로 거의 전부를 집행유해로

 나온 새끼란 말입니다..."


" ....그러니까 목을 따놔야지!.. 아예 말을 못하게 목을 따놔서.."

" ..형님...."

" ....."

" 그딴 새끼 때문에 형님이 학교라도 들어가신다면..."

" .....에이 시벌... 알았으니까 이거 놔!!" 

" ......."


소파를 발로 강하게 걷어찬 민기는 아직도 화를 누르지 못하는 듯 씩씩대며 책상에 앉아서도 책상위에 있던 스탠드조명을
아작 나도록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의자에 앉아 한참을 더 이를 악 물고 있는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연신 주먹으로 책상의
유리받침을 때리기 시작한 민기의 행동에 그 두꺼운 유리받침에 금이 가며 거미줄처럼 여기저기에 파편들이 튀기 시작한다.
 


민기의 주먹은 어느새 피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몸을 의자에 기대며 피 묻은 손으로 이마부터 턱까지 얼굴을 쓸어

내리고는 긴 한숨을 쉰다. 민기도 이런 부류에 대해선 자세히 알고 있었기에 어쩌면 같은 직종 놈들보다도 더 골치 아프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객기나 정의감, 의리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이런 놈들은 특기가 잠수에 이간질이 전문이었기에
섣불리 건든다면 전혀 상관없는 상대라면 그냥 묻어버리고 조용히 넘어간다면 끝이지만, 그 상실감에 아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작은 엄마의 존재 자체가 민기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아직도 뒷짐을 지고 민기의 방을 지키고 있는 짱개에게 조용히 말을 한다. 


" 그럼... 어쩌는게 좋겠냐?" 

" .....그 여자가.. 그 새끼한테 목을 매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거 같습니다...형님."

" 가만히 놔두자고? 그 새끼를?!!"

" 아닙니다.. 조금 있으면 그 호프집이 망할 거라고 조사 됐습니다.. 조금 더 참으면 아마 돈 떨어진 그 계집한테서 떨어져
 나갈게 뻔 합니다 형님....그리고.. 옆에서 때어놓는다고 일이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형님.."


" 뭔 소리야?! 이제 겨우 문을 연 가게가...망하다니? 벌써 망한다는 게 말이 돼?"

" 그게... 그 김만해란 놈의 수법입니다... 불륜이 아니라면 협박해서 직접 돈을 요구해서 갈취하는 게 아니고... 가게부터 

 열게 꼬드겨서 그 걸 이용해 대출이나 사채 같은 걸로 끄집어 낼 수 있는 대로 죄다 끌어 쓰고 튀는 게 말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가게 명의도 타깃인 안주인이나 내연녀 이름으로 등록하는데... 여자들은 그 걸 또 믿고 죄다 줍니다...."


" 얼마나 걸리겠냐?"

" 지금.. 여기저기 대출하고.. 사채까지.. 아마 길어도 1개월 안에는 말아먹을 거 같습니다.."

" 1개월? 그 후엔?"

" 제 짧은 생각엔.. 그 새끼가 떨어지고 나간 후에.. 그 여자한테 정신 차리도록 말하거나...아니면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거 같습니다.... 아리 학생이..... 돌아갈 자리를 없애는 것보다는 말입니다..그리고.. 그 여자가 지금은 

 가게에도 잘 안 나오는 걸로 조사 됐습니다. 아마 빚 때문에 삶이 힘들어지니까 시들해진 거 아니겠습니까?!.."


" 그 년이 그렇게 착한 년이냐? 그리고.. 만약에.. 그 새끼가 아리....한테..... 먼 짓거리라도 했었으면?.. 그걸 그냥 놔둬?"

" 아리 학생 가족한테서 떨어진 후엔.. 그 새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형님..."

" ...........후~~"


" 그것보다 형님... 조용하던 우식파하고 고만파가 요즘 심상치 않은가 같습니다.." 

" 그 새끼들은 또 왜?!! 저번에 공민형님하고 고만형님이 술자리까지 해서 오해를 풀었는데!!. 왜 또?!"

" 그게.... 이번엔 고만파 아래에 있는 누리파에서... 지분문제로 우식파하고 작은 다툼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 누리파?"

" 예.. 황우리라는 새끼가 오야봉으로 있는 작은 조직입니다... 고사장이 있는 구역 나와바리를 담당하는데.. 

 일처리에서 문제가 많아서 이번일도 커진 거고 말입니다."


" 고사장은 고만형님 바로 직속 나와바리 아니었어?"

" 그게.. 애매하게.. 고만파하고 우식파 중간에 있어서 말입니다.. 협정때 약소조직을 그쪽으로 배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근데? 뭔 지분이 문젠데?"

" 동민형님이 그거 알아보러 가셨습니다..."

" 동민이가?"

" 예 형님..."

" 그 새낀 안 보인다 했더니..... 나한테 보고도 없이...."

" 말씀을 드린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동민형님이 확실히 확인하고 직접 말씀드린다고 해서 말입니다..."

" 알았다.. 나가 봐."

" 예 형님..."


의자를 지키고 앉아있던 민기는 결국 아리를 찾아 엘르로 향하게 된다. 그 불쌍한 아이가 보고 싶었다.

시계가 이미 12시를 넘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아직 퇴근을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선생이
다녀간 어제 안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다시 떠올리며 엘르로 향한 민기는 오늘이 금요일이란 것도 잊고 있었다.
 

원래 엘르라는 가게가 수지를 비롯하여 미인 도우미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인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만실에 사람들로 가득 찬 엘르에 수군대며 지나가는 남자들의 말에 깜짝 놀란 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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