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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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욱...'
민기의 손에 들려 있는 건 칫솔이었다. 플라스틱 칫솔 끝을 갈아 날카롭게 흉기로 만들어 숨겨뒀던 칫솔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민기는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 크크... 큭..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이.. 이 새끼가..."
" 휴... 아프네...."
민기는 자신의 안일함에 화가 난 상태였다. 어른들의 행위에 치를 떨며 이곳에 보내졌는데 잠시 자신의 몸이 편안해지자 이렇게 나태해질 수 있다니 기가 찼다. 천천히 손에 들린 피 묻은 칫솔을 그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겨누며 입을 열었다.
" 형님!! 준비 됐음다."
" 응??..."
민기가 고개를 들어 검은 양복의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사내를 쳐다본다.
그때 박혔던 칫솔 이 후 무수히 많은 상처를 몸에 새긴 민기였지만, 그 상처의 추억만이 가장 많이 생각나며 아무 이유 없이 웃음을 띠게 된다. 민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중년의 알몸인 사내에겐 그 미소마저 끔찍하게 보이는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게 된다.
" 동민아..."
" 옙. 형님.."
" 이제 고 사장님이 좀 알아들으셨나보다.. 그만 해라...."
" ... 예. 형님.."
민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고사장이라는 남자에게 다가가자 흠칫 놀란 듯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한쪽으로 엉덩이를 빼게 된다.
그런 무릎꿇은 남자를 보며 동민이가 킥킥대며 웃는다.
" 실례되게.. 이 새끼가 어디서 아갈을 벌리냐.."
" 죄..송합니다..."
" 고사장님.. 저희 사장님이 좀 많이 실망을 하셨습니다..."
담배를 품에서 꺼내 하나를 입에 물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고사장의 입술에 담배를 하나 물리곤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곤 고사장의 입에 물린 담배의 끝에 가져다 대곤 자신도 같이 불을 붙인다. 붉은 라이터 불빛에 민기의 시선은 평소
깡패처럼 보이지 않는 민기일지라도 분위기만으로도 고사장이라는 이 남자를 살벌하게 압도하게 된다.
여전히 사시나무 떨며 그런 민기의 행동에 입술에 물린 담배가 민기의 담배와 맞닿아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부드럽게 고사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토닥이며 안심하라는 듯 눈을 깔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동민을 나무란다.
" 동민아.... 너무 심했잖아.... 말로 좀 하지...."
" ...."
" 고사장님하고 계속 일 할 거 아니야? 이렇게 끝낼것도 아닌데....쯧쯧... 아고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 친구가 적당히 란걸 몰라서 말입니다... 에휴.. 손가락이.... 이거 괜찮을까 모르겠네..."
손가락이 지멋대로 휘어진 채 무릎위에 올려져 있는데 민기의 손이 다가가자 또 흠칫거리며 손을 뒤로 빼는 남자의 모습엔
측은함까지 느껴지게 된다. 사실 민기는 이런 상황이 정말 싫었다. 어쩔 수 없는 형님의 명령에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이런 일방적인 폭력과 어느 순간 가장 싫어하며 끔찍하게 생각하던 그 놈들의 뒤에서 더러운 일은 다 하고있다. 차라리 얻어 맞는 한이 있더라도 싸움이라는 정당한 폭력을 좋아하는 민기이다. 이런 것은 씁쓸함을 뒤로하고 다시 고사장의 어깨를 두드린다.
" 보내드려라... 이정도면 다 알아들으셨을 테니까..."
" 예?? 형님.... 큰형님이 각서 받아오라고 하셨는데 말입니다.."
" .....도장 챙겨왔어? 손가락이 이지경인데 무슨 지장이냐..."
" ..그래도 형님.."
" 많이 컸네.."
" ......"
" 네 형님이 누구냐? 네 큰형님이 네가 모시는 형님이냐고..."
" ...."
" 그 남은 눈깔도... 마저 으깨줄까?"
" ...아..아닙니다 형님... 야!"
다시 의자로 돌아와 입에 문 담배를 깊게 빨아드리는데 하루에도 두 갑씩 피는 담배가 오늘따라 너무도 쓰게 느껴지는 듯 눈을
찡그리며 담배를 구둣발로 밟아서 끈다. 가만히 고사장의 모습을 보며 저 모습이 언제 자신이 처할 순간일지 가늠하듯 생각에
빠지는 민기다. 그러고 보니 민기와 동민의 첫만남도 결코 형제의 피를 나누게 될지는 예상조차 못했던 그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역시 자신의 뜻대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것이 무식하고 빽없는 이 세상의 이치라는걸 되새기며 씁쓸이 밟고 있는
담배불을 다시 즈려 밟는다.
" 형님 짱개가 고사장님 모시고 갔습니다."
" 그래? 짱개한테 잘 모시라고 전했고?"
" 예.. 가시죠.."
" 그래.. 그런데.. 너랑 나랑 만난 지 얼마나 됐지?"
" 10년 됐습니다 형님."
" 벌써 그렇게 됐나? 조금 있으면 서른이네.."
" 예..형님."
" 네가 나보다 2살이 더 많지?"
" ...예."
" 나이도 많은데.. 존댓말 꼬박꼬박 하기 아니꼽지 않냐?"
" 왜 또 그러십니까 형님...전 처음 형님한테 이 눈깔 하나 아작 나고 나서 끝까지 모시기로 마음먹었다 아닙니꺼.."
" ....원망하지는 않고?"
" 원망이라뇨.. XX교도소의 3대1 전설에 제 이름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것만해도 영광인데 말입니다.."
" 미친놈...영광은.."
" 저야 얼떨결에 형님덕분에 이름 올랐지만.. 그 망치 대식이랑 나이프란 놈을 단번에 목을 꺽어버릴땐 황홀했다 아닙니까...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제가 이렇게 형님을 모시는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릅니다."
" ..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단지 청소부다.. 더러운 거 만지고 닦아내고.. 삼키는..그러니까 너도 이 생활 정리하...고...."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 죄송합니다.. 형님...."
동민의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며 둘의 대화를 끊는다.
전화는 분명 고사장 건에 대한 보고를 들으려는 큰형님의 전화였기에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받는 동민을 바라보는 민기였다.
" 뭐? 그게 무슨 소린데?!"
" ..."
" 너 미쳤나?.. 그냥 쫓아내버려.. 고삐리 하나 때문에 전화하는 새끼가 어딨냐!"
" ...."
" 그래 새끼야.. 형님 계시니까 닥치고.. 그래 인마.."
전화기를 품에 넣고는 어느새 도착한 승용차의 뒷물을 열며 민기가 타는 걸 다 본 동민은 문을 닫고는 황급히 운전석으로 뛰어가 앉아 시동을 건다. 십여 분이 지나고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민기는 창가에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의 화살표 표시등을
무심한 듯 바라보며 동민에게 던지듯 말을 뱉는다.
" 근데 전화는 뭐냐?"
" 글쎄 정신 나간 고삐리가 민기란 놈을 찾는다고 사무실로 찾아왔다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막내 놈이 아직 똥오줌 못 가리고... 죄송합니다 형님.."
" ...........민..기??"
" 예.."
" 누군데?"
" 예??"
" 그... 고삐리 누구냐고!"
" 그..그게.."
" 전화기 줘봐!"
" 예??"
" 전화기 내 놓으라고!!"
민기란 이름에 민기는 적자니 당황하게 된다. 자신이 소년원에서 간수를 칫솔로 찌르고 다시 이송되어진 교도소에서 출소하며
이미 완전히 버린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고딩이라니.... 동민은 영문도 모른 채 불같이 화를 내는 민기를 보며 황급히 전화를 꺼내
재발 신을 누른다. 민기가 자신이 모시는 형님인지도 모른 채 지금까지 동민은 1802번 혹은 기민이라는 이름으로 민기를 알고
있었기에 동민의 입장에선 당연한 행동이었다. 20여명이 있는 사무실엔 민기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었던 적 없었으니 말이다.
" 그래 나다.. 그 고삐리 아직 있냐? 뭐??? 엘르??? 그 고삐리가 년 이였냐?"
" ....."
" 언제? 방금??? 누가?? 아.. 씨발... 야! 당장 잡아놔!! 형님이 아시는 분 같으니까! 당장 잡아놓으라고!!"
" 엘르라니? 그건 무슨 소리야?"
" ....여자라는데요 형님..."
" 누가? 그 고삐리?"
" .....예."
민기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자신을 찾아온 고삐리 계집이라니 거기에 자신이 버린 자신의 이름을 찾아 사무실까지 들어온
여자 아이는 아무리 찾아내도 민기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혼란스러움은 당혹스러움으로 바뀌게 된다.
' 그년?? 아닌데... 아무리 어려 보여도.. 고삐리 같진 않았는데... 그 걸레 년이.....설마... 뭐야.. 임신이라도 한건가?...'
그나마 가장 최근에 몸을 섞은 여자가 민기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유난히 앳대 보이는 얼굴에 형님을 모시는 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된 그 여자 아이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 전부였는데 사무실까지 찾아올 정도로 몸을 섞은 여자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민기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하나가 마음속에서 계속 걸리는 민기였다. '민기'라는 자신의
본명을 술김에 얘기할리 없는데... 라이터를 꺼내 손에 쥐고는 버릇처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을때 민기의 귀에 동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응!.. 그래 인마...뭐??? 벌써?"
" ....왜?"
"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영계라고 엘르 사장이 끌고가자마자 옷부터 벗겼다는데요......"
" ....이름은?"
" ...아이...라고 했다는거 같은데요."
" .....아이??? 아리?!!"
민기의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기억 속에서 어느덧 지워졌던 운전석에 동민의 손에 들려 있는 전화기를 황급히 뺏어선 소리부터 지른다.
" 야!.. 그 여자 손끝하나 대면 엘르 문 닫을 줄 알라고 전해!.."
[ 그게....]
" 벌...써 끝낸 거야? 벌써???!!!"
[ 아닙니다 형님.. 그건 아니고...]
" 뭔데 이 새꺄!!! 너 지금 간보냐!! 너도 대갈통 아작 나고 싶어!!?"
[ 아..아니요 형님.. 그게.... 그 고딩이 엘르사장 대갈통을 맥주병으로 후려갈기곤 도망갔다는데요...]
" 뭐?!! 대갈통...을?"
[ 예...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엘르 사장이 머리통에서 피 흘리고 그년.... 그여자 잡는다고... 난리 났습니다 형님...]
" 당장 애들 풀어서 그 계집에 찾아놔! 알았어?!! 지금 올라가니까 내가 도착할 때까지 무조건 찾아 놓으라고!!"
[ 예?? 뭐라고 말입니까??]
" 이 새끼가 귓구멍이 막혔나!! 내가 가서 꼬챙이로 뚫어줄까?!"
[ 아..아닙니다 형님.. 알겠습니다!!]
'휘~~익... 빠직!!!'
전화기를 화를 참지 못하고 던져버린 민기다. 그대로 앞 유리창에 금이 가도록 부딪힌 전화기에 깜짝 놀란 동민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민기의 모습을 백미러로 살피며 불똥이 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게 훔쳐보기만 한다.
민기는 그대로 뒷 좌석에 몸을 깊게 묻고는 깊은 한숨을 쉬게 된다. 아리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아리가 맞다면...
순간 민기는 교도소를 나오던 5년 전을 생각하게 된다. 5년 전 22살일 때 감별소를 거쳐 소년원의 첫날밤에 간수인 부장을 찌르고 이례적으로 옮겨진 교도소에서 처음 2년이라는 형량보다도 2년을 더 살고서야 교도소를 나올 수 있었다. 그때 출소일 날 자신을 마중 나온 작은 아버지와 함께 따라온 14살의 여자 아이였던 아리는 단순히 여자를 접하기 어려웠던 환경 때문이 아닌 여동생이 없는 민기에겐 인형처럼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보였기에 말 한마디 못하고 묵묵히 집으로 향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비록 그날 저녁 더이상의 민폐를 끼치기 싫어 도망치듯 나온 작은 아버지의 집으로.. 그 이후 단 한번도 볼 순 없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기 전까진 정말로 친 여동생처럼 그렇게 귀여워하던 아리였는데.. 아니 친 동생보다도 더 아끼며 자주 찾아가 놀아주던 아리의 모습이 떠올라 엘르에서 벌어졌을 끔찍한 사건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살기를 품기며 화를 내게 돼 버린 민기였다.
" 형...님...아는 분이십니까?"
" .......몰라도 돼!....야! 전화 줘봐!"
" 그..게... 형님이 방금 아작 내셨는데요..."
" 아!.... 차 세워!!"
" 예??"
" 차 세우라고!!"
" 혀..형님 여기 고속도론대요.."
"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게 무섭냐?!! 아니면 나한테 뒤지는 게 무섭냐?!"
" ...."
'끼~~~~익...... 빠~앙!!!!!!!!!!!!!!!!!!!!!!!!!!~~~~~~~~~~~~~~~~~~'
'쿵!!!!'
약간의 충돌이 뒤에 달려오던 자동차로 인해 민기의 몸에 전해진다.
뒷차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빠른 속도로 달리던 동민의 차였지만, 그래도 미쳐 다 멈추지 못하고 약간의 충격을 주며 꽁무니를 박은 후미차량으로 인해 몸이 한번 들썩인 민기는 그대로 차의 문을 열고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내리게 된다.
그리고는 뒤에 박혀 있는 차를 향해 걸어가서 다짜고짜 조수석을 열었다. 놀란 여자가 당황한 채 민기를 바라보곤 분명 사고대처
요령에 대해 교육 받았는지 목소리부터 높이기 시작한다.
" 가..갑자기 이렇게 급제동을 하면 어떻게 해요!! 이건 아저씨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급제동한 거라고요!"
" ... 알았으니까 전화기 좀 씁시다.."
" 예??"
" 병원을 가든 수리비를 내든 내가 다 처리할 테니까.. 전화 한통만 쓰자고요!"
" 뭐라고요?"
" 씨발.. 진짜 되는 일 없네.."
민기가 갑자기 조수석에 놓여있는 핸드백을 들고는 그대로 조수석의 시트에 내용물을 쏟아버리기 시작했고, 이내 나온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건다.
" 이..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 ....쉿!"
" 이..사람이!!"
" ...여보세요?..."
'고객의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착신이.....'
' 쾅!!'
" 꺄~~악"
민기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전화를 피하는 놈들로 낯익은 기계음의 목소리에 전화기의 종료버튼을 누른다.
자신이 가족으로 유일하게 기억하고 연락할 수 있는 번호였는데 작은아버지의 전화가 먹통인걸 알게 된 민기는 주먹으로
여자가 타고 있는 자동차의 본넷트를 주먹으로 소리 나게 내리쳤다.
" 무..뭐에요!!"
" .....죄송합니다."
" 진짜 뭐하는 거냐고요!"
여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찌그러진 본넷트를 확인하고는 다시 소리를 지른다.
" 형님!.. 진짜 무슨 일이십니까?"
민기와는 달리 뚱뚱하기까지 한, 다가오는 동민을 보곤 흠칫 놀란 여자는 몸이 얼어붙었다.
민기를 형님으로 호칭하며 영락없이 ‘자신은 깍두기요’ 라는 포스로 라운드 티에 양복을 입고 있는 동민의 모습을 본 여자는
당황하며 몸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 아가씨.. 지금 울 형님이 좀 흥분 상태셔서 말이요.. 이해좀 하소.."
" 이..이것보세요.. 아무리 그래도..."
" 아따~~ 처우는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 좀 이해 좀 하라고..."
" 동민아.. 실례다..."
" ...."
" 이것 봐요.. 그 쪽이 급제동해서 사고 난건데 당연히 그쪽에서 사고처리를 해야죠..거기다가.. 그 전화기까지...."
" 죄송합니다. 아가씨.."
" 자꾸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라고요!.. 무슨 술집 종업원도 아니고.."
" ....."
" ...."
" 명함 드리고.......그만 가자.."
" 예 형님... 아가씨.. 정말 죄송하니까.. 신고는 하지 말라고.. 골치 아픈 거 양쪽 다 싫잖아...응?"
" ...참나.."
" 차도 별로 안 망가졌구먼.. 그렇지?"
" 지금 협박까지 하시는 거예요?!"
" 협박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 아가씨 말기 못 알아 먹네.."
" 빨리 가자.. 아!~.. 동민아.. 그 막내 전번 뭐냐?!"
" 예?? 010-1234-5678..인데요.."
" ......여보세요? 찾았냐? 누구긴 누구야!! 넌 네가 모시는 형님 목소리도 몰라!!..... 알았다.. 꼭 내가 도착하기 전에 찾아 놔라!!"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시 자신의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민기를 본 여자는 기가차서 말도 안나왔다.
" ...."
" 아가씨.. 아니... 하여튼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모르니까 아가씨라고 하고.. 오늘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너무 급해서 그랬으니까.. 건네 드린 명함으로 전화주세요.."
" .....참나."
" 차는 거의 안 망가진 거 같은데.. 시동도 안 꺼졌고요.. 그러니까 내일 병원 가서 연락주세요..그럼 좀 바빠서.. 가자!"
" 예 형님.."
그대로 민기는 차에 몸을 실었고, 이내 동민의 차는 출발한다. 30살의 건축설계 디자이너인 미라는 이 황당한 순간에 명함을
손에 쥔 채 다시 출발하는 동민의 차를 보며 화를 참지 못하게 된다. 가뜩이나 대구에서 공들인 계획서가 켄슬이 돼 화가 난 상태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 였는데 이런 의도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사고와 피의자 격인 두 깡패 새끼들 때문에 순간 쫄아 말도 제대로
못한 자신이 화가 나고 더 억울했기에 명함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멀리 사라져가는 두개의 선을 그리는 불빛을 한참을 노려보게
된다. 다행이 차가 뜸한 시간에 난 사고라 2차 사고가 없었다는 것에 안도를 하면서도 쉽게 화를 풀지 못하고 머릿속에 저 놈들을 어떻게 골려줘야 할지를 계획하며 다시 차에 올라 미라도 차를 출발하게 된다.
동민의 차가 급하게 청담동의 사무실에 정지를 했고, 동민보다 먼저 민기가 계단을 뛰어 올라가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그러나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적막감까지 흐르는 불 켜진 사무실 안에 홀로 서 있던 민기는 깊은 한숨을 쉬며 전화기를 들어
막내의 번호를 누른다. 전화를 받지 않는 막내다.
민기는 자신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다시 한숨을 쉬게 된다.
그리고 지포라이터를 꺼내 만지작거리며 이제는 세상에 없는 자신이 모든 것을 청산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시작한 이 일을 하며
후회하는 단 한 가지.. 어머니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교도소에서 출소하기를 불과 두 달을 남겨두고 마지막 면회마저도 죄송스러움에 거부했는데 그 이후에 세상을 너무도 쉽게
떠나셔서 다시는 만나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더 큰 죄송함은 민기라는 이름을 버린 민기에게 그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 형님.. 짱개한테 연락왓는데.. 고사장을 집앞에 내려줬는데..."
" 뭐! 그새끼가 또 빼기라도 한데?!!"
" 아..아니요.. 그게 아니고 길상파 애들이 앞에서 대기하고 있더라는데요.."
" 길상파??"
" ....예."
" ......"
" 그 새끼들이 요즘 저희 나와바리 탐내면서 고사장부터 건든게 확실합니다. 형님.. 그리고 고사장은 거기에 넘어간거고요.."
" 야!.. 너 막내 새끼가 그 여자 데려오면 무조건 깍듯하게 모셔놔!! 알았어!!"
" 예?? 옙...."
" ..."
" 혀..형님.. 어디가십니까?"
" 어디긴 어디야!.. 그 새끼 멱 따놔야지...."
" 예?? 형님!. 혼자 가시면.."
" 닥쳐!...진짜 개나 소나.....나 돌아올때까지 그 여자 꼭 모셔놔라..넌 쓸데없이 나서지 말고 무조건 여기 지키고 있어! 알았어?!"
" 형님.. 그럼 이 핸드폰이라도 가져가십시오...그래야.."
" ... 시발..."
평소 욕을 하지 않던 민기였는데 그 여고딩이라는 존재로 민기는 오늘 심기가 불편한듯 평소 하지도 않던 욕을 남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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