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4부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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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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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65,031회 작성일 20-11-02 18:38

본문

그렇게 철민과 민기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철민파의 해결조로 자리 잡은 민이파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젊은 

민기를 좋게만 보지 않는 사람도 수두룩했다. 갑작스러운 조직 내에서의 대부의 총애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철민이 생각해 낸 것이 직속 별동대격인 민기만의 조직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조직의 외부적인 해결만이 아닌 내부적인 척살에도 이용되어지는 민이파는 그래서 집단 내에서도 극히 민기를 제외한 

조직원들의 신변이 극비에 붙여지며 소수의 선택된 조직원들로 이뤄져 꾸려지고 있었기에 진정한 무토파로서 그 존재만

으로도 철민의 조직에 규율을 잡는 중추적인 역할로 독립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철민 마저도 민기의 행동엔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민기가 신뢰를 쌓아놓기도 했지만, 그건 철민이 조직을 운영하는 철칙중 하나이기도 했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그 조직원들의 전투력은 일인삼이라는 민기의 1대3전설과 마찬가지로 3명은 거뜬히 상대할 수 

있어야 했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17대 1의 전투신만큼 어리석은 경험담이 없듯 프로인 3명을 상대할 수 있는 훈련된 

전투원의 살상력은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실력인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에게~'라는 핀잔을 들을

주는 모르지만 프로들만큼은 그 무서움을 잘 알기에 20명의 조직원들의 숫자는 곧 60명이상의 전투력을 말해주는 것과도

같았다. 그것도 프로 싸움꾼들만 내세운다면 민기의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철민 뿐이라는 암시를 주기위해 더 비밀리에 운영되어지는 것이다. 그것만큼 중상급 간부들에게 두려운 존재는 없을 것이다. 


지금 민이파 사무실에는 동민이 씩씩대며 소집했던 정예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 


" 그래서? 길상이가 지금 병원에 있다고?" 

" 예 형님..."

" ..... 나머지 애들은?"

" 그게.. 다 흩어지고... 전부 애새끼들뿐이었답니다...."

" 그게 말이 돼?! 200명이라며 그 새끼 똘마니들이!"

" 동민 형님... 제가 알아보니까.. 그중 태반이 고딩들이라고..."

" 뭐?! 고딩?"

" ....예."

" .......미친..."

" 그리고 저....년은..."

" 저건 뭔데? 길상이 잡아오라고 했지 누가 계집애 잡아오라고 했어?!!"

" ...."


이미 길상은 복합골절에 하악골이 아작 났기에 더 이상의 복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은 동민은 쉽사리 화를

풀지 못한 채 더 씩씩대고 있었다. 직접 길상파의 사무실까지 찾아갔는데 이미 그 곳은 쓰나미가 지나간 듯 집기들과 책상
마저 전부 손실된 상태였고, 사무실에 있었다는 길상이를 제외한 네 명의 똘마니들 마저도 전의를 상실한 채 자신들의 

두목이 당한 꼴에 제대로 반항조차 못하고 줄행랑을 쳐버렸다는 보고를 받은 상태였기에 동민은 사무실로 돌아와 더 화를
내며 똘마니들이라도 잡아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엉뚱하게 온몸에 핏자국이 묻은 채 야구점퍼 하나만을 걸치고 있는 여자를 본 동민이 다그치기 시작했다.


" 그게....." 

" 뭔데?!"

" 지금 정신 못 차리지!.. 이 와중에 여자를 끌어들여?!"

" ...이 년이 형님 찌른 년이라는데요.."

" 뭐? 뭘 찔러?"

" 기민형님이요... 이 년이 부엌칼로..."

" ....."

" 어쩔가요? 돌림빵하고 팔아넘길까요?"

" ....야!!"

" 헉!!" 


동민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발로 책상을 걷어차곤 그대로 눈물이 말라 자국이 남은 얼굴에 그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를 향해 걸어가선 여자가 무릎 꿇고 있는 바로 앞의 소파의 손 받침에 걸터앉는다. 


" 네가 쑤셨다고?! 울 형님의 팔에 네가 칼로 쑤신 거라고?!" 

" ......그..그래! 죽여!! 죽이라고!!"

" 허~.. 이게 미쳤나!! 짝!~~~~"

" 악....쿵!~"

" 죽고 싶어서 환장했지?! 아주 지랄하고 앉으시네요.. 뭐? 죽여?! 그래 죽는게 얼마나 소원인지.. 

죽고 싶어서 안달 나게 해 주마! 야!! 약 가져와!" 

" ,....."


여자가 머리를 책상에 한번 찧고는 동민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동민의 말뜻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여자는 조금 전보다더 반항을 하며 달아나려는 듯 문을 향해 달려가 보지만 사무실 안에는 동민을 비롯해서 건장한 사내들이 4명이나 더 있었기때문에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으로 나 뒹군다.

그대로 동민이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는 앉았던 소파에 배를 깔게 해 꼼짝 못하도록 엎드리게 만들었고, 다시 소리를 지른다. 


" 뭐해!! 약 가져오라고!! 이년 아주 미친년으로 만들어 버릴 랑께!!" 

" 혀..형님.."

" 뭐! 이 새끼야!! 내말 안 들려?!!"

" 그게.."

" .....?"

" 약이 없는데요.."

" 뭐?"

" 저희한테는 약이란 게..."

" ......사무실에 약 하나도 없냐?"

" .......예."


잠시 사무실 안이 조용해진다. 그러고 보니 동민도 약이란 걸 만져본게 교도소 이후 민기를 모시고 난 후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되곤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된다. 
약이라면 치를 떨고 혹여나 조직원 중에 약을 하는 놈이라도 걸리면 영구 제명까지 시키는 그러니까 민기가 꾸려가는 이 민이파 안에서 만큼은 약에 대한 절대 금지라는 강조를 떠올리며멋쩍게 된다.


거기에 더더군다나 민기는 강간이나 강도를 끔찍이 혐오했다. 얼마나 못났으면 구걸이라도 해서 돈을 벌 것이지 개인적으로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민기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기에 상부의 명령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범죄가 없는 너무도 깨끗한 

조직이었다. 웃기게도 말이다.


" 아... 씨발..... 어디서 구해오던가!" 

" 그러다가 민기형님 아시면... 차라리 경찰한테 자수하는 게 속편할거 같은데요.."

" 이 새끼가!!"

" .......죄송합니다 형님.."

" 하하하하하하" 


여자가 동민에게 꼼짝 못한 채 밑에 깔려선 웃기 시작한다. 무슨 조폭 사무실에 약도 없냐는 식으로 당연히 길상파에서 

약을 경험해본 여자였기에 그 무서움을 알고 끊은 후 길상이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여자는 잠시 

두려움에 떨던 모습과는 달리 동민을 똘마니로 우습게보듯 웃기 시작하는데... 더 약이 오르기 시작한 동민이다.


" 이.. 시버널...야! 내 책상에서 오라메디 가져와!" 

" 예?? 오..라메디요?"

" 그래 이 새끼야!! 내가 이년 보지를 오라메디로 새살 돋게 해서 막아버릴라니까!! 어디 거기 막혀도 웃나 보자 이년아!!"

" 형..님... 그건 오라메디가 아니고 후시딘인디요.."

" ...이..이.. 이....새끼가!!!"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이..년이....야!! 다 나가!! 이 시버럴년 아주 오늘 죽여준다!!...........

내가 민이파 넘버투를 걸고 이년 입에서 곡소리 나게 만들 랑께!! 다 나가!!! " 


팔의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민기는 그 간호사에게 진통제라도 받아올 걸 이라는 생각을 하며 적막한 방안의 풍경을
뒤로하고 매트만 바닥에 놓여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여자의 서툰 칼질이라고 해도 날카로운 그 

쇳날에 의한 상처는 역시 고통을 주기엔 충분했고, 아무리 동민 앞에서 폼을 잡은 민기였지만 역시 익숙해지기 싫은 

고통임은 분명했다.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민기는 역시 삭막한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해 냉장고의 문을 연다. 


소주와 맥주만이 놓여있는... 사람 사는 곳이라고 하기엔 가구도 그리고 냉장고 안에도 먹을거리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을

보며 민기는 오히려 익숙한 듯 소주를 꺼내 팔에 병을 낀 채 뚜껑을 돌려 딴다. 식탁조차 없는 주방에 그대로 냉장고를 

기대어 앉은 민기는 고통을 그렇게 참으려는 듯 소주를 입에 단번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민기의 직업으로 인해 이 집안의 삭막함은 어떻게 본다면 당연한 풍경이다. 남들에게 알려져선 안 되는 숨을 공간이기에 

오로지 동민만이 알고 있었고, 교도소 출감이후 그 전의 운동 생활 중 알고 지내던 어떠한 사람과도 연락을 두절한 민기였다.손님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집안의 먹을거리는 찻장에 남아있는 라면만이 전부였다.


27살이라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갓 초년생이 됐어야 할 나이인 민기에겐 남들처럼의 삶은 사치이고 꿈이었다.

소주를 하나 더 꺼내 그대로 원샷을 하고 나서야 민기는 침대가 아닌 냉장고의 한 구석에 몸을 쪼그리고 고통을 느끼며

잠이 든다. 차라리 이 고통이 살아있다는 실감을 주게 된 민기는 오랜만에 술에 취해 골아떨어져 몇 번이고 잠에서 깨던

어제와 달리 곤히 잠을 이루게 된다. 갑작스러운 아리라는 이름의 등장에 오랜만에 어머님의 꿈을 꾸면서 취해 잠이 든다.


" 예.. 더 이상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형님." 

" 내가 무슨 걱정을.... 그냥 신경이 좀 쓰였을 뿐이지.."

" 죄송합니다 형님.."

" 민기야.."

" 예.. 형님.."

" 이제 너도 민이파에서 손때고 자리 하나 맡는 게 어떠냐?"

 "......"

" 언제까지 그렇게 뒤치다꺼리만 하기엔 네 능력도 시간이 아깝잖나..아니면 민이파 그대로 자리 하나 마련해줄까?"

" 아닙니다 형님.. 그냥 이대로 형님 뒤에서 있는 게 전 편합니다.."

" 허어~.. 너무 아까워서 그래.. 내가 아깝다는데...."

" 우식이 형님도 있고.. 고만형님도 계시니.. 전 여기가 편합니다 형님.."

" ......쯧쯧... 그렇게 욕심이 없어서.. 남자가 욕심이 있어야 성공하는 건데..."

" 욕심도 제겐 사치 아닙니까...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 ........쯧쯧~.. 넌.. 이 윤철민이가 찜해 놓고 키워놓은 아그 아니냐..... 마음만 먹으면 한 지역이 뭐냐... 

내 밑에 있다가 뒤를 물려받아도 부족한 게 없는데.. 그놈의 야망이 그렇게 없어서 어따 써먹냐..."


" 형님도.. 절 잘 아시지 않습니까..... 형님이 이 생활 접으시면.. 저도 접습니다...."

" ......크크.. 에휴~.. 네 고집을 꺽는게 차라리 국회의원 구워 삶는 것보다 더 어려우니....

그리고!.. 돈 좀 써라!.. 먼 넘의 돈을 동생들한테 다 나눠주는데?! 넌 가정 안 꾸릴래?!"

" ........ "

" 이런.. 병신이 세상에 어딨노.. 쯧쯧...."

" 죄송합니다 형님.."

" ...쯧쯧....언제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네 얘들도 생각 좀 해라.. 

그 놈들이 너처럼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하겠냐?! 그것들은 야망이란 게 있을 텐데..."


" 제가 형님 밑에서 이렇게 일하는데 야망이라뇨... 그런 새끼는 제가 아작..... 죄송합니다.."

"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여튼 난 놈이야..."

" ...."

" 다른건 필요없고?"

" ....형님.. 한 가지 좀 걸리는 게 있는데 말입니다."

" 뭔데?"

" 길상파 남은 애들이 좀 걸려서 말입니다.. 그쪽이면 우식이 형님 쪽인데.. 

흡수해서 우식이형님 아래 두는 게 뒤탈도 없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 그래? 몇 명이나 되는데?"

" 고딩들이 태반이고.. 쓸 만한 놈들은 서른 명 정도가 있던데 말입니다.. 

그중 한기랑 강철이라는 놈만 흡수하면 나머지는 빠지거나 들어오거나 결정될 거 같습니다."


" 한기랑 강철이?"

" 예.. 길상이 놈이 정신 못 차리고 지 주제 넘는 행동을 했지만 그 두 놈은 쓸 만한 거 같습니다. 

길상파 내에서도 사실적인 실세로 통하고 있고요."

" 음~.. 알았다.. 내가 우식이한테 말 해 놓으마....넌 필요 없고?"

" ........예."

" ..... 그래.. 언제든 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하고.. 내가 이 자리라도 언제든 너한테는 넘겨줄 용의가 있다 아니냐!"

" 말씀이 심하십니다....제가 감히..."

" 쯧쯧......기분 좋게 고맙습니다 하면 될 것을... 에라이 눈치 없는 놈아!!"

" ......죄송합니다."

" 크~... 하여튼.. 점심이라도 같이 하게 나가자."

" 밖에 다른 분 기다리고 계시던데 말입니다.."

" 아!.. 내 정신 좀 봐라...."

"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형님..."

" ........그래.. 저녁에 시간 비우던가!"

" 아닙니다 형님.. 형수님한테 또 혼나실 게 뻔한데...."

" .....내가 너한텐 두 손 두 발 든다... 그래 좀 자주 찾아오고!.."

" 예.. 형님.."


절을 하듯 인사를 한 민기는 그대로 보통 집보다도 큰 철민의 사무실에서 나온다.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민은 그런

민기에게 '수고하셨습니다.형님'이라는 말을 하곤 차로 민기를 안내한다. 조수석에 앉아 긴 한숨을 쉬는 민기다.

역시 이런 의리의리한 빌딩에 오는 건 민기에겐 스스로도 낯선 풍경이라고 생각하며 차에 기대어 넥타이를 풀어 버린다.


" 형님... 미라라는 아가씨한테서 여섯 번이나 전화가 왔는데 말입니다.." 

" 미라???"

" 예..."

" 그건 누군데?"

" 그때.. 고속도로에서 저희 차를 받은 여자 말입니다.."

" .....아!.. 수리비랑 병원비 줬냐?"

" 그게 아니고..."

" 응?"

" 무조건 형님을 만나야 갰다는데요... 아니면 신고한다고.. 소리를 질러 싸서..."

" 나? 날 왜?"

" .....화가 난 것처럼 들리던데요."

" 화가 나?"

" 예.. 처음에 전화 와서 만나자고 하던데... 계좌번호 부르라니까... 아주 지랄을..."

" .....왜?"

" 인간의 도리가 어쩌고저쩌고 하던데 말입니다.."

" 도리??"

" .....당연히 사고를 냈고, 거기에 핸드폰까지 사용했으면서 어떻게 코빼기도 안 비취냐고요.."

" 너 그 여자 연락처 알아?"

" 사고 난 다음날 연락 왔었습니다.."

" 그런데? 연락 안했냐?"

" 그게..... 형님만 찾던데요..."

" ..........."

" 지금도... 빨레주루에서 기다린다고... 안 오면 진짜 신고한다고..."

" 후~~.. 오후에 무슨 일 있냐?"

" 없습니다 형님.."

" 가자...그 빨레인지 뭔지로.."

 "예 형님.."


미라는 심기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 다음날 바로 차를 수리점에 맡기고 나서 60만원이라는 비용을 청구하려

받은 명함으로 전화를 거는데 동민이라는 작자가 대뜸 귀찮다는 듯 계좌번호를 부르라는 말과 함께 마음을 상하게 한 것도

모자라 일주일 동안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도 묵묵부답인 그 행동에 이렇게 근처 커피숍까지 찾아오게 만든 그 형님이라는

작자 때문이다. 시원한 커피를 원샷으로 마셨는데도 화를 식히지 못한 미라는 한참을 출입구를 향해 시선을 옮기며 시계를
자꾸 바라보게 된다. 
이미 나오라고 한지 2시간이 지났기에 그 화가 더 올라 머리끝까지 다다랐을 무렵에 문이 열리며 그 

뚱뚱하고 인상 더러운 남자가 들어왔고, 그 뒤를 따라 그때 자신의 전화기를 뺏은 조금은 흡족한 미남형의 남자가 들어와서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 여기요!!" 

 "...."


자신을 보고도 두리번거리는 민기의 행동에 손을 들어 먼저 부르게 된 미라다. 민기는 그런 미라를 보곤 걸음을 천천히 옮겨 미라의 앞에 앉는다. 미라에겐 다행히 그 동민이라는 뚱뚱한 남자가 같은 테이블이 아닌 옆 테이블에 앉는 모습에 안도를

한다. 앉자마자 민기는 품에서 손을 집어넣었고, 그 모습에 황당하다는 듯 미라가 목소리 높여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이것보세요! 안부라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자마자 봉투부터 꺼내......" 

'딸깍'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지포라이터를 바지주머니에서 꺼내 불을 붙이던 민기는 미라의 목소리에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게 된다. 


" ....여..여기 금연이에요.." 

" ....."


민기는 그대로 담배에 불을 붙이곤 테이블에 놓여있는 재떨이를 턱으로 가리키며 금연자리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 모습에

미라가 더 약이 올라 민기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민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가만히 담배를 입에 물고는

연신 연기를 뿜어대며 어딘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미라는 똑바로 노려보던 눈을 조금씩 결국 호기심을 못

이기고 민기의 시선을 따라 훔쳐보게 된다.

커피가 나오는 카운터의 뒤쪽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이었다.. 민기가 시선을 두고 있는 곳은 말이다. 


" 아가씨!~~ 여기 커피 한잔.." 

" ....참나."

" 절 만나자고 하셨다고요?"

" 이것 봐요! 사람 뭐로 보고!!"

" 예??"

" 이게 지금 사람 대하는 태도에요?! 가해자면 가해자답게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면 몸 상태가 어떤지 좀 물어보던가!.. 당신은 매너란 것도 몰라?!"


"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저흰 가해자라는 말 무지 싫어하는데...."

" 무..뭐라고요?!"

" 그건 됐고... 서로 바쁜데.. 시간 없으니까 용건만 나누시죠.."

"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여기 수리비 명세서하고요! 검사비 명세서요!.. 

그리고 제 심적인 고통도 따로 청구해야 될 거 같은데 당연한 거 아닌가요?!"


" ..그래서 다해서 얼마에요?"

" 무..뭐라고요?"

" 제가 수에 약해서 그러니까... 합쳐서 얼마냐고요.."

" ....이..이 사람이!! 야!!! 너 그렇게 잘났어!! 돈이 그렇게 많아!!!"

" 깜짝이야...왜 소리를 지르.."


'홍도야~~~우지마라~~~~오빠~~' 

" 여보세요... 뭐? 진짜?!!" 


옆 테이블의 동민의 핸드폰이 울리곤 전화를 받은 동민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민기와 미라의 대화를 끊는다. 

동민은 전화를 받던 도중 민기를 쳐다봤기에 민기가 그런 동민에게 담배를 입에 문채 의아한 듯 시선을 보내게 된다.


" 혀..형님... 그 아리라는 아가씨 왔다는데요.." 

" 뭐? 아리가?"

" 예..그런데... 저희 사무실이 아니고..... 엘르에 왔다고.."

" 엘르? 내가 알고 있는 엘르?"

" 예 형님..."

" 거긴 왜?"

" 저도 잘......"

" 야! 차 시동 걸어!"

" 예 형님!.."


" 이..이것 봐요!.. 사..사람이 말하는데.."

" 아가씨... 정말 미안하게 됐수다.. 내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니까.. 다음에 연락합시다..."

" 무..뭐라고요! 야!!! 야!!! 이 호랑말코같은 새끼야!! 너 거기 안서!!! 야!!! 개새끼야!!이 후레자식아!!"


동민이 뛰어나간 바로 그 뒤를 뛰어가는 민기에게 썅 욕을 하기 시작한 미라였다. 그렇게 고뢰고뢰 소리를 지르며 욕까지 

하자 출입문을 막 열던 민기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숙이며 길게 한숨을 쉰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미라를 보며

천천히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데 분함에 욕을 하던 미라는 그런 민기의 행동에 두 눈이 휘둥그레져선 입을 어버버하기 

시작한 채 다가오는 민기에 의해 공포를 느끼게 된다. 


" 뭐라고 하셨나요?" 

" 무..뭐요?"

" 마지막에.. 후뢰자슥?"

" 내..내가 언제요?!"

" 그럼 뭐라고 하셨는데요?"

" 그..그게....아! 여..여기 커피 값...내라고요.. 시..시켜놓고..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 .......제가 비록 이런 더러운 일을 하지만.... 가장 싫어하는 욕이 자식이나 자식이란 말입니다.. 비록!! 우리가 부모한테

 욕먹고 걱정시켜드리는 자식이지만!! 그래도 그 욕을 당신한테 들을 만큼 날 잘 알지도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 제,..제가 언제 후뢰자슥이라고 요..욕했어요.."

" 후~~... 여기 커피 값이요.. 그리고 꼭 연락주소.. 정말 지금 바빠서 그런데.... 나중에 얘기 좀 합시다.."

" ....."


테이블위에 주머니에 있던 지폐를 다 꺼내놓고는 민기가 다시 뛰어나간다. 그런 민기를 보며 미라는 입을 악물게 된다. 

분하고 원통하기까지한 여전히 쫄았던 자신의 모습에 말이다. 그리고 두세 개의 테이블이 교차한 너머에서 그런 분해하는

미라를 보던 여자가 다가와선 물을 한잔 건넸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한낱 여자의 몸으로 혼자 올리 없던 미라였기에 친구까지 대동해서 왔는데 친구에게 괜히 못볼꼴을 보여준 거 같아 더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다.


" 그냥 넘어가라.. 그 돈 얼마나 한다고... 저런 놈들하고 상대하니.." 

" ...."

" 미라야.. 나중에 연락하자는 말에.. 난 오줌까지 지렸어.. 지지배야.."

" 그럼 이대로 꼬리 내리라고?!"

" 딱 보니까... 조폭인데... 저런 사람하고 엮여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잖아..."

" 싫어..아니! 안 해!!.. 저런 놈한테 꼬리 내리고 이대로 물러서면.. 경찰이 왜 있는 건데! 나 신고 할 거야!! 

일부러 공갈하는 놈들이 확실해!! 너도 봤잖아.."


" 공갈은.. 내가 볼 땐.. 넌 안중에도 없던데.."

" 뭐?!!!"

" 아..아니.....말이 그렇다고.. 그리고 신고해봐라... 저 놈들이 가만히 두겠냐? 그냥 잊어... 응?!"

" 진짜 불난 집에 부채질 할래?!!"

" 내가 뭘....."

" 진짜 성질 같아선... 어휴....."

" 근데.. 그 호리호리한 남자는 잘생겼던데...."

" 얘!!!!!!!!"

"깜짝이야...."


민기는 동민이 차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박차고 나와서 엘르로 달려갔다. 이렇게 성급하게 움직이는 민기를 본적 없는 

동민도 황급히 민기를 따라 이제 막 문을 열려고 준비 중인 엘르로 향하게 된다. 대기실 겸 사장이 기거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간 민기는 두 남녀가 발가벗고 있는 모습에 그대로 손에 잡힌 옷걸이를 바닥에 세게 내려치곤 당장이라도 끝이 부러진

옷걸이로 흉측하게 더러운 엉덩이를 내놓고 여자의 위에서 올라타고 있는 그 엘르의 사장 놈을 향해 찌르려는 듯 소리를 

지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 야!! 이 좃만한 새끼가!!! 어디 감히!!!!" 

" 무..뭐야!! 헉!!.. 미..민이씨.....왜..왜 이러는....헉...사..살려줘..."

" 이 새끼가!!"


뒤늦게 쫓아온 동민은 그 모습에 다시 민기의 겨드랑이에 팔을 억지로 넣고는 그대로 말리기 시작했다. 역시 민기의 호리호리해 보이는 모습에도 양복속의 근육질에서 나오는 파워를 막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듯 안간힘을 쓰며 저지하게 된다. 

그러나 민기의 눈에는 이미 밑에 깔려 있는 여자만이 보일 뿐 뒤에서 잡고 있는 동민의 몸부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간다. 


" 이거 안 놔!!" 

" 혀..형님.. 자..잠시만 참으십쇼..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형님!! 이러시면....어.... 순자야..."

" 수..순자?"


동민의 말에 그제야 발가벗고 사장의 밑에서 아양 섞인 콧소리를 내던 여자의 모습을 민기가 확인하게 된다. 


" 미..민이 사장.. 왜 이러나.. 응?!! 무..뭐가 마음에 안 들어도 말로 하자고..." 

" ......."


' 툭~~...쿵..' 

" 후~.. 방금 여기 온 여자 있었지! 고딩! 당신 머리 아작 냈던 고딩 말이야!!" 

" 으..응?? 고..고딩? 아!~~~"

" 그래 이 새끼야!! 그 고딩 어딨어!!"

" 그..그 년은 왜?"

" 왜?? 왜?????? 이 새끼가.."

" 민이 사장... 아고... 사람 죽이겠네.."


그대로 목을 잡고는 사장을 허공에 두 손으로 띄운 민기다. 


"켁켁~.. 그..그만... 주..주방에 있다고!! 주방에!" 

" .....주방?"


주방이라는 말에 손을 놓은 민기는 그대로 주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고, 곧 주방에서 밖과 마찬가지로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준비하는 종업원들과 마찬가지로 정리를 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분명... 아리가 맞았다. 

긴 생머리에 앳때보이는 얼굴과 아직도 남아 있는 볼 살까지... 거기에 어느새 이렇게 많이 컸는지 162정도 되어 보이는 

아리의 키에 흠칫 놀란 민기가 말을 걸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게 된다. 분명.... 흰색 블라우스와 교복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그녀가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성숙해진 동생의 모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지 가만히 그런 아리를 쳐다

보았다.


" 누..구세요?" 

" 으..응?"

" 누구신데... 아줌마!!! 아줌마!!"


민기의 방금 전까지 화가 난 얼굴에 겁을 먹은 것인지.. 황급히 아줌마를 부르며 뒤로 물러나는 아리였다. 

곧 주방 아줌마가 들어왔고, 당연히 민기와 옆 건물을 같이 쓰는 사이인 이 가게의 직원이라면 알고 있을 민기를 본 아줌마가 웃으며 환대를 한다.


" 어머!! 기민씨~.." 

" 기민?"

" 그래.. 여기 보...."

" 예.. 고기민이라고 합니다!" 


민기는 자신도 모르게 서둘러 주방아줌마의 말을 끊으며 자신을 고기민이라고 아리에게 소개를 한다. 

아마도 아리에게만은 자신의 타락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을 그 짧은 찰나에 했다. 그러나 아리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얘길 이어한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그럼 고기민아저씨도 여기서 일하시는 분이세요?"

" 예...그..런데... 고딩인가요? 그거 교복 같은데..."

" ...........예."

" 고..딩이 이런데 와도 되나?"

" 저 민증 나왔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일하면 안 된다고 누가 그래요?!"

" ..예?"

" 이 아저씬 이상하네...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하던데..꼬박꼬박 존댓말까지 하고....."

" 누..누가 좋아하는데!!!"

" 예?!!"

" 어 떤 새끼.....아니... 어떤 사람이 이런 곳에서 고딩이 일하는데 좋아하냐고요..."


흥분한 나머지 너무 윽박을 지르고 있다는 걸 느낀 민기는 아리의 눈치를 보며 겨우 진정을 하곤 말꼬리를 흐리게 된다. 


" 형님!! 혀....어!~~" 

" 형님?? 저 아저씨도 처음 보는데.. 아까 다 인사했는데..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 무..뭐? 늦어?"

" 안녕하세요.. 저도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는 권아리 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 허~.. 이 당돌한 년을 봤나.. 너 고딩이지!! 고딩이 어디서!!"

" 이 아저씨도...."

" 도..동민아... 그만 가자.." 

" 예?? 그냥 말입니까? 형님이 찾...."

" 왜 이렇게 나불거려... 그만 가자고....."


부엌의 문을 열고 나온 민기는 다시 서둘러 들어가게 된다. 당연히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주방 아줌마라에게 입단속을

하기 위해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리를 뒤로하고 아줌마를 불러내게 된다.


" 이모 제 부탁하나만 합시다.." 

" 응? 뭐?"

" 저.. 아가씨한테.. 그냥 전 여기 똘마니... 아니 여기서 일하는 점원이라고 해주세요..."

" 저..점원???"

" 예... 그냥.. 골치 아픈 손님 상대하는.. 그런 거 있잖아요.."

" 기민씨가 왜?"

" 나중에 이 은혜는 꼭 갚을게.. 예?!!"

"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여기 사람들은? 기민사장이 누군지 다 아는데......"

" 어차피 제가 양아치 흥신소 사무실 직원인데.. 그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이모만 좀 신경써주세요...

제일 많이 붙어 있을 거잖아요.."


" 알았어.. 그럼 나중에 한턱 쏘는 거지?"

" 한턱이 문제에요!.. 제가 후하게 두턱까지 쏠게요.."

" 오키!! 거짓말하기 없기다!~~"

" 예!..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주방아줌마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자 민기는 동민의 산만한 덩치를 옆으로 바짝 기대게 만들곤 자신도 아주 조금 열린 

주방의 문틈으로 안을 훔쳐듣는다. 곧 아리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누구에요?" 

" 응? 아!~~ 여기 봐주는 직원이야.."

" 봐줘요? 뭘요?"

" 술 먹고 깽판 치는 놈들이 좀 많아야지... 그런 사람들 뒤치다꺼리 해주는 오빠.."

" 아!~~ 보디가드요?"

" 보디가드? 호호호.. 그렇지 뭐..."

" 그럼 늦게 들어온 곰탱이 아저씨는요..."

" 곰...탱이?"

" 예.. 아까 그 기민이라는 아저씨한테 형님이라고 하던데... 나이도 훨씬 많아 보이던데 무슨 형님인지.."

" 글..쎄....기민씨가.... 나이가 더 많은가 보지..."

" 근데요.. 혹시 기민이라는 아저씨... 민기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 민기? 아닌데...."

" .......그래요?.."

" 응.."

" 이름도 비슷하고... 나이도.."

" 민기는 누군데?"

" ... 제 오빠요.."

" 친 오빠?"

" 아뇨.. 사촌 오빠요... 여기까지 겨우겨우 물어서 찾아왔는데....."

" ..... 아닐 거야... 기민씨는 내가 어릴 때부터 알아서 아는데.. 여기에서 일한지 꽤 됐거든..."

" .........예."


풀죽듯 기어들어가는 아리의 목소리에 민기는 만감이 교차한다.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가 아리를 안아주고 왜 이런데 와서
이런 일을 하려는 거냐고 꾸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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