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3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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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가 조퇴를 하고 온다고 했기에,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는 도저히 치장할 시간이 없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다 끝내고서야 학교로 향한 아리였다.
“ 진짜 짱이다.”
“ 으..응??”
“ 너! 와~~ 진짜 아리 맞아?”
“ 싱겁게.. 창피하니까 그만 놀려.”
“ 누가 놀린데? 오늘 무슨 면접이라도 보니? 아니! 드디어 남자친구라도 생긴 거야?”
“ ...”
과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여자아이가 놀라 호들갑을 떨어도 아리는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이런 자신의 변화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미희를 찾아 시선을 옮기던 아리는 곧 교실 안에 미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미희란 학생이 날라리처럼 굴어도 학과 수업에는 빠진 적이 없었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 번 더 강의실 안을 훑어보는 아리였다.
“ 아리야. 진짜 난리도 아니다.”
“ ....뭐가?”
“ 남학생들! 다 너한테 뿅 갔나봐!”
“ 응??”
그제야 아리는 강의실 안의 모든 남학생들이 자신을 대놓고 보거나 훔쳐보고 있다는 걸 확인했고, 창피함에 고개를 숙이며
의자에 앉게 된다.
“ 진짜 오늘 무슨 날이니? 선이라도 봐?”
“ 혹시 미희 못 봤어?”
“ 미희? 미희는 왜? 너 미희랑 어울려? 걔랑 놀지마.”
“ 그런 게 어디 있니. 미희는 같은 과 친구 아니야?”
“ 그런 게 아니고 걔 어제 저녁에 생긴 대로 놀다가 딱 걸렸잖아!”
“ 무슨 소리야?”
“ 소문이 뻥이 아니라니까! 어제 걔네들 구릅끼리 노래방 갔더라고, 그런데 나오다가 딱 걸렸잖아. 요즘 그 지지배 생체과
3학년 철홍오빠랑 사귀잖아.”
“ 그 오빠가 미흴 쫓아다니는 거 아니야?”
“ 어쨌든! 어제 노래방에서 나올 때 철홍오빠도 같이 있었는데 이상한 남자가 달려들어서 갑자기 철홍오빠를 막 때리기
시작하더라고 난리도 아니었데 철홍오빠도 운동 꽤나 한다고 하던데 막 얻어 터졌데.”
“ 그래서?”
“ 그 와중에 미희 고년이 말리다가 소리 지르고, 그 남자한테 매달리고... 하여튼 나중에는 끌려가다시피 그 남자한테 손목
잡혀서 갔다더라.”
“ ......”
아리의 머릿속에 불길한 느낌과 함께 미희가 아르바이트를 했었기에 만날 수 있었다던 남자가 떠올랐다.
자신을 놀리듯 얘기하는 미희의 행동에 그땐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그 남자의 정체가 그 만남부터 일반적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아리였다. 아리가 아르바이트를 한 엘르란 곳을 몰랐다면, 민기의 과거 행동과 함께 그곳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어떤 사람임을 아예 접해 본적이 없는 아리였다면 이렇게 불안함을 느낄 리가 없었다.
“ 어! 어디가!”
“ 나 대출 좀 해줘.”
“ 무..뭐?!! 대출!?”
“ 응. 미안.”
아리가 단 한 번도 이런 부탁을 해본 적 없었기에 더 크게 놀란 친구를 뒤로하고 또각거리는 구두소리를 내며 급하게 강의실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잘 신지 않아봤기에 비틀거리길 반복하며 뛰어가는 아리였지만,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연결음에 뇌리속에 물든 불안감이 더 커졌기에 그런 건 전혀 상관없었다. 단지 삼일뿐이었지만, 미희란 존재는 아리에게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남자에 대한 많은 얘길 나눈 첫 친구였고, 둘러말하긴 했어도 민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자랑하며 고백한 마지막 날의 대화를 아직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띵똥~.......띵똥~~..띵띵띵똥~~~~띵띵띵..’
단 한 번 방문한 미희의 원룸이었지만 확실했기에 몇 번이나 누른 초인종에도 인기척이나 대답조차 없었다. 십여 분이나
초인종을 누르던 아리는 어제 사건 당시에 같이 있었던 철홍이란 선배를 떠올리곤 황급히 발걸음을 다시 옮기게 된다.
생활체육학과 3학년 선배를 찾아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리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별로 신어본적 없는
하이힐로 인해 잘록한 발목 뒷부분의 스타킹엔 피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 저기요. 혹시 철홍..선배라고 있나요?”
생활체육학과 수업을 물어 겨우 찾아간 동관 4층, 막 수업이 끝났는지 남자들이 떼거지로 빠져나오기 시작한 강의실 앞에서 한 남자를 붙잡고 다급히 물어본다.
“ 철홍이?”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에 크게 눈을 뜨고 위아래로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을 무시하고 다시 묻는 아리다.
“ 철홍선배라고.. 없어요?”
“ ...철홍아.”
왼쪽 턱 피멍이 시퍼렇게 든 남자가 아리를 빤히 쳐다보곤 걸어온다. 생활체육학과답게 건장한 남자의 체격과 어울리는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걸어온 남자는 경계심보다는 아리의 미모와 옷차림에 더한 호기심을 느끼는지 먼저의 남자처럼 발부터 얼굴까지 몇 번이나 위아래로 훑어보곤 옅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연다.
“ 너 미희랑 같은 과지?”
“ 네?...네. 저기 선배님 혹시..”
“ 와~ 너 진짜 예쁘다.”
“ ....”
“ 그냥 청순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와우~”
“ 저기요. 선배. 혹시 미희랑 또 만났어요? 어제 이후에요.”
“ 나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자.”
“ 예??.. 그게 아니고요. 미희가..”
“ 이 놈의 인기는.. 너도 미희랑 나랑 깨진 거 듣고 온 거지?”
“ .........”
헐떡이는 숨을 겨우 진정하고 있는 아리는 철홍이란 남자의 말에 기가막혀하기 시작했다.
“ 그게 아니고요. 미희가 연락이 안 돼요. 혹시 미희 연락 받으셨어요?”
“ 그 재수 없는 년 얘기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 없었어요?...”
확인하듯 재차 묻고는 아리가 막 몸을 돌리려 할 때 철홍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온다.
“ 있었지.”
“ ..네?”
“ 오늘 아침에도 통화 했었는데.”
“ 괜찮데요? 아무 일 없었데요?”
“ 아무 일 없었데. 됐지? 미희 일 때문이라면 나한테 볼일 없는 거니까 난 밥 먹으러 간다.”
“ 미희가...뭐라고 했어요?”
“ 아 진짜!”
“ ....”
“ 지금쯤 아마 근처 모텔에 있을 테니까 다 찾아보던가! 왜 사람을 귀찮게 하는데!!”
“ 거짓말이죠?”
“ 내가 미쳤다고 바람피우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여자 때문에 거짓말까지 하겠냐! 가뜩이나 열 받아 죽겠는데..”
“ 철홍아 빨리 가자!”
철홍이는 친구로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에 팔목을 잡았던 아리의 손을 뿌리치며 걸어가기 시작한다.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는 얘기였지만, 아리의 생각으론 미희가 그렇게 막 나갈 여자는 아닐 거란 믿지 못할 확신이 있었기에 다시 한 번 핸드폰을 꺼내들고 미희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누르게 된다.
전원이 꺼졌다는 연결음이 들릴 줄 알았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막 잠에서 깬 듯 한 잠긴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미희 핸드폰 아닌가요?”
[.....맞는데.]
“ 미희 좀 바꿔주세요.”
[지금 전화 받을 상태가 아닌데.. 나중에 다시 걸어.]
“ 여보세요! 지금 당장 바꿔달라고요!”
[....야! 야!!]
“ ....”
[안 일어난다고. 나중에 다시 걸라고.]
“ 지금 어디에요!? 지금 미희 데리러 갈 테니까 어딘지 말해요!”
[...대게 꽥꽥 거리네. 뭔 큰일이라고 큰소리야!]
아리의 말에 오히려 큰소리를 지르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게 된다. 다시 한 번 번호를 확인해 보지만 확실히 미희의 번호가 맞았기에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조금은 차분한 목소리로 아리가 말을 시작한다.
“ 정말.. 중요한 일 때문이라서 그래요. 꼭 미희를 만나야 되거든요. 어딘지 말해주세요. 거기로 갈게요.”
[짜증나게...]
“ 미희가 잘못된 거 아니죠? 그래서 안 바꿔주는건..”
[OO동 로얄 모텔 321호다.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 네.”
전화를 끊은 아리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다시 택시를 잡기 위해 학교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왜 이런 힘든 복장을 했는지 후회를 하며 막 뛰어나가던 아리는 주차장에 막 차를 대는 민기와 마주친다.
“ 아리야.”
“ 어..”
“ ..... 무슨 일 있니?”
아리의 치장한 모습에 민기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에 걱정스럽게 묻게 된다.
“ 오빠 OO동으로 빨리 데려다 주세요.”
“ OO동?? 거긴 왜?”
“ 빨랑요!”
무작정 차에 오른 아리를 보며 민기도 차에 올라 막 껐던 시동을 다시 걸었고, 아리의 표정만큼이나 다급함을 알고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마에 흐른 땀은 블라우스까지 적셨기에 다급함을 느낀 민기였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굳게 다문 아리의
입술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운전에만 몰두한다. 민기는 아리를 너무도 잘 알기에 지금 어떤 질문을 해도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대답조차 하질 않을 거란 걸 알고 조용히 속도를 더하기만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 쉽사리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지 아리가 두꺼운 코트를 벗어 뒷좌석에 던져놓고는 다시 앞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OO동의 도로가에 차를 세운다. 차가 도로가에 멈추자마자 아리는 문을 열고는 무작정 뛰어가기 시작했고, 민기 또 한 아리의 뒤를 쫓아 시동을 끄는 동시에 운전석에서 다급히 내리게 된다.
“ 아저씨!”
“ ...?”
막 문을 잠그고 뛰려던 민기를 잡아챈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경찰관 두 명이었다.
“ ..무슨?”
“ 여기 주차하면 안 돼요. 차 빼세요.”
“ 아!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진짜 바쁜 일이 생..”
“ 바쁜 일이건 긴급한 일이건 아저씨 사정이고! 여기 주차하면 다른 차들이 못 들어간다고요.”
“ .... 금방 와서 뺄게요. 그럼.”
막 뛰려던 민기의 어깨를 잡은 경찰관이 신경질을 부리며 목소리를 한 층 높인다.
“ 이 아저씨가 장난한다! 지금 우리말이 말 같지 않아요?”
“ 알았으니까. 금방 와서 뺀다고요.”
“ 그러니까 안 된다니까!! 당장 빼라고!”
“ 이 개....”
“ 뭐!!?”
“ ...후~.. 알겠으니까.. 견인을 하던 때려 부수던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네!!!”
“ 이 사람이 미쳤나! 이 제복 안보여!!”
“ 내가 장님이냐! 알았다잖아!!”
“ 야 김순경. 이 새끼 연행해!!”
“ 이게 진짜!!”
대화를 나누던 경찰관이 민기의 어깨를 잡고 명령을 하자 바로 옆에 있던 다른 경찰관이 민기의 팔목을 잡으며 제지를 하려 한다. 그러나 민기의 팔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잡으려던 경찰관의 팔목이 비틀려 무릎을 꿇으며 차에 기대게 되었다.
그 와중에 민기는 아리가 사라진 교차로의 큰 골목길로 고개를 돌려 아리를 찾아 시선을 옮겨보지만, 이미 아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보이질 않는다.
“ 이 사람이 진짜!! 어억억!!”
대화를 나누던 경찰관도 무릎을 꿇은 경찰관의 모습에 당황하며 민기의 팔뚝을 잡으려 시도하지만 그조차도 그대로 고꾸라지듯 민기의 다리에 걸려 차에 얼굴을 처박았고, 다른 경찰관을 잡고 있던 팔을 놓아주고는 재빨리 아리가 사라진 골목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미희야!! 미희..”
“ 시끄럽게 진짜.. 여기 벨 안보..”
짜증을 부리며 모텔방의 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어깨에 부채의 형상 안에 독수리가 그려진 문신을 드러낸 채 발가벗은 상태
였다. 문을 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화를 내듯 말하던 남자는 아리의 모습에 하던 말을 멈추고는 아리의 다리와 가슴에 노골적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문을 막고 섰다.
“ 미희 있어......요?”
남자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희의 행방을 묻던 아리는 덜렁거리는 남자의 자지를 발견하고 나서야 고개를 숙이며 멈췄던 말을 이었다.
“ 아직 자는데.”
“ 미희 좀 불러주세요.”
“ 미희도 나처럼 다 벗고 있는데 지금.. 들어와서 얘기하던가.”
“ 네!?”
“ 싫으면 그냥 가던가. 어제 졸라 마셔서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아마 일어나다 말고 방바닥에 머리를 처박을걸.”
“ ......비..켜주세요.”
“ 맘대로 하세요~”
남자는 자신의 중요부위를 끝까지 가리지 않은 채 문의 벽에 기대어 통로를 열어준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리가 애써 진정하며 남자의 몸에 최대한 떨어져 모텔방 안으로 들어간다.
“휘이~~”
남자가 고개를 살짝 숙여 지나가는 아리를 내려다보며 휘파람을 분다. 코트를 차에 두고 뛰어온 걸 이제야 후회하는 아리는 남자의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는 질 알고 있다는 듯 왼손을 올려 없는 단추를 부여잡듯 블라우스의 카라 아래를 여미어 잡아 드러난 가슴골을 숨기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담배 냄새가 찌든 모텔방 안으로 들어선 아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십 수 병의 빈 소주와 맥주병들과 함께 시체처럼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꼼짝하지 않고 있는 미희의 알몸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정작 아리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미희의 모습이 아닌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또 하나의 발가벗은 남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 미..미희야.”
“ ...”
“ 미희야! 일어나 봐!”
머뭇거리듯 남자를 피해 미희에게 걸어간 아리가 침대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크지 않은 목소리로 미희의 어깨를
흔들며 깨우기 시작해보지만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미희였다.
“ 친구?”
“ ...ㄴ..네??”
“ 미희 친구냐고.”
“ ....네.”
“ 같은 학교?”
“ ..미희야. 좀 일어나 봐.”
“ 술도 술이지만 오늘 아침까지 미친 듯이 달려서 쉽게 못 일어날 걸.”
“ 미희야.”
“ 미희랑 친한 친구는 다 아는데.. 넌 처음 본다. 이름이 뭐냐?”
“ ...”
“ 누가 잡아먹는데. 이름은 있을 거 아니야.”
“ 아..리요.”
“ 아리? 이름 특이하네. 혹시 가명?”
“ 아니요. 미희야!!!”
“ 조용히 하는 게 좋을 텐데~ 저 새끼 일어나면 골치 아플걸. 착한 나랑 달리 저 새끼는 구멍이란 구멍은 다 쑤시고 보는
새끼라서.. 더군다나 너같이 초상급이면....”
“ ..미희야.”
“ 큭큭큭~”
조금 더 작아진 아리의 목소리에 재미있다는 듯 웃기 시작한 남자는 아리의 목덜미부터 찬찬히 땀에 젖은 블라우스 뒤로 훤히 드러난 검은색 브래지어 끈을 감상하듯 쳐다본다.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보인 스타킹 발목과 발바닥에 혀를 내두르며 입술을 적시곤 손을 내려 자신의 자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 너 돈 좀 벌어볼래?”
“ ....”
“ 남자 친구 있니?”
“ 이..있어요.”
“ 같은 학교? 그게 남자냐. 새파란 얼뜨기들이지 자고로 남자라고 하면 여자 입에서 곡소리 날 때까지 박아줄 주 아는 게
남자지. 딱 보니까 처녀는 아닌 거 같은데.. 너 올가즘이란 거 한 번도 못 느껴봤지?”
“ 미희야... 일어 나 봐.”
물이라도 컵에 따라와 미희의 얼굴에 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아리였지만 정수기도 소파 옆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장소까지 가는 텔레비전 테이블엔 자지를 주무르며 목덜미부터 엉덩이를 대놓고 감상하는 남자가 기대고 있었기에
어깨를 흔들고 있는 손에만 더 힘을 주게 된다.
“ 너 정도면 한 달에 이천은 우습겠네. 거기다가 한 번 맛들이면 다시는 못 잊을게 바로 이 좆맛이걸랑. 어때?”
“ 전 됐어요. 아리 좀 깨우게... 물 한 컵만 주세요.”
“ 내가 왜??”
“ ...”
“ 네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니잖아? 하긴 졸라 싸질러서 더 이상은 나오지도 않겠네..큭큭큭~”
“ 저질...미희야.”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다시 미희를 깨우는데 전념하는 아리였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무얼 의미하는지 충분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담배 냄새와는 다른 음습한 이 모텔방에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기 위해 조금은 과격하게 미희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고, 그런 아리의 행동에 미희도 조금씩 의식을 차리는 듯 신음 소리를 내며 무거운 눈꺼풀을 뜨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인다.
“ 으음...”
“ 미희야. 일어나 봐.”
“ 허.. 뭐 하러 피곤한 애를 깨우냐. 침대도 넓은...”
“ ......”
“ 아리라고 했지? 대충 얘긴 들은 거 같은데 지금 상황 보면 알겠지? 어제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니까. 그만큼 빠구리에
환장할 정도로 잘한다는 거지. 어때?.. 우리 좋은 게 좋은거잖냐. 응?!”
“ 소리 지르기 전에 움직이지 마세요!”
“ 뭐? 하하하하하하”
그제야 매서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린 아리였다. 하지만 아리의 고개는 곧 다시 원위치가 되어버린다. ‘졸라 싸질러 더 이상
나오지도 않겠다’는 남자의 말과는 달리 어느새 크게 발기한 남자의 자지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는 난생 처음 보는 흉측한 물건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뻔 했다.
“ 민기 오빠 대단하더라.”
“ ....”
“ 내 생각대로 아리 너한테는 많이 아까운 남자더라.”
“ 그래?”
전공수업이 끝나자마자 미희가 아리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충혈 된 눈으로 입맛을 다시는 미희의 모습에
아리는 냉정하게 행동하며 시선조차 마주하지 않는다. 미희 만큼이나 아리도 잠 한 숨 못 이뤘기에 피곤한 몸을 책상에
엎드리려던 찰나에 방해꾼인 미희가 등장한 것이다.
민기가 집에 들어온 시간은 새벽 5시가 넘었다. 아리가 이미 편한 반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고 막 잠이 들려던 그때였었다.
“ 굵기도 굵기지만 지속력이 무슨 야생마로 착각할 정도로 대단하던데.. 너한테 많이 만족을 못했었나봐?”
“ ......”
“ 하긴 아직 순진한 척 하는 네가 섹스 맛을 제대로 알긴 하겠니?”
강의실에서 그것도 여자 둘이 나누기엔 너무도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얘길 아무리 소리죽여 하는 말이라도 서슴없이 뱉어
내는 미희의 행동에 아리가 고개를 돌려 미희의 얼굴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그런 남자랑 동거하면서 어떻게 그런 순진한 척을 할 수 있니? 참~ 존경스럽다 너!. 학교에서는 아주 도도한척 순진한
척은 다하면서.. 하긴 민기오빠 같은 남자랑 살을 맞대고 살면 여기 애들은 진짜 애들로밖에 안보일지도 모르겠네.”
“ 그러니?”
“ ....”
노골적인 도발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도 않는 아리의 모습에 미희가 입을 다물곤 잠시 생각을 한다. 애써 진정하려 행동하는 아리라고 하기엔 너무도 태연하게 책가방을 챙겼고, 책가방을 챙기는 손에도 전혀 떨림이 없었기에 머뭇거리게 된다.
잠 한 숨 이루지 못한 어제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아리와의 시선을 피하게 된다.
“ 아리랑 동거한지 오래됐어요?”
“ ...”
“ 아리 몸매 좋던데.. 속궁합도 잘 맞아요?”
“ 그런 얘길 하자고 날 부른 건 아닐 테고,, 부탁할거란 게 뭐지?”
“ ....”
“ 딴 생각이었다면 난 됐으니 가볼게.”
“ 오빠도 봤으니 알겠지만.. 제가 좀 곤란한 입장이라 서요.”
“ ...”
“ 혹시 날 그렇고 그런 여자로 보는 건 아니시죠? 물론 제가 좀 놀긴 했지만 싸구려는 아니거든요. 단지 좀 즐길 줄 아는
여자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저도 아리만큼이나 ”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나한테 이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은데.”
“ 오해하실까.. 봐요. 그 놈이란 남자를 잘 못 만나서 못 보여드릴 걸 보여드렸지.. 제가 그런 여자가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해서 먼저 말씀 드린 거예요.”
미희가 말을 하며 앉은 의자를 조금 더 민기에게 끌어 옮긴다. 아리와 말싸움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미희는 옷을 몇 번이고 갈아입었었다. 처음엔 아주 짧고 가슴이 깊게 파인 야한 원피스를 업었다가 헐렁한 티셔츠에 핫팬츠로 갈아입는 등 몇 벌의 옷으로 바꿔 입고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아리와 비슷한 추리닝으로 세팅을 한 지금의 복장은 아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섹시함이란 단어를 갖추고 있었다.
검은색 벨벳으로 이뤄진 원단의 광택은 몸에 심하게 밀착된 추리닝의 굴곡을 유감없이 빛에 의해 도드라지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었고, 추리닝이라기 보단 여성의 요가복과도 같은 형태였다. 몸에 자신감이 충만한 미희였기에 거의 엉덩이에서 이어지는 허벅지의 윤각이 알몸처럼 드러나는 추리닝의 타이트함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추리닝의 타이트함이 얼마나 심했는지 자세히 보면 미희의 가랑이사이 도끼 자국까지 보일 정도였다.
“ 내가 오해할 필요가 없...”
민기가 미희의 말을 자르며 귀찮다는 듯 맥주를 마시려고 막 들었을 때 미희가 추리닝 상의의 지퍼를 반쯤 내린다.
검은색 추리닝 사이로 회색 스포츠 브래지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덥지 않아요?”
“ ....”
“ 나만 덥나?”
“ 지금 뭐하자는 거지?”
“ 네? 왜요?”
“ ..용건 없으면 그만 하자.”
“ 옷 갈아입고 나오는데.. 그 남자가 골목에서 나왔어요... 다행히 절 발견 못해서 뒤쪽으로 도망 나올 수 있었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집요한 지 잠시 잊고 있었어요...”
“ 그래서? 나보고 그 사람을 처리라도 해 달라는 말인가?”
“ ....아니요.”
“ 그럼?”
“ 아리 아르바이트 간다고 했을 때 그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나오긴 했는데.. 막상 갈 곳이 없어서.. 모텔이라도 갈려고
했는데 너무 급하게 나오다보니까 지갑도 못 가져왔어요.”
‘툭~’
미희의 앞뒤도 맞지 않는 말에 민기는 정말로 귀찮다는 듯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있는 지폐를 다 꺼내 테이블 위에 툭하고 던져 놓는다.
“ 지금 있는 건 이게 다다. 이정도면 며칠은 충분할걸.”
“ 누.........굴 거지로 아세요?”
“ ....”
“ 전 공짜로 주는 건 10억이라도 절대 안 받아요.”
“ 누가 공짜로 준다고 했나? 갚아.”
“ ...돈 말고 다른 걸로 갚으면 안 될까요?”
“ ......너 몇 살이냐?”
“ 네?”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부터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 재수 없어.”
“ ....뭐?”
“ 어차피 내가 다 벗고 덤비면 빨딱거리면서 엎어트릴 걸..”
“ ....”
“ 위선자라는 말 들어봤어요?”
“ 네 얘길 듣고 있으니까 귀가 썩겠다.”
“ 앉아요!!!”
민기가 말을 끝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에 걸쳐놨던 양복 상의를 들고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는데 미희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악을 쓰며 민기의 소매를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찌지직~~~’
“ .....”
“ ....”
소매의 이음새가 뜯어져 민기의 어깨부위가 드러나 버렸다.
“ 지금 뭐하냐?”
“ .....그..거 문신이에요?”
“ ....”
“ 오빠.. 뭐 하는 사람이에요? 세일즈맨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 ...맞아 세일즈맨. 일회용이니까 신경 끄고 니 갈 길이나 가세요.”
“ 제가 바보로 보여요? 헤나랑 문신하고 구별도 못하는 여자로 보여요?”
“ .....”
“ 무..뭘 그렇게 노려봐요. 그런다고 제가 겁먹을 거 같아요?”
“ 왜 계속 신경이 쓰였나 했는데.. 아리의 불량버전 같구나. 너.”
“ 네..네??? 아리가 저랑 닮았다는 말이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 아니! 닮았는지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넌 그냥 아리를 흉내 내고 있는 것뿐이었네.”
“ 뭐라고요!! 그런 년을 제가 왜 흉내를 낸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부족한 게 뭔지도 모르고, 좋은 사람 만나서 호강만만
하면서 살아온 아리를 제가 왜..”
“ 그러게... 왜 그러는 거냐?”
“ 말이 안 되잖아요.”
“ 너 남이 좋은 걸 갖고 있으면 배가 아프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뺏고 싶고.. 그 무슨 짓이란 것엔 몸까지도 이용할 수
있고 말이야.”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제가 뭐가 부족해서!! 뭐? 아리를 내가 흉내를 낸다고??”
“ 오간가.. 아버님의 성함이 맞나?”
“ ......”
“ 강남에서 한 때 유명하셨던..”
“ 너 뭐야!!”
“ ....”
“ 왜 사람 뒷조사까지 하는 건데!”
“ 숨기고 싶은 과거란 건 알겠는데, 너무 목소리가 큰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이 봐서 안 좋은 건 그 쪽 아닌가?”
“ 시..발......”
“ 한번 만 더 욕해라..”
“ 어쩔 건데? 여자를 때리기라도 할라고?”
“ 아가리 찢어져 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알지...”
소리를 지르는 미희와 달리 한층 더 낮은 톤으로 조용히 얘기하는 민기의 목소리에 더 살기가 서려있었고, 느낀 것도 미희
였고, 압도당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는 미희였다. 문제는 미희란 여자의 아집이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온갖 위협과
상황에서도 아리와는 다른 의미에서 자신의 몸 하나로 헤쳐 나온 미희였기에 지금 상황에 고집도 아닌 아집을 부리게 된다.
“ 후~... 내가 이런 핏덩어리를 상대로 뭘 하는 건지...”
“ 뭐라고요?”
“ 됐다.. 그래. 나한테 부탁하고 싶다는 게 정말로 있다고 치고... 있기는 하냐?”
“ 아리랑 제가 뭐가 다른데요?”
“ 뭐가 똑같냐고 박박 우기던 게 언젠데,,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그러는데?”
“ 같은 나이고! 저도 어디 가서 미인이란 소릴 들으면 들었지 못 생겼다는 얘긴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어요. 몸매?? 아리가
가슴이 더 크다는 건 저도 인정하는데!! 저도 B컵은 되거든요! 솔직히 아리같이 순진한 여자가 보기엔 좋아도 먹기엔
별로라는 거 아직 모르시죠? 아니지.. 그렇게 순진한 척 다하는 년이 뒤로는 호박씨를 엄청 까는지도 모를 일이네~.
맞네! 그러니까 어제도 당하면서 느꼈지! 맞네!!”
“ 너 이거 안보여?”
“ 무..뭘요?”
민기가 입은 양복 상의의 목덜미 부분을 옆으로 젖히듯 벌리고는 찢어진 소매 사이로 문신을 드러내며 기가 찬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 문신이 왜요?”
“ 이런 걸 새길 정도면 내가 왕년에 어떻게 놀았는지 파악 안 되나? 어디서 그 더러운 입으로 아리 이름을 함부로 올려!
정말 확 그냥....”
“ ....하나도 안 무섭거든! 양아치같이 몸에 같잖은 문신이나 새기고. 딱 감이 오네.. 양아치랑 어울리는 아리..”
“ 닥쳐라. 한 번만 걸레 같은 입으로 아리 이름 부르면 정말로 수락산 절벽 한가운데에 거꾸로 매달리는 수가 있다.”
“ ......”
“ 됐다. 너랑 더 이상 말을 섞는것도 아깝다. 길거리에서 자든지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 븅신 새끼 같은 놈들하고 다시
붕가붕가하면서 놀러가던가.”
“ 잠깐만요!”
“ ...시끄럽게.”
“ 정말.. 집에까지만 데려다 줘요..”
“ ..내가 미쳤냐?”
“ 잘못했다고요.. 잘못했다고 말하잖아요. 그러니까 집까지만 데려다 달라고요... 무섭다고요.”
“ ....”
“ 저.. 손 좀 씻고 올게요. 진짜 가지 말고.. 집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 알았으니까. 다녀와.”
마지막으로 속아주기로 마음먹은 민기였다. 미희란 어린 여자가 지금 뭘 하려는지 눈에 뻔히 보였기에 민기는 생각보다 조금 싱겁다는 감정을 느끼며 방금 전 미희에게 했던 말이 너무 과한 건 아니었는지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아리의 일이라면 감정을 쉽사리 추스를 수 없는 자신에게 실망한다.
폭력과 잔인성이란 감정이 아리로 인해 많이 희석된 반면에 집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리에 대한 감정은 조금 더 커졌고,
현역일 때보다 더 발끈하는 일이 많았던 경험에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포커페이스란 별명까지 얻었던 과거의 민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 가요.”
“ 똥이라도 쌌냐? 뭐 이리 오래 걸려?”
“ 매너 없게.. 알았으니까 가요.”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하더니’란 생각에 걸어가는 미희의 뒤에서 피식하고 웃는 민기였다. 자신이 불리해지자 결국 모든 걸 회피하는 미희의 모습에 역시나 나이에 맞는 스무 살 다운 행동이란 생각에 미소 짓게 된 민기의 행동이었다.
커피 전문점에서 막 나온 민기는 벌써 1시간이나 지난 시간을 확인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아리에게 전화를 걸려 전원버튼을 살짝 누른다. 그러나 핸드폰의 액정화면은 깜깜하게 막혀 있었다.
‘어.. 핸드폰이 왜 꺼져있지?’
“ 뭐해요?”
“ 으..응?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았나..”
“ 줘봐요.”
“ 됐다. 이제 들어갈 건데...욱!!”
핸드폰을 들고 있던 민기를 몰아붙인 건 미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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