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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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평소 동민 자신의 말을 빌려 아주 지랄을 하고 있는 동민이다.
민기와 강철이, 그리고 막내인 찬이가 같이 배에 칼침을 맞은 동민이를 문병을 오게 됐다. 그런데 문도 안 잠가 놓고 동민은
침대위에서 나인과 섹스를 한판 진하게 벌리고 있었다. 방안을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침대가 민기 일행을 맞이하듯 리듬을 타고 요동치며 세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민기가 일인실을 잡아줬더니 간호사가 다녀가자마자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하곤 침대위에 누워 있는 동민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 나인의 모습에 민기는 기가차서 말도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는다.
막내보다 강철이가 재밌는 구경거리에 더 신이 나서 휘파람까지 불며 나인의 몸을 감상하듯 단걸음에 먼저 걸어 들어간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환자복까지 입고 아니 그냥 어깨에 걸친 채 앞을 훤히 드러낸 나인의 몸매는 길상파의 두목조차 녹였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닌 듯 잘록한 허리에 대비되는 너무도 큰 가슴으로 약간 처진 듯 보였지만, 쭉쟁이 할머니 같은 가슴이 아닌 순전히 무게에 처진 가슴임을 강조하듯 모양은 좋아 보인다.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동민과는 달리 나인은 아예 입고 있지도 않았는지 환자의 상의만 걸친 채 민기 일당이 들어왔는데도
멈출 줄 모르고 허리를 흔들며 뇌쇄적인 신음 소리를 뱉어내며 요란하게 출렁이는 가슴을 보여주며 욕을 하고 있었다.
" 헉~~헉~~~ 그래,.. 이..이거야~~헉~~ 좋지.. 자기야 넘 좋지~~~ 아.. 개새끼... 나 버리고 갈라고..
이렇게 맛 들여 놓고는 날 버리고..헉~~헉~~"
" 혀..형님.."
" 헉~~헉~.. 다..닥쳐!! 나..나만 보라고!! 나만.."
" 이게 미쳤나.. 비켜 이년아!"
" 아~~아학~~~더..더해줘... "
" 아따.. 동민형님 참 실하시네... 와따.. 형수는...죽이구만..."
" 비키라고 이년아!! 으윽...."
밀어내 듯 나인을 옆으로 밀쳐내고서야 서둘러 바지를 치켜 입은 동민은 상처가 쑤시는지 일그러진 얼굴을 하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민기에게 인사를 한다.
" 혀..형님.. 식사는 하셨슴까.."
"미친놈...."
" 크.. 아.. 저년이 글쎄.."
" 내가 뭘.. 자기가 간호사 보곤 꼴려서 죽겠다고 해놓곤,... 내가 이렇게 시퍼렇게 눈뜨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들어오냐!"
" .....아... 시브럴... 야 조용히 못하냐..."
" 시발.. 어따 대고 욕이야! 야!!"
" 조용히 좀 합시다.."
" 헛!!!...."
민기가 간의 의자에 앉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얘길 하는데 순간 나인이 움찔거린다. 그제 저녁 그 장소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크게 놀란 건 다름 아닌 나인이 분명했다. 사람의 목숨을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너무도 손쉽게 그리고 철저히 숨이
끊어지는 것까지 확인하는 민기의 모습은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인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충분했고, 민기가 무서운 존재라는 걸 인지하기 충분했다.
" 그래서.. 넌 어쩔 건데..."
" 예?"
" 뭐가 '예?'야 이 새끼야!"
" ....죄송합니다.."
" 너 이 여자가 길상이 냄비였던 건 알고 있냐?"
" 예....... 형님."
" 잘~알~한다.. 그걸 아는 놈이.. 같은 식구네 앞마당에 쳐들어가서 그 짓거리를 해? 그것도 적대파 계집년 때문에?!!"
" ....."
" 네가 짱개나 막내 같은 새끼였으면 이렇게 화도 안나! 이 새끼야!"
" ....죄송합니다.."
" 죄송하다는 말이면 다 끝나는 줄 알아?!!"
" ..."
잠시 적막감이 흐르는 병실안에 나즈막한 목소리의 충격적인 민기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동민이 크게 동요하게 된다.
" 처리해라..."
" ...예???"
" 처리하라고!.. 아니면 내가 직접 처리할까?"
" 혀..형님..."
" 혀..형님.. 여긴 병원입니다.. 그런 얘기는.."
" 뭐?! 이 새끼가!! 강철 너도 뒈지고 싶어? 아니면.. 이 년이랑 안면 있다고 지금 편드는 거야?"
" 그..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형님... 일반인이 들으면..."
" 지금 그게 문제야?! 이 년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동민이 이 새끼를 윗분들한테서 막아줄 수 있을 거 같아?"
" ....."
" 후~~~ 동민아!"
" 예.. 형님.."
" 가리수가.... 만약에 그런 사고를 안쳤다면 넌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무작정 맞다이를 꺘냐?"
" 저도 처음부터 그렇게 나간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새끼가 자꾸.."
" 자꾸 뭐?"
" 가리수 새끼가.. 나인을 욕보일라고 하는게 않니겠습니까 형님..."
" 미친놈... 이년은 길상이랑 지들 좋다고 뒹굴던 년이야!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 그 가리수 새끼는 당연히 길상이를
알고 있는데! 가만 놔두면 그게 병신 아니냐고!"
" 그래도.."
" 그래도???!! 너 졸라 말 많아졌다... 언제부터 내 명령에 이렇게 토를 달았냐?"
" 그..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형님....전.. 그러니까 전 말입니다...."
" ...안되겠다.. 막내야.."
" 예 형님.."
" 먼저 이년 데리고 가서 차에 실어라.."
" 예...형님."
" 악! 놔.. 놓으라고!! 나 죽어도 이 사람 앞에서 죽을 테니까!! 놔!!!"
" 혀..형님.."
" ....."
" 한번만 봐주시면.,... 형님 은혜는 항상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님 저 년은.. 정말로..."
" 뭐하냐.. 시끄럽게 굴지 말고 빨리 데려가라.."
" 혀..형님...."
" 이 새끼가...."
" ...."
" 너 다시는 나 안볼 거야?"
" ...예?"
" 이년 데리고 간다는 건.. 다시는 나 안 본다는 건데.. 그럴 거면 지금 말하라고!!. "
" 혀..형님.."
" 정신 차려 새끼야!.. 이 년은 너 또 배신할 년이야!"
" 아닙니다 형님!.. 공민파 구역에서 행패 부린 것도 죽으려고 그런 겁니다.. 제가 안 만나 주니까..."
" 지랄한다.. 너 저년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데?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사무실에서 한번 씹질 하고
눈 맞은 게 영원할거 같아?"
" 예??"
" 내가 모를 거 같냐고, 속궁합이 좋다고 치자.. 그래서 인생 조지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 속..궁합도 좋지만.. 형님.. 저 친구도 길상이한테 맞아서 귀가 잘 안 들립니다.. 저랑 같은 장애도 있고..
그리고 둘 다 어릴 때 막살다가 겨우 맘 잡은 겁니다.. 길상이한테 헤어지자고,..
그 새끼가 그렇게 변하고 나서 제대로 살고 싶다고.. 헤어지자고 말하려고 사무실에 있었답니다 형님.."
" 미친 새끼...... 야!! 넌 저년이 나 찌른 거 잊었어?!!"
" .....그..."
단 한 가지... 그것만은 동민도 대꾸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범하고 있는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기를 부리던 동민이었지만.. 자신이
모시는 형님에게 칼을 겨눈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는 걸.. 조직 내에서 넘버 투라 자부하는
동민이기에 더 잘 알고 있었다.
" 도..동민씨.. 내가 잘못했어.. 아니!! 보스... 보스한테 칼 휘두른 건.. 한때.. 그래도 날 사랑해준 길상이니까.. 그러니까..
아무리 헤어지려고 해도.. 사랑했던 사람이 앞에서 죽어 가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보스.. 제..제발 용서해..."
" 네.. 년.. 한번만 더 아가리 놀려라... 한번만.. 아가리 더 놀리면..찢어서 그 아가리 귀에 걸어벌랑께.."
" ......보..보스.."
" 내가 왜 네 보스야악!!!!"
" ....."
참다못한 민기가 소리를 지르자 자신도 모르게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이는 나인이다.
하지만 민기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동민을 똑바로 노려본 채.. 의자에서 요지부동으로 앉아 있었다.
" 여기.. 병원이다.. 강철아 네 말대로.. 더 이상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찬이랑 같이 이분 차에 데려가라..."
" 예..형님.."
" ...예.."
흐느껴 울며 나인은 강철과 막내 찬이의 손에 이끌려 병실을 걸어 나간다.
" 왜.. 하필이면. 저 년이냐.. 여자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저 년이냐고...."
" 죄..죄송합니다 형님....그런데 마음이 그런걸...."
" 도저히 못 잊겠냐?"
" ....."
" 그럼 지금 내려가서 차 몰고 떠나라.. 나 안 보이는 곳으로 도망가서..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알았냐?"
" 아...아닙니다 형님.. 제가 형님을 어떻게 떠나겠습니까... 아닙니다 형님..."
" ..........."
" 형님.. 다시는 여자 문제로.. 아니 다시는 여자랑 사랑놀음 안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평생 마지막 제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형님.."
" ...뭐냐?"
" 제발.. 저년 팔아버리거나 죽이지만 말아주십시오.."
" ....."
" 정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형님 모시면서 부탁 안 한 접니다.. 형님.. 저도 마음속으로 안 된다고....
자꾸 세뇌를 시켜봐도......제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 들어주십시오. 형님..."
" 그럼? 저 년은 어떻게 하고? 저대로 놔주면? 또 엄한데 가서 너 찾는다고 소란 피워서.."
" 아닙니다.. 제가 알아듣게 말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한번만 친동생처럼 아끼시는 동생 소원 좀 들어주십시오.."
" 이 새끼가.. 뭔 말이 이리 많아졌어..."
" 혀..형님.."
" ........알았다......다시 만나는 건 허락 못하고... 내가 알아듣게 말하고 해외로 보내버리테니.. 그렇게 알아둬라.."
" 가..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형님..."
" 배때기에 칼 맞은 새끼가.. 울긴 왜 울어!! 칼침 맞았을 때도 안 울던 새끼가!!"
" 죄송합니다... 형님.."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침대위에서 고개 숙여 연신 절을 하는 동민을 남겨두고 민기가 그대로 병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곤 거칠게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곤 고심에 찬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지포라이터를 꼼지락
거리기 시작했다.
" 어디로 모실까요 형님.... 인천으로 갈까요?"
인천이라는 막내의 말에 나인이 흠칫 놀라 어깨를 움츠린다.
앞좌석에 탄 강철과 찬 이였고, 흐느껴 울며 뒤에 타고 있던 나인의 옆에 올라탄 민기는 찬이의 말에 길게 한숨을 내 쉰다.
이젠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나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흘리던 눈물마저 그치곤 잠시 창문 너머의 병원의 기둥을 따라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바라본다. 한번만이라도 동민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민기의 처분을 기다리는 듯 조용히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 아니면.. 사무실로 갈까요 형님?"
" 여보세요? 짱개야.. 나다."
아무 대꾸 없이 조용히 나이스 바에서 동민의 옷에서 꺼내 아직도 가지고 있는 핸드폰으로 사무실로 전화를 건 민기의
모습에 나인은 사무실로 가서 자신을 처리할거라는 짐작을 하며 눈을 감게 된다.
" 너 위조 신분증 만드는 놈 잘 안도고 했지? 그 새끼한테 전화해서 한국 년하고 가장 비슷한 나라가 어딘지..
그리고 완벽하게 가짜 신분까지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봐라....뭐? 몰라도 돼! 조선족? 하여튼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신분으로
하나 만들어서 가져다 놔!.. 사진? 이 새끼가.. 내가 사진 찍어서 보내주랴?! 지금 가니까.. 네가 찍던지... 그래 알았다.."
민기의 통화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민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게 된 나인이다.
" 형님.. 갑자기 위조신분은 뭡니까?"
" 아따.. 이 무식한 강철형님아.. 형님 속뜻을 그리 모르겠수?"
" 무..뭐? 이 새끼가!! 뭔데? 넌 알아 들어쳐먹었냐?!!"
" 크크... 역시 울 형님이랑께.. 형님.. 그럼 사무실로 가면 되는 겁니까?"
" 조용히 해라.....알아서 가던가 말든가...."
" 이게 무슨 말이냐? 찬아.. 뭐냐고!!"
적막이 흐르던 달리는 차안은 얼마정도 달렸을 때 민기가 눈을 감은 채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나인의 시선을 못 이기고
먼저 입을 열게 된다.
" 너... 앞으로 또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동민이랑 함께 사이좋게 묻어버린다..."
" ...예?"
" 조용히 살라고!"
" ...저..절 그럼 동민씨랑..."
" 저 새끼가.. 저렇게 애원에 복궐까지 하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그러니까.. 동민이 배신하거나.. 내 뒤통수치면..
진짜로 내가 직접 네 년부터 손봐줄 테니까... 알아서 잘 살아라.."
" ....보..보스.."
" 아씨!.. 내가 왜 네 보..스........에이씨~~"
" 보..보스... 사랑해요..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보스.. 쪽!~~~"
" 어..어허!! 이..이거 왜 이래!! 확 차에서 던져버리기 전에 안 떨어져!!! 야.. 차 세워!! 이 년을"
" 보스!! 진짜 사랑해요!!"
" 이..이년이..."
달라붙는 나인을 겨우 헐떡이며 때어놓은 민기는 넥타이를 다시 고쳐 메고는 자신을 바라보며 이전보다 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인을 경계하게 된다. 역시 또 달라붙으려는 듯 나인이 팔을 뻗자 이번엔 손으로 나인의 얼굴을 짓누르며 일찌감치
떨어트리곤 겨우 한숨을 쉬게 된 민기였다. 앞자리에선 그런 민기의 모습에 연신 낄낄대며 웃고 앉아 있었기에 버럭 화를
내는 민기였다.
" 이 십새들이.. 보스가 습격을 당하는데 쳐 웃고 앉았어!!"
" 크크크크..."
" 키키키키~~"
" 아나.. 저런 새끼들을 믿고.. 내 등을 맡겨야 하는 거냐....참나.....아!... 찬이야.."
" 예 형님.."
" 단지빌라에 빈 집 남았지?"
" 예? 아!.. 예 형님.. 아직 아무도 입주 안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 그거 내일 계약해라..아니다.. 오늘 가다가 제수씨랑 같이 계약하고 와라.."
" 예?? 단지빌라를 말입니까? 거기 평수 넓은 것밖에 안 남았는데 말입니다..."
" 그럼 작은 걸로 계약하리?"
" 예??"
" 애도 낳고 살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할 거 아니냐고!"
" 아~~ 맞습니다!!.. 형님.."
" 사무실 가서.. 짱개한테 통장 달라고 하면 줄거다.. 그걸로 잔금까지 넣고..꼭 제수씨 이름으로 계약해..
그 새낀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엄한 놈한테 보증 서고도 남을 놈이니까..."
" 제..수..씨?.......보,..보스!... 아씨.. 나 보스한테 반할 거 같아.. 동민씨 버리고 보스랑 살면 안 되나..."
" 이..미친..... "
"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 키키~~..."
차안이 더 시끄러워 진다.
" 죄송합니다 형님.."
" 그래서? 나한테 얘기 안하는 게 더 좋지 않았겠냐?"
" 전 형님 모시면서 거짓말 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형님.."
" 길상이 가시나를.. 동민이랑 엮어줬다고...?"
" .....예 형님."
" 그리고.. 조선족으로 꾸며서 아무도 모르게 뒤처리까지 했다고 하는 말이 맞냐?"
" .....예."
철민의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민기는 무릎을 꿇고 그대로 소파에 옮겨 앉으려던 철민에게 모든것을 털어 놓았다.
기분 좋게 민기를 맞으며 소파에 앉아 이야기라도 나누려던 철민은 민기의 행동과 그리고 듣게 된 이야기에 혀를 차며
지그시 민기를 바라본다.
" 벌을 주신다면 제가 받겠습니다....."
" ...벌이라.."
" 조직을 떠나라고 하시는 것만 빼고... 아니.. 조직을 떠나라고 하시면 죽은 놈처럼 형님 곁에서 혼자 숨어서 지켜
드리겠습니다 형님..."
" 허어...... 그 가시나가 그렇게 소중하냐?"
" 동민이 놈한테 소중한 사람이니.. 저한테도 소중한 사람인거 같습니다...형님."
" 듣기론,... 네 팔뚝에 칼집 낸게 그년이라고 하던데.."
" .........예 형님.."
" 그 놈의 형님 소리는 한번만 하면 안 되냐? 거슬려 죽겠구만.."
" ...예 형...예..."
" 참.. 어찌 그리 못났냐?.."
" ...."
" 평소에는 그렇게 날선 놈처럼 섬뜩하면서.. 동생일이라면..... 그러고 싶냐?"
" ...죄송합니다 형님"
" 넌?"
" .......예?"
" 그런 넌 어떻게 할 거냐고?"
" 동민이가 저렇게 죽고 못 살겠다는데... 아파트는 못해줘도.. 빌라 한 채 해 줬습니다.."
" 미친놈.. 쯧쯧쯧.. 누가 그거 물어봤어?!!! 너 말이야!! 너 지금 몇 살이냐?"
" 스물입곱 뱀띠입니다.. 형....님...."
"이제 조금 있으면 결혼할 나이 아니냐.. 누가 동생들 퍼주라고 돈대주는줄 아냐?!! 나도 스물여섯에 결혼 했는데..
이 바닥 놈 들은 언제 칼맞고 죽을지 모르니까 빨리 씨를 부려야 된다는 거 모르냐? 내가 묻고 싶은 건 너 말이다! 너!"
"무,,무슨 말씀이신지..."
" 누가 네 따까리 결혼하는 거 듣고 싶어서 앉아 있냐고!? 그 년 신분은 알아서 완벽히 위장했을 거고.. 그렇다면 나랑은
상관없는 년 아니냐.. 길상이 가스나는 이제 세상에 없는 거고 아무도 모르는데.. 누가 그런 얘기 듣고 싶겠냔 말이다!!"
" .......죄..죄송합니다 형님.."
" 이..런 융통성 없는 놈.... 에휴... 너랑 얘기 하고 있으면 무슨 벽에다 대고 말하는 거 같다는 거...정작 넌 모르지?"
" ...죄송합니다 형님..."
" 쯧쯧....알았으니까... 다 큰놈이 징그럽게 그런 일로 찾아오지 말고!! 당장 가스나나 하나 구해서 인사나 오던가..
에잇!~ 기분 잡치게 먼 소린가 했네.."
" ......"
" 뭐하냐!.,.. 빨리 가스나 잡으러 안가고...."
" ...예..예.. 형님..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혀.."
" 쯧쯧..... 그리고.. 가리수..... 건은................ 수고했다.."
" ....."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민기는 그대로 철민의 사무실에서 나오게 된다. 짐을 덜은듯 철민의 말에 한시름 놓은
민기였는데 수고했다는 철민의 격려는 다시 민기에게 그날의 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자신을
위로하던 민기였지만, 그것 또한 변명일 뿐..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는 것만큼 민기의 어깨위에 무거운 짐을 지게끔 만드는
건 없었기에 아무 말도 없이 짱개가 타고 있는 차에 오른 민기다. 민기의 표정을 살피던 짱개는 흙빛의 민기 얼굴을 확인하곤 조용히 차를 몰기 시작했다.
깜빡 잠이든 민기는 화려한 조명에 눈을 뜨게 된다. 낯익은 얼마나 잠이 들었는지 이미 차안은 어둠이 장악한 채 시계를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워져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오던 민기는 차 옆에 서 있던 짱개를 바라보곤 다시 간판을 확인한다.
'엘르'라고 선명히 반짝이고 있는 화려한 네온사인에 다시 짱개를 쳐다보며 입을 연다.
" 누가 엘르 오자고 했냐?"
" ... 기분이 안 좋아보이셔서 말입니다 형님.."
" 기분이 안 좋은데.. 왜 여길 왔는데?"
" .... 죄송합니다 형님.."
" 아...리는 출근했고?"
" 예!..."
" 아..알았으니까... 들어가 봐라.."
" 예 형님.. 그럼 수고하십시오.."
" 미친놈.. 수고는..."
멋쩍은 듯 차가 떠날 때까지 담배를 피며 시간을 보낸 민기는 사실 정말로 아리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어느새 자신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아리의 미소는 이 삭막한 생활 속에 유일한 행복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기에 차가 출발하고 시야에서 사라지자 담뱃불을 지르밟고는 주머니에 손을 끼워넣은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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