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4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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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리의 행동에도 미희는 재밌어 죽겠다는 듯 ‘큭큭’거리며 한참을 더 웃게 된다. 그런 미희 때문에 골이 나기 시작한
아리는 틀어막던 입에서 손을 때곤 입술을 꽉 다물곤 책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 큭큭.. 쏘리! 미안하다고!”
“ 됐어.”
“ 혹시 권태기 아니야?”
“ ...권태기?”
“ 오래 된 연인이나 부부 같은 사람들한테 찾아오는 거 있잖아.”
“ ....”
“ 동거한 지 얼마나 됐다고? 1년? 음~ 권태기란 게 그렇게 빨리 찾아오나?.. 아니면...”
“ 아니면?”
“ 그럴 리는 없겠다. 네가 다른 여자랑 비교 될 대상이 됐으면 됐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니까 함부로 말을 못하겠네..
솔직히 말해봐. 그냥 분위기 좋아지다가 꼴까닥 하고 잠이 든 거야?”
“ 근 삼일동안 오빠가 많이 늦었거든... 너 나가고 첫 날은 그래도 좀 일찍 들어왔는데..”
“ 그래서 그날은 좋았고?”
“ 조..좋기는..”
“ 그럼??”
“ 그냥.. 치맥 먹다가.. 나도 모르게 졸았고..”
“ 풋..”
“ 너...”
“ 큭큭. 알았어. 그래서?”
“ 그게 다야..”
“ 어젠?”
“ ....많이 늦게 오빠가 왔는데.. 그제도 미안해서.. 그래서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 아! 답답해! 뭘 그렇게 뜸을 드려!?” 간단하게 말하면 첫 날은 네가 잔거고, 어젠 오빠가 하려다가 잠이 든 거네! 맞아?“
“ ....응.”
“ 혹시 어제 술 먹고 들어 왔니?”
“ 응?.. 냄새는 안 났는데...”
“ 민기 오빠 술 세지?”
“ 응...”
“ 흠~... 좀 이상하다. 바람났나?”
“ 바람??”
“ 민기 오빠가 그럴 리는 없지만.. 남자란 동물은 구멍만 생기면 이리저리 빠져 나갈라고 발악을 하는 본능이 있걸랑...
뭐.. 다 잡은 금붕어 보다는 망둥이라도 튕기는 맛이 있는 팔팔한 게 좋다는 거지!”
“ 울 오빠가? 말도 안 돼!”
“ 그러니까.. 아니면.. 정말 권태기란 건가?”
“ .........”
“ 권태기면 더 심각한 건데.”
“ 왜?”
“ 그렇잖아. 바람이란 건 지나가는 거지만, 권태기란 말은 엄연히 너한테 싫증이 났다는 거잖아.”
“ 말도 안..돼.”
“ 자꾸 말이 안 된다는 말만 그만하고! 다른 낌새는 없었어? 혹시 생전 안하던 행동을 한다던가.”
“ 아!...”
“ 왜?”
“ 김..팀장이란 여자 때문에 화를 냈어. 여자 때문에 짜증내는 일은 거의 없던 오빠라서 디게 재밌게..”
“ 미쳤어! 지 남친이 다른 여자 때문에 감정을 드러내는데 그걸 재미있다고 웃었다고?”
“ ....응.”
“ 너 바보냐!?”
“ 오빠가 그럴 리가 없으니까.”
“ 마음이야 굳건하다고 할 수 있지만.. 몸은? 몸은 지 마음대로인 게 남자란 거 모르냐?”
“ 마음 가는대로 몸이 가는 거지.. 무슨 말이 그러니?”
“ 아휴~ 울 아리가 이렇게 순진해요!”
“ ....”
“ 생각 좀 하고 살아. 이 순딩아! 넌 만날 같은 음식만 먹고 사니? 오늘은 밥 먹었으면 내일은 치킨이나 피자 안 당겨?”
“ ........며칠 전에 치킨 먹어서 별로...”
“ .....”
“ 말이 그렇다고..”
“ 똑같은 거야. 남자들이 섹스 할 때 뭐라고 하는 지 알아? 잘 먹겠음다~ 라고 한다더라. 맛있다고 하는 놈들도 있어!
섹스에 미치잖아? 그럼 또 다른 걸 찾는 게 남자라고 이 순딩아!”
“ 자꾸 순딩이라고 할래!?”
“ 그럼? 순딩이한테 순딩이라고 하지!”
“ ...”
“ 안되겠다. 이러다가 진짜 오빠 바람나겠다.”
“ 그...럴 리가 없다고...”
“ 우선... 너부터 변해야 돼!”
“ 변..해? 어떻게?”
“ 우선 섹시하게 겉모습부터 바꿔야지. 지금도 예쁘긴 한데, 식상해...”
“ 시..식상?? 내가?”
“ 먹기 좋은 떡도 하루 이틀이지. 산해진미라고 매일 떡갈비만 밥상에 올려 놔 봐라! 넌 하루 새끼, 일 년 365일 계속
떡갈비만 먹을 수 있니?”
“ 나... 고기 안 좋아해.”
“ 너 진짜 이럴래! 도와주려는 사람 김빠지게 해서 뭐하게!”
“ 미안... 그래도 갑자기 변한다는 게 좀...”
“ 에휴~ 이것아! 너 정말 민기 오빠 바람나는 거 보고 후회할래?”
“ ....”
“ 머리부터 하자. 만날 생머리만 고집하는 이유라도 있니? 없지! 그럼 웨이브 펌으로 섹시하게 말아 버리자...
그리고...너 안경 있어?”
“ 아니.”
“ 넌 이 언니 같은 사람을 친구로 둔 걸 다행으로 알아라. 이 언니가 다 해줄게.”
“ ....근데. 퍼머하면.. 비싸지?”
“ 얘!!!!!!”
“ 깜짝이야.”
“ 지금 돈이 문제야!?”
“ .....”
“ 으~~ 흑~흑~~”
“ 쓰읍~씁..쩝쩝~~후후룩~~”
한강이 훤히 보이는 호텔룸안에 푹신한 의자에 앉은 남자는 다리를 벌릴 수 있는 대로 벌리고 고개를 크게 뒤로 젖힌 채
벌린 입으로 고통과 쾌락이 섞인 신음소리를 뱉어내고 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채 하반신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는 남자는 손에 들고 있는 담배가 거의 재가 되어 굳어가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자지에 느껴지는 황홀한 감촉을
음미하며 집중하고 있었다.
“ 오늘 무슨 일 있었나?”
“ 쪽쫍~”
“ 으으~.. 평소랑 다르게 너무 서비스가 좋은데...”
“ 쪽~~.. 싫으세요?”
“ 싫긴 이 사람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대 환영이지. 비아그라도 필요 없을 정도로 황홀하구만. 크크크”
“ 혈압 생각하셔서 그런 약은 드시지 마세요.”
“ 허허허~. 역시 자네 밖에 없군.. 내 몸 생각하는 사람은..”
“ 아빠는.. 만 팔 천명의 직원들이 전부 아빠 몸 걱정을 얼마나 하는데.”
“ 크크.. 자네 같이 허풍을 맛깔스럽게 하는 친구가 내 주위엔 없다니까.. 다시 생각해보라고.”
“ 전 이런 관계로도 충분히 좋기만 한데.. 아빠는 싫어요?”
남자의 벌린 허벅지 사이에 고개를 빠끔히 내밀며 애교를 부리고 있는 여자는 정장 차림의 김팀장이었다.
회색에 하얀 실선이 수없이 대각선을 그리고 있는 반짝거리는 블라우스와 무릎까지 내려올 검은 색 치마는 무릎 꿇고 앉은
자세로 커피색 스타킹의 사타구니까지 훤히 드러나도록 말려 올라간 모습으로 70대에 가까운 남자의 다리 사이에서 손으로 남자의 자지를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며 간간히 입을 맞춰주는 김팀장의 모습은 삼일전과 달리 귀엽고 어린 척하는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 싫긴.. 너무 욕심이 없는 자네의 행동이 답답해서 그렇지.”
“ 전 지금 베풀어 주시는 은혜만으로도 제 마음이 왜곡될까봐 무섭기만 한데.. 더 이상은 정말 부담돼서 싫어요.”
“ 은혜? 하하하. 그깟 일이 뭐가 대수라고..”
“ 대수라뇨! 아빠가 제 입장을 생각해주셔서 협력업체로 지정해주신 게 어딘데요. 덕분에 저 이번에 진급 대상 1순위에요.”
“ 진급해봐야 부장,, 아니 과장이 되는 건가? 그딴 게 뭐라고, 우리 회사에 오면 제일비서로 확정인데 말이야.”
“ 치~ 아빠 또 그런다.. 제가 직급이나 계급에 연연하는 여자로 보여요?”
“ 아니지~. 그러니까 자네한테 내 모든 걸 줘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거 아닌가.”
“ 사장님들이 들으면 난리 나요. 그런 말씀은 절대로 입 밖에도 꺼내지 마세요.”
“ 이 내가 뭐가 무섭다고!”
“ 제가 무섭다고요.”
“ 허... 으윽!”
남자의 배짱과도 같은 진담에 김팀장이 손에 힘을 준다. 순간 고통이 베어 나오는 웃음을 짓는 남자의 모습에 다시 입으로
핥아준 김팀장은 잠시 후 천천히 일어나 블라우스의 단추를 남자에게 보여주며 하나씩 천천히 풀어버리자 작지만 모양
좋은 가슴이 드러난다.
“ 오~.. 오늘 노브래지어로??”
“ 아빠하고 만난다고 생각했더니 거추장스러운 게.. 불편해요. 작은 거 티도 안 나는데요. 뭐..정말 수술이라도 할까..”
“ 이 사람아. 그게 자네 매력이라니까.”
“ 치~ 남자들은 큰 게 좋다고 하던데.. 아빠도 그렇죠?”
“ 아니라니까! 매번 말하지만 난 자네 가슴이 딱 좋다고.”
“ 피~~ 입바른 소리로 절 기분 좋게 만들어도 외박은 절대 안 되네요!”
“ 허허허허!”
“ 대신 제대로 즐겁게 해드릴게요.”
작아서 겨우 모아지는 가슴을 움켜쥔 김팀장이 다시 앉아 가슴 사이에 남자의 자지를 끼워 흔들기 시작한다.
요가와 수영으로 단련된 유연한 몸을 한껏 이용해 입으로 남자의 자지 끝을 물고는 겨우 맞닿은 가슴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하자 남자가 다시 고개를 크게 젖히며 신음소리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신음소리가 조금씩 가빠지자 김팀장이
하던 행동을 멈추곤 일어나 뒤로 돌아 치마를 더 추켜올려 엉덩이를 남자에게 드러냈고 남자의 감탄사를 들으며 손톱을
세워 중심을 소리 나도록 찢기 시작했다.
팬티도 입지 않은 커피색 스타킹의 찢어진 부위로 보지가 드러났고 잘 정리된 털의 윤각이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를 잠시.. 천천히 그대로 허리를 내려 남자의 자지를 엉덩이 사이에 맞추곤 손을 내려 고쳐 잡고는 내려오다 만 엉덩이를 남자의
골반에 끝까지 밀착해 버렸다.
“ 흐윽~”
“ 아~~~~ 아..빠께.. 너무 커서.. 아파요.”
“ 크~ 자네가.. 작은 거라고..”
“ 흑~..흐윽~~..”
의자에 몸을 깊게 묻고 앉은 남자에게 등을 보인 채 김팀장이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쭈글쭈글한 남자의
뱃살이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면서 김팀장은 교태와 쾌감을 연기하듯 고개를 숙이고 짧지만 깊은
탄성을 지르며 의자의 팔걸이에 두 팔을 곧게 뻗어 얹고 몸의 움직임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 으으~..윽..윽.. 소이야.. 윽..”
“ 자..잠깐만요!”
“ 윽...그냥하자고.. 조금만..”
남자의 손이 김팀장의 허리를 붙잡고 더 움직이려 하지만, 김팀장은 엉덩이를 그대로 빼곤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인 자신의 핸드백에서 콘돔을 꺼내 남자의 번들거리는 자지에 씌운다.
“ 뭐가 문젠가.. 내가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건만..”
“ 아빠! 전 다른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당하면서 살기 싫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 허~ 누가 감히 손가락질을 해!? 어떤 놈이!!?”
“ 아빠 앞에서는 전부 고개 숙일 테죠. 임신 해봐요. 재산보고 매달렸다느니.. 아빠에 대한 제 감정도 다 거짓이 된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어요.”
“ ....윽~..하여튼 자네 고집은...”
다시 엉덩이를 맞춰 끼운 김팀장은 허리를 움직이며 남자의 입을 막아버린다.
5분여의 섹스가 끝나고 남자는 송장처럼 침대에 누워 시끄럽게 코 고는 소리로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준다.
남자가 앉았던 의자에 앉은 알몸의 김팀장은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남자의 우스운 몸의 형태에 짓는 미소가 아닌 어제 민기와의 일이 머릿속에 떠올라 짓게 된 미소였다.
생각지도 못한 빚쟁이가 되어버린 김팀장은 이틀 후 민기를 중요한 손님과의 약속에 다시 불러 약을 탄 술을 먹여 확실한
자신의 노예로 만들려 시도 했었지만, 경계를 하는 것인지 정말로 싫어서인지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민기의 행동에 반쯤
포기하고 있을 때 그 손님이란 사람과 예정대로의 호텔로 직행하기 바로 전에서야 그 손님의 권유로 한 모금 마신 민기였고, 걱정스럽게 운전하는 민기의 모습을 살피던 김팀장은 차라리 사고라도 난다면 평생 이용할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해봤지만, 끝내 잠들지 않는 모습에 실망까지 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조용히 핸드백 속에 접혀 있는 종이를 꺼내 흐릿한 벽 등에 비춰보는 김팀장은 역시나 민기에게 많은 궁금증을 품게 된다.
감옥까지 다녀온 남자가 어떻게 사장님의 개인비서가 됐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예쁘고 어린 여자와 동거를 하며 확실하진 않지만, 한 때 서울을 주름잡았던 철민파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일원으로 생활까지 했었는지를 궁금하게 여기며 그 서류들을 하나씩 넘겨 유심히 또 한 번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탐정사무*로 알려진 이곳의 조사에서도 민기가 철민파라는 곳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도 자세히 알 수 없다는 미상이란 단어로 표기되어 있는 글자가 김팀장에게 더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었다.
“ 여긴 뭐하는데야?”
“ 왁싱샵!”
“ 왁..싱?”
“ 응.”
“ 왁싱이면.. 털 깎는 곳?”
“ 응.”
“ 여긴 왜? 겨드랑이에 거의 없어...”
“ 어느 누가 겨드랑이 밀자고 여기까지 오니?”
“ 그..럼?”
“ 윗머리도 섹시하게 정리했으면 다음은 아래지!”
“ 아..래? 미..미쳤어!!!”
“ 너 오빠가 바람나길 바래?”
“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 참나! 이래서 자기 관리 안 하는 여자들하고는 상종을 말라고 했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그럼 오빠가 매일 귀찮게 달라붙을 걸!”
“ 그래도 싫어! 창피하게 거길 어떻게..”
“ 걱정 마! 같은 여자가 해주는 곳이야. 보기 좋게 관리해주는 곳이고, 너 그 말 몰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거!”
“ 뭘 먹어! 됐어. 나 돈도 없어.”
“ 여긴 이 언니가 쏜다! 가자.”
“ 시..싫다..얘!!!”
입구에서 주저하는 아리를 미희가 억지로 끌고 들어간다. 난생 처음 들어선 왁싱 숍이란 곳은 아리의 생각처럼 음습하지도 불결하지도 않은 일반 병원과 같은 모습으로 깔끔한 복장의 여직원들이 아리와 미희를 반긴다.
미희는 이미 단골인지 반갑게 수다를 떠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 오랜만에 오셨네요. 오늘도 트라이앵글로 해드리면 되죠?”
“ 저 말고 이 친구요.”
“ 네? 아하~ 호호호.. 그럼 어떤 스타일로?”
“ 브라질리언으로 해주세요.”
“ 네엡.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 브라..뭐?”
“ 있어. 가서 옷 갈아입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돼.”
“ 그게 뭔데?”
“ 들어가서 누워만 있으라니까! 이거 15만 원짜리야. 나한테 고맙다고 나중에 인사나 해라.”
“ 시..십 오만?? 미..”
“ 이쪽으로 오세요.”
“ 뭐해! 진짜 촌 티 낼래?”
“ ....”
금액에 다시 한 번 놀란 아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된다. 어디에도 금액에 관한 문구를 발견하지 못한
아리는 겨우 의자들 사이에 있는 카탈로그 함에 꽂혀있는 종이를 발견하고 집으려 움직이지만, 몇 발자국 조차 때지도
못하고 미희의 손에 다시 이끌려 점원이 안내하는 방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비닐로 된 침대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리에게 미희가 받은 옷을 건네며 갈아입으라고 재촉을 한다.
잠시 후....
“ 악!!! 아악!!!!!!! 자..잠깐마..만요.. 잠!! 악!!!!!”
“ 그럼.. 둘이 친척 관계였다는 말인가요?”
“ 네...”
대낮..
한창 업무시간중인 한산한 거리만큼 거의 텅 빈 커피전문점 안엔 김팀장과 청색 점퍼를 입고 있는 남자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 권민기랑 윤아리란 이름은 성이 다른데.. 그럼 외가 쪽으로?”
“ 아니요. 윤아리란 여자는 원래는 권민기란 사람과 같이 권아리란 성을 쓰다가 불과 일 년 여전에 윤철민이란 사람에게
입양 됐다는 걸 어렵게 알아냈습니다.”
“ 윤..철민??”
“ 네.. 김팀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정말 위험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릴게 하나 있는데... 이런 사람을 조사하다가
제 목하나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라서...”
“ 알겠어요. 두 배.. 세 배 드리죠. 더 자세히 좀 알아봐주시고요. 다른 건 없나요?”
“ 아!.. 그리고 이게 그 여자 사진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섹기가 흐르는게.. 권민기 마음도 이해 될 정도로 미인이던데요.”
“ 이게 색기가 흐르는 얼굴인가?.. 오히려 순진해 보이는데...”
“ 이런 얼굴이 밤에는 더 요염하다는 걸 모르시네..요.”
김팀장이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꼭 아리의 얼굴을 머릿속에 각인 시키려는 듯 말이다. 집중을 할 때의 버릇인 지 엄지
손톱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어 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시선속엔 불신과 경멸이란 단어가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한참 동안이나 사진을 쳐다보는 김팀장의 모습에 농담을 하던 남자가 다시 표정을 바꾼다.
“ 참.. 막장이죠. 아무리 사촌지간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피가 섞인 사인데..”
“ ...”
“ 조사 결과론 대략 1년 전부터 동거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혼부부처럼 같이 생활하면서.”
“ 아이는요?”
“ 아무리 그래도 아직 윤아리가 학생이다 보니 아직은 아이는 없는 거 같습니다.”
“ 네... 그럼 그 윤철민이란 사람 아래에서 일했다고 하던 권민기씨가 어떻게든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윤철민이란 사람의 오른팔같은....”
“ 그게 좀...”
“ 네?”
“ 아무리 조사를 해도 철민파에서 권민기란 남자가 뭘 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통은 산하 조직 중 한 군데 터를 두고 생활하다가 세력을 확장하는 경우이거나 진급이란 걸 해서 계급을 올리는 경우가 보통인데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이 친구는 흥신**는 간판 하나 달랑 달아놓고 거기서만 생활했다는 걸로 조사된다는 겁니다. 윤아리란 학생이 철민이란
사람의 양자로 입적될 정도면 권민기란 사람도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던 건 확실해 보이는데... 윤철민의 최측근이었다는 놈들한테 돈까지 먹이면서 알아봐도 권민기란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더란 말입니다.”
“ ......”
“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사람한테 이렇게 신경을 쓰시는 지....”
“ 알 거 없어요. 그냥 평소대로 제가 의뢰하면 만족할 만 한 결과물만 내놓으시면 되요.”
“ 네?....”
“ ...”
“ 하하하하하하.. 그렇죠. 저야 뭐 두둑하게 의뢰비만 주신다면...”
“ 가보세요.”
“ ....네.”
무엇보다 민기와 아리란 여자가 친족 사이였다는 것에 놀라게 된 김팀장이었다. 깡패였고, 하는 행동으로도 자신이 예상했던 무엇보다도 더 한 밑바닥 생활을 했을 거라는 김팀장의 생각을 훨씬 더 뛰어넘는 민기에게 놀라움을 넘어 환멸과 경멸을
동시에 느끼게 된 그녀는 깨물던 손톱을 한동안 더 씹어대며 남자가 가져온 서류를 찬찬히 들러보기 시작했다.
“ 더러워....”
“ 뭐해? 아리야!!”
“ ...”
“ 아직도 아르바이트 하나..”
거실에 켜진 전등을 보며 의아한 듯 아리의 방문을 쳐다보며 옷을 벗던 민기는 조용히 아리의 방문 고리를 비틀어 열어본다.
잠겨있다.
‘똑똑.’
“ 아리야?”
“ ....”
“ 아리 있니?”
“ .........네.”
“ 뭐해? 밥 먹자.”
“ ..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해 편한 추리닝으로 갈아입은 민기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막 켰을 때 아리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평소처럼 반팔 흰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리였지만, 바지는 즐겨 입는 짧은 면 반바지가 아닌 길고 나풀거리는 통 면바지를
입은 채 주방으로 향한다. 어디가 불편한 듯 걸음이 약간 어기적거림을 발견한 민기가 대수롭지 않게 물어본다.
“ 넘어졌어?”
“ ..네?”
“ 걸음걸이가 왜 그래?”
“ 아..아니요!..”
“ 아니긴.. 심하게 넘어진 거 같구만.. 좀 봐바. 얼마나..”
“ 그..그날이에요.”
“ 그 날??”
동거 이후 단 한 번도 민기에게 자신의 생리일에 대해 대놓고 말 한적 없는 아리였기에 민기는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아리의 걸음걸이를 확인하듯 더 빤히 쳐다보게 된다. 그런 민기의 시선을 의식한 듯 아리는 등 돌린 얼굴에 고통을 참는
일그러짐을 그린 채 애써 평소처럼 평범하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며 똑바로 주방으로 남은 발걸음을 옮겼고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감자 국을 가스레인지에 올려 불을 켰다.
“ 많이 아파?”
“ 네..네?? 아니요. 그냥 조금..”
“ 진짜 괜찮아?”
“ 그..럼요. 만날 겪는 일인데요 뭐.”
“ .....”
“ ...왜..요?”
“ 너 이상해.”
“ 무..뭐가요?”
“ 지금까지 생리통이란 걸 모르고 살았잖아.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니...그리고 날짜가..”
“ 무..뭘 안다고 그래요! 오빤 스토커처럼 내 날짜주기도 외우고 있어요!?”
“ ...”
“ 오..왜요!?”
“ 스토커?? 버럭 하는 게... 더 이상하네..”
“ 차..참나.”
“ 왜 말을 더듬나?”
“ 누..누가!?...누가요?. 미희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 거예요.”
“ 아! 미희는?”
“ 그 지지배 얘긴 하지도 말아요! 참나....”
“ ....”
“ 왜요? 자꾸 이상하게 쳐다보지 좀 말아요..”
민기의 시선에 괜히 지 발 저린 도둑처럼 다리를 꼬으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리다.
“ 너 이리 와봐.”
“ 왜요! 배고프다면서요. 밥 다 차렸어요.”
“ 이리 와 보라고...”
“ ...”
민기의 표정이 험상 굳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아리의 행동과 간간히 보이는 고통을 그리는 표정에 민기는 심상치 않은 무엇인가에 불안해하며 아리를 무섭게 불러 세운다. 요즘 아리에게 신경을 못 쓴 자신에게 더 불안감이란 감정을 애써 부정하며
민기가 아리에게 손짓을 한다.
“ 정말 괜찮아요. 그냥 배가 아파서 그런 거지.. 뭐...”
“ 배가 아픈 게... 그 배가 아닌 거 같은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 있긴 무슨 일이 있어요.”
아리가 애써 민기의 시선을 피하며 반찬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민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리에게 향할 때 민기의 행동을 방해하는 전화벨 소리가 거실에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 저..전화 받아요. 맞다! 아까도 동민 오빠한테 전화 왔어요. 오빠 전화 꺼져있다고...”
“ 여보세요?”
여전히 아리를 바라보며 민기는 텔레비전 옆에 있는 무선 수화기를 든다. 전화통화를 하는 민기의 모습에 아리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며 두 눈을 꾹 감고는 자신의 가슴골에 손을 얹은 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다.
[아따! 전화는 왜 꺼두고 다니십니까!?]
“ 배터리 나갔나보다. 왜?”
[갔다 버리시던가.. 참나.. 사람 귀찮게 하셨으면 전화라도 제때 받으시던가...]
“ 뭐... 새끼야!?”
“ 또!!!”
민기의 험한 말투에 밥을 푸던 아리가 콧잔등에 주름을 그리곤 흘겨보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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