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4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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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 올라간 원피스와 이미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팬티로 거의 알몸과도 같은 모습으로 테이블에 엎드린 채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있는 소이였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얼굴과 몸을 보여주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소이만이 음란한
구경거리로 전락되어 버린 것이다.
“ 크크크! 야! 고과장 어딨어!?”
문턱에 기댄 채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소이를 바라보던 한사장이 업소 안에서 서열 2위인 고과장을 부르기 시작했다.
“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 그 새끼 어딨냐? 나 이렇게 만든 새끼!”
“ 아!.. 데려오겠습니다.”
“ 으으~아학~~...학~~..누..누구??..”
흐릿한 정신 속에서도 자신을 누군가의 구경거리로 만들려는 한사장의 의도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 소이는 필사적으로
누구인질 확인하려 해보지만, 알코올에 취한 듯 혀 꼬인 말로 그치게 될 뿐 눈을 가린 넥타이조차 벗기기 힘들어 했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힘의 양과 반비례하듯 느껴지는 쾌감의 크기에 소이는 무척 당황스러워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남자들은 모두 버러지였고, 더럽다고 생각하며 돈벌이 수단으로서만 이용한다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소이였기에 이렇게 끊김없이 지속적인 펌프질과 이미 한도를 넘은 알코올이라는 치명적인 흥분제가 첨가된 섹스에 조금씩
엉덩이를 스스로 흔들기 시작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 소이야! 난 진짜 섭하더라. 아무리 내가 단지 룸 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아는 남자를 사귀어야지.
카운터에서 너 호명하다가 얻어터지는 게 말이 되냐? 어디 무서워서 여자 데리고 놀겠냐?”
“ 흑흑~..흑....흑웁~~”
“ 폭력범으로 확 처넣으려다가.. 그래도 네 남친 같아서 가볍게 손 만 봐주라고 시켰다. 고맙지?”
한사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명의 남자가 두 명의 남자에게 끌려오 듯 부축을 받으며 룸의 문 바로 앞에 끌려 왔다.
“ 윽~윽~..흡....헉!!!!!!!!”
누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에 징그럽다며 몸서리쳐야 할 소이였지만, 이미 소이의 몸은 쾌감만을 쫓아 달려가는
야생마처럼 뒤에서 박아대는 남자의 반동에 맞춰 허리를 사용하고 있었고 가려진 두 눈으로 인한 암흑의 호기심과도 같은
흥분에 다른 의미로 몸서리를 치기 시작했다.
“ 어라..”
“ 아아~~아아~~~아~”
“ 오~~.. 이..이년이 자지를 잡아 먹네.. 윽윽!!!”
“ 아~~..조..좀만 더~~ 아~~”
“ 하하하하.. 우리 소이가 이제야 남자 맛을 알았구나! 그렇지! 여자라면 저런 교태 쯤은 부려야지!”
“ 흑흑~아~~”
“ 답답하지 요년아. 이제 눈은 그만 가리고~~”
한사장이 테이블로 걸어와 소이의 눈을 가린 넥타이를 풀어헤친다.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하반신부터 짜릿하게 울려퍼지는
쾌감에 몸을 맡긴 듯 춤을 추던 소이의 움직임은 풀어진 넥타이에 입구쪽으로 돌린 얼굴로 스쳐지나가듯 보인 남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서였다.
“ 아~!!!!!!!”
“ 오오!! 지그..금..까지랑 비교도 안 되게 조인다.. 와우~.. 하..한사장 윽!! 이 년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헉헉헉!”
“ 그....만..”
“ 이년이! 이제와서 반항이야!”
“ 제발.. 그만..해...”
“ 그만 하긴.. 금방 끝나 이년아.”
“ 아흑!. 소....강아..보..보지마.. 보지...아~~아아~....안. ”
“ 크크크~. 남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느끼네. 좋단다..하하하하하.”
소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얼굴을 반대편으로 힘겹게 돌리려 해보지만 몸을 격렬히 흔드는 남자의 팔에 목덜미를
잡혀 말을 듣지 않는다. 사실 지금 이성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과도 같은 정신력이었기에 몸이 말을 안 듣는 건
지극히 정상이라고 할 수 있었던 소이의 눈에 자신의 남동생의 시선이 들어왔을 때 미친년처럼 반항을 하며 가장 먼저 이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술에 취해 헛것을 보는 것 일거라고 말이다.
“ 어.. 이 새끼 봐라!. 이 새끼는 또 지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랑 하는 걸 보면서 꼴렸네. 하하하하하하하!”
‘덜컹!!!’
“ 아리야!! 아리... 미희 넌 언제 들어왔어?”
“ 오셨어요?”
“ 아리는? 아리 어딨어?”
“ 아리요? 아직 자고 있던데.. 어머.. 땀 좀 봐.. 오빠 무슨 일 있었어요?”
방으로 뛰어 들어간 민기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아리를 확인하고는 맥이 풀린 사람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침대에 걸터
앉아 아리의 손을 살짝 잡아 준다.
“ 누가 보면 한 십년 떨어졌던 이산가족인 줄 알겠어요.”
“ 별 일은 없었니?”
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 민기가 미희에게 질문을 한다.
“ 별 일 이라뇨?”
“ 넌 언제 왔어?”
“ 저요? 클럽에서 나온 게... 몇 시더라...”
“ 클럽!????”
“ ....”
“ 놀란 토끼마냥 왜 그러세요? 요즘 클럽 안다니는 여자 있어요?”
“ 정말 이상한 사람은 못 봤고?”
“ 이상한.. 아!~ 저 바라다 준 남자요?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 ...그 사람 말고는?”
“ 못 봤는데..”
‘이 미친년이 어디서 구라를......’ 민기가 핸드폰을 꺼내 한기에게 전화를 건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 건 한기의 목소리가 아닌 동민의 목소리였다.
[형님 아리는 괜찮습니까?]
“ 너 이 새끼.....”
[김소이 이년을 어떻게 할까요? 우선 제2창고에 처박아 놓긴 했는데..그런데 아리는?]
“ 괜찮아! 이 새끼야! 잡아오라고 시켰더니 오히려 잡혀!? 정신 나갔지!?”
[그쵸? 역시 이 년이 거짓말을..]
“ 그게 지금 문제야!?”
[죄송합니다. 이 년이 너무 순순히 나오길래....]
“ 순순히!? 계집애들한테 혹해서 넘어간 걸 누가 모를 줄 알아!”
[형님도 함 당해 보셔야 합니다. 갑자기 옷 벗고 덤벼드는데...]
“ 넌 그런 놈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강철이 새끼는 뭐야!? 그 새끼..에휴.. 똑같은 놈들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냐.
차라리 세영이 새끼를 보냈어야...”
[이년은 어떻게 할까요?]
“ 2창고라고?”
[네..]
“ 일어났니?”
“ 커피 향기 좋다.. 몇 시야?”
“ 7시... 47분이네. 짐정리 하다가 커피메이커도 챙겨왔어. 향이 좋아?”
“ 응..”
“ 커피 마실래?”
“ 아니.. 늦었어..”
“ 어딜 가는데?”
“ 조교님이 자료 정리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어제 도와 달라는 걸 오늘 아침 일찍으로 밀었거든.”
“ 조교 언니한테 너무 기는 거 아니니? 과대도 아닌데 항상 너만 시키더라.”
“ 내가 편한가 보지. 넌 오전 강의 없어?”
“ 나야 뭐... 너같이 학점에 목매는 성격도 아니고.”
“ 그럼 나 먼저 씻는다.”
“ 응.”
아리의 얼굴이 많이 초췌했기에 미희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내색하진 않았다. 혹여나 왁싱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던 미희였지만 민기의 행동으로 봐서는 그런 가벼운 사건이 아님을
직감했기에 조용히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리가 나간 후 30여분 동안 미희는 거실에서 빈둥거리며 텔레비전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결국 자신도 씻으러 욕실로
향하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민기는 아리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는 전화를 걸더니 다시 나가버렸기에 홀로 남은 미희는
어색함을 떨쳐버리려는 듯 훌훌 옷을 벗고는 완전한 나신으로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솨아아~~~’
시원한 소리와 함께 벽에 걸어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어제 클럽에서 흘린 땀으로 끈적거리는
몸을 적시기 시작한다. 아리가 새로 걸어둔 수건을 힐끗 쳐다보고는 비누로 샤워타월에 거품을 내며 ‘바디샤워 없네...’라는
혼자만의 투덜거림을 들려주고는 비누로 매끄럽게 온몸의 구석구석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틱,,틱.. 기리릭.. 철컥.....’
‘끼~익~~~’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에 묻힌 현관 문 따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미희는 비눗물을 씻어내고는 샴푸로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허리를 잔뜩 숙인 채 머리카락에 묻은 샴푸를 몇 번이나 헹궈내는 행위를 하는 동안 욕실의 문이 소리 없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도 모른 채 린스를 손에 짜내어 머리에 묻히기 시작했다.
‘달그락..’
“ !!...웁욱!!”
인기척에도 머리에 잔뜩 묻은 린스로 인해 눈을 뜨다 감게 된 미희를 억세고 두꺼운 남자의 팔이 뒤에서부터 끌어안는다.
알몸인 채로 남자에게 들리다시피 거실로 끌려나온 미희의 머리엔 아직도 린스의 거품이 잔뜩 묻어있었고, 그런 상황은
상관없다는 듯 남자는 준비해 온 알루미늄 테이프로 미희의 입과 눈부터 가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의자에 팔을 뒤로 돌려
묶어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제대로 반항조차 해보지 못한 미희가 사시나무 떨 듯 의자에 묶여 몸을 떨고 있게 된 건 불과
10여분도 지나지 않은 후 였다. 눈과 입이 가려진 미희는 남자가 한 명이 아님을 알려주듯 대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얘가 맞아?”
“ 왁싱 한 년이라잖아. 맞네.”
“ 백보지라고 하지 않았나?”
“ 야! 저 작은 삼각형밖엔 없는 게 백보지! 봐라 여긴 아예 민둥산이야.”
“ 웁웁욱욱!!!”
남자가 미희에게 다가가 갑자기 미희의 허벅지를 크게 벌린다. 아리가 왁싱샵에서 시술을 받을 때 평소처럼 자신의 스타일인 트라이앵글 스타일로 오랜만에 왁싱을 한 미희의 보지에 두 남자의 시선이 거의 동시에 교차하게 된다.
“ 아까 나간 년은?”
“ 너 바보냐? 그렇게 청순하게 생긴 애가 밑에를 밀고 다니겠냐?”
“ 아 시발.. 어제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 후딱 해치우고 벌써 튀었을 텐데.. 그냥 어제 덮칠걸 그랬다.”
“ 미친놈.. 괜히 일 크게 벌이지 말라고 사장님이 얘기 한 거 벌써 잊어 묵었냐?”
“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새벽에 불러 놓곤 주소하나 던져주면서 계집 하나 망가트리란 얘긴 뭐냐고..”
“ 우리는 까라면 까면 되는 거지 뭔 말이 많아.”
“ ...그럼. 까라는 대로 나부터 깐다.”
“ .....”
미희로부터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던 남자가 점퍼를 벗으며 천천히 미희가 묶여 있는 의자로 걸어온다. 아리와 다른 의미로
인기가 넘쳐나는 미희였기에 남자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들거림이 연신 멎질 않았고, 바들거리는 미희의 육감적인 육체에
벌써부터 자지를 세우고는 급하게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 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해!”
“ 먼저 꽂는 새끼가 임자지! 뭔.......어..”
‘우당탕탕! 쿵!!! 퍽!’
‘쨍그랑~ 콱콱!~ 퍽~!!!’
어둠속에 들려오는 굉음과 충격음들에 미희가 더 몸을 떨며 움츠리게 된다. 1~2분이라는 짧지만, 미희에겐 지옥 같이
느껴지는 긴 시간동안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는 눈이 감겨 청각이 예민해진 그녀에겐 전쟁터의 그것과도 같이 느껴졌다.
소란스러움이 잦아들고 방금 전까지 들려오던 남자들의 목소리가 고통 섞인 신음소리로 변해 현관문 쪽으로 멀어져갈 때
미희의 눈을 가리고 있던 테이프가 벗겨졌다.
“ 괜... 넌 누구냐?”
“ 우웁!!”
‘찌~~익~~’
“ 악!... 퉤퉤..”
“ 넌 누구니?”
“ 사..살려주세요!”
“ 뭘 살려줘.. 그런데 넌 누구야? 우리 아리는?”
“ 저 아리 친구에요!.. 친구..”
그나마 험상궂지 않은 얼굴이 미희의 시선에 들어오자 어질러진 방안과 또 한 명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남자 뒤에 있다는 걸 알아채게 된다.
“ 아리는 어디 갔냐고!?”
“ 하..학교요..”
“ 벌써???”
“ 네... 할 일이 있다고...”
“ 허.. 고딩도 아니고.. 대학생도 이렇게 일찍 학교 가냐?”
“ ....그..것보다 저 좀 풀어주시면 안 돼요?”
“ ....아!”
뒤에 서 있던 남자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몸의 자유를 다시 찾은 미희는 후다닥 아리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는 옷부터
입고 다시 나온다.
“ 그런데 누구세요?”
“ 나?. 짱... 세영.”
“ 장세영이요?”
“ 아니.. 그냥 세영오빠라고 불러.”
“ 수고했다.”
“ 짱개가 뭐랍니까?”
“ 이 미친년이 진짜로....”
“ .....”
외관상으로도 허름한 조립식 공장건물 안은 텅 비어있었다. 이미 부도처리 된 공장으로 구리시에서도 좀 더 벗어난 산
중턱의 외곽진 곳에 위치한 건물인 만큼 사람의 인기척조차 찾기 힘든 곳이었다. 차로 끌려온 김팀장도 그런 지리적
위치를 인지하고 있는 듯 고함조차 지르지 않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눈만 감고 있다.
“ 형님 그냥 담가버릴까요? 아니면 팔아버릴까요?”
“ ....”
“ 이 년은 제가 용서 못합니다! 이런 년은 깡패 무서운 줄 보여줘야 찍소리 못하고 찌그라져 조용히 살게 만들어야 합니다.
형님!”
“ 넌 조용히 해라.”
“ 형님...”
“ 좋다고 여자 끼고 잘 때는 언제고.. 확 제수씨한테 다 까발리기 전에 조용히 해라.”
“ .....네 형님!”
“ 다행이네요. 아리한테 아무 일도 없어서..”
통화 내용을 듣고는 김팀장이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민기에게 뻔뻔스럽게 입을 놀린다.
“ ......”
“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기만 할 거예요? 절 강간을 하거나 팔, 다리라도 부러뜨리러 여길 끌고 온 거 아닌가요? 아니면?
저 사람 말대로 날 술집에 팔아버리기라도 하시려고요?”
“ ....”
“ 아예 죽여 버리세요. 다시는 당신.. 민기씨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그냥 죽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엔 남의 손 안 빌리고 제가 직접 아리한테 찾아 갈 테니까...”
“ 나도 고민 중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유 같은 건 알 필요도 없이 그냥 묻어버리면 만사 오케이인데.. 아리하고 약속한 게
있어서... 널 살려두자니 한 짓거리가 도저히 용서가 안 되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묻어버리자니.. 나한테 도대체 왜
그러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 더 이상 말만 하지 말고 실행을 하시죠. 주둥아리만 나불거리는 양아치처럼 굴지 말고...”
“ ....”
“ 형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김팀장을 무섭게 노려보던 민기의 귀에 세영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이 새끼가 그 놈인 게 확실합니다.”
“ ....다른 건?”
“ 나가서 얘기하시죠.”
민기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드리던 세영이 김팀장을 힐끗 쳐다보곤 말을 이었다. 학교로 찾아가 아리의 신변까지 확인한
세영은 다른 일행을 민기의 집과 아리의 학교에 붙여놓고는 민기가 시킨 조사에 대해 보고하러 공장창고로 돌아왔다.
약 1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민기가 다시 공장의 녹슨 문을 열며 들어온다.
“ 꼴을 보니 당신이 이삼일 없어져도 찾을 사람은 없는 거 같군.”
“ 흐~ 어차피 각오하고 벌인 일이에요. 아리한테 보낸 사람이 그 들 뿐이란 생각은 아니겠죠?”
“ .... 나중에 얘기하자.”
민기는 더 이상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거절하고는 세영과 강철을 보초로서 창고를 지키도록 명령 하고는 세영이 몰고온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 진짜 독한 년입니다. 나흘 동안 물만 먹으면서도 눈에서 살기가 사라지질 않던데요.”
뉴스에서 연신 떠들어 되는 음습함이 묻어나는 이른 5월의 더위에도 장소로 인해 서늘함이 느껴지는 창고로 나흘 만에
돌아온 민기에게 동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한다.
“ 손 하나 까딱 안했지?”
“ 네.. 음식이랑 물을 줄때만 풀어줬었습니다.”
“ 반항도 안하고?”
“ 네. 단식투쟁이라도 하는 년처럼 밥엔 손도 안 될뿐.. 반항같은 건 포기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리 학생은 별 일 없지
말입니다?”
“ ...”
‘끼~~익~~~’
“ ....이제.. 행차하셨..네요.”
갈라진 쉰 목소리에 나흘 동안 씻지도 못한 김팀장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세련되고 도도한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헝클어져 삼발이 된 머리카락과 꼬질꼬질하게 얼굴에 때까지 낀 모습은 불과 며칠 전의 김팀장에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달랑 하나 걸치고 있는 가운만이 나흘전의 김팀장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팀장의 눈빛엔 굴복이란 단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 일주일 후에나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끈기가 없으시네요. 고작 나흘로 제가 빌기라도 할 줄 알았다면 큰 오산...”
“ 김소강...”
“ .....”
민기가 부른 이름에 김팀장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금세 평점심을 되찾으려는 듯 눈에 힘을 주며 민기를 다시 노려보는 김팀장이었지만, 허기와 함께 나흘 동안의 속박은 심정 동요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듯 보였다.
“ 이제야 그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협박용으로도 이용 못할 죽은 사람 이름을 이제야 꺼낸다고 뭐가 달라지죠?”
“ 참 대단한 여자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김소이 팀장님.”
“ ...”
“ 이 지경에도 끝까지 존댓말로 감정을 숨기는 모습은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그리고...”
“ 이제 와서 회유하고 타협하려는 속셈은 너무 뻔하지 않나요? 절 죽이라고 했죠. 풀려나면 가장 먼저 제가 뭘 할 줄 알면서 이런 쓰레기 같은 대화...”
“ 안타깝군..”
“ ..큭~..큭크크크~ 죽여!.. 그냥 죽이라고.”
“ 당신 말고.. 18살이란 나이에 자살을 선택하다니...참. 아까운 인재라고 하던데 말이야. 누나의 자랑이었겠어. 어려운
환경에도 학교 성적은 항상 탑에서 왔다 갔다 했다던데.. 1년만 꾸준히 그렇게 나갔다면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교는 거의
합격했을 거라고 칭찬이 자자하던데..”
“ ....그래서요? 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인데?”
“ 정말 어렵더군.”
“ ....”
지금까지 오기와도 같은 살기를 내뿜고 있던 김팀장의 시선이었다면 동생의 얘기가 시작된 시점부터 정말로 살기만이
서린 눈빛으로 민기를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 얼마나 대단한 비밀이기에 그 주점이란 곳을 없애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는지 궁금하더군. 아무리 우리 애들이 특출 나도
나흘이나 걸릴 정도로 봉인을 잘 해놨더군.. 그 때 그 사건을 알아보는데 말이야. 막상 듣고 나니 당신이란 여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
“ 닥쳐!!!!!!!!!!!!!!!!!!!!!!!!!!!!”
“ ...”
“ 네가 뭔데! 날 왜 불쌍해하는데!!! 너도 똑같은 깡패 새끼에!! 똑같은 인간 말종 아니야!? 감히 누굴 불쌍하다고!!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더러운 그 입에 내 동생을 올리는데!!!”
“ 이제 좀 사람 같군요.”
“ .......!”
처음으로 화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김팀장의 모습에 민기가 의자를 바짝 끌어 와 바로 앞에 앉는다.
“ 사촌 여동생하고 섹스나 하는 네가 더러운 게 뭔 줄은 알기나 해!? 그 새끼들하고 똑같은 네가 날 불쌍하다고 생각해!!?”
김팀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창고의 창문까지 흔들릴 정도로 울리기 시작했다.
“ 변명 같겠지만.. 아리랑 난 실질적으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이라는 걸 먼저 말해두고...”
“ 거짓말 하지 마! 어차피 깡패 새끼들은 달고 사는 게 거짓말...”
“ 그래서 난 당해도 싸다? 그 새끼들하고 똑같은 깡패에다가 사촌여동생하고 배꼽까지 맞추는 사이니까?”
“ ......”
“ 동생이 보는 앞에서 여러 남자들한테 당하다가.. 결국엔 동생까지 받아냈으니.... 다 이해한다고 치고..
왜 아리를 건드렸는데!? 내가 그 몹쓸 새끼들하고 똑같다고 생각했으면 나만 건드리지 왜!?”
“ ...”
민기가 김팀장보다 더 불같이 화를 내며 버럭 하지만, 김팀장의 눈빛엔 변화가 없었다.
민기의 충격적인 말에 잠시 그 때의 악몽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며 민기를 무섭게 노려보는 모습을 유지한다.
흔들리는 테이블에 실신이 된 여자처럼 엎드린 채 소이는 한사장과 안사장을 거쳐 다시 발기 된 자지의 세 번째 남자인
김사장까지 받아내고 있었다. 주점이란 곳은 사실 여자들의 동료애와 정이 각별한 곳인 동시에 서열과 규칙이 공존하는
무서운 곳이기도 했었다. 김팀장이 돈만을 목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은 여기서 일하는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라는 듯
행동했던 것이 이런 신고식과도 같은, ‘버릇을 고쳐줘야 된다’고 벼르던 여자들에게 기회를 주게 됐다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생각까지 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중에서야 누나를 찾으러 온 동생 소강이가 누나를 호명하는 아버지뻘 되는 남자의 역겨운 모습에 치를 떨며 주먹을 날렸고 남자 친구인 줄로만 알고 있던 업소 직원들에게 호되게 매질을 당한 후 창고 안에 처박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이 업주의 입장에서도 김소이란 여자의 콧대를 한 번 꺾어 줄 필요성을 느껴 소강이에게 맞은 손님의 변태성을 이용해
업소의 퀸과 종업원까지 협력해 벌인 일이란 것까지 알게 되었지만 이미 다 지난 날의 기억이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일에 익숙해지려던 그 때에 만만하다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인간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너무도 쉽게 벌일 수 있다는 걸, 이 곳의 이렇게나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김소이였었다.
“ 그..그만.. 흑흑..흐윽...”
테이블과 함께 몸이 흔들리는 김소이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을 시작하자, 한사장의 변태성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 이 친구도 좀 불쌍한데.. 지 여자 친구가 당하는 걸 맨 정신으로 보는 게 더 미칠 거 같지 않나? 자 자네도 마시라고, 날
때린 건 용서해 줄 테니까. 내가 주는..”
‘쨍그랑~~’
김소이처럼 두 남자의 팔에 억압당하고 있는 소강이도 눈물을 흘리며 입술이 터지도록 물린 재갈을 씹어먹다시피 깨물고
있었다. 한사장이 술잔을 들고 재갈을 풀며 소강이의 입을 벌리려 하자 고개를 ‘획~’하고 돌려 그 술잔을 떨어트려 깨지게
만들었다.
“ 다 죽여버릴거야! 이 개새끼들아! 다 죽여...억!어푸푸!! 컥컥!~”
그러나 이미 만취한 한사장과 일행들은 짐승과도 같은 행동으로 욕을 하는 소강이란 어린 나이의 학생에게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 후 술을 들이부었다. 술에 대한 면역이란 것 자체가 존재할리 없던 소강은 너무도 쉽게 알코올의 기운에 취해
맞아서 든 멍의 고통조차 잊은 채 곧 흐느적거리게 되어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리고 시작 된 한사장의 행위는 사람이라면 차마 입으로 담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술에 완전히 만취해 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 소강을 테이블위에서 힘겹게 엎드려 있는 자신의 누나의 등 위에 커질리 없는 자지를 축 늘어
트린 채 몸을 포개듯 기대게 만들곤 흥을 돋구라며 도우미를 자청한 안양이라는 여자에게 시켜 소강이의 자지를 물고 빨며
혈기 왕성한 십대의 물건에 힘을 실어주게 만들자 한사장이 기다렸다는 듯 인사불성인 남매에게 있어선 안 될 행위를 시작
하게 된다.
한사장은 아직 껍질조차 벗기지 않은 소강의 커진 자지를 잡고는 소이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벌리며 구멍에 손수 맞춰
주고는 소강의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 아..안 돼.....”
단발마의 비명과도 같은 소이의 고함 소리가 룸 안의 변태적인 흥분을 더 한다.
나이 마흔 하나에 전국 7개 체인을 둔 백화점의 총괄팀 팀장이란 직함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내
이름은 오강진이다. 강진이란 이름보다 오팀장이라 더 많이 불렸기에 어느새 오팀장이라는 직함이 더 익숙해진 나였다.
총괄 팀이라는 말대로 전국에 위치한 백화점들의 관리를 맡아 하는 요직에 근무하는 나였기에 물질적, 금전적 모자람은
옛날 얘기였다. 뒷거래로 여자까지 상납 받는 내 직위에 만족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이 공허함의 원인은 가정에 있었다.
아이가 없는 나와 아내 사이는 요즘 권태기를 넘어 무태기의 시기로 접어 든 듯하다. 서로의 사이에 시들해지는 권태기를
넘어 이젠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듯 한 관계로 접어든 부부로 잠도 한 방에서 같이 잔지가 이미 3년이 넘은
결혼 9년차로 아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게 분명했다.
별 상관없었다. 집보다 회사란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나였고, 아내 또 한 자신의 취미와 생활에 전념하며 보통의
여자들처럼 남편을 귀찮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내 생활에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아내는 아내 역할에 충실한 여자로 소이 간판부부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 부부는 너무 금실이 좋아
하늘이 질투해 아이를 못 갖는 원앙부부처럼 보이는 듯 했다. 아내의 내공과 내조는 내가 혀를 두를 정도로 완벽하고 철저한 모습을 항상 보여줬기에 불만이란 단어를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자네 와이프 음식 솜씨야 일품이지!”
“ 감사합니다. 조 이상님.”
“ 감사는,, 자넨 복 받은 사람이라고. 명문대를 졸업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한자리 꿰찬 것도 모자라서 저런 미모의
아내까지... 쯧쯧.. 하늘은 참~~ 공평한 거 같단 말일세.”
“ 네?.. 무슨 말씀이신지..”
“ 자네한테 일자리하고 미인 아내를 줬다면 키하고 얼굴을 안 줬다는 거지. 하하하하”
능구렁이 같은 조이사는 오늘도 날 놀려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 분명해 보인다. 하긴 저렇게라도 따분한 시간을 죽여야 퇴근시간이 일찍 다가올 테니 이해는 간다.
조이사의 말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얼굴이 남들 만큼 훈남도 아니었고, 키가 겨우 172cm를 웃도는 텔레비전에
어떤 여자가 180이하는 루저라는 폭탄발언을 했을 때 그 루저에 속하는 부류 중 하나였다. 아내와의 키가 겨우 1cm 차이
나는 나로선 아내의 하이힐이 가장 두려운 존재였고, 키 높이 깔창은 종류별로 소지하고 있는 놈이었다. 운동화용, 구두용..
깔창이란 건 백만불짜리 두뇌를 가진 놈이 만든 게 분명할 거란 생각을 하며 오늘도 구두 속에 깔창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
신고 177cm의 다른 층의 고기로 숨 쉬고 있다.
“ 어디가?”
“ 동창 모임이라고 벌써 몇 번을 말해요.”
“ 오늘이던가?”
“ ....”
퇴근을 하고 양복을 벗는 내 시야에 잘 차려입은 아내의 모습이 먼저 들어온다. 아내는 옷 맵시가 좋다. 아니 좋은 몸매에
자신의 스타일에 잘 맞는 옷을 잘 차려 입었다. 그렇다고 사치를 하거나 보석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철마다 옷을 사 입는
그런 여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대도 아내와 나란히 걸어 다닐 때면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최고의 액세서리로 날 돋보여주는 그런 정도로 스타일과
미모가 뛰어난 여자였다. 어차피 중매로 서로의 배경을 보고 결혼 한 사이였긴 했지만, 신혼 때에는 나름 좋았던 기억도
많았던 것이 우리 부부였다고 난 생각했고, 그런 미모의 아내를 밤마다 괴롭히는 특권을 누리며 ‘이게 사랑이구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처제의 결혼식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 부부와는 달리 처제는 엘리트 집안답게 일류대에 진학해 같은 과의 변호사 놈과 눈이 맞아 사법고시 대신 졸업함과
동시에 혼인증명서를 제출한 경우였다. 그저 그런 대학에도 운 좋게 대기업에 취직하여 자수성가한 나와는 달리 동서란
놈은 학벌과 집안, 거기에 인물까지 뭐 하나 빠짐이 없는 완벽한 놈이었고, 아내가 지금까지 숨겨 왔던 부러움과 창피한
감정을 처음으로 훔쳐볼 수 있었던 시기였다.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하기도 뭐한 일은 처제의 결혼 며칠 전 자매간의 시간을 갖는다며 우리 집에서 자고 간 그날 밤이었다. 날밤을 샌다며 양주에 과일안주까지 준비해 날 일찌감치 재운 둘의 대화는 처음엔 웃음이 가득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흥미 없는 둘의 옛 추억에 안방의 불을 끄고 텔레비전을 보던 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오히려 깔깔거리며 시끄럽게
거실에서 떠들 던 둘의 대화소리가 소곤거리듯 작아졌을 때 깨어나게 된다. 꼭 라디오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가 방송시간이
끝나 ‘치직’ 거리는 잡음을 듣게 돼 깨어났을 때와 같은 느낌으로 침대에 홀로 누워 있는 나란 걸 알게 되어 아내를 부르러
거실로 막 나가려다 둘의 대화 소리를 엿듣게 된 것이다.
“ 그렇지도 않데. 요즘 변호사부터 시작하면 인맥에도 문제 많다고 해서 걱정이야.”
“ 그래도 넌 둘이 열렬히 사랑하잖아.”
“ 사랑이 밥 먹여준데?! 언니야 남부러울 게 없으니까 사랑타령이지..”
“ 그래 보이니?”
“ 그럼? 아니야?”
“ 그이가 멋져 보여?”
“ 뭐? 킥킥..솔직히 그건 아니지..”
“ 제부야 키도 크고 훨친하니 잘 생겼으니까.. 그래서 끌린 거 아니야?”
“ 하긴.. 우리 오빠가 좀 멋지지?”
“ 벌써부터 자랑 질이니? 호호호..”
둘이 얼마나 마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혀가 꼬일 대로 꼬인 두 여자는 안방에서 자고 있을 나란 존재를 아예 잊은 듯
대화에 열중했고,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줌이 마렵긴 했지만, 잠이 깰 정도는 아니
었고 둘의 대화를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침대로 발걸음을 돌리려던 내 귀에 믿기지 않는 아내의 얘기 소리가
몸을 멈추게 만든다.
“ 벌써.. 했니?”
“ 풋~ 켁켁.. 뭐??”
“ 미..미안.. 내가 취했나 봐.”
“ 호호호~. 우리가 애유~ 진즉 했지. 아마 대학교 1학년 때던가? 아! 언니도 기억나지 언니랑 여행 간다고 아빠한테
허락받게 도와준 일.”
“ 응... 하지만 그땐 과 친구들하고 놀러간다고..”
“ 과 친구들하고도 같이 가긴 했지. 방만 따로 잡아서 글치.”
“ 그럼.. 그때?”
“ 응. 근데 이거 맛있네..”
“ 그렇..구나...”
“ 근데 언니는 아직 준비 중이야?”
“ ..뭘?”
“ 아이! 이제 슬슬 준비해야 되지 않나? 지금도 늦었을 텐데.”
“ 그런가...”
“ 뭐가 이래? 그 둥그스레한 대답은 뭐야? 뭐래?”
“ ...”
“ 왜? 형부가 문제야?”
“ 몰라.”
“ 그럼?? 언니 이상해...”
“ 사실...”
아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엄청 뜸을 드린다. 뜸 들이는 건 밥으로 충분하다며 둘러 얘길 하는 스타일이 아닌 아내였기에
난 문에 더 바짝 기대며 아내의 목소리에 집중을 하게 된다. 애간장 타는 내 마음과는 달리 아내는 용기가 필요한지 벌컥이며
남은 술을 원샷하듯 마셔댔다.
“ 제부는 잘...하니?”
“ ...뭘?”
“ 그..거....”
“ 그러라니? 뭘 말 하는 거야?”
“ 있잖아... 그..거...”
“ 답답하게.. 뭐?”
이런 대화가 처음인 두 사람이 분명했다. 아니 우리 부부사이에도 이런 대화는 거의 금기와도 같은 주제로 난 아내가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착각을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
“ 밤..일...”
“ 밤일??..아!!”
“ ....”
아내가 목이 타는지 다시 술을 따라 마신다. 둘 다 취한 게 분명했는데도 잠시 동안의 침묵이 거실에 이어졌다. 난 심하게
고동치는 가슴에 혹시나 내가 엿듣고 있다는 걸 들킨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며 문 쪽으로 소리 나지 않게 더 숨겼다.
먼저 운을 땐 건 그나마 개방적인 처제였다. 대학교 때 결혼부터 한다는 처제의 고집에 집안 사람들이 전부 만류했지만,
처제는 놀만큼 놀았고, 동서의 아이를 임신 했다는 금방 들킬 거짓말까지 하며 저돌적으로 추진 할 정도로 고집불통이었지만, 세상 물정엔 언니인 내 아내보다 더 밝은 여자였고, 경험도 풍부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여자였다.
“ 그냥 그렇지 뭐... 그런데 갑자기 왜?”
“ 잘..한다는 기준이 뭘까?”
“ 갑자기 생뚱맞게 뭐니? 언니 혹시 욕구불만이야?”
“ 욕구?? 남사스럽게 무슨.. 말도 안 돼...”
“ 꼭 그렇게 보이는데!? 그런 말은 입 밖으로.. 아니지! 그런 생각도 하는 사람인 줄 오늘 첨 알았네..”
“ 난.. 여자 아니니...”
“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는데?”
“ 사랑하면... 막 안고 싶고.. 뽀뽀하고 싶다고.. 하잖아.”
“ 응.”
“ 그런게... 오래갈까?”
“ 아! 진짜 답답하네!”
“ 쉿!! 얘가....”
“ 형부가 잘 못해?”
“ ....몰라.”
“ 하긴 경험이 있어야 잘 하는지 못하는지를 알지.”
“ ...”
“ 그러니까! 내가 연예 좀 하고 여러 사람 좀 만나보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대학교 때도 아빠한테 붙잡혀 살기나 하고..
누가 통금시간 8시를 지키니!?”
“ 그럼 아빠 말을 무시해?”
“ 누가 무시하래? 타협을 해서 현실적으로 살아가라는 거지.”
“ ...”
“ 언니! 혹시 아무것도 못 느끼거나.. 그런 건 아니지?”
“ 그런 거 아니야.”
“ ....”
“ ..그만하자. 내가 창피하게 무슨 말을..”
“ 전위는 해?”
“ ...응?”
“ 애무는 하냐고.”
“ 미..미쳤어. 그이 깨!..”
“ 깨기는.. 그럼 섹스는 잘 해?”
“ ..!!!!”
아내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안방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둘의 대화에 집중하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던 난 순간 당황하며
얼른 몸을 뒤로 빼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애써 호흡조차 참게 된다.
‘ 봤을까?...’
‘ 내가 몰래 듣고 있는 걸 본 건가.. 왜 얘길 안..하지?’
한참동안의 긴 침묵이 이어졌다. 아내가 일어나는 소리에 난 심장이 멎는 듯 느끼며 지금이라도 방금 깬 척을 하며 거실로
나갈까.. 아니면 침대로 다이빙을 해서 자는 척을 할까...
‘덜컥’
냉장고 문을 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딸그락 거리는 병 부딪히는 소리로 아내가 맥주를 꺼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술이 다 떨어져 보충하기 위한 일어섬이란 걸 알게 되고는 난 안도의 깊은 심호흡을 하게 된다.
“ 그..냥 그래.”
“ 그냥 그렇다고 얘기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 그냥....”
“ 느끼긴 하지? 혹시 병 있는 건 아니지?”
“ 병..일까?”
“ 진짜 못 느끼니?”
둘의 대화는 더 이상 자매의 그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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