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3부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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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착한 사랑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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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68,370회 작성일 20-10-31 14:58

본문

동민의 내민 손에 올려진 핸드폰을 낚아채듯 집어든 민기는 거침없이 문을 나섰다.. 이 핸드폰이라도 안가져간다면 분명 

동민이가 쫓아 올거라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민기였기에 어쩔수 없이 핸드폰을 들고 나선다. 

동민은 그런 민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무리 흥분해도 민기가 아무 대책없이 무작정 길상파 사무실로 쳐들어가지 

않을거란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바로 옆에서 형님으로 모신 동민이기에 지금의 민기상태는 말리거나 동참하기보다는 그냥 민기의 말을 따르는것이 최선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이 자리까지 올라온 민기였다. 민기의 모습이 사라진 사무실에 혼자 남은 동민은 수화기를 들어 막내에게 전화를 건다.


" 찾았어?!! 아직이라고?? 너 이새끼 들어오지마!! 못 찾으면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이 새끼야!!" 


동민과 두세 명의 일당이 황급히 oo병원 응급실로 뛰어 들어간다. 

사무실에서 야구방망이로 막내를 비롯 몇 명의 엉덩이를 아작 내고 있던 동민은 사무실 전화기가 울리는 벨소리에 숨을 

헐떡이며 잠시 방망이를 내려놓게 되었고, 받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민기의 목소리에 숨이 멎을 뻔 한다.


[ 나다.. 찾았어?] 

" 죄송합니다 형님.. 아직...."

[ 후~....됐다.. 잘 도망갔으면 됐네...]

" 예??"

[ 아니다.. 차 좀 가져와라.. 여기 oo병원이다..]

" oo병원이요? 어디 다치셨습니까.. 형님?"

[ ....뚜~~뚜~~~]


직접 전화를 건 민기였기에 심하게 다친 건 아닐 거라고 막연히 안심을 하고 있던 동민이었는데 병원이라는 민기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그리곤 민기가 향한 길상파라는 목적지를 떠올린 후 막 도착한 짱개와 두 명을 더 데리고 병원으로
황급히 향하게 되었다. 
응급실로 향한 네 명의 건장한 남자들을 막을 수 있는 인원은 없었다.

야간 경비병이 우르르 몰려오는 관경에 기겁을 한 채 멀뚱히 뒤로 물러나 이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응급실로 들어간
동민 일행은 커튼이 쳐진 침대들을 일일이 젖혀 확인하며 민기를 찾기 시작했다.


" 이것보세요! 이러시면 안 돼요!" 

" ...."

" 여보세요!!"


간호사의 만류에도 동민과 그 일당의 무례한 행동은 계속 되었다. 십여 개의 베드가 있는 응급실을 다 둘러봤지만 민기를
찾지 못한 동민은 자신을 만류하던 간호사에게 씩씩대며 걸어가게 되었고, 그 모습에 겁을 먹은 간호사가 뒷걸음질을 칠때
수석간호사로 보이는 하얀색 스웨터를 입은 중년의 아줌마 간호사가 그런 동민을 향해 걸어왔다.


" 무슨 일 인진 모르겠는데.. 여긴 다른 중환자분도 계십니다.. 이러시면 신고하겠어요." 

" 신고? 우리가 뭘 했는데?!!"

" 이런 게 범죄란 거 모르세요?"

" 동민아... 조용히 해라.." 

" 혀..형님!...괜찮으십니까!!???" 

" 이게 뭔 쪽이냐.. 애들 내보네.."

" 예??"

" 이 간호사분 아는 분이다.. 더 이상 쪽팔리게 하지 말고.. 애들 내보내라.."

" .....예."


그 수석간호사라는 여자가 응급실 바로 밖의 소란스러움에 먼저 민기를 안쪽 엑스레이촬영실로 숨긴 것이다. 

밖의 인원이 민기의 동생들인 것도 모른 채 칼침을 맞고 민기를 접한 간호사는 단번에 민기의 얼굴을 보고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서둘러 숨긴 것이다. 동민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이 응급실 밖으로 향하자 민기는 팔을 손으로 감싸며 가장 안쪽의 침대로 걸어가 앉는다. 다시 민기의 곁으로 간 간호사는 민기가 어깨에 걸치고 있던 양복을 젖히고 응급으로 감아놓은 붕대를 풀고는 이미 손에 들고 있던 스테인리스 받침에서 바늘과 실로 상처를 꿰매기 시작한다.


" 혀..형님.." 

" 별거 아니다... "

" 이게 별거 아니에요? 참나.. 10년 만에 만났는데 아주 잘 돼서 오셨네.." 

" 큭큭.. 여전하시네요.." 

" ...."

" 형님 이분은 누구십니까?" 

" 응?.... 나 소년원에 들어갈 때 마지막으로 환대해주신 분이다.. 인사 올려라.."

" 아.. 안녕하십니까.....가..간호사님.."

" ...... 안녕 못하네요.. 아무리 막대 먹은 양아치라고 해도.. 이건 실례죠!" 

" 예?..야..양아치??" 

" 크크크.... 동민아 나가 있어라.. 네 목소리 너무 크네.." 

" ...... 예... 형님.."


동민은 다시 한 번 민기의 팔을 훑어보고는 간호사를 무섭게 노려보고는 머뭇거리며 자리를 비운다. 


" 기껏.. 깡패가 됐네.." 

" 와.. 금방 말 놓는 거예요?"

" 나이도 어린데.. 벌써 형님 소리 듣고.... 이것도 성공한 건가?"

" ......성공은요... 재활용에서 이제는 완전히 쓰레기가 된 거죠.."

" ...."

" 누나는.."

" 내가... 왜 네 누나야!"

" 크크... 하여튼 누나는 여기서 근무 하시는 건가 봐요."

" 금산 병원 없어진 거 모르지?"

 "...없어졌어요?"

" 아!.. 너 솔직히 말해!."

" 예?"

" 그 경찰관!...아니 형사였나? 그 사람...."

" ...누굴 말씀하시는지..."

" 시치미 때지 말고! 네가 그런 거니?"

" .....뭘요?"

" 정말 아니야?"

"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민기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그날 밤의 상황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추억이다. 추억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화된 단어로 이
자리에 이렇게 자신을 만들어버린 모든 근원의 시발점인 그날 밤을 다시 떠올리자 씁쓸한 미소를 띠게 된다. 

그런데 그 미소를 잘못 받아들인 간호사는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 형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민기를 노려보며 

방금 전과는 다른 톤 높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당장 나가! 아무리 네가 복수에 눈이 멀었어도 어쩜 사람이 그럴 수 있니!! 당장 나가라고!!" 

"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지만.. 신세 졌습니다.. 나중에 인사드리러 올게요."

" 됐고! 다시는 그 더러운 낯짝 보일 생각하지 마.. 

지금 신고 안하는 건 그나마 나도 그 날 그 일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거니까.. 당장 나가......"


" 예......그리고 누나... 무슨 말 인진 모르겠지만.. 전 그 사건 이후 저와 관계되었던 모든 사람하고는 연락을 끊었어요... 

그러니 그 경찰관도 못 만났고요... 그럼 감사했습니다."


민기는 자신의 상처를 다 꿰맨 간호사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는 피가 묻어 젖어있는 양복을 입고는 걸어 나간다. 

응급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민기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할 때 그 수석 간호사만은 민기의 등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 어떻게 된 겁니까 형님?" 

" 언제부터 네가 내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냐?"

" ....이게 남의 일입니까...."

" 애들은?"

" 택시타고 오라고 했습니다...."

" ......담배 있냐?"

" 예... 형님.."


차를 출발하기 전 몸을 틀어 민기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불을 붙여준다. 천천히 차를 출발시키는 동민은 룸미러로 민기의 몸을 살피듯 더 이상의 상처가 존재하는 지 확인하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민기는 크게 퀘멜정도가 아니면 병원조차 찾지 

않는 민기였기에 동민의 행동은 형님을 모시는 동생보다는 마누라와 같을 정도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 징그럽다..." 

" 예??"

" 뭘 훔쳐보는데.... 난 남자한테 관심 없다.."

" .,...형님도 참...."

" 크크... 그나저나.. 아리는?? 연락은 없고?"

" 예... 애들 풀어서 다 훑어 봤는데... 이미 멀리 내뺀 거 같습니다.."

" ..................그래."

" 근데... 누군데 그렇게 흥분을 하셨습니까....형님?"

" ..... 동생.....이라고 해야 하나...?......"

" 동생이요?"

" ......동민아.. 너 조사 좀 하나 해라.."

" ...예."

" XX동 권호.영......아니다.. 됐다...."

" 예???"

"......."

" 그것보다... OO경찰서에 김반장이라고 그 놈이나 좀 찾아봐."

" 김...반장이요?"

" 아마 지금 40대 중후반 쯤 됐을거다... 미성년 담당이었던데...10년 전에.. 한번 알아봐라.."

" 예...형님... 그럼 그 권뭐시기는.."

" 됐다... 그냥 없었던 걸로 해라..."

" 예 형님...그런데 말입니다.. 형님 다치신 게 길상파 애들이 한 짓 맞습니까? 애들 다시 소집할까요?"

" 됐다.. 길상 이한테 알아듣게 말해 놨다... 더 이상 길상파 애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 ..............예... 형님."


동민은 민기를 차로 집까지 모셔다주고는 다시 사무실로 간다. 민기를 저렇게 만든 길상파 놈들에게 분이 풀리지 않은 

민이었고, 당연히 보복을 하기 위해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소수인원 중에서도 정예조를 소집한 상태였다.

민이파에서 기민형님으로 통하는 민기의 조직이 소수로 꾸려지는 이유는 민이파가 속한 철민파에서도 그 존재가 각별했기

때문이다. 철민파의 대부 격인 윤철민과 민기가 만난건 교도소 안에서 동민이 말했던 전설의 3대1 혈전이 있고 나서였다. 


소년원에서 교도소로 이송된 민기는 그곳에서도 특별 취급을 받는다. 경찰서장의 아들을 반병신 만들어 입소한 민기였기에 그 높은 분의 손아귀를 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민기는 오히려 그 놈들에게 교도**는 복수하기 좋은 장소를 골라주는 격이 

되어버렸고, 전혀 상관없는 나이프라고 알려진 이름 모를 놈에게 타깃이 된 것도 모른 채 샤워 실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전설의 3대1 혈전을 치르게 되었다.


보통 암살은 음밀하고 비밀리에 행해지는 것인데 경찰관의 주문으로 처우에 대해 보장을 받은 나이프는 완벽함을 더하기 

위해 망치와 동민을 끌어들여 대담하게 샤워실에서 일을 치르게 되었다. 죽여달라는 요구가 더 있었기에 별다른 도구도 

필요가 없었고, 샤워를 5분 안에 끝내야 하는 일상에 익숙해진 민기는 그날도 다른 재소자와 함께 샤워실로 들어가자마자

씻기 시작했다.


그러나 민기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였다. 간단히 비누를 가지고 시비를 걸기 시작한 망치를 의심부터 하며 경계의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 주먹을 쥐고 있는 남자를 찾기 시작한 민기였고, 곧 망치의 뒤에서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손에 수건의 끝을 말고 있는 나이프를 찾을 수 있었다. 별다른 일도 아닌 사소한 다툼은 그냥 말싸움을 벌이다 민기가 꼬리를 

내려 도망치는 일로 교도소생활을 지내고 있었기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민기를 껌으로 본 망치는 비아냥거리며 주위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다.


단순한 말다툼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살인 이것이 그들이 준비한 시나리오였지만, 달려든 망치를 뛰어넘어 그대로 나이프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민기의 행동에 샤워실에 있던 어느 누구도 예상을 못한 채 날아올라 머리통을 발로 찍어 깨버린 민기의 행동에 입만 벌린 채 어벙벙하기 시작했다.


그 후 망치와 동민이 달려들었지만, 태권도와 유도까지 프로급인 민기에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여기저기가 부러진

채 바닥에 뒹굴게 된다. 그때 동민의 한쪽 눈도 거의 실명이 되어 지금도 흐릿하게 보일정도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독방생활을 보내게 된 민기는 평소 나이프의 행실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재소자들의 증언으로 크게 형량엔 영향을

받지 않는 2년이 더 덧붙여진 것 외에는 같은 재소자를 반 병신을 만들어 놓고도 의외로 편한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다. 

평소 자신을 숨기던 민기의 행동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민기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던 남자가 있었다. 그것이 윤철민이다. 서울 대부분의 조직들을 수하로 두었고.
정계와도 손을 잡고 있는 철민은 살인교사죄로 복역을 민기와 같이 하게 되었다. 우연치 않게 그 샤워실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민기의 행동을 지켜보며 민기를 찜해놓고 조금 더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의 해바라기 시간이 찾아온다. 야회 산책시간을 일부 재소자들은 이렇게 부른다. 

운동을 하거나 노닥거리는 사람들과 달리 밖의 풍경을 그리워하며 햇볕만을 쬐는 그렇게 해바라기처럼 햇볕을 쬐고 있는
민기에게 먼저 접근한 철민이었다.


" 몇 살이냐?" 

" ......"

" 나이도 어린 거 같은데.. 살인미수라.... 뭔 원한이 그렇게 많았냐?"

" 아저씨가 뭔데 상관입니까?"

" 민기? 기민?"

" ...."

" 이름이 뭐야? 1802번.."

" 조용히 살려고 노력하는 놈입니다.. 그러니까.. 말 걸지 마세요."

" ...허허허.... 내가 누군진 알고?"

" ......별 상관없습니다.. 다신 안 만날 테니....."

" 허허~~볼수록 마음에 드는 놈이네..."

" 전.. 그쪽 취향도 아니고.. 제 엉덩이에 뭐 꽂을 생각이면 애당초 접으시란 말입니다.. 다시는 남자구실 못할 수 있으니까.."

" 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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