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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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절뚝이며 민기의 앞으로 다가온 남자의 행색은 과거 자신을 깔보며 인간말종 취급하고 떵떵거렸던 그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측은하게 보일정도로 허름한 옷에 산발의 머리를 한 남자였기에 민기도 속으로 많이 놀란 듯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왔던 차안에서의 궁금증은 모두 잊게 된다. 자신의 부모 욕까지 거기에 자신에게 선처라는 단어조차 아깝다는 이 남자의 그때 모습을 떠올려보지만 너무도 달라져 그 남자가 이 남자가 맞는지 의구심까지 들게 된다.
" 날 보자고 했다던데..."
" .....앉으시죠."
어느 동네에나 있는 슈퍼 앞의 단상에 앉아 있던 민기는 우선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곤 김반장 김길수가 단상에 앉자 슈퍼에
들어가 캔 커피를 들고 나온다. 공짜 음료수에 혀를 차는 김길수의 행동에 민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 단상에 앉는다.
" 쯧쯧... 이왕이면 쇠주를 줄 것이지.."
" 이미 약주도 좀 하신 거 같으신데요.."
" 멀쩡한 거 보면 모르나... 그런데 무슨 일로 날 찾아왔소...?"
" 그 잘나가시던 김반장님이.... 갑자기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변하신겁니까?"
" 김반장? 허허허..... 당신이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사람 잘 못 찾아왔수다... 김반장은 얼어 죽을..."
" 김길수 반장님 아니십니까? 10여 년 전 OO경찰서 소년계에서 일하시던.."
" .....당신 누구요?"
잠시 동민에게 차에 가 있으라는 손짓을 한 민기는 가만히 담배를 꺼내 먼저 길수에게 물려주고는 불을 붙여준다.
그리곤 천천히 자신의 입에 한 개비를 꺼내 물고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갔다.
" 민깁니다.. 권민기..."
" 누구?"
" XX고등학교에서 경찰서장 아들 살인미수로 당신이 쳐 넣은 권민기...."
" ......."
" ..."
" 크크...이제 와서 복수라도 하려고 찾아왔남?"
" ..... 어쩌다가 그렇게 되셨습니까?"
" 왜? 복수할 맛이 떨어져서 실망했나?"
" ...... 복수같은건 잊은 지 오랩니다."
"그럼 갑자기 무슨 일로 날 찾아왔나? 이런 몰골보고 비웃어주려고? 넌 출세했다 이거냐?"
" ... 단순히 양아치가 됐습니다... 출세는요.."
" ....깡패냐?"
" .........."
" 크크.. 원래 인간은 말이다.. 자기밥그릇을 들고 지애미 뱃속에서 끼질러 나오는 겨... 넌 그 정도 그릇인거지.."
" .....왜 그렇게 됐습니까?"
" 몰라!~ 왜? 이렇게 된 거보니까 후련하니?"
" 단순히 법 집행한 게 아닙니까? 제가 이런 모습보고 후련해 해야 될 뭔가가 있는 건가요?"
" .......에이.. 술 깨게.... 재수 없다.. 가라."
" 복수라도 해드릴까요?"
" ....뭐? 복수? 네가? 날 위해?"
" .....예."
" 허~~~.... 나 돈 없다.. "
" 돈은 필요 없습니다.."
" ......................................"
" ..."
" 참 이상한 놈일세.. 지 처넣은 경찰을 찾아와서.. 대신 복수를 해주겠다?"
" .......예."
" 그게 너하고도 관련 있던 일인데도? 너한테 나쁜 짓을 했던 내 과거와 중요한 연관이 있는데도 말이냐?"
" .........예."
" ...................."
" 전 이제 민기가 아닌 기민입니다.. 기민으로 산지도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고요...
사사로이 사적인 감정에 움직일 수도 없지만.. 김반장님보니까...."
" 크크크.... 미친놈..... 복수는 됐고... 주정뱅이 무용담이나 듣고 가라....내가 왜 이렇게 됐냐면 말이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동민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민기를 룸미러로 쳐다보며 조용히 말을 건다..
연신 담배를 뒷좌석에서 피고 있던 민기였기에 어떤 타이밍에서 끊고 들어가야 할지 눈치만 보던 동민이었지만, 결국
목적지인 사무실에 거의 도착했을 때 입을 열게 된다.
" 형님.. 제가 저 놈 묻어버릴까요?"
" ......뭐?"
" 방금 그 새끼 말입니다.. 형님 학교 보낸 놈 아닙니까?"
" ..... 신경 꺼라."
" 저런 새끼 처리하는 건 껌도 아닙니다 형님."
" 동민아...."
" 예 형님.."
" 아까 그 지역이면 노랭이파 구역이지?"
" ...노랭이파가 거기까진 신경 안 쓸 겁니다 형님..아마.. 노랭이파 산하에...... 한가진파 놈들 구역 같은데 말입니다.."
" 한가진?"
" 예.. 제가 알기론 십여 명도 안 되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가진이면... 석구가 대빵이던가?"
" 알아보겠습니다 형님...."
" 요즘 뭐해서 먹고 사냐?
" ...글쎄요... 저도 거기까진..... 그쪽은 상권도 없고.. 유흥업 쪽도 취약해서 그냥 방치하고 있던데 말입니다..."
" 좀 알아봐라... 10년 전부터... 지금도 뭘 해서 먹고사는지..."
" 예 형님..."
사무실로 동민과 함께 들어간 민기는 몇 명의 낯선 남자들에게 인사를 받고 그대로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그 낯선
남자들은 동민에게도 인사를 하곤 무엇인지 중요한 얘길 하는지 이내 개인 접견실과도 같은 테이블과 티비만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시 시작하는 한길과 강철은 그런 낯선 풍경에 청소를 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가 결국 강철이 호기심을 못
이기고 민기가 있는 사무실로 청소하는척하며 들어간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있는 민기의 눈치를 살피며 쓰레기통을 비우곤 머뭇거리며 평소 잘 닦지 않는 책장까지 손을 대고 있다.
" 왜?"
" ...예..예??"
"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살살거리지 말고 궁금한 게 뭐냐고.."
" 형님.. 저 놈들은 뭡니까? 대충 여기 인원은 파악했는데.. 첨보는 놈들인데 말도 없고.. 인사를 해도 본채 만 채 하고...."
" ........한기도 들어오라고 해라."
" 예??"
" 어차피 식구 됐는데 대충은 알아둬야지.. 문 앞에서 훔쳐듣고 있는 한기 들어오라고.."
" ....수..수고하십니다 형님..."
민기의 말대로 강철이가 들어가자 그 틈을 타 귀를 문에 바짝 대곤 분명 겁 없이 물어볼 강철을 기다리고 있던 한기였다.
" 거기 앉아라.."
" ...아닙니다.."
" 아닙니다."
" 앉아..."
" 우리 사무실이 대충 뭐하는 곳인 줄은 이제 파악 됐지?"
" 예 형님...그런데 알수록 이해가 안가는게 말입니다.. 강철이도 말하길 이정도면 충분히.."
" 쓸데없는 얘긴 됐고... 우리가 내부적으로도 단속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냐.."
" 예??"
" 똑똑한 한기가 말해봐라.. 강철이 저놈은 어차피 들어도 잘 모를 테니까.."
" .....단속이라면......"
" 외부적인 일은 극히 줄어든 우리다.. 아니 조용히 처리할 일 외에는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 없지.."
" .....예."
" 그럼 내부적인.. 서울을 장악하고 있는 열아홉 개의 형님들이 이끄는 그 큰 조직들을 아무 탈 없이 철민형님이 관리하시려면 어떻게 해야겠냔 말이다.."
" 그거야.. 정보를 빨리 잘 알고.. 대처를 빨리....아!!~~"
" 그래.. 그거다..."
" 무..뭔데?.. 한기야 무슨 말이야?"
" 넌 좀 가만히 있어봐..그럼 저 친구들은.."
" 그래.. 우리 조직은 표면적으론 스무 명 정도 인원인걸로 되어 있다.. 아니 정예는 스무 명 정도로... 그것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철민형님 밑에서 비서로 내가 일을 하고.. 밥 벌이겸 철민형님 잔심부름할 수 있는 이 흥신소에
대여섯 명이 있다는 걸로 열아홉 형님들에게 인식시켜놨으니까...."
"....."
" 뭔데? 그럼 저 친구들은 뭐냔 말입니다 형님.."
" 강철아...넌 똑같이 들었는데 이해를 못하겠냐?"
" ......죄송합니다 형님.. 제 대가리가.."
" 크크크....저 친구들은 각 조직에 심어놓은 우리 아이들 이란 말이다.."
" 예? 각 조직에 있는?"
" 조직의 보스들도 모르는 일이니까.. 입 함부로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말 안 해도 알겄지?"
" ....."
" ...."
한기는 속으로 감탄을 하고 있었다. 사실 한기가 민기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뻥을 친것은 순전히 짐작으로 얘길 한
것이다. 길상이를 조지던 민기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손도 못된, 아니.. 놓아버린 일행 중 유일한 한명이었던 민기는
자신의 보스가 그렇게 당하는 꼴을 지켜만 봤기에 아무리 그래도 민기 앞에서 죽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에 느낀
레벨이 다른 민기의 모습에 그 후 많은 후회와 자멸감에 빠져있던 한기는 스스로 붙잡히다시피 했고, 틈을 봐서 민기의 목을 베고 죽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남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며 장렬히 민기와 같이 물귀신 작전을 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려했는데, 몰래 숨어 지켜본 민기가 보통 깡패가 아니란 것을 알아내며 정말 어렵게 민이파라는 이름만을 알아내고는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잡혀 내부로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말하는 한기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 민기의 모습은 이미 민기는 다 알고 있을 거라는
걸로 한기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고, 지금 민기의 말을 듣고 나선 더 확신하게 된다.
" 그런데 형님..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제가 아니.. 한기랑 제가 이런 비밀을 다른 조직에 가서 소문이라도 낸다면...
저흴 뭘 믿고 이런 말씀을 다 하시는 겁니까? 들어온 지.. 아니 받아들여주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 크크크크....참.. 단순해서 좋아... 그래서 넌 버리려다가 말았다는 거 아니냐.."
" 예?? 버..버리다뇨.. 그럼 한기는 거두고.. 전 버리려고 하셨단 말입니까?"
" 크크크.."
" 아.. 씨.....뭐야 이거.."
" 큭큭큭... 한기야.. 내가 왜 그랬겠냐..."
" ....글쎄요... 그건 저도 잘...."
" 솔직히 말하면.. 강철이 정도 되는 애들은 우리 가족 중에 널리고 널렸다.. 아니지..... 막내 찬 이하고 비슷하려나...."
" 마..막내라고 했습니까? 이 천하의 강철이를 그 젖비린내도 안 가신 21살짜리 막내하고.."
" 그래 뵈도 그 새끼 나인나이트 대빵이었다... 어린나이에 일당백이라는 말도 듣던 놈이다 이놈아.."
" 나..인 나이트? 그 120명 추산 된다고 경찰에서 발표했던 폭주족 말입니까?"
" 크크.."
" ........"
" 그런데 말이다.. 가만히 한기를 지켜보니까... 강철이 네 놈이랑 같이 활동할 때가 가장 빛을 내더란 말이다..
둘 다 개개인으로 보면 별 볼일 없는 거 같은데 같이 쌍으로 묶어놓고 보니 하는 짓이 귀엽다 이거지..."
" 귀..엽다고요?"
" 그래 인마... 둘이서 벌인 일 보면...."
" 야!! 이거 놔!!"
갑작스런 밖의 소란에 말을 끊게 된 민기다. 더군다나 민이파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 민기는 잠시 고개들 돌려 문을 향하게 된다. 그 소란스러움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더 격렬해지는 듯 도저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지 한기와 강철이가
문을 열고 나간다. 열린 문틈사이로 보이는 낯설지 않은 여자의 모습에 민기는 오히려 황당하게 된다.
'미라...' 민기가 기억하는 저 여자의 이름은 분명 미라가 맞을 것이다.
" 어허.. 이년이 미쳤나! 여기가 어디라고!!"
" 왜?!! 여기 깡패 집합소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뭐?? 흥신소!!!
아주 명함에는 그럴싸하게 꾸며놓고는 하는 짓은 깡패냐!! 이거 안 놔!!"
" 확!! 이 미친년을"
" 짱개야 아는 분이시다.."
" 예..예???!!"
문을 열고 민기가 나오자 미라는 '오냐 너 잘 만났다.'라는 듯 그대로 삿대질을 하며 달려들기 시작한다.
바짝 다가온 미라에겐 술 냄새가 진동하는 걸 느낀 민기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된다.
" 웃어?!!! 지금 너 웃었지!!! 이 호랑말코 같은 게!! 웃어!! 이씨!!~~~"
" 어어!!~~"
'쿵..'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진 미라를 겨우 머리가 바닥에 맞닿기 직전에 부축한 민기였고, 황급히 그런 여자를 짱개와 강철이
부축해서 끌고 나가려한다.
" 내 사무실로 옮겨 놔라..소파에 눕혀.."
" 예? 형님 사무실 말입니까?"
" 그래.."
" .......예 형님."
소파에 누워 흐트러진 굵은 펌의 머리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린 미라의 자태는 눕힌 강철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검은색 블라우스로 큰 가슴이 봉긋 솟아올라 단추의 틈사이로 보이는 하얀 살결과 함께 무릎까지 내려오던 치마는 말려
올라가서 굽힌 무릎의 광택을 더 해 보이는 비둘기색 스타킹까지 강철은 자신도 모르게 훔쳐보듯 소파에 누워있는 미라의
다리 쪽으로 걸어가다 말고는 민기의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나가게 된다.
대략 5시간 전 2시의 미팅에 한껏 멋을 부리고 나간 미라였다. 요즘 민기를 만나고 되는 일이 없는 재수 없는 나날을 보내던 미라는 본연의 직업인 건축 디자이너로서 오랜만에 들어온 큰 건에 대한 미팅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미장원까지 들려
머리를 굵은 웨이브로 말고는 중요할 때만 입는 회색 투피스정장에 검은색 블라우스와 하이힐로 전문직 여성의 모습을
그리며 기대에 차 미팅 장소인 한우건설 사무실로 향했고, 처음 시작은 좋았다.
30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를 먹을 동안 결혼조차 미룬 미라에겐 경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로 인해 정식 사무실을
내지 않고도 이런 큰 건의 의뢰가 종종 들어오는 일도 많았었다. 물론 일이 수주가 됐을 땐 사무실을 끼고 하지만, 한우
건설이 지금 경기도에 크게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고, 그 건에 대한 크기로 한껏 기대에 찼던 미라
였는데 그 쪽에서 원한 건 미라의 이름뿐이었다. 이미 담합으로 정해진 중대형 디자인 회사의 계약에 들러리를 서 달라는....
하지만 이건을 불쾌감을 드러내며 거절할 수가 없던 미라다. 이 업계에서 한우건설의 입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도 미라였고, 자신이 아닌 다른 디자이너에게 충분히 부탁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자신을 불러 하는 한우건설사의 의도도 알고 있던
미라였기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만들어온 디자인의 견적서와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 컴펌을 들고 커피숍을 나오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권력과 돈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에게도 들키기 싫었던 미라는그 견적서와 서류뭉치들을 가방에 꾸겨 넣듯 집어 넣고는 목마름에 그대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맥주를 따서 종이컵에 따라
마시기 시작했고, 곧 그 맥주는 소주로 바뀌어 미팅에서 날씬해 보이려고 아침도 안 먹은 미라의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 아저씨!! 이게 말이 되냐고요!!"
" 글쎄.. 아가씨.. 제대로 신고접수를 하려면 술이 깬 다음에 오라니까요.."
" 어!~~ 지금 저 취한 거 같아요? 아니거든요!! 날 뭐로 보고!! 사람이 사람으로 안보이나.."
" 그러니까.. 저 흥신소 사람차를 당신이 받았다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치료비를 받아달라는거고!"
" 어!~~ 다 알아들으셨네....쿡쿡.. 그러니까!! 같이 가서 수갑을 채우란 말이에요!! 저 깡패 새끼들을!!!"
" 이것 봐요!! 당신이 차를 받았다면서요!!"
" 그러니까요... 내가 차를 받았는데..음~~내가 받은 건데.. 저 새끼들이.. 수리비를 안준다고....."
" 참나... 이 아가씨가 장난하나.. 여기 경찰서거든요!.. 이렇게 막 술주정하면 안 되는 곳이라고요."
" 엥!~~ 이씨.. 야! 민중의 지팡이면!! 지팡이로서 역할을 해야지!! 내가 저 놈들 차를 받았는데!! 왜 수리비를 안주냐고!!..
내 정신적인 피해.....그거 뭐야....맞다 보상!! 그것도 받아 달란 말이야!!"
" 야! 김순경 이 아가씨 끌어내..."
" 어!! 내.. 내 몸에 손대기만 해봐!! 악!!악!!!!~~~ 경찰이 성추행한다!!!!!! 동네사람들!!!!!!!
이 것들이 민중의 지팡이라고 저 지팡이로 날 찌르려고....야!!!"
술을 마시던 미라는 더 마시자는 생각에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다 문득 동민이 건네준 명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팅장소와 동까지 똑같은 이 주소에 괜한 화풀이로 민기를 택하게 된 것이다. 우선 경찰서를 찾아 취객이 난동부리듯 한바탕 소란을 피우곤 자신의 억울함을 몰라주는 경찰의 모습에 더 화를 내며 결국 몇 블록 떨어진 민기의 사무실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곤 그대로 곯아떨어진 것이다. 이 남자들이 그것도 일반인이 아닌 남자들이 기거하고 있는 조폭 사무실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객기 부리듯 술주정을 한 미라는 꼬박 6시간이나 그대로 민기의 소파에 누워 코까지 곯곤 잠을 잤고, 깨질
듯 아파오는 빈속에 마신 술로 인한 두통으로 잠긴 목소리로 일어나며 물부터 찾게 된다.
" 무..물~~...물...."
" 여기.."
" 벌컥벌컥~~~..후~~~"
내려놓듯 테이블에 잔을 놓고는 다시 그대로 소파에 누운 미라는 잠시 어두운 사무실의 풍경에 익숙해지려는 듯 눈을 깜빡
인다. 그리곤 이 낯선 곳의 풍경에 점점 더 그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지기 시작했고, 곰곰이 머릿속에 자신의 만행을 떠올려
보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황당하다는 표정이 스쳐지나갔고, 흥신소 간판과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흔들리는 자신의
다리가 스쳐지나 갔다. 그리고 보인 민기의 얼굴과 민기를 쥐어박으려고 달려들던 자신의 손 몸이 얼음처럼 굳어진 채..
소파의 등받이에 얼굴을 묻고는 꼼짝하지도 못한 채.. 이를 악물며 슬금슬금 고개를 조심스럽게 돌려 빛이 새어들고 있는
민기가 앉아 있는 책상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탁상 조명에 서류를 검토하는 듯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는 민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조명 빨에 속지 말자고 했던가 잡티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와 대비되는 부리부리한 눈썹과 약간 내려 깔은 그윽한 두 눈은..
얼굴엔 어딘지 어려보이면서도 모든 삶의 고뇌를 담고 있는 듯 그림자가 드리워진 민기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빤히 쳐다보며 황홀해하기 시작한 미라였다. 꼭 영화배우를 쳐다보는 선망어린 여자처럼 말이다.
" 술 깨셨나요?"
" .......예?!!"
" 그만 나가시죠.. 여기 미라씨 같은 분이 계실 곳이 못됩니다.."
" ........"
" 큭...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민기가 잡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고는 방금 전 미라의 행동이 생각나는 듯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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